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수생각 : 그러니 그대, 부디 외롭지 마라 광수생각 (북클라우드)
박광수 지음 / 북클라우드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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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광수생각을 참 좋아했어요.

어수룩해 보이지만 허를 찌르는 한 마디.

그리고 세월이 꽤 흘렀네요.

《광수생각 : 그러니 그대, 부디 외롭지 마라》는 《광수생각》시리즈 마지막 이야기라고 해요.

스물아홉 살에 처음 만화를 그렸던 청년은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되었어요.

많은 것들이 변했어요.


제 머릿속에 남아 있는 광수생각 에피소드가 하나 있어요.

"사랑은 사과입니다.

처음 우리가 사과를 깎을 때

우리들은 얼마나 정성을 들입니까.

하지만

사과도 그렇듯이

사랑은 신경써서 돌보지 않으면 

금새 변색되어 

처음의 모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사과처럼...

사과를 깎을 때, 칼로 사과를 한번 "탁!" 치고 깎는 이유를 아십니까?

이유인즉 사과를 기절시키고 깎겠다는 깎는 이의 배려인 것입니다."

이걸 기억하는 이유는, 당시 퍽 실망스러웠기 때문이에요.

왜 하필이면 사랑을, 껍질 벗긴 사과에 비유했나 싶어서.

누군가에게 사랑은 나무인 것을... 계절따라 모습은 바뀌어도 늘 그 자리에 서 있는.

그런데 이젠 알 것 같아요. 사랑을 뭐라 하든, 사랑이 변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 거라고.


이 책을 보면서 지나온 세월과 지금의 나를 생각했어요.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

아무리 이러쿵저러쿵 떠들어도 인생은 알 수 없어요, 사랑도 알 수 없어요.

어쩐지 광수생각을 읽다보면 의식의 흐름 따라 너무 멀리 가버리는 것 같아요. 

한꺼번에 생각이 몰려들어 그랬나봐요.

흥얼흥얼 옛 노래를 부르게 되네요.

"~~ 그대 작은 가슴에 심어준 사랑이여

상처를 주지 마오 영원히

끝도 시작도 없이 아득한 사랑의 미로여 ~ ♩♪"


마지막 광수생각에서는 "영원하자던 약속"을 이야기하네요.

도마뱀 한 마리가 꼬리 잘린 채 저만치 가버렸어요.

"나는 너와 한몸이었다. 언제나

그렇게 너와 나는 함께 영원

하리라고 믿었었다.

너와 한몸이라고 믿었던

나는 너의 꼬리였다.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자

넌 망설임도 없이 나를 

자르고 떠나갔다.

넌 다시 꼬리가 나오고

그래서 나를 잊겠지만,

난 한때 분명 너의 일부였다.

영원히 변하지 않을

꼬리만이 알고 있는 진실.

그리고 기억.

-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광수생각 EИD."  (200p)


안녕, 광수생각!

변해가는 모든 것들과 함께 너도 잘 가렴.

영원을 꿈꾸던 아이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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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술술 풀리는 말습관의 비밀 - 재미있게 따뜻하게 사려 깊게 나의 언어를 가꾸는 법
노로 에이시로 지음, 신찬 옮김 / 꼼지락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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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술술 풀리는 말습관의 비밀>은 인간관계 개선을 위한 말습관을 알려주는 책이에요.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상황별 대화법이 48가지 말습관 법칙으로 정리되어 있어요.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말하는 법, 대화가 이어지는 사람이 말하는 법, 똑똑해 보이는 사람이 말하는 법, 왠지 편안한 사람이 말하는 법, 왠지 화를 낼 수 없는 사람이 말하는 법, SNS가 재미있는 사람이 글 쓰는 법까지 자신에게 필요한 대화법을 골라서 배워볼 수 있어요.

사실 말이라는 게 하루 아침에 바뀌지는 않지만 꾸준히 노력한다면 충분히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이 어떻게 말하는지부터 알아야 해요.

