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소문내라 - 병을 숨기는 자에게는 약이 없다
박덕영 지음 / 경진출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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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두는 주제는, 아마도 돈과 건강이 아닐까 싶어요.

둘 다, 잃기 전에 미리 잘 챙기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공통점이기도 하고요. 그래서 '어떻게'를 알려주는 책들을 읽게 되네요.

《아프면 소문내라》는 기자 출신 헬스바이저가 쓴 건강 가이드 책이에요.

저자는 기자 7년, 병원 행정직 26년의 경험을 살려 건강 관련 글쓰기를 시작했고, 스스로 '헬스바이저(Healthvisor)'를 자처하며 누군가의 건강을 지켜주는 예방책이 되고자 인생 첫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의사는 아니지만 의료현장의 오랜 경험을 토대로 실질적인 조언을 해준다는 점이 이 책의 장점인 것 같아요. 의사 입장이 아닌 일반인의 시선으로 가정이나 일상에서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주고 있는데, 처음 나오는 내용이 알약 쉽게 삼키는 법인데 소소하지만 유용해요. 사람들이 알약을 삼키는 방법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비캡슐형 알약은 가끔 목에 걸려 고생할 때가 있잖아요. 저자의 비법은 알약을 혀 위에 올려놓고 입안에 물을 2/3 이상 채운 후 입술을 닫고 혀끝을 아랫니 또는 잇몸에 밀착한 후 그대로 물을 삼키는 거예요. 여기서 핵심은 혀끝이 아랫니나 잇몸과 절대 떨어지지 않는 거예요. 독일 하이델베르크대학 연구팀이 추천하는 방식은 알약을 혀 위에 올린 뒤 물병 입구를 입술에 단단히 고정시키고 고개를 들어 입안에 물을 채운 뒤 빠르게 물과 알약을 삼키는 것, 또 하나는 캡슐 형태의 알약을 혀 위에 올리고 물을 한 모금 입안에 넣은 후 입을 다물고 머리를 가슴 쪽으로 숙인 뒤 허리를 구부린 상태에서 입안의 물과 캡슐을 동시에 삼키는 거라고 하네요. 다 큰 어른이 알약 먹는데 뭘 그렇게 유난스럽게 방법을 찾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약이 아니더라도 사레가 자주 걸리는 저한테는 확실히 효과적인 방법이네요.

병이 났을 때는 어떤 병원을 가야 할지 정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 책에서는 구체적인 사례 소개와 함께 전국 전문병원 분포도가 나와 있어서 병원을 슬기롭게 이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요. 갑자기 몸에 통증이 생기거나 다치면 당황하기 마련인데 확실한 기준을 정해놓고 선택하면 적기에 진료를 받을 수 있어요. 병원을 갈 때는 예약은 필수이고, 병원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 온라인 정보를 적극 활용하여 좋은 의사, 좋은 병원을 골라야 해요.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홈페이지나 질병관리청이 운영하는 국가건강정보포털에는 정부가 검증한 알짜배기 건강정보를 얻을 수 있어요. '아프면 소문내라'는 제목처럼 질병은 일찍 발견하고 치료하는 것이 건강을 되찾는 최선임을 명심하며, 건강한 삶을 위한 비법들을 제대로 실천하며 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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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잡학사전 통조림 : 우주편 - 지식을 쌓으려면 통째로, 조목조목! 과학잡학사전 통조림
사마키 다케오 외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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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했어요.

근데 언젠가부터 점점 하늘 보는 일이 어려운 미션처럼 바뀌면서 관심에서 멀어졌더랬죠.

쭉 모른 척 지낼 뻔 했는데, 누리호 발사를 보면서 다시금 하늘을 바라볼 이유가 생겼고, 우주에 관한 책들을 찾아 읽게 된 것 같아요.

《과학 잡학사전 통조림 우주편》은 유쾌한 과학 지식을 전하는 과학잡학사전 통조림 시리즈 세 번째 책이에요.

