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
김달님 지음 / 창비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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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달님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사람이 말했다.

너는 가을과 닮은 사람이라고.

이 책을 쓰는 봄과 여름 동안 줄곧 가을을 생각했다.

앞으로도 가을 같은 글을 쓰며 살고 싶다."

_ 책 앞날개


《우리는 조금씩 자란다》 는 김달님의 산문집이에요.

저자는 기억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마다 작고 귀한 것을 손에 쥔 기분으로 노트에 옮겨 적었다고 해요.

최근에 가장 좋아하는 말은 눈이 내리던 1월의 밤에 막내 고모가 해주었던 말이라고 하네요. 지난 겨울에 연이어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셨고, 할머니 유골함을 땅에 묻던 날 밤에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서 고모들과 함께 보냈는데, 거실에서 산소에 가져갈 조화를 손질하던 막내 고모가 말했대요.

"달님아. 자?"

"아니. 왜?"

"밖에 눈 와. 나가서 눈 구경해. 눈이 내리면 하늘에 있는 사람이 행복한 거랬어."

(11p)

겨울에서 여름으로 계절이 바뀐 지난밤에 노트에 적힌 말들을 읽다가 어느새 그 밤으로부터 조금씩 떠나왔다는 걸 깨달았다는 저자는, "오직 나만이 알아볼 수 있을지라도 내 안에서 조금씩 자라난 마음 덕분이었다. 슬픈이 긴 날들에도 다시 기쁠 수 있다고 믿는 마음. 지금 여기에서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조용히 희망하는 마음. 그러니 하루하루 다가오는 삶을 기꺼이 사랑해보자는 마음. 마음이 자라는 방향은 사람들이 내게 들려준 말들이 가리키는 곳이기도 했다. "라고 이야기하네요. 이 책은 '살아갈 힘이 되어주는 사랑의 말들'로 채워져 있어요. 김달님 작가님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랑하고, 떠나고, 슬퍼하고, 기억하며, 다시 사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네요. 저자의 말처럼 우리 마음이 조금씩 자라기 때문이겠죠. 사랑하는 이들이 떠나간 빈 자리는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기에 우리는 마냥 그리워하네요. 눈이 내리면 하늘에 있는 사람이 행복한 거라고, 행복하기를 바라네요.


"할아버지. 그럼 저는 어떤 계절 같아요?"

아마도 내가 태어난 여름이라고 말씀하실 줄 알았지만, 할아버지 대답은 달랐어요.

"너는 가을이다."

"제가 왜 가을 같나요?"

"너는 조용하면서도······ 꼭 끌어안고 있으니까."

"무엇을요?"

"살아있는 것들을."

(270-27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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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사람
박연준 지음 / 난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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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사람》은 박연준 시인이 소개하는 서른아홉 편의 고전이 담긴 책이에요.

새로운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서 굳이 고전을 읽어야 할까요. 근데 읽어보지 않으면 왜 고전 읽기를 강조하는지 그 이유를 확인할 길이 없어요. 저자는 "고전에는 올바른 길이나 훌륭한 선택법이 나오지 않습니다. 어쩌면 길을 잘못 든 사람이 '계속 길을 잘못 가는 방법'이 나와 있을지 모르지요. 시행착오가 없는 삶, 그런 게 있을까요?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한다면 '잘못된 길을 열심히 걸을 때 우리가 얻는 가치'를 위해서인지 모르겠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사라질 거라는 말을 들으면 슬퍼지고 그다음 서늘해집니다. 저는 그 말을 믿지 않습니다. 이 책의 표지에 등장하는 히잡을 쓴 여인처럼 꽁꽁 얼어붙은 세상 한가운데 앉아 기어코 책을 읽는 사람, 타인의 말을 공들여 듣는 사람이 존재하리라 믿어요." (15-16p) 라고 했어요. 우리는 책을 통해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만날 수 있어요. 그야말로 마법 같은 일이죠. 어떤 책이든 그 책이 완성되기까지 수많은 노력이 담겨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모든 책을 존중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책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최대한 귀기울여 '듣는' 이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어릴 때는 고전 읽기를 약간 의무로 여겼는데, 어른이 되어 다시 만난 고전은 친구처럼 다가오네요. 인생을 좀 알만한 나이가 되니 똑같은 책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더군요. 이 책에서는 저자가 선정한 서른아홉 편의 고전을 만날 수 있어요. 박연준 시인과 고전 그리고 나, 어쩐지 은밀하게 나누는 대화 같기도 하네요.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이 짧은 소설은 뒤늦게 가장 강렬한 여운을 줬어요. 저자는 "가족을 탄생하게 하는 것이 사랑이라면 가족을 유지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족은 사랑해서 필요한 것인가, 필요해서 사랑하는 것인가? 우리는 결국 무엇으로 '변신'할 것인가." (142p)라고 질문을 던지네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혹은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되네요. 매일 먹어야 살 수 있듯이, 사랑도 매순간 채워가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절로 그냥 되는 건 하나도 없어요. <어린 왕자>가 우리에게 알려줬듯이, 서로에게 가까워지려면 그만큼의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해요.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요. 마음으로 보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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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이는 물결 - 작가, 독자, 상상력에 대하여
어슐러 K. 르 귄 지음, 김승욱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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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이는 물결》 은 어슐러 K. 르귄의 산문집이에요.

