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재미있는 책이라면 - 청소년을 위한 독서 유발 인문학 강독회
박현희 지음 / 북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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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책은 초콜릿에 비유하고 싶네요.

초콜릿을 안 먹어 본 사람이라면 모를까,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달콤한 맛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자꾸만 또 먹고 싶어지겠죠.

<이렇게 재미있는 책이라면>은 청소년들을 책으로 유혹하기 위한 책입니다.

박현희 선생님이 독산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했던 <독서 유발 인문학 강독회>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합니다.

어쩐지 책을 읽으면서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릴 것만 같더라니.

자, 그러면 박현희 선생님이 고심해서 고른 여덟 권의 책을 살펴볼까요.

가장 고심해서 골랐다는 첫번째 책은 <오이디푸스 왕>입니다. 저자는 소포클레스라는 아테네 사람으로 그리스의 유명한 3대 비극작가 중 한 사람입니다.

저도 읽어본 적 없는 책이라서 선생님의 설명을 그대로 따라하게 되네요. <오이디푸스 왕>은 세 가지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대요.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범인은 누구일까? 나는 누구인가?

추리소설처럼 사건을 풀어가는 듯한 질문들이지만 결국은 '나는 누구인가?'의 답을 찾는 것으로 귀결됩니다. 오이디푸스가 끔찍한 비극의 주인공인 줄만 알았는데 그는 진실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용기를 보여줍니다. 운명 앞에 한없이 약한 존재였지만 결국에는 운명을 받아들임으로써 자신의 길을 만들어간 위대한 존재가 된 것이죠. 아마 학생들에겐 오이디푸스의 선택이 쉽게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책으로 보는 비극이 어렵게 느껴지는 건 아직 경험해보지 못해서일지도 몰라요.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말했다고 해요. 찰리 채플린의 이 말은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어요. 또한 그는 "실망과 근심으로 가득한 세상에서 절망에 빠지지 않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탈출구는 철학이나 유머에 의지하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저는 그 말에 하나를 더 추가하고 싶어요. 바로 책 읽기. 책에 빠져드는 순간 인생의 또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말이죠.

<오이디푸스 왕>은 2500년 전의 이야기지만 비극 뒤에 숨겨진 의미를 찾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다소 진지한 책으로 시작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더 많은 게 보여서 신기한 것이 바로 책의 세계가 아닌가 싶네요.

나머지 일곱 권의 책은 무엇일지 궁금한가요. 아마도 첫 페이지를 무사히 넘겼다면 다음 책들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겁니다.

아서 코난 도일의 <주홍색 연구, 셜록 홈즈 전집 1>,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다니엘 에버렛의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캐스린 스토킷의 <헬프>,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

초콜릿만큼 유혹적인 책들을 여기에서는 맛보기로 만나봤지만 진짜 선생님과 함께 하는 강독회라면 모두 유혹에 넘어갔을 것 같네요. 저도 학생으로 돌아가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한 것 같습니다. 멋진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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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걸었고, 음악이 남았네 - 세상의 끝에서 만난 내 인생의 노래들
황우창 지음 / 오픈하우스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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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음악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봤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음악이 인생의 전부라는데 내게 있어서 음악은 기분 좋은 손님?

자주 음악을 듣는 편도 아니고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듣는 편도 아니라서.

어쩌다 마음에 드는 음악을 듣게 되면 질릴 정도로 반복해서 듣는 정도인데 잠시 음악에 취하는 것이지,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는 아닌 딱 그만큼.

그런데 희한하게도 나이가 들면서 음악을 듣는 마음이 달라졌음을 느낍니다.

귀로 듣는 감동이 아니라 마음으로 느끼는 감동이랄까.

<나는 걸었고, 음악이 남았네>는 세계를 여행하며 음악을 이야기하는 책입니다. 여행에 관한 에세이인줄 알았더니 여행지를 배경으로 한 음악 에세이였습니다.

저자는 어디를 여행하든, 어느 장소에 있든 분명히 그 순간에 알맞은 음악을 떠올릴 것만 같습니다.

어떻게 그 많은 음악들을 아는지 놀랍다고 해야 할까, 신기하다고 해야 할까.

아, 그러고보니 저자는 KBS, MBC, CBS 라디오에서 음악방송 작가와 진행자로 활동하며, 음악에 관한 글을 꾸준히 써온 음악평론가였네요.

