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범, 거대한 슬픔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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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참으로 뜻깊은 의미가 있습니다.

내가 알던 역사를 다시 새롭게 배우는 느낌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대한민국 독립만세!


<백범, 거대한 슬픔>은 김별아 작가님의 장편소설입니다.

1945년 11월 23일.

청량한 가을날, 중국 상해 강만 비행장에서 대한민국 임시 정부 요인들이 중형 미군 수송기 C-47를 타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마침내 조국으로 돌아오는 감격스러운 날이건만 이들의 표정은 굳어있습니다.

미 국무성이 보내온 통지는 그들이 수송기를 보내기에 앞서 다음의 내용을 서약하라고 하였습니다.

- 북위 38도선 이남의 지역이 미군에 의해 군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군정이 끝날 때까지 정부로서 행사하지 않으며,

군정 당국의 법과 규칙을 준수할 것에 동의한다.  (11p)

그러니까 대한민국 임시 정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자 공공연한 모욕이었습니다.

너무도 충격적인 장면이라서 잠시 읽기를 멈췄습니다.

이토록 굴욕적인 서약서에 서명을 해야 했다니...


성조기를 흔들어대는 태극기 부대, 엄마 부대가 아베에게 사죄하라며 떠들어대는 상황.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그들은 태극기와 엄마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고 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온라인 댓글과 광장 집회의 망언들, 어디까지 갈 셈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은 여전히 일본의 식민지이며, 그들은 누구보다 당당하게 친일파임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어찌하여 아직까지 친일파가 이 나라를 망치고 있는 건지 개탄스럽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이 책은 백범 김구 선생님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습니다.

개구쟁이 어린 소년이 철이 들면서 아버지의 한(恨)과 나라의 원통한 사정을 알게 되고, 국모의 원수를 갚고자 복수의 칼을 휘두르면서 방황의 시절은 끝났습니다. 스무 살의 청년은 다시, 스스로 태어났습니다. 그 뒤의 행보는 오로지 나라를 되찾기 위한 투쟁이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그 투쟁기를 서술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 절절히 토해내고 있습니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마음으로... 그건 바로 침잠하는 슬픔이었습니다.

냉혹한 슬픔, 쓰라린 슬픔, 아련한 슬픔, 자욱한 슬픔, 고독한 슬픔, 뜨거운 슬픔, 흐르는 슬픔, 거룩한 슬픔... 슬픔의 축제 마지막은 뜨거운 눈물이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2019년, 한국 독립 투쟁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침략자 일본은 아직도 역사적인 사죄 없이 야욕을 꿈꾸고 있으며, 나라 팔아먹은 조상의 얼을 이어받은 무리들이 날뛰고 있습니다. 우리의 투쟁으로 광복을 이루지 못한 탓에 사악한 무리들을 청산하지 못했습니다.

<백범, 거대한 슬픔>은 그 지독한 슬픔을 우리 모두가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그 슬픔이 마침내 하나의 힘으로 응집하여 진정한 광복을 이뤄내기를.


"대한민국 임시 정부는 거창한 것이 아니었다.

드높여 과시할 만한 휘황한 깃발이 아니었다. 쫓기고 쫓겨나고 뭍에서 물에서 이리저리 피난하며 가까스로 지켜온 찢겨진 깃발이었다.

누더기였다. 하지만 그러하기에 더욱 내릴 수 없는, 피와 땀과 눈물로 얼룩진 투쟁의 상징이었다.

이십육 년의 세월이 그렇게 흘러 백범 김구는 대한민국 임시 정부가 되었다.

대한민국 임시 정부는 백범 김구가 되었다."   (296p)

 

 

 

           < 서대문형무소 역사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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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미술관 - 그림 속 숨어있는 이야기,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문하연 지음 / 평단(평단문화사)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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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은 추억의 공간이죠.

오래 간직하고 싶은 것들을 따로 모아두는 장소.

가끔 꺼내볼 때 즐거워지는 것들.


<다락방 미술관>은 다락방처럼 숨은 재미가 있는 미술 에세이예요.

