수학을 만든 사람들 - 아르키메데스부터 괴델까지, 수학자 50인에게서 배우는 수학의 역사와 원리
알프레드 S. 포사멘티어 외 지음, 강영옥 옮김 / 동아엠앤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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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좋아하냐고요? 아직 거기까지는 아니지만 호감을 갖는 단계, 이른바 썸을 오래 타는 중이네요.

대상은 바로 수학이네요. 학창 시절에는 꼴도 보기 싫던 수학을 뒤늦게나마 관심을 갖게 된 건 전적으로 책 덕분이네요.

《수학을 만든 사람들》은 50인의 수학자들을 통해 수학의 역사와 원리를 소개하는 책이네요.

인류 역사에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을 꼽는다면 여기, 수학자들을 빼놓을 수 없네요. 고대 수학자들은 수학자이자 철학자, 천문학자, 과학자로서 두루두루 못하는 게 없는 통합형 인재들이었네요. 탈레스는 그의 이름이 들어간 정리로 유명한데, 간략히 설명하자면 원에 내접한 삼각형의 한 변이 원의 지름일 때 그 삼각형은 직각 삼각형이라는 것이 탈레스의 정리네요. 고대 그리스 기하학 연구의 선구자 탈레스, 실제로 그로부터 약 300년 후에 고대 그리스 기하학은 황금기를 맞이했다고 하니, 최초의 수학 트렌드 세터였다는 설명이 딱 맞네요. 피타고라스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피타고라스의 정리, 직각 삼각형에서 빗변이 아닌 나머지 두 변을 각각 한 변으로 하는 두 정사각형의 넓이의 합은 빗변을 한 변으로 하는 정사각형의 넓이와 같다는 내용이네요. 피타고라스는 크로톤(현재 이탈리아 남부의 크로토네)에 건너가 공동체를 만들었는데, 이들이 현재 피타고라스학파로 알려진 사람들이며, 자연의 세계와 자연수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믿었대요. 그를 따르는 추종자가 많았던 이유는 그가 달변가라는 점, 실제로 피타고라스가 크로톤의 대중들에게 했던 연설문 중 네 편은 오늘날에도 명문으로 유명하대요. 창시자 피타고라스 사후에는 조직을 끌어갈 리더가 부재하여 뿔뿔히 흩어졌다고 해요. 기원전 4세기 이후 피타고라스의 철학은 자취를 감췄다가, 기원전 1세기에 로마에서 피타고라스의 사상이 다시 유행하면서 몇 세기 동안 명맥을 유지했고, 오늘날 각종 분야에서 우리의 사고에 스며들어 있다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네요. 우리의 학창 시절 수학 시간을 떠올릴 때 가장 많이 기억하고 있는 정리는 역시 피타고라스의 정리네요. 수학의 역사를 살펴보면 남성 수학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서구권 최초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여성 수학자는 마녀의 곡선을 남긴 마리아 가에타나 아녜시예요. 아녜시가 명성을 얻게 된 건 이탈리아어로 '베르시에라'라고 하는 3차 곡선 때문인데, 3차 곡선의 이름이 수년 동안 마녀라는 뜻을 지닌 이탈리아어 '베르시크라'와 혼동되어 '아녜시의 마녀'라고 불리게 된 거래요.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를 증명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 소피 제르맹은 생전에는 인정받지 못했으나 세상을 떠난 후에 훨씬 더 많은 존경을 받았다고 해요. 파리에는 그녀의 이름을 딴 거리, 즉 소피 제르맹 거리가 있고, 그녀의 이름이 붙여진 파리의 학교, 에콜 소피 제르맹의 교정에는 그녀의 동상이 세워져 있고, 파리 과학아카데미에서 매년 '프리 소피 제르맹'이라는 수학상을 수여한다고 하네요. 에이다 러브레이스가 최초의 컴퓨터 프로그래머라는 영광의 주인공이 된 것은 그녀가 남긴 메모에 포함된 도표 때문이에요. 그녀는 찰스 배비지의 해석기관이 단순한 계산 기능을 뛰어넘는다는 것을 알아봤고, 수학을 한 차원 더 발전시킨 통찰력으로 극찬을 받고 있네요. 현대적 의미에서 최초로 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근대 유럽에서 최초로 정교수가 된 사람은 소피아 바실리예브나 코발렙스카야, 그녀는 '코발렙스카야 팽이'라고 알려진 것을 발견한 공로로 프랑스 과학아카데미의 보르뎅상을 수상했네요. 독일의 수학자 에미 뇌터는 보존 법칙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력으로 현대 대수학의 기초뿐 아니라 이론물리학에도 기여했고, 이란 출신의 수학자 마리암 미르자하니는 리만 곡면과 모듈리 공간에 대한 역학과 기하학에 세운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여성 최초로 필즈상을 수상했네요. 얼마나 뛰어난 업적을 남겼느냐도 중요하겠지만 차별과 제도적 장벽을 극복해냈다는 점에서 여성 수학자들에게 존경을 보내네요. 수학의 세계를 수학자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살펴보니 훨씬 더 흥미롭고 배울 점들이 많았네요. 수학을 싫어하는 학생들에겐 원망의 대상이겠지만 수학을 만든 사람들이 없었더라면 컴퓨터와 AI로 이어지는 지금의 세상은 존재하지 않았을 거예요. 알고 나면 고맙고, 더 깊이 알게 될수록 매력적인 수학의 세계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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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의 소름돋는 미래 예측 50가지
최경수 지음 / 메이트북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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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일론 머스크는 오래전부터 AI가 대부분의 인간 노동을 대체하는 순간, 기존의 자본주의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경고해 왔어요. 이밖에도 여러 가지 예측과 경고를 하고 있는데, 그의 발언 뒤에 숨겨진 물리학적 근거를 해설하는 책이 나왔네요.

