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 미친 듯이 웃긴 인도 요리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현수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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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마이클 부스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될 것 같아요.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의 책을 겨우 세 권 읽었을뿐이지만 참으로 독특한 인물인 것 같아요. 

각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 기준이 있게 마련인데, 마이클 부스는 유일무이 자신만의 관점이 있는 것 같아요.

대단하다는 감탄보다는 역시나 특이하다는 신기함이랄까.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는 '미친 듯이 웃긴 인도 요리 탐방기'라고 하네요.

특별히 저자는 이 책을 중년을 향해 가고 있거나 이미 넘어선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어요. 그건 저자 본인이 중년 남성이기 때문이죠.

이번 책에서도 아내 리센이 등장하니 좀더 친근감이 느껴졌어요. 일상의 삶, 부부의 솔직한 이야기만큼 흥미롭고 공통된 주제가 또 있을까 싶네요.

아하, 음식 이야기가 있었구나.

외국인들도 아홉수라는 게 있는 걸까, 아니면 마이클 부스가 예민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서른아홉이 된 그는 중년의 늪에 빠지게 됐어요.

최근에 도시 한복판에서 시골 구석으로 이사한 것이 우울증을 일으킨 주요 원인이라고 볼 수 있어요. 1990년대 후반부터 글밥을 먹고 살면서 생활비는 급등하는데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의 원고료는 오랫동안 꿈쩍도 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깎이는 지경이니... 눈물을 머금고 도시의 삶을 포기했던 거예요. 이사하기 전까지는 평균 일주일 한 번, 인도 음식점을 갈 정도로 좋아했는데, 이제는 갈 엄두를 못낼 정도로 먼 거리에 살다보니 궁여지책으로 집에서 만들어 먹게 되었어요. 그 결과는 어설픈 흉내에 그쳤으니 점점 우울해진 거죠. 이때 아내 리센이 제안한 거예요. 남편이 우울과 알콜에 허우적대는 걸 더 이상 볼 수 없기에 특단의 조치를 내렸어요. 바로 다함께 인도 여행을 가는 것.

그러니까 이 책은 아내 덕분에 탄생한 엉뚱하고 유쾌한 인도 요리 탐방기예요.

주제는 인도의 음식과 여행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은 지지고 볶아대는 삶 그 자체가 아닐까 싶네요.

마이클 부스와 아내 리센 그리고 두 아들 애스거와 에밀이 직접 보고 느낀 인도의 모습이야말로 생생한 인도 여행기라고 볼 수 있어요.

물론 인도의 다양한 요리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네요. 그동안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명상서적을 통해 본 인도의 모습은 익숙하지만 요리 탐방을 내세운 가족 여행기는 처음 읽어본 것 같아요. 요즘은 방송 프로그램 중에 세계를 여행하는 내용이 많아져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요. 하지만 직접 여행을 가지 않는 한 현지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은 알 수가 없어요. 그런데 책을 통해서는 그 감정과 생각을 어느 정도 공유할 수가 있어요. 특히 마이클 부스처럼 솔직함을 빼면 시체라고 할 수 있는 작가라면 더욱 실감나는 현장을 엿볼 수가 있어요. 

인도 여행을 떠나기 전 중년 우울증에 허덕이며 자기계발서의 조언들을 비웃던 그가 머나먼 이국땅 인도에 가서야 '그 순간을 충실히 사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다니 매우 인간적인 면모였어요. 누구든 자신이 깨닫기 전에는 인정하지 않는 것들이 있잖아요. 뻔한 교훈에 식상하면서도 무시할 수 없는 진리가 존재한다는 걸 깨달을 때, 우리는 한 단계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 마이클 부스에게는 현명한 아내 리센이 곁에 있다는 게 주효했어요. 어린 두 아들까지 데리고 인도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멋졌어요. 실제로 두 아들에게는 인도 여행이 훌륭한 인생 공부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중년의 사춘기를 겪는 마이클 부스에게 영혼의 나라 인도는 구원을 위한 최적의 여행지였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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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다이제스트 100 New 다이제스트 100 시리즈 6
김희보 지음 / 가람기획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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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 다이제스트 100>은 인류 문명부터 현대에 이르는 세계 역사를 100가지 사건으로 정리한 책이에요.

