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 - 마음과 행동을 결정하는 사회적 상황의 힘
로버트 치알디니.더글러스 켄릭.스티븐 뉴버그 지음, 김아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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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고 지루한 사람을 만나면 단 5분도 견디기 힘들죠.

반면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과의 만남은 시간 가는 줄 몰라요.

고무줄 같은 시간의 비밀은 단순해요. 새로운 자극이 주는 흥분, 즐거움, 재미.

글쎄, 사람이 아닌 책도 똑같더라고요.

이 책은,『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디니의 최신작이라는 것만으로도 설렜어요.

와우, 직접 실물을 영접하니 벽돌 같은 두께에 놀랐어요.

그러나 진짜 놀라웠던 건 이 책을 펼친 이후 벌어진 상황이에요.

소설도 아닌 전공서적을, 이토록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니.

세 명의 저자는, 사회심리학을 제대로 알릴 진정한 틀을 개발하기 위해 모였고, 다양한 접근법을 틀을 드디어 찾아냈어요. 

그 결과물이 바로 이 책이에요.

사회심리학에 대해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아직 사회심리학을 모른다, 관심 없다는 사람이라면 일단 서점에 가서 실물책을 펼쳐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전공 서적에 대한 편견이 깨질 거예요. 그리고 곧 사회심리학이라는 분야가 학자들만의 영역이 아닌 우리 모두의 영역이란 걸 알게 될 거예요.


이 책에서는 각각의 사회적 행동을 사람(Person), 상황(Situation), 사람과 상황의 상호작용(Interaction)이라는 3가지 요소로 나누어, 그 안에 어떠한 목표가 내재되어 있는지 살펴보고 있어요. 이때 사회적 행동 모델이 되는 인물이 등장해요. 연구 실험에 참여한 익명의 인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아는 유명인이에요.

사회심리학의 어려운 이론을 유명인의 실제 사례에 접목하니 더욱 흥미롭게 집중하게 되네요.

『해리포터』의 작가 J.K.롤링은 왜 기부 천사가 되었나?

미국 시민권 운동의 상징이 된 마틴 루서 킹은 무엇이 평범한 그를 비범하게 만들었을까?

보수적인 공화당원이었다가 진보적인 민주당원이 된 힐러리 클린턴은 차세대 리더일까, 탐욕스러운 권력가일까?

희대의 사기꾼으로 알려진 페르디난드(프레드) 월도 데마라 주니어는 정체가 드러난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가 돌아오기를 바랐다고 해요. 뭇사람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훔친 사기꾼의 비밀은 무엇일까?

저지르지도 않은 살인을 자백한 사나이 피터 라일리, 과연 거짓 자백이 가능했던 설득의 메커니즘은 무엇일까?

평범한 대학생 스티브 하산은 왜 사이비종교(통일교)에 빠졌을까?

인도의 영국인 포로수용소에서 탈출한 하인리히 하러는 어떻게 달라이라마와 돈독한 관계가 되었을까?

스물두 살 프리다 칼로와 마흔두 살 디에고 리베라의 전쟁 같은 사랑의 실체는 무엇일까?

유대인들을 살린 일본인 스기하라 지우네의 위대한 희생, 왜 사람들은 타인을 도울까?

희대의 살인마 찰스 맨슨과 지금까지 악명 높은 맨슨 패밀리, 무엇이 그들을 희대의 살인마로 만들었는가?

KKK 단원 C.P.엘리스와 시민권 운동가 앤 애트워터의 놀라운 반전, 그들은 어떻게 진짜 친구가 되었을까?

조직의 치부를 폭로한 내부 고발자들의 최후 - FBI의 콜린 롤리, 엔론의 셰런 왓킨스, 월드컴의 신시아 쿠퍼 - 조직은 왜 그런 형편없는 결정을 내렸을까?

이탈리아와 방글라데시의 상반된 미래, 사회적 딜레마는 왜 생기는가?

