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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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은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예요.

사랑 없는 삶은 무덤과도 같다고 생각해요. 물론 좀비처럼 살아갈 수도 있겠지요.

중요한 건 사람들이 사랑하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저마다의 방식대로 말이죠. 그러니 타인의 사랑에 대해선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다만 자신의 사랑은 얼마든지 이야기할 수 있어요. 사랑에 빠진 사람은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보이질 않지만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것들을 발견할 수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프랑수아즈 사강은 사랑에 관한 탁월한 이야기꾼인 것 같아요. 사강의 단편소설은 처음 읽었어요.

비단 같은 눈 / 지골로 / 누워 있는 남자 /  내 남자의 여자 / 다섯 번의 딴전 / 사랑의 나무 / 어느 저녁 / 디바 / 완벽한 여자의 죽음 / 낚시 시합 / 슬리퍼 신은 죽음 / 왼쪽 속눈썹 / 개 같은 밤 / 로마식 이별 / 길모퉁이 카페 / 7시의 주사 /  이탈리아의 하늘  /  해도 진다 /  고독의 늪

모두 열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워낙 짧고도 강렬한 이야기라서 그 내용을 말할 수는 없어요. 반전 결말이라서 헉, 하고 놀랐어요.

요즘은 연애와 결혼, 부부의 세계를 그린 드라마나 영화, 방송 프로그램이 많아서 그런지 상상도 못했던 이야기들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1975년이라면 어땠을까요. 

프랑수아즈 사강의 작품들은 출간 당시 엄청난 이슈가 되었는데, 그 이유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네요. 

여자와 남자, 그들의 관계 속에서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지다니 놀랍고 신기할 따름이에요. 대신 아름답고 완벽한 사랑 이야기는 기대하지 마시길.

누구나 완벽한 사랑을 꿈꾸지만 이룰 수 없는 건 인간이 완전하지 않기 때문일 거예요. 결핍, 결함, 오류, 실수... 어쩌면 착각으로 인해 사랑에 빠지고, 그로 인해 헤어지지만 결국 망각을 통해 다시 사랑하게 되는 순환고리에 갇힌 게 아닐까라는 상상을 해요.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자신이 뭘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불나방처럼 달려드는가 하면 혼자 가슴앓이를 하기도 해요. 나와 너의 마음이 같다면 괴로울 일이 없겠지만 그럴 확률은 희박하다고 봐야겠지요. 사랑도 죽음도 뜻대로 되지 않을 때, 그런 경우에는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소설 속 인물들은 너무나 단호하네요. <다섯 번의 딴전>의 조세파와 <길모퉁이 카페>의 마르크는 확고한 자기결정권자인 것 같아요. 아무도 간섭할 수 없는 본인의 인생을 산다는 건 용기일까요, 아니면 고집일까요. 전 잘 모르겠어요.



"다행이지 뭐야. 인생은 흘러가고, 넌 그대로 남았잖아. 

나도 남아 있고. 우린 춤추고."

"평생 춤출 거야. 우리는 춤추는 사람들이니까."

...

"사는 게 참 웃겨."

"뭐?"

"몰라."   (104p)


생각해보면 참 웃긴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것은.

그녀의 손바닥으로 불두덩이 튀어나왔다고, 말하자면 그녀가 관능적이라고 가르쳐주는 남자는 늘 그녀의 욕정을 차갑게 식히는 남자였다.

그녀의 성격이 밝다고 말해주는 남자는 늘 심심한 남자였다. 더 비참한 것은, 그녀에게 이기주의자라고 욕을 한 남자는 

늘 그녀가 사랑했던 남자였다는 사실이다.   (15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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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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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다섯, 서른일곱의 두려움을 적어내려간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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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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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푸른 상흔》은 소설일까요, 아니면 에세이일까요.

첫 문장부터 프랑수아즈 사강의 일기로 시작되고 있어요.  1971년 3월의 봄, 파리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어떤 심경의 변화였을까요.

제목에서 드러나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요. 그럼에도 뭔가를 기대하는 열혈 독자를 위해 미리 경고하고 있어요. 이 책은 야한 이야기도 없고 자전적 요소나 재미있는 기억도 나오지 않는다고요. 오로지 자기 내면의 문제를 언급하고 있어요. 사실에서 출발하여 공상으로 빠져버리는 이야기, 바로 작가로서의 자아가 충실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겠지요. 


"내 나이는 서른다섯...

아침과 저녁, 타자기와 자기 자신이 두려워 타자기를 두드리는 어떤 여자일 뿐이다.

두려움은 아름답지 않다. 부끄럽기까지 하다. 예전에는 두려움을 몰랐는데, 이게 전부다.

하지만 그 '전부'가 끔찍하다."  (10-11p)


사강의 작품에서 인물들의 나이는 꽤 많은 것들을 함축적으로 설명해주는 장치인 것 같아요.

서른다섯 살의 의미는 뭘까요. 미처 몰랐던 두려움이 밀려오는 이유는 더 이상 젊지 않아서, 아니 스스로 젊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은 아닐까요.

1971년 3월 사강의 나이는 서른일곱 살이에요. 열여덟 살에 작가로 데뷔하여 엄청난 극찬을 받으며 승승장구했던 그녀이기에 두려움은 받아들이기 힘든 낯선 감정일 것 같아요. 어느 날 문득 찾아온 불청객처럼... 그래서 사강은 십 년 전 인물, 자신이 창조해낸 극중 인물인 세바스티앵과 그의 누이 엘레오노르를 다시 불러냈어요. 