이 책은 우주에 관한 지식을 하루 1페이지 읽을 수 있도록 구성된 과학지식 사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구성이라서 좋은 것 같아요. 크게 주제별로 나누어 별, 우주, 지구, 행성, 태양, 달, 우주개발, 은하, 별자리, 우주 관측, 지구 자전 등등 각 주제마다 질문과 답이 나와 있어요. 왠지 표어를 외쳐야 할 것 같은, '세 가지만 알면 나도 우주 전문가!'라는 제목 아래에 궁금한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주는 방식이라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네요. 요즘 관심이 많아진 우주 개발에서는, "태양계의 끝도 탐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태양계의 천왕성과 해왕성, 그리고 태양계의 끝을 탐사하러 떠난 탐사선이 있다." (74p)라는 깔끔한 답변 아래, 탐사선에 관한 추가 설명이 나와 있어요. 1977년 연속으로 발사된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와 2호는 목성과 토성을 탐사한 후 방향을 틀어 1호는 2012년 태양계를 벗어났고, 2호는 천왕성과 해왕성을 탐사한 후 2018년 태양계를 빠져나가 계속 여행 중이라고 해요. 미국 탐사선 뉴허라이즌스는 해왕성 바깥 태양계 외연 천체를 탐사 중이라고 하니 신기해요.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머나먼 우주 그 너머를 여행하는 탐사선이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설레네요. 우주기술 활용을 위한 우주산업 시장 규모가 커면서 일반인들도 우주여행을 꿈꾸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바로 그 우주에 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라서 흥미롭게 읽었네요. 어렵고 복잡할 것 같은 우주 과학 지식들을 365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하나씩 살펴보다가 전체를 연결지어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명되어 있어요. 과학에 관심이 생겼거나 좋아한다면 이 책으로 우주에 관한 지식들을 얻을 수 있어요. 알면 알수록 더 잘 보이는 법, 앞으로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달을 바라보면 우주가 시작된 빅뱅부터 태양계와 별자리, 지구와 행성에 관한 지식들을 떠올리게 될 것 같아요. 계절 별자리를 알면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밤하늘을 관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요. 망원경과 같은 도구가 있으면 좋겠지만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수성, 금성, 화성, 토성이 있으니 자신만의 별 관측 여행을 떠나도 재미있을 것 같네요. 언제든지 펼쳐볼 수 있는 과학잡학사전 통조림, 캠핑 갈 때 챙겨가도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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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어사전 - 죽어버린 시간 속 단어들을 찾아 떠나는 하루의 여행
마크 포사이스 지음, 김태권 옮김 / 비아북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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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포사이스, 그가 대단한 수다쟁이라는 건 만나본 적이 없어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유쾌한 이야기꾼이란 건 잘 알고 있어요.

<크리스마스는 왜?>, <문장의 맛>이라는 책을 통해 마크 포사이스만의 단어 사랑을 알게 됐고, 그 이야기의 매력에 빠지게 됐네요.

그래서 이 책도 궁금했어요. 사어, 죽은 말 속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가 됐거든요.

《사어 사전》은 언어 고고학자라고 불릴 만한 마크 포사이스와 함께 떠나는 신기한 단어 여행을 담은 책이에요.

