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준비해온 대답 - 김영하의 시칠리아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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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 작가님의 신작 『여행의 이유』는 아직 읽지 못했어요.

그보다 먼저 『오래 준비해온 대답』을 읽고 싶었거든요.

제목이 주는 힘이 컸어요.

마치 그 오래 준비해온 대답을 기다렸던 것처럼, 이 책을 꼭 읽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역시나 읽자마자, '그래, 이거야.'라고 느꼈어요.


10년 전... EBS 여행 프로그램 프로듀서가 나를 찾아와 어디로 여행하고 싶으냐고 묻고

나는 마치 '오래 준비해온 대답'처럼 시칠리아라고 대답하는 장면.

생각해보면 내 많은 여행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 프롤로그, <언젠가 시칠리아에서 길을 잃을 당신에게> 2020년 4월 김영하


이 책은 10년 전 출간된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의 개정판이지만, 그때와는 다른점이 있어요.

저자는 다시금 10년 전 원고를 고치고 다듬다가, '오래 준비해온 대답'이라는 문구에 눈길이 머물렀다고 해요.

자신이 쓴 글을 통해 잊고 있던 시칠리아 여행이 떠올랐고, 그 여행이 마치 예정된 운명의 실현처럼 느껴졌다는 것.

어떤 느낌인지 알 것 같아요. 우리는 종종 과거를 통해 자신의 운명을 확인할 때가 있어요. 당시에는 미처 몰랐던 운명의 조각들이 합쳐져서 선명한 그림이 완성되고, 그것이 바로 현재의 나를 만들었구나,라고 깨닫는 거죠.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과거의 내가 보내온 편지'라고 표현했어요. 

저한테 가장 와닿는 문구는...


'어느새' 나는 이런 인간이 되어 있었다.  (30p)


나이가 들면서 종종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어느새... 이런 나를 발견하는 일. 

오늘도 어제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산다고, 나는 늘 나였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많은 게 바뀌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던 거예요.

여행이란, '나는 이런 인간이구나'라는 걸 느끼게 해주는 인생 수업 같아요.

그곳이 어디인지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마지막으로 이 여행이 어땠는지를 결정하는 건 '사람'인 것 같아요.


시칠리아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여행 정보 대신에 여행자의 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물론 이 책 덕분에 시칠리아가 이탈리아 지도에서 장화 코 앞쪽으로 연결된 섬이란 걸 알게 됐어요. 이탈리아 본토에서 시칠리아로 들어가려면 우선 기차가 있어야 하고 그 기차를 실어나를 페리가 있어야 하고 다시 그것을 내려 육지의 선로로 연결해줄 노동자들이 있어야 하는데, 저자가 여행할 당시에는 바로 그 구간에서 파업이 발생해 엄청 고생을 했대요. 시칠리아로 가는 여정은 힘들었지만 맛있는 음식과 거칠고 순박한 사람들, 오래된 유적과 어지러운 거리들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저자에게 시칠리아는 현재의 삶을 있는 그대로 즐기는 법을 가르쳐주었다고 해요.

개정판에는 원래의 판본에서 누락되었던, 시칠리아에서 직접 요리해먹었던 현지음식 요리법이 추가되었어요. 먹는 즐거움, 인생에서 절대로 빼놓을 순 없죠.


노토 사람들은 먹는 문제에 대해 대단히 진지하다, 라고 『론리플래닛』시칠리아편의 저자는 적고 있다.

그것은 사실이다. 나는 시칠리아의 최고의 음식들을 노토에서 먹었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

노트를 떠난 지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나는 묻는다.

왜 노토 사람들은 그토록 먹는 문제에 진지해진 것일까. 

혹시 그것은 그들이 삼백 년 전의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후손이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사하라의 열풍이 불어오는 뜨거운 광장에서 달콤한 피스타치오 아이스크림을 먹는 즐거움을 왜 훗날로 미뤄야 한단 말인가?

죽음이 내일 방문을 노크할지도 모르는 일이 아닌가.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멘토 모리 Memento Mori 와 현재를 즐기라는 카르페 디엠 Carpe Diem 은 어쩌면 같은 말일지도 모른다.

       (244-24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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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웨이 만들기
제임스 배런 지음, 이석호 옮김 / 프란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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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의 추억...