원래 친한 사람들과의 대화는 별 문제가 없는데, 아무래도 일적인 부분이나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대화가 늘 어려웠던 것 같아요.

비즈니스 대화법으로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에서는 각 법칙마다 두 가지 유형으로 비교할 수 있게 보여주고 있어요.

《법칙 33》은 "왠지 편안한 사람은 상대방이 아는 체하게 만든다 VS 왠지 거북한 사람은 자신이 아는 체한다"예요.

대개 '아는 체'라고 하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데, 저자는 아는 체를 요령 있게 잘 활용하면 대화를 보다 더 풍성하게 가꿀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이때 반드시 지켜야 할 대원칙이 있는데, 상대방이 먼저 아는 체하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에요. 누구나 아는 체하고 싶은 분야가 있기 마련이니 옆에서 '지금이 찬스예요!'라는 뉘앙스로 말할 기회를 주면 된다고 하네요. 상대가 이야기하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니까 해당 지식이 자신보다 낮더라도 이야기를 끊지 않고 경청하는 태도가 중요해요. 적절한 질문과 리액션으로 분위기를 유도하는 거예요.

《법칙 34》 는 "왠지 편안한 사람은 결론을 말하지 않는다 VS 왠지 거북한 사람은 쓸데없이 결론짓는다"예요.

상대방이 회사나 이성 문제로 심각한 고민에 빠져서 이야기를 한다면 그저 맞장구쳐주고 잠자코 이야기를 들어만 줘도 충분해요.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이 포인트예요. 상대방이 대화를 통해서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대화의 본질이라 할 수 있어요. 바라는 바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면 딱 떨어지는 해결책이 있어도 말을 아껴야 해요. 

《법칙 37》은 "왠지 편안한 사람은 '어쩌다 보니......'를 강조한다 VS 왠지 거북한 사람은 '비밀인데......'를 강조한다"예요.

대화를 할 때 상대방과의 관계를 더 좋게 만드는 마법의 키워드가 몇 가지가 나와 있어요.

상대방의 마음을 여는 마법의 키워드는 "솔직히 말해서요......", "상담하고 싶은 게 있는데요......" 라고 해요. 그런데 비슷한 표현 같지만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되는 말이 바로 "이건 비밀인데요", "여기서만 하는 말인데요" 등이라고 해요. 제대로 된 비즈니스맨이라면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 얼핏 보면 미묘한 차이지만 실제 상대방 마음에는 엄청난 온도 차이가 있어요. 입에 발린 말, 신뢰가 사라지게 만드는 말은 특히 조심해야 될 것 같아요.

각 법칙마다 어떻게 말하는 것이 상대방의 마음을 열 수 있는지 알려주고 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면 말습관을 바꾸는 일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마음 개선이 필요한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아요.

맨 처음에 저자가 '자신을 바꾸는 방법'이라고 말한 이유가 뭔지, 왜 인생이 술술 풀리는 말습관인지 알 것 같아요.

예전에 어떤 아나운서가 생방송 도중 자신도 모르게 비속어가 튀어나와 낭패를 본 경우가 있었어요.

잠시잠깐 멋진 말을 꾸밀 수는 있지만 진짜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해요. 

눈치 없이 혹은 잘 몰라서 말실수를 했다면 '원래 난 말주변이 없어'라고 포기할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해요.

그 방법은 이 책 속에 들어 있어요.

지금 우리가 배워야 할 건 진심으로 나의 언어를 가꾸는 방법이에요. 내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 꽃처럼 향기롭게~ 더불어 유쾌하게 재미있게~ 바꿀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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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 - 최성애.존 가트맨 박사의, 개정판
최성애.조벽.존 가트맨 지음 / 해냄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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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이를 위한 감정코칭>을 읽은 지, 벌써 10년이 되었네요.

