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의 문장들 - 업의 최고들이 전하는 현장의 인사이트
김지수 지음 / 해냄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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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의 고수들이 들려주는 최고의 조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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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9-13 0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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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데바 - 삶 죽음 그리고 꿈에 관한 열 가지 기담
이스안 지음 / 토이필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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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을 보며, 비가 오겠구나 짐작했는데 꾸물꾸물 몇 방울 떨어지더니 금세 그쳤어요.

뭐지, 안 오는 건가... 아예 비 생각은 잊은 채 한참 지났을까, 토독토독 작게 빗소리가 들려왔어요.

창문을 열어보니 가만가만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바닥에 물웅덩이가 고인 걸 보니 제법 내린 듯 한데 소리가 크지 않아 오는 줄도 몰랐네요.

그제서야 옥상에 널어둔 빨래가 떠올랐어요. 흠뻑 젖어버렸어요. 


<카데바>는 이스안 작가님의 공포 소설집이에요.

'삶과 죽음 그리고 꿈에 관한 열 가지 기담'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어요.

책을 읽기 전, 저보다 먼저 제목을 알아 본 사람 덕분에 '카데바'가 해부용 시체를 가리키는 의학 용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이전에는 몰랐던, 그러나 의미를 알자마자 마법 주문처럼 온갖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평온한 일상을 툭 건드리는 공포... 그건 마치 투명한 물컵에 까만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정도로 미약한 효과였어요. 진짜는 책을 펼쳤을 때, 종이 위에 활자들이 명확한 장면들을 보여주는 순간부터 시작됐어요.

우선 공포물 마니아라면 이스안 작가님의 기담은 약한 맛일 수 있어요. 왜냐하면 마니아 층이 원하는 건 기상천외한 결말일 텐데, 그러기엔 어느 정도 결말을 짐작할 수 있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 작가님의 말을 빌리자면, "저는 이 글에서 이미 암시되고 예견되어 서서히 들춰지는 무언가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360p)라고 밝히고 있어요. 딱 그거예요, 가랑비처럼 조금씩 스미는 공포... 

열 가지 이야기 가운데 <카데바>를 제외하면 거의 일상적인 삶을 배경으로 하고 있어요. 남들은 모르는 혼자만의 버릇, 연인 사이에 둘만 아는 비밀, 이별의 후유증, 기이한 경험, 가위에 눌리는 현상, 귀신 체험, 불장난, 죄의식이 불러온 악몽, 기구한 팔자, 자살과 같은 사건들이 소재가 된 기묘한 이야기들이에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조금만 어긋나도, 얼마든지 끔찍한 일들이 벌어질 수 있어요. 실제로 공포소설이나 기담보다 현실이 더 무섭고, 귀신보다 사람이 더 소름 끼칠 때가 있어요. 더 나아가 그 사실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인정하고 있는 게 가장 최악인 것 같아요. 뉴스를 통해 보도되는 극악무도한 범죄들이 최근 더 많아진 것 같아서 씁쓸하네요.

<별장괴담회>는 유일하게 소설이 아닌 실화라는 점이 특이해요. 2017년에 작가님이 친구들과 실제로 겪은 일을 그대로 옮겨 썼다고 해요. 만약 사진까지 실렸다면 가장 섬뜩했을 이야기인데, 나머지 이야기들이 워낙 강렬하다 보니 논픽션이 픽션을 이기질 못했네요. 

어쩌면 기묘한 이야기는 우리에게 불안과 공포가 자동차 사이드미러처럼 거울에 보이는 것보다 훨씬 더 가까이 있음을 일깨워주려는 게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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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다 -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
카르멘 라포렛 지음, 김수진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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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멀어져가는 바르셀로나에 작별을 고했어요. 

분노와 반항심, 수치심, 약간의 희열과 열정, 그리고 엄청난 충격 뒤에 밀려오는 허망함과 일말의 희망까지 온갖 감정들이 뒤범벅되어 혼란스러웠는데, 그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솔직히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몰라서, 잠시 멍해졌어요. 

책 표지에 적힌 "아무것도 없다"라는 제목이 선명하게 보였어요. 아무것도 없다... NADA

그리고 책소개를 통해 이 작품이 스페인 내전 이후의 삶을 여성 주인공의 목소리로 그렸으며, 스페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나달문학상 제1회 수상작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카르멘 라포렛은 어린 나이에 겪은 내전의 후유증을 스물셋 나이에 <아무것도 없다>라는 첫 작품으로 탄생시켰다고 해요. 작품의 원제 'NADA'가 '무無', 즉 '아무것도 없다'라는 의미이며, 2006년 원제 그대로 <나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작품을 카르멘 라포렛 탄생 100주년 기념판으로 다시 내놓았다고 하네요.