《일론 머스크의 소름돋는 미래 예측 50가지》는 IT 전문 기자 출신의 출판사 기획자인 최경수 님의 책이에요. 저자는 일론 머스크의 예언은 단순한 주장이 아니라 자신이 설계한 설계도의 진행 상황을 알리는 공정 보고서에 가깝다고 이야기하면서, 그동안 파편화된 발언들을 수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류 문명의 판도를 바꾸는 50가지 결정적 장면을 선정하여 하나의 일관된 논리 체계로 재구성했다고 하네요. 머스크 예언의 핵심은 AI 발전 속도를 볼 때 늦어도 내년 말에는 AI가 개별 인간보다 더 똑똑해질 것이고, 2030년쯤에는 인류 전체의 지능을 능가할 것이며, 이러한 기술 발전이 가져올 미래를 지속가능한 풍요라고 정의했네요.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의 수를 앞지르게 되면, 이들이 노동을 대체하면서 재화와 서비스가 포화 상태에 이르는 풍요의 시대가 올 것이라는, 삶의 질을 위해서라도 비관론자보다는 낙관론자가 되어 틀리는 편이 낫다고 강조했네요. 이는 기술 발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을 갖는 것보다는 문제 해결에 집중하자는 메시지로 풀이되고 있어요.

이 책에서는 일론 머스크의 파격적인 예측의 매락을 짚어보는 데 집중하여,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풀어내고 있어요.

"변호사나 회계사처럼 복잡한 규칙과 법전을 다루는 직업들은 AI가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완벽하게 대체할 영역이다. 인간이 수천 페이지의 판례를 검토할 때 AI는 단 몇 초 만에 최적의 논리를 구성한다. 규칙을 해석하는 권위는 사라지고 지능은 보편적 공공재가 될 것이다. _ 2025년 10월, 미래 투자 이니셔티브 강연. " 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어요. "모든 전문직의 권위는 지능형 공공재로 전락할 것이다. 로봇이 공장의 육체노동을 대신할 것이라는 세간의 우려를 넘어, 머스크의 시선은 사무실 안의 '화이트칼라'를 정밀타격한다. 지식노동은 본질적으로 실체 없는 정보의 조합이며, 이는 무한 복제가 가능한 소프트웨어의 속성과 일치한다. ··· 판례를 암기하는 변호사나 세법을 해석하는 회계사의 업무는 데이터 관점에서 보면 고도의 패턴 인식 반복일 뿐이다. 지능이 인간의 뇌라는 육체적 감옥에 갇혀 있을 때 면허는 곧 권력이었으나, 그 지능이 무한 복제되는 네트워크로 이식되는 순간 지식의 가치는 추락한다." 그리고 "현재, 머스크의 예측대로 되고 있나? "라는 질문을 던지고, "전문직 면허는 유지되고 있지만 그들의 지식 독점권은 해체되었다. 고가의 상담을 통해 법률과 세무 정보는 누구나 싸게 이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서비르로 대체되는 중이다. 전문가의 권위를 지탱하던 지식의 희소성이 데이터의 범람 앞에 무너지며 그 위상은 관리자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다." (20-21p)라고 답해주네요. 화이트칼라의 종말과 가족 개념의 해체, 국가와 화폐 규칙이 무너지고, 인간의 의식마저 데이터화되는 거대한 시스템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 것이고, 인류가 지구라는 단일 행성에 머물지 않고 화성으로 진출하여 다행성 종이 되는 것이 인류 멸종을 막는 유일한 길이라는 거예요. 공학자의 시선에서 단일 행성에 갇힌 문명은 언제든 손실될 수 있는 불안전한 로컬 드라이브일 뿐이니, 화성이라는 외부 하드드라이브를 확보해 리스크를 해결하려는 생존 비전을 제시한 거예요.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머스크의 예측이 맞는지 틀리는지의 여부가 아니에요. 중요한 것은 그의 발언들을 맥락 속에서 살펴보는 거예요. 그래야 왜 이러한 예측과 경고를 내놓았는지 그 전제와 조건을 이해할 수 있고, 이미 시작된 변화들을 전략적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어요. 로봇과 AGI는 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생존의 문제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가 맞이할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할 중요한 시점에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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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중국사의 주인공이라면 6 - 위, 진, 남북조 편 고양이가 중국사의 주인공이라면 6
페이즈 지음, 이에스더 옮김 / 버니온더문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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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대단히 기발한 발상이네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이보다 더 눈길을 끄는 역사 이야기는 없을 테니 말이에요.