개정판으로 다시 만나게 되니 묘한 감정이 들었어요. 스스로 돌아보고, 다시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지난 10년 동안 가트맨 박사님의 감정코칭은 계속 진화하고 널리 전파되었다고 해요.

저 역시 감정코칭을 배우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서툴고 어색한 부모 역할을 조금씩 배워가는 과정이었어요.

감정코칭이 무엇이며, 왜 중요한지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는 마음이 남달랐던 것 같아요.

이번 책에서는 최근 가트맨 박사님이 감정코칭 교육 자료를 만드시면서 바꾼 내용이 반영되었어요.

감정코칭 5단계에서 3단계와 4단계를 바꿨는데, 원래 각 단계가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라 포함되어야 하는 요소라서 이전과 크게 달라지진 않았어요.

3단계와 4단계가 동시다발로 진행된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꾸준히 임상에 적용하여 더 효과적인 방식으로 발전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어요. 

그래서 2020년 개정판이 저한테는 더욱 뜻깊은 선물처럼 느껴졌어요.


감정코칭은 부모들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필요한 사랑과 관계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책은 감정코칭을 다양한 실제 사례를 통해 알기 쉽게 알려주고 있어요.

특히 부모들에게 감정코칭은 꼭 필요한 육아지침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의 감정을 읽고 공감해주는 일은 정말 쉽지 않아요. 실천하다고 바로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실망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평균 두세 달 넘게 노력하면 서서히 그 효과가 나타나니까 처음 감정코칭이 안된다고 포기하지 말고 계속 시도하는 것이 중요해요.

가트맨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 불행히도 약 67퍼센트의 부모가 첫 3년 동안 부부 사이가 급격히 나빠진다고 해요. 이 부분 매우 공감해요.

부부에게 아이의 탄생은 축복이지만 동시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와요. 부부 중심의 생활에서 아이 중심의 생활로 바뀌면서 부부 사이의 갈등이 시작되거든요. 이때 남편과 아내 각자가 스트레스를 받는데, 정말 안타깝게도 가장 많이 피해를 보는 사람은 아이라고 해요. 부부싸움의 최대 피해자는 부부가 아니라 아이라는 것, 따라서 아이에게 잘하려는 노력보다 부부 관계를 개선하는 노력을 먼저 해야 돼요. 부부 관계는 감정적 죠율을 통해 개선 가능하며, 감정코칭 교육을 몇 번만 받아도 관계가 아주 좋아져요.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의 행복이 두 배로 커진다는 걸 기억해야 돼요.

아이의 마음을 여는 감정코칭 대화법의 기본은 아이의 말을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태도라고 할 수 있어요.

아이와 교감하는 감정코칭 5단계는 다음과 같아요.

● 감정코칭 1단계 : 아이의 감정 인식하기

● 감정코칭 2단계 : 감정적 순간을 좋은 기회로 삼기

● 감정코칭 3단계 : 아이가 감정을 말할 수 있게 도와주기

● 감정코칭 4단계 : 아이의 감정을 공감하고 경청하기

● 감정코칭 5단계 :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하기

어릴 때는 비교적 쉽게 감정코칭 대화를 나눌 수 있는데, 사춘기에 접어들면 좀더 세밀한 감정코칭이 필요해요. 

그러니까 감정코칭도 아이의 성장 속도에 맞게 달라져야 해요. 책에 연령별 감정코칭 팁이 자세히 나와 있어요. 

사춘기 때는 매니저가 아닌 컨설턴트로 아이에게 다가갈 것. 아이의 사생활과 인격 그리고 결정을 존중할 것.

지금 제가 딱 그 시기의 부모 입장이라서 더욱 와닿았던 것 같아요.

이론적인 설명뿐 아니라 상황별 감정코칭 실제 사례가 나와 있어서 좋았어요. 나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안심도 되고, 실질적 도움이 되었어요.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말을 하는데, 부모가 되고보니 아이 키우는 일이 평생 공부인 것 같아요.