마틴 루서 킹, 세기의 연설 뒤에 가려진 이상한 음모 - FBI 국장이 왜 킹 목사에게 그토록 강력한 개인적 공격을 가했을까? 케네디 형제는 왜 후버의 음모에 협조했을까? 킹은 왜 가까운 친구들과 자신을 갈라놓으려는 후버의 계획에 순순히 굴복했을까? 이 일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각자 개인적 동기에서 움직인 가운데 어떻게 그토록 어마어마한 사회적 변화가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이러한 유명인의 사례는 기본적인 연구 방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줘요. 사회적 행동의 연구 방법은 범죄 수사와 비슷한 점이 있다고 해요. 수사관이 의문점에 대해 목격자와 면담을 하고, 범행 동기를 찾고, 다양한 용의자를 배제해나고, 증거를 탐색하는 등 일련의 절차를 밟듯이, 사회심리학자는 가설을 세우고 사회적 행동의 근거를 찾는 연구를 하는 거죠. 사회심리학은 심리학의 다른 영역뿐 아니라 여러 기초과학과도 연결된, 통섭의 학문이라고 해요. 또한 인간 탐구, 일상의 수수께끼를 푸는 열쇠라는 점에서 정말 매력적인 분야인 것 같아요. 



"이 책은 기본적으로 전공 서적이다.

대학 강의실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강의할 때 사용되는 전문 학술 도서인 셈이다.

사회심리학이라는 분야 자체가 심리학으로 한정 짓기에는 다루는 영역이 너무나 넓기 때문이다.

사람과 사회에 대해 궁금한 이들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게 바로 사회심리학이다.

게다가 임상 및 상담, 발달, 교육심리학을 비롯해 가장 딱딱하다는 신경심리학과 인지심리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심리학 연구들을 망라하는 것 또한 사회심리학의 역할이자 책임이다.

... 이토록 어려운 일을 그 누구보다도 잘해낸 최고의 적임자들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로버트 치알디니, 더글러스 켄릭, 그리고 스티븐 뉴버그.

... 심리학도가 아니라도 늘 곁에 두며 참조하고 곱씹어볼 내용들로 가득찬,

가장 지혜로운 심리학자들이 인류와 사회에 대해 들려주는 과학적인 이야기들이 지금 시작된다.

전공 서적 같다는 선입견만 버리시라. 

그럼 그 열매는 인생에 두고두고 남을 만큼 달콤하고 귀할 것이다."  

      - 아주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심리학 교수 김경일, 추천의 글  (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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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 히가시노 게이고 에세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김은모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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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에세이입니다.

바나나우유 속에 바나나 대신 바나나향이 들어있듯이, '과학?'이라는 책은 과학 대신 과학이 스며든 현대인의 삶이 들어있습니다.

사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은 읽어봤지만 에세이는 처음입니다.

이 책은 2003년부터 2005년 사이에 《다이아몬드 LOOP》와 《책의 여행자》라는 잡지에 연재한 짧은 에세이를 묶은 것이라 합니다.

원래 과학을 소재로 코너를 기획했던 모양인데, 과학자가 아닌 작가이다보니 과학 이야기는 곧 일상 이야기가 된 것 같습니다.

당연한 결과물이며 독자로서는 환영할 만한 합니다.

우리와 동떨어진 과학의 세계, 전문적인 과학자의 시선이 아니라서 좀더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과학지식이나 정보를 다루지는 않지만 과학기술 발전으로 우리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나를 탐색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과학기술은 추리소설을 변화시켰는가" 에서는 휴대전화의 보급으로 추리소설의 트릭에 영향을 받았다고 이야기합니다.

