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수학책 - 복잡한 계산 없이 그림과 이야기로 수학머리 만드는 법
최정담 지음, 이광연 감수 / 웨일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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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수학책>은 수학 스토리텔러 디멘의 책이에요.

저자 디멘은 현재 카이스트 전산학 전공, 수학과 부전공 학생이며, 수학 블로그와 페이스북 페이지 <유사수학 탐지기>를 운영 중이라고 하네요.

이미 수학에 관해 '썰'을 풀어봤던 저자인지라 처음부터 능수능란하게 끌고 간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뭐지, 하는 순간 이미 롤로코스터에 올라탄 기분이랄까.


도넛은 어떤 도형일까요. 볼록한 걸까요, 아니면 오목한 걸까요?

우리는 오목과 볼록이 어떠 의미인지 직관적으로는 알고 있지만 수학의 언어로 설명하라고 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될 확률이 높아요.

이럴 때 디멘의 설명이 필요해요. "볼록한 도형끼리 겹치는 부분은 항상 볼록해"라고 디멘이 주장했다면 그 주장은 거짓일 수도 있고 참일 수도 있어요. 단순히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그 정답에 이르는 논리의 과정을 풀어서 이야기해주고 있어요. 바로 수학의 언어로 말이죠.

그동안 우리의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숫자와 공식은 잠시 잊어도 좋아요.

이 책에서는 수학의 뼈대를 이루는 12개의 기호부터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어요. 수학의 개념들은 거의 대부분 12개의 기호만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해요. 처음 접하는 사람에겐 미스터리 암호처럼 보이지만 명쾌하게 정리된 내용을 보니 기호들이 가진 힘과 매력이 살짝 느껴지더라고요.


이 책에서는 유명한 수학자들의 이론들이 거침없이 등장하고 있어요. 솔직히 몇 번이나 멈칫하는 구간이 있었어요. 저자의 친절한 조언대로 책을 덮어도 될까라는 몇 초간의 망설임을 극복하고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건 이야기 속에 담긴 열정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덕분에 수학의 매력을 조금은 알게 된 것 같아요.

실용적인 수학의 최고봉이라고 꼽은 미적분에 관한 이야기를 보면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미적분의 눈부신 활약을 확인할 수 있어요. 

코펜하겐 해석을 설명해주고, 만약 코펜하겐 해석이 틀렸다면 라플라스의 악마가 가능한지를 수학적으로 논의한 내용은 기가막힌 퀴즈였어요. 그 퀴즈를 이해하고 풀었느냐는 별개의 문제로 남겨둬야 할 것 같네요. 역시 대단한 수학영재다운 썰이었어요. 

<발칙한 수학책>은 롤로코스터 같은 책이에요. 제대로 즐겼다면 환호성이 터졌을 것이고, 겁을 먹었다면 어지러움증에 시달릴 수도 있어요.

어찌됐든 놀라웠어요. 수학을 통해 논리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해준, 아니 훈련하게 해준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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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면 그곳이 특별해진다 - 도발하는 건축가 조진만의 생각노트
조진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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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만나면 그곳이 특별해진다>는 도발하는 건축가 조진만의 생각 노트라고 해요.

저자는 우리가 사랑하는 공간들의 비밀을 건축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고 있어요.

언제부턴가 건축에 대한 관심이 생겼어요. 아마도 공간의 특별함을 알아채고 난 뒤의 호기심이었던 것 같아요.

재미있게도 저자는 "건축은 도발이다"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건축을 한다는 건 수많은 제약들을 대해 창조적 대안을 모색하는 행위라는 거예요.

보통 무슨 일이든 제약이 있다는 건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이는데, 건축은 오히려 그 제약들이 있기 때문에 긍정적인 반작용으로 창조된다는 점이 놀라운 것 같아요. 그래서 훌륭한 건축이 우리에게 전해주는 에너지가 남달랐던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과 여러 건축물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그 가운데 르 코르뷔지에가 남긴 말이 굉장히 인상적이에요.

"모든 것은 결국 사라지고 전해지는 것은 사유뿐이다."  (28p)

건축의 본질, 그 심오한 의미까지는 다 이해할 수 없지만 기능적으로 존재하는 건축물에 철학과 예술이 깃들 수 있는 이유를 알려주는 것 같네요.

저자는 집을 '만든다'고 말하지 않고 '짓는다'고 말하는 이유를 '짓는다'라는 행위가 우리 개개인의 삶을 이루는 바탕이 되는 중요한 창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또한 설계도를 '본다'가 아닌 '읽는다'라고 하는 것도 우리 삶 속 다양한 관계들에 대한 해답을 찾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바로 이 설명이 건축을 이해할 수 있는 지점이었어요. 

