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음식일기 - 매일매일 특별한, 싱그러운 제철 식탁 이야기
김연미 지음 / 이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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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완성되기까지...

아마도 많은 시간이 걸리겠지요.

일부러 책을 내기 위한 글이 아니라 일기라면 어떨까요?

<365일 음식일기>는 푸드 포토그래퍼 김연미 님의 책입니다.

2016년 1월 1일부터 시작하여 12월 31일까지 매일매일 만든 음식 사진과 일상의 이야기가 담긴 특별한 일기입니다.

네이버 포스트에 연재되었던  #365일 음식일기.

우선 하루도 빠짐없이 일기를 썼다는 사실이 놀랍습니다. 그것도 사진과 함께라니, 정성이 느껴집니다.

아침마다 장을 봐서 제철에 나는 재료들로 음식을 만들고, 사진을 찍어서 기록하는 일이 즐겁다는 사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다보니 푸드 포토그래퍼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는 사람.

참 멋지게 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의 일기를 본다는 건 그 사람의 꾸밈없는 민낯을 보는 것 같습니다.

요리 전문가들이 선보이는 엄청난 일품 요리는 아니지만 소박한 우리의 밥상 같아서 더 정겹게 느껴집니다.

마트에서 산 과일도 예쁜 접시에 가지런히 썰어놓으면 그것만으로도 훌륭한 요리 같습니다.

어떤 날은 노란 후리지아 꽃 한 다발이 물병에 꽂혀 있습니다. " 따스한 햇살에 봄이 녹아내려 향기로 가득한 하루"라는 글과 함께.

꽃향기로 마음의 여유를 만끽하는 하루, 누구나 한 번쯤 누려볼 만한 여유로움입니다.

그러고 보니 결혼 이후에 나를 위해서 꽃을 산 적이 한 번도 없었네요. 와, 이렇게 삭막했었나...

이 책을 보면서 단순히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기쁨과 여유가 무엇인지를 느끼게 됩니다.

요즘은 다양한 음식의 레시피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책이나 사이트가 많기 때문에 이 책에서 굳이 레시피를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굳이 레시피 하나를 꼽자면 부드러운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소개하고 싶네요.

집에서 소프트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니 벌써 침이 고이네요. 만드는 법은 너무나 간단합니다.

차가운 생크림을 빡빡해질 때까지 휘핑한 뒤 차가운 연유를 넣고 섞은 다음, 아이스크림 틀에 넣고 반나절 넘게 얼리기만 하면 완성됩니다.

거기에 과자나 초콜릿, 말린 과일 등을 넣으면 더 맛있다고 하네요.  슬슬 더워지는 요즘에 딱 좋은 간식이죠.

무엇을 만들어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 먹느냐도 중요할 겁니다. 책을 보는 내내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먹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네요.

이 책 속에 깜짝 등장하는 남편분은 서양화를 전공한 사진가라고 하네요. 역시나 부부는 닮는다더니 완전 예술가 부부였네요.

저자에게는 이 책이 신혼생활의 일기였다고 합니다. 매일같이 남편이 내려준 커피를 마시는 아내.

참 예쁘고 재미나게 사는 신혼부부의 일상을 보며 밝은 에너지를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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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와 운명 모리스 마테를링크 선집 2
모리스 마테를링크 지음, 성귀수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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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혜와 운명>은 단순한 산문집이 아닙니다.

제게는 아우렐리우스 명상록과 같은 책입니다.

저자 모리스 마테를링크는 벨기에 출신으로 유일하게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시인이자 극작가, 수필가라고 합니다.

이 소개글만으로는 누군지 잘 몰랐는데, <파랑새>라는 동화 같은 희곡작품을 쓴 작가라고 얘기하니 바로 "아하!"라고 끄덕여집니다.

모리스 마테를링크라는 작가 이름은 낯설지만 <파랑새>는 '행복'에 관해 이야기할 때 늘 떠오르는 작품입니다.

