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
우대경 지음 / 델피노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강렬한 복수극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어요.

현실에서도 이런 복수가 가능하다면 억울하고 원통한 사람은 줄어들 텐데, 그럴 순 없으니 대리 해소하는 심리겠지요.

범죄자를 처벌하는 건 법이지만 그 테두리를 벗어난 사건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 근래 촉법소년 범죄가 언론을 통해 자주 보도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요. 단순히 연령을 낮춰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예방할 수 있는 문제일까요.

《그날로 다시 돌아가 널 살리고 싶어》는 우대경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이 소설에서도 소년법을 악용해 또래 친구를 살해한 나쁜 놈을 응징하기 위한 복수를 다루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껏 봐왔던 복수극과는 그 결이 달라요. 제목처럼 그날로 다시 돌아가는 설정이에요. 주인공 은서는 '화주 농약 살인사건'으로 어린 아들을 잃었어요. 그로부터 1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녀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났어요. 그는 바로 살인자의 친구인 성태인데 시한부 환자로 마지막 용서를 구하며 자신의 일기장을 건넸어요. 성태는 은서에게 과거로 돌아가는 방법을 알려줬어요. 자신의 일기장에 적힌 13개의 글, 하나의 일기에 한 번 과거로 갈 수 있다는 것과 과거로 가면 성태의 모습이라는 것. 다만 절대 문종오를 죽여서 안 된다고 했어요. 불문율을 어기는 거라고, 어차피 죽일 수 없다고 말이에요. 성태는 은서에게 자신이 못한 걸 해달고 부탁했어요. 종오가 제일 숨기고 싶어 하는 걸 꺼내달라고요.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 종오를 마주한 은서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했어요. 아들을 잃은 엄마 은서가 과거로 회귀하여 펼치는 복수극을 보면서 아프고 슬픈 감정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죽은 아들을 살려낼 수는 없으니까요. 그저 원래 죗값을 치르게 하려는 건데 인간이기를 포기한 나쁜 놈들에겐 일말의 양심이 없네요. 더럽고 추악한 것들이 어떻게 이 사회를 갉아먹고 있는지... 은서의 고통, 찢어지는 마음이 느껴져서 좀 괴로웠네요. 그럼에도 엄마로서 용감했고, 현명한 선택을 했다는 점에서 마지막 장을 편안하게 덮을 수 있었네요. 부모라는 이유로 옳지 않은 선택를 했던 그들, 결국 그 이기심이 비극을 만들었어요. 이 소설은 우리 사회가 살려내야 할 건 정의라고 외치고 있네요.


"네가 봤다는 그 예고편. 거기서 나는 복수에 성공했니? 종오가 천벌을 받아?"

"결말을 다 보여주는 걸 예고편이라고 하지 않죠." (38p)


"이해는 하지만, 옳지는 않아요. 어머니."

"옳지 않아도 돼. 난 내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어머니..."

"누구라도 그랬을 거야. 세상 모든 엄마는!"

"상대도 누군가의 엄마였어요. 그것도 아들을 잃었던 엄마였다고요!" (260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화가다 - 그림에서 찾는 위로와 성장
아난 지음 / 이비락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는 화가다》는 아난 작가님의 에세이예요.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는 가볍게 예능프로그램의 제목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다 읽고 나니 혼자만의 숙제가 생긴 것 같아요. 과연 "나는 OO다."라는 표현에 들어갈 단어를 찾았나, 스스로 묻게 됐거든요. 한 문장으로 표현할 수 있는 나, 남들의 기준이나 평가 말고 내가 정의하는 '나'는 무엇인가.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인생 여정을 들려주고 있어요.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서 어떤 그림을 그려왔고,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왔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25년차 아티스트의 자화상으로 느껴졌어요. 실제로 책속에 1997년 작품부터 최근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어요.

