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있는 인문 수업 생명과학 호모아카데미쿠스 2
다구치 히데키 지음, 김정환 옮김 / 이룸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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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머리카락 한 가닥 속에 담겨있는 유전자 정보.

SF영화에서 봤던 일들이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생명과학이라는 분야를 잘 몰라도 이미 실생활에서 많이 접하고 있다는 것.

<쓸모있는 인문수업 생명과학>을 보면서 내심 놀랐습니다.

의외의 재미라고 해야하나.

어렵고 지루하지는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는데 웬걸, 흥미로웠습니다.

생명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데 대답이 명쾌합니다. 모든 생물은 세포라는 단위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

그렇다면 생명을 특징짓는 기본 성질은 무엇인가.

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 생명이 성립하는 공간, 즉 세포를 만든다.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만든다 -> 단백질대사를 통해 생명을 유지한다.

증식한다 -> DNA 가 가진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복제, 나아가 진화를 한다.

아주 기본적인 개념 정리지만 여기에서부터 출발하여 차근차근 세포, 단백질, 에너지, DNA , 건강과 질병의 생명과학까지 설명해주니까 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불로불사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만약 불로불사가 실현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생명체가 영원한 생명을 얻는다면 자손을 남길 필요가 없고, 자손이 태어나지 않으니까 생명의 진화는 멈춰버릴 것입니다. 만약 불로불사인 인간이 자손도 남길 수 있다면 지구는 인간으로 넘쳐날 것입니다. 생명과학에서는 인류가 불로불사를 실현한다면 생명으로서의 인류 역사는 그 시점에서 끝이 날 것으로 봅니다. 그런데 최근 반세기 사이에 인류는 불로불사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인류를 포유류의 일종으로 봤을 때 모토카와 다쓰오의 연구에 따라 인간에게 적용하면 인간의 수명은 약 40세 정도라고 합니다.

일본의 평균수명을 보면 20세기 전반에는 50세가 채 되지 않다가 1990년대 후반 이후 80세가 넘었습니다.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평균 수명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령화 사회에서 노화로 인한 질병 치료와 예방은 주된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2001년 미국의 국제 연구팀과 벤터가 이끄는 기업이 인간 유전체를 해독했습니다. 인간 유전체가 해독되었다고는 하지만 해독된 것은 대표로 선발된 누군가의 유전체일 뿐입니다. 인간 유전체의 염기배열은 99.9퍼센트가 동일하지만 0.1퍼센트는 개인에 따라 다릅니다. 이러한 개개인의 유전체 차이를 고려한 의료를 맞춤의료라고 부릅니다. 맞춤의료가 실현되려면 개개인의 유전체 정보가 전부 해독되어야 합니다. 유전체 정보를 해독하여 질병치료에 활용하는 것은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 측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생명과학이 어떻게 발전될지를 지켜봐야 합니다. 이 책 덕분에 생명과학의 기초를 알게 되어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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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있는 말하기 - 예일대가 주목한 말하기 교과서
데이비드 크리스털 지음, 이희수 옮김 / 토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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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변은 타고나는 것일까요? 아마도...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습니다.

<힘있는 말하기> (The Gift of the Gab)는 데이비드 크리스털이라는 영국의 저명한 언어학자가 알려주는 달변의 기술을 담은 책이니까요.

그는 말을 통해서 청중을 열광하게 만들고 설득하여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얼마나 짜릿한 일인지, 그 짜릿함을 나누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말합니다.

달변은 타고나는 재능도 있지만 후천적인 노력으로 충분히 얻을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

이 책은 실용서적입니다. 말하기 교과서라고 할만큼 체계적으로 알려줍니다.

달변이란 무엇인가? 말하는 사람의 진심과 개성이 메시지에 우러나는 것. 그래서 누구나 달변을 들으면 그게 달변이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달변가의 스피치는 무엇이 다른가? 바로 이 질문의 답이 달변의 기술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정확히 알고 준비한다면 누구나 달변가가 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말하는 목적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만족스럽게 전달하는 것이니까요.

설득력 있는 훌륭한 연설을 하려면 다음의 다섯 가지 규칙을 지켜야 합니다.

말하고 싶은 것을 골라라.

어떤 순서로 말할 것인지 정하라.

어떤 식으로 말할 것인지 선택하라.

말하고 싶은 것을 모두 외워라.

이제 말하라.

자, 그렇다면 달변의 기술을 실전에서는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요? 그 좋은 예로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2008년 대통령 당선 직후의 연설 내용을 보여줍니다.