바로 그 작가의 책.

역시나 깊이가 다릅니다.

"이 책에서는 지혜, 숙명, 정의, 행복, 사랑이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할 것입니다.

지금처럼 불행이 만연한 세상에서 보기 드문 행복을 이야기하고, 불의가 판치는 가운데 정의의 이상을 거론하는 것,

무관심과 증오가 난무하는 가운데 감도 잘 오지 않는 사랑을 역설하는 것 자체가 다소 뜬끔없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

삶의 지혜를 논하는 철학자들에게 이따금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것은 그런 사정 때문입니다.

.......

우리를 둘러싼 삶의 가장 빛나는 풍요는 무엇보다 내면의 성찰과 사색을 위해 눈앞의 요청을 우회해간 사람들의 정신으로부터 움텄습니다.

그들은 가시적인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자기만의 책무를 용기있게 짊어졌지요.

세상에는 그렇게 다가올 시대의 과제를 생각하면서 지금 현재의 소명에 충실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17p - 18p)

왜 우리가 삶의 지혜와 행복에 대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책은 1898년 작품입니다.

2017년과 1898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 느껴집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세상은 불행이 만연하고, 불의가 판치고 있었다니...

그러니 우리는 불행 속에 갇혀 있을 것이 아니라 행복을 생각하고, 행복을 말하고, 행복을 행동해야 한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파랑새처럼 우리는 누구나 행복의 씨앗을 가지고 태어났다는 걸 깨달아야 합니다.

<지혜와 운명>을 통해서.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현명해지기를.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음을 주는 문장마다 줄을 그었습니다. 소리내어 읽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여기에 적어봅니다. 아직 제 안에서 완전히 흡수되지 못한 문장들이라서.



 

삶이란 고통 자체보다 그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식 때문에 더 고통스러운 법입니다.

무례하게 들이닥친 전달자의 어깨너머를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두고 아나톨 프랑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들이 불행한 것은 자신의 잘못이다. 인간의 진짜 불행은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불행이 외부에서 침입한 이질적인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다.

불행이란 우리가 우리 안에서, 우리 자신의 실체를 버무려 만들어내는 무엇이다." (81p)

 

 

보통 사람은 백여 개의 열린 문으로 운명이 들락거리는 성곽과 같습니다.

그러나 정의롭고 지혜로운 사람은 오직 단 하나의 빛나는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요새라고 할 수 있지요.

운명은 사랑을 앞세워 그 문을 두드려야만 요새 안으로 진로를 뚫을 수 있습니다.

운명이란 대개 좋지 않은 일을 통해 자신의 힘을 드러내지만,

정의로운 사람을 공격할 때는 선한 행동을 매개로 하여 뒤통수를 치기 일쑤입니다. (92-93p)

 

 

우리의 행복과 불행은 출생과 죽음 사이에서 우리가 무엇을 하느냐로 결정되지요.

한 인간의 행불행과 그 진정한 운명은 죽음이 아니라 죽음이 닥치기 전의 시간 속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98p) 

 

 

지혜를 갖춘 사람의 손에 행복이 들어가면 행복은 황금덩어리처럼 단단하고 빛이 나지요.

사람은 자신이 이해하는 만큼만 행복할 수 있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의 불행이 보통 사람의 불행을 닮는 일은 종종 일어납니다.

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의 행복은 그렇지 못한 사람의 행복이라 부르는 것과는 거의 상관이 없습니다.

불행보다 행복에 훨씬 더 많은 미지의 영역이 숨어 있습니다.

불행은 항상 똑같은 목소리로 말하고, 행복은 깊은 대신 더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 100p)

 

 

 

사랑을 할 때, 우리가 도달할 수 있는 것 이상의 수준을 지향하며 사랑합시다.

사랑의 감정으로 사랑할 수 있을 때, 동정심으로 사랑하지 맙시다.