일단 사어는 죽은 단어, 과거에는 쓰였지만 현재는 사용되지 않는 말을 의미해요. 보통의 사람들은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는 주제일 텐데, 마크 포사이스의 입담, 아니 손길을 거치면 흥미로운 주제로 바뀌는 것 같아요. 저자는 이 책을 '감춘 절반 쪽 낱말에 바치는 책' (4p)이라고 표현하면서, 사어를 너무 아름다워 오래 살지 못한 말, 너무 재미있어 진지하지 못한 말, 너무 적확해 널리 쓰이지 못한 말, 너무 저속해 점잖은 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 말, 너무 시적이라 요즘 같은 산문의 시대에 버티지 못한 말이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굉장히 멋지죠? 과거 어느 시간 속에 존재했던 단어들은 먼지 쌓인 사전 틈에 숨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특별한 방식으로 무대에 올랐다고 보면 돼요. 하루라는 시간 속에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 시간대별로 숨어 있던 단어들을 만날 수 있어요. 제목에는 사전이라고 되어 있지만 딱딱하게 단어와 뜻 풀이가 적혀 있는 사전을 상상하면 안 돼요. 진짜 단어들이 주인공이 되어 흥미로운 이야기 속에 등장하고 있거든요. 영어 단어를 공부하면서 딱히 재미있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마크 포사이스가 찾아낸 단어들은 뭔가 판타지 세계에서 만난 친구 같은 느낌으로 다가오네요. '뭐지, 이런 뜻을 지녔다고? 음, 지금 등장해도 나쁘지 않겠는 걸.' 괜히 혼자서 이런저런 상상을 더하게 되는 재미가 있어요. 암튼 이제껏 본 적 없는 단어들과의 유쾌한 만남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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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역사 - 우리가 몰랐던 제도 밖의 이야기
세라 놋 지음, 이진옥 옮김 / 나무옆의자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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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역사》는 역사학자 세라 놋의 책이에요.

다양한 주제로 살펴보는 역사 이야기는 많지만 '엄마' 혹은 '모성', 엄마 되기를 주제로 삼은 역사책은 거의 처음인 것 같아요.

거대한 서사를 다루는 역사 분야에서는 주목받지 못했던 주제였던 거죠. 왜 그럴까요.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임신과 출산, 아기 양육은 당연히 엄마의 몫이라는 사회적 묵인이 통용되었기 때문일 거예요. 오늘의 의학 추천에 따르면 임신은 건강하고 만족스러운 것, 하나의 행복한 사건이어야 하는데, 정말 그렇다면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이 0.6명대로 하락하는 일은 없었겠죠. 한때 우리나라 정부에서 저출산 극복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전국 각 지역에 가임기 여성의 수를 표시한 출산 지도를 공개하여 논란이 된 것도 여성을 그저 애 낳는 도구로 보고, 저출산의 문제를 여성들의 책임으로 돌려버린 정부의 안일한 대책에 대한 분노였던 거예요.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주체인 여성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임신을 별개의 사건처럼 바라보는 건 굉장히 모순된 일이에요. 여성을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태도에서 출발해야 달라질 수 있어요.

이 책은 역사학자인 저자가 처음으로 모성을 깊이 고민하면서 시작된 연구이며, 첫아이를 허둥지둥 키우는 동안 진행되었고 둘째를 가지면서 본인의 경험이 더해져 역사서와 에세이가 결합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어요. 저자가 주로 다루었던 정치 혁명 같은 주제는 엄청난 양의 종이로 이루어진 발자취가 남아 있는데 모성에 관한 자료는 별로 없어서 작은 조각들과 일화들을 탐사하며 평범한 여성들의 잃어버린 이야기를 되살려내는 과정이었다고 하네요. 과거에 아기를 낳는 것은 어떠했는지, 즉 엄마 되기가 어떠했는지에 관한 탐구라고 볼 수 있어요. 저자가 모은 사료에는 갓난아기를 돌보는 것에 대한 어떤 선언도 없지만 어머니의 권위와 경험에 기초한 정책도 모성주의를 보수적인 시대의 페미니즘으로 보는 것을 경계한다고 이야기하네요. 대신 명사를 동사로, '어머니'라는 정체성을 '엄마 노릇 하기'로 바꿔보라고, 그러면 많은 것들이 아주 다르게 보일 거라고 하네요. 그동안 어머니와 모성애를 동일시하는 인식 때문에 희생을 당연히 요구해왔던 게 아닌가 싶어요. 본능적인 엄마 노릇 하기를 강요할 게 아니라, 이제는 사회구성원의 다양한 역할이자 노동의 한 형태로 엄마 노릇을 바라봐야 시대에 맞는 대책과 제도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요.