전화나 카메라같이 자잘한 물건만 추리소설에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교통기관의 발달도 무시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근데 정말로 큰 영향을 받는 것은 소설 전개 방식이라고 합니다. 추리소설은 보통 소설과는 달리 치밀한 계산 아래 인물들이 움직이는데, 휴대전화의 등장으로 중요 인물이 아깝게 엇갈리거나 연락할 수 없는 상황을 연출하기가 몹시 까다로워졌다는 겁니다. 또한 인터넷 보급으로 이전에는 상상도 못할 신종범죄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작가가 현실을 앞질러 소설 속에서 새로운 범죄를 예견하는 일은 극히 드물지만 그저 뒤따라가기만 해서는 안 될 거라고 2003년에 말했는데 벌써 2020년 인공지능 시대를 살고 있으니... 지금 작가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수학은 무엇 때문에?"에서는 소설 취재차 메이지대학교 수학과 마스다 교수님을 만난 이야기를 해줍니다. 저자는 대학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수학 관련 강의를 들었고, 늘 궁금했다고 합니다. 수학 연구자들은 왜 수학자가 되려고 한 걸까. 마스다 교수님의 답변은, 어릴 적부터 수학을 좋아했다고, 단지 그뿐이랍니다.

이공계 출신인 저자에게 수학은 어디까지나 전기공학 문제를 풀기 위한 도구였지, 그 도구를 직접 만들겠다는 발상은 없었다고. 하지만 생각해보면 누군가 만들어주었기 때문에 우리가 그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겁니다. 컴퓨터고 휴대전화고 수학이라는 도구가 없었다면 발명하지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대학에서 수학 강의 수는 해마다 줄어들고, 교수님이 보기에도 최근 학생들의 학력이 현저하게 저하됐다고 하니, 저자는 왜 국가가 이렇게 수학을 경시하는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수학에서 멀어지는 원인은 그들을 둘러싼 환경에 있다고 말합니다. 수학을 무엇때문에 공부해야 하는지, 부모나 교사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어떤 인기 연예인은 당당하게 수학은 필요없다고 단언하면서, 더 나아가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은 괴짜라고 놀리고 수학을 싫어하는 자신들이야말로 정상이라고 떠드는 분위기라는 것.

인류가 발전하려면 수학의 진보가 필수적이므로 누군가는 연구해 그 수준을 높여가야 합니다. 

저자의 해법은 수학에 재능이 있는 사람을 찾아내기 위해서라도, 모두에게 수학을 가르쳐야 걸러낼 수 있다는 겁니다. 우리나라도 똑같은 상황이라서 수학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합니다. 우리도 수포자라는 말은 없애고 수학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이공계는 장점인가"에서 저자는 이과 출신 작가라는 점에서 업계의 이질감을 이야기합니다.

얼마 전까지 추리소설을 대상으로 한 모 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 있으면서, 과학적인 모순이 있는 작품에 대해 지적했는데 뜻밖에도 다른 심사위원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은 작품에 과학적인 모순이 있는지 없는지 나만큼 연연하지 않는다고 느낀 건 이때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작가의 작품 중 시간 여행을 소재로 한 작품을 드라마로 만드는 과정에서 프로듀서와 각본가는 과학적으로 불가능한 장면을 연출하려고 했답니다. 작가는 절대 안 된다고 했고, 서로 절충안을 찾다가 결국 그 장면을 삭제했답니다. 이때 한 가지 교훈을 얻었는데, 과학에 무지한 프로듀서와 각본가는 그 무지함 덕분에 멋진 결말을 구상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이과 출신 작가라서 과학이란 틀에 너무 얽매였던 게 아닌가라는 자기 반성이었지만, 오히려 독자 입장에서는 작가의 이과적 경험과 지식 그리고 꼼꼼함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판타지 소설이야 얼마든지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겠지만 추리 소설만큼은 과학적인 요소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에서 이공계는 장점인 것 같습니다.