조목조목 분석한 내용들을 보니 정말 훌륭한 연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할애하여 분석하고 설명한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그밖에 달변을 위한 실전 팁은 상황별로 스피치를 준비할 때 매우 유용한 내용들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새삼 이것이야말로 진짜 대통령다운 연설이구나라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올해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도중 어느 시민 단체의 대표가 나타나 항의하는 목소리를 내며 방해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몇 번이나 연설을 이어가려했지만 방해가 계속되자 대통령은 오히려 자신의 연설을 중단하고, 묵묵히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짧은 침묵 후 첫 마디가,

"저 목소리에 귀 기울 필요가 있습니다.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긴 하지만, 그리고 저 분도 내 말을 듣지 않았지만, 이런 일은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지만 얼버무리고 넘어가는 건 옳지 않습니다." 였습니다. 자신의 의견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고 존중하는 태도에 무척 놀랐습니다.

무엇보다도 돌발적인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현명한 대처를 함으로써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단숨에 바로잡았다는 점에서 최고였습니다.

달변은 준비와 연습으로 키울 수 있는 능력입니다. 잊지 말아야 할 건 '말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이 한 말에 대한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합니다. 말은 의사소통의 수단일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보여주는 증표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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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 있는 인문 수업 사회학 호모아카데미쿠스 1
권재원 지음 / 이룸북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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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공부?

아마 지금 이 시기가 아니었다면 이 책은 제 손에 있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만큼 사회학이란 분야는 저와는 거리가 먼 분야였습니다.

전공 학생도 아니고, 관련된 일을 하는 것도 아닌 제가 왜 <쓸모 있는 인문 수업 사회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을까요.

그건 바로 책제목에서 드러납니다.

사회학 공부가 쓸모 있겠구나라는 생각?

나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한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참여했나라는 반성이 드는 요즈음입니다.

여러가지 심각한 사회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너무나 무기력하게 받아들였습니다. 불평하면서도 바꿀 수 없을 거라는 자조감이랄까.

문제는 세상을 보는 나자신의 태도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세상을 바꾸고 이끌어가는 건 나혼자의 힘으론 불가능하니까 그냥 사회 흐름에 순응하자 혹은 나몰라라 식의 무관심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세상이 움직이고 있는 걸까라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이 책은 사회학 공부를 위한 입문서입니다.

사회학이란 무엇인가, 사회학은 어떻게 세상을 연구하는가, 사회학의 선구자들은 누가 있는가, 사회학의 주요 내용은 무엇인가, 사회조직과 관료제 그리고 네트워크는 무엇인가, 세상은 왜 불평등한가, 사회변동의 과정과 원인은 무엇인가, 사생활은 정말 개인의 생활일까, 1차 집단의 붕괴와 사회적 자본의 고갈 현상, 여러가지 사회 문제, 사회변혁에 대한 여러 입장들, 사회운동의 변화와 흐름, 근대성의 문제와 비판이론 등이 내용이 나옵니다.

스스로 궁금하여 펼쳐든 책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끝까지 읽은 것은 이 사회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초를 다지는 과정이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보편타당한 상식이 통하려면 이 사회를 구성하는 사람들 스스로 배우고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학 이론에서 그치지 않고 좀더 깊이 있게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합니다.

근래 청문회를 보니 증인으로 출석한 사람들이 대통령의 사생활이라 말할 수 없다는 발언을 했습니다. 사회학을 조금이라도 배웠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완전한 의미의 사생활은 성립할 수 없다는 걸 알았을텐데 안타깝습니다. 공적인 자리에 있으면서 권력으로 사익을 채워놓고는 공익을 핑계대며 책임을 회피하는 건 범죄라는 것도 알았을 겁니다. 증인을 비롯하여 당사자들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 지금 우리 사회를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제대로 배우고 알아야 합니다.

이미 똑똑하고 용기있는 국민들이 모여 사회 변화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 사회를 바꾸는 힘은 국민에게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회학 공부를 책뿐만이 아니라 현실로 체험하고 있습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아는 만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똑똑하면서 사악한 사람보다 더 공포스러운 건 무식하면서 사악한 사람이니까요.

"사회학은 마치 자신이 아프지 않다고 믿고 싶은 환자에게 냉정하게 어디가 아픈지 일러주는 의사 역할을 맡는다.

당장은 듣기 싫고 화가 나겠지만

결국 그 말을 듣지 않으면 병을 치료할 시기를 놓치고 마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사회에 문제가 생기면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개인도 본인의 노력과 무관하게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사회학은 우리가 사는 사회를 냉정하게 바라보면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고마운 역할을 담당한다.

또 개인문제로 치부하던 문제의 상당수가 실은 사회문제임을 밝혀내 진정한 해결을 가능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사회학이 우리에게 주는 가장 큰 도움은 자신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가능케 해준다는 점이다.