정의를 근거로 용서할 수 있을 때, 선의를 남용해 용서하지 맙시다.

존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 때, 위로하는 법을 배우지 맙시다.

아, 사람을 향한 사랑의 수준을 끊임없이 향상시킵시다!

동네 우물에서 길어 올린 적선 한 동이보다 산꼭대기 샘에서 담아낸 사랑 한 사발이 훨씬 더 소중합니다. (132p)

 

 

 

시간은 수줍은 나그네입니다. 문 앞에서 그를 맞이하는 집주인의 표정 하나에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지요. 시간이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닙니다.

시간은 우리 영혼을 쉼터 삼아 들른 손님일 뿐, 그런 시간을 우리가 책임재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문가에 서서 그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넬 준비가 되어 있는 집주인이야말로 지혜로운 자이지요.

그러려면 가장 단순한 행복의 이유들을 자기 안에 많이 쌓아두고 있어야 합니다.

행복의 어떤 이유도 평소에 소홀하게 취급해선 안 되는 이유지요. (1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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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멋진 오토의 그림사전
톰 스함프 지음, 최진영 옮김 / 라이카미(부즈펌어린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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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정말 멋진 그림책이에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오토의 그림사전>은 그림으로 세상을 표현한 책이에요.

크기부터 엄청나네요. 스케치북만한 그림책이에요.

책장을 넘기면 표지 안쪽으로 세계의 여러 나라 국기들이 보여요. 우리 대한민국은 저기 왼쪽 아래 오토가 들고 있어요.



 

이 책의 주인공은 고양이 친구 오토라고 해요.

지금부터 오토와 함께 여행을 떠나 볼까요?

오토가 사는 집과 동네, 마트, 공원, 공항, 항구, 바닷속 세상, 캠핑장, 도시, 학교 운동자, 음악 공연장, 미술 학원, 백화점 등등

가볼 곳이 너무너무 많아요.

어디를 가든지 그림 아래 설명이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은 "그림 사전"이에요.

각 장소와 상황에 알맞은 단어들이 모여 있어서 이제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어린이에게 참 좋은 것 같아요.

유치원을 다니면서 매일 한 문장씩 한글을 익히는 중이라서 아주아주 재미있어 하네요.

한 번에 쭉 읽는 그림책이 아니라 각 페이지마다 아기자기한 그림들을 찾아보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겠어요.

 



오토네 집이 궁금하다고요?

잠깐, 오토네 집에 가기 전에 동네의 여러 집들부터 구경해봐요.

집집마다 개성 넘치게 꾸며져 있어요.

드디어 오토네 집 !

앗, 그런데 거실에 무서운 케피 아저씨가 왜 있는 걸까요?

각 장소마다 오토의 이웃들이 등장해요. 누가 누군지 궁금하다면 맨 처음에 소개되어 있으니까 다시 한 번 보세요.

오토와 이웃들을 찾아보는 즐거움이 있어요.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바닷속 세상이에요.

무시무시한 백상어와 예쁜 물고기들, 그리고 인어도 보이네요.

노란 잠수함에는 비틀스 멤버들의 이름이 적혀 있네요.  링고 스타, 조지 해리슨, 폴 매카트니, 존 레논.

"우리는 모두 노란 잠수함에 함께 살아요 ~~ ♪♬"

역시 세계적인 일러스트 작가 톰 스함프의 작품다워요.

곳곳에 숨겨진 숫자들도 있어요. 온통 '숨은 그림 찾기' 놀이를 하게 만드는 그림이에요.

멋진 그림으로 가득찬 책의 매력 속으로 풍덩 빠져들겠죠?

아이와 함께 그림책 한 권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게 되네요. 어디를 가든지 이 책 한 권은 꼭 챙겨야 될 것 같아요. 책을 펼치면 심심할 틈이 없으니까요.


