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그림에 담다 - 집, 나무, 사람 1장의 그림으로 보는 당신의 속마음
이샤 지음, 김지은 옮김 / 베이직북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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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마음을 설명해보세요."

어떤가요?  바로 설명할 수 있나요?

기분이 좋다거나 안 좋다는 정도의 대답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에 뭔가 심각한 고민이 있거나 심적으로 힘든 상황이라면 말로 꺼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살다보면 겪게 되는 수많은 문제들을 어떤 방식으로 풀어가나요?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할 수도 있고,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서 여러가지 노력을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본인이 자신의 마음을 모를 때인 것 같습니다.

내 마음을 모른다는 건 길을 잃고 헤매는 것과 같습니다. 이럴 땐 정확한 지도와 나침반이 필요합니다. 정신과 상담이나 심리상담과 같은 치료.

그런데 전문가의 도움 없이도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심리 검사가 있습니다. 바로 HTP 검사입니다.

<마음, 그림에 담다>는 그림심리상담 임상전문가 이샤의 책입니다.

이 책은 심리상담사인 필자가 직업 선택을 앞두고 결정 장애를 겪는 상황에서 HTP 검사를 통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하였는지, 그 과정을 이야기하며 시작됩니다.

자신의 경험담을 시작으로 다양한 실제 사례들을 통해서 HTP 검사가 무엇이며, 어떻게 무의식 속 자아를 확인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각자 개인적인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그린 그림과 함께 상담 내용을 보면 신기하게도 그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그림에 담겨 있습니다. 평상시에 속마음을 감추거나 거짓말을 하는 사람조차도 그림으로 진짜 속마음을 드러냅니다.

HTP 검사는 집(House), 나무(Tree), 사람(Person) 이 세 가지 요소를 기본으로 하는 심리검사입니다.

1948년 심리학자 존 벅(John Buck) 박사가 '나무 그림 실험'을 통해 처음으로 만들었으며, 피검사자가 종이 세 장에 집, 나무, 사람을 따로 그리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이후 로버트 번(Robert C. Burn) 박사가 집, 나무, 사람을 종이 한 장에 그린 그림에서 세 요소의 상호작용과 관계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발전되었습니다.

현재는 색채심리학과 결합하여, 피검사자가 연필을 사용하거나 색연필로 색을 채워 넣을 수 있고, 상담사는 그림과 색채까지 포함해서 해독하고 분석합니다.

심리학에서 HTP 검사의 원리는 심리투사 검사에 속하기 때문에 피검사자는 자신이 그린 집, 나무, 사람 등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알지 못합니다. 즉, 피검사자는 그림을 통해서 본인이 의식적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잠재의식을 표출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처한 문제 혹은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기 위해서 잠재의식 속의 진짜 마음을 그림으로 엿볼 수 있습니다.

책을 펼치면 맨처음에 <나의 HTP(집, 나무, 사람) 검사 그림 먼저 그려보기>가 나옵니다.

빈 여백에 자신이 그리고 싶은 대로 그리면 됩니다.

단, 사람을 그릴 때 성냥개비 같이 지나치게 간단하게 그리는 것은 피합니다. 자를 사용해서도 안 됩니다.

그 외에는 시간 제약없이 자유롭게 무엇이든 그려도 됩니다. 원하면 색연필 등으로 채색할 수 있습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림에 대한 분석은 책의 마지막 장에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서, 누구나 자신의 그림 속에 어떤 의미가 숨겨져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나의 HTP 그림을 보니, 진짜 속마음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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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부엌 - 냉장고와 헤어진 어느 부부의 자급자족 라이프
김미수 지음 / 콤마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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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적으로 살아간다는 건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습니다.

이 책은 독일에 살고 있는 김미수, 다니엘 부부의 생태적 삶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실제로 헬렌 니어링처럼 식생활을 채식으로 바꾸고, 생태적으로 텃밭 농사를 짓고, 모자란 식재료는 지역산과 국내산 유기농 작물로 사 먹고, 필요한 물건은 특히 전자제품은 되도록 중고로 구입하기 등이 이들 부부가 실천하는 생태적 삶의 방식입니다. 제가 가장 놀란 건 냉장고와 전기밭솥을 없앴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다수의 가정에서는 하루 24시간, 냉장고와 전기밭솥을 사용하고 있을 겁니다. 정말 단 하루, 아니 한 시간도 전기 없이는 살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는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도 냉장고에서 시원한 음료와 음식들을 수시로 꺼내 먹기 때문에, '냉장고 없이 살기'는 불가능한 미션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이들 부부의 삶이 놀랍게 느껴집니다.

