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무감각한 사회의 공감 인류학
김관욱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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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지 않았으면 - 좋겠습니다>는 인류학자가 1년 동안 아픔의 현장을 거닐며 목격한 아픔들을 담아낸 책입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아픔은 넘쳐나는데, 그 아픔마저 '말하지 못하게'하는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특히 아픔을 겪는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인 경우는 오해를 넘어 몰이해의 먹잇감이 되기 십상입니다.

이 책은 아픔의 현장을 보여줍니다.

가족의 아픔, 낙인의 아픔, 재난의 아픔, 노동의 아픔, 중독의 아픔.

길바닥과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이, 학대로 숨진 아이를 통해 어린이 인권에 대한 이해와 공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게 합니다.

결혼한 부부로 구성되어야 정상가족이라는 한국의 극단적인 정상가족 담론이 미혼모 자녀를 사회적 시선의 사각지대로 내몰고 있습니다.

4·3 항쟁과 베트남에 세워진 한국군 증오비, 세월호 참사까지 국가권력에 희생당한 국민들을 기억해야 합니다.

장애를 보는 비열한 시선과 빈부 갈등이 빚어낸 낙인들, 그리고 미투 운동.

가습기 살균제 참사와 삼성반도체 산업재해, 외국인 노동자의 아픔.

가난이 죄가 되는 사회.

흡연과 마약,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 중독, 스마트폰 중독.

대부분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사회의 아픔들이지만, 드러내놓고 그 아픔을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느끼는' 아픔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세상에서 다른 세상을 산다는 건, 그들과 다른 몸이라서 그들과 똑같은 세상을 볼 수 없다는 뜻입니다.

저자는 인류학자는 일종의 '통역자'와 같다고, 사람마다 서로 다른 몸들이 보는 세상을, 그 아픔의 영역을 통역하고자 이 책을 썼다고 말합니다.

이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바라는 건 아픔을 마주하며 공감하는 경험입니다.

누군가의 아픔이 바로 나의 아픔이라고 느끼는 순간, 공감할 수 있고 위로할 수 있습니다. 서로가 아픔을 공유할 때 나아질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모두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저 역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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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미한 살인
카린 지에벨 지음, 이승재 옮김 / 밝은세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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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의미한 살인>은 한 통의 편지로부터 시작되는 심.리.스.릴.러 프랑스 소설입니다.

주인공 잔느는 스물여덟 살의 미혼 여성으로 엄마와 둘이 살고 있습니다.

경찰서 지원실 사무직으로 일한지 벌써 1년째.

그녀의 일상은 자로 잰 듯 정확하게 반복됩니다.

똑같은 시간에 지하철을 타면 8시 30분 정각에 사무실 도착, 사무실에서는 볼펜 한 자루도 정해진 위치에 나열한 후 컴퓨터 전원 버튼을 눌러야 되는 잔느의 소소한 강박증.

그녀는 출퇴근 시간에 핸드백을 자신의 몸에 꼭 밀착시키고, 수시로 '핸드백은 잘 잠갔나?'라는 생각을 하며 굳게 잠겨있는 핸드백을 확인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파브리스 에스포지토 반장은 매일 아침 각 사무실을 돌며 전 직원에게 인사를 합니다. 그 시간이 잔느에게 하루 중 최고인 동시에 최악의 순간입니다. 최고인 이유는 아름다운 초록색 눈동자, 잘 생긴 에스포지토 반장을 볼 수 있으니까, 최악인 이유는 잔느가 '안녕하세요.' 이외엔 다른 말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단순한 아침인사를 하고 휙 나가버리는 반장을 보는 그 시간이 잔느에게는 하루 중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감정이 강렬해지는 시간입니다. 잔느는 남의 이목을 끄는 걸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에, 사무실의 다른 직원과도 인사 이외에는 거의 말을 나눈 적이 없습니다.


어제와 같은 오늘을 보낸 잔느는 언제나처럼 가장 먼저 열차에 올라탔고, 자신의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녀의 지정석은 마지막 칸, 구석 자리.

그런데 문득 무언가가 그녀의 시선을 끌었고, 그건 그녀가 앉아있는 자리 바로 옆에 놓인 종이였습니다.

