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꽃인데 나만 그걸 몰랐네 나태주의 인생 시집 2
나태주 지음, 김예원 엮음 / 니들북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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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무뚝뚝한 사람일수록 다정한 말에 취약한 것 같아요.

저도 한때는 낯간지러운 말은 못한다고 생각했는데, 시를 읽으면서 달라진 것 같아요.

소리내어 말하는 것이 어색하다면 그냥 눈으로만 읽어도 돼요. 특히 나태주 시인의 시들은 봄 햇살 같아서 좋아요. 기분이 울적하고 힘들 때는 이 시집으로 마음 충전을 할 수 있어요. 나태주 시인의 인생 시집 시리즈 3부작 가운데 두 번째 시집인 《나도 꽃인데 나만 그걸 몰랐네》는 청춘을 위한 시 모음집이라고 하네요. 청춘이라고 하면 나이를 먼저 헤아릴 수도 있는데, 열정적으로 뜨겁게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청춘이 아닐까 싶네요.

이 시집은 참 예뻐요. 안에 담겨 있는 시의 언어도 예쁘고, 명화 속 장면들도 아름다워요.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와 클로드 모네의 그림들은 따뜻하고 화사한 색채가 마음에 들어요. 대부분 일상의 행복을 표현하고 있어서 바라보고 있으면 금세 기분이 좋아지네요. 시와 명화의 만남이라서 오랜만에 시집을 펼쳐보는 독자들에게도 편안한 휴식과 위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나태주 시인은, "시가 직접적으로 위로와 축복과 기도를 주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내려놓고 편안히 시를 읽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 마음속으로부터 위로와 축복과 기도가 조금씩 눈을 뜰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날마다 지치고 힘든 우리 청춘들 곁에 이 시집이 잠시라도 찾아가 그들의 동행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진정 그러할 때 나는 시를 쓰는 한 사람으로서 가장 큰 보람과 기쁨을 느낄 것입니다." (97p)라고 이야기하네요. 맞아요. 시를 읽는다고 해서 뭔가 대단한 일이 벌어지진 않으니까요. 다만 마음을 열면 시가 자연스럽게 마음으로 들어오네요. 그러니 마음 준비만 되어 있다면 시는 우리에게 많은 것들을 줄 수 있어요.

시집의 제목이 된 문장은 <꽃을 피우자>의 마지막 연에서 가져온 것이네요.

"봄이 오니 / 화를 냈던 일 / 부끄러워진다 / 슬퍼했던 일 / 미안해진다 / 꽃이 피니 / 미워했던 일 / 뉘우쳐진다 / 짜증냈던 일 / 속상해진다 / 나도 분명 꽃인데 / 나만 그걸 / 몰랐던 거다 / 봄이다 이제 / 너도 꽃을 피워라." (20-21p)

추운 겨울에는 몸과 마음이 잔뜩 움츠러들 때가 많은 것 같아요. 화내고 짜증내고, 금세 후회하고... 감정이야 날씨처럼 변덕스러워도 안 좋은 감정을 몸짓이나 말로 표현할 때는 '잠시 멈춤'이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요즘은 불필요한 말을 꿀꺽 삼키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물론 쉽지는 않지만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조금은 바뀔 거라는 기대를 품고 있어요. '해봤자 소용없어.'라는 식이 부정적인 말은 되도록 안 하려고 해요. 뭐든 안 하는 것보다는 일단 해보는 것이 좋다는 걸 알았거든요. 행동하지 않으면 바뀌지 않으니까요.

<꽃의 사람>이라는 시를 보면, 생각을 바꾸어 새롭게 세상을 바라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저 사람이 내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 내가 저 사람의 것이라고 바꾸어 한번 생각해보자 / 그래서 저 사람이 내 마음속에 들어와 사는 게 아니라 / 내가 저 사람 마음속에 들어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보자 / 대번에 세상이 달라질 것이고 / 대번에 생각과 행동이 바뀔 것이다 / 저 사람이 내 마음에 들도록 살기를 소망하기보다는 / 내가 저 사람 마음에 들도록 살게 될 것이다 / 억울한 일이 있어도 덜 억울한 마음이 들 것이고 / 서럽거나 외로운 마음이 있어도 / 덜 서럽고 외로울 것이다 / 그야말로 신세계의 열림이다 / 내가 꽃의 주인이 아니라 반대로 꽃이 나의 주인이라고 / 바꾸어 생각해보자 / 나는 분꽃의 사람이고 봉숭아꽃의 아우이고 채송화꽃의 이웃이라 / 생각해보자 / 얼마나 신나는 일인가? / 얼마나 아름다운 세상인가? / 정말로 세상은 유리알처럼 말긋말긋 깨끗해질 것이고 / 마음 또한 그러할 것이다 / 그야말로 다시 한 번 신세계의 열림 그것이다." (118-119p)