지구 온난화, 환경 문제 등을 거론할 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다면 <생태 부엌>을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이들 부부의 작지만 소소한 일상의 변화와 노력들이 우리에게는 낯설게 보입니다. 아무도 할 수 있는 일이 아닌 듯 보입니다. 그러나 우리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텃밭을 만들 여유가 없다면 옥상이나 집 앞 베란다에 큰 화분을 두고 부추나 타임처럼 손이 덜 가는 여러해살이 작물들을 길러보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다고 말이죠. 도시에 살면서 자연과 분리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 화분 가꾸기는 땅에 뿌리 내리는 첫 걸음이 되는 겁니다.

또한 인도 출신의 환경운동가 사티쉬 쿠마르의 말을 빌어서, 실천 방법을 알려줍니다.

"소박한 삶, 생태적인 삶을 위해서는 부엌에서 식사 준비를 하는 경험이 중요하다."

쿠마르씨는 영국 생태 교육 기관 슈마허 칼리지의 창립자이자 프로그램 디렉터로 활동하고 있는데,  실제 슈마허 칼리지에는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식사 당번을 맡는다고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 큰 공감을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장을 보거나 텃밭을 가꾸고, 직접 수확한 재료로 상을 차리고, 설거지와 뒷정리를 하는 과정이 생태적인 순환의 삶을 교육하는 과정인 겁니다. 일부러 설명하고 가르치지 않아도 본인이 실천함으로써 생태적인 삶을 체득하는 것입니다.

이들 부부는 생태 부엌을 삶의 중심에 두고 있습니다. 식(食), 먹는 일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그래서 이 책에는 구체적인 생태 농사법, 채식 밥상을 위한 다양한 레시피들이 나와 있습니다. 고기를 당장 끊을 수는 없겠지만, 여기에 소개된 레시피를 참고하여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채식 밥상을 차려야겠습니다. 소박하고 품격있는 생태적인 삶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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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떻게 너를 잃었는가 미드나잇 스릴러
제니 블랙허스트 지음, 박지선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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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턱 막히는 느낌입니다.

억울하다는 말로는 부족한, 그야말로 삶을 송두리째 빼앗겼던 한 여인의 이야기입니다.

수전 웹스터.

그녀는 생후 12주 된 아들 딜런을 죽인 혐의로 6년형을 선고받습니다.

그리고 3년 뒤 가석방됩니다.

새로운 이름으로 인생을 다시 시작하려는 수전에게 편지봉투 하나가 배달됩니다. 그 속에는 어린 남자아이의 사진 한 장이 들어 있고, 뒷면에 딜런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도대체 누가 수전에게 딜런의 사진을 보낸 걸까요?  4년 전에 죽은 아들 딜런...  혹시 살아 있을 수도 ... 아니면 누군가의 복수?

사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죽인 기억이 없습니다. 의식을 잃었다가 깨어나보니 자신은 산후 우울증으로 생후 3개월 된 아들을 죽인 살인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녀는 아들을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누가 왜 그녀에게 이런 끔찍한 누명을 씌운 걸까요?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를 의심하게 만듭니다. 수전 웹스터도 아들 딜런의 사진을 받았지만 자신이 죽이지 않았다고 확신하질 못했습니다. 기억하지 못하니까.

어쩌면 그건 응급상황이라 제왕절개로 태어난 아기를 내 아기라고 느끼지 못했던 것처럼 도둑맞은 시간이 그녀에게 주는 고통일지도 모릅니다.

다행히 수전은 유일한 친구 캐시와 그녀를 찾아온 기자 닉의 도움으로, 아들 죽음 뒤에 숨겨진 비밀들을 하나씩 찾아갑니다.

저는 이 소설을 굉장한 반전의 미스터리물로 소개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상상하기조차 두려운 공포를 느꼈기 때문입니다. 부모가 된 그 순간부터 '나는 정말 부모가 될 자격이 있나'를 끊임없이 되물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이 부모로서 한없이 부족한 나 자신을 위로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비록 소설이지만 수전이 겪은 비극을 그저 소설로만 볼 수 없었습니다.  