어릴 적에 부모님은 큰맘 먹고 피아노를 구입하셨는데, 음... 우리 형제들은 영 소질이 없었어요.

저는 피아노 연주보다는 피아노 윗판을 열고 작은 나무토막이 움직이는 걸 보는 게 더 좋았어요. 그냥 피아노를 배경 삼아 놀았더라는, 추억이라기엔 별 게 없네요.

그 나무토막 명칭이 해머라는 것, 피아노가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멋진 악기라는 것은 나중에서야 알게 됐어요. 

 

<스타인웨이 만들기>는 말 그대로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취재한 책이에요.

저자는 뉴욕 타임스 기자이며, 단 한 대의 피아노를 11개월 동안 밀착 취재했다고 해요. 그 시작은 단순한 궁금증 때문이었대요.

"스타인웨이에 가서 피아노 한 대가 제작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찰해보면 어떨까?"  (422p)


그러고보니 바이올린을 제작하는 과정은 다큐 방송에서 본 것 같은데, 피아노 제작 과정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피아노와 피아노를 만드는 사람들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었어요. 클래식 악기 중에서 그나마 친근한 피아노지만 그건 느낌적인 부분이고 실제적으로 아는 건 별로 없었더라고요.

자, 그럼 주인공을 소개할게요. 

2003년과 2004년에 걸쳐 뉴욕의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 Steinway & Sons 공장에서 제작된 콘서트 그랜드이며, 이름 대신 번호 K0862 로 불리고 있어요.

K0862 는 다른 모든 스타인웨이 콘서트 그랜드와 똑같은 생김새지만  세상에 오직 한 대뿐인 피아노예요. 

이 책은 K0862 의 제작과정을 마치 슈퍼스타의 일대기처럼 그려내고 있어요. 한 명의 슈퍼스타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조력자들이 존재하듯이, 스타인웨이 피아노 한 대가 훌륭한 악기가 되기 위해서는 공장의 숙련된 노동자들 450명의 손길을 거쳐야 해요. 이런저런 손길을 거치는 기간이 열한 달이 넘는 동안 사람들에게 K0862 혹은 '862'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모든 공정이 끝나는 순간에서 여섯 자리 일련번호 No. 565700 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된대요. 스타인웨이가 제작한 통산 56만 5700번째 피아노라는 뜻이에요.

사실 K0842 의 탄생과정은 시간을 거슬러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 공장이 세워지기 훨씬 전으로 가야 해요.

스타인웨이 가문에 구전되어 내려온 바에 따르면 하인리히 엥겔하르트 슈타인베크가 제작한 최초의 피아노는 자투리 시간에 부엌에서 만든 것이었다고 해요. 슈타인베크 제1호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어요. 스타인베크의 일가는 단 한 명을 제외하고 1850년 모두 제젠을 떠나 미국 뉴욕에 자리를 잡았어요. 하인리히 엥겔하르트의 차남 카를이 먼저 독일을 떠나 미국 피아노 제조사인 베이컨 앤드 레이븐의 조율사로 일했고, 하인리히 엥겔하르트와 하인리히 2세, 그리고 알브레히트도 곧 이곳에 취업했대요.

1853년에 하인리히 엥겔하르트는 아들 하인리히 2세, 카를과 함께 회사 간판을 내걸고 영업을 시작했어요. 이때 뉴욕 사람들은 긴 이탈리아식 명칭 대신 '피아노'라 줄여서 부르고 있었고, 슈타인베크 일가도 성씨를 영어식 이름인 스타인웨이로 바꾸는 편이 장사에 도움이 되리라 내다봤대요. 먼저 이름을 바꾼 건 아들들이었어요. 하인리히 2세는 헨리 주니어가 되었고, 카를은 찰스, 빌헬름은 윌리엄, 알브레히트는 앨버트가 되었어요. 결국 아버지만 빼고 온 가족이 영어식의 새로운 이름을 갖게 되었어요.

그리하여 온 가족이 사업에 참여하는 스타인웨이 앤드 선스라는 회사가 뉴욕에 자리를 잡게 되었어요.


윌리엄 스타인웨이는 회사를 키워낸 인물이에요. 

