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청의 기술 - 말 한마디 안 해도 원하는 것을 얻는 듣기의 힘
야마다 하루 지음, 정지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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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이 있잖아요.

괴롭고 힘든 순간에는 이 말이 몹시 거슬리고 싫었는데, 어려운 시기를 겨우 넘기고 나서야 그 의미를 조금은 알겠더라고요.

감히 고통을 비교할 순 없겠지만 세상에는 나보다 더 큰 고통을 겪고도 당당하게 극복해내는 사람들을 있고, 그들을 통해 삶을 배우게 되네요.

화창한 가을 어느 날, 런던에서 딸과 함께 스쿠터로 경주를 하던 저자는 심각한 사고로 인해 청력 장애를 겪게 되었는데, 오히려 '듣기'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이를 일상적인 수행으로 바꾸면서, 경청의 전도사를 자처하고 있네요. 그 주인공은 바로 야마다 하루, 사회학자이자 글로벌 노마드 작가예요.

《경청의 기술》은 우리 안의 듣기 지능과 듣기 에너지를 다시 발견하도록 돕는 책이네요.

저자는 듣기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모든 듣기가 같은 경로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개념을 처음 접했다고 하네요.

"4세기에 일본 최초의 여성 천황인 스이코 천황의 사신들이 중국에서 일본으로 가져온 한자 한 글자가 이 모든 것을 요약해줄 수 있다.

聽く 즉, '기쿠'라고 발음하는 이 단어는 '듣기'를 뜻하는 보물 같은 단어다. 이 단어를 이루는 작은 요소들이 합쳐지면 듣기의 비밀스러운 연금술이 완성된다. 왼쪽에는 귀耳 가, 오른쪽에는 14개 十四 의 마음 心 이 자리한다. 이것들이 합쳐져서 '14개의 마음으로 듣는 사람'이라는 뜻이 되는 것이다. ··· 발음은 같지만 의미가 다른 2개의 단어 '기쿠 kiku'가 있어요. 첫 번째 단어는 '14개의 마음으로 듣기'라고 부르는 ' 聽く '로, 사람이라는 채널에 집중하는 듣기를 의미한다. 두 번째 단어는 '정보적 경청'이라고 부르는 ' 聽く '는 언어와 내용, 과제, 주제에 초점을 맞춘 듣기다. 일반적으로 '듣는다'라고 할 때는 정보적 경청을 떠올린다. 14개의 마음으로 듣기와 정보적 경청은 서로 다른 채널에서 이루어진다. 전자는 개인적, 관계적, 문화적 목소리를 깊이 있게 듣는 것을 의미하며, 후자는 일반적으로 언어로 표현되는 표면적인 정보를 효과적으로 듣는 것을 의미한다." (10-19p)

이 책은 14개의 마음으로 듣기가 얼마나 중요한 능력인지를 자세히 알려주고, 14개의 마음으로 듣는 능력을 키우고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어요. 청력 문제가 거의 없는 건강한 사람이라면 듣기라는 행위와 본인의 청력에 대해 무심했을 확률이 크네요.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5억 명이 넘는 사람들이 청력 손실을 겪는데, 일반적으로 청력 손실이 시작된 후 10년이 지나서야 도움을 받을 정도로 사람들이 청력이 손실되는 상황조차 인지하지 못한다고 하네요. 저 역시 평소에 이어폰을 자주 사용하다 보니 가끔 미세한 난청 증상을 느낄 때가 있지만 병원을 찾은 적은 없네요. 저자의 조언대로 청력 검사를 받고 미리 예방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청력에 이상이 없는 상태라야 14개의 마음으로 듣기를 온전히 활용할 수 있어요. 경청의 기술이란 단순히 잘 듣는 태도가 아니라 마음을 다해 듣는 듣기 지능을 갖추는 것이라고 볼 수 있어요. 책에서는 정보적 경청, 부드러운 경청, 신뢰성 경청, 비언어적 경청, 문화적 경청, 사회적 경청, 업무적 경청, 세대적 경청, 적응적 경청으로 분류하여 구체적인 듣기 기술에 대해 설명해주고 있네요. 말하기만 넘쳐나는 세상에서 타인의 말을 제대로 듣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듣기 능력은 초연결 시대의 생존 필수 능력이라는 것을 알고 나니, 더더욱 노력해서 갈고 닦아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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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마음시 시인선 17
이정하 지음 / 마음시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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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멀었다


어느 순간,

햇빛이 강렬히 눈에 들어오는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된다.