역시 월드 뮤직 전문가라서 뭔가 다르구나...

음악을 기분 은 손님으로 취급하는 사람에게는 접할 수 있는 음악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기분 좋은 손님들이 한꺼번에 찾아왔네요.

책 크기는 작지만 음악을 담고 있어서 엄청나게 큰 책입니다. 소개된 음악들 중 대부분은 처음 알게 된 것이라서 읽다가 잠시 멈춰서 음악을 찾아 듣고, 다시 읽는 과정을 반복하다보니 다 읽는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냥 라디오를 통해서 음악을 들었더라면 흘려들었을텐데, 여행 이야기를 통해서 글로 만난 음악은 마치 퀴즈를 푸는 기분이 듭니다. 음악을 듣지 않고는 알 수 없는 이야기인거죠. 그래서 음악을 듣는 순간 그 어떤 말도 필요없다는 걸 느끼게 됩니다.

메르세데스 소사 Mercedes Sosa 의 <모든 것은 변한다 Todo Cambia>

아르헨티나의 현대사를 증언한다는 국민가수의 사진을 보니 안데스 원주민의 후손처럼 보였다는 저자의 첫 인상.

그녀가 부르는 노래를 들으면서 아르헨티나의 음악 장르 '탱고'가 아니어도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었다는 저자의 감상.

저자는 메르세데스 소사를 사람들에게 소개할 때마다 '수양 어머니'라고 불렀다는 이야기.

왜 '수양 어머니'냐고 묻기 전에 그녀의 노래를 들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투박한 듯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가사를 알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를 포근히 감싸주는 것 같습니다. 아, 어머니의 목소리구나...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사를 되새겨 봅니다. 모든 것이 변해도 변치 않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변합니다. 피상적인 것이 변하고 심오한 것도 변하죠. 생각하는 방식도 변해요. 이 세상의 모든 것은 변합니다.

하지만 내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사랑은 변하지 않아요.

내 조국과 내 민족에 대한 기억도 그 고통도

어제 변한 것은 내일도 변해야 하죠.

마치 내가 변한 것처럼

이 먼 땅에서

변합니다, 모든 것은 변해요.

하지만 내 사랑은 변하지 않아요." (10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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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첫출발 한국사 연표 (보급판)
설민석 지음 / 휴먼큐브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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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공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한국사 연표.

설민석 선생님의 강연을 듣고 바로 구입했습니다.

모두 3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고대~ 중세편.

조선편.

근,현대편.

한국사에 대한 관심이 생긴 아이를 위한 선물이었는데 벽에 붙여놓으니 온가족이 함께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한국사를 차근차근 주요 흐름대로 파악할 수 있어서 매우 좋습니다.

연표가 마치 보드게임의 보드처럼 쭉 따라가면서 전체 흐름을 파악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중간중간에 요약된 내용이나 지도 그림 등 추가로 설명하는 부분이 있어서 각 시대별 주요 사건을 콕 집어서 기억할 수도 있습니다.

설민석 선생님의 책과 더불어 한국사 연표로 즐겁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시험을 위한 암기가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게 역사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발적으로 역사 공부가 하고 싶어지는 한국사 연표.

벽에 붙여놓은 한국사 연표 덕분에 매일 설민석 선생님의 강연을 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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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 - 대한민국이 선택한 역사 이야기
설민석 지음, 최준석 그림 / 세계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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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통해 알게된 설민석 선생님 덕분에 아이가 한국사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한국사 공부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아이에게 억지로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인데 설민석 선생님의 강의는 단순한 지식의 전달을 넘어 감동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설민석의 조선왕조실록>에는 특별강연 DVD가 있습니다.

책 속에 담긴 내용을 강연으로 들을 수 있어서 매우 좋았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설민석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효과랄까.

<조선왕조실록>은 총 2077책으로 이루어진 기록물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을 한 권에 다 담아내기란 불가능할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스물일곱 명의 조선왕의 이야기를 설민석 선생님의 시선으로 전해주고 있습니다. 각 왕의 특징과 당대 주요한 사건을 중심으로 정리하였는데 각 왕에 대한 평가가 한 눈에 쏙 들어옵니다.

