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2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2
박광수 엮음.그림 / 걷는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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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많아졌습니다. 누군가 우는 모습만 봐도 눈물이 납니다.

나이들수록 눈물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저만 그런걸까요?

한때는 어른 흉내를 내느라 아파도 참고, 괴로워도 참느라 우는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냥 나로 살다보니 아프면 아파서 울고 힘들면 힘들어서 울게 됩니다. 정말 울보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다고 맨날 울기만 하는 울보는 아닙니다. 웃음이 나면 웃듯이 눈물이 나면 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걸 알게 되었을 뿐입니다.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읽는다> 두번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 책은 살면서 잊고 있던 시를 만나게 해줍니다. 아마도 제가 시를 가장 많이 읽었던 때는 사춘기 때와 사랑을 할 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지금, 눈물이 많아지니 '시'를 읽게 됩니다. 예전에는 유명한 시인들의 아름다운 언어에 심취했었다면 이제는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언어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아, 시란 이런거구나. 살다보면 알게되는, 느끼게 되는 이야기들이 단촐한 언어들로 차려질 수도 있구나.

이번 책에서도 저자의 부모님 이야기가 나옵니다. 치매를 앓게 된 어머니로 인해 마음 아팠던 이야기들. 어느 날 베란다에서 쓸쓸하게 담배를 피우시는 아버지를 뒤에서 안아드렸는데 차마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고. 그리고 3년 전 어머니가 기억을 완전히 잃어버리고 아버지가 우울증을 앓고 있을 때에 "아버지 사랑해요."라는 말을 했다고.

47년 만에 아버지에게 전한 말. "사랑해요."

이 글을 읽으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 마음을 전해야 한다고.

나이들수록 눈물이 많아져서 고민이지만 눈물 많은 것이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요즘은 감동받아서 기뻐서 울 때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세상에 가족이 없었다면 아마도 저는 살 수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지금 행복합니다.

종종 힘들다고 투덜대느라 깜박 잊을 때도 있지만 여전히 저는 가족들이 곁에 있어서 행복합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문득 사람이 그리운 날엔 시를 쓸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운 사람을 위해서 편지를 쓰듯이 그렇게 쓰면 시가 되겠구나.

시인은 아니지만 시를 노래하는 마음으로 살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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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결정 -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 일상인문학 5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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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에게 철학적 물음을 한 적이 언제였던가 싶습니다.

우리는 매일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들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정말 자기 결정이냐고 되묻는다면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선택은 자신이 했지만 그 선택이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것인지, 자신의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끔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적인 분위기에 조종당한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혹은 나의 무의식이 쇄뇌당한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기계적일 때가 있습니다.

이 책은 철학책입니다. 독일의 철학가이자 작가인 페터 비에리가 그라츠 아카데미의 초청으로 2011년 초에 강연했던 내용을 글로 엮은 것입니다.

어쩐지, 이 책을 받자마자 '철학책이 굉장히 얇네.'라는 생각을 먼저 했습니다. 덕분에 의미있는 강연을 짧은 시간 안에 만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철학이란 정말 필요하지만 가끔은 피하고 싶은 '엄마의 잔소리' 같다고 해야 할까.

평상시에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을 때는 전혀 관심이 없다가 뭔가 삶에서 삐걱거린다고 느낄 때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철학'이 아닌가 싶습니다.

<자기 결정>은 "행복하고 존엄한 삶은 내가 결정하는 삶이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면서 행복한 결정을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은, 현재 어떤 상황으로 인해 힘들고 괴로운 사람들이라면 그들의 고민까지도 해결해줄만한 강력한 질문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삶의 고민들이 결국에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귀착되는 것 같습니다. 철학의 궁극적 목표를 철학자들은 무엇이라고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람들이 삶에 대해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철학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자기 결정의 삶은 어떤 모습일까?"

"자기 인식은 왜 중요한가?"

"문화적 정체성은 어떻게 탄생하는가?"