100년이라는 세월은 까마득하게 느껴지지만, 그때 탄생한 작가가 쓴 소설에서는 그 어떤 물리적, 시간적 거리감을 느끼진 못했어요.

무엇보다도 이 소설은 스페인 내전의 흔적을 겉으로 드러내진 않아요. 오로지 주인공 안드레아의 시점에서 주변 상황들과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그려내고 있어요.

우선 안드레아는 대학에서 문학 공부를 하기 위해 혼자 바르셀로나에 있는 외갓집을 찾아 왔어요. 세 시간 연착으로 한밤중에 기차역에 도착한 상태 택시를 잡기도 힘들어서, 스페인 내전 후에 다시 등장한 낡은 마차에 올라탔어요. 도착한 건물은 아파트지만 모든 것이 상상과는 딴판이라 놀라는 안드레아. 

어둠 속에 드러난 집 내부는 온통 거미줄이 쳐져 있고, 곧 이사갈 것처럼 가구들이 겹겹이 포개져 있어요. 안드레아를 맞아준 외할머니는 선량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처량해보여요. 큰 외삼촌 후안과 외숙모 글로리아, 작은 외삼촌 로만, 앙구스티아스 이모, 그리고 가정부 안토니아와 개 한 마리까지 왠지 암울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어요.

숨이 턱턱 막히는 집에서 벗어나고 싶은 안드레아는 마침 대학에서 만난 친구 에나와 완벽한 그녀의 가족을 통해 위안을 얻게 되지만 어쩔 수 없는 비교가 안드레아를 괴롭혀요. 안드레아는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외할머니뿐만이 아니라 집안 여자들이 외삼촌들로부터 학대와 무시를 당하는 걸 이해할 수 없어요. 더군다나 이모는 안드레아에게 부모 잃은 고아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자꾸 속박하려고 들어요. 만약 좀 더 어린 소녀였다면 꼼짝없이 당했겠지만 안드레아는 차라리 무시하는 쪽을 택했어요.

그러나 앙구스티아스 이모가 오열하며 고백한 이야기는 진심이었기에 얄미운 그녀가 안쓰럽게 느껴졌어요.


"... 네 할머니는 늘 딸보다 아들을 훨씬 귀히 여기셨지만, 

그 아들이라는 사람들 덕에 - 여기서 이모의 얼굴에 조소의 빛이 지났다 - 오늘날 이렇게 궁상을 떨며 살잖니 ......

솔직히 이 집안을 지켜온 건 순전히 딸들이었어."  (173p)


실제로 외삼촌들은 집안 여자들에게 몹시 강압적이고 포악하게 굴었고, 그 관계는 결코 평범하지 않았어요. 그러니 바르셀로나 그 집에 머물고 있는 한 안드레아는 끊임없이 투쟁할 수밖에 없어요. 결국 그 일이 터지고 난 후에야 얽히고 설킨 관계는 끝이 났고, 안드레아의 삶은 새롭게 시작될 수 있었어요. 황무지에 피어난 풀 한 포기만큼의 희망으로.


"생전 처음, 나는 모든 존재는 점차 잿빛으로 시들어가고 점차 소멸되어갈 때까지 삶을 지속하게 마련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죽음이 찾아와 육신이 소멸하기 전에는 결코 그 어떤 사연도 막을 내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412-41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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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서 봄 스위스
수정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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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든지 떠날 수 있다고 여겼던 때와 지금은 많은 것들이 달라졌어요.

그래서 더욱 여행 관련 책에 관심이 가는 것 같아요. 

<유럽에 서 봄>은 스위스 여행 에세이예요. 

유럽 여행을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스위스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일 거예요. 저 역시 영상을 통해 만년설이 덮힌 마테호른과 융프라우요흐 정상까지 오르는 기차를 보면서 그 아름다운 자연에 매료되었던 것 같아요. 세상에 이토록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곳이 존재한다는 것이 놀랍고 설레었던 것 같아요. 그만큼 스위스는 여행지로 마다할 이유가 없는, 인생 여행지라서 이 책을 읽는 동안 즐거웠어요. 

저자는 스위스를 하이킹 코스와 여행 코스로 나누어 안내해주고 있어요. 워낙 생생하고 멋진 사진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 고르너그라트, 마테호른 글레이셔 파라다이스, 수네가 파라다이스, 융프라우요흐, 피르스트, 멘리헨, 쉴트호른, 뮈렌, 리기 등 이름처럼 천국의 풍경을 마주한 듯 했어요. 특히 멘리헨 정상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 거대한 산맥이 압도적인 아우라를 보여주는데, 저자는 사진으로 다 담을 수 없어서 마음에 담아왔다고 하니 어떤 감흥일지 정말 궁금해요.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처럼 스위스에 다시 가기로 했다."라는 저자의 말이 그 어떤 설명보다 스위스의 매력을 크게 느끼게 만든 것 같아요. 

