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슈 하이라이트 Vol.03 건강과 과학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3
과학동아 편집부 지음 / 동아엠앤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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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슈 하이라이트》는 최신 과학이슈를 다룬 책이에요.

작년에 이어 세 번째 출간되며, 이번 주제는 '건강과 과학'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언론이나 방송, SNS 등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한 정보들을 접하기 때문에 그 진위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이 책은 기초적인 과학지식에서 최근 연구 동향까지 정확하고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어요. 무엇보다도 주제가 확실한 핫이슈라서 모두가 관심을 가질 만한 내용이네요.

인류를 대기근에서 구출한 육종 기술, 분자 육종부터 유전자 재조합 작물(GMO)을 둘러싼 논란을 양측 입장으로 나누어 소개하고 있어요. 사실 전문가들이 안전하다고 말해도 소비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인 것 같아요. 왜냐하면 유전자 재조합 작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의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에요. 인류의 식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바라보면 피할 수 없겠지만 안전성에 대한 우려와 생태계 악영향 등의 부정적 이유를 고려한다면 GMO 표시제를 비롯한 법적인 대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 같아요. 안전성 평가를 받은 모든 GMO제품에 표시제를 의무화한 유럽연합(UN), 호주와 달리 우리나라는 콩, 옥수수, 면화 등 지정된 GMO농작물에 한해 GMO 표시제를 시행한다는 점이 몹시 걱정스러워요. 또한 현행 규정은 표시대상인 GMO 농작물을 수입하는 경우에만 이 사실을 신고하도록 해 표시대상이 아닌 GMO 농작물을 수입하는 농작물 수입업자는 이를 확인하거나 신고하지 않아도 처벌받지 않는, 일종의 편법이 가능하다는 게 문제예요. 우리가 늘 먹는 식용유, 간장, 전분당, 주정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하니 소비자로서 불안할 수밖에 없네요. GMO 시장이 언제 개방될 지 알 수 없지만 멀지 않았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아요.

현대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암, 신종 슈퍼 박테리아, A형간염, 신종 플루, 한국인이 앓기 쉬운 다섯 가지 마음병에 관한 내용은 온라인상에 떠도는 정보들과는 차원이 다른, 연구 결과에 따른 정확한 정보라서 유용하네요. 올해 가을 겨울은 코로나19와 계절독감(인플루엔자)이 함께 유행할 것으로 예고되면서 양팔에 동시 접종이 가능하다는 뉴스를 봤어요. 이 책에서도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병원성에 관해 여러 가지 궁금증을 설명해주고 있어요. 신종 인플루엔자 펜데믹이 될까라는 질문에 전문가의 답변을 가능하다는 거예요. 따라서 앞으로 팬데믹을 초래할 수 있는 미지의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나타날 경우 이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신속히 생산할 수 있는 국가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네요. 더 나아가 백신 생산 기술을 확보할 수 있는 다양한 차원의 연구도 필요한데, 미래 건강을 책임지는 과학자들의 역할이 더욱 커질 것 같아요. 팬데믹 막는 백신 개발, 줄기세포 등 미래의 의학 기술에 관한 내용을 보면서 이토록 발전했나 싶어서 놀라웠어요. 건강이라는 주제에서 빠질 수 없는 다이어트, 성형 그리고 지금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 웰빙에 관한 내용은 흥미로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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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보832의 아트 컬렉팅 비밀노트 - 컬렉터가 알려주는 미술 시장 생존 법칙
터보832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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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연예인들이 미술작품 전시회를 하고, 그 작품들이 고가에 팔리는 것을 보면서 굉장히 신기했어요.

도대체 누가 그들의 작품을 평가하고, 판매까지 이어지는 건지... 전혀 모르는 분야라서 궁금증이 컸던 것 같아요.

아트 컬렉터라고 하면 왠지 재벌가를 떠올리면서 일반인들과는 동떨어진 세계로 바라봤던 것도 그와 관련된 정보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세계로 향하는 문을 연 것 같아요.

《터보832의 아트 컬렉팅 비밀노트》 는 아트 컬렉팅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초보 컬렉터를 위한 책이에요.