과학이라는 단단한 뿌리 위에 문학의 꽃을 피워내는 히가시노 게이고, 그가 일본보다 한국에서 더 인기를 얻는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일본에서 시작된 혈액형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는데, 여전히 믿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그런 걸 싫어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는데, 안 믿는다는 사람들도 속설에 영향을 받는 걸 보면서 잘못된 고정관념을 바꾸기는 하늘의 별 따기나 다름없다고 말합니다. 

일례로, 혈액형 성격 판단을 믿는 친누나에게 어느날 이런 이야기를 해보았다고 합니다.


"누나는 O형이고 매형은 AB형이잖아. 그럼 아이는 A형 아니면 B형이야.

즉 누나 부부는 부모와 성격이 다른 아이밖에 못 낳는다는 소리인데, 그건 이상하지 않아?"

그러자 누나는 전화 너머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구나! 요새 아이들 마음을 통 모르겠어서 고민이었거든.

모르는 게 당연하네."

괜한 소리를 했구나 싶어 후회했다.  

     《책의 여행자》2005년 5월호   (194-19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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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보이
가쿠타 미쓰요 지음, 이은숙 옮김 / 하다(HadA)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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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요?"라고 묻는 책.

<마마보이>는 여덟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세상에 엄마 없이 태어나는 사람은 없어요. 그래서일까요, 왠지 엄마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특권을 가진 사람 같아요.

여덟 편의 이야기 속 엄마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인데, 이상하게도 다른 듯 같다는 기분이 들어요.

<파슬리와 온천>의 엄마는 타인의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악의를 느끼는 매우 부정적인 사람이에요. 어릴 때 엄마는 레스토랑에서 요리에 곁들여 나온 파슬리는 절대로 먹지 말라고 했는데, 그 파슬리는 손님이 남긴 것을 재사용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아직 어린 나는 먹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파슬리는 먹는 것이 아니라고 믿게 되었어요. 지금 엄마는 병원에 입원 중인데 나에게 자꾸 이상한 이야기를 해요. 온천지 여관에서 아가씨의 춤을 보았다니...엄마의 망상은 어쩌면 접시 위 파슬리와 같은 게 아닐까요. 그러면 내가 지금까지 봐 왔던 세상은 나 자신이 본 것이 아니라 엄마의 눈으로 본 한 장의 천 같은 것이 아닐까, 갑자기 불안해졌어요.

내가 결혼하지 않은 것은 엄마를 봐 왔기 때문이에요. 결혼이란 것이 얼마나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지, 사람은 다 악의로 가득 찼다고 엄마에게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기 때문이에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미대에 가지 않고 여대에 진학한 것도, 스물두 살 때부터 8년간 직장을 세 번 옮긴 것도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했기 때문이에요.

죽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이제야 깨달았어요. 나도 뭔가에 매달리듯이 모두 엄마 탓으로 돌리지 않으면 지금의 나 자신을 긍정할 수 없다는 걸. 만일 그런 탓을 할 수 없게 된다면 나에게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요. 

주인공 나의 경우처럼 극단적인 성격의 엄마가 아니어도, 엄마 손에 자란 사람들은 엄마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요. 그가 유독 약해서 엄마에게 끌려간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엄마 앞에서는 약해지는 부분이 있어요. 애증의 관계, 사랑하는 동시에 미워할 수밖에 없죠. 엄마와의 육체적인 연결고리는 태어나는 순간 탯줄이 잘리면서 끝난 것 같지만 정신적인 연결고리는 더욱 견고하게 이어지는 것 같아요. 자녀의 입장에서 그 고리를 끊는다는 건 마치 엄청난 배신 같아서 혹은 불안해서 끊어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나 홀로서기, 한 인간으로서 독립하려면 부모와의 고리를 끊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어른이 된 자녀에게 시시콜콜 모든 걸 간섭하는 부모라면, 그 연결고리는 사랑보다는 집착으로 변질된 것일 수도 있어요. 세상에 마마보이와 마마걸이 존재하는 이유겠지요.