산후 우울증으로 자신의 아기를 죽이는 것보다 더 소름끼치는 건 자신의 아이를 위해서라면 다른 사람의 희생은 아랑곳하지 않는 사악하고 이기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내 안에 가둘 수는 없습니다. 내 것인양 가두는 순간 사랑은 사라지고 집착과 광기만 남습니다. 그것은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뿐 아니라 사람 간의 모든 관계에도 해당되는 것 같습니다.

지독한 사랑, 그 끝에 악마를 보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구원하는 건 진실 그리고 사랑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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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 (특별판) 작가정신 소설향 11
정영문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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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이란 책은 크기가 손바닥만 합니다.

겉표지가 반투명으로 비치는 종이로 싸여져 있습니다.

예전 국민학교 시절엔 기름종이라고 해서 국어 교과서에 붙여서 따라쓰기 연습을 했었다는...

기름종이로 이 책을 감싼 것이 의도된 설정이라면 매우 훌륭합니다.

얼핏 형태는 보이지만 안개처럼 희미하게 보이는 효과.

<하품>은 정영문 작가의 소설입니다.

스토리는 단순합니다.

배경은 동물원, 등장인물은 단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

아침부터 기분이 이유 없이 별로였던 '나'는 우연히 동물원을 갔고, 그 곳에서 한때 알고 지내던 '사내'를 만납니다.

그 사내는 '나'를 반갑게 아는 체 하지만 '나'는 그가 반갑지 않습니다. 무시하는 '나'를 붙잡는 그.

두 사람은 벤치에 앉아 시덥잖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앞뒤가 맞지 않는, 서로 무시하는 대화가 끝없이 이어집니다.

이를테면, 그는 "그래,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지, 그런데 그게 언제 였지?" 같은...

이토록 답답한 대화를 그들은 왜 하고 있는 건지... 처음에 이 책을 펼치기 전에는 너무 얇아서 금세 읽겠구나 싶어서 잠자리에 펼쳤다가 두어 장을 넘기지 못하고 하품을 하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결국 세 번에 나누어 다 읽어냈습니다. 그리고 책 뒷편에 실린 작품해설은 읽지 않았습니다.

정영문 작가의 <하품>은 문학상 최초 그랜드슬램, 한무숙문학상, 동인문학상, 대산문학상 수상 작품이라는 것을 다 읽고 난 뒤에야 알게 됐습니다.

하지만 수상작품이라고 해서 이 소설이 더 훌륭해보이거나 더 가치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 것은 심사위원이나 평론가들이 할 일이고,

책을 읽는 독자는 그저 책을 읽으면 될 일이니까.

자, 이제부터 한낱 독자의 소감을 적어보겠습니다.

<하품>은 제목 그대로 하품을 유발하는 소설입니다. 재미 위주의 소설을 원한다면 절대 보지 마세요.

불면증이 있다면 이 책이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소견일뿐, 심각한 불면증은 의사에게 진료받으시길.

그런데 왜 수면유도제와 같은 책을 끝까지 읽었느냐고 묻는다면,

그건 마치 소설 속의 '나'와 같은 심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소설 속의 '나'는 우연히 그를 만났고, 원치 않는 대화를 이어가면서 그를 비난하고 무시하지만 점점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습니다.

그들은 과거에 함께 일한 적이 있었고, 그때도 마음은 맞지 않았지만 손발은 잘 맞았던 훌륭한 짝패였다고, '나'는 말합니다.


- 어떤 때는 우리가 서로 구별이 안 갈 정도로, 한 사람으로 여겨지기까지 했어, 우리의 비루함이, 우리를 우리답게 만들어주었던 비루함이 우리를 하나로 묶어 주었던 것 같아, 그가 말했다. (29p)


딱 이 느낌입니다. 내가 이 책을 끝까지 읽은 이유.

그들의 비루함을 비난하면서도 나라는 사람 역시 내 안의 비루함이 싫어서 그들을 밀어낸 것이 아닐까라는.

우리는 멋진 영웅이나 신나는 모험 이야기에 끌리지, 이런 비루한 대화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새로울 것이 없는 이야기, 오히려 내 안의 비루함을 끄집어내는 이야기라서.

소설 속의 '나'는 그와 헤어지면서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다시는 자네를 보고 싶지 않네."라고 말합니다.

'나'에게는 그와의 만남이 '한 눈에 들어오는 이 흐릿한, 일그러진 여름 풍경' 같기 때문에.