저자는 1997년 8월, 고등학교 1학년일 때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고, 토론토에 있는 OCAD라는 미술대학에 입학하면서 자칭 '울퉁불퉁하고 불안정한 아티스트'의 여정을 시작했다고 해요. 20대에서 30대로 넘어갈 무렵에 한국으로 들어와 혼란스러운 시기를 겪었고, 40대가 된 지금 무언가를 기록하고 싶어서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책 표지 그림이 엄청 귀여워서 궁금했는데, 작품명은 < I am ready now! >, 캔버스에 유채, 2007년 당시 4학년 졸업작품이네요. 왠지 어린 시절에 찍었던 사진을 모티브로 한 작품 같은데 친근하게 느껴졌어요. 추억을 소환하는 한 장면이랄까요. 암튼 입을 야무지게 앙다문 소녀가 아난 작가님인 듯 싶어요. 당시 같은 작업실에서 다른 학생들과 북적거리며 졸업작품을 준비했는데, 대부분의 작품이 추상적이고 실험적인데 반해 자신의 그림은 너무 평범해보여서 고민했대요. 그때 교수님이 그림을 보며 이렇게 말씀하셨대요. "그냥 네 방식대로 해." (121p) 순수한 어린 시절의 '나'를 그렸던 그 마음을 교수님은 이미 간파했던 게 아닐까요. 오늘까지도 교수님의 조언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하는 저자는 우리에게 작은 용기와 위로를 건네고 있네요. 또한 아티스트의 존재 의미는 기쁨을 전달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면서 마지막 선물을 주네요. 바로 1987년 작품 <Dolphin performance> 이에요. 그림으로 전하는 마음, 덩달아 즐거워지네요.


"삶은 가끔 아주 낯선 현장으로 우리를 떠밀 때가 있다.

그 이질감이 싫어서 도망치려 애쓰지만 나오는 방법은

졸업장을 따거나 퇴학하거나 둘 중 하나다.

새로운 것을 무조건 거부하고 과거만 멀뚱히 바라보고 있다면

그것은 현재 자신이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86p)


"사람이 나를 '바로 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다.

그것을 진정 알고 있다면 모든 불필요한 일들이 사라진다.

더럽혀지지 않는 나만의 원작을 갖게 된다.

나만의 원작을 가질 용기.

그것이 그림이 내게 준 선물이었다." (123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국포의 고전시가집 - 고1에서 고3까지 키워드 중심으로 분류한 고전시가집 고집북스 포기하지마 2
강소영 지음 / 고집북스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말인데 우리말 같지 않은, 낯설고 어려운 게 있어요. 뭘까요? 바로 고전문학이에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고전시가 문학을 배우면서 많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그런데 고1, 2 국어 내신시험은 일반적으로 문학 비중이 높다보니 학습적인 부담감이 큰 것 같아요. 어떻게 문학 공부를 해야 할까요. 최대한 많은 문학작품을 다뤄보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교과서에 수록된 작품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주제, 정서를 띠는 교과서 밖 다양한 작품들을 함께 공부하는 것이 좋대요. 다양한 문학작품을 갈래별, 분야별, 시기별로 나누어 전체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내신과 수능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거죠. 그래서 참고서, 교재가 중요한 거예요.

《국포의 고시집》은 고집북스 <포기하지마>시리즈 두 번째 책이에요.