 
 

                     


 

맨 뒷표지 안쪽에는 세계의 여러나라 국기마다 나라 이름까지 적혀 있어요.

몇 개나 맞출 수 있나요?

게임을 해도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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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인간 에밀 스푼북 창작 그림책 6
뱅상 퀴브리에 지음, 로낭 바델 그림, 이정주 옮김 / 스푼북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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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인간"

어린 시절에 가장 많이 하는 상상인 것 같아요.

왜 투명 인간이 되고 싶을까요?

아마도 숨고 싶거나 몰래 보고 싶을 때가 아닌가 싶어요.

<투명 인간 에밀>은 귀여운 에밀이 주인공이에요.

에밀은 투명 인간이 되기로 결심해요. 12시가 되면 아무도 에밀을 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죠.

왜 12시냐고요?

엄마가 점심으로 치커리 요리를 준비했거든요.

에밀은 치커리를 정말 싫어해요.

여기서 웃음이 터지네요. 저희 아이도 시금치 같은 채소를 먹일 때마다 실랑이를 하거든요.

매번 채소를 주면 아이는 딱 한 번만 먹겠다고 하고, 저는 딱 세 번만 먹자고 협상을 하곤 하죠.

그러니까 에밀도 너무너무 싫은 치커리 때문에 투명 인간이 되려는 거예요.

엄마는 치커리를 싫어하는 에밀을 위해서 치즈와 햄을 듬뿍 넣었다고 말해요.

하지만 그런다고 에밀의 마음이 달라지지 않아요. 그렇죠?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자기가 싫어하는 재료가 하나라도 들어간다면...

치커리 때문에 요리조리 피해다니며 투명 인간 놀이를 하고 있는 에밀이 귀엽네요.

엄마는 숨어 있는 에밀을 끌어내기 위한 비장의 무기를 선보이죠. 바로 초콜릿 무스.

에밀은 투명 인간이니까 더 이상 숨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당당히 주방에 있는 초콜릿 무스를 먹지요.

그때 엄마의 목소리가 들려요. "안 돼, 에밀! 초콜릿 무스가 먹고 싶으면 치커리부터 먹어!"

아니, 엄마는 어떻게 에밀을 본 걸까요?

에밀은 곰곰이 생각하며 콧구멍을 후벼요. 아하, 초콜릿 콧수염이 생겨서 그걸 엄마가 본 거구나. 얼른 수도꼭지를 틀어서 초콜릿 콧수염을 쓱싹쓱싹 지워요.

"그래, 잘했어. 에밀, 먹기 전에는 손을 씻어야지."

아니, 엄마가 또 에밀을 봤어요. 어떻게 이럴 수 있죠?  엄마한테 투명 인간을 볼 수 있는 초능력이 있는 걸까요?

다시 에밀은 곰곰이 생각해봐요. 아하, 옷!  에밀은 옷을 입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엄마는 에밀의 옷을 본 거예요.

그다음은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에밀은 옷을 몽땅 벗어요. 에밀은 투명 인간이니까 아무도 못 볼거라고 생각해요.

그때 에밀에게 깜짝 손님이 찾아와요. 에밀이 좋아하는 여자 친구 줄리.

마지막 장면이 기가 막혀요. ㅎㅎㅎ 홀딱 벗은 에밀은 너무도 당당하게 줄리 옆에 앉아요. 왜냐하면 에밀은 오늘 투명 인간이니까요.

단지 모두가 에밀을 볼 수 있다는 게 문제죠. 

아이의 상상력은 현실을 뛰어넘을 때가 있죠. 자신이 투명 인간이 되기로 결심만 하면 투명 인간이 된다고 믿는 거예요.

순수한 아이의 마음과 상상력으로 벌어진 한낮의 해프닝 덕분에 깔깔깔 웃음이 나요.

참, 책과 함께 사은품으로 '투명 인간 손안경'과 나만의 안경을 만들 수 있는 도안이 있어요.