한 권의 책으로 세계사를 다 안다는 건 무리겠지만 세계사를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으로는 좋은 것 같아요.

첫 번째 사건은 호모 사피엔스의 등장이에요. 인류가 지구상에 나타난 것은 지금부터 약 200만 년 전으로 보고 있어요. 그러나 지구상 어디에서 처음 등장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어요. 가장 오랜 인류의 화석은 아프리카의 원인猿人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인도네시아의 자바 섬에서 출토된 직립원인原人, 그리고 중국의 베이징北京 부근에서 발굴된 베이징 원인原人 등이라고 해요. 세계사 교과서 첫 페이지 내용이죠. 역사를 암기 공부로 생각하면 지루해져요. 그냥 이 책만큼은 공부가 아닌 이야기로 술술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도 읽다보니 예전에 배웠던 내용들이 떠오르면서 지적 호기심도 자극되는 것 같아요.

중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진시황제, 그의 성격에 대해 당시 학자는 "정이 결핍되어 있고, 늑대와 같이 잔인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평했다고 해요.

왜 그러한 성격을 갖게 되었을까, 그 내막은 알 수 없으나 출생의 비밀에서 그 연관성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요. 먼저 진시황제의 아버지는 누구인가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해요. 진나라에서 소양왕 40년에 태자가 사망하고, 둘째 아들 안국군이 태자로 책봉되었는데 그에게는 20여 명의 아들이 있었어요. 그중 한 명이 자초였어요. 훗날 장양왕이 된 자초는 홀대받는 신세였는데, 그를 세자로 점찍은 여불위가 극진히 우대했어요. 여불위는 그 옛날의 킹메이커였던 거죠. 자초는 여불위의 시중을 드는 예쁜 무희에 반해 자신에게 달라고 청했어요. 여불위는 내심 노여웠으나 큰 고기를 잡기 위해 무희를 자초에게 보냈어요. 사실 무희는 임신한 상태였는데 이를 숨기고 자초에게 가서 아들 정政을 낳았어요. 자초가 장양왕이 된지 3년 만에 사망하고, 그 아들 정이 진왕으로 즉위했으니 그가 바로 진시황제예요. 시황제의 어머니, 그 무희는 태후가 되었는데 은밀하게 여불위와 정을 통했어요. 그때 위기감을 느낀 여불위가 노애라는 하인을 태후에게 보냈고, 태후는 노애를 좋아하여 거처를 옮겨 아이를 둘이나 낳고 숨어 살았어요. 

시황제 9년에 이러한 내막을 고하는 자가 있었으니, 진왕은 태후를 옹에 옮겨가게 하고, 노애를 비롯한 친족과 두 아이를 모조리 죽였어요. 여불위는 목숨을 건졌으나 다음해, 촉으로 유배당할 처지에 이르자 독을 마시고 자살했어요. 막장 드라마에 나올 법한 진시황제의 비극적인 가족사를 보면서 문득 그의 부모가 달랐다면, 그가 좀더 화목한 환경에서 자랐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해봤어요. 개인적 비극이 세계 역사에 미친 영향력이랄까.

천하를 통일한 진시황제가 남긴 만리장성과 병마용갱을 보면서 그 거대하고 웅장한 모습이 경이롭다기보다는 그 뒤에 숨겨진 인간의 탐욕 때문에 경악하게 돼요.

시대가 다를 뿐이지 예나 지금이나 최고의 권력을 가진 자가 바른 심성을 갖지 못하면 그 결말은 비극일 수밖에 없다는 걸 역사를 통해 배우게 돼요.