역사가 리처드 K. 리버먼의 말대로 그는 "미국의 미스터 뮤직"이었으며, "서커스에 P.T. 바넘이 있었다면 고전음악의 피아노라는 악기에는 윌리엄 스타인웨이가 있었다"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기획자였다고 해요. 유럽의 유명 비르투오소들은 그의 손을 거쳐 당대를 풍미한 스타가 되었어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나 스리 테너스 같은 슈퍼스타들을 막후에서 움직인 현대의 기획사들은 윌리엄 스타인웨이가 마련해놓은 계획과 전술을 그대로 따랐어요. 피아노 제작은 직원들이 맡아서 해냈고, 그는 명성의 가치를 높이는 일에 오롯이 집중했다고 해요. 

C.F.테오도어 스타인웨이는 미국을 너무도 싫어해서, 1884년 다시 고국으로 돌아와 함부르크에 공장을 차렸고, 이후로도 몇 세대에 걸쳐 뉴욕과 함부르크 두 곳에서 동일한 기준에 맞춘 동일한 모델 라인업을 유지했어요. 그러나 함부르크에서 생산된 피아노는 뉴욕 스타인웨이와 다른점이 있어요. 피아노 케이스의 일부로서 건반 양끝을 둘러싸는 '암arm'의 모양이 뉴욕 스타인웨이는 모서리가 날카로운 직각에 가깝게 마감되었고, 함부르크 스타인웨이는 암의 모서리가 둥글러져 있어요. 

뉴욕은 적응을 선택했고, 함부르크 쪽에서는 유럽의 옛날 디자인 방식을 고수했던 거예요. 

스타인웨이 가문의 역사를 알고나니 스타인웨이 피아노 자체가 그들의 역사이자 역사적 산물로 느껴졌어요. 독일 이민자들이 미국 뉴욕에 정착하기까지, 스타인웨이가 훌륭한 피아노로 인정받기까지, 그리고 또다른 나라의 이민자들이 스타인웨이 공장에서 피아노 제작공정을 맡게 되기까지.


완성된 K0842 가 새로운 이름인 No. 565700 가 된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요?

지금 No. 565700 은 'CD-60'이 되었어요. '콘서트'와 '모델 D'의 머리글자를 딴 약어인데, 스타인웨이 홀의 지하층에서 연주되고 있어요. 

CD-60 처럼 스타인웨이 피아노 한 대는 번호를 최대 세 개까지 부여받을 수 있어요. 스타인웨이의 일련번호는 완성된 피아노에 붙는 번호라서 영구적이지만 콘서트 그랜드 번호는 그렇지 않아요. 콘서트 대여용 피아노는 보통 5~6년 정도 일선에서 복무한 뒤 은퇴한대요. 이때 콘서트 그랜드로서의 번호를 떼어버리고 여섯 자리 일련번호로 다시 불리게 되는 거예요. 몰랐어요. 콘서트 피아노로서 활동기간이 너무 짧은 것 같아요. 피아노에게 은퇴라니, 뭔가 짠한 기분이 들어요.

무엇보다도 새로 제작된 피아노가 제 몫을 해내려면 피아니스트의 인정을 받아야 해요. 2년 차에 접어든 CD-60 은 제법 잘해내고 있다네요. 어느새 스타인웨이 피아노가 하나의 인격체로 느껴질 정도로, 친해진 것 같아요. 속내를 다 알게 됐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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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선비와 팥쇠 - 서울빵집들
나인완 지음 / 브레인스토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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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수많은 냄새들 중에서 기분 좋은 냄새가 있어요. 

그건 바로 갓 구워낸 빵 냄새~~~

물론 빵 냄새를 좋아하는 건 빵이 맛있기 때문이에요. 냄새를 맡는 순간 곧 먹을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할 틈도 없이 먼저 군침이 돌아요. 쩝쩝


<빵선비와 팥쇠>는 "2020년 서울의 빵 맛집들"을 주제로 한 그림 에세이예요.

제목과 표지만 봐도, 기분이 좋아져요.

이 책은 서울의 빵 맛집들을 순례하면서 저자가 직접 먹어 본 리뷰를 색다른 방식으로 소개하고 있어요. 

조선 시대에서 현재 대한민국으로 시간여행을 온 빵선비와 팥쇠가 빵신령이 준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서울의 빵 맛집들을 순례하는 이야기예요.


자, 진짜 주인공을 소개할게요.

우리가 이 책을 통해 만나게 될 주인공은 바로 "빵"이에요.