하천변에 지어진 서점 블루프린트북, 입체적 마루로 서로 소통하는 층층마루집과 전망대가 된 채석장 전경 사진 등을 보면서 건축이 지닌 미학적 가치뿐만이 아니라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이 무엇인지를 배울 수 있었네요. 앞으로 건축가들이 보여줄 공간의 지속가능성, 그 창조적 대안이 더욱 기대가 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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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사냥꾼 - 역사가 돈이 되는 세계를 찾아서
네이선 라브.루크 바 지음, 김병화 옮김 / 에포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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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역사 사냥꾼>은 역사가 돈이 되는 특별한 세계를 소개하는 책이에요.

저자는 희귀 문서와 역사 유물을 다루는 세계 최고의 거래회사 라브 컬렉션의 대표예요.

그는 어떻게 자신이 역사 사냥꾼이 되었는지, 은밀한 가족사와 함께 세계 최고의 역사 유물들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처음에는 '사냥꾼'이라는 표현이 껄끄럽게 느껴졌어요. 아무래도 역사 분야에서 사냥꾼을 접목하다 보니, 도굴꾼의 이미지가 연상되었던 것 같아요.

정확하게는 역사적 문서와 유물 속에서 진짜 보물을 찾아내는 역사 유물 관련 전문가예요. 저자의 라브 컬렉션이라는 회사는 역사적 가치를 지닌 물건을 구입하고, 대중에게 소개하며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이 책은 저자가 아버지의 사업을 이어받아 일을 배우는 수습생 시절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맡아 독자적인 활약을 하기까지의 전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원래 저자의 아버지는 변호사였는데 취미로 수집을 하다가 그 열정이 대단한 나머지 본업이 바뀐 경우라고 해요. 자필 원고 사업을 시작하면서 처음 구입한 것이 최초의 자필 원고 가운데 하나인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것이었대요. 루스벨트가 친구인 뉴욕 주의회 의원 헨리 스프라그에게 보낸 편지 한 통인데, '뉴욕주/ 집행부'라는 레터헤드가 타자로 인쇄되어 있고 날짜는 1900년 1월 26일로 표기되어 있으며, 본문에는 어떤 정치 분쟁을 지적하면서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대요.


난 서아프리카에서 전해 내려오는 어떤 속담을 항상 좋아했네.

"부드럽게 말하고 큰 몽둥이를 갖고 다녀라. 그러면 너는 멀리 갈 것이다." 

내가 몽둥이를 갖고 다니지 않았더라면 조직이 내 뒤에 서지 않았을 것이고,

팽크허스트나 비슷한 종류의 부정직한 미치광이들처럼 소리 지르고 난동을 부렸더라면

나는 열 표도 얻지 못했겠지.**


** 루스벨트는 외교에 있어 미국의 전략적 이익 보존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군사력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이후 '큰 몽둥이'는 루스벨트의 외교 정책을 상징하는 용어가 되었다.   (31p)


진짜 물건을 찾아낼 때의 흥분감이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저자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감동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어요.

역사적인 가치를 지닌 물건을 직접 마주한다는 건 특별한 경험일 것 같아요. 우선 그런 물건을 찾기까지는 진위 판정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역사 전문가가 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놀라웠던 점은 아버지의 말씀이었어요. 신선한 눈으로 시작하라는 것. 이미 알고 있다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처음으로 리셋하여 바라보는 태도를 강조한 점이에요. 진위 검토 작업에서 가능한 한 모든 자료를 따져보는 꼼꼼함 덕분에 사기꾼을 피할 수 있었다고 하네요. 희귀 문서나 역사 유물을 수집하는 사람들이 생겨나면서 진품을 위조하는 이들도 생겼다고 해요. 얼마나 정교하게 위조했는지 속아서 거래되는 경우도 많았나봐요. 그래서 역사적 문서와 유물의 출처를 확인할 때는 누구를 신뢰할지 아는 데서부터 시작한다고 해요. 이러한 과정들을 알게 되니까 왜 역사 사냥꾼이라는 명칭을 붙였는지 이해가 됐어요.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한 사업이기 때문에 사냥꾼인 건 맞지만 역사라는 특수 분야라서 복잡미묘한 요소들이 있는 것 같아요. 

상자에서 발견한 앤드루 잭슨 편지는 토착 부족에 대한 백인 지배를 알려주는 유물인데, 이 편지 안에 토착 미국인 부족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점이 우리를 압도하는 점인 것 같아요. 불행한 역사를 담은 문헌이 들려주는 진실에 귀기울이는 것이 역사를 대하는 기본 자세일 거예요. 그래서 저자의 역사 사냥이라는 여정이 생각지 못했던 역사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계기가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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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이트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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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사라마구의 세월을 담아낸 유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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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이트
주제 사라마구 지음, 김승욱 옮김 / 해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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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라이트 CLARABOIA >는 주제 사라마구의 유고작이에요.