"다산의 요구, '울적함'의 협박, 여성의 '활동영역'에 자리한 한계는 

대가족 시대부터 단호하고 위협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 다산의 과거와 인색한 현재 사이 어딘가에, 

딜레마이자 질문으로서의 엄마 되기가 운명으로서의 엄마 되기를 대신하게 되었다." (27p)


"찬성이냐 반대냐를 결정하는 것은 숫자로 본 엄마 되기의 가장 최신 버전이고,

대단히 동시대적인 반전이다. 말하자면 그저 아이를 몇 낳을 것인가라기보다

더 정확히는 아이를 가질지 말지 정하는 것이다." (28p)


"21세기의 진화론적 인류학자들이 모든 돌봄 노동자가 애착을 갖는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나는 이미 알고 있다.

출산이 돌봄을 결정짓지는 않는다. 아무리 호르몬 작용에 도취한다 해도. 아이를 안는 것은 다른 것이다.

20세기의 많은 집단에서 건강한 애착은 아기 돌봄이 유지되는 받침돌이다.

임신은 선택이지만 돌봄은 결합하는 것이다. 즉 주고자 하는 마음,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 아버지 되기와 아기 돌봄의 역사에 대해서 우리는 아직 상대적으로 잘 알지 못한다." (325-3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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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자들의 죽음 - 소크라테스에서 붓다까지 EBS CLASS ⓔ
고미숙 지음 / EBS BOOKS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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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장자, 간디, 아인슈타인, 연암과 다산, 사리뿟따와 붓다.

이들 사이의 공통점은? 딱히 없다.

코로나19를 통과하면서 공부의 테마를 '지성에서 영성으로!' 전환하게 되었고,

(···) 삶의 지혜와 비전을 온몸으로 구현해 낸 위대한 스승들의 죽음에 주목했다.

이들의 죽음에는 공통점이 있다. 생사의 관문을 지극히 경쾌하게 통과했다는 것." (7p)


《현자들의 죽음》은 고전평론가 고미숙 님의 책이에요.

이 책은 EBS 클래식 e 에서 인문 강의를 해주신 고미숙 님의 '죽음의 인문학'에서 탄생했어요.

사람들은 다들 어떻게 사느냐만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살 것인가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와 분리할 수 없는 주제이기에 동서양의 고전에서도 '생사는 하나'라는 진리가 전해져 온 거예요. 그럼에도 죽음이라는 주제를 못 본 척하거나 꺼려왔던 건 마주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부족했기 때문일 거예요. 저자는 우리 시대가 죽음을 탐구하기 딱 좋은 시대라면서, 철학과 종교, 과학 분야를 망라하는 여덟 명 현자들의 어록과 기록을 통해 죽음을 탐구하고 있어요. 어떤 죽음이 좋은 죽음일까요.

소크라테스는 그의 철학만큼이나 죽음으로도 유명하죠. "전혀 두려움 없이 고귀하게 삶을 마감하셨습니다." (31p)라고 제자 파이돈은 소크라테스가 사형당하기 직전과 이후의 모습을 기록했어요. 소크라테스의 사형은 아테네 시민들과 민주정에게는 크나큰 비극이었지만 그 죽음을 통해 시공을 넘어 현재까지 인류사에 큰 비전을 제시했다니 위대한 철학자다운 최후였네요.

아내가 죽고, 벗들이 죽고, 노자가 죽고, 드디어 장자 자신에게 죽음이 다가왔을 때에 제자들이 어떻게 장례를 치러야 하느냐고 묻자, "나는 하늘과 땅을 널로 삼고, 해와 달을 행렬의 장식 옥으로 삼고, 별들을 죽은 자의 입에 물리는 구슬로 삼고, 이 세상 만물을 저승길의 선물로 삼으련다. 나의 장례용품이 이미 다 갖추어져 있는데 무엇을 여기에 덧붙이겠는가?" (99p)라고 답했다고 해요. 삶에 대한 미련이나 회한 따위는 전혀 없이, 훌훌 육신의 굴레를 벗어나 죽음을 맞이하는 태도에서 장자다움이 느껴져요.