취리히를 비롯한 바젤, 쿠어, 제네바, 로잔 등 도시의 풍경은 유럽 여행의 로망을 이뤄주는 것 같아요. 그 중 몽트뢰는 레만 호수를 품은 작은 도시라서 제 마음을 사로잡았네요. 조용하고 따뜻한 분위기, 낭만적인 호수의 풍광이 한 편의 동화처럼 아름다운 것 같아요. 솔직히 어느 한 곳을 꼽기 어려울 정도로 책에 소개된 모든 곳이 멋졌어요.  와우~ 이래서 스위스였구나, 스위스일 수밖에 없구나,라고 느꼈어요.


"스스로를 가두는 것이 일상적이었던 우리는 얼마나 좁은 시간의 틈을 지나온 것일까.

길게 난 방향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벽을 두드려 볼 생각도 깨려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

그 벽 안에도 길게 걷고 있는 일상의 무엇이 있었다."  (239p)


여행이 주는 깨달음은 온전히 여행자의 것이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인생이 여행길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익숙함에서 벗어나 낯설고 특별한 곳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아직 어렵지만 마음까지 가둬둘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책으로 떠나는 스위스 여행 덕분에 답답했던 마음이 확 풀린 것 같아요. 어느새 스위스가 마음 한 켠에 자리잡았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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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북쪽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 9
현택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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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하면 아름다운 자연을 떠올리게 돼요.

대부분 휴가를 즐기러 갔기 때문에 멋진 여행지로서 기억하고 있어요. 

그러니 제주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관광객의 시선이 전부라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처음에 이 책을 발견했을 때는 제주, 라서 눈길이 갔고, 그다음은 대한민국 도슨트라는 문구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 중 아홉 번째 책이며, 전국을 발로 뛰며 우리 땅과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한 새로운 인문지리지라는 소개글을 보았어요.

<제주 북쪽>의 저자는 제주 북쪽에서 나고 자랐으며 제주의 말로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해요.

시를 쓰면서 제주를 제대로 알지 못한 점이 부끄러워 뒤늦게나마 제주를 알아가면서 이 책까지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어릴 적에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 문득 섬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느꼈고, 그후 이십 년 정도 지나 우당도서관에 있는 비파나무를 제재로 한 시를 써서 시인이 되었다고 하니, 운명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그 누구보다도 제주 북쪽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라서 그 깊이와 울림이 남다른 것 같아요. 제주 북쪽의 짧은 역사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현재의 모습만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진짜 제주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동안 한국사에서 날카롭게 베여나간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모르고서는 제주를 말할 수 없을 거예요. 그래서 저자는 가장 먼저 4·3 평화공원을 소개하고 있어요. 

1947년 3·1절 발포 사건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봉기가 일어난 후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되기까지 삼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는 이승만 정권과 미국 정부의 묵인 하에 벌어진 민간인 대학살이었어요. 무고한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임을 당했고, 대부분의 마을이 불타 없어졌으며, 살아 남은 이들도 폭도의 오명을 쓴 채 침묵해야 했어요. '4·3'은 군사 독재 시대에 금기의 단어였다고 해요. 현기영 소설가의 소설 『순이 삼촌』이 발표되면서 "4·3을 말해야 한다"는 진실 규명의 목소리를 모으는 계기가 되었던 거예요. 4·3 평화공원이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제주를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이 위령공원 조성을 약속하면서부터이고, 2003년 4월 3일 평화공원 기공식이, 2008년 3월 28일 평화기념관이 개관하게 되었어요. 전시관에는 세우지 못한 백비가 누워 있다고 해요. 아직 이름이 없는 건 끝내 찾지 못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강요된 침묵과 역사 왜곡 속에서 진실을 찾은 과정으로 4·3은 2014년 국가추념일로 지정되었고, 제주의 예술가들은 4·3의 비극을 과거의 제주로 국한하지 않고, 여전히 세계에서 벌어지는 국가 폭력에 맞서는 일에 연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해요.

이 책에는 제주 북쪽을 대표하는 명소 스물여덟 곳이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데 유독 4·3 평화공원만을 언급하는 건 오랫동안 묻혀있던 제주의 역사이기 때문이에요. 저자의 말처럼 4·3을 알아야 제주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를 깨닫는 계기였어요. 아름다운 섬이 피로 물들었던 그 참혹한 역사를 알고나니 제주도 곳곳에 간직한 이야기들이 가슴에 와닿았어요. 슬프고도 아름다운 제주를 만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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