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나는 알고리즘 First Step 시리즈 3
이토 시즈카 지음, 정인식 옮김 / 제이펍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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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만나는 알고리즘>은 알고리즘 입문서입니다.

저자는 이 책이 알고리즘을 배우고 싶지만 너무 어려워 난감해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알기 쉽게 썼다고 말합니다.

그건 어느 정도 인정합니다. 그러나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서 다를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의 기본 개념에 대해서는 정말 쉽게 잘 설명되어 있습니다. 첫 장은 수월하게 넘어갑니다.

우선 알고리즘이란 무엇인지를 알려줍니다. 알고리즘이란 '문제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처리 절차를 하나하나 구체적인 순서에 따라 표현한 아이디어나 생각'이라는 것.

일상에서 쓰이는 알고리즘으로는, 요리의 레시피나 음악의 악보, 가전제품 등의 사용설명서가 있습니다.

제가 알고리즘에 대해 배우고 싶었던 이유는 요즘 아이들이 배워야 할 필수 교육이 코딩이기 때문입니다. 부모 입장에서 변화하는 미래를 준비하는 교육적 관심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영어나 중국어와 같은 외국어 교육이 대세였다면 지금은 프로그래밍 언어가 대세가 아닌가 싶습니다.

프로그래밍 언어는 컴퓨터에 지시하기 위한 인공 언어입니다. 알고리즘을 프로그래밍 언어로 작성한 것이 프로그램입니다. 그러니까 알고리즘을 공부하면 좋은 알고리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알고리즘을 제대로 배운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간에는 프로그램 작성 능력에 있어서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알고리즘은 크게 탐색, 정렬, 수치 계산, 문자열 탐색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각 종류별로 유명한 알고리즘이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이들 중 가장 기본적인 알고리즘을 추려 한 장에 하나씩 설명하고 있습니다.

선형 탐색법(리니어 서치) ...... 맨 앞부터 순서대로 찾는다.

이진 탐색법(바이너리 서치) ...... 범이를 절반씩 추려가면서 찾는다.

해시 탐색법 ...... 계산해서 저장 위치를 찾는다.

단순 정렬법(선택 소트) ...... 최솟(댓)값을 선택하여 맨 앞부터 순서대로 나열한다.

단순 교환법(버블 소트) ...... 데이터를 올바른 위치에 삽입하면서 자리를 바꿔 나열한다.

퀵 정렬 ...... 기준 데이터를 기반으로 대소 분할을 반복하여 자리를 바꿔 나열한다.

에라토스테네스의 체 ......소수를 구하는 알고리즘

유틀리드 알고리즘 ...... 최대공약수를 구하는 알고리즘

바로 이 부분부터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만나는 알고리즘에서 수학의 향기가 짙게 풍겨서... 수학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알고리즘 자체가 신나는 게임처럼 느껴지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험난한 도전일 수 있습니다. 저는 후자의 경우라서 이 책을 읽는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단숨에 읽지 못하고 쉬엄쉬엄 나눠 읽으면서 공부하는 자세로 읽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알고리즘의 기본만 겨우 습득했습니다. 끝까지 읽었다는 데에 의의를 두고 싶습니다. 완벽한 이해를 위해서는 몇 번이라도 반복해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알고리즘을 처음 만나는 분들께 추천할 만한 책이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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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차리라는 말은 하지 말아요 - 십 대를 위한 정신 건강의 모든 것 시시콜콜 지식여행 3
주노 도슨 지음, 젬마 코렐 그림, 김인경 옮김, 올리비아 휴잇 감수 / 탐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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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근래 끔찍한 뉴스를 봤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생 여자 어린이를 유괴하여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사건.

사건 자체만으로도 무섭지만, 그보다 더 우리를 경악시킨 건 범인이 10대 소녀였다는 사실입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모두 부모의 보호를 받고 있는 미성년자라서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옵니다.

어쩌다가 이런 불행한 일이 벌어질 때까지 부모는 몰랐을까요?

가해자 소녀의 부모를 탓하기 위한 질문이 아닙니다.

저 역시 아이를 키우는 부모니까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는 겁니다. 부모와 자녀 사이, 가깝고도 먼...

대 자녀를 키운다는 건 매일 외계인과 마주 하는 느낌이랄까.

분명 내 아이의 얼굴을 하고 있는데 전혀 모르는 남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가끔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새로운 면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서로 대화를 해야 마음을 알 수 있는데, 막상 대화를 시작하면 도통 못 알아듣는 말들을 쏟아내니, 이래저래 소통의 어려움이 있습니다.

잔소리하는 부모는 되지 말자고 생각했는데, 이미 되어버린 것 같습니다.