《고양이가 중국사의 주인공이라면 6》 은 중국 역사상 가장 격동적인 분열과 대혼란 그리고 새로운 융합의 시대인 위, 진, 남북조 시대를 다루고 있어요. 이 시기는 서진을 시작으로 동진십육국, 남북조, 마지막으로 천하를 통일한 수나라까지 전후 300여 년간을 가리키며, 역사학자들은 이를 '양진 남북조'라고 부른대요. 예전에 세계사를 배울 때, 중국사는 연대별로 빽빽하게 적힌 핵심 내용들을 달달 외우던 기억이 나네요. 솔직히 재미라고는 눈곱만큼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에 다시 중국사를 볼 일이 있을까 싶었는데, 이 책 덕분에 흥미가 생겼네요.

과거 역사가 지루하게 느껴지는 건 서사를 잘 모르기 때문이에요. 나와 관련 없는 먼 과거의 사건들을 얼굴도 모르는 인물들을 통해 펼쳐지니 공감하기 어려운 거죠. 근데 중국사의 주인공들을 전부 고양이로 바꾸고 나니 새로운 역사 드라마가 펼쳐지네요.

6권은 "서기 280년, 진무제가 군사를 일으켜 오나라를 멸하고 중국을 다시 통일했다. _ 왕중뤄 , 《위진남북조사》" 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네요. 역사 자료를 기반으로 사실을 전달하면서, 페이즈 작가님의 맛깔스러운 이야기와 고양이 주인공들이 등장하네요. "진나라의 통일로, 100년 가까이 이어져 오던 난세의 삼국시대가 막을 내렸어." (6p) 라면서 그림과 함께 설명해주니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네요. 실제 역사 속 인물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는 없지만 고양이로 표현된 모습에서 어떤 인물인지가 잘 묘사된 것 같아요. "··· 가황후는 험악하고 사나웠고, 권모술수에 능했으며, 질투가 많았다. 《자치통감. 82》" (14p)라고 설명하면서 검은색 고양이의 사나운 눈빛으로 황후의 모습을 그려냈네요. 각 시기별로 주요 인물들과 사건들이 간략하게 핵심적으로 잘 나와 있어서 물 흐르듯, 역사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네요. 중간에 편집자의 말을 통해 전반적인 해설이 나와 있어서 역사 공부를 꼼꼼하게 할 수 있네요. 고양이들이 등장하는 역사 드라마 한 편을 본 것 같아요. 즐거운 중국사 여행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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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이은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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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릴케의 편지, 따스한 철학자의 면모를 발견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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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이은미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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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인생에서 딱 한 번, 꽤 오래 전에 좋아하는 작가님에게 편지를 쓴 적이 있어요.

그때는 이상하게도 혼자 고민하던 내용을 적어보냈네요. 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고민 상담이라니, 왠지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까라는 바람이 컸던 것 같아요. 원하는 답장을 받았을까요. 만약 그랬다면 책 한 권이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죠.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서간집이네요.

이 책은 시인을 꿈꾸던 사관생도 프란츠 카푸스라는 젊은이가 우연히 교정에서 시집을 읽는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그 시집의 저자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자신의 학교 선배임을 알고 편지를 보낸 덕분에 세상에 나오게 되었네요.

