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
황세연 지음 / 북다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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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범죄 없는 마을에서, 범죄 없는 마을 시상식 직전에 살인 사건이 벌어졌어요.

대개는 누가 죽였는가에 초점을 맞추게 되는데, 이번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식의 미스터리를 보여주고 있어요.

황세연 작가님의 《내가 죽인 남자가 돌아왔다》는 2018년 제6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 수상작인데, 2025년 완전 개정판으로 돌아왔네요.

아이엠에프의 고통이 한창이던 1998년, 열여섯 번째 '범죄 없는 마을' 현판식 직전에 일어났던 전대미문의 괴이한 살인 사건에 관한 이야기예요. 칠갑산 아래 시골 마을 중천리에는 달랑 여섯 가구가 모여 살고 있어서 이웃집 속사정까지 죄다 알고 지내는데, 한밤중에 일어난 살인 사건으로 인해 동네 사람들이 전부 공범으로 얽히게 되네요. 정말 이상한 것은 누가 누굴 죽였는지는 명확한데 이후 벌어진 일들은 그 실체를 알 수 없다는 거예요. 도대체 왜 죽은 남자는 여기저기에서 등장하는 걸까요. 각자의 목적으로 마을을 찾아온 최은석과 조은비는 저수지 방류로 이틀간 마을에 머물게 되면서 살인 사건에 감춰진 비밀들을 밝혀내는데, 그 과정이 무척 흥미로웠네요. 누가 죄인인가, 잘잘못을 가리는 일보다 무엇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느냐를 주목하게 되었네요.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의 삶이란... 가까이 보면 비극, 멀리서 보면 희극이네요.

"정말 기묘한, 아니 괴기한 사건이죠? ··· 사고사가 아니라 진짜 살인 사건일까요?

정말 이 동네에 사이코패스 같은 살인법이 돌아다니고 있을까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나는 믿어요? 혹시 내가 살인범일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예에에?" 조은비가 기겁했다.

"내가 어젯밤 이 동네에 와서 신한국씨를 죽인 뒤 오늘 아침에 태연히 나타나 형사 노릇을 하는 것일 수도 있잖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심장 떨리는데 무서운 농담 하지 마세요. 그런 분이 급류에 뛰어들어 목숨을 걸고 날 구했겠어요?"

"사건 현장에서 보면 천사와 악마는 백지 한 장 차이입니다. 평소의 천사가 어떤 이유로 악마가 되기도 하고, 악마가 평소에는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기도 하죠." (228p)

동네 사람들의 이름, 처음엔 우스꽝스럽게 느껴졌는데, 마지막 장면에서는 숙연해졌네요. 3년 키운 소를 장날에 팔고 온 소팔희와 그녀의 조카 황은조, 우태우 이장과 부인 한돈숙, 읍내에서 식당을 하는 왕주영, 박달수 노인과 아들 박광규, 연못집의 양식연과 그의 아내 전수지, 아들 양동남, 골칫거리 술주정꾼 신한국... 이들 중 단 한 사람을 제외하고 범죄 없는 마을 새 현판 앞에 나란히 서서 기념 촬영을 했네요. 빛바랜 흑백 사진 속에 살인 사건의 진실이 담겨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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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일수록 작은 목소리로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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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마마 최고! 잔잔하면서 따스한 울림을 주는 힐링 그 자체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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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것일수록 작은 목소리로
모리사와 아키오 지음, 이수미 옮김 / 문예춘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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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잔잔하게 밀려오는 감동이 때로는 더 크게 와닿는 것 같아요.