우리는 꽃처럼 활짝 피어날 수 있고, 꽃의 사람이 되어 아름다운 세상을 신나게 살아갈 수 있어요. 시와 그림 그리고 꽃 덕분에 내 마음에도 봄이 오고 있네요. 오늘은 좋은 날, 감사한 날, 참으로 행복한 날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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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
요아힘 마이어호프 지음, 박종대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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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어린 시절에 죽음을 경험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에요.

동화책을 읽듯이 누군가의 죽음을 전해 듣는 경우는 많았지만 실제로 죽음을 본 적은 없었어요. 어른이 된 뒤에야 마주했고, 매우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졌어요. 눈앞에서 목격하고도 믿을 수 없었거든요. 근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정신병원 원장인 아버지를 둔 덕분에 병원이라는 공간을 이질적인 장소가 아니라 따뜻하고 안락한 삶의 터전으로 받아들였고, 그 안에서 삶과 죽음을 자연스럽게 인식하며,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경계 없이 사람들을 대하고 있어요.

《죽은 이는 모두 날아오른다》는 요아힘 마이어호프의 자전적 장편소설이라고 하네요.

주인공 '나'는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빼빼 마른 아이라서, 요즘이었다면 말썽꾸러기라고 야단을 많이 맞았을 거예요. 뭐, 여기에서도 조용한 날은 없지만 아무리 심각한 문제가 생겨도 삶을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요. 얼핏 다르다고 느껴졌던 것들이 어느새 익숙해진 것인지, 그들의 삶 속으로 들어간 듯한 느낌이 들었네요.


작은형은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약간 심드렁한 목소리로 어머니에게 훈계조로 말했다.

"교육학에서 이런 상황을 뭐라고 하는지 아세요, 엄마? '원칙 없는 갈팡질팡 교육'이라고 그래요!

엄마 아빠가 쟤를 완전히 엉망으로 만들고 있는 거라고요. 쟤가 또 쳐다보네!"

"제발 그만해! 좀 내버려둬. 곧 자러 갈 거야!" 어머니가 나무랐다. (304p)


나는 아버지의 손에 뽀뽀를 했다.

아버지는 가끔 손등에서 엄지와 검지 사이의 피부를 잡아 올려 살짝 비틀곤 했다. "이것 봐." 이럴 때 아버지의 표정은 항상 진지했다.

"이렇게 그대로 있어. 피부가 원래대로 돌아가려면 한참이 걸려. 네 손 줘봐." 아버지가 내게 똑같은 실험을 하자 내 피부는 즉각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310p)


아들 삼형제가 복작대며 지내는 모습이 시끌벅적 유쾌하지만 늘 맑은 날만 있는 건 아니었네요. 어머니의 갑작스런 발작 증세라든가, 가깝게 지내던 이들의 죽음은 전혀 평범한 일상은 아니니까요. 아버지는 환자들에겐 좋은 의사였는지는 몰라도 아내한테는... 부부의 세계는 두 사람만의 영역이라서 아무도 모를 것 같지만 자녀들은 다 알게 되는 것 같아요.


"마를레네 기억나? 우리 집에서 얼마간 지냈던 애!"

"당연히 기억하죠. 엄청나게 느린 애였죠.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어제 자살했어."

"정말요?"

"응." 아버지는 슬픈 눈으로 나를 건너보았다. "수영하러 가자."

우리는 나란히 샤워장으로 갔다. 우리 둘의 키는 이제 비슷했다. 내가 물었다. "왜요?"

"모르겠어. 가끔 있는 일이지. 이번이 네 번째 시도였어. 이유는 그 아이 자신도 몰라. 그냥 죽고 싶다고만 했어.

우리랑 있을 때도 그랬지." 아버지가 자신의 환자 이야기를 이렇게 솔직하게 들려준 적은 없었다.

"삶에 대한 애착이 전혀 없다는 건 끔찍한 일이지, 안 그래?" 아버지가 말을 이어갔다.

"부모가 이유도 아니었어. 다정한 사람들이었거든. 나는 육 년 동안 마를레네를 치료했어. 우린 말이 잘 통했지.