간디가 죽은 뒤에 남긴 것은 시계 하나, 상아로 만든 작은 원숭이 세 마리, 그리고 책 몇 권이 전부였다고 해요. 암살범의 총탄에 맞아 생을 마감한 간디는 이미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고, 죽음은 삶의 모든 짐 혹은 운명이 부여한 다르마에서 벗어나 신의 곁으로가는 영광스러운 해방이라고 여겼던 거예요. "언제든 죽을 수 있는 존재가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영적 수련의 핵심이었다. (···) 죽음 또한 그저 한 걸음일 따름이다.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넘어가는 단 한 걸음!" (138p) 이러한 경지에 오르긴 쉽지 않겠지만 우리의 삶도 역시 한 걸음씩 나아간다는 건 변하지 않는 진리네요.

누군가 아인슈타인에게, "불멸을 믿는가?"라고 묻자, "아닙니다. 나에게는 한 번의 삶으로 충분합니다." (175p)라고 답했다고 하네요. 그가 사망했을 때 그의 침대 곁에는 이스라엘 독립 기념을 위한 연설문의 연고가 놓여 있었지만 그는 이스라엘이 이웃한 중동의 여러 국가와 조화롭게 사는 길을 열어야 한다고 역설하기도 했대요. 연설문은 "오늘 나는 여러분에게 미국 시민이나 유대인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이야기합니다." (174p)로 시작된대요. 인간으로서의 삶과 죽음,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연암 박지원의 유언은 '깨끗이 목욕시켜 달라'는 것뿐이었대요. 일찍부터 수많은 죽음을 겪었던 그는 늘 죽음을 준비하고 있었고 회한이나 미련 없이 담백한 죽음을 맞았으니 참으로 한결같은 인물이었네요.

다산 정약용은 "천리는 돌고 도는 것이니 한 번 넘어졌다고 반드시 다시 일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1810년 초가을) (255p)라고 아들에게 보낸 편지에 적었는데, 그의 말처럼 죽은 지 백 년 뒤인 1936년 다산학회가 구성되었고 다산은 조선학의 주춧돌이자 대명사가 되었네요. 다산이라는 이름은 그의 사상적 업적이 대부분 유배지 강진의 다산초당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래요. 반드시 다시 일어나고야 말겠다는 다산의 정신을 되새겨야겠어요.

사리뿟다는 머나먼 과거에 붓다의 상수제자가 되기를 서원했는데 기나긴 윤회를 거쳐 그 뜻을 이루게 되었고 사리뿟다가 열반에 들었을 때, 붓다는 이미 열반으로 가는 머너먼 여정의 한가운데 있었다고 해요. 또 한명의 상수제자 목갈라나도 열반에 들었는데 이 세 분의 마추침과 인연은 모든 중생에게 더할 나위 없는 축복이 되었다고 해요. 붓다는 사리뿟따와 목갈라나가 입적한 뒤 설법에서 그들이 떠난 자리는 텅 비었지만 슬픔도 없고 비탄도 없다면서, "그대들 자신이 섬이 되어라. 그대들 스스로가 자신의 귀의처가 되어라." (294p)라는 말씀을 남겼네요. 저자는 윤회와 열반은 현재 인류가 창안해 낸 죽음과 다음 생에 대한 최고의 해석이라고 이야기했는데, 죽음에 대한 탐구를 이어갈 만한 주제를 찾은 것 같아요. 죽음을 두려워하는 태도에서 벗어나 명랑하고 심오하게 접근할 수 있는 철학 입문서였네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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