저자는 10년간 미술을 감상하고  미술 서적을 읽으면서 미술 및 예술 분야의 전문 기고가가 되었다고 해요.

미술을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 즐기고 감상한 사람이라는 점.

저는 그 점이 마음에 들어요. 미술작품은 아는 게 아니라 느끼는 거니까.

이 책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부터 19세기 근대미술과 20세기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와 그림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요즘들어 그림 감상이 참 좋아졌어요. 음악보다 그림이 더 마음을 움직이더라고요.

그림이 보여주는 것들.

그건 보는 사람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될 수 있어요.

학창 시절에는 미술 교과서에 실려 있는 작품들을 봐도 큰 감흥이 없었어요. 시험문제를 풀기 위한 지식으로 봤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데 똑같은 작품을 아무런 목적 없이 그냥 바라보니 그때와는 달랐어요. 이런 게 감상이구나...

이 책은 미술작품을 좀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해줘요. 화가와 작품에 대한 숨은 이야기들을 살짝 곁들이면 새로운 것들이 보이거든요.


그 중 눈에 띄는 화가는 수잔 발라동(Suzamme Valadon, 1865~1938)이에요.

와우, 수잔 발라동의 인생은 놀라운 영화 한 편이에요. 인생 이야기를 알고 그녀의 작품을 보니, 인생이 예술이고 작품이 인생이네요.

수잔 발라동의 <푸른 방>(1923)은 편안하게 파자마 차림으로 침대에 비스듬히 누워 담배를 물고 있는 여인이 있어요. 그녀가 누구인지 짐작하겠죠?  수잔 발라동의 본명은 마리 클레망틴 발라동이에요. 세탁부의 혼외자로 태어나 열 살부터 직공, 양재사, 청소부 등 온갖 일을 하다가 파리의 서커스단 무희가 되었지만 부상으로 쫓겨났어요. 그후 당대 상징주의 미술의 거장 피에르 퓌비 드 샤반의 눈에 띄어 모델이 되면서 남몰래 그림 연습을 했어요. 퓌비 드 샤반이 그녀의 그림을 보고 화를 내자 그를 떠나 르누아르의 모델이자 화가의 정부가 되었고, 겨우 열여덟 나이에 아빠가 누군지 모르는 아들을 낳았어요. 그 아들이 바로 몽마르트의 화가인 모리스 위트릴로라고 해요. 르누아르 부인에게 쫓겨난 수잔은 물랭 루주의 화가 앙리 드툴루즈 로트레크를 만났고, 그의 소개로 인상주의 거장 에드가 드가에게 미술교육을 받았어요. 수잔은 드가를 만난 그날을 '내가 날개를 단 날'이라고 회고했어요. 로틀레크는 그녀에게 '수잔 발라동'이라는 예명을 선물했고, 그녀는 평생 그 이름으로 살았어요.

수잔은 인생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여러 번 경험했어요. 수잔 발라동의 <아담과 이브>(1909)에서 아담의 모델은 아들의 친구였던 초보 화가인 앙드레 위테르였어요. 그림 속 이브는 자신을, 아담은 위테르의 얼굴로 그렸어요. 여성 누드 모델을 남성 화가가 그리던 시대에, 남성을 누드 모델로 그린 최최의 여성 화가인 거죠.

26세인 아들 위트릴로와 함께 살던 이혼녀 수잔은 44세에 23세인 위테르와 사랑에 빠졌고, 동거하다가 1914년 정식으로 그와 재혼했어요. 이 세 가족은 각자 창작을 하고 힘을 합쳐 작품 판매를 하며 먹고 살았어요. 그러나 결국 둘은 갈라섰고 수잔은 리옹의 작은 마을로 이사해 조용히 작품 활동을 하며 말년을 보내다 1938년 영면에 들어갔어요.