잠시 눈이 멀게 되는 것이다.


내 사랑도 그렇게 왔다.

그대가 처음 내 눈에 들어온 순간

저만치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나는 세상이 갑자기 환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로 인해

내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될 줄

까맣게 몰랐다.

(14p)


이정하 시인의 시집 《그대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 개정판이 나왔네요.

초판 발행일 1997년 11월 15일, 사람의 나이로 보자면 스물여덟, 스물아홉이 되었네요. 적지 않은 세월이 흘렀으나 시는 조금도 늙지를 않았네요. 그대를 처음 본 순간을, 강렬한 햇빛처럼 눈이 부셔서 '눈이 멀었다'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세상이 갑자기 환해지고, 그대 말고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순간, 그렇게 사랑에 빠져버린 사람들만이 공감하는 마음을 노래하고 있네요. 시인은 "그대 굳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괄호 속의 '나'를 빼놓고서는 진심을 전할 수 없어요. 사랑하는 나의 마음이 그대 마음에 가 닿지 않더라도, 나는 여전히 그대를 사랑할 수밖에 없노라는, 눈물겨운 고백이네요.

"그대와의 만남은 잠시였지만 / 그로 인한 아픔은 내 인생 전체를 덮었다. / 바람은 잠깐 잎새를 스치고 지나가지만 / 그 때문에 잎새는 내내 흔들린다는 것을. ··· 상처입지 않으면 아물 수 없듯 / 아파하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네. / 만났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사랑했고 / 사랑했던 날보다 더 많은 날들을 그리워하고 / 있다는 것을, 그대여 진정 아는가." (26p)

아파하지 않고도 사랑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시인은 묵묵히 그 자리에서 애절하게 외치고 있네요.

"그래, 내가 /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 너를 위해 나를 /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 잠겨 죽어도 좋으니 /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27p) <낮은 곳으로>라는 시의 일부분이네요. 흐르는 강물처럼 그대의 마음이 흘러흘러 낮은 곳에 있는 내게로 밀려오기를 바라고 있네요. 온전히 자신을 비우고 오직 너를 위해, 모든 것을 다 주고 싶은 그 마음이 참으로 아름다워요. 낮은 곳에 있고 싶은 그 마음이 사랑이라면 세상을 온통 사랑으로 채우고 싶네요. 모두가 높은 곳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세상에서, 누가 낮은 곳에 가려고 하겠어요, 바보가 아니고서야... 바보, 바보처럼 다 내어줄 수 없으니 사랑은 저만치 멀어져가네요. 사랑한 만큼 외롭고, 사랑한 뒤에 괴롭고 슬프다면서 사랑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은 아름다운 거예요.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서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나... 시인은 <바람 속을 걷는 법2>에서 그 답을 알려주고 있어요.

"바람 불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아니다. / 그래, 산다는 것은 / 바람이 잠자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 그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 바람이 약해지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 그 바람 속을 헤쳐나가는 것이다. /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것, / 바람이 드셀수록 왜 연은 높이 나는지." (66p)

우리는 바람 속을 걷는 사람들, 흔들리고 휘청거려도 잘못된 게 아니라는 걸, 그러니 그 바람을 헤쳐나가야 해요.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뜨겁게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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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사랑했네 마음시 시인선 18
이정하 지음 / 마음시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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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시 시인선 열여덟 번째 책은 이정하 시인의 시집이네요.

오래 전에 읽었던, 어쩐지 첫사랑의 추억을 끄집어내는 듯, 뭔가 몽글몽글한 감성을 자극하네요.

《한 사람을 사랑했네》는 2026년 개정판이네요. 2000년 11월 5일 초판 발행일, 이 시집을 과거에 읽었다고 해도 지금의 마음과는 같지 않기에, 다시 읽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읽었다고 해야겠네요. 마치 나와 함께 세월을 지나온 것만 같은, 그때에도 좋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마음이 통하는 친구 같은 느낌이네요. 사랑이 뭔지 모르던 시절에 시를 읽으며 내 마음 같다고 느꼈는데, 이제는 사랑 너머의 삶을 바라보며 내가 알던 사랑보다 더 큰 세상을 생각하게 되네요.

