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것들
이다빈 지음 / 아트로드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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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것들>은 이다빈 작가님의 산문집이에요. 

내밀하게 묻어두었던 상실의 아픔, 그 솔직한 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본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스스로 묻게 됐어요.

나는 무엇을 잃어버렸는가?

저자는 '잃어버린 나'를 깨닫고, 나를 찾아 떠난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잃어버린 것들, 한때는 소중했던 것들이 세월이 흐르면서 점점 기억 속에서 사라져가요.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은 처음과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것 같아요.

사랑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사랑이 어느 순간 미움과 질투심으로 바뀌는 걸 보면.

그러나 어떤 사랑은, 그 사랑하는 존재를 잃는 것만으로 살아갈 이유를 상실하게 돼요.


"그와 나는 갈림길에 놓였다.

부모를 등지고도 그토록 당당했던 나는 무너지고 말았다.

그와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다를 거라고 생각했다.

... 자식을 잃었을 때 붙잡고 있던 마음을 놓아버렸다.

보이지 않는 올가미가 나를 덮치고 있었다.

...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사람이 

내 마음에서 떠나가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이었다."  (24-25p)


12년 전 금강에 딸의 유골을 뿌리고 난 후 딸이 좋아할 만한 절을 우연히 알게 되어, 

그 절에서 2주 가량 머물면서 매일 아침 토함산 위로 떠오르는 해를 보며 떠나간 아이를 위해 기도를 했다고 해요.

다시 그 절로 향하는 길에 어둠 속에서 이정표는 보이지 않고, 유턴하기 싫어서 무조건 앞으로, 앞으로 발을 내딛었다고 해요.

그때 한하운 시인의 '가도 가도 황톳길'이라는 시가 떠올라, 마치 자신의 처치 같았다고.


가도 가도 황톳길

숨 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 지나도

수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토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절름거리며 가는 길

    (104p)


삶을 부여잡는 일, 괴롭고 고통스럽다고 해도 놓지 않아야 다시 살아낼 수 있어요.

저자가 선택한 방법은 여행과 사진이었어요.


"성북동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니 '尋牛莊'(심우장)이라는 문패가 발목을 잡았다.

'소'는 불가에서 잃어버린 본래 자리를 말하는 것이고,

심우장은 인간의 본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심우도'에서 따온 말이다.

동쪽으로 난 대문을 들어가니 만해 한용운이 직접 심었다는 향나무가 보였다.

마당에 서니 텅빈 포만감이 느껴졌다."   (132p)


살면서 참 많은 것들을 잃어버렸고, 속상했고, 슬펐고 괴로웠어요.

하지만 마냥 잃어버리기만 한 건 아닌 것 같아요.

잃어버린 본래 자리가 어디인가?

오직 내 것이라 여겼기 때문에 상실의 아픔이 더욱 컸던 것인지도.

'내 것이라는 집착에서 벗어나는 순간 나와 아이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했어요. 

삶에서 하나의 문이 닫히면 언제나 다른 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누구나 처음부터 알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고통과 죄의식의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야 하니까...


이 책 속에는 여러 장의 사진들이 실려 있어요.

우리 주변 일상의 풍경 속에 덩그라니 놓인 '어떤 것'을 찍은 사진이에요.

장갑 한짝, 쓰레기 더미 속 곰인형, 곱게 접은 종이학 하나, 길거리에 떨어진 열쇠꾸러미, 찌그러진 농구공, 찢어진 우산...

버려진 어떤 것들의 존재가 너무 쓸쓸하고 외롭게 느껴졌어요.

우리가 사랑하는, 소중한 무엇을 잃어버렸다고 해서, 자기자신까지 잃어버려선 안 돼요. 

어차피 빈 손으로 태어난 우리는, 단 한 가지 '나'를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살아갈 수 있어요. 살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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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그
파드레이그 케니 지음, 김래경 옮김 / 위니더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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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입스위치(*영국 동부, 서퍽 주의 도시)에 있대."

책 상자를 풀던 페니가 고개를 들어보니 아빠가 자기를 향해서 전화기를 흔들고 있었다. (13p)


페니와 아빠 그리고 남동생 데이비드는 지금, 런던에서 알브리지(*영국 웨스트 미들랜드에 있는 도시)로 이사를 왔어요.

새집은, 아니 이사 온 집은 완전히 낡아빠진 집이에요. 거의 수십 년간 사라이 살지 않았으니...