위 질문에 대한 답이 이 책 속 안에 있습니다. 저자는 자신이 원하는 것은 고요함의 문화라고 말합니다. 각자가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도록 서로 돕는, 잔잔한 소리가 지배하는 문화. 잔잔하다는 말이 이렇게 깊은 감동이 있었나, 새삼 느끼게 된 것 같습니다. 자기 결정은 독단이나 이기적인 선택이 아닙니다. 올바른 자기 결정을 위해서는 자신을 알아야 합니다.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자신을 말로 표현하고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삶을 결정할 수 있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좀더 나은 삶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독서뿐 아니라 글쓰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문학이 가진 강력한 힘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각자 삶의 고민들이 자신만의 문제라고 여기지만 그건 살아있는 모든 사람들의 고민인 것 같습니다. 어떻게 살아갈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힘을 얻고 싶다면 더 많은 것을 경험하고 느끼고 배워야 합니다. 페터 비에리의 <자기 결정>은 철학과 문학을 통해서 자아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길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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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교실 거꾸로 공부 - 왜 세계는 거꾸로 교실에 주목하는가
정형권 지음 / 더메이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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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교육과정 개정>이 확정, 발표되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문과와 이과를 통합한 공통과목을 신설하고, 고교 국어와 영어, 수학 등 기초교과영역의 이수단위를 총 이수단위의 50%이하로 제한한다고 되어있다. 이번 개정안에 주목해야 할 대상은 현재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이다. 그 학생들이 치르는 2021학년도 수능부터 적용된다고 한다.

수시로 바뀌는 교육정책을 보면서 한숨이 먼저 나온다. 매번 교육과정을 개정하면서 내세우는 목표는 한결 같다. 이번에도 교육부 장관님께서는 '지식 위주의 암기식 교육'에서 '배움을 즐기는 행복 교육'으로 교육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항상 목표와 취지는 훌륭하다. 하지만 그 변화된 교과목으로 공부해야 할 학생들은 괴로울 따름이다. 근본적인 교육 시스템은 바뀌지 않고 교과 내용을 수시로 바꾸고 있으니 배우는 학생들은 즐겁기는커녕 혼란스러울 것 같다. 학생들의 부담을 줄여준다는 취지의 교육 개정안이 오히려 다가올 수능에 대한 부담감만 더 늘린 결과가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의 교육은 백년대계라는 말이 무색할만큼 너무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변화인지 좀더 신중하게 판단했으면 좋겠다.

<거꾸로 교실 거꾸로 공부>라는 책은 최근 변화되고 있는 교육법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21세기에 알맞은 교육법이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이 책에서는 세계의 교육 현장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주도한 사람들과 그들의 교육법을 '거꾸로 교실'이라는 공통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수카타 미트라 교수는 '스스로를 교육하는 새로운 실험'을 통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배움을 설계하여 거의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과 어른들의 역할은 단지 그것을 격려하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결론을 보여준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SOLE(Self-Organized Learning Environment ; 자기조직학습환경) 개념을 전통적 교육 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SOLE은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선정하여 친구들과 자율적으로 협조하며 해결하는 학습 방식으로 선생님의 역할은 가르침이 아닌 격려와 지지를 통한 코칭이다. SOLE이 우리나라에서 가능하려면 먼저 아이들을 믿고 지켜봐주는 어른들이 있어야 하는데 과연 그런 어른들이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든다.

