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짧은 우주의 역사 - 빅뱅 이후 138억 년
데이비드 베이커 지음, 김성훈 옮김 / 세종연구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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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짧은 우주의 역사》라는 책은 제목부터 재미있어요.

이 한 권의 책 안에 빅뱅 이후 138억 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압축해놓았으니,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도 '가장 짧은'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다행스러운 점은 실제로 광범위한 우주의 역사를 비교적 깔끔하게 잘 정리해놓았다는 점이에요.

이 책은 "우리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빅뱅에서부터 생명의 진화, 그리고 인간의 역사로 이어지는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역사적 변화를 커다란 흐름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의 과거는 3단계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무생명 단계는 빅뱅에서 지구가 형성되기까지 생명이 없던 우주, 둘째 생명 단계는 지구 해저에서 최초의 미시 생명체가 탄생한 이후 수십억 년에 걸쳐 복잡한 종과 생태계가 진화한 단계, 셋째 문화 단계는 인류가 더 많은 지식을 축적할 능력과 도구 기술을 개발하면서 시작되었어요.

솔직히 빅뱅에 관한 설명은 이해의 차원이 아니라 주입된 지식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 과학자들은 어떻게 이 놀라운 가설을 주류 이론으로 입증해냈는지 신기할 따름이에요. 빅뱅 이전에는 시간도 존재하지 않았고, 공간도 없고, 변화도 없으며 움직이거나 변화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는, 말 그대로 완전한 무無였다는 것, 빅뱅 이후 우주가 현미경적으로 작은 점 하나에서 현재의 930억 광년 직경 크기로 팽창했고 지금도 여전히 커지고 있다는 것. 어떻게 무無에서 유有가 나올 수 있는 걸까요. 인간은 아무것도 없는 '무'가 실제로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그저 스스로 발명해낸 의미만 아는 거예요. 물리적으로 우주에서 '무'는 불가능한 상황인데도 거대한 가정과 논리적 비약을 저지르는 건 우리의 뇌로는 원시 우주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일 거예요. 그래서 저자는 빅뱅 미스터리와 같은 세세한 부분에 매몰되지 않고 138억 년에 걸친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맥락, 패턴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요. 모든 역사를 관통하는 하나의 패턴은 바로 복잡성의 증가예요. 물질과 에너지는 138억 년 전 빅뱅이라는 하얗고 뜨거운 점에서 태어났고, 우주 전체를 통틀어 모든 것을 만들어낼 재료는 시작부터 그 안에 들어 있었고, 그 재료들이 끊임없이 새롭고 독창적인 형태로 탈바꿈해왔다는 거예요. 빅뱅 이후 우주에 새로이 추가된 물질이나 에너지는 없기 때문에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도 우주가 시작할 때부터 계속 존재하면서 진화를 이어왔다고 볼 수 있어요. 원자의 관점에서는 우리 나이는 139억 살이고, 어찌보면 우리가 곧 우주이자 하나의 전체라고 볼 수 이어요. 현재 우리가 주목해야 할 건 현재의 복잡성이 어디로 향하든간에 통제할 힘을 지니는 거예요. 진화의 역사 매 단계에서 생물 종은 자신의 환경을 고갈시키는 바람에 자원과 에너지 흐름을 두고 경쟁하기 위해 자신의 특성을 새로운 환경에 맞게 적응해왔고, 복잡성은 우주의 모든 에너지 흐름을 빨아먹다가 에너지가 바닥나면 죽음을 맞게 되는 거예요. 인류세를 살아가는 인류의 당면 과제는 끔찍한 쇠퇴와 죽음을 피할 수 있느냐는 거예요. 인류의 운명은 크게 네 가지 가능성 중 하나로 좁혀지는데, 자연적으로 찾아올 우주의 미래에는 복잡성이 서서히 희미해지고 머나먼 미래의 잠재적 복잡성은 초문명의 등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거예요. 앞으로 2만 년에서 30만 년 정도 죽지 않고 버텨야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확인할 수 있어요. 이 책은 138억 년의 역사를 가장 짧게 들려주면서, 우리는 그 이야기의 시작도 아니고 끝도 아니며 오래도록 이어질 이야기의 중간쯤 찰나의 존재임을 깨닫게 해주네요. 인간이라는 종은 너무나 작은 존재인 동시에 우주 그 자체라는 것도 경이롭네요. 마지막으로 데이비드 베이커의 당부가 크게 와닿네요. "용감해지자. 그리고 서로에게 잘 해주자." (283p) 이것이 우주 역사가 준 교훈이 아닐까 싶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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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에 20분, 읽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대단한 독서법
와타나베 야스히로 지음, 최윤경 옮김 / 두드림미디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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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독서의 목적이 더 나은 삶을 위한 것이라면 제대로 읽는 방법을 아는 것이 중요해요.