감정코칭 덕분에 행복한 공부가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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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
장폴 뒤부아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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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예요.

프랑스에 살고 있는 아버지가 미국에 사는 아들에게 편지를 보냈어요.

편지 봉투 안에는 사진 두 장뿐.

아버지의 자동차인 1969년형 트라이엄프 비테스 카브리올레의 측면 사진.

다른 한 장은 계기판의 주행기록계를 근접 촬영한 것으로, 주행거리를 마일로 표시하는 주행기록계에 '77777'이라는 숫자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어요.

그뿐이었어요. 두 장의 사진 말고는 다른 소식은 없었어요.

아버지는 아들이 마이애미에 자리를 잡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딱 한 번 편지를 보내왔어요.

그 당시 편지에는 단 한 구절만 적혀 있었어요.

'언젠가는 네가 물려받을 거다.' (30p)


<상속>은 거부할 수 없는 상속에 관한 이야기예요.

주인공 폴 카트라킬리스는 프랑스 툴루즈 출신으로 의사면허증이 있지만 환자를 진료한 적은 없어요.

미국 마이애미에서 바스크 지방의 전통스포츠인 펠로타 경기를 뛰고 있는 프로 선수예요.

스물여덟 살에 가족을 떠나 미국으로 왔고, 1983년 11월 중순부터 1987년 12월 20일까지 4년간의 시간이 가장 행복했던 시기였어요. 

이제 곧 그는 가문의 비극적인 유전자를 상속받을 참이에요.

1987년 12월 20일 일요일, 폴에게는 아버지가 보낸 사진 두 장과 바다에서 건져낸 떠돌이 개 왓슨과 함께 있었고, 프랑스영사관을 방문하여 아버지 아드리앙 카트킬리스의 부음 소식을 전해 들었어요. 사망시각은 프랑스 시간으로 어제 오후 4시 10분이라고.

아버지는 아파트 건물 4층에 거주하는 환자를 진료한 다음 곧바로 옥상으로 올라갔고 9층에서 떨어졌어요. 

아버지의 자살로 인해 폴은 혈혈단신이 되었어요. 

할아버지 스피리돈 카트라킬리스는 1974년 일흔네 살에 자살했고, 어머니의 남동생 쥘 삼촌은 1981년 쉰 살에 자살했으며, 그로부터 두달 후에 어머니 안나 갈리에니가 자살했어요. 아버지는 자신의 아내가 세상을 떠난 다음날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진료를 했던 사람인데... 아들 폴은 미국에서 지낸 4년 동안 아버지와 연락을 끊고 지냈어요.

도대체 아버지는 왜 아들에게 그 두 장의 사진을 보낸 후 자신의 삶을 끝낸 걸까요?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고, 공감할 수도 없었어요.

가족 4명이 모두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충격적인 비극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아버지의 병원을 물려받게 된 폴은 아버지의 책상 서랍에서 두 권의 수첩을 발견했어요.

가로 9센티미터 세로 14센티미터 크기의 몰스킨 검정노트.

첫 번째 수첩에는 환자의 죽음으로 끝난 열 네 건의 질병 기록이 적혀 있었어요. 

각 질병 건마다 병증의 진행과정과 함께 환자의 마지막 순간이 연월연시로 정리되어 있었어요. 

두 번째 수첩에는 그 열네 사람의 성과 이름, 나이 그리고 역시 연월일시가 적혀 있었어요. 

질병 옆에 적힌 날짜는 사망 날짜.

한 번도 말한 적 없는 아버지의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고...

그제서야 모든 게 선명하게 보였어요. 왜 말하지 않았던 건지,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들이기에 스스로 알아낼 수밖에 없었던 거예요.

이 수수께끼는 아무도 풀 수 없을 것 같아요. 죽음의 비밀이란, 저마다 다른 사연을 갖고 있으니까 그걸 알게 된다 해도 진실은 오직 당사자의 몫일테니.


문득 몇 년 전에 봤던 해외뉴스가 떠올랐어요.

