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사본사 - Novel Engine POP 오리에란트 시리즈 1
이누이시 토모코 지음, R.알니람 그림, 주원일 옮김 / 데이즈엔터(주)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밤의 사본사>를 매우 천천히 여러 번 끊어서 읽었습니다.

한 번에 쭉 읽지 않은 이유는 책 속의 세상을 머릿속으로 그려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책을 읽다가 잠들면 아주 잠깐이지만 상상 같이 꿈으로 나타날 때가 있습니다.

이 소설은 천 년의 전설을 품고 있습니다.

주인공 카류도는 세 개의 돌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오른손에는 월석, 왼손에는 흑요석, 입 속에는 진주.

참, 판타지 소설을 읽을 때는 이성의 스위치는 잠시 끄고, 감성 스위치만 올려주세요.

그러면 훨씬 재미있게 이야기를 즐길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마도사'라는 용어가 낯설었는데 그냥 마법사와 마녀를 포괄하는 의미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카류도는 태어날 때부터 신비한 존재였던지라 산파 겸 여마도사 에일랴가 놀란 부모를 달랜 후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서 키우게 됩니다.

우선 카류도가 살고 있는 시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네요.

오백 년쯤 전, '에즈키움 대전'에서 난공불락의 성벽을 건조하여 에즈키움을 지켜낸 안지스트는 최고 지배자가 됩니다.

안지스트는 전쟁이 끝난 후 수도 에즈키움에 타국의 마도사가 단 한 명도 들어오지 못하게 마법을 걸어놓습니다.

제2차 에즈키움 대전에서 안지스트는 마도라나 파두키아 등의 남국 연합을 격퇴시키고 이후 백년 간의 평화가 이어집니다.

안지스트는 네 명의 대마도사를 수하에 두고 충성과 복종을 맹세하지 않은 마도사들은 모두 숙청해버립니다.

그리고 3년에 한 번 '마도사 사냥'과 8년에 한 번 '수확 거두기'에서 지방을 돌며 마도사의 자질이 있는 아이를 찾아내어 에즈키움에서 교육을 시키며 관리하게 됩니다.

문제는 '수확거두기'가 순수하게 마도사를 육성하고 관리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겁니다. 실질적인 목적은 여자 마도사의 뿌리를 뽑는 작업으로, 안지스트가 다스리는 시기 내내 에즈키움에는 여자 마도사가 모두 제거됩니다.

열네 살이 된 카류도는 책을 좋아하는 소년으로 자라납니다. 카류도가 사는 마을에도 '수확거두기'가 찾아오는데, 여마도사 에일랴는 마도사의 자질을 가진 소녀 핀을 피신시킵니다. 다행히 위기를 넘긴 줄 알았으나 안지스트의 네 마도사 중 한 명인 케르시가 나타나 위험을 알려줍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안지스트가 눈 앞에 나타나 에일랴와 핀을 죽이고, 케르시는 사라져버립니다. 이 모든 광경을 목격한 카류도는 혼자 살아남아 눈이 쌓인 산 속으로 도망갑니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카류도를 설표와 함께 있는 남자 라크스가

구해줍니다. 라크스는 에일랴의 친구였던 것. 에일랴는 죽기 전 카류도에게 파두키아로 가라는 유언을 남깁니다. 그래서 라크스의 도움으로 파두키아에 간 카류도는 가에르크 선생을 찾아가 그의 제자가 되어 마도사 수업을 받게 됩니다. 그와중에 카류도의 실수로 동료 세피아가 죽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죄책감에 시달린 캬류도에게 동료 라무가 자신의 삼촌에게 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라무의 삼촌 이스루일은 파두키아 최고의 사본 공방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사본사 일을 배우게 된 카류도.

사본사는 원본 책의 양피지와 잉크를 똑같이 사용하여 필사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캬류도는 사본사 일을 배우면서 우연히 자신에게 투견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투견이란 본질을 깨닫는 힘. 그리고 자신의 운명의 책 <달의 서>를 만나면서 천 년 세월 속에 안지스트와 얽히고 설킨 인연의 끈을 확인하게 됩니다.

마도사와 책, 그리고 밤의 사본사.

여기 판타지 세계에서 책은 매우 중요한 상징물로 등장합니다. 운명과 마법의 힘을 가진 책.

마법 아닌 마법을 다루는 '밤의 사본사'가 된 카류도처럼,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그 마법 같은 힘이 전해졌는지도 모릅니다. 정말 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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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을 먹는 나무
프랜시스 하딩 지음, 박산호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본격적인 이야기는 220페이지부터.

초반에는 답답하리만치 지루한 감이 있습니다. 마치 주인공인 14살 소녀 페이스의 심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아무도 제대로 된 설명을 해주지 않아서 답답한데, 그렇다고 직접적으로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 그러니까 조용히 상황을 지켜보며 때를 기다릴 것.