"예술은 우리들이 증오하는 삶을 영원하게 만든다."  (136p)


불꽃 같은 사랑도 언젠가는 꺼지고 말죠. 그러나 예술작품은 남아 있어요. 수잔 발라동은 평생 사랑하듯 예술을 했던 것 같아요. 그녀가 행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뜨겁게 사랑했다는 건 알 것 같아요. 우리는 예술가들처럼 아름답고 멋진 작품을 남길 수는 없지만 그러한 작품을 통해서 인생의 깊이를 느낄 수는 있어요.

과거 역사를 보면 여자는 늘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그 재능이 묻히고 말았어요. 그래서 이 책에 소개된 여성 화가들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녀들의 존재야말로 예술작품이라고 생각해요. 한 인간으로서, 예술가로서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어요.

프리다 칼로의 <인생이여 만세>처럼... 그녀는 죽기 전 마지막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고 해요.


"이 외출이 행복하기를 그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기를..."  (27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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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 - 무시하기엔 너무 친근하고 함께하기엔 너무 야생적인 동물들의 사생활
사이 몽고메리.엘리자베스 M. 토마스 지음, 김문주 옮김 / 홍익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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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도 점점 바뀌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어딘가에서는 끔찍한 동물 학대와 도살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인간이 동물을 비롯한 생명체에 대해 무지하기 때문에 벌어진 폭력입니다.


<길들여진, 길들여지지 않은>은 두 명의 저자가 함께 쓴 동물 이야기입니다.

사이 몽고메리와 엘리자베스 M. 토마스가 처음 만난 건 30년도 전의 일입니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자연의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혼의 단짝이라는 걸 알았다고 합니다. 먼저 다음의 질문에 당신의 대답은 무엇인가요?

"인간은 생각하고 사랑하고 느끼는 지구상의 유일한 생명체인가요?"  (12p)

대부분 당연히 그렇다고 배웠습니다. 인간은 동물들 중에서는 가장 똑똑한 존재니까.

그런데 엘리자베스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합니다. 인간이 인식을 발전시켜온 유일한 포유동물이라고 여기는 것은 우리의 오만이자 완전한 착각이라고.

사이 역시 인간중심적인 우월감에 의문을 품는 엘리자베스의 세계관에 깊이 공감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이 책을 통해서 우리와 동물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거짓된 장벽을 무너뜨리고 좀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우리에게 가장 친근한 개와 고양이의 숨겨진 사생활부터 차근차근 알려줍니다. 인간처럼 말하지 못할 뿐 개와 고양이는 어떤 면에서는 인간보다 더 현명합니다.

후천적으로 장애를 얻게 된 동물들, 예를 들어 다리나 시력, 청력을 잃은 동물들을 관찰해보면 새로이 인생을 시작하듯 즐겁게 삶을 이어갑니다. 장애로 인해 우울증에 빠지거나 불행한 것 같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장애를 가진 동물들을 측은하게 여기면서 안락사 시켜버리는 게 낫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기형의 다리를 가지고 태어난 강아지 페이스는 사람처럼 뒷다리로만 걷고 달리는 법을 배웠습니다. 페이스는 2008년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불굴의 의지가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줌으로써 시청자들을 감동시켰습니다.

수의사인 니콜라스 도드맨은 <소파 위 반려동물>이라는 책에서 우리가 흔히 문제행동이라고 부르는 동물들의 문제가 심리적인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합니다.동물들이 그런 행동을 하는 원인이 인간의 문제와 상당히 유사하거나 완전히 일치함을 밝혀냈습니다. 동물들의 뇌도 인간의 뇌와 똑같이 작동한다는 것, 즉 동물들에게 사고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는 동물들에 대한 편견을 끝내자고 말합니다. 엘리자베스는 새와 포유동물, 물고기, 일부 연체동물, 그리고 심지어 곤충들도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이와 엘리자베스는 채식주의자로 살아왔습니다. 자신의 접시 위에 놓인 고깃덩어리를 볼 때면 이건 누구였을까 생각하기 싫다고.