인류 역사에서 근대 사회를 주목한 이유는 그 이상이 '사람은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다'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인권과 시민정신의 태동기라고 볼 수 있어요. 이후 현대 사회에서는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쳐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되었어요. 

아흔아홉 번째 사건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다, 즉 독일의 통일(1990년) 이야기이고, 백 번째 사건은 공산주의의 몰락, 소비에트 연방 해체(1991년) 이야기예요.

독일이 통일된지 벌써 30년의 세월이 흘렀다니, 새삼 놀랐어요. 그동안 우리는 통일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돌아보게 됐어요.

앞으로 새롭게 출간될 세계사 다이제스트 100에는 부디 우리의 자랑스러운 이야기가 세계 역사의 한 장면으로 기록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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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커티스트 언어의 예술가 - 가짜 약장수는 어떻게 약을 팔았을까?
임유정 지음, 하창완 기획 / 별하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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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Gag)는 재갈, 입막음, 사기, 거짓말, 배우가 임기응변으로 넣는 익살이라는 의미를 가진 단어예요.

지금 한국에서 많이 쓰이는 개그맨이라는 용어는 일종의 한국어식 영어(콩글리시)로 전유성님이 창시자예요.

제가 기억하는 전유성님은 창의적인 유머를 아는 독특한 인물이었어요. 언젠가부터 방송 활동은 그만두고, 직접 개그 극단을 창단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톡커티스트 언어의 예술가>의 저자 임유정님은 바로 그 개그 극단에서 일 년간 개그 트레이닝을 받고, 이후 3년간 1,000회가 넘는 개그 공연을 해왔다고 해요.

개그 공연에서 저자가 맡은 역할은 주로 MC, 약장수였다고 해요. 당연히 진짜 약을 판 게 아니라 재미난 입담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는 거죠. 개그 공연답게 가짜 약을 들고 관객들 앞에서 고무 뱀으로 뱀 잡는 시연을 했더니 가끔 진짜 약장수로 믿는 관객도 있었다고 하네요.

이 책은 자신의 개그 공연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 진짜 말 잘하는 기술을 알려주고 있어요.

한 마디로 '톡커티스트가 되는 법'이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톡커티스트(Talkartist)란 영어 단어 Talk와 Artist의 합성어로 '말로 예술하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얼마나 말을 잘하면 말로 예술을 할 수 있는지 궁금했어요. 진심은 톡커티스트가 되고 싶어서 읽었어요. 좀더 센스있게 말하고 싶어서.

과연 톡커티스트의 말하기는 무엇이 다르고, 어떤 기술들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말하기, 화법에 관한 책들은 많지만, 이 책의 특별한 점은 개그맨의 노하우, 즉 유머 한 스푼이 더 첨가되었다고 소개하고 싶어요.

개그맨의 스토리텔링 기법을 배울 수 있어요. 자신의 이야기에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법, 그 핵심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자신이어야 한다는 거예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내 이야기를 들려줘야 진정성이 부여되고 더욱 생생한 경험으로 전달될 수 있어요. 이야기의 맛을 돋우는 양념은 몸동작이나 행동, 표정, 말투 등과 같은 다양한 표현력이에요. 음, 가장 어려운 부분인 것 같아요. 사람마다 표현력의 수준이 다르니까, 그래서 개그맨은 노력도 중요하지만 일정 부분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가능한 것 같아요. 새삼 개그맨들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개그맨과 같은 톡커티스트가 되는 건 어렵겠지만 예술적인 언어기법을 어느 정도 배울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가짜 약장수는 어떻게 약을 팔았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오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가짜 약장수처럼 거짓말로 남을 속이라는 의미가 아니에요.

어떻게 말해야 상대방을 설득시킬 수 있는지, 말의 핵심을 콕콕 집어주기 위한 예시라고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가짜 약장수를 연기하는 개그맨을 떠올리면 될 것 같아요.

똑같은 상황, 대본이 있다고 해도 누가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관객의 웃음소리는 달라질 거예요.