솔직히 책 제목만 봤을 때는 긴가민가했어요. 어떻게 읽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거든요.

《1분에 20분, 읽지 않고 이해할 수 있는 대단한 독서법》은 와타나베 야스히로의 책이에요.

저자는 일본 최고 수준의 독서가이자 인생 실현 컨설턴트라고 해요. 최신 뇌과학, 행동경제학, 인지심리학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독서법인 공명 리딩을 만들어냈는데, 이 독서법은 일본 전국에서 3,500명 이상 실천해서 인생을 바꿨다고 하네요. 중요한 건 독서가 삶을 바꾸는 도구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적극 활용하겠다는 마음가짐인 것 같아요. 그냥 읽고 말 것이냐, 아니면 독서로 성과를 낼 것이냐는 본인의 선택이니까요.

"앞으로의 시대, 독서 지식을 돈으로 바꾸는 사람이 살아남는다." (201p)

지금은 정보화 사회에서 지식 창조 사회가 되었고, 책을 읽어서 얻은 정보를 나라는 시선을 통해 지식화함으로써 얼마든지 성과를 낼 수 있게 됐어요. 공명 리딩은 통독에서 속독으로 읽은 후 대량으로 책을 읽는 다독을 한 다음에 자신의 독자적인 시선으로 새로운 의견을 구성하고 숙독·정독을 하는 거예요. 공명이란 소리와 소리가 서로 겹쳐 조화를 이루는 것을 의미하는데, 다른 사람의 사고방식과 행동에도 진심으로 공감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해요. 책을 읽을 때에도 저자가 쓴 책의 에너지를 울림으로써 자기 내면의 소리와 숨은 재능을 도출해갈 수 있다고 하네요. 책을 만지는 순간 몸은 정보를 얻고 있다는 가설과 아무리 빨리 페이지를 넘겨도 뇌에 들어간다는 가설이 자칫 초능력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책에 나온 실험을 직접 체험하여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해요. 확실한 건 목적을 정하고 책을 읽으면 속도와 기억력이 높아진다는 거예요.

이 책에서는 지금 당장, 20분 만에 할 수 있는 공명 리딩의 다섯 가지 단계를 설명하고 있어요. 빠른 사람은 1권만 읽어도 달라진다는 보고가 있지만 평균적으로는 2~4권 정도에 변화를 느끼고, 10권 이내에 익숙해지므로 10권 이상을 읽으면 그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고 하네요. 공명 리딩을 배우고도 20분 이내에 읽을 수 없다면 <공명 리딩 Q&A>를 참고하면 돼요. 재미있는 건 이 책이 당신에게 꼭 필요한지는 3분이면 알 수 있다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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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메이트북스 클래식 14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강현규 엮음, 이상희 옮김 / 메이트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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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들꽃을 발견하고, 그 아름다움과 세세한 부분이 전부 완벽한 것에 감탄하며 외쳤다.

"하지만 이 꽃의 모든 것이 그 어떤 주목도 받지 못하고, 

어떨 때는 그 누구의 눈에 띄지도 않은 채

화려하게 피어 있다가 시들어버리지."

그러자 꽃이 이렇게 대답했다.

"이런 바보 같으니! 내가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꽃이 핀다고 생각하니?

나는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꽃을 피우는 거야.

나는 나를 기쁘게 하기 위해 꽃을 피우는 거야.