난 그 아이를 정말 좋아했어. 아주 멋진 소녀였거든." 아버지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마지막까지도 어쩌면 우리가 해닐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344-345p)


우리가 어쩔 수 없는 병이나 사고로 떠나는 것도 슬프지만 자살은, 남겨진 사람들을 더 고통스럽게 한다는 점에서 잔인한 죽음이네요.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으로 잃고 나면 우리는 그 사람을 사랑한 만큼의 고통을 겪게 되는 것 같아요. 그로 인한 슬픔은 줄어들지 않는 것 같아요. 괜찮아지는 일은 없지만 견디며 살아가는 거죠. 주인공의 어린 시절부터 성장하는 과정을 보면서 웃다가 그만 먹먹해졌네요. 소원해진 어머니와 아버지가 떨어져 지내다가 주인공이 집에 돌아왔을 때, 한 침대에서 같이 자고 있는 부모님을 발견했는데, 아버지가 어머니를 한 팔로 감쌌고, 어머니는 아버지 가슴에 머리를 묻고 있었던 거예요. 두 분이 이렇게 가깝게 붙어 있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고, 주인공은 문득 '이게 네 부모야. 잠든 부모. 너한테는 항상 아버지와 어머니만 있었지, 부모는 없었어.' (464p)라는 이상한 생각이 들었대요. 눈을 뜬 어머니가 전혀 놀라지 않고 가만히 자신을 바라보길래 어머니의 손에 입을 맞추었고, 이어 아버지의 손에도 입을 맞추었더니 눈을 뜨며, "내 아들 요세구나, 잘 왔다. 고마워."라고 말했다고, 우리가 얼마나 그러고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내 인생에서 부모님과 함께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 (464p)라고 하네요. 어머니는 끝까지 투병 중이던 아버지의 마지막을 지켜줬고, 막내 아들은 죽은 아버지 옆에 바짝 붙어 누워있었다고, 여전히 아버지의 몸이 따뜻해서 살짝 잠이 들었는데 그건 아버지의 체온이 아니라 밑에 깔려 있던 전기 매트리스의 온기였다고 해요. 전원을 끄고 나니 아버지는 빠르게 식어갔고, 그제야 죽음이 무정하고 냉혹한 것임을 실감했다고 하네요. 삶과 죽음을 가르는 온기, 살아간다는 건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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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에서 역사를 보다 - 공간과 시간으로 만나는 우리 단청
박일선 지음 / 덕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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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단청의 아름다움, 역사적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는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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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청에서 역사를 보다 - 공간과 시간으로 만나는 우리 단청
박일선 지음 / 덕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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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단청과 오방색은 익숙하면서도 뭔가 낯설게 느껴져요.

그도 그럴 것이, 예전 추억을 더듬어 보면 명절에 아이들은 오색천을 이어서 만든 색동저고리를 입었고, 고궁으로 소풍을 간 적도 많아서 단청의 문양과 색을 우리의 전통으로 자연스럽게 흡수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점차 번거롭다는 이유로 한복을 입지 않게 되고, 고궁이나 사찰을 가는 일이 뜸해지면서 일상에서 단청을 접하는 경험이 줄어들면서 심리적인 거리가 커진 것 같아요. 이제라도 우리 전통 문화를 제대로 알아보자는 마음에서 이 책을 읽게 되었네요.

《단청에서 역사를 보다》는 공간과 시간으로 만나는 우리 단청에 관한 책이네요.

저자는 2011년 3월 우연히 전통 단청과 회화를 융합해 단청산수화라는 작업을 시도하면서, 2017년부터는 한글을 주제로 한 한글단청추상을 병행 작업하며 단청에 푹 빠져 살고 있다고 하네요. 단청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자 어디든 찾아가 전시와 강의, 체험 활동 등을 하고 있으며, 이 책도 그 연장선이라고 볼 수 있어요. 단청이란 무엇인가, 단순한 건축 장식을 넘어 단청에 담긴 기술과 철학, 역사적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네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단청은 회화적인 측면보다는 목조건축물을 장식하는 공예나 디자인으로 보는 경향이 많은데, 이는 단청의 일부만을 본 것이지 전부라고 할 수 없어요. 우리나라에서 단청을 문자로 기록한 문서로서 가장 오래된 것은 『삼국사기』 권48 솔거조 내용에서 신라 진흥왕 때 솔거가 황룡사 벽에 그린 <노송도>가 실물에 가까워 새들이 날아와 부딪쳐 떨어지곤 했는데 오래되고 색이 바래서 단청을 새로 한 다음부터는 새들이 날아들지 않았다고 나오네요. 황룡사가 현존하지 않으니 <노송도>의 자취도 찾을 수 없으나 기록에는 단청이라는 용어가 회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쓰였음을 알 수 있어요. 신라 시대에는 단청이 회화까지 포함한 예술을 총칭하다가 언제인가부터 단청과 회화를 구분 짓기 시작하면서 단청은 목조건축물을 장식하는 공예 또는 디자인을 의미하는 협의의 단청이 된 거예요. 저자는 단청화 회화의 융합으로 단청산수화를 시작하여 작품들을 작업하면서 검이불루화이불치, 즉 검소하지만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지만 사치스럽지 않은 정신을 지향하며 물질보다는 정신, 즉 본질과 자유로움을 더 중시하게 되었다고 해요. 단청은 일찍이 우리 겨레의 미의식과 정서가 담긴 예술로서 해학적이며 익살스러움을 다양하게 표현해왔는데, 그 발전 과정을 추정해보면 단청의 뿌리에서 가지가 퍼져나가며 서로 갈라져서 단청과 민화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네요.