그 답은 감정에 있다고 해요. 자신이 표현하는 것에 완전히 집중하여 몰입할수록 그 효과가 극대화되는데, 이것을 감정 싣기라고 하네요.

이야기의 감정을 싣는 방법은 말할 대상을 생각하고 그것에 대한 감정을 느끼고 그 감정을 실어 표현하는 거예요. 대화에서 감정을 실어 연기할 때 주의할 점은 내가 연기하고 있는 상황임을 확실히 인지시키는 거예요. 유머, 농담을 구사할 때 중요한 건 '적절히'와 '잘'이라고 해요.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다는 걸 명심하고 그 선을 지켜야 모두가 즐거운 대화를 할 수 있어요. 농담의 주체는 상대방이라는 것, 이걸 모르는 사람들이 말실수를 저지르곤 하죠. 제대로 농담을 구사할 줄 아는 능력자는 말의 무게와 품격을 아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제가 내린 결론은 어설픈 농담을 할 바에는 상대방 말을 잘 들어주는 것부터 실천해야겠다는 거예요. 톡커티스트 기술을 완벽히 습득하려면 시간이 필요해요. 저자의 노하우도 4년간 축적된 것이라잖아요. 말하는 연습 없이 말을 잘 하기는 불가능하니까, 지금부터 차근차근 말 연습을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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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호실의 원고
카티 보니당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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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호실의 원고>는 세상이라는 바다에 던져진 유리병 편지 같아요.

그 유리병 편지를 건져 올린 사람은 바로 안느 리즈 브리아르예요.

정확하게 말하자면 안느 리즈는 여행을 갔다가 보리바주 호텔 128호실의 침대 옆 협탁 서랍에서 원고를 발견했어요.

첫 번째 장이 끝나는 156쪽에 주소가 적혀 있어서 누군지도 모를 사람에게 편지를 썼어요. 

사실 저한테 이런 일이 생긴다면 안느 리즈의 남편과 아들처럼 그 원고를 가만히 놔 뒀을 가능성이 커요.

그런데 다 읽고 난 지금은 안느 리즈에게 굉장히 고마워요. 그녀의 모험심이 아니었다면 영영 묻혀버렸을 진실을 알게 됐으니까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안느 리즈의 마음을 흔든 164쪽 여백에 쓰여 있던 글을 읽어 보았어요.


"어쨌든 무슨 상관인가? 거짓말도 결국에는 진실의 길에 다다르지 않는가?

내 이야기가 진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결말이 다르다고 과연 의미도 다를까?

이야기가 진실이냐 거짓이냐는 상관없다. 어느 쪽이든 내가 과거에 어떤 사람이었고, 지금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잘 보여준다면.

우리는 때때로 진실을 말하는 자보다 거짓을 말하는 자를 통해 더 분명히 볼 수 있으니까."   (14-15p)


예술작품을 감상해도 단번에 감동을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저처럼 자세히 들여다봐야 그제야 느끼는 둔감한 사람도 있는 법.

인정해야 될 것 같아요. 평소라면 안느 리즈 같은 친구를 오지랖 떤다고 구박했겠지만 이제는 그 오지랖이 용기라는 걸 말이죠.

저한테는 늘 그 용기가 부족했어요. 주저하고 망설이느라 못했던 것들이 마구마구 떠올랐어요.

안느 리즈의 첫 번째 편지를 받은 실베스트르 파메도 저와 같은 사람이었어요. 그는 이 원고를 1983년 4월 3일, 몬트리올을 여행하다 잃어버렸다고 해요. 당시 스물세 살 청년이었던 실베스트르는 그 원고가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었대요. 또한 그가 쓴 부분은 156쪽까지였고, 적혀 있던 주소는 대부님의 연락처였어요. 원래 평론가 친구에게 보내려던 원고를 잃어버린 후 그의 작품 인생도 미완성인 채 30여 년이 흐른 거예요. 만약 그 원고를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인생이 어떻게 됐을까 상상해보곤 했다는 실베스트르는 현재 은둔자의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안느 리즈의 편지 한 통이 그의 마음을 열었던 거예요. 