자아라는 내 고유한 가치는 강변한다고 해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라는 존재가 유일무이한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사실은 수많은 다른 나 그리고 우리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은 불편한 진실일 수 있다.

하지만 이 불편함을 받아들일 때 진정한 자아에 대해 이해가 성립한다." (59-6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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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떨어진다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49
제임스 프렐러 지음, 서애경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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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어진다, 떨어졌다, 떨어지고 말았다.

차마 말로는 다 할 수 없는

이야기가 있다. " (199p)

슬프다 못해 답답하고 화가 납니다.

왜 아무도 막지 못했던 걸까요?

따돌림 당하던 소녀에 대하여 친구였던 소년이 이야기합니다. 자신의 일기장을 통해서.

소년의 이름은 샘 프록터.

그리고 용기를 내어 말합니다. 모건을 위해서.

소녀의 이름은 모건 말렌입니다.

아이들에게 왕따 게임은 처음엔 장난이었지만 점점 잔인한 폭력으로 변해갔습니다.

"죽어라. 왜 사니. 죽어.

아무도 너 따위 신경 안 써.

못생긴 뚱땡이 짐승."

모건의 소셜미디어 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익명의 글들...

단어 하나하나에 악의적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누구를 탓한다고 한들 모건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용서를 구한다고 한들 모건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누군가는 해야 합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

그래야만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을테니까.

샘은 모건에게 미처 하지 못했던 말들을 전합니다.

"넌 혼자가 아니야.

괜찮아질거야.

난 널 걱정하고 있어.

네 삶은 중요해.

네 옆에 내가 있잖아."

어쩌면 이 말들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에게 꼭 해주어야 할 말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더 늦기 전에...

모건이 샘에게 보낸 마지막 선물은 실비아 플라스가 쓴 <벨 자>라는 책입니다.

샘이 꼭 읽었으면 바랐던 책. 왜냐하면 모건은 이 책이 자신의 영혼 깊은 곳을 들여다본다고 느꼈기 때문입니다. 샘은 친구였으니까. 하나뿐인 친구.

모건은 '나는 눈을 감았고 온 세상도 잠들었다'라는 문장에 빨간색 밑줄을 그어놓았습니다.

그렇게 모건은 마지막 인사를 남긴 것입니다.

모건의 언니 소피는 유서를 보여주진 않았지만 그 속에 좋은 이야기도 있었다고 전해줍니다.

말로는 전하지 못했던 모건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누구나 떨어진다>는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이라는 것, 그러나 막을 수 있는 비극이라는 걸 보여줍니다.

세상에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을 함부로 괴롭힐 자격은 없습니다. 샘과 모건은 겨우 중학생 아이들이었습니다. 따돌림의 주동자였던 아테나는 원래 모건의 친구였습니다. 친구가 친구를 괴롭히는 일은 아무리 작은 장난일지라도 용납되어선 안 됩니다. 잘못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어리기 때문에 법적 처벌은 없겠지만 책임까지 없어지진 않으니까요. 샘의 말처럼 끝까지 지켜봐야 합니다. 그리고 지켜줘야 합니다. 서로가 떨어지지 않도록 꼬옥 붙잡아줘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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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중간의 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정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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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을 읽다보면 한국의 정서와 너무나 흡사해서 놀랄 때가 있습니다.

여자에게 있어서 결혼은 왜 희생이 강요되는 것일까요?

아무리 양성평등을 외쳐도 여전히 여성에게 강요되는 역할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며느리가 되고,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이 행복이 아닌 족쇄가 될 때...

<언덕 중간의 집>은 전업주부로 살아가는 두 여성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소설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현실적인 심리 묘사가 돋보입니다.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라면 백퍼센트 공감할 정도로 소름돋는 이야기.

같은 여성이라도 미혼이거나 손주를 둘 정도로 나이든 사람이라면 쉽게 공감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똑같은 아픔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에게 아픔을 설명하기란 어렵습니다. 더군다나 그 아픔에 공감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일지도...

리사코는 4년 전 스물아홉 살 나이에 결혼하여 세살배기 딸아이를 둔 전업주부입니다. 결혼 당시 리사코는 일을 그만둘 생각이 없었는데 결혼 후 곧바로 임신하여 심한 입덧과 빈혈 때문에 아기가 걱정되어 직장을 그만둡니다. 그 후 3년 동안 몇 번이나 그때의 선택을 후회할 정도로 육아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들어 그 시기를 견뎌내며 아이 곁에 있기를 잘했다고 생각합니다. 남편 요이치로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퇴근이 늦는 날이 많지만 일찍 퇴근하면 딸 아야카의 목욕을 시켜주는 자상한 아빠입니다.