영국의 70대 여성이 스위스에서 안락사를 선택했다는 내용이었어요.

25년간 함께 한 남편과 두 자녀에게 자신의 결심을 알렸고, 스위스에서 가족과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고 해요. 

자신의 장례식 준비도 직접했던 그녀의 직업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 간호사였어요.

평생 노인들을 돌봐왔고, 자신의 어머니가 비참하게 죽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에 그 전철을 밟고 싶지 않았다고 해요.

늙는다는 것이 암울하고 슬프다는 그녀는 지병도 없는 건강한 상태였는데도 스스로 죽음을 선택했어요.

그때는 굉장히 충격적인 뉴스라서 그 내용 그대로,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기억에 남았던 것 같아요. 

가족의 안락사, 과연 자살이나 다른 죽음보다 덜 충격적일까...

장폴 뒤부아의 <상속>을 읽으면서, 비로소 알게 됐어요. 그저 나만의 생각일 뿐이지만.

우리에게 죽음이란, 살아 있는 모두에게 전해질 상속이구나...

언젠가는 물려받게 될, 결코 거부할 수 없는 상속.

하루하루, 그 행복을 이야기하던 폴이 아버지의 자살과 함께 시작된 불행을 어떻게 견뎌내는지 지켜보면서... 죽음보다 오히려 삶을 더 생각하게 됐어요.

어떻게 살 것인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삶이지 죽음이 아니라고.


77777

"어째서 7이냐고?

이것이 네 번째 소수(素數), 

절대 '나뉠 수 없다는', '슈퍼 싱글'이라는 프라임 넘버이니까.

또 이 숫자는 두 번째 메르센 소수이고, 첫 번째 뉴먼생스윌리엄스 소수이고, 우달 소수, 캐롤 소수이니까."  (4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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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에서 왔니 - 탄생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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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李御寧)님은 올해 한국 나이로 77세를 맞는다고 해요.

대한민국의 대표 지성인, 달리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싶은 분이죠.

이 책은 오직 작가님의 이름만 보고 읽게 됐어요.

역시나 대단한 필력으로 우리의 탄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한국인 이야기 : 너 어디에서 왔니>는 꼬부랑 할머니가 꼬부랑 고개 열두 고개를 넘어가는 이야기라고 할 수 있어요.

옛날 옛적 갓날 갓적에 꼬부랑 할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라고 하면 상상이 되시나요?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느끼는 공통의 정서를 꼬부랑이라는 단어로 함축하고 있어요.

꼬불꼬불 꼬부랑길을 넘어 열두 고개마다 재미난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첫째 꼬부랑길은 태명 고개예요. 임신하면 뱃속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일이 당연하다고 여겼기 때문에, 이것이 한국인만의 특징인 줄 몰랐어요.

서양 문화권에는 원래 태명이 없다고 하네요. 일본이나 중국도 태명을 사용했다는 풍습을 찾지 못했다고 해요. 태명에 관한 연구 논문를 살펴보니, 태명을 한국말 그대로 'Tae-myng'이라고 표기했다는 것을 확인했고, 인터넷 답사를 통해서 태명이 한류 문화로 널리 알려졌다고 하네요.

태명은 우리 생명의 기점이 이 세상에 태어난 뒤부터가 아니라 어머니의 자궁 태내에 있을 때부터라는 걸 체득하게 해줘요. 

둘째 꼬부랑길은 배내 고개예요. 우리는 태몽과 태교를 통해 애를 잉태하는 순간부터 한 인생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어요.

태 안에서 힘차게 발길질하는 배내 아이의 태동에서 한국인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발의 반란을 본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한국인의 특성이 발에 있다는 것은 억측이 아니라고 해요. 화려한 발차기 기술의 태권도를 한자로 써보면 발과 관계된 '밟을 태跆' 예요. 반면 일본의 가라테 空手 와 중국의 권법 拳法 에는 모두 '손 수手'가 들어가요. 손은 도구를 만들어낼 수 있으나 발은 걷고 움직이고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힘이 있어요.