원래는 엄마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집이었는데 두 분이 엄마한테 물려주셨대요. 당시에도 허물어질 것 같은 집이었는데, 엄마는 딱히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페니는 엉성한 데다 사방이 각진 이 집이 마음에 들었어요. 아빠는 자신의 건축 기술을 적용해서 집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이 있지만 페니와 데이비드는 아빠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런던에 남는 편이 더 쉬웠을텐데. 그런데 지금 이 집을 보니 어쩐지 페니는 아빠가 무슨 생각이었는지 조금 알 것도 같았어요. 손이 많이 가고 시간도 오래 걸릴테니까, 어쩌면 그 편이 아빠한테, 모두한테 좋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어요.

<포그>의 첫 장면이에요.

앗, 진짜 첫 장면이 아니라 사람들이 등장하는 첫 장면이라는 거예요. 포그는 사람이 아니거든요. 포그 으뜸부족이에요.

포그 입장에서 보면, 사람은 키 큰 부족민이에요. 반대로 사람이 포그를 발견한다면 아마 깜짝 놀랄 거예요.

작은 갈색 털북숭이 포그는 기껏해야 키가 60센티미터가 될까 말까 하거든요. 혹시나 무슨 생쥐로 착각했다간 큰 코 다칠 걸요.

포그는 키 큰 부족과 다르게 생겼을 뿐이지 대대로 결계를 지켜내는 포그 수호자 부족이에요. 으뜸부족이라 똑똑하고 용감하면서도 겸손하죠.

아주 오래 전부터 포그 럼프킨은 괴물들이 사는 세계와 연결된 통로를 결계로 막아놓고, 괴물들이 나오지 못하게 지키는 임무를 해 왔어요.

얼마나 결계를 잘 쳤는지, 사람들이 그것도 모르고 그 위에 집을 지었던 거예요. 

바로 그 집에 페니 가족이 이사를 왔어요.

30년 전 포그 럼프킨은 숲 속에서 길 잃은 한 여자아이를 만났고, 안전하게 집까지 데려다 줬어요.

여자아이는 포그에게 웃으며 고맙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우리 또 만날 거야?"라고 물었죠. 

"넌 혼자야?"라는 질문에 포그는 흠칫했어요. 목구멍이 찌릿 아팠지만 웃으며 고개를 저었어요.

"지금 혼자 아니다."  (9p)

여자아이가 손을 흔들어 작별인사를 했어요. 그것이 마지막이 될 줄은, 포그는 몰랐어요. 

보름도 되기 전에 여자아이는 자신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그 집을 떠났거든요. 

포그는 다락에서 지내며 오랜 세월 지켜온 약속을 저버리지 않고 밤중에 숲속을 순찰했어요. 

영원 같은 시간을, 어둠 속에서 혼자 보냈지만 포그는 혼자가 아니었어요. 기다렸으니까.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 그들을 만났어요.

 

페니의 아빠가 전화기를 흔들면서 엄마는 입스위치에 있다고 했을 때, 잠시 오해를 했어요. 이혼을 했나보다...

그러나 곧 알게 됐어요. 배달원이 도착해서, 자신들의 실수로 물품이 잘못 배송되어 창고로 갈 뻔 했다며 장황한 설명을 했어요.

페니는 두 팔을 쭉 뻗으며 이렇게 말했어요.

"네, 네, 잘 알겠고요, 근데 이젠 우리 엄마 좀 저한테 주실래요?" (20p)

배달원은 깜짝 놀랐다가 농담이라고 생각했는지 씩 웃었지만 페니의 눈빛을 보더니 얼굴이 이내 구겨졌어요. 남자가 반걸음 뒤로 물러났어요. 아마 페니를 정신병자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저도 살짝 의심했어요. 엄마가 몸이 작아져서 저 속에 숨어 있나? 무슨 마법이 숨겨져 있나?

"네?"

"제발 우리 엄마 좀 달라고요." 페니의 말투에서 노여움이 묻어났어요. 이쯤 되면 페니가 화내는 이유가 분명 있는 건데, 뭘까요?

남자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싹 가셨고, 얼른 페니에게 상자를 건넸어요. 외딴 숲 속에 있는 낡은 집에서 어떤 소녀가 정색을 하면서 이상한 소리를 한다면, 당연히 공포감을 느끼겠죠?  이럴 때는 신속하게 퇴장하는 게 상책인데... 웬걸, 페니는 서류에 서명하기가 무섭게 남자가 안녕히 계시라고 인사할 틈도 없이 문을 쾅 닫아버렸어요.