<정신 차리라는 말은 하지 말아요>는 십 대를 위한 정신 건강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하지만 십 대 자녀를 키우는 부모가 먼저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모 눈에는 마냥 아기 같은데 몸과 마음은 훌쩍 커버린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를 고민한다면 말이죠.

앞서 언급한 끔찍한 사건도 가해자 학생이 학교를 중퇴한 상태였습니다. 어릴 때부터 정신과 상담을 받아왔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을까요?  제 짐작이지만 우리 사회가 육체적 건강은 챙기면서 정신 건강에 대해서는 너무 무지하거나 편견을 가진 탓이 아닐까요.

이 책의 목표는 십 대 아이들에게 정신 건강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알려주고, 필요하다면 도움을 구할 수 있도록 힘을 주려는 것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심리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매우 솔직한 조언을 해줍니다.

"나도 제정신이 아니야."라고 말하며 자신이 겪었던 문제들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해주는 주노 도슨 덕분에 마음이 편해집니다. 정신 건강에 문제를 겪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어떤 도움을 받아야 하는지 알려줍니다. 몸이 아프면 바로 치료를 받아야 하듯이, 정신도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워낙 설명을 차근차근 잘 해줘서 이해가 쏙쏙 됩니다. 

또한 임상 심리학자인 올리비아 선생님의 정신 건강 멘토링 코너를 따로 구성해서 전문적인 조언을 참고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들에게 보낸 메시지는 꼭 기억하겠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그 말을 믿어주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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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태니컬 가든 인 스크래치 북 : 마음에 위안을 주는 꽃과 시 12 - 펜 하나로 꽃을 피우다 인 스크래치 북 시리즈
정혜선 지음 / 스타일조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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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이 좋은 이유는

아름다운 꽃들을 실컷 볼 수 있다는 것.

꽃을 보면 저절로 행복해지거든요.

<보태니컬 가드 인 스크래치 북>은 여가 시간을 위한 책이에요.

스크래치북이란 전용펜으로 쓱쓱 긁어내기만 하면 멋진 그림이 완성되는 책이에요.

이 책의 구성은 도안 12장과 스크래치 전용펜 그리고 도안으로 된 엽서 12장이 포함되어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꽃으로 된 도안이라서 무척 마음에 들어요.

라넌큘러스, 수국, 양귀비, 코스모스, 작약, 데이지, 튤립, 벚꽃, 나뭇잎, 선인장, 유칼립투스, 버섯.

스크래치 전용펜은 처음 써보는데 만년필 느낌이 들어요. 처음은 익숙하지 않아서 긁을 때 뭔가 뻑뻑하고 날카롭게 느껴졌는데 점점 사용할수록 익숙해지네요.

아무래도 긁어내는 방식이라서 가루가 엄청 나와요. 중간중간 잘 털어내면서 해야지, 손에 자꾸 묻네요. 이럴 때는 부드러운 붓 하나가 있었으면 참 편리할텐데...

첫 장의 도안은 라넌큘러스라는 꽃이에요.

 도안 뒤쪽에는 꽃 이름과 꽃말, 유래 그리고 좋은 문장이 적혀 있어요.

라넌큘러스의 꽃말은 '매력', '매혹'이래요.

"나는  꽃이기를 바랐다.

그대가 조용히 걸어와

그대의 손으로 나를 붙잡아

그대의 것으로 만들기를"

    - 헤르만 헤세 <연가>

라넌큘러스는 라틴어 'Rana'에서 유래되엇는데 '개구리'라는 뜻이래요. 개구리처럼 연못이나 습지에서 잘 자라서 붙여진 이름인거죠.

속이 비고 잔털이 가득한 투박한 꽃대에서 장미 못지않게 매혹적인 꽃을 피워내는 반전 매력을 가졌대요.

실제로 본 적은 없고 사진으로 본 라넌큘러스는 꽃잎이 시원스럽게 펼쳐져서 더욱 우아하게 보여요. 그래서 부케로도 많이 쓰이나봐요.

스크래치로 완성된 라넌큘러스도 엄청 예뻐요.

처음엔 조금만 하려고 했는데 하다보니 전체가 완성될 정도로 집중하게 되네요.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게 빠져드네요.

이 책에서 특이한 건 블랙보드뿐 아니라 화이트보드가 있다는 거예요.

블랙보드는 누구나 만들 수 있어요. 크레파스로 알록달록 밑그림을 그리고 그 위에 검정색 크레파스로 전체를 칠하면 블랙보드 완성!

그런데 화이트보드는 처음 보네요. 직접 해보니까 아이보리색의 바탕이 포근한 느낌을 주네요.

방법은 똑같지만 완성된 느낌이 전혀 다른 화이트보드의 스크래치 북.