단청의 아름다움은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강화 전등사 수미단과 귀면, 강화 정수사 꽃살문, 탑골공원 팔각정과 소식단청, 궁궐의 천장 단청에 그려진 봉황, 소공동 환구단 터, 나주 금성관, 나주향교, 나주 불회사, 나주 죽림사, 고종의 서재 집옥재, 창덕궁 흥복헌, 파주 보광사, 선운사 만세루,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등을 소개하고 있어요. 불교 사찰을 방문하면 단청을 통해 시대상을 읽을 수 있어서 흥미로운 역사 공부가 되네요. 해외에서 찾아본 단청 데자뷰는 무역과 교류를 통해 유입되며 변형, 발전되는 문화의 변천사를 보여주고 있네요. 단청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재발견하고, 우리나라 단청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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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죽어야 하는 X
정명섭 지음 / 빚은책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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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


망각은 어둠 같아요.

보이지 않는 저 너머에 무엇이 있을까요.

잊을 수 있다는 것이 때로는 축복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매일 죽어야 하는 X 》는 정명섭 작가님의 학원 범죄 타임루프 장편소설이네요.

주인공 동현은 때르르르릉! 시끄러운 알람 소리에 눈을 떴고,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누구인지를 기억하지 못하네요. 이상한 건 깨어나기 직전에 칼에 찔려 산에서 굴러떨어져서 몹시 고통스러웠던 기억은 명확하게 남아 있다는 거예요. 악몽이었을까요.

자기 또래의 아이들이 모두 같은 트레이닝복을 입고 단체 생활을 하고 있는 이곳은, 이른바 바른학교라고 불리는 청소년 갱생보호시설이네요. 소년원과 유사하지만 그곳보다는 자유로운 활동이 가능한 곳이라서, 문제 청소년들에게 한 번의 기회를 더 준다고 볼 수 있어요. 이곳에서 경고를 받고 퇴출되면 소년원으로 가야 하니까요. 어리둥절한 상태에서 깨어나 대충 눈치로 주변 상황에 맞추고 있지만 동현은 자신이 무슨 죄로 여기에 온 것인지, 본인에 관한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해서 혼란스러워요. 가장 공포스러운 건 매일 밤 정체모를 누군가에게 죽임을 당하고 다음 날 눈을 뜨면 똑같은 하루가 반복되는 타임루프 상황에 빠졌다는 거예요. 그냥 나쁜 꿈을 꾼 거라고 하기엔 살해당하는 장면과 고통이 너무나 생생하게 느껴지니 미칠 노릇인 거죠. 진짜 죽을 만큼의 고통이 뭔지는 모르지만 계속 반복적으로 죽는 경험을 한다면, 에휴... 견디지 못할 것 같아요. 차라리 그냥 죽고 싶은 심정이지 않을까, 동현의 입장에서 바라보니 처음엔 안타까웠는데, 음,,, 역시나 동현이 어떤 죄를 지었는지를 모를 때는 인간적으로 걱정하는 마음이 컸는데 점점 과거의 범죄가 조금씩 드러나면서부터는 다르게 보이더라고요. 반복되는 일상과 죽음의 비밀은 무엇일까요. 읽다 보면 저절로 알게 되는, 마치 동현이 모든 기억을 잃었다가 서서히 기억을 찾아가는 과정과도 같네요. 깜깜해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그곳이 조금씩 밝아지면서 드디어 그 실체와 마주하게 되는 거죠. 십대 아이들이 저지르는 범죄들이 어린애들 장난 수준이 아니라는 것,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지만 그나마 최소한의 법적 제재마저 없다면 사회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어요. 최근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데, 신중하게 논의해야 할 사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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