페니가 상자를 살짝 들어 올리면서, "엄마 왔어요." 라고 말했어요. 정말이지, 이 장면을 보면서 소름이 돋았어요. 상상도 못했거든요. 

그 상자 안에는 청동 유골단지가 들어 있었어요. 엄마는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저 유골단지 안에 담겨 있었던 거예요.


와우, 처음부터 너무 셌네요.

신비로운 숲의 수호자 포그 럼프킨의 등장과 30년 뒤에 나타난 그들(페니, 데이비드, 아빠).

30년 전에 포그가 만났던 그 여자아이는 바로 페니의 엄마였어요. 그리고 이제 페니와 데이비드는 다락방에 숨어 있던 포그를 만나게 돼요.

영화 같은 첫 장면에 완전히 매료되었어요.  

엄마를 잃은 슬픔에 가족 모두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결계를 풀고 튀어나온 괴물 그리블디가 나타나서 사람의 기억을 빨아먹으려고 했어요. 다행히 포그가 그리블디를 지팡이로 후려갈겨서 자루 안에 넣었어요. 그리블디는 꼭 사람같이 생긴 얼굴에 다리가 여덟 개 달린 누런색 괴물로, 키 큰 부족(사람)이 만지는 물건에 깃든 기억을 먹고 살을 찌워요. 놈들은 특히 강력한 기억을 좋아하는데, 고통으로 가득 찬 기억이 그런 편이에요. 그래서 페니의 가족들이 목표물이 된 거예요. 

엄마는 페니와 데이비드가 잠들기 전에 침대 곁에서 무섭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어요. 엄마는 무엇이든 다리가 많이 달리고 역겹게 생긴 데다가 못된 짓을 하는 걸 그리블디라고 불렀어요. 사악한 의도로 어둠 속에서 기어 나오는 것을 가리키는 단어인데, 포그를 만나기 전까지는 엄마가 지어낸 말인 줄 알았어요. 포그 덕분에 엄마와의 추억을 어렵사리 떠올릴 수 있었어요. 포그 역시 페니와 데이비드 덕분에 외롭지 않았어요. 이제 포그는 정말 혼자가 아니라 페니 가족과 함께였어요. 

결계 너머에서 스멀스멀 괴물들이 나와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앗, 엄마의 유골단지까지 노리는 괴물들...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두근두근, 끝까지 마음을 사로잡는 이야기였어요. 인간의 슬픔과 고통을 놀라운 판타지 세계로 그려내고 있어요. 어린이동화로 분류된 것이 실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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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의 완벽한 탈출 하늘을 나는 조랑말 케빈의 모험
필립 리브 지음, 사라 매킨타이어 그림, 신지호 옮김 / 위니더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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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의 완벽한 탈출>의 주인공은 당연히 케빈이죠.

케빈이 누구냐고요?

바로 조랑말, 그냥 조랑말이 아니고 하늘을 나는 조랑말이에요.

앗, 그럼 조랑말을 타고 있는 소년은 누구죠?

케빈의 가장 친한 친구 맥스예요.

우와, 하늘을 날 수 있다니 얼마나 신날까요?


맥스와 케빈은 범블포드 동네에 있는 아파트 맨 꼭대기 층에 살아요. 케빈은 옥상에 있는 둥지에 살고요.

어느 날 오후, 조랑말 케빈은 방학을 앞두고 옥상에서 기분좋게 건초를 야금야금 뜯어먹고 있었어요.

그때 어디선가 비명 소리가 들렸어요.

알고보니 맥스의 누나 데이지가 텔레비전에서 미스티 트위글렛이 범블포드에 있는 글룸즈버리 농장으로 이사한다는 소식을 듣고 흥분해서 꽥꽥 소리를 질렀던 거예요.

미스티 트위글렛은 데이지가 가장 좋아하는 팝 스타거든요.

딩동! 초인종이 울렸어요.

찾아 온 사람은 미스티의 매니저 버즈 검션이에요. 

그는 미스티가 자신의 정원에서 키울만한 흥미로운 동물을 구해달라고 부탁했다면서, 케빈을 팔라고 했어요.

그러자 엄마가 말했어요.

"우리는 케빈을 팔지 않아요."

데이지도 거들었어요.
"케빈은 우리 친구예요."

단호하게 거절하자, 버즈는 가족 전부를 미스티의 새로운 집에 초대하겠다고 제안했어요.