제가 어릴 때는 "태정태세 문단세 예성연중 인명선 광인효 현숙경 영정순헌 철고순~"하며 앞글자만 따서 외웠던 기억이 납니다. 태조 이성계로 시작해서 줄줄이 시대별로 역사적 사건을 암기했었죠. 그래서 한국사 공부는 암기과목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박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설민석 선생님의 책을 보면 우리의 역사가 눈 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느낌이 듭니다. 쉽고 재미있는 역사 공부랄까.

역사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구나라는 놀라움.

아이들의 역사책은 주로 만화로 된 책들을 많이 보여줬는데 그 이유는 만화가 재미있기 때문입니다. 만화라는 형식 덕분에 역사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일반 책으로 된 역사책은 아직 부담스러워해서 권해주질 못했는데 설민석 선생님의 책은 달랐습니다. 500페이지 가량의 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신나게 즐겁게 읽었습니다.

실제 강연만큼이나 책도 흡입력이 있어서 이야기 속으로 푹 빠져버렸습니다. 한국인으로서 알아야 할 역사를 이토록 멋지게 알려주신 설민석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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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 야수에 맞서다 - 여성이 자기방어를 시작할 때 세상은 달라진다
엘렌 스노틀랜드 지음,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연구소 울림 옮김 / 사회평론아카데미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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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가해지는 폭력이 존재합니다.

이러한 폭력에 여성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미녀, 야수에 맞서다>는 여성들에게 수영을 배우듯 자기 방어를 배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왜 굳이 폭력에 대해 폭력으로 맞서야 하는건지 의문을 갖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어쩌면 여성에게 강요된 성역할과 편견에 스스로 갇혀버린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동화 속에서는 늘 위기에 빠진 공주를 용감한 왕자가 나타나서 구해주곤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전철에서 벌어지는 성추행과 언어폭력에서부터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범죄사건들까지 대부분의 여성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맙니다. 누군가 구해주겠지, 도와주겠지라고 바라기에는 너무 늦습니다.

이 책 속에는 자기방어 훈련을 받기 전과 후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들이 나와 있습니다. 그 중 한 명의 인터뷰 내용이 자기방어 훈련을 명쾌하게 표현해줍니다. "자기방어는 남성혐오가 아니라 스스로 강해지는 것입니다. - 데미" 그렇습니다, 여성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강해지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여성의 자기방어를 남성혐오와 연관짓는 건 여성을 무력하게 만들려는 의도일 수 있습니다. 여성을 연약한 존재로 만들어서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감금해온 건지도 모릅니다. 인터뷰에 응한 여성들은 자기방어 수업을 듣고 싶다는 생각이 있으면서도 오랫동안 미루어왔다고 합니다.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첫걸음을 내닫는 과정이 어려웠던 이유는 여성들이 가진 두려움과 공포감 때문이며, 자기방어는 자신의 임무가 아니라는 믿음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린아이들처럼 폭력을 당하는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죄책감이야말로 여성을 괴롭히는 족쇄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메시지는 명쾌합니다. 잠자는 미녀들이여, 내면의 전사를 깨워라!

여성이 자기방어를 시작할 때 세상은 달라집니다. 좀 과격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나쁜 년이 되기를 주저하지 말라는 겁니다. 싸우는 여자가 자유롭습니다. 실제로 훈련받은 여성과 아이들이 나쁜 남자를 물리친 성공사례를 보면 속이 후련해집니다. '나쁜 년'이라는 단어는 여성을 비하하여 통제하기 위해 사용되어 왔습니다. 아마 눈 앞에서 이런 욕설을 들었다면 말문이 막히고 당황하겠지만 더이상 그들 뜻대로 끌려가서는 안 됩니다. 세상에 대해 불평할 일이 있다면 불평하고, 화낼 일이 있다면 화를 내야 합니다. 우리 안의 '나쁜 년'을 끄집어내서, 진짜 나쁜 놈들에게 본때를 보여주자는 겁니다. 이것은 쓸데없는 불평과 분노가 아니라 정의실현을 위한 투쟁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자기방어에서 가장 중요한 건 훈련보다 투지라고 강조합니다. 싸움에서 중요한 것은 여성의 체격이 얼마나 큰가가 아니라 내면의 투지가 얼마나 큰가라는 것.

그리고 자기방어는 여성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위기상황에서 얼어붙지 않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아이를 지키는 방법이라는 것.

자기방어는 폭력에 대한 예방백신. 여성 스스로 자신을 지키는 영웅이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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