저자는 이제 막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미술 컬렉팅의 매력과 미술 시장의 특징, 미술 컬렉팅을 위한 준비과정들, 급부상하는 국내 미술시장까지 꼼꼼하게 알려주고 있어요. 주목할 점은 관계자들 모두 알고 있지만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는 미술 시장의 어두운 부분과 함정까지도 솔직하게 밝혔다는 점이에요. 많은 초보 컬렉터들이 처음에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는 시장 구조를 악용하는 컬렉터와 미술 중개상들에게 초보 컬렉터가 좋은 먹잇감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자는 미술 시장에서 사기 당하거나 호구 잡히지 않는 법을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어요.

컬렉터를 하면서 단순히 돈 버는 데에만 목적이 있는 컬렉터는 리셀러에 가까운 투자자 유형으로 컬렉터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좋지 않다고 해요. 하지만 컬렉팅한 작품의 가치가 많이 오른 후에 이를 매각해 더 높은 단계의 작품을 사는 걸 비난하는 경우는 거의 없대요. 아무것도 팔지 않고 계속 투입만 하는 컬렉터는 전 세계에 몇 안 될 정도로 개인 뮤지엄을 운영하는 상당수의 유명 슈퍼 컬렉터들도 작품을 사고 판다고 해요. 리셀러와 컬렉터의 차이점은 사고 파는 목적이라고 볼 수 있어요. 단순히 돈이 목적인 건지, 아니면 원하는 다른 작품을 구하기 위한 것인지, 그 차이가 엄청 크네요. 자신의 컬렉션 정체성을 지키며 경매 시장을 바라봐야 균형 잡힌 시야를 가질 수 있고, 그래야 컬렉팅에 오래 임할 수 있다고 하네요.

컬렉팅의 매력은 단순히 코인이나 주식처럼 사고팔아 차익을 남기는 행위가 아니라 한 예술가를 후원하고 그 예술가가 더 발전하며 미술계에서 인정받기 시작할 때 느끼는 쾌감과 뿌듯함에 있다고 해요. 오직 투자 수익만 바라본다면 굳이 어려운 미술품 컬렉팅을 할 이유는 없을 것 같아요. 또한 신진 작가를 발굴하는 과정이 주는 기쁨이 있는 것 같아요. 아트페어는 여러 갤러리가 모여 미술 작품을 전시 판매하는 행사라서 초보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교육 현장이에요. 한국국제아트페어만 해도 수백 개의 갤러리가 참여하기 때문에 컬렉팅을 목표로 한다면 원하는 작가와 갤러리에 대한 공부는 필수적으로 선행되어야 해요. 자신의 예술적 안목을 높이고 미술사의 큰 흐름을 읽어내기 위해서는 많은 책을 읽고 전시를 보아야 한다는 것. 역시 공부하지 않고서 성공할 수 있는 길은 없네요. 새로운 컬렉터의 세계가 정말 흥미롭네요. 컬렉터들의 생생한 인터뷰도 나와 있어서 확실한 조언이 될 것 같아요. 자신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개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 터보832의 비밀 노트는 미술 시장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겐 소중한 가이드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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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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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공포, 추리, 미스터리 장르에 푹 빠졌던 적이 있어요.

암울한 판타지의 세계를 훔쳐보듯 즐겼던 거죠. 그러나 지금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있어요. 위협적이지 않을 만큼의 거리.

소설은 소설일 뿐이라고요? 글쎄요, 어릴 때는 분명 그랬던 것 같은데 나이가 드니 확실하게 답할 수가 없네요.

우리 곁에서 평범한 이웃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사람들 중에 악인을 구분해낼 방법은 없어요. 범죄를 저지르고 붙잡히기 전에는 말이죠.

사람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 데다가 때로는 그 마음의 주인마저도 헷갈리니 누구를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어요. 온전히 악으로 가득찬 마음이 존재한다면... 그걸 알 수 없으니 두려움, 공포가 커지는 게 아닐까요. 다들 인간이라면 그럴 수 없는 일이라고 여길 정도의 충격적인 사건들이 시시각각 벌어지고 있어요. 인간의 마음으로는 도저히 짐작할 수 없는 악의 마음들, 소설은 그 일부를 보여주고 있어요.