칸 아카데미를 설립한 살만 칸에 대해서는 워낙 유명해서 많은 사람들이 알 것이다. 조카의 수학공부를 돕기 위해 올렸던 동영상이 이슈가 되면서 현재(2015년)는 4,000여 개의 강의 동영상을 무료 시청할 수 있는 칸 아카데미가 만들어졌다. 칸 아카데미는 "전 세계 어디에서나, 누구나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목표로 운영되고 있고 실제로도 인터넷을 학습으로 결합하여 놀라운 교육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칸 아카데미의 교육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에 거꾸로 교실이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거꾸로 교실'의 시초는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을 빠진 학생을 위해 선생님이 직접 온라인 강의를 제작하여 보여준 데에서 시작되었다. 학생이 먼저 집에서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는 것이 숙제이고, 수업시간에는 연습문제 풀이와 다양한 활동을 하는 수업이 전통적인 수업을 뒤집었다고 하여 '거꾸로 교실'이 된 것이다. '거꾸로 교실'을 탄생시킨 두 명의 교사가 바로 존 버그만과 에런 샘스 선생님이다. 이들 덕분에 테크놀로지에 익숙한 젊은 세대 교사들을 중심으로 '거꾸로 교실'의 열풍이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고 한다. 거꾸로 교실의 수업 방식은 말 그대로 수업과 숙제를 하는 장소를 바꾼 것인데 이러한 변화가 지루한 강의식 수업을 모든 학생이 참여하는 즐거운 수업으로 만들었다니 정말 놀랍다. 수업시간 내내 조용히 앉아서 선생님의 수업만 들어야하는 학생들을 떠올리면 거꾸로 교실이야말로 혁신인 것 같다.

일본의 국어교사 하시모토 다케시는 <은수저> 수업이라는 '슬로 리딩' 학습법의 창시자다. 그는 국어교과서 대신에 문고판 분량의 소설 <은수저> 한 권을 무려 3년에 걸쳐 천천히 읽는 것으로 수업을 진행하였다. 그냥 책을 읽히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낱말 풀이, 관련 정보와 지식을 담은 연구교재를 직접 만들어 나눠주고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을 발표하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슬로 리딩' 수업은 진정한 국어교육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천천히 느리게 음미하며 읽는다는 건 아이들에게 궁금증과 호기심을 마음껏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스스로 배움 자체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이런 수업이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교과서는 던져버리고 정말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배우고 싶어하는 것을 배울 수 있다면.

이 책의 말미에는 융합교육과 창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단순히 문과와 이과를 통합하는 것이 융합교육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알 것이다. 형식만 바꾼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는다. '거꾸로 교실 거꾸로 공부'의 핵심처럼 아이들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려면 교육에 대한 고정관념부터 깨뜨려야 되는 게 아닌가 싶다. 대한민국의 교육 정책이 더이상 대입 제도 변화에 급급하지 않기를, 좀더 멀리 크게 바라보며 변화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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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야 공부다 - 18시간 공부 몰입의 법칙
강성태 지음 / 다산에듀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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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신' 혹은 '공신'이라 불리는 사람.

<미쳐야 공부다>의 저자 강성태님은 대한민국 대표 공신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자신만의 공부법을 알려주고 있다.

근래에 읽었던 <7번 읽기 공부법>과 <18시간 공부법>이 많이 닮은 것 같다. 만약 효과적인 공부비법을 얻고자 한다면 어떤 책을 읽든 상관없겠지만 좀더 근본적인 공부, 진짜 자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공부 방법을 원한다면 이 책을 강력 추천하고 싶다. 그 이유는 공신 강성태님의 꿈 때문이다.

"빈부와 지역에 상관없이 모든 학생들에게 공신 멘토 한 명씩을 만들어 주겠습니다."

그는 현재 공신닷컴을 통해서 자신이 말했던 꿈을 실천하고 있다. 당장의 시험을 합격하기 위한 비법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방법으로, 18시간 공부법을 소개하고 있다. 굳이 18시간을 정해놓은 것은 18시간이 일종의 한계점이기 때문이다. 하루 18시간 공부는 쉽지 않은 일이지만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누구든지 18시간 공부를 성공하면 변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자신의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성취감과 자신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18시간 공부를 통해서 몰입을 경험한 사람은 자신이 원하는 그 어떤 것도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빈센트 강. 강성태님의 영어 이름이라고 한다. 영화 <가타카>의 주인공 빈센트에서 따온 것이다.