나의 행복과 기쁨은 꽃이 핀다는 데, 즉 내가 존재하는 데 있어."

(341p)


《쇼펜하우어의 인생 수업》 은 살아갈 힘을 주는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잠언집이에요.

이 책은 무명의 철학자에서 세계적인 철학자로 명성을 떨치게 해준 <소품과 부록> 을 현대적으로 다듬어 낸 편역본이라고 해요.

소품에서는 삶의 지혜를 위한 아포리즘을 부록에서는 인생과 관련된 여러 유익한 글들이 나와 있는데, 완역본을 그대로 읽기에는 어려움이 있어서 현대적 감각에 맞게 소제목을 달고 핵심 내용만을 뽑아냈다고 하네요. 그러니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얼마나 어려웠을지 짐작하게 되네요. 아무리 좋은 약도 너무 쓰면 삼키기 어려운 법이니까, 읽기 쉽게 풀어낸 편역본이 새삼 고맙게 느껴지네요.

책의 구성은 크게 두 부분으로 행복론과 인생론으로 나뉘어 있고, 행복한 생활을 위한 지침과 참된 인생을 위한 지혜가 짧은 글로 정리되어 있어요.

어떻게 해야 인생을 가능한 한 즐겁고 행복하게 살 것인가. 쇼펜하우어는 행복론에서 인생의 지혜를 일종의 기술로서 다루고 있어요. 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행복의 범위는 미리 정해진 그의 본성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 본질은 인격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어요. 행복의 파랑새를 찾기 위해 멀리 떠났는데 정작 파랑새는 우리집에 있었더라는 동화처럼 '스스로 가지고 있는 것'이 행복의 가장 본질적인 요소라고 설명하네요. 쾌락과 기쁨은 일시적인 것인데 존재하지도 않는 영원한 행복을 좇다가는 재앙을 피할 수 없어요. 악마는 늘 우리를 고통이 없는 상태에서 욕망의 환상을 통해 끊임없이 진정한 행복에서 벗어나도록 유인하고 있다는 거예요. 너무 넓은 범위 위에 세운 행복은 무너지기 쉽고, 재앙이 닥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거죠. 그러니 스스로 가진 것에 균형을 맞추어 요구 수준을 적정하게 낮추어야 커다란 불행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하네요. 미래에 대한 불안과 걱정에 몰두하거나 과거에 대한 그리움에 빠지는 대신 현재만이 유일하게 실재하는 것이며 유일하게 확실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해요. 인생의 후반기, 현명하게 나이가 들면 세상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고 즐거움보다는 고통 없이 안정된 상태를 추구하므로 아주 사소한 일에서도 기쁨을 느끼고 현재를 즐길 수 있다는 거예요. 자기 자신이 어떤 인간인지를 깨닫는 단계, 그것이 인생의 최종 목표가 되겠네요.

이 책을 읽으면서 별도로 쇼펜하우어라는 인물에 대해 탐구하는 시간을 갖게 됐어요. 유명한 철학자라는 사실 외에도 신기한 점들이 많더라고요.

독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는 실존 철학을 이끈 19세기 서양 철학계의 상징적인 인물이지만 그의 성공은 말년에 이뤄졌다고 하네요.

서른한 살에 쓴 첫 저서인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1819)는 출간 당시에 큰 주목을 받지 못했는데, 26년이 지난 1844년 개정판으로 낸 <소품과 부록 Parerga und Paralipomena > 이 대중적인 사랑을 받으면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도 뒤늦게 재조명되기 시작했대요. 그의 사상은 당대보다 후대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데, 니체, 비트겐슈타인, 아인슈타인, 프로이트, 융, 토마스 만, 헤세 등 수많은 작가와 철학가들이 추종하고 존경했다고 하네요. 그의 사진을 보면 미간에 팍 잡힌 주름과 양쪽으로 뻗은 머리칼 때문에 괴팍한 느낌이 강한데, 실제로도 평생 친구나 연인 없이 개를 벗 삼아 살았으며, 베를린 대학 강사 시절에는 초짜인 주제에 일부러 유명한 헤겔과 같은 시간대에 강의를 고집해 첫 강의가 곧 마지막 강의가 되었다는 일화가 전해지네요. 자신이 키우던 푸들 이름을 헤겔이라 붙였다가 나중에 아트만으로 바꿨다네요. 거침없는 독설의 소유자인데도 독특한 재치와 유머로 묘한 쾌감을 줬다고 하니 괴짜 천재가 아니었나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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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KEOUT 유럽역사문명 - 지식 바리스타 하광용의 인문학 에스프레소 TAKEOUT 시리즈
하광용 지음 / 파람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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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 바리스타를 자처하는 하광용님의 'TAKEOUT' 시리즈 두 번째 책이 나왔어요.