이 작품은 매우 특별한 사연을 품고 있어요. 서른한 살의 청년이 출판사에 보낸 원고였는데 자그마치 36년을 묻혀 있다가 사무실 이전으로 발견된 거예요. 

그제서야 출판사는 출간 제의를 했지만 주제 사라마구는 거절했고 자신의 원고를 찾아왔다고 해요. 무명의 작가가 쓴 원고라는 이유로 철저히 무시해놓고선 36년만에 출간하자는 건 너무 무례한 것 같아요. 사라마구는 자신의 첫 작품이 무시당한 충격과 고통 때문에 이후 20년 동안 아무것도 발표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러다 다시 시를 쓰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게 되고, 소설들을 출간하면서 1998년에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으니 뒤늦게 빛을 본 작가라고 할 수 있어요.

그의 측근들은 <스카이라이트>를 읽고서 출판하자고 설득했는데, 사라마구는 자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출판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대요. 결국 2010년 여든일곱의 나이로 타계한 후 2011년이 되어서야 출간된 거예요. 


그동안 주제 사라마구의 작품들을 읽으면서 감탄했던 건 상상 이상의 독특한 세계를 보여줬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스카이라이트>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에요.

처음에 원고를 되찾고 출간하지 않은 건 단순한 고집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는 이 작품이 언제 세상에 나와야 할지, 정확히 알고 있었어요.

주제 사라마구가 처음 썼던 작품을 유고작으로 만나게 된 건 운명이 아닐까 싶어요. 1953년에 완성된 원고가 서랍에 갇혀 있다가 2011년에 세상으로 나왔으니, 거의 60년이 걸린 거예요. 아마 이 작품을 읽고나면 그토록 긴 세월을 품게 된 이유를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1940년대 후반의 리스본을 배경으로 평범한 이웃들의 일상을 그려내고 있어요. 


모든 집이 그렇듯이 모든 영혼도

겉으로 드러난 모습 뒤편에 숨겨진 내면이 있다.

    - 하울 브란당    (7p)


평범한 이웃들이라고 표현했지만 각각의 집을 들여다보면 드라마 '사랑과 전쟁' 혹은 '부부의 세계'를 떠올릴 만한 사연들이 숨겨져 있어요.

다들 잘 살고 있는 듯 보이지만 저마다 가면을 쓰고 있어요. 구두장이 실베스트르는 줄어든 수입을 걱정하다가 청년 아벨을 세입자로 들이게 되고, 카르멘과 남편 에밀리우는 서로 의심하며 싸우고, 안셀무와 로잘리아 부부는 열아홉 살이나 된 딸 클라우디아를 아기처럼 여기고 있으며, 주스티나와 남편 카에타노는 외동딸을 잃은 뒤로는 남남처럼 지내고 있어요. 혼자 살고 있는 리디아는 돈 때문에 자신을 찾는 엄마와 돈 때문에 만나는 남자 사이에서 괴로워하고 있어요. 가장 평온해 보이는 윗집의 네 여자들은 엄마와 이모, 두 딸이 살고 있는데 각자 비밀을 숨기고 있어요. 

여기서 주목할 인물은 청년 아벨이에요. 그는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한 탓인지 힘든 일과 궁핍한 생활에 단련되어 있어요. 실베스트르는 신기하게도 아벨에게 처음부터 호감을 느꼈고 가족처럼 대해주지만 아벨은 고마움과 동시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어요. 왜냐하면 아벨은 평범한 인생에 발목 잡히기는 싫기 때문이에요. 실베스트르가 강조하는 쓸모 있는 삶이란 아벨에겐 무의미하기 때문이에요. 마치 아벨의 생각을 증명하듯이 이웃들의 속사정은 부글부글 끓고 있는 냄비 같아요. 그러나 아벨의 삶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중요한 건 옆에서 떠들어대는 소리가 아니라 자기 내면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그 누구의 삶과도 닮지 않았지만 그들의 삶에 공감하게 되는 건 바로 그들의 적나라한 마음을 들여다보았기 때문이에요. 삶은 고행이라더니, 저마다 고민을 안고 살아가네요. 

<스카이라이트>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건 다양한 삶의 군상일 뿐이에요.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 하느냐는 오직 자신의 몫인 거죠.


"유용해져라. 세뇨르 실베스트르는 항상 이 말씀만 하십니다. 

어떻게 해야 제가 유용해질까요?"

"그건 자네가 스스로 알아내야지. 인생의 모든 일이 그렇듯이.

그 일에 대해 조언해줄 수 있는 사람은 하나도 없네.

나라도 할 수만 있다면 하고 싶어. 내 조언이 자네에게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315-316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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