《미궁》 은 나카무라 후미노리의 책이에요. 일본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각종 문학상을 휩쓴 대단한 작가라고 하네요.

미궁 (迷宮), 그리스어로 라비린토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전설적 건축가 다이달로스가 크레타의 국왕 미노스를 위해 크노소스에 건설한 복잡한 복합 건물로, 반인반우의 괴물 미노타우로스가 이 미궁에 갇혔다고 전해지면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미궁으로 알려져 있어요. 미궁이라는 단어는 미로와 거의 동의어로 사용되지만 결정적인 차이점이 있어요. 미로는 여러 갈래의 길이 복잡하게 가지를 치면서 그 길들 중 한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면, 미궁은 가지 없는 한 개의 길만을 따라가며 결국 구조물에 이르게 된다고 해요. 미궁은 중심을 향한 분명한 길이 있으며 길찾기를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것이 아니라 괴물을 가두기 위해 지어졌다는 점에 미로와 다른 거죠. 한번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곳이 바로 미궁인 거예요.

소설을 읽다가 주인공 신견(新見)의 R 때문에 니체의 말이 생각났어요. 새로운 것을 본다는 뜻을 가진 신견이라는 이름도 특이했어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그 싸움 속에서 스스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당신이 그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당신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다."

- 프리드리히 니체 『선악의 저편 』


22년 전, 1988년에 일어난 히오키 사건은 언론에서는 '종이학 사건'으로 알려졌는데, 사건 현장이 일반주택이며 밀실 상태였고 부부 두 사람과 아들 사체 가 종이학에 파묻혀 있었어요. 유력한 용의자로 체포된 이웃집 남자는 거동만 수성쩍을 뿐 범행동기나 증거가 없어서 풀려나면서 미궁 사건이 되었어요. 처음엔 미궁의 의미가 해결되지 않은 미제 사건을 뜻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영화 <곡성>에 나온 대사를 빌려, 경고하고 싶네요. 절대 현혹되지 마소.

"색색의 종이학에 파묻힌 알몸의 여자 사체. 그건 어떤 본질 같았어.

정확히 표현을 못하겠지만." (43p)

과거 미궁에 빠진 사건에 대한 내용을 나왔을 때, 그제서야 책 표지를 다시 봤네요. 수많은 종이학 뒤에 한 여성이 보여서 소름 돋았어요. 주인공이 히오키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사나에를 우연히 바에서 만나 그녀의 집으로 간 것이 과연 우연이었을까요. 점점 미궁 속으로, 일단 책을 펼쳤다면 도저히 중간에 멈출 수 없는 이야기였네요.

"자네가 그 사건을 궁금해하는 이유를 알려줄까? 그 사건의 깊은 곳에서, 그 수수께끼의 깊은 곳에서, 자네 자신을 보고 있지?

자신 속의 정체를 알 수 없는 부분이 기묘하게도 그 사건에 반응을 하지? 그 사건의 진상에 가까이 다가가면 자신 속의 그 정체 모를 부분도 해명된다는 듯이. 언제가 자신을 망가지게 할 터인 자네 자신의 핵심을." (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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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만 봐도 닳는 것
임강유 지음 / 읽고싶은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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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만 봐도 닳는 것》 은 임강유 시인의 시집이에요.

제목이 마치 내게 건네는 질문처럼 느껴졌어요. 바라만 봐도 닳는 건 뭘까라는.

시선이 머무는 이유는 관심의 표현일 거예요. 좋든 나쁘든 그 대상을 향한 마음이 눈길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지요.

대부분 사랑하는 대상을 향한 눈길이 오래 머물면서 따스함이 전해지는 것 같아요.