<하품>은 소설 속의 '나'처럼 투덜대면서 읽게 되는, 그러나 한 번 읽게 되면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는 그런 소설입니다.

그건 마치 우리의 일상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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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을 품은 일상
이상윤 지음 / PUB.365(삼육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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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보면, 학과 선생님보다 더 알기 쉽게 설명을 잘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똑같이 배우는 입장에서 눈높이 교육을 해준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암튼 수업 시간이 재미있으려면 배우는 내용이 나와 연관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잘 가르치는 선생님은 알맞은 비유나 예시를 활용하여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몰랐던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생물학을 품은 일상>은 현재 GVCS(음성 캠퍼스)에 재학 중인 학생이 쓴 책입니다.

사람은 아는 만큼 세상을 본다고 합니다. 이 책의 저자 역시 매일 생물학에 빠져있다보니 일상의 것들도 생물학적 흐름으로 바라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생물학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서, "생물을 공부할 때는 단순한 암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Biogical Mind(생물학적 마음가짐?)을 가지고 전체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해주셨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생물학적 마음가짐으로 바라본 일상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생물학을 공부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생물학을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재미를 느낄 만한 내용입니다. 왜냐하면 우리 일상을 생물학에 빗대어 설명해주니까요.

목차만 보면 에너지와 생존, 구조와 대사, 안정과 균형, 생식, 관계와 상호작용, 변화와 적응이라는 생물학적 용어로 되어 있지만 막상 읽어보면 지구상에 살고 있는 다양한 생물 종들이 어떻게 생존하는가를 재미있게 알려줍니다. 벌, 개미부터 바다 생물과 육지의 수많은 동식물들... 무엇보다 우리 몸과 인간 사회 구조에 대하여 생물학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꽤 흥미롭고 재미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예를 들어 근래 유행하는 '금수저'에 대해서 생물학적으로 보면, 금수저의 기능은 효소와 같다고 설명합니다. 효소는 단백질성의 촉매제로 우리 몸에서 일어나는 반응들이 더욱 효율적으로 일어나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금수저가 부모에게 받은 경제적 혜택으로 남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갖는 것처럼 말이죠. 그런데 여기에서 주목할 것이 있습니다. 효소는 효율성일 뿐, 아무리 효소가 많아도 효소에 결합하는 기질이 없으면 효소는 쓸모가 없어집니다. 효소가 작용하는 반응물을 기질이라고 하는데, 헤모글로빈이 산소라는 기질이 없는 진공 상태에서는 죽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즉, 자신의 노력(기질)이 없으면 금수저(효소)라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겁니다.

또한 세포의 신호전달 과정을 인간 사회의 기업구조와 비교한 부분이 인상적입니다. 구글과 같은 세계적인 혁신 기업은 회사 체계를 최대한 간단하면서도 수평적인 구조로 바꾸고 있습니다. 상호 간의 교류가 활발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한 것인데, 전문가들은 이러한 구조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 수많은 혁신에 기여했다고 평가합니다. 우리 몸도 신호 전달이 가장 복잡한 곳이 '뇌'입니다. 복잡한 신호 전달이 필요할 때는 수직적인 신호 전달보다는 수평적 구조의 신호 전달이 효과적이라는 것. 이것은 창의적 발상을 위한 필수 조건입니다. 우리 몸의 세포부터 사회적 네트워크까지 신호 전달, 즉 상호 교류와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확인하게 되네요.

마지막으로 사드에 대한 생물학적 관점이 매우 타당하게 여겨집니다. 사드는 특정 미사일을 타깃으로 삼아 요격하는 시스템인데, 우리 몸의 면역 시스템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이미 해로운 바이러스에 노출된 상태에서 바이러스를 죽이진 못하고 무력화시키겠다는 것이 사드라는 것. 건강을 생각한다면 질병 치료 이전에 예방에 신경써야 하듯이, 사드 배치를 놓고 북한 위협에 대한 대비책으로만 여기지 말고 어떻게 북한과 평화적으로 관계 회복을 할 것인지 근본적인 문제를 논의하자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현재 사드 배치가 아니라 미국에만 의존하고 있는 국가안보 시스템을 재정립하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전략적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단계일지도...

이 책을 읽고나니 생물학이 굉장히 매력적인 학문이라는 점과 그것을 먼저 발견하고 책까지 써낸 이상윤 학생이 참으로 멋지다는 생각이 듭니다. 진정 배움의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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