꽃만 봐도 힐링이 되는데 직접 스크래치로 멋진 꽃 그림을 완성할 수 있어서 즐거움이 추가되었어요.

참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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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의 비밀 - 숨겨진 숫자의 비밀을 찾아서
마리안 프라이베르거.레이첼 토머스 지음, 이경희 외 옮김 / 한솔아카데미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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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한 가운데 서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갑니다. 그 사람들의 얼굴을 모두 기억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이번에는 매일 만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차례로 떠올려 보세요. 힘들이지 않아도 바로 얼굴을 기억해낼 수 있습니다.

저에게 숫자는 낯선 사람과 같습니다.

낯가림이 있어서 한두 번 만나는 것으로는 영 친해지기가 어렵습니다.

<숫자의 비밀>을 읽으면서 잠시 광장에 혼자 서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큰 맘 먹고 용기를 낸 덕분에 악수 정도는 나눈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숫자와 친하지 않은 사람조차도 참여할 수 있는 숫자와의 소개팅 자리라고 설명하고 싶네요.

소감부터 말하자면 첫눈에 홀딱 반한 숫자는 없었지만 꽤 괜찮아보이는 숫자는 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숫자가 아닌 문자 χ 입니다.

수학을 공부하면서 미처 그 매력을 알지 못했던 미지수 χ

이집트 사람들은 미지의 양을 설명할 때 '아하(aha)'라는 아주 귀여운 문자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만약 3아하(aha)가 9라면, 아하(aha)의 값은 얼마인가?'라는 문제가 있다면 표현만으로도 너무 복잡하게 느껴집니다.

이럴 때 멋지게 등장하는  χ 덕분에 방정식으로 깔끔하게 정리가 됩니다.

        χ = 9

아, 이정도는 누구나 쉽게 방정식의  χ값을 구하기 위해 양변을 3으로 나누어  χ만 남겨서  χ의 값을 구할 수 있겠지요.

         χ = 3 

간단한 방정식이야 별로 티가 나지 않지만 부피와 넓이 계산으로 복잡해진 방정식에서는   χ의 위력이 돋보입니다.

물론 문자  χ 이외에 y , z 도 있지만  그 중에서  χ 가 아무래도 제 취향이네요. ㅎㅎㅎ

이 책은 0부터 시작해서 1, 2, 3 ... 숫자와 π , ε ('입실론'이라 발음)와 δ ('델타'라 발음) 등등 매우 낯선 숫자들을 차례차례 설명해줍니다.

제대로 다 아느냐고 묻는다면 노 코멘트.

다만 이 책을 읽고 나면 적어도 "수학을 배워서 뭣에 쓰냐?"라는 무식한 말은 절대 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 일상에서 매일 보는 시계와 필수 아이템 지도.

무엇보다도 제가 좋아하는 영화 그래픽이 모두 수학 덕분에 가능하다는 놀라운 사실.

친하지 않으니까 너무 무관심 속에 방치했던 수학을 <숫자의 비밀>이라는 책 덕분에 수학의 매력을 재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겨우 숫자와 첫 인사를 나누었으니, 더 친해지려면 자주 만나야겠지요.

다음 만날 날짜는 언제가 좋을까요?  그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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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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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를 읽고나서 일본문학이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세 차례나 거론되었다는 작가 미시마 유키오의 대표작 <금각사>.

역시 그럴만한 작품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 소설은 미조구치의 고백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주인공 미조구치는 타고난 말더듬 증세가 있습니다. 시골 절간의 주지인 아버지로부터 금각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들으며 자랍니다. 그가 중학생이 되었을 때 부모를 떠나 숙부 집에 맡겨지면서 혼자 있는 시간에 금각을 상상하곤 합니다. 아버지가 들려준 금각의 환상을 마음속에서 키워나간 것이죠. 못생긴데다가 말까지 더듬는 소년은 짖궂은 아이들에게 늘 놀림감이 됩니다. 무엇보다 가장 큰 상처는 첫사랑 소녀였던 우이코가 준 모욕감일 겁니다. 우이코는 자기 앞을 가로막은 채 아무말 못하는 미조구치에게, "뭐야. 이상한 짓을 다 하네. 말더듬이 주제에."라고 말하며 무시합니다. 또한 자신의 엄마에게 고자질해서 그 사실을 알게 된 숙부는 미조구치를 심하게 야단칩니다. 이 일로 우이코를 저주하며 죽기를 바랐는데, 수개월 후에 그 저주가 이루어집니다. 아무리 철부지 소년이라지만 수치심 때문에 좋아했던 소녀를 저주하다니, 좀 소름이 끼칩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엄청난 악을 품을 수 있는 거니까, 그만큼 미조구치의 심리 상태를 적나라하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들이 소년을 금각에 대한 절대적 미(美)에 빠져들게 하는 요인이 된 것 같습니다.

