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이 필요한 순간 - 인간은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가
김민형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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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담자.

수학과 담을 쌓은 사람.

바로 나.

그런 내가 이 책을 읽게 된 건 작은 관심에서 시작됩니다. 도대체 수학이란 뭘까...

<수학이 필요한 순간>은 세계적인 수학자 김민형 옥스퍼드대 교수가 2016년 12월부터 2018년 2월까지 1년여 동안 진행한 강의를 토대로 탄생한 책입니다.

수학이라는 세계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묻고 답했던 내용들이 책 속에 담겨 있습니다.

수학은 무엇인가.

역사를 바꾼 3가지 수학적 발견.

확률론의 선과 악.

답이 없어도 좋다.

답이 있을 때, 찾을 수 있는가.

우주의 실체, 모양과 위상과 계산.

숫자 없이 수학을 이해하기.

자, 위에 나열한 건 책의 목차입니다. 이보다 더 명확하게 책의 내용을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 책의 장점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단점은 다 읽어도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다는 것. 그건 앞서 말했듯이 수담자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습니다. 중요한 건 다 이해하지는 못해도 뭔가 흥미를 자극한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이 온통 수학으로 이뤄졌구나~ 인류는 수학을 통해 발전해왔구나~'라는 깨달음이랄까.

그래서 과거의 수학자들을 보면 르네상스  시대에 프란체스코회의 수도승이자 레오나르드도 다빈치와 함께 공동 연구를 했던 루카 파치올리, 뛰어난 과학자였던 갈릴레오와 뉴턴, 수학자이자 물리학자였던 페르마, 수학과 철학으로 동시에 명성을 떨친 파스칼 등 그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즉 인간의 사고능력은 수학적 사고를 바탕으로 발달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학은 수만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수학적 사고를 가능하게 만드는 과정입니다.

저자는 "수학은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인간이 답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명료한 과정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수학 문제는 못 풀어도 얼마든지 수학적으로 사고할 수는 있습니다. 이 점이 중요합니다. 수학자 김민형 교수는 자신은 수학을 하는 것보다 수학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차이는 예술가와 비평가의 차이, 과학자와 과학철학자의 차이, 새와 조류학자의 차이라고 표현합니다. 현대 수학의 대가로서 지나친 겸손인 듯 싶습니다만 그 덕분에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섣불리 수학을 포기했거나 수학과 담을 쌓았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신세계입니다.

수학의 바다에 풍덩 빠졌을 때 살아남는 법은?

우리가 의식하지 못했을 뿐이지 세상은 이미 곳곳에 수학이 넘쳐납니다. 수학을 알면 비로소 보입니다. 그러니 수학을 즐겨라!

일상의 문제에서도 정답부터 빨리 찾으려고 하기보다는 좋은 질문을 먼저 던지려는 노력, 그것이 수학적인 사고의 첫걸음입니다. 수학적 사고를 통해서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다면 자신이 찾은 답이 의미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와르르~~~ 수학과 나 사이에 높게 쌓여 있던 담이 무너지는 소리입니다. 지금 바로 수학이 필요한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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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실망시키기 - 터키 소녀의 진짜 진로탐험기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오즈게 사만즈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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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하게 실망시키기>라는 제목이 멋지다고 느꼈어요.

터키 소녀 오즈게의 진짜 진로탐험기~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를 위해서 당당하게 자신의 길을 찾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실망시킬 때가 있죠.

다른 사람도 아닌 부모님을 실망시킨다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선택이에요. 그래서 대단한 용기가 필요해요.

오즈게는 어떻게 용기를 냈을까요.

이 책이 재미있는 건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라서 실감난다는 거예요. 완전 현실적인 에피소드.

주인공이라서 뭔가 특별한 능력을 가졌거나 대단한 행운이 따르는 일은 없어요. 그야말로 평범 그 자체.

덕분에 오즈게의 삶을 보면서 문득 과거의 나를 떠올릴 수 있었어요. '맞아, 학교 다닐 때 저런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었지.'

더욱 놀라운 건 터키에서 벌어진 일들이 과거 우리나라의 상황과 흡사하다는 거예요. 쿠데타, 군사 독재, 학교 체벌, 군대 같은 학교, 체육시간의 제식훈련, 하나뿐인 TV채널,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여성 차별, 획일적인 엘리트 코스, 치열한 입시 경쟁 등등. 아이들의 개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경직된 환경 속에서 오즈게처럼 호기심 많고 자유분방한 아이는 적응하기 힘들어요.