안느 리즈는 절친 마기와 함께 128호실 원고가 어떻게 보리바주 호텔에서 발견된 건지, 소설의 뒷부분은 누가 완성했는지를 알아내기 위한 탐정 프로젝트를 펼치게 돼요.


<128호실의 원고>는 특이하게도 모두 편지 형태로 되어 있어요.

안느 리즈 브리아르가 익명의 누군가에게 보낸 첫 번째 편지를 시작으로 실베스트르는 안느에게, 안느는 친구 마기에게... 점점 편지를 주고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요.

보리바주 호텔에 원고를 둔 사람을 찾아내고, 그 사람에게 원고를 건네준 사람, 그 이전에 또 어떤 사람...

안느 리즈는 자신이 알아낸 내용들을 꼼꼼하게 편지에 적어 실베스트르에게 전해줬고, 실베스트르는 복잡한 심경을 털어놓게 됐어요. 처음에 당황하다가 호기심이 커지고, 반발하며 화를 내다가, 나중에는 안느 리즈의 편지가 자신에게 준 영향을 인정하게 됐어요. 그는 30여 년만에 자신의 글을 되찾으면서 삶의 의욕까지 되찾았어요. 

놀랍게도 128호실의 원고는 마치 영적 스승처럼 기나긴 여정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주었어요. 가장 값진 변화는 그 원고를 쓴 실베스트르 당사자일 것 같아요. 읽는 내내 128호실의 원고 내용이 궁금했어요. 도대체 어떤 이야기길래 이토록 강력한 힘을 지녔을까라고.

결국 이 원고의 비밀을 찾았어요. 이 책을 끝까지 읽고나면 다들 공감하게 될 거예요. 모든 단서가 거기 있었는데, 역시나 둔감한 저는 마지막까지 읽고나서야 알 수 있었어요.


"저는 삶의 단편들을 결코 기억 저편에 묻어두지 않고 

마음 속에 간직해야만 현재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에요......" (311p) 

안느 리즈의 말처럼 삶의 단편들을 생생하게 느끼며 오늘을 살아야겠어요. 두근두근 설렘을 느꼈어요.

진짜 놀라운 건 이 책의 이야기가 인명과 지명만 실제와 다를 뿐 거의 대부분 진짜 있었던 일이란 거예요. 실화냐고요? 네, 소설이 아니라 실화였어요.

카티 보니당, 당신의 이름을 기억해둘래요. <128호실의 원고>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전하는 그 잃어버린 원고였어요. 

부디 이 글을 읽는 분들은 그냥 넘기지 마시고, 꼭 읽어보세요. (왠지 한때 유행하던 행운의 편지가 생각나서 흠칫 놀랐네요. 안 읽는다고 뭔 일이 생기진 않아요. 중요한 건 아무 일도 안 생긴다는 거예요.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가 없을테니까. 진짜 삶의 변화를 원한다면 읽어보세요. 너무 설명이 길면 매력 없죠?)

그러니까 마지막 이 부분은 제가 익명의 당신에게 보내는 편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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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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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JTBC <차이나는 클라스>를 봤어요.

특집 공개 강연 마지막 4탄(147회) 독일 전문가 김누리 교수님의 '새로운 나라를 만든 독일의 교육'이 주제였어요.

우와, 정말이지 놀라운 강연이었어요. 

한국의 교육을 독일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풀어낸 내용들이 가슴을 찌릿하게 만들었어요.

"...사실은 한국 교육에서 단 한 번도 인간을 기르는 교육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이 한 마디가 가슴을 꿰뚫는 핵심이었어요. 우리가 왜 불행한 나라에 살고 있는지, 그 이유를 명백히 깨닫게 됐어요.

작년에 방송된 <차이나는 클라스> 131회, 132회까지 찾아 봤어요.

