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의 현대사 - 시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우리를 웃게 한다
김영주 지음 / 웨일북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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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웃음코드가 깐깐한 편이라서, 웬만한 유머에도 끄덕 안 했어요.

그러니 유치한 개그에 빵빵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들을 보며 도리어 '신기하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사람이 나이가 들면 바뀌는 것들이 많은가봐요. 그 중에서 웃음코드도...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웃으니까 웃을 일이 생기더라~"라는 말이 있잖아요. 솔직히 이 말 때문에 '웃자, 더 많이 웃자!'라는 결심을 했어요.

진짜로 살다보면 웃을 일보다 찡그릴 일이 더 많은데, 그럴수록 웃어야 힘이 나더라구요. 웃음이란 팍팍한 삶의 윤활유!?

그래서 남들을 웃기는 개그맨, 방송인들이 고맙고, 한편으론 존경스러워요.


<웃음의 현대사>는 26년차 방송작가 김영주님이 들려주는 '세월따라, 웃음따라' 이야기 보따리예요.

프롤로그에서 "혹시 한 공간에서 쉬지 않고 네 시간 동안 웃어보신 경험이 있는가?  2015년부터 2017년 6월까지 김제동과 프로그램을 함께 하며 미소에서 포복절도, 눈물까지 그야말로 웃음의 종합선물세트를 무려 2년 넘게, 그것도 매주 받았다."라는 내용이 나옵니다. 프로그램 제목을 언급 안 했지만 누구나 다 아는 <김제동의 톡투유 - 걱정 말아야 그대>의 방송작가였다니, 얼마나 반가운지 몰라요. 대부분 방송작가들은 프로그램 뒤에서 애쓰는 분들이라 직접 뵐 일이 없지만 이렇게 책을 통해 만나니 뭔가 더 가까워진 기분이에요. 글로 전해지는 감동이랄까.

이 책은 한국의 현대사 속 웃음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방송작가인 아빠가, 재수를 결심한 딸에게 설명하는 형식이라서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시대 흐름별로 살펴보면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박정희와 유신, 386 과 민주화운동,  X 세대와 90년대, 밀레니엄, 모든 것이 예능 2010년대까지 웃음과 예능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어요. 단순히 웃는 시청자 입장에서 웃음을 기획하는 제작자들의 이면을 볼 수 있는 기회라서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역시 방송작가님이라서 글빨 끝내주네요.ㅎㅎㅎ 

한국 현대사에서 웃음을 만들던 사람들과 웃음을 준 사람들,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을 책으로 만나니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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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만나다 - 한용운에서 기형도까지, 우리가 사랑한 시인들
이운진 지음 / 북트리거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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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을 만나다>는 스물다섯 시인의 삶과 여든세 편의 시가 담긴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합니다.

"나는 어렴풋한 첫 줄을 썼다."라는 칠레의 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쓴 「시」의 한 구절처럼,

자신이 어떤 문장을 첫 줄로 어렴풋하게 썼을 때, 누군가 그것을 시라고 불러 주었고 시인이 되고 싶다는 비장한 생각을 했노라고.

잠깐 빛나는 말의 언저리를 맴돌며 시인을 꿈꾸는 일이 그 이후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을지 몰랐다고.

사람을 만나는 대신 시를 읽는 날이 길어지고, 새벽을 맞게 하는 시들이 늘어나고, 좋아하는 시인이 친구 수보다 많아졌다고.

아, 시인을 꿈꾸고 시인이 된다는 건 그런 거구나...

시를 읽을 줄만 알았지, 결코 시인을 꿈꾸지 못했던 건 재능 부족이 아니라 사랑 부족이었나 봅니다.

이토록 시를 향한 강렬한 끌림이 있었기에 어렴풋한 첫 줄을 쓸 수 있는 거구나...

그래서 이 책이 더욱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이운진 시인(이 책의 저자)이 사랑한 스물다섯 시인의 삶과 여든세 편의 시가 담긴 책.

시인의 삶을 모른 채 시를 읽으면 언어의 반짝임을 잠시 느낄 수는 있으나 그 언어의 깊이까지 알 수는 없습니다.

시가 탄생할 수 있었던 시인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비로소 시를 제대로 음미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제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에 변절했던 시인들은 외면하고 싶지만 그들의 시는... 그 때문에 너무나 안타까운 산물이 되어버렸습니다.

어찌하여 시를 노래하는 그 마음을 저버린 것인지 마음 한 켠이 무거워집니다.

그리하여 윤동주 시인이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랐던 그 마음이 더욱 서늘하게 와닿는 것 같습니다.