왜 터키가 우리나라와 정서적 공감대가 많은지 궁금했는데, 오즈게가 살아온 환경을 보면서 이해할 수 있었어요.

어릴 때는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딸 혹은 아들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살죠. 그래서 자신의 꿈보다는 부모님의 현실적인 조언을 따르는 경우가 많아요.

오즈게 역시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사회가 바라는 대로 정해진 코스를 따랐어요. 원래 오즈게는 배우가 되고 싶었지만 모두가 말렸죠.  "먼저 일류 대학에 입학해라, 연기는 취미로 하고." 그래서 과학고에 진학했고, 명문으로 손꼽히는 보스포러스 대학교에 들어가려고 가장 점수가 낮은 수학과에 응시했어요. 운 좋게 합격했지만 문제는 수학을 잘 못한다는 거예요. 나름 노력했지만 성적은 형편없었죠. 그러다가 여름방학부터 연극 학교를 다니게 되면서 두 학교를 오가는 상황이 되었어요. 아빠의 반대 때문에 수학과를 그만둘 수 없었거든요. 수학과에 가면 연극인이었고, 연극 학교에 가면 수학자가 되었어요. 그렇게 두 학교를 오가며 3년을 보냈지만 결국 연극 학교에서 쫓겨났어요. 불안한 마음에 수학과 졸업을 위해 애썼어요. 이제 수강할 마지막 과목 하나만 남았어요. 친구들이 공부를 도와주려고 모였어요. 그때 오즈게의 수학 공책을 본 친구들이 말했어요.

"나 줘. 네 낙서들이 네가 공책에 쓴 증명들보다 더 값지다."

"히히히! 이건 내 거!"

그건 오즈게가 수학 공책에 그린 낙서들이었어요.

"넌 될 수 있어. 화가 말이야!  지금이라도!"

친구들의 응원을 받고서 오즈게는 생각했어요. '내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그러다 실패하면?'

주변에 실패한 사람들은 많아요. 오즈게도 실패할 수 있어요. 그러나 오즈게는 알게 됐어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만 한다는 걸. 설령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일이라 해도.

<당당하게 실망시키기>는 오즈게의 용기로 만들어진 작품이에요. 시종일관 솔직발랄한 오즈게의 성격이 작품 속에 그대로 묻어난 것 같아요. 왠지 보는 사람까지 기분이 좋아져요. 멋진 인생은 남이 만들어주지 않아요, 스스로 만들어야죠. 오즈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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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단편소설 40 -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인물 관계도’ 수록, 개정증보판 수능.논술.내신을 위한 필독서
김동인 외 지음, 박찬영 외 엮음 / 리베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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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한국단편소설 40>은 청소년 필독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 한 권으로 192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 대표적인 한국단편소설 40편을 읽을 수 있습니다.

문학 교과서에는 작품의 일부만 수록되어 있기 때문에 제대로 작품을 이해하려면 전문을 찾아서 읽어야 하는데, 이 책은 전문이 실려 있습니다.

또한 각 작품마다 '인물 관계도'와 함께 구성과 줄거리, 생각해 볼 문제를 정리하고 설명해주고 있어서 문학 참고서 역할을 해줍니다.

책의 구성이 깔끔하고 일목요연한 점이 무척 마음에 듭니다.

먼저 시대별로 주요 작품을 간략하게 소개하여 한국단편소설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소설을 통해서 그 시대를 유추해볼 수 있습니다.

1920년대 : 배따라기, 감자, 술 권하는 사회, 운수 좋은 날, B사감과 러브레터, 고향, 빈처, 할머니의 죽음, 표본실의 청개구리, 만세전, 벙어리 삼룡이, 물레방아,  화수분

1930년 ~1944년 : 붉은 산, 달밤, 꽃나무는 심어 놓고, 돌다리, 백치 아다다, 사랑손님과 어머니, 김 강사와 T교수, 만무방, 금 다는 콩밭, 봄봄, 동백꽃, 날개, 메밀꽃 필 무렵, 산, 무녀도, 치숙, 이상한 선생님, 하늘은 맑건만, 고구마, 나비를 잡는 아버지, 별

1945년 ~1949년 : 두 파산

1950 ~ 1959년 : 독 짓는 늙은이, 소나기, 바비도, 수난이대

1960 ~1970년대 : 서울, 1964년 겨울 / 뫼비우스의 띠 /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 원미동 사람들_일용할 양식 / 종탑 아래서

다음은 작가별로 작품이 나와 있는데, 각 작품을 읽기 전에 작가와 작품 세계, 구성과 줄거리, 생각해 볼 문제를 통해서 전반적인 이해를 돕습니다.