시인은 "나에게 할머니는 나란 존재보다 더 가치가 있다" (12p)라고 말했어요. 할머니의 허리는 어느새 구부러지고, 시인의 이마에도 주름이 생기면서 "우리 할머니는 닳는 것 같아" (13p)라고 표현했어요. 자신을 키우느라 닳아버린 할머니의 허리를 바라보며, 고마움만큼이나 안타까움이 큰 것 같아요. 할머니에게 손자는 금지옥엽, 바라만 봐도 닳는 귀한 존재였을 거예요. 이제 어른이 된 손자는 할머니를 바라보며 애닳아 하는 심정으로, 자신도 점점 닳아간다고 이야기하네요. 사실 닳아간다는 건 세월의 흔적이라서 그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이지만 시인의 마음을 보며 그것마저도 사랑이구나 싶었어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사랑이란 스스로 내어주며 기꺼이 닳아가는 마음인 것 같아요.

임강유 시인의 시들 가운데 제목 한 줄에 시 한 줄인 시가 있어요. 제목은 '살다보니 알았다'이고 시의 내용은 '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들을' (65p)이 전부예요. 이 시를 읽으면서 공감했어요. 세상에 삶의 이유를 알고 태어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거예요. 태어나보니 '나'라는 존재였고, 살다보니 하나둘씩 배우게 되었을 뿐. 어쩌다가 이 세상에 나로 살게 되었는지, 그걸 몰라서 계속 살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운명이 정해졌다고 해도 우리가 알 길이 없으니 찾아갈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지금 무엇을 하든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 것. 운명이라면 이 또한 다 거쳐야 할 과정일 테니.

세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각자 자유겠지만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건 시인의 시선이라고 생각해요. 우리에겐 시(詩)가 주는 다정한 위로와 따스한 공감이 필요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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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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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읽었던 책을 다시 펼쳐보는 편은 아니지만 유독 여러 번 읽은 책이 있어요.

처음 읽었던 십대 시절에는 그 모든 것이 진실이라고 믿었어요.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와 어린 왕자의 만남부터 어린 왕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신기하고 놀라웠어요. 마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어린 왕자만 기억했던 거죠.

어른이 되고나서 어린 왕자를 다시 읽었을 때는 좀 슬펐어요. 어쩌면 어린 왕자는 인간의 세계에 실수로 떨어진 천사일 거라고, 덕분에 우리는 지옥 같은 세상에서 천사의 축복을 누린 거라고... 하지만 천사에겐 너무나 가혹한 벌이었고, 아마 많은 것들이 힘들었을 거라고, 그러니 떠날 수밖에 없었던 거라고. 그래도 희망을 품고 있는 건 어린 왕자가 소행성 B612 로 돌아갔을 거라는 거예요. 우리에게도 저마다의 소행성이 우주 어딘가에 있는데, 지구별에 떨어져서 과거의 기억을 잊어버린 게 아닐까요.

《나의 어린 왕자》 는 정여울 작가님의 에세이예요.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는 여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처음 어린 왕자를 만난 건 열네 살, 중학교 1학년 어느 겨울날이었고, 다 읽고 나서 이유도 모른 채 꺼이꺼이 울었다고 해요. 오랫동안 그 눈물의 의미를 몰랐는데 어른이 되어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내면아이 inner child'라는 개념을 알게 되면서 그때의 감정을 해석할 수 있었대요. 놀랍게도 '성인자아'가 '내면아이'에게 말을 걸어 대화를 할 수 있었고, 그 내용을 우리에게 고스란히 들려주고 있어요. '성인자아'의 이름은 루나, '내면아이'의 이름은 조이예요. 저자가 어릴 때 겪은 마음의 상처들을 보면서 깊은 공감을 했어요. 엄마에게 요구한 촌지를 받지 못했다고, 그 분풀이를 아이에게 했던 선생님의 일화는 읽으면서 몹시 화가 났어요. 비슷한 경험이 있는 데다가 저 역시 그때의 상처 때문에 어른들에 대한 불신이 커졌던 것 같아요. 나쁜 어른만을 탓해야 하는데 어른 자체가 싫었으니, 그래서 어른이 된 나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 책은 정여울 작가님과 어린 왕자 그리고 내 안의 내면아이가 함께 하는 심리탐험이라고 볼 수 있어요.