어제 오랜만에 밤하늘을 올려다 보았습니다. 드문드문 반짝이는 별들... 요즘은 별들이 많이 보이지 않아서 별 보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만 그 별들을 보는 순간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떠올렸습니다.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나도 모르게 읊게 되는 시라서, 그런데 점점 나이들수록 시가 가슴 깊이 파고드는 느낌이 듭니다. 어쩌면 인생은 세월을 써내려간 한 편의 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인을 만나다> 덕분에 우리나라 시인들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윤동주 시인처럼 스물다섯 시인의 이름을 나즈막히 불러봅니다.

한용운, 김소월, 박용래, 박재삼, 이육사, 이용악, 윤동주, 김수영, 신동엽, 김영랑, 정지용, 백 석, 서정주, 박목월, 박두진, 조지훈, 김기림, 이 상, 김광균, 김종삼, 김춘수, 신석정, 유치환, 노천명, 기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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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소년
오타 아이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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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일 금요일, 열세 살 소년 나오는 사라졌습니다.

나오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는, 집에서 8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강가였으며, 물가로 떠내려 온 유목 옆에 혼자 서 있었다고 합니다.

유목 옆에는 나오의 책가방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는데, 묘한 건 책가방에 나오가 사라진 금요일이 아니라 토요일 시간표 책이 들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십삼 년 후, 나오의 엄마 가나에는 흥신소 사장 야리미즈에게 아들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합니다. 묘한 건 가나에가 자신의 집 열쇠를 야리미즈에게 넘겨준 후 어딘가로 떠났다는 점입니다.

<잊혀진 소년>은 실종된 소년 나오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하지만 단순한 실종 사건이 아닙니다. 나오의 아버지는 살인범으로 9년 간 옥살이를 했는데, 알고보니 진범은 따로 있었고, 무죄가 입증된 그 날, 갑자기 계단에 구르는 사고로 죽고 맙니다. 그리고 23년 후 열세 살 소녀 리사가 실종됩니다. 이 모든 일들이 우연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아이들이 사라진 두 현장에 새겨진 표시  // = ㅣ  누가 왜 이런 표시를 남겼을까요.

읽는 내내 가슴 한 켠이 답답했습니다. 어딘가에 풀 수 없는 답답함은, 분노였습니다.

공권력의 횡포.

유전무죄 무전유죄.

예전에 tv를 통해 알게 된 국선변호사 박준영님의 사연이 생각났습니다. 수원 노숙 소녀 사건이 자신의 첫 재심 사건이었는데, 당시 수원역의 노숙 소녀를 집단 구타로 숨지게 했다는 가출 청소년 5명은 자백 강요를 당해 거짓 진술을 했다고 합니다. 아무도 가출 청소년 5명의 억울함에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살인자라는 누명을 썼던 것입니다. 이 사건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검찰과의 끈질긴 법정 공방 끝에 5명의 청소년들에 대한 무죄 판결을 받아냈습니다.

책 말미에 <옮긴이의 글>을 보니 저와 똑같이 박준영 변호사를 떠올리면서 <잊혀진 소년>의 핵심적인 단어를 이야기합니다.

'원죄' - 일본식 표현으로, 죄를 짓지 않고 무고한 사람이 경찰과 검찰, 그리고 재판부의 유기적인 범죄 조작으로 죄를 뒤집어쓴 경우를 뜻한다고 합니다.

바로 이 소설에서 나오의 아버지 데쓰오가 겪은 상황입니다. 처음 차린 가게가 경영난으로 문을 닫은 상황으로 사건 당시 백수였다는 점, 게다가 십 년 전쯤 요리점에서 손님들의 싸움을 말리려다 상대를 다치게 한 전력이 있다는 점. 경찰은 정황상 데쓰오에게 폭력 성향이 있다는 심증을 굳히고, 용의자로 수사선상에 올려놓고 자백을 강요했습니다. 더 기가 막힌 건 경찰들이 데쓰오와 아내 가나에 사이에서 거짓 정보를 전달하여 이혼의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그 뒤 아내 가나에와 두 아들 나오, 다쿠는 '살인자 가족'이라는 오명를 안고  힘든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과연 누가 이 불행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까요.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며 정의로운가... 아니라는 걸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잊혀진 소년>은 적나라한 현실을 보여줍니다. 범죄 사건은 세월이 흐르면 잊혀지지만, 결코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억울한 피해자와 그의 가족들.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 사회가 약자를 만만한 희생양으로 여기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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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시 페이션트 에디션 D(desire) 14
마이클 온다치 지음, 박현주 옮김 / 그책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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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봤던 영화 <잉글리시 페이션트>...