"그렇다면 그 르네 릴케라는 생도가 시인이 된 거로군. ··· 그렇게 해서 나는 야위고 창백한 얼굴을 가졌던 어느 한 소년에 관해 알게 됐다. ··· 어째서 내가 내 습작 시를 라이너 마리아 릴케에게 보내 그의 평을 들어 봐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는지 충분히 이해되지 않는가. 그 당시 스무 살도 채 안 됐고, 내 성향과는 전혀 딴판인 듯한 직업 세계에 이제 막 첫발을 내딛던 참이었다. 그런 나를 이해해 줄 사람이 있다면, 그건 『나의 축제를 위하여』를 쓴 시인이길 바랐다. 원래는 시만 몇 편 보내려고 했으나, 어쩌다 보니 내 솔직한 마음까지 거리낌 없이 다 털어놓은 편지도 함께 보내게 됐다. 여태껏 처음 있는 일이었고, 그 후로도 그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8p)

여기엔 릴케가 쓴 열 통의 편지들이 담겨 있어요. 놀라운 점은 릴케가 젊은이의 고민을 진심으로 들어주고 지헤로운 조언을 해줬다는 거예요. 시인의 입장에서는 답장을 굳이 보내지 않아도 되는 수많은 편지들 중 하나였을 거예요. 그런데도 의례적인 답장이 아니라 열 통의 편지로 한 권의 책이 될 정도로 분량으로 보나 내용면에서도 진심 가득한 글을 써주었네요. 다정하고도 사려 깊은 릴케의 태도가 느껴졌어요. 첫 번째 편지부터 열 번째 편지까지 릴케는 시인 지망생인 젊은이에게, '젊은 시인에게', '친애하는 젊은 시인이여'라며 '시인'이라는 호칭을 붙여주고 있어요.

"당신은 당신의 시가 훌륭한지를 묻습니다. 지금은 제게 묻고 있습니다. 그전에는 다른 사람들에게 질문했겠지요. 당신은 여러 출판사에 당신의 시를 보내 봅니다. 당신의 시를 다른 시와 비교해 봅니다. 그리고 어떤 편집자가 당신의 작품을 거절하기라도 하면 당신은 불안해졌겠지요. 자, (제가 당신에게 조언해도 괜찮다고 하셨으니) 이 모든 행동을 그만두십시오. 바깥으로 눈을 돌리는 행동을 지금 당장 멈춰야 합니다. 그 누구도 당신에게 충고해 줄 수 없습니다. 그 누구도 당신을 도와줄 수 없습니다. 아무도 하지 못합니다. 방법은 단 하나뿐입니다. 당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십시오. 당신으로 하여금 글을 쓰게끔 하는 게 무엇인지를, 그 이유를 면밀하게 살펴보십시오. 이것이 당신 내면 가장 깊은 곳에 뿌리내려 있는지 확인해 보십시오. 글쓰기를 포기할 바엔 차라리 죽음을 택하겠습니까. 스스로에게 솔직해져 보십시오." (15p)

굉장히 놀라운 통찰이네요. 비교하지 말 것, 남의 시선에 휘둘리지 말 것, 오로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것.

무엇보다도 글를 쓰는 이유에 대해 일말의 주저함 없이 '그래야만 한다'라는 마음이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이 인상적이네요. 인생의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본인의 확신과 결단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되새기게 만드네요. 릴케의 말처럼 목숨을 걸 정도의 간절함이 있다면 누구의 충고 없이도 자신의 길로 나아갈 수 있을 거예요.

"친애하는 시인이여, 당신께 최대한 정중하게 부탁드립니다. 당신의 마음속 해결되지 않은 모든 것에 인내심을 가지십시오. 의문 역시 아주 낯선 언어로 쓰인 책들이나 굳게 닫힌 방처럼 사랑하십시오. 지금은 해답을 찾지 마십시오. 아직은 이들을 당신 삶 속에 녹여 낼 수 없기에 아마도 당신에게 주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중요한 건 모든 것을 살아내는 것입니다. 지금은 질문들을 당신 삶 속에 녹여 내십시오. 그러면 먼 훗날,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서서히 그 해답들 속으로 들어가 살게 될 것입니다. ··· 당신 내면으로 당신 자신을 끌고 나아가십시오." (42p)

릴케의 편지를 읽으면서 당연히 릴케의 나이가 카푸스보다 훨씬 많을 거라고 짐작했는데, 첫 편지가 오간 1902년 당시 카푸스는 열아홉 살이고, 릴케는 20대 후반이었다고 해서 무척 놀랐어요. 왜 그가 20세기 최고의 시인 중 한 명이자, 영혼의 시인으로 불리는지를 이해하게 되었네요. 특히 인간적인 따스한 면모를 발견하는 계기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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