저자는 미국 SF 판타지 작가 협회로부터 '그랜드마스터' 칭호를 받은 대가예요. 

이 책은 소설이 아니라 작가의 예술 세계와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우리가 정의를 상상할 능력이 없다면, 우리 자신의 불의를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자유를 상상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자유로워지지 못할 것이다.

정의와 자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상상할 기회조차 없었던 사람에게 정의와 자유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36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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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프로젝트 - 남자들만 모르는 성폭력과 새로운 페미니즘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5
토마 마티외 지음, 맹슬기 옮김, 권김현영 외 / 푸른지식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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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 프로젝트》는 푸른지식 그래픽로직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이에요.

이 책은 '남자들만 모르는 성폭력과 새로운 페미니즘'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요.

책 표지를 보면서 궁금했어요. 저 악어는 뭐지?

저자 토마 마티외는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성희롱, 성차별 문제에 대한 여성의 경험담을 만화로 그려냈어요. 그림을 보면 여자는 흑백의 사실체로 표현하고 남자는 악어의 모습으로 나타냈어요. 불편하고 불쾌한 것들...선명한 연두색의 악어 모습을 한 남자들이 어떤 말과 행동을 하는지를 아주 잘 보여주고 있어요.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 폭력의 희생자가 되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어요. 모든 남성이 실제로 성적 포식자는 아니지만 여성의 관점에서 좋은 남자와 공격자를 명확하게 구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성폭력이라는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어요. 토마 마티외는 여성, 동성애자에게 가해지는 다양한 형태의 성폭력을 날카롭게 포착해냈고,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어요. 이 책을 통해 성폭력과 관련된 사례를 전부 파악하기엔 한계가 있어요. 통계적으로 인종, 민족, 성 정체성에 관련하여 소수집단이 상재적으로 성폭력을 더 많이 겪는다고 하네요. 요근래에는 텔레그램 딥페이크 성범죄가 10대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어요. 심각한 점은 가해자들이 범죄라는 인식이 있지만 처벌이 약하고 붙잡힐 염려가 없다는 인식을 가졌다는 거예요. 이 문제를 예방하려면 학교뿐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위험성을 알리고 윤리적 인식을 키워야 해요. 지역사회와 공공의 인식이 높아져야 바뀔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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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문학동네 시인선 195
백은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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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자를 열지 않는 사람》 은 백은선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에요.

첫 장을 펼치면, 보라색 펜으로 그려진 작은 상자와 시인의 서명이 적혀 있어요.

시인의 말을 보면,

"영혼은 어디 있을까?

너의 배꼽

그치, 우린 질문으로 시작해야지." 라고 쓰여 있네요.

시를 읽다보면 자꾸만 깊은 동굴 속으로 들어가는 듯 느껴질 때가 있어요.

그 안에서 무엇이 있는지, 사실은 뭘 찾으려는 게 아니라 그저 그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여니가 처음 한 말은 '아니아니' 였죠 언젠가부터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새처럼 고개를 흔들며 '아니아니' 하고 말하곤 했어요

그 작은 고갯짓을 보고 있으면 나는 어떻게든 이 아이만은 지키고 싶어졌어요

작은 날개

지킨다는 건 가만히 곁에서 무엇도 망가지지 않게 아끼는 거죠

무엇도 '아니아니' 하지 않게 하는 거죠."

- <가장 아름다운 혼> 중에서 (16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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