문득 이 책을 읽으면서 영화 <옥자>가 떠올랐습니다. 산골 소녀 미자에게 10년간 함께 지낸 옥자는 가족인데, 세상은 그저 식탁에 올릴 슈퍼돼지 취급을 합니다. 인간이 동물을 어떻게 바라보느냐, 그 시점이 중요합니다. 생명의 소중함이란 생명을 가진 모든 것에 해당됩니다. 그런데 유독 인간만 차별합니다. 인간과 동물 사이에 더 우월함을 따지더니, 인간끼리도 경쟁하며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동물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얼마나 동물에 대해 모르고 있는지, 잘못된 편견을 갖고 있는지를 깨닫게 해줍니다.

야생동물 중 하이에나의 경우를 보면, 죽은 동물을 먹고 산다고 알려져서 혐오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습니다. 하이에나들은 먹이의 60퍼센트에서 95퍼센트를 사냥으로 얻는다고 합니다. 놀랍게도 우리의 상상과는 달리 사자가 하이에나로부터 먹잇감을 훔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합니다.

생물학자 케이 홀캠프는 하이에나에 대한 인간의 혐오는 이들이 우리와 너무나 다르다는 이유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녀는 오랜 시간을 들여 하이에나를 연구하며, 이런 고정관념을 없애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동물들의 세계를 배울 수 있는 유익한 수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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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듣고 있어요 - 혼자인 내게 그림이 다가와 말했다
이소라 지음 / 봄름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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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찌릿찌릿 텔레파시가 통한 줄 알았어요.

"혼자인 내게 그림이 다가와 말했다.

지금 내가 듣고 있어요."

이럴 땐 이렇게 말하죠. "내 말이~~"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어요. 그림이 주는 위로와 격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열네 명의 화가를 소개하고 있어요. 단순히 작품 해설을 해주는 게 아니라 화가의 작품과 삶을 이야기로 들려주고 있어요.

그 화가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캔버스에 담아냈어요. 각각 전혀 다른 작품 세계를 보여주지만 한 가지 공통된 메시지가 있어요.

그건 바로 '내가 나를 사랑하는 한, 누구도 내게 상처 줄 수 없다'는 것.

만약 이 책이 아니라 다른 어딘가에서 그림들을 봤더라면 어땠을까요.

제가 받는 느낌은 똑같이 좋았을 거예요. 좋은 건 좋은 거니까.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놓쳤을 거예요. 화가들의 삶, 그들이 견뎌낸 시련과 고통...

그러니까 우리 눈 앞에 놓인 아름다운 그림들은 화가가 자신의 고통을 승화해낸 결과물인 거예요.


저자는 그림을 통해 다음의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어떤 말들이 당신을 힘들게 하나요?"

"어떤 순간들이 당신을 괴롭게 하나요?"


세라핀 루이(1864~1942)는 프랑스 화가예요.

세라핀이 한 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일곱 살이 되기 전에 아버지도 눈을 감고 말았어요.

어릴 때부터 이런저런 잡일을 하며 생활하다가 열일곱 살 나이에 중산층 가정 식모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의지할 곳 하나 없던 세라핀이 유일하게 위안을 얻었던 곳은 성당이었어요. 성당의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는 세라핀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어요.

그녀는 단 한 번도 미술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지만 예술적 열망이 불꽃처럼 피어올라, 식모살이로 번 푼돈으로 물감을 사서 그림을 그렸어요.

세라핀의 그림은 원색적이고 원시적인 이미지들과 싱싱한 꽃송이와 과일들, 스테인드글라스를 닮은 형상들이었어요.

독일 출신의 미술 평론가이자 화싱이었던 빌헬름 우데는 친구의 집을 방문했다가 세라핀의 그림을 보고 감탄했어요. 그림을 그린 사람이 친구 집의 가정부인 세라핀이라는 사실을 알고 더욱 놀랐어요. 세관원이었던 앙리 루소의 재능을 알아보고 적극 지원한 사람도 바로 우데였다고 해요. 우데의 만남 이후 세라핀은 전시회를 열 수 있었고, 난생처음 풍족한 생활을 하게 되었어요. 값비싼 미술 도구로 마음껏 자유롭게 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그러나 1930년, 전 세계를 강타한 대공황으로 타격을 입은 우데는 더 이상 세라핀을 지원할 수 없게 되었어요. 이때부터 세라핀은 극도로 불안정해졌어요. 그 와중에도 세라핀은 붓을 놓지 않았어요. 이웃 사람들은 세라핀에게 미천한 여자가 무슨 예술이냐며 비난했다고 해요. 차갑고 비정한 현실 앞에서 세라핀을 구원해준 건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캔버스였어요. 세라핀의 꽃그림은 굉장히 열렬한 감정이 느껴져요.