흰 봉투에는 자신의 이름이 적혀있었습니다. 잔느, 그녀는 한참이나 당황해 하다가 결국 봉투를 열고 검정색 잉크로 쓴 손 편지를 보게 됐습니다.


편지에는 잔느를 쭉 지켜봐 왔으며,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움직인 사람이었다는 사랑 고백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편지를 쓴 사람은 엘리키우스... 수수께끼 같은 이름, 로마 신화의 수많은 신들 중 가장 막강한 신, 신들의 신, 주피터의 또 다른 이름.

그는 '당신은 아름다운 사람입니다. 잔느. 감수성이 예민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적었고, 그걸 읽은 잔느는 갑자기 몸이 달아오르고 화끈거렸습니다.


여기까지 읽었을 때는 미스터리 남자와의 로맨스를 상상했습니다. 하지만 엘리키우스의 다음 편지는 소름끼치는 반전을 선사합니다.

엘리키우스는 잔느에게 살인을 했다고 고백합니다. 그 이유는 너무 오랫동안 유린되었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복수였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살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연쇄살인마가 보낸 연애편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공포와 설렘을 안겨준 엘리키우스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잔느는 엘리키우스의 편지로 인해 극심한 심리적 갈등을 겪게 됩니다.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처럼 점점 파문은 커져가고, 그녀의 숨겨진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게 됩니다.

에스포지토 반장이 쫓고 있는 연쇄살인범이 바로 엘리키우스라는 걸 알게 된 잔느, 그녀의 선택은?

읽는 내내 잔느의 불안한 심리가 고스란히 전해졌습니다. <유의미한 살인>은 살인 사건보다 인간의 심리가 더 극적으로 표현된 놀라운 작품입니다. 또한 얼마전 읽은 <네메시스의 사자>가 묘하게 겹쳐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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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스의 검 와타세 경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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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스의 검>의 주인공 와타세 경부는 굉장히 놀라운 인물입니다.

그는 풋내기 형사 시절에 동료의 강압수사 과정을 지켜봤고, 묵인했고, 동조했습니다.

그 결과 무고한 청년이 살인죄로 사형 판결을 받았고, 자살했습니다.

이미 종결된 사건, 당사자는 자살로 사라진 사건.

23년이 지난 후, 와타세 경부는 진실을 밝힙니다.

문득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는 진실이라면 그걸 밝혀낼 용기가 있을까...

원죄(寃罪)는 억울하게 뒤집어쓴 죄를 뜻합니다.

경찰과 검찰, 법원의 그릇된 판단으로 벌어진 원죄.

정의는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게 아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정의를 제멋대로 끼워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범죄를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구는 파렴치한 인간들이 이 사회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과연 원죄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마지막 반전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함부로 예단하지 마라, 그것이 가장 큰 교훈인 것 같습니다. 


"법의 여신 테미스에 대해 아나?"

"아뇨. 아쉽게도 신화나 전설 같은 이야기에는 별로 흥미가 없어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인데 사법의 공정함을 상징하는 존재지.

대부분의 법원에 테미스의 조각상이 장식돼 있네.

테미스의 오른손에는 검이 들려 있는데 그 검은 권력을 상징하는 거라더군.

뭐 인간을 재판하는 건 으뜸가는 권력이니.

하지만 권력은 늘 정의와 한 몸이이어야 해.

정의가 사라진 권력은 그저 폭력에 불과하니까.

그리고 그 권력이 잘못된 방식으로 쓰였다면 당연히 즉시 수정해야 하네.

이 또한 사법에 종사하는 자의 책무야."  (184p)


"형사라서가 아닙니다. 인간으로서의 의무죠. 저는 이 일을 벌써 25년 이상 해 왔습니다.

여전히 학습 능력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그동안 배운 것도 있습니다.

그건 바로 아무리 오래전 일이더라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과오가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잡지 않으면 또 다시 새로운 부실과 죄가 만들어집니다." (4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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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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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는 와타세 경부를 주인공으로 한 두 번째 소설입니다.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은 허를 찌르는 반전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살인자의 가족이 끔찍하게 살해됐습니다. 현장에는 피로 쓴 '네메시스'라는 글자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네메시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의 이름.