영화 <가타카>를 봤던 사람이라면 모두가 감명받았던 장면이 있을 것이다. 폭풍이 몰아치는 바다에 뛰어든 빈센트와 동생 안톤. 어린 시절, 수영 시합에서 한 번도 동생을 이겨본 적 없던 빈센트가 동생을 이기는 장면. 그 때 빈센트는 이렇게 말한다. "넌 내가 어떻게 해냈는지 알고 싶겠지. 이게 나의 비결이야. 안톤. 나는 돌아갈 힘을 남겨 놓지 않아." 피나는 노력을 통해서 불가능한 꿈을 현실로 만든 빈센트을 보면서 인간 승리가 무엇인지를 느꼈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영화 <가타카>의 감동이 떠올라 뭉클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수 있다면 세상의 그 어떤 것과의 싸움에서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미쳐야 공부다>는 공부를 하는 학생들에게 빈센트의 정신을 알려준다. 간절히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

마음의 준비가 되었다면 '공신닷컴'을 통해 18시간 공부에 도전할 수 있다. 어른들의 잔소리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꿈을 위해서 공부한다면 진짜 행복한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부디 대한민국 모든 학생들이 행복한 공부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힘차게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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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용이 있다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 지음, 김유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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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에 봤던 외화 중에서 <환상특급>이라는 시리즈물이 있었다.

제목처럼 현실을 넘어선 신기하고 기묘한 내용들이라 엄청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도 시대를 앞서간 판타지물이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 용이 있다>는 스페인의 영화감독 페르난도 레온 데 아라노아의 작품이다. 2015 만다라체 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해서 엄청 기대했다.

그리고 느꼈다. 이 소설은 <환상특급>이란 걸.

책표지에 적힌 "반드시 천천히 읽을 것"이라는 문구를 허투루 넘겨서는 안 될 것이다. 평상시에 읽는 속도보다 더 천천히 읽어야 된다. 그래야 그 내용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을 테니까. 짤막한 이야기들이 서로 전혀 상관없는 듯 이어지다가 결국에는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제목은 이 소설 속 세계로 들어가는 문의 열쇠와 같다. 황금빛으로 적혀 있는 '여기 용이 있다'라는 글자들이 꿈틀꿈틀 움직일 것만 같다. 용이 이미 여기에 있고 이야기들은 그 안에 담겨 있다.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줄지 궁금하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 기다리길 바란다. 성급한 마음으로 읽다가는 중요한 것을 놓칠지도 모른다. 정말 특별한 뭔가를 발견하고 싶다면 준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그 어떤 기대도 품지 않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이 책은 우리의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않을테니까. 다만 우리의 상상력을 시험할 것이다. 우리가 상상하던 그것, 그리고 상상한 적 없는 그것들.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현실에서 되도록 멀리 떨어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러니까 이 책을 읽는 최적의 시간은 모두가 잠든 밤이나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이 될 것이다. 그래야 느낄 수 있다. 혹시나 바쁜 와중에 이 책을 펼쳐든다면 분명 후회할 것이다. 한 문장을 되돌려 읽으면서 제자리에 머물테니까. 이야기의 늪에 빠지지 않으려면 정신을 잃지 않을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만약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면 어떻게 그려질까. 가능하다면 새로운 버전의 <환상특급>이 될 것 같다.

이 소설에는 테메레르와 같은 용은 등장하지 않는다. 그 어떤 이야기도 쉽게 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경고>를 해주는 것 같다. 한 권의 책 속에 똑같은 이야기가 두 번 인쇄되었다는 걸 알게 될 거라는 것. 첫 번째 본 내용과 두 번째 본 내용은 똑같지만 어떤 면에서는 다르다는 것. 중요한 건 사람들이 같은 내용을 반복해서 읽지 않게 되는 바로 그 순간부터 자신에게 끔찍한 불행이 쏟아질 거라는 것을 잘 알지 못한다는 것.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는 각자의 해석에 달려 있다.

그러니까 여기에 용이 있다는 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선택할 문제다. 중요한 건 용이 아니라 여기에 그 무언가가 있다는 거니까. 작가는 문을 열어줄 뿐이다. 무엇을 발견할지는 독자의 몫이다. 자신이 상상했던 용과 마주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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