세라핀의 생애를 알고 그녀의 작품이 보니 그녀는 행복한 예술가였던 것 같아요. 불행한 현실을 뛰어넘는 예술의 경지.

남들 시선 때문에 진짜 나를 놓치고 있다면 세라핀의 그림을 한 번 보세요.


책 속 그림들 중 제 마음을 사로잡은 건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예르의 공원」(1877년)과 찰스 커트니 커란의 「선릿 골짜기」(1920년)이에요.

싱그러운 꽃향기를 내뿜을 것 같은 꽃길을 지나서 산으로 올라간다고 상상해보세요.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허리에 손을 얹고 아래를 내려다 봐요.

답답했던 마음이 후련해지는 것 같아요.

이러저러한 이유들과 좋지 못한 상황들 때문에 울적하고 속상할 때가 있을 거예요.

그럴 때 산책하거나 등산을 하면 좋겠지만 당장 움직일 수 없다면 그림을 보면서 저 그림 속에 내가 있다고 상상하는 거예요.

그림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억지로 상상하지 않아도 그림과 하나되는 느낌 드는, 그런 그림이 있어요. 내 마음의 소리를 듣고 있는 듯한 그림.


이 책은 다정한 친구와 함께 화가와 그림 이야기를 나눈 것 같아요.

낯선 화가의 삶이 알게 되면서 그의 작품이 얼마나 아름답고 소중한지를 깨달았어요.

그림이 보여준 순간, 찰나의 아름다움을 통해서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지금 이 순간, 나는 참 행복하구나."

나를 힘들게 했던 말들과 괴로웠던 순간들이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가버렸나봐요.

남은 건 사랑이네요. 사랑하는 나,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사랑하며 보낼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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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의 땅 1부 1 : 흩어진 무리 용기의 땅 1부 1
에린 헌터 지음, 신예용 옮김 / 가람어린이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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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의 땅>은 에린 헌터의 새로운 모험 판타지 동화예요.

전작 <전사들>을 흥미롭게 읽었던 터라 이 작품 역시 기대가 컸어요.

와우, 놀라운 동물의 세계가 펼쳐져요.

주인공은 어린 사자 스위프트컵이에요. 왠지 사자가 등장하면 자연스럽게 디즈니 영화 '라이온 킹'을 떠올리게 되네요.

음, 큰 맥락은 비슷하다고 볼 수 있어요. 용기의 땅에서 스위프트컵의 아빠 갈란트는 가장 힘세고 용감한 사자예요.

스위프트컵은 정식 이름이 아니에요. 위대한 사자 갈란트는 아들에게 엎드리라고 명령했어요. 그리고 선언했어요.

"지금부터!

이 사자를 스위프트컵이라 부르지 않는다. 그는 오늘 위험한 적에 용감히 맞서 무리를 보호했다.

그의 이름을 앞으로 영원히,

갈란트 무리의 피어리스라 부른다." (19p)


전작 <전사들>에서도 느꼈지만 동물의 세계에서 새로운 이름을 부여하는 방식은 굉장히 멋진 것 같아요.

스위프트컵이라는 임시적인 호칭에서 피어리스라는 정식 이름이 생기면서 피어리스는 갈란트 무리의 완전한 일원이 되었어요.

피어리스는 자신의 이름을 외치는 무리들 속에서 용기와 힘이 샘솟는 느낌을 받았어요.

"제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고 약속할게요."  (19p)

이 장면을 보면서 우리도 이러한 의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과거에는 어릴 때 아명을 쓰다가 일정 나이가 되면 부모님이 정해준 공식적인 이름을 사용하고, 더 나이들어서는 자신이 지은 호를 썼잖아요.