직접 둘러보면 케빈이 그곳을 더 좋아할 거라면서.

사실 데이지는 그 집에 가고 싶었지만 부모님이 오늘 저녁에는 맥스가 수영대회를 나가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말했어요.

그날 저녁, 맥스는 수영대회 참가하러 갔고, 엄마 아빠는 응원하려고 함께 갔지만, 데이지와 케빈은 집에 남아 있었어요.

케빈은 지난번 말썽 때문에 수영장에 들어갈 수 없었거든요.

데이지는 자기 방에서 미스티 앨범을 듣다가 문득 맥스가 쓰레기통에 버린 버즈 명함을 꺼내왔어요.

미스티 트위글렛은 데이지가 이 세상에서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이에요. 그런데 집에 초대받고도 못 간다는 게 너무 속상했어요.

사실 미스티는 동물들한테 친절한 걸로 유명했어요. 그러니 뭐가 위험하겠어요?

그래서 데이지는 케빈에게 미스티의 새로운 집에 가보자고 했어요.

비스킷을 좋아하는 케빈은 아까 버즈와의 대화에서 그 집에 비스킷이 많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좋다고 했죠.

드디어 글룸즈버리 농장에 있는 대저택에 도착했어요.

버즈가 나와서 데이지와 케빈을 미스티에게 데려갔어요. 미스티는 새로운 집의 비밀통로를 보던 중이었어요.

직접 눈앞에 있는 미스티를 보니, 사진이나 영상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작았지만 그래도 사랑스러웠어요.

미스티는 케빈을 보자 반가워 하며 코에 뽀뽀를 해주었어요. 미스티는 데이지에게 케빈이 좋아하는 음식 목록을 전부 적어달라고 했어요. 

그리고 미스티는 스케줄 때문에 가봐야 한다고 했어요. 데이지는 사인을 해달라고 부탁했어요. 

순식간에 버즈가 핑크색 펜과 종이 두 장을 가져왔어요. 미스티는 종이에 이렇게 썼어요.

"내 멋진 친구 데이지에게.

케빈을 데려와줘서 고마워!

  미스티 트위글렛 xxx"  

데이지는 다른 종이에 자기 이름을 정성껏 썼어요. 이윽고 미스티는 벌떡 일어나 데이지를 꼭 안아주고는 서둘러 나갔어요.

그 뒤에 버즈가 집사 럼프해머에게 데이지를 집에 데려다주라고 하는 거예요.

데이지는 감사하지만 자신은 케빈을 타고 집으로 날아갈 거라고 말했어요.

버즈는 좀전에 데이지가 사인한 종이를 들어 보이면서, 하늘을 나는 조랑말 케빈을 버즈 기업에 넘겨주겠다는 계약서에 사인했으니 데려갈 수 없다고 했어요.

이런 못된 사기꾼 같으니라고!


글룸즈버리 농장에는 호수 너머에 높은 울타리를 쳐 놓은 정원이 있어요. 그 안에 갇히게 된 케빈은 이상한 괴물들을 만났어요.

괴물들은 사실 케빈과 똑같은 마법의 동물들인데, 버즈랑 그 팝 가수에게 속아서 여기에 갇히게 됐던 거예요.

집에 돌아온 데이지는 동생 맥스에게 미스티 집에 갔던 얘기를 털어 놓았어요. 엄마한테는 절대 말할 수 없다면서 맥스에게 둘이 같이 케빈을 구하러 가자고 했어요.

밤 동안에 몰래 가서 케빈을 구하고, 케빈을 타고 집으로 날아오면, 엄마 아빠는 케빈이 없어진 줄 모를 거라고 말이죠.

과연 데이지와 맥스의 케빈 탈출 작전은 성공할까요?

정말 기상천외한 작전이 펼쳐져요. 무엇보다도 케빈의 완벽한 탈출에는 숨은 비밀이 있거든요. 케빈과 친구들 모두 정말 멋져요. 

이 책을 읽고나면 멋진 친구들이 생길 거예요. 언제든지 보고 싶으면 책을 펼쳐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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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유혹 - 유혹하는 언어는 설렘과 떨림과 끌림이 있다
도명수 지음 / 렛츠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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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보자마자 피식 웃음이 났습니다.

'유혹'이라는 단어때문에, 왠지 유혹당한 것 같아서.

신기하게 어떤 단어와 만나도 '유혹'은 유혹적인 것 같습니다.