엄마의 파슬리와 온천으로 인해 주인공 나는 씁쓸하지만 적나라한 현실을 마주하게 됐어요. 자신은 더 이상 엄마 말에 끌려다니는 어린애가 아닌 걸, 비로소 어른이 되는 아픔을 겪게 된 거죠.

이 책에 등장하는 엄마는 수많은 엄마들의 모습 중 일부분을 보여주고 있어요.

모성애로 똘똘 뭉친 희생적인 엄마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엄마들 덕분에 오히려 엄마라는 틀을 깨고, 인간 대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어요. 아무도 '엄마'라는 존재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어요. 엄마도 한때는 아이였고, 여전히 여자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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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라일락
이규진 지음 / 하다(HadA)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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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진 작가님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파체> 이후 두 번째 만남이라 반가웠습니다.

이번엔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영화 <신과 함께>를 떠올리게 하는 판타지라서 놀랐습니다.

정말 영화를 보듯이 이야기 속에 빠져들어 읽었습니다. 혼자만의 상상이지만 주인공에 어울리는 배우를 캐스팅하여 나만의 영화를 찍었습니다.

누구였는지는 비밀!

아마 다들 읽고나면 자신만의 주인공 얼굴을 상상하게 될지도... 누가봐도 첫눈에 반할 만한 미모.

주인공 윤석진은 스물여덟 나이에 죽음을 맞았고, 끝도 없는 시험과 고난의 길을 거쳐 천국의 문 앞에 도착했습니다.

그때 불쑥 블루진을 입은 사내가 다가오더니 자신은 수호천사라면서, 아직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석진이 그동안 있던 곳은 연옥으로, 이십 년 동안 지상에서 지은 죄를 씻었습니다.

그런데 아직 한 가지 죄가 남았기 때문에 그 죄를 씻기 전에는 절대 천국에 들어갈 수 없다는 겁니다.

마지막 남은 죄는, 석진이 자신의 아들을 혼자이게 한 죄라는 것, 그 죄에 대한 보속은 직접 그 아이를 돌봐야 된다는 겁니다.

석진이 당황할 수밖에 없는 건 아들의 존재 자체를 몰랐기 때문입니다. 이런 몹쓸, 무책임한 남자같으니라고!

천사가 허공을 향해 손을 뻗자 대형 모니터가 나타났고, 화면에는 꽃집인 듯한 실내에 소년 하나가 보였습니다. (오호! 하늘에도 첨단기술이~ 이른바 천공기술!)

아, 누구지? 

생의 모든 기억 속에 한 여인이 떠올랐습니다. 자신에게 주문한 꽃을 가져다주던 작고 초라한 꽃집 아가씨 라혜진.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처럼, 석진은 크리스마스 이브에 자신의 아들이 있는 세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아들의 이름은 라일락.

석진은 꽃집으로 들어가 자신의 아들을 와락 끌어안으며, "안녕, 라일락! 내 아들!"이라고 외쳤습니다.

깜짝 놀란 일락은 석진을 밀쳐냈습니다. 

사실 석진의 외모는 많아봐야 서른 살로 보이는데 다가, 완전 꽃미남이었으니... 일단 일락은 아버지 석진을 닮지 않았다는 점.

만약 아버지와 똑닮았다면 서로 보자마자 알아봤을텐데. 

스무 살이 된 일락은 3년 전 엄마가 세상을 떠난 후에 혼자 꽃집을 운영하며 하루하루 버겁게 살고 있었습니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석진이 갑자기 일락의 눈앞에 나타나서 내가 니 애비다, 라고 우기며 같이 살게 되면서 별별 일들이 벌어지는데....

뻔한 설정일 수도 있지만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석진과 일락 이외에도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약간의 미스터리를 포함.

타고난 꽃미남 윤석진은 생전에 수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기만 했을뿐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겉으로는 친절하고 다정했지만 속마음은 그들의 사랑을 가볍게 여겼습니다. 일락의 엄마 혜진과도 스치는 인연이었기 때문에 자신의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것입니다. 물론 일락이 태어나기 전에 석진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지만.