표제시에서 "너를 얻어도, 혹은 너를 잃어도 / 사라지지 않는 슬픔 같은 것." (13p)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은 나이가 되었네요. "한번 떠난 것은 절대로 /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21p)라는 사실은, 숱하게 겪어봐야 알 수 있으니까요. 끝끝내 미련을 떨쳐 버리고 나서야 비로소 인정하게 되는 것들이네요. "그대를 만나고부터 내 마음속엔 / 언제나 별 하나 빛나고 있습니다." (67p), 그러니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을 거예요. <간격>이라는 시, "사랑한다는 거 / 그것은, 서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데 / 동의하는 일입니다. / 내가 가져야 할 것과 / 내가 가져서는 안 되는 것 사이의 간격을 / 서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 그래서 사랑은 안타까운 것. / 가져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 / 자꾸만 마음이 기웃거려지는, / 꼭 그 간격만큼 슬픈." (83p)을 읽으면서, 이것이 삶과 사랑에 관한 값진 조언이라고 생각했네요. 사랑을 가질 수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괴로운 게 아닐까 싶어요. 영영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려고 하니까, 사랑한다는 이유로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은 집착이고, 잔인한 욕심인 것 같아요. "떠나려는 사람은 / 강물에 띄워 보내자. / 이 순간이사 한없이 멀어지지만 / 굳이 슬퍼하지 말자. / 언젠가는 강물이 비구름 되어 / 우르르 우르르 비 오는 소리로 / 내게 다시 돌아오리니." (100p)라는 <떠나려는 사람은 강물에 띄워 보내자>라는 시처럼 헤어짐을 슬퍼할 이유는 없어요. 그럼에도, 우리는 슬퍼하고 아파하겠지만, 한 사람을 사랑했기에 아름다운 삶이었노라고 말할 수 있네요. "당신은 아는가,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처받았다는 것을." (96p) 상처 없이, 아무런 고통 없이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 같아요. 시인은 한 사람을 사랑했고, 우리에게 그 뜨거운 노래를 불러주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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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고백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기 드 모파상 지음, 구영옥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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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인 기 드 모파상이라고 하면 <목걸이>라는 작품을 먼저 떠올리게 되네요.

짧지만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단편 소설들을 남겼는데, 이번에는 사랑이라는 주제로 14편의 작품을 모아낸 책이 나왔네요.

《첫눈, 고백》은 머묾 세계문학 시리즈 사랑 3부작으로 기 드 모파상의 단편집이네요.

우선 매거진 스타일의 구성이 눈길을 끄네요. 기 드 모파상의 사진으로 시작해, 작가의 작품과 관련된 자료와 함께 인상적인 문구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모파상은 자신의 문학적 후원자이자 스승 귀스타프 플로베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해요.

"플로베르는 내게 가르쳐주었다. '아름다운 주제란 존재하지 않는다. 오직 아름답게 다루는 방식만 있을 뿐이다.'" _ 《피에르와 장, 1888》 (9p)

굉장히 공감이 되는 이야기예요. 모파상이 쓴 단편 작품들을 읽다 보면 사랑 이면에 추악한 인간의 모습들을 발견하게 되네요. 마치 사랑마저도 환상인 것 같은, 그러나 사랑의 본질마저 의심해서는 안 될 일이지요. 도대체 사랑은 무엇인가,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지만 이야기들은 참으로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주네요.

"우리는 너무 연약하고 무방비 상태이며 무지하고 보잘것없다. 물방울 속에서 떠도는 진흙 알갱이 위에 존재하는 우리는." _ 《오를라》(306p)

여기에 소개된 모파상의 단편 작품들을 읽다 보면 달달한 사랑의 감정보다는 적나라한 내면의 욕망과 결핍을 마주하게 되네요. 우리에게 무엇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인생의 단면을 객관적으로 묘사한 내용을 보면서, 문득 19세기 버전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네요. 매우 간결한 형식 안에 인간 삶의 복잡다단한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놀라웠네요. 각 단편들은 각양각색의 인간극장 같아요.