저는 언어의 힘이 강력하다고 여기는 사람입니다. 그러니 언어의 유혹에 빠질 수밖에...


<언어의 유혹>은 유혹하는 언어를 통해 삶의 변화를 원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유혹하는 언어'입니다.

저자는 수많은 책을 읽으면서 '사람이 책을 통해 변한다'라는 사실에 주목했다고 합니다.

책이 우리를 변화시키는 이유는 저자의 생각이 담긴 지식뿐만 아니라 저자의 언어 선택 때문이라는 걸 깨닫고,

그때부터 마음을 끌어들인 언어, 즉 유혹하는 언어를 찾아나섰다고 합니다.

첫 단계는 한 권의 국어사전을 펼치는 일이었습니다. 국어사전 16만 개의 언어 중에서 유혹하는 언어 7,648개를 찾아냈습니다. 

이것만도 대단한 일인데, 더 나아가 7,648개의 유혹의 언어를 모아서 '행복어 사전'을 편찬했습니다.

또한 '행복어 사전'에서 유혹의 정도가 높은 3,000개를 추출하여 '한글삼천리'를 제작하고,

'한글삼천리'에서 가장 유혹적인 두 글자 1,000개를 뽑아 '한글천어문'을 만들었습니다.

책에 '한글천어문'에 담긴 이천 자가 나와 있습니다. 

'가능'에서 시작해 '힘껏'으로 끝납니다. 모두 5페이지, 소리내어 읽는데 15분 정도 걸렸습니다. 단 두 글자로 된 단어를 읽는 것인데 읽는 것만으로도 그 단어가 가진 긍정의 기운이 느껴졌습니다. '낭만'과 '방긋', '생긋'을 말하면서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갔습니다.

저자는 매일 유혹하는 언어가 있다면, 그 언어에 몰입하여 외부에서 스멀스멀 밀려드는 헛소문과 험담을 차단하고 오늘을 그 언어가 유도하는 방향으로 자신을 이끌 수 있을거라는 생각에서 '365행복수첩'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행복어사전'이 아니라 '365행복수첩'인 이유는, 그 내용이 단순히 유혹하는 언어만 모아놓은 것이 아니라 매우 특별한 틀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365행복수첩'은 인생의 네 기둥인 사주(四株)에 비유하여, 365일에서 1~3월은 초년, 4~6월은 중년, 7~9월은 장년, 10~12월은 말년으로 나누어 각 연령대와 관련된 유혹의 언어로 칸을 채웠습니다.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일년을 일생의 주기처럼 1월 : 뿌리(한국성), 2월 : 육체(나의 꼴), 3월 : 정신(생의 준거 틀) ... 9월 : 미래(신천지를 향해) ... 12월 자연(생의 종착역)으로 각 달마다 주제에 맞는 언어가 일수에 맞게 정해져 있습니다.

매일 하루를 시작하면서 '365행복수첩'을 본다면 오늘의 언어 덕분에 긍정적인 생각뿐 아니라 스스로를 돌아보는 성찰의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이러한 365개의 언어 중 인생을 뒷받침할 가장 핵심적인 언어 10개를 추출하여 '핵심열어'가 탄생했습니다.


가족 . 감사 . 사랑 . 스승 . 열정 . 자유 . 책 . 친구 . 행복. 희망 


그리하여 저자만의 유혹하는 언어 5단계, 

즉 ①《행복어 사전》, ②《한글삼천리》, ③《한글천어문》, ④《365행복수첩》, ⑤《핵심열어》가 완성되었습니다.

결국 이 책은 저자의 노력으로 탄생한 유혹하는 언어에 빠져드는 방법을 알려주는 안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요즘처럼 험담, 비방, 욕설 등 부정적인 언어들이 넘쳐나는 시대에 긍정적 언어의 확산은 시급한 문제입니다. 

<언어의 유혹>은 긍정적 언어의 확산을 위한 해결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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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바다 - 공지영 장편소설
공지영 지음 / 해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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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 

2020년 공지영 작가님의 신작 <먼 바다>는 이루지 못한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늘 그렇듯이 공지영 작가님의 소설 속 주인공은 현실 어딘가에 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어쩐지 자꾸만 작가님의 얼굴을 떠올리게 됩니다.

아마도 이런 착각을 하는 독자가 저 혼자만은 아닌가 봅니다.

작가의 말을 통해, "이런 말을 해야 하는 처지가 슬프지만 이 소설은 당연히 허구이다"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만큼 <먼 바다>는 생생하게, 주인공의 마음 속으로 우리를 끌고 갑니다.