어느날 갑자기 온가족이 외딴 섬으로 떠나게 됩니다. 섬에 도착한 아버지는 자신의 서재에 틀어박힌 채 아무도 방해하지 말라며 예민하게 굴고, 눈치를 살피던 페이스는 몰래 아버지의 서류함에서 한 통의 편지를 보게 됩니다. 그건 아버지가 그동안 발굴한 화석들이 모두 가짜라고 주장하는 편지였던 것.

사실 아버지는 학계에서 신뢰를 잃게 되면서 야반도주하듯 섬으로 도피했던 건데, 곧 섬에도 학계 소문이 퍼지면서 페이스 가족은 왕따 취급을 받게 됩니다.

그 와중에 페이스의 아버지 에라스무스 선더러 목사가 절벽에 떨어져 죽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마을 사람들은 자살로 단정짓지만 페이스는 아버지의 죽음이 타살이라고 확신합니다. 아버지를 향한 절대적인 믿음 때문에 페이스는 죽음의 진실을 밝혀내려고 합니다. 바로 그 부분이 220페이지부터 시작됩니다. 

단서를 찾기 위해 아버지의 유품 중 일기장처럼 보이는 가죽책을 발견합니다. 그 속에는 아버지의 '거짓말 나무'에 대한 연구가 상세히 적혀 있습니다. 아버지는 우연히 거짓말 나무의 표본을 구하게 되고, 그때부터 아주 조심스럽게 은밀한 실험을 하게 됩니다. 바싹 마른 덩굴 같아 보이는 식물이 회복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거짓말 나무는 어둡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잘 자라며 모든 밝은 빛에 고통을 받습니다. 아주 살짝 소금기 있는 물을 양분으로 흡수하며 사람들의 거짓말을 먹으며 자랍니다. 이 식물에게 거짓말을 먹이는 방법은 나무에 대고 거짓말을 속삭이고 나서 그 거짓말을 널리 퍼뜨리면 됩니다. 거짓말의 내용이 중요할수록, 그 거짓말을 믿는 사람들이 많을수록 더 큰 열매를 맺습니다. 그 열매를 먹는 사람은 가장 비밀스러운 지식, 그 사람이 알고 싶어 하는 지식을 알게 됩니다.

페이스의 아버지는 거짓말 나무를 통해서 그 누구도 모르는, 오로지 신만이 알고 있는 지식을 알고 싶었던 겁니다. 인류의 기원에 대한 비밀, 그 심오한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서 아주 중요한 거짓말을 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 조작한 거짓말이 아버지를 과학자로서 유명하게 만든 화석 '뉴 펄튼 네피림'이었던 것. 

충격적인 건 페이스에게도 이 화석이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는 겁니다. 페이스가 7살 때, 아버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페이스를 데리고 해변 산책을 갑니다. 아버지는 조약돌을 바구니에 담으며 작은 홈이 여기저기 패여 있는 돌을 보여주며 똑같이 생긴 돌을 찾아보라고 말합니다.  처음으로 아버지와 보내는 시간이 마냥 좋았던 페이스는 열심히 돌을 찾았고 마침내 나선형 모양의 무늬가 움푹 패여 있는 돌을 발견합니다. 아버지는 어린 페이스에게 첫 화석을 발견한 순간을 잊지 말라고, 이 순간을 기억하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그 순간이 모두 아버지의 거짓말이었다니.... 이후로 아버지는 친구, 동료, 가족뿐 아니라 온 세상을 완벽히 속였습니다. 가장 믿었던 아버지의 거짓말.

놀랍게도 페이스는 아버지가 인류를 돕기 위해 그랬던 거라고 받아들입니다. 이제 페이스는 어떻게든 알아내야 합니다. 정말로 거짓말 나무가 원하는 지식을 알려줄 수 있다면 아버지 죽음의 의문도 풀 수 있을테니까. 아버지가 동굴에 몰래 숨겨둔 거짓말 나무를 찾아간 페이스는 이 식물에게 거짓말을 들려줍니다. 아버지 유령이 걸어 다니면서 그를 중상한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려 한다고. 슬슬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나요?

거짓말 나무의 존재 자체가 일종의 저주처럼 느껴집니다. 진실을 알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는 설정이 얼마나 모순되는지, 그런데도 너무나 납득이 되는 건 왜 일까요?

세상에는 소설보다 더 고약한 거짓말 나무가 뿌리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을 진실이라고 착각합니다. 진실은 믿는 게 아니라 거짓을 밝혀내는 거라고. <거짓말을 먹는 나무>는 매우 기묘한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놀라운 진실을 알려줍니다. 진실을 원한다면 무엇을 해야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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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사 시각 퍼즐 - IQ 148을 위한 IQ 148을 위한 멘사 퍼즐
존 브렘너 지음, 지형범 옮김, 멘사코리아 감수 / 보누스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수학은 재미 없지만 퍼즐은 재미있다!