《소중한 것일수록 작은 목소리로》는 모리사와 아키오 작가님의 감성힐링 소설이네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들이 '히바리'라는 작은 바와 '사브'라는 헬스클럽에서 마음을 나누는 이야기예요. 이들 중에 곤다는, 평범하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눈에 띄는 존재인데 외적인 요소뿐 아니라 내면적으로도 특별한 인물이네요. 굳이 자세한 설명은 생략할게요. 일단 이 소설을 읽다 보면 곤다의 놀라운 면들을 속속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암튼 곤다는 헬스클럽 바로 옆에 있는 전철역 근처 뒷골목에서 '히바리'라는 작은 술집을 운영하는데, 운동을 끝낸 뒤부터 해 뜰 무렵까지 카운터를 지키고 있네요. 헬스장 친구들이나 술집 손님들은 친밀감을 담아 '곤마마'라는 별명으로 부르고 있는데, 그만큼 친해져야 곤다가 사용하는 농밀하고 끈적이는 어휘와 표현들을 재미있게 웃어넘길 수 있어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거든요. 보이지 않는 내면이 더 아름답고 멋진 곤다, 곤마마 덕분에 웃을 수 있었고, 그 마음 씀씀이에 감동했네요. 어쩐지 판타지 세계에서 현실로 급히 오느라 변신 마법에 오류가 생긴 게 아닐까라는 상상을 해봤네요. 사람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치유의 요정!

곤다는 가게 간판을 걸지 않고, 입구 벽에 'Bar 히바리'라고 적혀 있는 엽서 정도 크기의 플라스틱판을 붙여 놓았어요. 거의 눈에 띄지 않게 말이죠. 다들 이렇게 작으면 잘 안 보일 거라고 걱정하니까, "괜찮아요. 소중한 것일수록 작은 목소리로 속삭여야 하거든. 그래야 상대 마음 깊숙이, 정확하게 전달되니까. 간판도 마찬가지죠." (39p) 라고 말했는데, 그게 곤다 자신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졌어요. 늘 진심으로 사람들을 대하는 곤마마는 작은 목소리로 모두를 기쁘게 하고, 자신도 기쁘게 사는, 진짜 거대한 사람이네요. 큰 사람의 작은 목소리가 따뜻하고 깊은 울림을 주네요.



최악.

이 최악의 세계를 만든 어른들이야말로 무엇보다 최악이라는 사실은 중학생 때 깨달았다.

어른이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하양을 까망이라고 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회색이라 말할 수 있는 동물이다.

더 웃기는 건 그 모순에 대해 지적하면 '사회란 원래 그런 거야'라며 마치 모든 걸 다 안다는 듯 충고한다는 사실이다.

... 부모도 친척도 교사도 정치가도 직장인도 연예인도 인터넷상에 악플을 다는 무리도, 모두 하나같이 최악이다.

하지만 고등학생이 된 뒤로 한 가지 신선한 발견을 했다. 이런 최악의 세상에도 때로는 예외가 있다는, 나쁘지 않은 발견이었다.

헬스장에서 만난 ... 다른 최악의 어른들과는 근본적으로 뭔가가 달랐다. 뭐랄까, '냄새'가 다르다. 바보스럽긴 해도 거짓이 없다고 말하면 좋을까? 주위 어른들이 모두 하양을 까망이라 해도 그들만은 틀림없이 '하양은 하양이지'라며 크게 웃을 것 같다. 그들과 함께하는 헬스장이라는 공간은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외톨이가 아니어도 되는 곳······ 슌스케에겐 마음속의 '가정'이었다. (130-132p)


"내가 말할게. 럼콕의 의미는······."

"'좀 더 의욕적으로!'란 의미죠. 모두 고마워요. 정말 너무너무 사랑해. 그럼, 건배!"

"건배!"

럼콕은 다른 말로 '쿠바 리브레'라고도 한다. 같은 술이라도 이 이름으로 부르면 조금 의미가 달라진다. 쿠바가 스페인에게서 독립을 쟁취한 날을 축하하는 의미로 '자유'나 '혁명'을 상징하는 술이 된다.

자유, 혁명, 그리고 좀 더 의욕적으로! (32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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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천자문 - 흔들리는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천년의 지혜
허경진 지음 / 빌리버튼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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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 속에 담긴 삶의 지혜와 철학을 배우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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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 읽는 천자문 - 흔들리는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천년의 지혜
허경진 지음 / 빌리버튼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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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자문 하면 자동으로 "하늘 천 따 지 검을 현 누를 황 집 우 집 주 넓을 홍 거칠 황"을 읊었더랬죠.