날개가 달린 여신으로 인간이 저지르는 몰상식한 행위 대한 신의 분노를 의인화했다고 합니다.

어원은 의분(義憤)인데, 일부에선 복수로 잘못 해석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분이란 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는 없지만 도의에 어긋나고 불공정한 것을 보며 느끼는 분노를 뜻합니다.

결국 범인은 사적인 복수가 아닌 제3자의 분노라는 걸 살해 현장에 남긴 것입니다.

마치 피해자 유족의 복수를 대행하듯이,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의 사자(使者)가 되어 법의 여신 테미스에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와타세 경부는 피해자 유족들과 감옥에 복역 중인 살인자를 만나면서 깊은 고뇌에 빠지게 됩니다.

무고한 사람을 죽여놓고도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살인자들.

교도소와 소년원 같은 시설이 점차 교화의 기능을 잃어 간다는 지적을 증명하듯이, 그들은 죄의식조차 없는 괴물처럼 보입니다.

만약 누구라도 그런 살인마에겐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마땅히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말할 것입니다.

세계적인 흐름은 사형 폐지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여전히 사형제도를 찬성하며 집행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일본입니다.

이 소설을 읽는다면 모두가 한 번쯤 사형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근본적으로 법(法)이 가진 정의와 권력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를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인간으로서 느끼는 분노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범죄자에 대한 분노가 그의 가족들에게 미치는 것은 또다른 범죄입니다. 복수를 위한 복수는 끝나지 않는 지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와타세 경부처럼 양심에 따라서 어긋남 없이 할 일을 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가장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와타세 경부가 해내고 있어서 비록 소설이지만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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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박각시다 - 나방 편 새벽들 아저씨와 떠나는 밤 곤충 관찰 여행 1
손윤한 글.사진 / 지성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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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나방~~~~

한여름밤 불빛에 모여드는 나방을 보며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런데 여기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바로 새벽들 아저씨와 영서, 진욱이에요.


<와! 박각시다>는 생태활동가 손윤한 선생님(새벽들 아저씨)이 어린이들을 위하여 용인 부아산 자락에 1인 생태연구소 '흐름'에서 밤 곤충을 관찰하고 기록한 책이에요.

책의 구성은 대화체로 되어 있어서, 실제로 새벽들 아저씨를 만나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여름 캠핑장에서 영서와 진욱이는 새벽들 아저씨를 만났어요. 그리고 박각시도요.

박각시는 나방이에요. 이름은 박각시이지만 암컷과 수컷이 있대요. 이 나방들이 주로 박꽃이 피는 밤에 나타나서 박각시라는 이름이 붙었대요.

사진으로 자세히 보니 박각시도 그 종류가 다양하고, 나름 예뻐 보여요.

등줄박각시, 작은검은꼬리박각시, 검정황나꼬리박각시, 포도박각시, 애물결박각시, 주홍박각시, 녹색박각시, 머루박각시, 솔박각시, 우단박각시, 분홍등줄박각시, 벚나무박각시, 점박각시, 점갈고리박각시, 닥나무박각시, 뱀눈박각시, 줄박각시....

우와!  신기해요~~

모르고 봤을 때는 그냥 징그럽다고 느꼈는데, 자세히 보니 저마다 독특한 무늬 때문에 멋져 보여요.

또 나방은 밤에만 활동하는 줄 알았는데, 낮에도 활동한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그러고보면 나방도 나비와 다를 게 없이 예쁜데, 괜한 편견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건 쐐기나방처럼 쏘일 수 있는 위험 때문에 무조건 피하게 된 것 같아요. 실제로 독나방은 털을 만지면 가려움증이나 두드러기 같은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돼요. 만지지만 않으면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대요.

우리 아이들은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다양한 곤충들에 대해 잘 모를 뿐더러, 막연한 거부감이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신기한 나방들을 보고, 설명을 들으니까 제법 친근해진 것 같아요.

물론 새벽들 아저씨처럼 직접 만져볼 자신은 없지만, 나중에 캠핑장에서 만나면 은근 반가울 것 같아요. 이젠 박각시부터 다양한 나방들의 이름을 알게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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