봄방학 때 아버지는 미조구치를 데리고 교토에 있는 금각사를 데리고 갑니다. 당시 아버지는 폐병이 상당히 악화된 상태였기에 아들과 함께 하는 여행지로 금각사를 선택했던 겁니다. 드디어 꿈에 그리던 금각사를 본 소감은 너무나 실망스러웠습니다. 낡고 거무튀튀하며 초라한 3층 건물. 상상으로 극대화된 아름다움을 능가할 건 세상에 없습니다. 그는 결국 현실과 타협합니다. 현실을 수정하여 몽상을 자극하는 방향으로, 그러니까 금각의 아름다움은 환영이 아닌 실재(實在)로 변하게 됩니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유언대로 교토로 가서 금각사의 도제가 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금각사는 미조구치에게 아버지가 남긴 정신적 유산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평생 집착할 수밖에 없는 상징물이 된 겁니다.

미조구치의 인생에서 중요한 인물이 두 사람 있습니다.

모든 게 완벽해보이는 쓰루카와 그리고 안짱다리 장애를 가진 가시와기.

우리가 눈으로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건 사람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좋은 집안에 잘생긴데다 성격까지 좋은 쓰루카와는 미조구치에게는 유일한 친구였는데, 대학에서 가시와기를 만나면서 서로 소원해집니다. 말더듬이로 소심한 미조구치가 보기에 가시와기는 다소 만만한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첫 대면에서 독설을 퍼붓는 가시와기는 잔인하리만치 현실적인 친구였습니다. 그는 매우 당당하게 자신의 안짱다리를 이용하여 아름다운 여자들을 지배했습니다. 멘탈 능력자.

<금각사>의 표면적 주인공은 미조구치인지는 몰라도 실질적인 힘을 지닌 존재는 가시와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금각사를 향한 집착이 나중에는 파괴본능으로 이어질 때, 따끔한 충고를 던진 건 가시와기입니다.


"어때? 너의 내부에서 무언가가 무너졌지?

나는 친구가 무너지기 쉬운 걸 가슴에 품고 살아가는 모습을 잠자코 보고만 있을 수는 없거든.

내 친절은 오로지 그것을 파괴하는 거야."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면 어쩌지?"

"어린애 같은 떼거리는 쓰지 마." 하고 가시와기는 비웃었다.

"나는 너에게 알려 주고 싶었다고.

이 세계를 변모시키는 건 인식이라고. 알겠냐, 다른 것들은 무엇 하나 세계를 바꾸지 못해.

......

인식은 견디기 힘든 삶이 그대로 인간의 무기가 된 거지만,

그러면서도 견디기 힘든 것이 조금도 경감되지 않아. 그것뿐이야."

"삶을 견디는 다른 방법이 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니?"

"아니. 나머지는 광기나 죽음이지."   (311p - 312p)

 


​끝내 금각사를 불태우면서 자신도 함께 사라지려고 하는 미조구치.

불꽃이 튀고 연기로 가득한 금각사에서 숨이 막혀오는 순간, 그는 주저하지 않고 불길 속을 빠져나옵니다.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뛰쳐나간 그는 계속 달립니다.

산길을 달려 올라간 곳은 히다리 다이몬 산의 정상.​

정신을 차리고 나서 그가 한 일은 호주머니에 있던 단도와 수면제 병을 계곡 사이에 던져버리고 담배를 피운 것입니다.

"일을 하나 끝내고 담배를 한 모금 피우는 사람이 흔히 그렇게 생각하듯이, 살아야지, 하고 나는 생각했다."​(376p)

이것이 <금각사>의 마지막 문장입니다.

놀랍게도 그는 살아남았습니다. 

가시와기에게 세계를 변모시키는 건 절대로 '인식'이 아니라 '행위'라고 반박했던 미조구치.

이후의 미조구치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확인할 수 있는 건 현실 세계에서 미시마 유키오(『금각사』의 저자)의 생애 마지막 모습입니다.

<금각사>를 쓴 지 14년 후인 1970년 11월 25일, 당시 만 45세였던 미시마 유키오는 그가 주재하는 '다테노카이(나라를 지키는 방패들의 모임이라는 뜻)' 회원 4명을 이끌고 육상자위대에 난입하여 자위대의 궐기를 외친 후 할복자살하는 이른바 '미시마 사건'으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립니다.

안타깝습니다. 작품을 통해서 인간 심리를 그토록 예리하게 그려냈으면서 정작 자신은 잘못된 사상에 빠져 자멸을 선택했다니... 광기어린 죽음이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반면교사의 교훈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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