모파상은 《피에르와 장》 서문에서 스승 플로베르의 가르침을 언급하고 있는데, 그의 문학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네요. "내 스승은 '독창성이 있다면, 무엇보다도 그것을 분명히 드러내야 하고, 없다면, 반드시 그것을 획득해야 한다. 재능이란 오랜 인내다.'라고 말했다. 표현하고 싶다면 어느 것이든 충분히 오래, 충분히 주의 깊게 바라봄으로써 아무도 본 적도 말한 적도 없는 한 가지 측면을 발견해 내야 한다. 우리가 세상을 바라볼 때, 이미 누군가가 그 대상에 대해 생각해둔 방식의 기억을 기반으로 눈을 사용하는 데 익숙해 있기 때문에, 모든 것 속에는 미지의 영역이 존재한다. 가장 사소한 것조차도 약간의 미지를 담고 있다. 그것을 찾아내자. 불타오르는 불꽃 하나와 벌판의 나무 한 그루를 제대로 묘사하려면, 그 불꽃과 나무가 더 이상 우리에게 다른 어떤 불꽃이나 나무와도 닮지 않게 될 때까지 그 앞에 머물러야 한다. 그렇게 할 때 우리는 비로소 '독창적'이 된다." (23-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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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머묾 세계문학 사랑 3부작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승주연 옮김 / 머묾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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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묾 세계문학의 첫 시리즈 사랑 3부작이 나왔어요.

"시대를 넘어, 사랑이라는 감정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며, 우리를 고전문학의 세계로 초대하고 있네요.

첫 번째 이야기는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거장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1818-1883)의 《첫사랑》이네요. 역시나 첫사랑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랑의 시작이자 인생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강렬한 상징적 의미가 있어요. 그러니 누군가의 첫사랑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꽤나 흥미로운 일이네요. 중년의 남자 셋이 모여 한밤중에 꺼낸 대화의 주제가 첫사랑이었네요. 한 사람은 첫사랑의 기억이 너무 어릴 때라서 거의 남아 있지 않고, 다른 한 사람은 현재의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 아무도 사랑한 적이 없고, 양가의 아버지가 나서서 결혼시킨 경우라서 달리 할 이야기가 없는데, 마지막 남은 사람은, "제 첫사랑은 정말로 평범하지 않습니다." (31p)라고 말했기에 다들 들려달라고 요청했어요. 근데 말재주가 없다면서 노트에 적은 후에 나중에 읽어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그는 2주 후에 다시 만나 그 약속을 지켰네요. 이 소설은 그가 노트에 적은 내용이네요.

"당시 나는 16살이었다. 그리고 이 일은 1833년 여름에 일어났다." (32p)

이반 투르게네프는 스스로 이 작품을 '가장 자전적인 작품'이자 '유일하게 다시 꺼내 읽는 작품'이라고 밝혔는데, 실제로 투르게네프의 어머니는 매우 부유한 지주였고, 아버지는 젊고 외모가 뛰어났지만 가난한 군 장교였다고 하네요. 이 책에 《첫사랑》과 함께 수록된 《무무》라는 작품은, 투르게네프의 어머니가 거주했던 모스크바 오스토젠카의 생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라고 하네요. 어린 시절에 겪었던 일들이 작가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를 짐작해보네요. 열여섯 살의 소년에게 첫사랑은 '참새의 밤'과 같았네요. 러시아에서는 뇌우를 동반한 짧은 여름밤을 일컬어 '참새의 밤'이라고 부른대요. 그녀는 푸슈킨의 시, <그루지야의 언덕 위에서>를 낭독한 뒤에 이렇게 말했어요.

"'내 가슴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에.' 시가 이래서 좋아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말하지만, 실재하는 것보다 더 낫고 어떨 땐 진실보다 더 와닿으니까요··· '내가 가슴이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에'는 사랑하지 않았으면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거니까요!" (90p)

첫사랑은 달콤한 고통을 주었고,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겨버렸네요. 도대체 사랑은 뭘까요. 말로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각자 느끼는 사랑을 통해 스스로 이해할 따름이네요. 《무무》에서 게라심이 강아지 '무무'에게 느끼는 사랑도, 다른 이들과의 사랑에 못지 않다는 것, 다만 사랑한 적 없는 이들만이 잔혹해질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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