솔직한 체험담을 듣노라면 저절로 내면아이가 깨어나는 것 같아요. 책 속에는 다양한 질문들이 나와 있는데, 그 아래 빈 칸에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어요. 그러니까 이 책은 어딘가에 잠들어 있는 내면아이를 깨워 마주보며 대화하는 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그동안 외면했다는 건 내면아이를 만나기 두려웠다는 뜻일 거예요. 왜냐하면 내면아이는 아픈 상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에요. 울다가 지쳐 쓰러진 내면아이를 이제서야 만날 용기가 생겼네요.




루나 : 비커가 깨진 순간, 선생님의 그 차가운 눈빛을 영원히 잊을 수 없지. 선생님의 이름도, 선생님의 얼굴도, 선생님의 목소리도 정확히 기억나. 사람을 그 자리에서 완전히 얼어붙게 하는 맹렬한 차가움을 간직한 목소리로, 선생님은 나에게 말했지. "또 너니?" 난 이해할 수 없었어. 내가 무얼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애한테, 왜 '또 너니'라고 말했는지. 게다가 비커가 깨졌는데, 열한 살짜리 아이인데, 나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가가서 괜찮냐고, 다치지 않았냐고, 그것부터 물어볼 것 같거든. 그런데 쉰 살이 넘은 어른이 열한 살짜리 아이를 그렇게 찍어놓고 미워한다는 것이 지금도 잘 이해가 안 돼. 아무리 촌지에 목마른 닳고 닳은 사람일지라도 말이야.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조이 : 루나, 너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했구나. 어른이 되어도 다 이해되지 않는 것이 있는 거구나. 어쩐지 마음이 놓여. 어른이 되면 다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줄 알았어.

루나 : 응, 아무리 모든 정보를 종합해서 생각해 봐도, 쉰 살이 넘은 어른이 어린아이를 그토록 격렬하게 미워할 수 있다는 것이 잘 이해되지는 않아. 그리고 사람은 자기 마음을 비춰서 타인을 바라보게 마련이거든. 자기가 할 수 없는 일을 타인이 했을 때,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

조이 : 그래서 너무 착한 사람들은 사악한 사람들을 이해 못하는 거구나? 사악한 사람들은 착한 사람들을 이해 못하고, 자기처럼 나쁘고 고약한 구석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루나 : 맞아, 사람들은 자기 마음에 비춰서 타인을 바라보는 습관을 버리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에, 타인을 이해하는 데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한 거야.

(144-145p)


조이 : 루나, 넌 망가지지 않았구나. 넌 절대로 망가지지 않았구나! 넌 상처를 딛고 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 노력하고 있구나. 얼마나 다행인지. 난 너무 두려웠거든. 내가 아주 차갑고, 타인의 마음 따윈 보살피지 않고, 나의 행복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웠어. 너무 많은 미움을 받아서, 어떻게든 미움받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이 될까 봐 두려웠어. 그런데 루나 너는 그렇지 않구나. ... 그 후로도 정말 많은 고통을 겪어왔지만, 넌 무너지지 않았잖아. 넌 너 자신을 더 많이 사랑해도 괜찮아. 넌 너 자신을 더 자주 칭찬해 줘도 괜찮아.

(152-153p)


♣ 어린 왕자의 말

"별들이 아름다운 이유는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를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나는 "물론이지"라고 대답한 뒤에 아무 말 없이 달빛에 비쳐 주름진 모래언덕을 바라보았다.

"사막은 참 아름답지." 어린 왕자가 말했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 사실이었다. 나도 옛날부터 사막을 좋아했다. 모래언덕에 앉아 있으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 침묵 속에서 무언가가 조용히 빛난다. ...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우물을 숨기고 있기 때문이야." 어린 왕자가 말했다.

나는 갑자기 모래의 그 신비로운 번쩍거림을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 나는 오래된 집에서 살고 있었다. 전설에 따르면 거기에는 보물이 숨겨져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그 누구도 그것을 발견해 내지 못했다. 어쩌면 찾아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 때문에 그 집은 마치 마법에 걸린 느낌이었다. 내 집은 가슴 깊숙한 곳에 하나의 비밀을 숨기고 있던 것이다. ...

"그래." 나는 어린 왕자에게 말했다. "집이건 별이건 사막이건, 그것들을 아름답게 하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야."

(156-1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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