첫사랑이라는 먼 바다에 다다르기 위하여.

누군가에겐 실감나지 않는, 너무 막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첫사랑을 단순히 연애의 기억이 아닌 오직 '사랑'에 초점을 맞춰본다면...


주인공 이미호는 40년 만에 첫사랑을 만나러 뉴욕에 가는 길입니다.

과연 그녀에게는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 40년이 지나도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것들도 분명 있었다.

그날 그가 했던 말들.

... 그때 인생은 그녀에게 운명의 다트를 던지라고 강요하는 듯했다.

그녀는 그것들을 아직도 잘 기억하고 있었다. 

아니 애써 기억하고 있었다기보다는 어린 시절 친구네 집 풍경들처럼 그렇게 자연스럽게

그때의 기억들은 그녀에게 수동태로 머물고 있었다.

오히려 가끔은 그녀가 그 기억들을 잊어버리려고 애쓴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 기억들은 그녀를 떠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그것은 수동태가 옳았다."   (18-19p)


#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 (Gymnoedies)>

음악은 참으로 놀라운 힘을 지닌 것 같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기쁨을 주고, 때론 위로가 되기도 합니다.

가장 멋진 건 음악에 새겨진 기억들입니다. 그 음악을 즐겨듣던 시절이 떠오르고, 사람이 생각나고, 그때의 감정이 밀려옵니다.

주인공 미호에게 에릭 사티의 <짐노페디>는 고1의 첫 크리스마스, 그 밤에 그가 연주하던 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


"... 천천히 마치 망설이는 것처럼 <짐노페디>의 선율이 울릴 때,

누르던 손가락이 잠시 머뭇거리던 그 찰나찰나,

그는 그녀를 보라보며 미소 지었다. 

피아노 한 음마다 별 하나가 떠서 그녀의 가슴으로 와서 박히는 듯했었다.

빛나고 아팠다."  (226p)


책을 다 읽고나서야 음악을 들었습니다.

미호가 '빛나고 아팠다'라고 했던 그 마음이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느리고 비통하게, 느리고 슬프게, 느리고 장중하게.

아름답고도 슬픈 피아노 선율이 두 사람의 이야기 같아서.


# 마르가리타(Margrita)

스무 살이 되고 처음 칵테일 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마르가리타는 특이하게 글라스 주위에 소금이 둘러쳐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이 칵테일에 관한 이야기는 나중에 들었습니다.  

"마르가리타"는 라틴어로 진주를 뜻하고, 스페인어로는 데이지(꽃)를 뜻하는 단어라고 합니다.

저한테 마르가리타는 스무 살의 나를 떠올리게 합니다. 칵테일에 취했던 그날, 제법 기분 좋았던...

그러나 주인공 미호에게 마르가리타는 진짜 마르가리타였습니다. 


"혹시 프로즌 마르가리타가 가능한가요?"

"프로즌 마르가리타, 데킬라 베이스인데 좋아하나 보지?"

"네, 좋아해요. 그날의 서해바다 빛깔 같아서."

"... 나는 프로즌 마르가리타 이야기를 할게요.

마르가리타는 1949년인가 로스앤젤레스의 한 바텐더가 고안해 냈대요.

젊은 시절 사랑했던 여자가 죽었고 그 이름이 마르가리타였다고 하네요.

그녀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이 칵테일을 만들었죠.

어쩌면 그녀가 이런 빛깔의 바다에서 죽었을까? 

혼자 생각해 보곤 했어요. 


마르가리타 마을에서 또 한잔 하며 보내는 하루

사라진 소금 쉐이커를 찾는데

누군가 어느 여인 탓이라 하네.

하지만 난 알지.

그건 그냥 누구 탓도 아니야."    (224-225p)


# "No day shall erase you from the memory of time."

  (시간의 기억에서 당신을 지우는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주인공 미호는 뉴욕 맨해튼의 9/11 메모리얼 파크에서 위의 문장을 보게 됩니다.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 버질이라는 사람의 시구절.

우리에게는 첫사랑뿐 아니라 떠나간 모든 사랑이 닿을 수 없는 저 먼 바다 같습니다.

결코 지울 수 없는, 지워지지 않는 기억들이 우리를 아프게 하지만 그 고통조차 감내하게 만듭니다.

<먼 바다>는 철썩철썩 파도처럼 밀려와 가슴 한 켠을 저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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