이번 주제는 유럽역사문명이에요. 방대한 역사와 문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어렵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했는데, 웬걸 처음부터 흥미롭게 드라마 이야기로 말문을 열고 있어요.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속에 등장한 고야의 <아들을 잡아먹는 크로노스>를 통해 그리스 신화의 비극적 서사를 풀어내니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네요. 그리스 신화에 근거한 문화와 정신인 헬레니즘과 기독교 세계관에 기초한 헤브라이즘이 오늘날 서구 문명을 이룬 양대 축이라는 것, 히브리즘의 종교인 기독교의 카톨릭, 정교회, 개신교와 그 주변의 유대교와 이슬람교의 유사점과 차이점을 설명해주고 있어요. 서구 역사에 상당한 영향을 준 세 종교의 가장 뚜렷한 차이는, "기독교의 메시아는 서기 1년에 세상에 온 예수 그리스도이고, 이슬람교의 메시아는 570년에 온 무함마드인데, 유대교의 메시아는 아직 오지 않았다는 것" (84p)라는 거예요. 예수가 태어난 12월 25일은 카톨릭과 개신교의 크리스마스이지 정교회의 크리스마스는 아니라고 하네요. 정교회의 시간은 그레고리력의 세계 표준 시간과 다르게 율리우스력을 사용하기 때문에 정교회의 크리스마스는 1월 7일이고, 유대교에서는 당연히 예수의 생일인 크리스마스 자체가 없어요. 예수 그리스도의 족보를 타고 올라가면 그 꼭대기엔 아브라함이 있는데 기독교와 유대교 모두에게 믿음의 조상으로 추앙받는 인물이 이슬람교에도 등장한다고 해요. 이슬람 족보는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으로 안 내려가고 그의 다른 아들인 이스마엘쪽으로 내려가는데, 아버지 아브라함에게 버림받은 이스마엘을 선조로 생각하는 이슬람교가 기독교, 유대교와 반목하는 데에는 이러한 뿌리 깊은 역사가 있었네요.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은 그 사실성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서구인들의 동양에 대한 관심을 높여 탐사를 앞당겼다는 점에 의의를 둘 수 있어요. 특히 그 책 덕분에 항해 시대를 연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엔리케 왕자예요. 사실 엔리케가 받은 책의 원제는 <동방견문록>이 아닌 <세계의 서술>이며, 당시의 세계란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전이라 그들이 살던 유럽과 문명이 부재했던 아프리카와 오리엔트의 아나톨리아 동쪽 인도와 중국 등이 전부였다고 해요. 엔리케 왕자는 포르투갈 대항해 시대의 역사를 이끌었고, 실크로드 이후 끊어졌던 유럽과 아시아, 서양과 동양을 다시 잇는 역할을 했기에 왕보다 훨씬 유명한 왕자가 되었어요. 영국의 정치가 토마스 모어가 쓴 소설 <유토피아>에서 화자로 포르투갈인을 설정한 것도 대항해 시대의 영향이라는 것이 흥미로웠어요. 세계를 이끌어가는 강국, 그 위상을 지난 유럽의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네요. 고난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우크라이나 상황은 안타까움과 동시에 역사의 뼈아픈 교훈을 떠올리게 되네요. 마지막 장에서 엑스포의 역사와 올림픽 이야기는 시의적절했지만 결과는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라서 속상하지만, 중요한 건 《TAKEOUT 유럽역사문명》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유럽의 역사와 문명에 관한 지식들을 얻었으니 만족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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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웃고, 배우고, 사랑하고 - 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
강인숙 지음 / 열림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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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웃고, 배우고, 사랑하고》는 강인숙님의 여행 에세이예요.