평범한 리사코의 일상을 깬 것은 바로 형사재판의 보충 재판원으로 선정된 것입니다. 작년엔가 재판원 제도 공문이 온 것을 반송하지 않는 바람에 수락한 것으로 간주된 것입니다. 어린 아야카 때문에 걱정하던 리사코는 어쩔 수 없이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공판에 참석합니다. 오랜만에 공들여 화장하고 옷을 차려입고 나선 리사코는 묘한 기분이 듭니다. 그런데 그녀가 담당하게 된 사건은 영유아 학대 사건입니다. 도쿄 도내의 삼십 대 여성이 물 받은 욕조에 생후 8개월 된 딸을 떨어뜨렸고 퇴근한 남편이 발견하여 구급차를 불렀지만 딸은 이미 사망한 상태였습니다. 그녀는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떨어뜨렸다며 사고가 아닌 고의성을 인정하여 살인죄 혐의로 체포됐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미즈호.

검사의 설명에 따르면 미즈호는 몹시 악독한 여자인 반면, 변호인의 설명에 의하면 그녀는 매우 가엾고 연약한 엄마라서 오히려 남편 쪽이 피고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법정에서는 당연한 일이겠지만 양쪽의 의견은 이렇게 달랐고 리사코를 포함한 재판원들은 공판 과정에서 각자 의견을 나누게 됩니다. 리사코는 자신의 아이를 죽인 미즈호를 끔찍하게 바라보면서도 점점 미즈호에게 자신을 투영하고 있음을 발견합니다. 살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불구하고 미즈호가 겪어야 했던 고통과 외로움에 공감한 것입니다. 만약 이러한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다면 미즈호는 누구나 부러워할만한 멋진 집에서 예쁜 아기를 키우는 평범한 주부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에는 어떤 방식으로든 벌어졌을 비극이라는 것. 미즈호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는 것. 공교롭게도 미즈호의 집은 리사코가 열심히 돈을 모아서 언젠가 살고 싶었던 집이었습니다. 상상으로나마 그 집에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그렸는데 이젠 더이상 상상할 수 없습니다. 리사코는 피고를 심판한 것이 아니라 줄곧 자신을 심판하고 있었습니다. 미즈호가 저지른 죄는 용서받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녀 역시 피해자였음을 생각하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리사코는 미즈호를 통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됩니다. 결혼과 동시에 아내로서, 엄마로서, 며느리로서 사느라 '나'는 없었던 삶. 남편 요이치로에게 빼앗긴, 아니 스스로 얌전히 던져버린 자아.

겨우 열흘 간의 재판이었지만 리사코는 새로운 자기 자신을 마주하게 됩니다. 책을 덮으며 리사코를 응원했습니다. 그리고 나를 위해 응원했습니다.

* 이 소설에 나오는 매우 현실적인 며느리와 시어머니 간의 에피소드 (181p)

... 웬만해서는 감기도 걸리지 않는 내가 그만 열이 나고 말았다. 요이치로를 출근시키고 나서 열을 재니 38도나 되었다. 아야카에게 옮을까봐 걱정되면서도 바로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할 수 없이 아이에게 애니메이션 DVD를 틀어준 채 리사코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소파에 누워 있었다. 그때 시어머니가 전화를 걸어 왔다. 용건이 무엇이었는지 지금은 기억나지 않는다. 리사코는 자신이 열이 나서 누워 있다고 전했다. 아야카를 돌보러 와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어머, 열이 난다고? 감기가 왔나 보구나. " 그러면서 시어머니는 내가 가서 밥해주마. 라고 덧붙였다.

"괜찮아요." 리사코는 사양했다. "아이 점심 정도는 그럭저럭 해 먹일 수 있어요. 저는 식욕이 전혀 없고요."

"아니, 아범은 어떡하니?" 시어머니가 물었다.

순간 리사코는 무슨 말인가 하고 어리둥절해하다가 겨우 이해하고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창피했다. 시어머니는 아들의 저녁을 걱정하고 있을 뿐인데, 자신은 김칫국부터 마셨던 것이다. "괜찮아요, 그이는 오늘 회식이 있대요."라고 순간적으로 내뱉은 거짓말까지 리사코는 기억하고 있으며, 몇 달이나 지난 일을 여전히 되새기는 자신을 혐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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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6-12-29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기가 옮을까 ㅡ자신의 아기를 걱정하듯 ..시어머니도 자신의 아기(?ㅎㅎ) 를 걱정할 뿐인데..어른이 되서 그러면 안된다는 인식이 있나봐요 . 참 이상해요 . 왤케 그런것들이 서운하고 묘하게 왜곡되게 미운지..

잘 읽고 가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