<멘사 시각 퍼즐>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북입니다.

제목만 보면 아이큐 148 이상의 멘사 회원을 위한 것 같지만 일단 책을 펼쳐보면 누구나 도전해볼 만한 문제들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 <문제적 남자>를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자들이 다양한 문제를 푸는 내용입니다. 어떤 문제든지 풀릴 때까지 방송은 끝나지 않습니다.

원래는 각자 문제를 푸는 방식인데 도저히 풀리지 않는 문제는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결국에는 풀어냅니다. 정답을 얼마나 맞췄느냐가 아니라 모든 문제를 끝까지 풀어내는 그 과정이 참으로 재미있습니다. 사실 쉽게 안 풀리는 문제를 붙잡고 있으면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것마저도 뇌를 자극하는 좋은 스트레스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봤을 때, "우와, 재미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니북 사이즈라서 언제든지 휴대할 수 있기 때문에 심심풀이용으로도 좋습니다.

단 번에 풀리는 문제도 있지만 한참을 헤매는 문제 등 문제의 난이도는 일정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제 실력 문제겠지만, 어쨌든 전반적으로 집중해야 풀리는 문제 수준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림이나 도형을 바라볼 때 평면이 아닌 입체적으로 보는 건 연습이 필요합니다. 미세한 차이를 알아채는 능력이나 순발력이 중요하지만 조금 부족해도 상관 없습니다. 저는 문제를 잘 푼다기보다는 문제 푸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서 빨리 못 푼다거나, 풀리지 않는 문제에 대한 스트레스는 별로 없습니다.

이 책 속에는 모두 170 문제가 들어 있습니다. 맨 뒤쪽에는 해답이 나와 있습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가족들이나 친구들과도 재미있게 퍼즐 게임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이때는 서로 누가 먼저 푸는지 경쟁을 해야 더 재미있겠죠?

대부분 퍼즐에는 몇 가지 공통된 유형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려워도 반복적으로 퍼즐을 풀다보면 유형마다 쉽게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퍼즐의 즐거움은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며 답을 찾다가, 딱 답이 보이는 그 순간인 것 같습니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천재 가능성 진단>이 나옵니다.  각자 퍼즐 풀이 능력으로 천재 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인데, 121개 이상 풀었다면 아이큐 상위 2%에 속한다고 합니다.

만약 이 정도의 실력자라면 멘사에 도전해도 충분한 실력이라고 합니다.

사실 멘사 회원이 아니면 어떤가요, 사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는데 말이죠.  퍼즐을 즐기는 데에는 그 어떤 자격도 필요 없답니다.

<멘사 시각 퍼즐>로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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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하인드 허 아이즈
사라 핀보로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누가 진실을 말하는가?

<비하인드 허 아이즈>는 끝까지 읽어야만 진실을 알 수 있습니다.

섣불리 판단하지 마라. 아무도 믿지 마라.

스릴러 공포 영화의 광고 문구 같은 말들이 마구 떠오릅니다.

매력적인 정신과 의사 데이비드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 아델.

그리고 이 둘 사이에 묘한 관계를 맺게 된 루이즈.

소름끼치는 건 우연은 없었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우연한 만남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철저히 계획된 것이었다는 것이 반전입니다.

더 무서운 건 예측했던 반전이 틀렸을뿐 아니라 전혀 예상 못했던 결말이라는 겁니다.

어쩌면 이미 많은 부분에서 단서가 있었는데, 눈앞에 놓고도 제대로 보질 못했습니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 가지 시선을 보여줍니다. 그때, 그후, 현재. ... 루이즈, 아델, 그리고 그 사람.

루이즈는 이혼 후 여섯 살 아들 애덤을 혼자 키우고 있습니다. 병원에서 파트타임 비서 일을 구했는데 자신의 상사가 며칠 전 바에서 만난 남자 데이비드였던 것.

첫눈에 호감을 느껴 키스까지 했던 남자를 직장 상사로 마주했으니 얼마나 당황스러운 일인지... 암튼 그나마 다행인 건 선을 넘지 않았다는 겁니다. 왜냐하면 데이비드는 유부남이니까.

루이즈와 데이비드는 매우 어색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고... 그 와중에 루이즈는 아델과 길가에서 부딪힌 인연으로 친구가 됩니다.

하지만 점점 데이비드에게 끌리는 루이즈는 술김에 선을 넘게 됩니다. 한편 루이즈는 친해진 아델과의 관계 때문에 데이비드 사이에서 갈등하게 됩니다.

겉보기엔 루이즈야말로 천하의 못된 X  욕을 들어야 마땅한 불륜녀인데 루이즈 입장에서 보면 어쩔 수 없어 보인다는 게 함정입니다.