지금처럼 태어나서 하나의 이름으로 쭉 사는 것보다는 뭔가 성장하거나 굉장한 변화를 겪을 때 새로운 이름을 갖을 수 있으면 멋질 것 같아요.

이름이 진짜 그 사람의 본질을 담아낼 수 있을테니까.


평화로운 갈란트 무리를 향해 세 마리의 사자가 다가왔어요. 그 중 가운데 가장 큰 사자는 갈란트가 쫓아낸 사자의 자식이었어요. 바로 타이탄.

타이탄은 무리 없이 떠돌다가 갈란트를 찾아와서 싸움을 걸었어요. 무리의 지도자와 일대일로 싸우는 것이 규칙이에요.

갈란트는 몸을 구부려 타이탄에게 머리를 들이받았고 타이탄이 휘청거리며 넘어지는 순간 앞발을 들어 내리쳤어요. 갈란트의 승리였어요.

그런데 비겁하게 타이탄의 부하들이 덤벼들어 갈란트의 양쪽 옆구리를 발톱으로 찔러버렸어요.

엄마 스위프트가 울부짖었어요. 타이탄은 자연의 법칙을 어겼고, 그때문에 갈란트는 목숨을 잃고 말았어요. 타이탄은 엄마 스위프트뿐 아니라 갈란트의 후계자 피어리스와 베일러까지 죽이려고 했어요. 엄마 스위프트는 피어리스와 베일러에게 도망가라고 소리쳤어요. 피어리스는 너무 놀라 도망가다가 발을 헛디뎌 가파른 비탈로 미끄러졌어요.

바위에 부딪쳐 정신을 잃은 피어리스... 눈을 떴을 때는 주변에 아무도 없었어요.

놀랍게도 피어리스가 깨어난 장소는 커다란 나무 위 둥지였어요. 어쩌면 독수리의 둥지일지도 몰라요. 어떻게 내려가야 할지 몰라서 허둥대느라 붙잡았던 나뭇가지가 그만 부러졌어요. 으아악! 땅에 떨어지나봐~~ 그때 뭔가가 그의 목덜리믈 움켜쥐며 다시 안전한 둥지에 올려줬어요.

피어리스를 구해준 낯선 동물의 정체는 바로 개코원숭이, 이름은 스팅어였어요. 스팅어는 어린 사자 피어리스를 팔에 끼고 나뭇가지 사이를 유연하게 뛰어넘더니 발을 딛기 안전한 땅으로 데려가줬어요. 스팅어는 자신의 무리를 '빛나는 숲 무리'라고 했어요. 주변의 개코원숭이들에게 피어리스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어요.

"난 위대한 영혼이 널 우리에게 보냈다고 생각해.

이 새끼 사자는 하늘에서 떨어졌어요. 이름은 피어리스.

별의 아이죠. 우리 무리에 행운을 가져다줄 거예요."   (42p)

정말 다행스럽게도 개코원숭이들이 피어리스를 받아줘서 함께 생활하게 되었어요. 어린 개코원숭이 쏜과 머드는 피어리스의 좋은 친구예요. 물론 피어리스가 사자라는 이유로 몹시 싫어하는 너트도 있지만.

용기의 땅에는 위대한 어머니가 있어요. 사자를 제외한 모든 동물들을 평화롭게 중재하며 도움을 주는 존재예요. 사자는 위대한 어머니를 따르지 않는 동물이라서 다른 동물들과도 함께 하지 않아요. 사자에게 다른 동물들은 그저 먹잇감이니까. 그런데 피어리스는 특별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위대한 어머니를 찾아가요.


제목처럼 용기의 땅은 주인공 피어리스라는 어린 사자가 어떻게 자신의 운명을 용기있게 개척해가는지를 그려내고 있어요.

동물의 왕으로 군림하는 사자가 아니라 함께 우정을 나누는 사자 피어리스를 통해서 용기의 땅은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어요. 그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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