김동인, 현진건, 나도향, 전영택, 이태준, 계용묵, 주요섭, 유진오, 김유정, 이 상, 이효석, 김동리, 채만식, 현 덕, 염상섭, 황순원, 김성한, 하근찬, 김승옥, 조세희, 양귀자, 윤홍길까지 모두 22명 작가와 작품 세계를 만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의 특징은 각 작품마다 '인물 관계도'를 그려놓았다는 점입니다.

소설의 등장 인물들이 그림으로 표현되어 있어서 어떤 관계인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줄거리 요약은 전문을 읽은 후에 다시 확인하는 데에 좋습니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제목과는 달리 비극적인 결말로 가슴을 울리는 소설입니다.

주인공 김 첨지는 인력거꾼입니다. 일제 강점기 하층민의 삶을 엿볼 수 있습니다. 비 오는 겨울날, 운좋게도 아침부터 손님을 둘이나 태운 김 첨지는 아픈 아내에게 설렁탕 국물을 사줄 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합니다. 행운이 계속되자 불안해진 그는 선술집에 들러 친구 치삼과 술을 마신 후 설렁탕을 사 들고 집에 들어갑니다. 그러나 누워 있던 아내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입니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89p)

소설 전문에는 어려운 어휘마다 간략한 주석을 달아놓아 내용을 바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 댓바람 : 아주 이른 시간

* 천방지축 : 못난 사람이 종작없이 덤벙대는 일

* 조랑복 : 짧게 타고난 복력

* 푼푼하였다 : 모자람이 없이 넉넉하다

* 재우쳤다 : 빨리 몰아치거나 재촉하다

* 다닥치기 : 일이나 사건 따위가 가까이 이르기

김 첨지의 마지막 독백 때문에 짧지만 강렬한 여운이 남는 소설입니다.


이 책은 2005년에 출간된 <한국단편소설 35>의 개정판으로, 기존에 실렸던 35편의 작품은 리베르 출판사 블로그((http://blog.naver.com/liber_book)에서 줄거리와 해설을 담은 MP3 파일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작품 해설 부분을 성우님의 낭랑한 목소리로 들을 수 있어서 학생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교육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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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햄버거 하나에 팔렸습니다
김지헌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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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뜨는 이슈들은 SNS를 통해 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과거에 '입소문'이라 부르던 것이 요즘은 소셜미디어로 통하는 것 같습니다.

점점 확장되고 있는 소셜미디어의 힘, 그 정체는 뭘까요.

<당신은 햄버거 하나에 팔렸습니다>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변화된 소비자의 심리와 행동 패턴을 설명해주는 책입니다.

이른바 소셜미디어 시대의 마케팅 심리학개론서.

저자는 소비자를 움직이는 핵심코드를  "공감 · 공유 · 공명 · 공생 · 공정"이라는 5개 핵심가치로 이야기합니다.

우선 제목에 얽힌 이야기는 소셜미디어 마케팅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09년 글로벌 패스푸드점 버거킹이 페이스북을 통해 '와퍼의 희생양'이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는데, 페이스북 친구 10명을 삭제하면 그 대가로 무료 와퍼 쿠폰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여기에 추가로 버거킹은 삭제된 친구들에게 "당신의 친구가 와퍼를 공짜로 먹기 위해 당신을 희생시켰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를 받은 사람들도 똑같이 공짜 와퍼를 위해 또 다른 10명을 희생시키는 방식으로, 이 캠페인이 시작된 열흘 만에 무려 23만 명의 친구가 삭제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캠페인이 가능했던 이유는 페이스북에서 친구 삭제는 쉽게 복원되니까, 친구 10명 삭제를 심각한 의미가  아닌 재미있는 이벤트로 여겼기 때문입니다.

소셜미디어 시대의 인간 관계는 확실히 이전과 달라졌습니다.