저자는 삶을 정리하는 의미에서 이미 출판된 책들을 한데 모아 전집을 내고 싶었고, 이 책은 그동안 썼던 여행기 중 『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 (2002년)과 에세이 「로스앤젤레스에 두고 온 고향」 (1978년), 그리고 1977년에 본 비철의 파리와 1999년에 본 제철의 파리 이야기를 담았다고 하네요.

보통 여행 에세이를 읽는 건 특정 여행지에 대한 관심 때문인데, 이번 책은 좀 달랐던 것 같아요. 여행지보다 사람이 더 보였거든요.


"우리는 두 살이나 세 살 터울로 연이어 태어난 다섯 자매여서

자랄 때 친구가 필요 없었다. 형제는 하늘이 내려준 고마운 친구라고 할 수 있는데,

숫자가 다섯이나 되니 아쉬울 것이 없었다. 우리는 빈 성터에 있는 외딴집에서 우리끼리만 놀면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만약 그때 저들이 없었더라면 내 유년의 시간들이 얼마나 삭막하고 지루했을까?" (21-22p)


정년 퇴임을 한 저자는 원래 남편과 함께 스페인 여행을 갈 계획이었는데, 남편의 일정이 바뀌면서 부득이하게 취소될 뻔 했던 걸 작은언니가 같이 가자고 제안하면서 막내만 빼고 네 자매가 뭉치는 여행이 됐어요. 20년간 뿔뿔히 흩어지내던 여자 형제들이 다같이 모인 적은 있어도 같이 해외여행을 한 적은 없었다는데 우연히 틀어진 계획이 뜻밖의 여행을 떠나는 기회가 된 거예요. 큰 언니는 일흔둘, 제일 아래인 동생이 예순넷으로,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이지만 큰 언니 앞에서 동생들은 그저 '쪼그만 계집애'가 되는 마법 같은 시간들이 펼쳐지네요. 성격이며 취향이며 저마다 개성 넘치는 자매들이라 투닥거릴 만도 한데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엔도르핀이 마구 샘솟는다니, 이것이 행복이구나 싶네요.


"우리 형제는 그 애가 쉬고 싶다고 하면 아무 데나 놓아두고 우리끼리 관광을 하는 버릇이 있다.

그게 그 애가 원하는 것이다. ··· 

동생의 관광 표어는 '나 여기 왔다네'이다. 

병치레를 많이 한 동생은 녹내장과 근육무력증, 암을 이겨내며 살아서,

가고 싶었던 땅을 디디는 것에 기쁨을 느꼈고, 자기를 거기까지 데리고 온 언니들을 고마워한다.

때로는 때리는 것이 사랑일 수 있듯이 때로는 버리는 것이 사랑일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가 부담 없이 함께 여행을 즐긴다. 

하지만 밤에 혼자 두고 다녀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늘 새삼스럽게 가슴이 아픈 것은 

동생이 아무것도 즐길 수 없는 어둠 속에 혼자 버려져 있었다는 데 있다." (98-99p)


건강하고 젊은 사람들도 해외여행은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에요. 여기저기 아프고 힘들어도 함께 웃으며 여행하는 네 자매를 보니, 인생을 여행에 비유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여행을 누구와 함께 하느냐, 그것이 여행을 고생이 아닌 즐거움으로 만드네요. 바르셀로나 거리에서 건널목을 건너다가 잘못해서 형제들 셋이 겹겹이 넘어지는 사고가 벌어졌는데 늘 떨어져 다니는 버릇 때문에 백치기는 당했어도 혼자만 무사했던 저자가 웃기 시작했고 그 웃음이 전염되어 거리가 한바탕 시끄러웠다고 하네요. 어렸을 때 너무 웃어서 밤마다 야단 맞던 풍경이 떠오르는 장면이라 모두가 소녀 시절로 돌아갔던 거죠. 세월의 무게를 잊게 만드는, 소중한 사람들과의 여행 이야기라서 참으로 따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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