강렬한 이미지만 남아 있어서, 내가 진짜 봤던 게 맞는지 기억이 흐릿합니다.

소설로 만나게 된 <잉글리시 페이션트>...

비극적인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군인들이 치료받는 수도원, 그 곳에서 네 명의 인물들은 묘한 인연을 시작합니다.

몸이 까맣게 타버린 영국인 환자, 간호사 해나, 해나의 아빠 친구 카라바지오, 젊은 공병 킴.

영국인 환자로 불리는 남자는 자신에 대한 기억을 없습니다. 이름조차 모르지만 전쟁과 관련된 지식뿐 아니라 다양한 경험에 대해 알려줄 정도로 똑똑합니다. 간호사 해나는 는 유독 영국인 환자에게 정성을 쏟습니다. 그와 나눈 대화들은 해나에게 뭔지 모를 위안을 줍니다. 그래서 모두가 수도원을 떠날 때, 끝까지 영국인 환자 곁에 남게 됩니다.

카라바지오는 해나의 아빠 친구인데, 영국인 환자에게 집착하는 해나를 걱정하며 곁에 머뭅니다. 해나가 영국인 환자에게 끌리는 건 순전히 그의 해박한 지식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왜 영국인 환자를 경계하는 건지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반면에 젊은 공병 킴은 해나처럼 영국인 환자와 가깝게 지냅니다. 영국인 환자는 킴에게 무기와 지리적 정보를 아낌없이 알려주며 많은 대화를 나눕니다.

전쟁이 남긴 상처... 그들은 저마다 상처를 가진 사람들입니다. 또한 각자 방식으로 사랑에 빠져 있습니다.

영국인 환자는 해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 헤로도토스는 말했지. '나의 이 역사책은, 시작에서부터 주요한 역사적 주장들에 대한 보충 설명을 추구한다.' 이 책에서 볼 수 있는 점은 역사가 미치는 범위 안 막다른 곳이야.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 어떻게 서로를 배신하는지, 사람들이 어떻게 사랑에 빠졌는지...... 몇 살이라고 했지, 해나?"

"스무 살이에요."

"내가 사랑에 빠졌던 건 그보다 훨씬 늦은 나이였지." (171p)

카라바지오의 나이는 마흔다섯 살. 그는 해나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 나이 들어서 가장 나쁜 점은 사람들이 이젠 나이가 들었으니까 성격도 그만큼이나 원숙해졌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중년의 문제점은 사람들이 이제 다 완전한 인간으로 성숙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지. " (174p)

그들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요. 전쟁터에서 만난 네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서 삶과 사랑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영화는 로맨스를 남기고, 소설은 철학적 질문을 던져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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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
애덤 윌킨스 지음, 김수민 옮김, 김준홍 감수 / 을유문화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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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코두더지'의 사진을 처음 봤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예쁜 별을 상상했다가 별 모양의 코라니, 마치 SF영화에 나올법한 외계인 비주얼이랄까.

찾아보니, 매우 독특한 얼굴을 가진 동물들이 꽤 많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우리의 반응입니다. 왜 놀랍게 느꼈는지.

인간과 전혀 다른 얼굴 형태를 보면 대개 거부감을 느낍니다. 그건 우리가 인간의 얼굴을 너무나 당연하게 정상의 기준으로 여긴 탓이 아닌지.

<얼굴은 인간을 어떻게 진화시켰는가>는 얼굴 진화의 역사를 통해서 현재 우리를 살펴보는 인간생물학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인간의 얼굴은 진화의 산물"이라고 말합니다. 인간이 언제부터 자신의 얼굴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다만 이 책에서는 "얼굴이 어떻게 인간의 삶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인류 진화의 역사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아마도 독자 대부분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인간의 얼굴이 이토록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을 것입니다.

"익숙함은 경이로운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게 만드는데 이런 식으로 우리가 간과하는 또 다른 사례가 이 책의 주제인 얼굴이다." (11p)

과학의 발전은 늘 호기심에서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익숙함이라는 틀을 깨면 새로운 세상이 펼쳐집니다.

진화와 유전학에 대한 전문용어들이 다소 낯설고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얼굴'이라는 주제가 새롭게 느껴진 덕분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습니다.

특히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인간 얼굴의 미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엇이 얼굴에 차이를 만드는가.

다양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가능성 있는 결론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미래에 인간의 얼굴이 점점 더 세계화된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얼굴 유전학이 계속 발전한다면 분명히 유익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얼굴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는 생물학적이 아닌 문화적인 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가진 고유한 특성, 즉 '인간의 본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과학자의 시각에서 인간의 얼굴을 분석했다면, 우리 각자는 사회 문화적 관점에서 좀더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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