혜진은 죽을 때까지 첫사랑 석진을 마음에 품고 사랑했습니다. 일락에게는 아빠가 죽었다고 얘기했지만 일락은 언젠가 아빠가 찾아올 날을 꿈꿨습니다.

그래서 천사는 석진에게 아들 일락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좋은 아빠가 되어 아들의 진실한 사랑을 받으라는 미션을 준 것입니다.

우리는 절대로 겪을 일이 없겠지만 (내 수호천사는 어디있는겨?) 석진을 통해서 또 한 번의 삶이 준 기적, 그 사랑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기에도 짧은, 봄날에 핀 라일락... 그 향기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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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행복한 삶 - 일상을 위로하는 법정 스님의 향기로운 가르침
김옥림 지음 / MiraeBook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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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금생에 저지른 허물은 생사를 넘어 참회할 것이다.

내 것이라고 하는 것이 남아 있다면

모두 맑고 향기로운 사회를 구현하는 활동에 사용하여 달라.

이제 시간과 공간을 버리겠다.

그동안 풀어놓은 말빚을 다음 생으로 가져가지 않겠다.

내 이름으로 출판한 모든 출판물을 더 이상 출간하지 말아 달라.


장례식을 하지 마라.

수의도 짜지 마라.

평소 입던 무명옷을 입혀라.

관(棺)도 짜지 마라.

강원도 오두막의 대나무 평상 위에 내 몸을 놓고 다비 해라.

사리도 찾지 마라. 

남은 재는 오두막 뜰의 꽃밭에 뿌려라." [출처 : 중앙일보]


법정(法頂) 스님의 마지막 유언이라고 합니다.

2010년 3월 11일 오후 1시 51분 입적했으니 올해로 10주기가 되었습니다.

육신은 세상을 떠났으나 말씀은 남아 있습니다.


<법정 행복한 삶>은 법정 스님의 말씀을 한 문장씩 묵상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저자는 온전한 나로 살기 위해서, 기도하는 마음으로 한 자 한 자 이 책을 썼다고 말합니다.

법정 스님의 맑고 향기로운 가르침뿐 아니라 동서양의 철학적인 지혜를 들을 수 있습니다.

마치 법정 스님의 말씀이 마중물처럼 느껴졌습니다.

다들 어떻게 살고 싶으냐고 물으면, 행복한 삶을 이야기합니다.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까요.

법정 스님은 행복의 비결이란 필요한 것을 얼마나 갖고 있느냐가 아니라 불필요한 것에서 얼마나 자유로워져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했습니다.

이 말인즉슨 우리가 집착과 탐욕에서 벗어나, 마음을 비워내어 자유로워지라는 것입니다.

쉽지 않은 일입니다.

매일 먼지를 털고 얼룩을 닦아내듯이, 마음도 갈고닦는 과정을 통해 더 나은 자신이 될 수 있습니다.

새삼 이 책을 읽으면서 법정 스님의 가르침을 떠올렸습니다.

나이가 먹을수록 내 삶의 주인답게 잘 가꾸고 관리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좋은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날마다 새롭게 피어나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곁에 두고 수시로 읽어야 될 것 같습니다.


 꽃이 꿀을 품고 있으면

 소리쳐 부르지 않더라도

 벌들은 저절로 찾아간다.

     법정

  - 그대가 곁에 있어도 -


... 영국의 극작가이자 시인인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이렇게 말했다.

"꽃에 향기가 있듯이 사람에게도 품격이란 것이 있다. 

그러나 꽃도 그 생명이 생생할 때에느는 향기가 신선하듯이

사람도 마음이 밝지 못하면 품격을 보전하기 어렵다.

썩은 백합꽃은 잡초보다 오히려 그 냄새가 고약하다."  (36-3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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