크루아상, 도넛, 스콘, 식빵, 앙버터, 치아바타, 타르트, 수플레.

앗, 뭔가 부족한데... 세상에 얼마나 많은 빵 종류가 있겠어요. 음, 역시 한 권에 다 소개하기는 무리지만 그래도 빵선비와 팥쇠 덕분에 재미는 두 배예요.

세상에 얼마나 빵을 좋아했으면 얼굴이 식빵과 팥빵이 되었겠어요. 평범한 얼굴로는 감히 견줄 수 없는 독보적 비주얼이라 완벽한 빵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어요.

'니들이 빵맛을 알아?'라는 느낌으로, 빵의 식감과 맛을 미식가처럼 표현해주고, 더 나아가 빵과 관련된 지식을 알려줘요.

음, 사실 그 정도는 누구나 알 만한 내용일 수 있어요. 정말 중요한 정보는 따로 있어요.

바로 서울의 빵 맛집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준다는 거예요. 간략한 빵집 소개글과 함께 실제 판매하는 빵 사진이 나와 있어요.

얌얌얌, 빵 사진만 봐도 침이 고이지만 눈으로 한 번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진짜 빵 맛집의 빵맛은 어떤 맛일지 너무나 궁금해요. 정성껏 소개하고 있어서 더욱 먹고 싶어졌어요.

예전에 빵을 좋아서 전국 빵 맛집을 순례하는 사람을 방송에서 본 적 있어요. 그때는 너무 전국구라서 거리상의 문제로 도전을 못했는데, 이번 책에 나온 빵집들은 모두 서울 지역이라서 살짝 도전의식이 생겼어요. 왜 사람들이 빵 덕후가 되는지, 이해할 것 같아요. 저자는 책에 소개된 빵집은 자신이 먹어보고 싶은 빵집을 선택한 것이지 어떠한 순위로 정해진 게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빵을 좋아한다면, 빵집들을 평가하지 말고, 맛있는 빵을 만드는 분들에 대한 감사부터 하자고요.


빵은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빵선비와 팥쇠>을 통해 제대로 알고 먹으면 더욱 맛날 것 같아요.

세상의 모든 빵들에 대해 알고 싶어질 만큼, 빵 이야기가 재미있어요.

무엇보다도 순수하게 빵선비와 팥쇠의 매력에 풍덩 빠진 것 같아요. 와~ 식빵 얼굴이 멋져 보일 수 있다니! ㅋㅋㅋ 팥쇠는 귀여워요!

아참, 맛있다고 빵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찔 수 있으니 주의해야 돼요. 진정한 빵 덕후는 맛있는 빵을 많이 먹기 위해서 운동을 한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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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이런 수학은 없었다 - 수포자였던 수학 교사, 중학 수학의 새로운 접근법을 발견하다
이성진 지음 / 해나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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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자꾸만 아른거려요. 짝사랑의 순간처럼... 아무래도 반한 건가?

늘 곁에 있지만 그리 친하지 않던 친구가 어느날 갑자기 매력적으로 다가온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수학에 대해 좀더 알고 싶어졌어요. "나 너 좋아하냐?"

그래서 수학 관련 책들이 자꾸 눈에 띄나봐요.


<지금까지 이런 수학은 없었다>는 현재 중학교 수학 교사이자 과거 수포자였던 저자의 경험이 녹아있는 책이에요.

세상에는 어릴 때부터 쭉 영재 소리를 들어온 수학 능력자들이 있어요. 우리는 그들에게 감탄을 할 순 있지만 도움을 받긴 힘들어요.

왜냐하면 수학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남을 잘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에요. 오히려 이렇게 쉬운 것도 이해를 못하냐고 답답하게 여길 수도 있어요.

반면 수포자였던 수학 선생님이라면?

역시나 저자는 수포자였던 경험 덕분에 수학에서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다고 이야기해요. 수학 실력이 늘어도, 수학 교사가 된 후에도 수포자일 때의 눈으로 수학을 바라보았대요. 바로 직관적인 이해보다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이해를 원한다는 것. 수학을 원래 잘하는 친구들은 문제를 보면 당연히 이거라는 직관적인 이해가 가능하지만 수학이 어려운 친구들은 문제를 푼 후 답이 맞아도 풀이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어요. 