근데 딱 거기까지, 유행하는 노래처럼 많이 들어봐서 익숙해진 것이지 제대로 배워 본 적은 없네요.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 훈장님이 아이들에게 천자문을 가르치는 모습을 보면서 따라했던 기억이 나네요. 처음엔 한자를 쓸 줄 모르면서 그냥 음으로 익혀서 얼추 흉내내다가 나중에 기본 한자들을 배우면서 각각의 한자 뜻은 알게 되었지만 천자문의 내용까지는 살펴보지 못했네요. 알지만 아는 게 아닌, 바로 그 천자문을 제대로 읽고 음미할 수 있는 책이 나왔네요.

《마흔에 읽는 천자문》은 허경진 교수가 <주해 천자문>을 바탕으로 천 개 글자에 담겨 있는 깊은 뜻을 쉽게 풀어낸 책이네요.

저자는 천자문을 왜 마흔에 읽어야 한다고 했을까요. 고교 시절부터 대학원에 입학할 때까지 시를 썼고, 대학원에서는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목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를 거쳐 퇴임할 때까지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했던 저자는 마흔이 되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다시 본 천자문 속에서 삶의 지혜를 얻었다고 하네요. 어린 시절엔 뜻도 모르고 암송하던 문장인데, 마흔에 다시 읽으니 그동안 놓쳤던 진정한 의미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대요. '흔들리는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천년의 지혜'라는 부제에서 짐작하듯이, 천 글자 속에는 삶을 이루는 거의 모든 주제가 응축되어 있기에 단순한 한자 교재를 넘어 인생의 교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해주네요. 천자문은 그냥 1,000개의 한자가 아닌 네 글자를 한 구절로 하고 다시 여덟 글자 두 구절이 한 문장으로 완성되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천자문의 첫 네 글자인 '하늘 천 天, 땅 지 地, 검을 현 玄, 누를 황 黃'은 '천지현황 天地玄黃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이라는 한 구절을 만들고, 다음에 나오는 네 글자인 '집 우 宇, 집 주 宙, 넓을 홍 洪, 거칠 황 荒'은 '우주홍황 宇宙洪荒 (우주는 넓고도 거칠다)'이라는 한 구절을 만들어서, 이 두 구절이 합쳐진 하나의 문장이 완성되는 거예요. 이렇듯 각각의 뜻과 의미를 담고 있는 250개의 구절과 125개의 문장으로 이루어져 있고, 문장의 내용이 중국의 신화와 역사 그리고 동아시아 문명의 탄생과 발전 과정은 물론 논어, 맹자와 같은 고전의 정수를 담고 있으니 천년의 지혜라고 표현한 거예요. 천자문의 첫 여덟 글자, 즉 첫 문장은 하늘과 땅의 이치를 뜻하며 세계와 우주가 인간의 탄생 이전에 존재했던 천지창조와 광활한 우주 이야기로 시작하여, 옛 성군들의 역사, 인간 도리와 군자의 미덕, 현명한 삶의 지혜, 위대한 제국을 세우고 걸출한 영웅들이 등장하는 역사 이야기와 평온한 삶을 위한 가르침, 세상의 이치를 다루고 있네요. 각 문장의 뜻을 헤아리며 사유하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배움이 싹트네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천자문은 중국 위진남북조시대 양나라의 황제였던 무제가 신하 주흥사를 시켜 만든 서책으로, 동아시아에서 가장 널리 읽힌 한자 입문서였네요. 조선 시대에는 아이들이 다섯 살이 되면 서당에서 가장 먼저 접하는 책이었고, 명필들에게는 글씨를 연습하는 본보기 책이었으며, 성인들에게는 평생을 함께하는 귀한 삶의 지침서가 되었다는데,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변하지 않는 삶의 가치와 지혜를 전해주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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