반 밀렘 남매는 연극의 두 주인공이에요. 그들은 빈털러리 신세지만 유쾌하고 아름다운 매력으로 눈 먼 지갑을 노리며 살고 있어요. 타인을 통해서 쓸모를 증명해내는 존재들.

그들은 마치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 나오는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이라는 캐릭터처럼 사강의 내면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고 있어요. 그저 감정의 일부분일 뿐, 사강이 어떤 사람인지는 별개의 이야기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런 영화 본 적 없다니까요."

"그게 말이 됩니까? 정말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Bonnie And Clyde」를 모른다고요?"  (39p)


우연히 초대된 노라 제델만 부인의 클럽 모임에서 영화광인 남자가 엘레오노르에게 한 말이에요. 이 유명한 영화를 모르냐고 묻는 건데, 반 밀렘 남매는 스웨덴에서 십 년을 살았기 때문에 본 적 없다고 말하고 있어요. 흥미로운 점은 이 영화가 1930년대 미국 중서부에서 무수히 은행 강도와 살인을 저지른 보니 파커와 클라이드 배로 커플의 이야기라는 점이에요. 실제로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 보니와 클라이드를 영화의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는 뭘까요. 위험하고도 매력적이니까.

엘로오노르와 세바스티앵 역시 그 치명적인 매력은 삶의 무기라고 볼 수 있어요. 물론 주인공들의 운명은 작가의 손에 달려 있으니 그 전까지는 모든 가능성을 품고 있어요. 우리가 "안녕, 내일 봐" (187p)라고 말할 수 있다는 건 매우 특별한 순간을 누리고 있다는 뜻이에요. 


"사실 내가 섬기는 유일한 우상, 유일한 신은 시간이다.

오직 시간만이 나에게 심오한 기쁨과 고통을 줄 수 있다."  (4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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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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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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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일 년 후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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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일 년 후》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이에요.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읽기도 전에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조제의 이야기.

얼마 전 한국 영화 <조제>를 봤는데 미묘하게 일렁이는 감정을 느꼈어요. 일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를 리메이크한 작품인데, 여주인공이 자신을 '조제'라고 불러달라고 해요.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을 감명 깊게 읽은 뒤로 소설 속 주인공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삼은 거예요.

어쩜 이럴 수가... 영화 속 주인공이 '조제'가 되고 싶었던 마음을 이제야 이해했어요. 청춘 시절의 황금빛 나날이 허락된 사람.

스물다섯 살의 부유하고 매력적인 그녀는 정작 스스로를 사회적으로 무익한 존재라고 여기고 있어요. 그건 잘못된 생각이에요.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면 말이죠. 물론 그때문에 조제가 불행하거나 슬퍼하는 건 아니에요. 그녀는 알고 있어요, 자신이 주변사람들에게 무해한 존재라는 것, 때로는 위로가 되는 존재라는 걸 말이죠.

특이하게도 이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없는 것 같아요. 굳이 주인공을 따져야 한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혹은 '부질없는 욕망에 허우적대는 사람들'이라고 해야겠네요. 

새벽 4시, 조제의 아파트에 걸려온 전화는 베르나르였어요. 그는 왜 그 시각에 전화를 하고 싶은 충동을 참지 못했을까요. 

"여보세요." 그리고 이어서 "누구야?" 하는 조제의 목소리. (10p)

조제의 전화를 받은 청년의 목소리 때문에 정신을 차린 베르나르는 얼른 전화를 끊었어요. 베르나르에겐 순애보적인 사랑을 품고 있는 아내 니콜이 곁에 있어요. 그러나 니콜에 대한 사랑은 식었어요. 애초에 그녀를 사랑하긴 했을까요. 니콜은 베르나르의 슬픔에 젖은 상냥함에도 행복을 느껴요.

말리그라스 부부(알랭과 파니)는 오랜 세월 서로를 사랑했고, 잠시 떨어져 지내다가 각자 오십대가 되어 다시 만났어요. 그들의 즐거움은 월요 살롱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이에요. 조제, 자크, 베르나르, 니콜 그리고 매혹적인 여배우 베아트리스... 여기에 알랭의 친척인 젊은 청년 에두아르가 등장해요. 베아트리스를 사랑하는 남자들은 결코 그녀의 마음을 얻을 수 없어요. 사랑보다 더 큰 야망을 지녔기 때문이죠. 저마다의 욕망을 사랑이라 착각하며 열병을 앓고 있는 것 같아요. 


"조제, 당신 어디로 사라졌던 거예요?"  (37p)

가까스로 미소를 띠며 그들에게 다가오는 그녀는 지쳐 보이기도 했고 행복해 보이기도 했다는 것.

그건 베르나르가 본 조제였어요. 그녀가 방황하는 젊은이 같은 표정을 지었기 때문에 더욱 주목하게 된 거예요.

어쩌면 베르나르가 사랑한다고 느낀 감정의 본질은... 젊음 그 자체... 방황조차 아름다울 수 있는 젊음, 그 자유로움이 아닐까요.

그건 알랭도 똑같은 것 같아요. 다만 젊은 청년 에두아르의 고뇌와 번민은 그 실체를 보여주고 있어요. 사랑은 젊은이만의 소유가 아니라는 것.

문득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떠오르네요. 조제는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 진실한 행복, 그리고 잘못된 사랑이야기. 

우린 달리는 말의 고삐를 당길 수 없을 거야."  (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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