일단 중학교 수학을 가르치면서 학생들 눈높이에서 수학을 바라보니,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많았다고 해요. 그래서 중학교 수학 교과서에 실린 대로 개념을 가르치는 대신에 학생들이 더 이해하기 쉽고 수학적 사고력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한 거예요.

이 책에는 중학교 1, 2학년 수학 교과서에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요.

부채꼴, 다각형의 외각, 정수의 덧셈과 뺄셈, 연립방정식, 일차함수, 확률을 기존 교과서와는 다른, 새롭게 '개념의 재구성'으로 수학의 이해를 돕고 있어요.


살짝 수학의 맛을 보여드리자면, 정수의 덧셈과 뺄셈의 새로운 모델인 '시소 모델'을 소개할게요.

먼저 교과서에서 배우는 순서는 정수의 덧셈을 배우고, 정수의 뺄셈은 덧셈으로 바꿔서 계산하고, 괄호가 없는 식을 괄호가 있는 식으로 바꿔서 정수의 덧셈으로 계산하도록 배워요. 없는 괄호를 굳이 다시 만들어서 계산해야만 할까요, 괄호를 풀면서 계산하면 안 될까요?


(-7) + (-9) = -7-9 로 계산하자는 거예요.

괄호 없는 -7-9 를 직접 계산할 수 있는 방법을 지도하면 돼요. 시소 모델을 이용하는 방법은 수직선을 그리고, 빼지는(더해지는) 수를 표시한 뒤, 빼기(더하기) 시소에 빼는(더하는) 수를 표시하고 시소를 내리면 수직선의 어느 위치로 내려가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신기하게도 정수의 덧셈과 뺄셈에서 괄호를 없애는 방법은 나중에 배우는 정수의 곱셈의 계산 방법과 똑같아요. 곱셈에서는  + 와  - 가 모두 부호라는 점에서 덧셈과 뺄셈의 경우와 다르지만, '+ 와 - 가 만나면 - 가 된다'는 규칙은 같아요. 앞서 덧셈과 뺄셈에서 괄호를 없애는 방법을 잘 배우면 정수의 곱셉을 계산하는 방법을 배우기가 수월해져요. 수학은 방법을 외우는 게 아니라 수학적인 원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넘어가야 진짜 실력을 쌓을 수 있어요. 

따라서 (-7) + (-9) = -7-9 로 배워야 하는 진짜 이유는 연계성 때문이에요. 중학교 1학년 수학 단원 <정수의 계산>을 할 수 있어야 이후 방정식의 풀이 단원뿐 아니라 부등식과 함수를 배울 수 있어요. 정수의 계산을 하지 못하면 중학교 수학을 배우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돼요.


이렇듯 이 책에는 실패를 통해 발견한 새로운 방법들이 나와 있어요. 물론 이 책의 방법만 옳은 것은 아니에요. 중요한 점은 여러 가지 방법을 비교하여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는 거예요. 교과서의 기존 방법이 더 좋다면  그 방법을 사용하면 돼요. 스스로 다양한 방법을 선택하는 과정 속에서 수학적 사고력을 기를 수 있어요. 

새삼 수학의 즐거움이 뭔지를 아주 조금 알 것 같아요. 이 책의 내용은 저자가 10년 동안 치열하게 질문하고 고민하면서 노력한 결과물이라고 해요. 읽으면서 저자의 노력과 열정이 느껴졌어요. 그저 수학의 답만 맞추는 지루한 수업이 아니라 창의적인 방식으로 답을 찾아가는 신나는 수업을 받은 것 같아요. 

<지금까지 이런 수학은 없었다>을 통해 새로운 눈으로 수학을 만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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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실의 쥐 - 왜 일할수록 우리는 힘들어지는가
댄 라이언스 지음, 이윤진 옮김 / 프런티어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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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실험실의 쥐>는 저널리스트 댄 라이언스의 책이에요.

부제는 "왜 일할수록 우리는 힘들어지는가"예요.

어떤 장면이 떠오르나요?


동물을 우울하게 만드는 매우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이 있다고 해요. 