우리도 오늘 하루는 에밀처럼 투명 인간이 되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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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몰랐던 곰 이야기 - 늠름하고 멋진 자신을 찾아가는 성장 동화
볼프 예를브루흐 그림, 오렌 라비 글, 한윤진.우현옥 옮김 / 아이위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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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이야기라고 하지요.

그림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지만 때로는 어른들에게도 필요해요.

솔직하게 그림으로 보여주는 이야기.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는 삶이 그림책 속에서는 단순하지만 명확하게 보일 때가 있어요.

바로 <아무도 몰랐던 곰 이야기>처럼.


자, 그럼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시작 부분을 그대로 옮겨 적어봤어요. 어떤 이야기든지 시작이 매우 중요하니까요.


옛날 옛적,

멋진 숲

커다란 나무에

솔잎처럼 생긴 작은 벌레가 있었어.


벌레는 온 몸이 가려워 나무만 보면

언제나 벅벅 긁어댔어.

등을 긁을 때마다 키가 쑥쑥 자랐고,

벌렁벌렁 코도 커졌지.

북슬북슬 털이 자랐고,

털 속에서 팔과 다리도 자랐어.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벌레는 주위를 둘러보며 고개를 갸웃거렸어.

아주 중요한 걸 잃어버린 것 같았거든.

"내가 누구지?"


'넌 곰이잖아!'

멋진 숲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

"곰이라고?"

그러고 보니 숲 한가운데 커다란 곰이 우뚝 서 있었어.

"곰이라, 괜찮은데!"

곰은 얼굴 가득 미소를 지었어.


돌아가려다 말고 곰은 주머니에 손을 넣었어.

주머니 속에서 종이가 바스락거렸거든.

곰은 종이를 펼친 다음 소리 내어 읽었지.


'네가 나야?'


곰은 머리를 긁적이며 글을 계속 읽었어.


'정말 네가 '나'인지

알아보는 건 어때?

내가 도와줄게.'


종이에는 세 가지 힌트가 쓰여 있었어.


1. 난 매우 상냥한 곰이야.

2. 난 정말 행복한 곰이란다.

3. 그리고 몹시 사랑스러운 곰이지.


"와우, 멋진 걸! 내가 정말 '나'였으면 좋겠어."

곰은 '나'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어.


어떤가요?  정말 놀랍지 않나요?  저는 첫 부분을 읽자마자 대단한 이야기라는 걸 알아챘거든요.

<아무도 몰랐던 곰 이야기>는 굉장히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어요.

"나는 누구인가?"

우리의 삶은 결국, 진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작은 벌레가 점점 자라나 커다란 곰이 되었을 때, 곰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스스로 묻고, 답을 찾기 위해 길을 나섰어요.

울창한 숲 속에서 곰은 무엇을 보았을까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와우, 멋진 걸!'하고  감탄하게 될 이야기라는 것만 말해줄래요. 일단 비밀이에요.

이 책을 펼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몰랐던 곰 이야기니까요. 무엇보다도 곰에게는 아주 소중한 경험이라서 책을 통해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책 표지에 곰이 보이시나요?

그림을 그린 사람은 볼프 에를브루흐.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는 그림책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를 그렸던 작가라네요.

어쩐지 곰의 모습이 친근하고 멋져보이더라니...  예전에 만났던 두더지 생각이 나네요.

이 그림책을 읽고 나면 알게 되겠지만, 늠름하고 멋진 곰을 만나게 되었을 때 이렇게 말하게 될 거예요.

"아! 네가 나구나!"

이토록 예쁜 그림책 속에 심오한 철학이 담겨 있다는 게 너무나 놀라워요.

세상에서 매우 상냥하고, 정말 행복하고, 몹시 사랑스러운 곰 이야기를 쓴 작가는 오렌 라비라고 해요.

다음에도 멋진 이야기를 들려줄 거라 기대하며 오렌 라비의 이름을 기억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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