무슨 말이 필요할까 싶네요. 일단 보세요. 꼭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안 본 사람에게 추천해주세요. 강력추천이요.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는 김누리 교수님의 강연을 풀어 쓴 강연록이에요.

JTBC <차이나는 클라스> 131회 '독일의 68과 한국의 86'편과 132회 '우리의 소원은 통일?' 편을 녹취하여 최대한 방송 내용을 그대로 살리고, 좀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을 보충했다고 해요. 방송 편집 과정에서 삭제된 내용뿐 아니라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까지 담아내고 있어요.

당연히 강연을 먼저 봐도 좋겠지만 순서와 상관 없이, 강연과 책 모두 꼭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한민국을 더 나은 사회를 바꿀 사람은 바로 우리들이에요. 누가 대신 해주지 않아요.

우리가 왜 이렇게 되었는지를 살펴보고, 문제점을 올바르게 인식하는 것부터가 변화의 시작일 거예요.

따지고 보면 촛불 혁명을 기점으로 민주시민의 정신이 깨어났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나 아직 우리의 혁명은 도착하지 않았어요. 그건 우리 사회가 광장 민주주의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뿌리 깊은 유교 사상으로 인해 일상 민주주의는 여전히 낙후되었기 때문이에요.

독일 전문가 김누리 교수님이 독일을 거울 삼아 이야기하는 건 독일과 우리의 현대사 궤적이 유사하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원하는 건 헬조선을 벗어나 유토피아로 가는 것이 아니라 독일처럼 '상식이 통하는 나라'인 거예요. 독일은 교육을 통해 상식적인 나라를 만들었고, 한국은 교육을 통해 자본주의 노예를 만들었어요.

한국 교육은 경쟁의 덫에 걸려 있어요. 학교에서는 성적순으로 학생을 줄 세우고, 교사의 체벌은 '사랑의 매'로 미화되었어요. 제가 강연에서 '인간을 기르는 교육'이 전혀 없었다는 말에 공감하면서 분노했던 건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겪었던 인권침해가 떠올랐기 때문이에요. 지금은 체벌이 금지되었지만 여전히 수준 이하의 교사들이 비윤리적인 행동으로 아이들의 인권을 훼손하고 유린하고 있어요. 자녀를 키우는 부모로서 교육 문제 때문에 한국을 떠나고 싶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왜 한국에서 교육은 입시로 연결되는 것인지, 도대체 교육개혁은 언제쯤 가능한 것인지 답답했어요. 학부모들은 유치원이나 학교의 부당한 조치에 대해 함구하는 이유를 내 아이가 피해를 당할까봐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해요. 부모 세대들이 받아온 교육의 영향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다들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근본적으로 한국 교육을 바꿀 생각은 못하고, 기존 시스템에 맞춰 가는 데에만 급급했던 것 같아요.

김누리 교수님을 통해 본 독일의 교육은 우리 교육이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를 여실히 깨닫게 해줬어요. 올바른 민주시민은 타고나는 게 아니라 배움을 통해 만들어져요. 

기형적인 국가, 부조리한 사회를 만든 것은 남한과 북한의 냉전체제예요. 따라서 이를 해결하려면 냉전체제가 시급히 해소되어야 해요.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통일이 아니라 냉전체제 극복이에요. 저자는 한 신문 컬럼에서 "문 대통령은 해방 이후 처음으로 '통일을 안 할 수도 있다'라는 말을 명시적으로 표명한 최초의 대통령이다"라고 쓴 적이 있다고 해요. "남한과 북한은 함께 살든 따로 살든 서로 평화롭게 공동 번영하는 관계가 되어야 한다."  ( 199p)

대통령 말의 핵심은 '평화가 통일보다 우선한다'는 거예요. 평화우선론은 지금 한국 사회에 필요한 가치와 방향이라고 생각해요.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중국이나 특정지역을 도발하며 가짜뉴스로 분열을 조장하는 무리들을 목격했어요. 다함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에 더욱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 같아요.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다는 걸, 우리가 깨닫는 순간 바꿀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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