과연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이 책에서는 마케팅 사회심리학 관점에서 공감, 공유, 공명, 공생, 공정이라는 핵심코드로 소비자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공감의 핵심은 소비자가 느끼는 감정과 행동의 이유를 머리로 이해하고, 자신이 충분히 이해했음을 상대에게 전달하는 것입니다.

공유는 소비자의 적극적 참여로 가능합니다. 공유를 이끌어내는 비결은 의외성, 나와의 관련성, 감동, 깨달음이라는 네 가지 요소입니다.

공명은 한 마디로 '울림이 있는 메시지'입니다. 이제는 가격 대비 성능을 의미하는 가성비를 넘어, 가격 대비 마음이 편한 가심비가 중요합니다.

공생이란 서로 도우며 함께 산다는 의미로 생물학에서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경제주체들의 관계에서 이상적인 공생 유형은 상리공생으로, 윈-윈 전략을 목표로 합니다. 이러한 경제주체들 간 공생관계에 대해 소비자들은 '공정'의 잣대를 들이대며, 소셜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피력합니다.

공정은 소셜미디어 시대에 기업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는 기업의 투명성과 공평함을 요구합니다. 이에 총족하지 못한 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소셜미디어 시대에도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전략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소셜미디어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생겼을 뿐, 여전히 소비자들은 진실한 마음, 진정성이 느껴지는 쪽을 선택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햄버거 하나에 팔리는 건 웃어 넘길 수 있지만 양심을 팔아 넘긴 기업은 용납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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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 하이스트
요나스 본니에르 지음, 이지혜 옮김 / 생각의날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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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막히는 더위 속에서 <헬리콥터 하이스트>를 읽는 기분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헬리콥터 강도들이 주인공이에요.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하는 네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반전.

우선 세계적인 보안 회사 G4S의 현금을 노린다는 자체가 너무 놀라워요. 헬리콥터를 이용해서 가장 취약한 지붕을 폭파시킬 생각을 하다니.

더욱 놀라운 건 소설의 토대가 된 실제 사건이 2009년 스웨덴에서 발생했다는 거예요.

이 소설은 중반부까지는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 있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사건을 모의하고 계획하는 6개월 간의 과정을 담고 있어서예요.

어떻게 네 남자가 범행을 모의하게 되었는지, 그들 각자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지 등등.

그 중 인상적인 인물은 사미예요. 젖먹이 두 아들을 둔 이라크 출신 남자로, 사랑하는 아내 카린에게 약속했어요. 결코 과거의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그건 절대로 감옥에 들어갈 일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어요. 그래서 사미는 유망한 사업에 돈을 투자했어요. 자신의 전 재산뿐 아니라 형제와 친구들의 돈까지 빌려서 말이죠. 불행하게도 그 사업은 사기였고, 투자했던 모든 돈을 날렸어요. 사미가 처한 상황이 너무 딱해요. 물론 상황이 범죄를 정당화할 순 없다는 게 또 하나의 비극 같아요.

다른 누구보다도 사미는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돈이 필요했고, 돈 때문에 아내와의 약속을 어겼어요. 삶의 모순이죠. 가정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 강도짓이라니.

이와 대조적인 인물은 형사 카롤리네예요. 그녀는 어린 시절에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가졌어요. 그래서 개인의 행복보다는 형사로서의 임무에 충실한 일중독자로 살고 있어요. 마침 헬리콥터 강도 사건을 맡게 되었어요. 사건이 벌어진 후가 아니라 사건 전에 말이죠. 내부 고발자에 의해 헬리콥터 강도 사건을 모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 중 한 명 소란이라는 남자를 미행하고 도청했어요.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완벽주의자 형사 칼롤리네와 헬리콥터 강도들의 대결 구도.

만약 헬리콥터 강도 사건이 벌어지는 그 순간에 초점을 맞춘 영화였다면, 굉장히 흥미진진한 영화였을 것 같아요. 빌딩 꼭대기에서 헬리콥터 사다리를 통해 침입하는 강도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해요. 우리나라 범죄영화 <도둑들>처럼 오락적 재미까지 줄 만한 스토리예요.

하지만 제게 이 소설은 통쾌한 스릴보다는 애잔한 불안감을 던져줬어요.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그 나는 놈 위엔 더 똑똑한 놈' 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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