서구에서 태교나 태아기에 대해 관심을 가진 것이 20세기 후반 유전학의 발달과 함께였다면, 한국은 정조 때 이미 본격 태교 전문서 《태교신기》가 있었으니 거의 200년을 앞서 갔어요. 

셋째 꼬부랑길은 출산 고개예요. 출산 후 미역국을 먹는 전통은 과학적으로도 그 효용이 증명되었어요. 산모가 미역을 먹는 것은 단순한 산후조리의 이야기가 아니라 차별화된 출생관이자 자연관을 지녔다고 볼 수 있어요. 양수가 터지는 탄생의 순간, 모태 속 행복의 바다, 한국인의 마음과 이야기의 바탕에는 바다와 채집 문화의 귀중한 자연이 남아 있는 흔적인 거죠. 뜨거운 미역국을 먹으며 뜨거운 바다, 생명의 바다를 자궁 속에 채운다는 의미랄까.

넷째 꼬부랑길은 삼신 고개예요. 옛날 이야기에 동해 용왕의 딸과 명진국 공주가 등장해요. 누가 삼신할미가 되느냐를 놓고 겨루었는데 명진국 공주가 이겨서 세상에 아기 낳는 일을 맡게 되었고, 용왕 딸은 저승 할머니가 되어 죽은 아이들을 볼보게 되었대요. 삼신 할미가 아기 볼기를 때려 엄마 몸 밖으로 내보냈는데 이때 생긴 퍼런 자국이 몽고반점이라 불렀다고 하죠. 몽고반점은 잘못 붙인 이름이에요. 영어권에서는 출생 마크라는 말이 있으니 굳이 몽고라는 말에 구애될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도 유독 한국에서만 자랑스러운 대접을 받는다고 하네요. 서양 사람들에게는 신체 부위에서 가장 혐오하는 엉덩이라는 점에서 몽고반점은 멸시의 대상이라고 하네요. 

다섯째 꼬부랑길은 기저귀 고개예요.

요즘 사람들 중에 기저귀를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기저귀만 알았지, 천으로 된 기저귀를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하네요.

전통적인 기저귀에는 아기의 똥오줌만이 아니라 그 나라 그 민족의 문화 유전자가 묻어 있어요. 이른바 '기저귀학'으로 보는 문화 이야기도 흥미롭네요.

여섯째 꼬부랑길은 어부바 고개예요. 한국인만의 포대기 문화 속에 담긴 문화 유전자는 참으로 훌륭한 것 같아요. 어부바 문화는 상생이자 사랑이라는 것.

일곱째 꼬부랑길은 옹알이 고개예요. 옹알이 말은 유아어로서 의미 이전에 소리만으로 어느 대상이나 느낌을 전달하는 일종의 태생적 배꼽말이라고 해요. 언어학자들은 이 의성어가 가장 발달한 말로 한국어를 꼽고 있어요. 한국의 옹알이말이 천 년 전 고려가요와 공당과 아리랑에서 오늘날까지 수천 년을 이어져 내려왔다는 것이 신기해요.

여덟째 꼬부랑길은 돌잡이 고개, 아홉째 꼬부랑길은 세 살 고개, 열번째 꼬부랑길은 나들이 고개, 열한번째는 호미 고개, 열두번째는 이야기 고개예요.

<한국인 이야기>는 이야기를 좋아하는 우리 자신의 탄생 비밀을 하나씩 하나씩, 곶감 빼듯이 맛나게 보여주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이어령님의 '한국인 이야기'가 집필한 지 10년 만에 투병 생활의 우여곡절 끝에 그 첫 권인 "탄생" 편《너 어디에서 왔니》가 탄생되었다고 해요.

혹독한 산고 끝에 탄생한 "탄생"이라는 점에서 존경과 감사를 느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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