그건 실험 대상에게 낮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가한 채 그대로 스트레스를 유지하는 방법이에요. 과학자들은 이것을 'UCMS (unpredictable chronic mild stress) 프로토콜'이라고 부른대요. 예측할 수 없는 가벼운 만성 스트레스를 만드는 실험 방법이라는 뜻이에요. 실험용 쥐에게 음식과 물이 제공되고 물리적 고통을 가하지는 않지만 다른 쥐가 사용하던 우리에 옮기거나 10분 동안 포식자 새의 소리를 들려주는 등 몇 가지 환경 변화와 가벼운 스트레스를 주는 거예요. 몇 주만에 쥐는 인간에게 나타나는 우울증과 매우 비슷한 상태가 된대요. 무관심하고 무기력해지고 몸단장을 하지 않아 털이 엉키고 더러워지면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수치가 높아진다고 해요.

저자는 현재 직장이라는 곳이 인간에게는, 모든 것이 통제된 스키너 상자이며 직장인들은 실험실의 쥐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아무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113p)


유통업계의 일인자였던 제이크루의 회장 밀러드 미키 드렉슬러가 회사를 물러나면서 <월스트리트저널>에 한 말이라고 해요.

디지털 시대에 선두 기업 아마존의 공격으로 이커머스 사업의 최고 경영진들이 물러났어요. 코카콜라, 켈로그, 제너럴밀스 같은 식품 기업도 모두 최고경영자를 잃었어요. 지금과 같은 변화의 속도는 이제껏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파괴적이고 도전적인 흐름이에요. 최고경영자부터 일반직원까지 그 누구도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에 끊임없이 정리해고의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하는, 그야말로 두려움의 시대가 되었어요.

이 책에서는 아마존을 실리콘 사이코패스, 아마존의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조스를 현대판 스크루지 혹은 현대판 노동 착취 업주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2018년 6월, 영국의 노동조합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영국 내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구급차 호출이 600차례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해요. 섭씨 37도를 웃도는 날씨에 냉난방 장치가 없는 건물에서 일하다가 쓰러지고, 임신한 여성조차 하루 10시간 동안 서서 일하다가 결국 유산하는 아픔을 겪었다고 해요. 또한 아마존은 노동 비용을 낮추려고 하청 계약을 통해 고용하거나 아예 정식 직원이 아닌 영구 임시직을 강요한다고 해요. 얼마 전, 아마존의 혁신이 세계를 주도하고 있다는 책을 읽을 때는 이 정도로 열악하고 끔찍한 근무 환경이란 걸 몰랐어요. 베조스는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우월한 측면만을 본 것 같아요. 아무리 인공지능이 뛰어나고 해도 인간의 존엄을 무시한 경영 방식은 용납하기 어려워요.

'우리는 가족이 아니라 팀이다'라는 문장으로 대표되는 넷플릭스는 '고용 보장'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요. 회사가 잘 되고 있어도, 심지어 맡은 일을 잘 해내는 직원조차 언제든 해고될 수 있어요. 임금 삭감보다 더 나쁜 건 불안정이에요. 고용 불안정이 주는 스트레스가 바로 앞서 언급했던 쥐에게 사용하는 예측할 수 없는 가벼운 만성 스트레스와 똑같다고 해요. 


현대 직장은 비인간적인 정책과 관행으로 가득해요. 이러한 비인간화는 대부분 기술에서 비롯되었어요. 인터넷의 출현, 뒤이어 인공지능까지 기술은 점점 발전하고 있고, 사람들은 마치 자신을 기계 속 기계처럼 생각하도록 강요당하고 있어요. 인간 관리자들의 직관적 본능이 개입되지 않는 인공지능 기반 자동 경영 시스템을 개발 중이라고 하니, 곧 다가올 미래에는 컴퓨터가 인간의 상사가 될 가능성이 있어요.

기업은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실리콘밸리의 방식으로는 불가능해요.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새로운 운동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를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어요. 수십 년 동안 케이퍼 부부는 기술 산업의 다양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2012년에는 투자 금액과 사회 변화를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벤처캐피털에 직접 실행했어요. 케이퍼 부부는 실리콘밸리 주변부에서 시작되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사명 주도 운동의 일원이라고 해요. 케이퍼캐피털은 새로운 세대의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건전하고 다양한 기업 문화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어요. 사회적 기업 운동은 더 좋은 세상은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노력으로 성장하고 있어요.


"세상은 사업을 통해 돌아갑니다. 우리는 노동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좋은 대우를 받는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자선 사업은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겁니다." 

    (2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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