이 책은 고1에서 고3까지 키워드 중심으로 분류한 고전시가집으로 족집게 국어쌤인 강소영 선생님이 만들었어요. 고전시가를 처음 접하며 어질어질해 하는 학생들을 위하여 특별하게 만든 참고서예요. 일단 책 크기가 작아요. 한 손에 쏘옥 들어오는 미니북이라서 매일 가방에 넣어 다니면서 수시로 꺼내 볼 수 있어요. 어려운 고전시가를 쉽게 공부하는 방법은 여러 번 반복해서 학습하는 거예요. 보고 또 보고, 자주 볼수록 기억에 오래 남을 테니까요. 공부할 건 많고 시간은 부족한 고등학생들에게 알찬 교재는 한줄기 빛이랄까요. 한 권의 교재 속에 고전시가 연표부터 갈래별, 주제별로 나누어 작품 설명과 정리가 쫘악 되어 있어서 학습하기가 수월해요. 책 중간에 강쌤의 꿀팁 영상들을 QR코드로 볼 수 있어서 궁금한 내용들을 해소할 수 있어요. 사실 꿀팁 영상을 보다가 빵 터졌네요. 시각 자료가 나와 있고 강쌤과 여학생 신국포(18세)의 목소리가 등장하는데, 어색하고 투박한 말투가 웃음 포인트였네요. 어쩐지 선생님과 학생의 관계라기 보다는 모녀지간의 느낌이랄까요. 잔소리하는 엄마와 툴툴대는 딸? 뭔가 일반적인 강의 느낌과는 달라서 재미있게 들었네요. 어렵다고 고전을 포기하려는 학생들을 위한 특급처방, 바로 "국포의 고시집"인 것 같아요. 예쁘고 깔끔한 구성의 고전시가집이라서 어딜 들고다녀도 폼이 나는 책이에요. 공부하는데 폼이 무슨 상관이냐고 묻는다면 꼰대예요. 학생들에겐 폼도 중요하다고요. 알찬 내용과 멋진 스타일을 갖춘 힙한 신상 참고서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공디자인 시대 - 머물고 싶은 도시는 어떻게 다른가 북저널리즘 (Book Journalism) 88
김주연 지음 / 스리체어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공디자인 시대》는 북저널리즘 여든여덟 번째 책이에요.

저자는 홍익대 미술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우리나라에서 '공간 디자인'이란 용어를 처음으로 대중화시킨 장본인이에요. 홍익대학교에 국내 최초 공공디자인 석사 및 박사과정을 개설했고, 현재 UNESCO 지속가능발전교육기관인 홍익대 공공디자인 연구센터 소장을 맡고 있다고 해요.

이 책은 공공디자인이란 무엇이며 궁극적인 목표와 가치를 다루고 있어요. 우선 공공디자인이라는 용어가 만들어진 배경부터 설명하고 있어요. 디자인 분야를 잘 모르는 입장에서 기존에 통용되는 용어라고 짐작했는데, 한국에서 태동한 용어라니 놀라웠어요. 그 사정을 들여다보면 선진국에서는 이미 공공시설물들의 역사가 도시만큼 깊기 때문에 굳이 그 용어를 사용할 필요가 없었던 데 반해 우리나라는 급격히 진행된 도시화 과정에서 개성과 경쟁력을 갖춘 공공시설물이 필요했던 거죠.

지속가능성을 위한 디자인 분양의 세계적인 석학인 에치오 만치니는 "현대적 의미의 디자인은 우리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모든 행동을 일컫는다." (14p) 라고 정의했는데, 이와 같은 맥락에서 공공디자인은 보이는 부분을 넘어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사회를 혁신하고 미래 세대를 위한 도시의 가치를 만든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자는 공공디자인의 힘을 더 나은 도시를 만들기 위한 일종의 테라피로서 기능한다는 의미에서 '침술'이라는 용어를 사용했어요. 아픈 부위에 침을 맞아 낫듯이 도시의 여러 문제들을 일곱 가지 침술 개념으로 해결해보자는 제안인 거예요. 제도 침술, ESG 침술, 시민 침술, 배려 침술, 방지 침술, 재생 침술, 정서 침술로 나누어 각각 어떤 계획과 실험, 실행을 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책 중간에 QR코드를 스캔하면 도시 침술의 구체적인 사례들을 확인할 수 있어요. '도시 침술'이란 용어는 본래 카탈루냐 건축가 마누엘 데 솔라 모랄레스 이 루비오가 만들었는데, 레르네르가 2014년 출간한 <도시 침술>이란 책을 통해 더 유명해졌다고 해요. 브라질 건축가 출신 레르네르 시장은 작은 변화로도 도시를 활기찬 공간으로 바꿀 수 있음을 경험했고, 가로등이나 공원 벤치와 같은 최소한의 개입을 도시의 아픈 부위에 놓는 침 한 대로 표현했어요. 저자는 국내외 사례를 통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좋은 도시를 위한 공공디자인의 역할은 무엇인가. 공공디자인을 이루는 일곱 가지 침술은 결국 시민의 행복을 구현한다는 최종 목표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 도시의 주인공은 시민 자신이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성지가 좋다 여행이 좋다 - 힐링과 믿음의 땅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여행이 좋다
세라 백스터 지음, 해리 골드호크 외 그림, 최경은 옮김 / 올댓북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몇 년 전 지인이 성지 순례를 다녀온 뒤에 느낀 심경의 변화를 이야기해준 적이 있어요.