완벽한 외모와 조건을 갖춘 데이비드와 아델은 쇼윈도우 부부.  특히 데이비드는 집에서조차 아델과 거리를 둘 정도라서 별거 상태로 봐도 무방합니다.

도대체 데이비드는 왜 아름다운 아내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건지, 처음에는 이들 부부의 비밀이 궁금했습니다.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더니 정말 이 말을 공감하게 되는 이야기입니다.

<비하인드 허 아이즈>에서는 인간의 겉모습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속이고, 감추는지를 보여줍니다. 어쩌면 우리가 반전이라고 생각했던 결말조차도, 결국 진실은 저 너머에 있습니다. 마지막 소름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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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티시아 - 인간의 종말
이반 자블론카 지음, 김윤진 옮김 / 알마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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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티시아 - 인간의 종말

제목만 봤을 때는 '레티시아'가 특정 용어인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레티시아는 18세 소녀의 이름입니다. 레티시아 페레. 2011년 1월 18일 밤에서 19일 사이에 납치되어 살해되었습니다.

쌍둥이 언니 제시카와 함께 위탁가정에서 생활하며 서빙 알바를 했던 소녀의 죽음.

저자는 왜 레티시아에게 주목했을까요.

프랑스 대통령 니콜라 사르코지는 살인범에 대해 내린 형벌을 비판하며, 판사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엄중히 징계하겠다고 공언했고,

이로 인해 사법계 역사상 유례가 없는 파업을 초래했습니다. 프랑스 대통령의 개입과 사법계의 파업은 그야말로 국가적 사건이 된 것입니다.

또한 뒤이어 사건 속의 또 다른 사건이 드러납니다.

2011년 8월, 위탁가정의 양부가 레티시아의 언니 제시카를 성추행한 혐의로 조사를 받습니다.

양부가 제시카를 성추행했다면 레티시아 역시 피해자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안타깝게도 레티시아는 범죄의 희생양이 되어 죽은 후에야 인간다운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레티시아의 본모습과 존엄성, 자유를 되돌려주고자 합니다.

레티시아의 생명과 인간성을 앗아간 범죄로부터 그들의 존재를 복원시킨 이 책은,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닙니다.

굳이 비극적인 소녀의 삶을 재조명하는 건, 그들을 외면했던 사람들과 이 사회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근래 영화 <청년 경찰>을 봤습니다.

경찰대학생인 두 청년은 밤길을 걷다가 우연히 여자가 납치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급한 마음에 납치 차량을 좇아가지만 놓쳐버립니다. 인근 파출소를 찾아가 납치 사건을 신고하지만 경찰의 반응은 냉담합니다.

경찰 선배를 찾아갔으나 높으신 분의 자녀가 실종되었다며 긴급출동에 나섭니다.

결국 두 청년은 직접 납치된 여자를 찾아나섭니다. 여자는 아직 미성년자인 18세 소녀로 가출한 상태였고, 같은 처지의 아이들과 동거하며 알바하던 중이었습니다.

가출한 소녀들만 계획적으로 납치하여 불법적으로 난자를 추출하여 팔아먹는 나쁜 놈들.

소녀들의 난자로 불임부부의 인공수정을 시술하며 돈벌이에 급급한 산부인과 의사.

만약 두 청년이 아니었다면 납치됐던 소녀들은 쥐도새도 모르게 죽었거나 인신매매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영화의 결말은 극적으로 구출된 소녀가 두 청년을 찾아와 감사를 표현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해피엔딩인가요?

아닙니다, 전혀 행복하지 않은 결말이었습니다. <청년 경찰>에서 피해소녀들을 구한 건 경찰이 아닌 경찰대학생이었습니다. 선량한 두 청년이 슈퍼맨이 된 영화.  현실에서 슈퍼맨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무너진 가정, 학대받는 아이들, 가출 청소년, 성폭행 피해자들....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범죄자들의 표적이 되는 약자들.

우리 사회의 레티시아... 누가 그들을 지켜줄 것인가라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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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ulbookbogo 2019-06-17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레티시아 인간의 종말> 저자와의 만남 안내
서울책보고 인문학토크쇼2 <역사와 현대문학:이반 자블론카의 앙케이트>
-‘레티시아 인간의 종말‘ 저자인 역사학자이자 작가
이반 자블론카 작가가 서울국제도서전을 통해 한국을 방문합니다.

서울시 최초 공공헌책방 서울책보고에서는 6월 19일 인문학토크쇼를 통해
이반 자블론카 작가와의 만남을 준비하였습니다.
작가의 기조 강연 및 북토크, 저자 사인회가 진행됩니다.

*일시 : 6.19.(수) 15:00-17:00
*신청링크 : https://www.onoffmix.com/event/182549
*문의 : 02)6951-49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