타인의 경험담이지만 덩달아 감동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버킷리스트가 하나 더 늘었더랬죠.

《성지가 좋다 여행이 좋다》는 힐링과 믿음의 땅으로 떠나는 세계여행 가이드북이에요.

이 책은 특정 종교가 아닌, 신성한 장소로서의 성지 스물다섯 곳을 소개하고 있어요. 흥미로운 점은 성지라는 특별한 공간에 어울리는 삽화로 구성된 점이에요. 일반적인 여행가이드북과는 차별화된, 아름답고 멋진 분위기를 담고 있어요. 산티아고 순례길, 메스키타, 아이오나섬, 에이브러리, 몽생미셸, 루르드, 비텐베르크 성채 교회, 올림포스산, 성녀 카타리나 수도원, 성전산과 구 예루살렘, 교토, 쉐다곤 파고다, 애덤스 산, 바라나시와 갠지스강, 카일라스산, 레잉가곶, 울루루, 크레이터 호수, 마우나케아, 데빌스 타워, 스구앵 과이, 테오티우아칸, 소도, 티티카카 호수, 이스터섬까지 이미 유명한 명소도 있지만 색다른 장소도 있어서 신기했어요. 특히 잉카인의 삶이 시작된 곳이라는 티티카카 호수는 실제로 어떤 모습일지 너무나 궁금해요. 산속 고지대에 위치한 호수라서 오르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저자가 묘사한 풍경을 상상하면서 마음이 설렜거든요. "이렇게 청아한 푸른빛을 본 적 있는가. 청록색 하늘과 맞닿은 푸른 호수, 영롱한 사파이어 빛깔에 눈이 시리다." (186p) 오히려 사진이 아닌 그림이라서 더 많은 것들을 상상하게 만든 것 같아요. 잉카의 주요 신 중에 비라코차라는 창조의 신이 있었는데, 모든 것이 텅 빈 공허였을 때 비라코차가 티티카카 호수에서 떠올라 땅과 하늘을 만들었고 동물도 만든 다음 돌에 생명을 불어넣어 바위거인족을 만들었대요. 그러나 빛을 만드는데 실패하여 거인들은 어둠 속에 살았고 그들이 비라코차를 괴롭혀서 대홍수로 모두 쓸어버린 뒤 다시 창조한 것이 진흙으로 만든 인류였대요. 티티카카 호수에 점점이 떠 있는 섬에서 세상을 비춰줄 천체를 만들었는데 태양의 섬에서는 태양을, 달의 섬에서는 달을, 아만타니섬에서는 별을 만들었대요. 창조가 끝나자 비라코차는 자신의 지식을 널리 전파하기 위해 거지 복장을 하고 길을 떠났대요. 거인족을 쓸어버린 무시무시한 신이 어떻게 인간에겐 자애로운 신이 되었을까요. 잉카의 초대 국왕인 망코 카팍은 태양신 인티가 호수 깊은 곳에서 길렀대요. 잉카 제국은 스페인 침략으로 멸망했지만 이곳은 평화의 영성이 흐르는 장소로 남아 있어요. 현재 남아 있는 가장 신성한 유적지는 폐허 상태인 티티칼라 퓨마의 바위라고 해요. 과거에는 내부 성소에 들어갈 수 없고, 성소로 가는 유일한 관문인 인티푼쿠(Intipunku, 태양의 문)에서만 티티칼라를 볼 수 있대요.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이 신성한 바위까지 걸어 올라갈 수 있다고 하니 세상에 처음 빛을 비춘 그곳에 손을 얹어볼 기회가 생겼네요. 순례자의 마음으로 가보고 싶은 곳이라 콕 점찍어 뒀어요. 슬쩍 딴지를 걸자면 일본 교토는 있는데 우리나라 성지가 하나도 소개되지 않아서 섭섭했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