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미스의 검 와타세 경부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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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미스의 검>의 주인공 와타세 경부는 굉장히 놀라운 인물입니다.

그는 풋내기 형사 시절에 동료의 강압수사 과정을 지켜봤고, 묵인했고, 동조했습니다.

그 결과 무고한 청년이 살인죄로 사형 판결을 받았고, 자살했습니다.

이미 종결된 사건, 당사자는 자살로 사라진 사건.

23년이 지난 후, 와타세 경부는 진실을 밝힙니다.

문득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거운 책임이 뒤따르는 진실이라면 그걸 밝혀낼 용기가 있을까...

원죄(寃罪)는 억울하게 뒤집어쓴 죄를 뜻합니다.

경찰과 검찰, 법원의 그릇된 판단으로 벌어진 원죄.

정의는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바뀌는 게 아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은 정의를 제멋대로 끼워 맞추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범죄를 저지르고도 뻔뻔하게 구는 파렴치한 인간들이 이 사회를 오염시키고 있습니다.

과연 원죄 사건의 진실은 무엇일까요.

마지막 반전은 정말 충격적이었습니다. 함부로 예단하지 마라, 그것이 가장 큰 교훈인 것 같습니다. 


"법의 여신 테미스에 대해 아나?"

"아뇨. 아쉽게도 신화나 전설 같은 이야기에는 별로 흥미가 없어서."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정의의 여신인데 사법의 공정함을 상징하는 존재지.

대부분의 법원에 테미스의 조각상이 장식돼 있네.

테미스의 오른손에는 검이 들려 있는데 그 검은 권력을 상징하는 거라더군.

뭐 인간을 재판하는 건 으뜸가는 권력이니.

하지만 권력은 늘 정의와 한 몸이이어야 해.

정의가 사라진 권력은 그저 폭력에 불과하니까.

그리고 그 권력이 잘못된 방식으로 쓰였다면 당연히 즉시 수정해야 하네.

이 또한 사법에 종사하는 자의 책무야."  (184p)


"형사라서가 아닙니다. 인간으로서의 의무죠. 저는 이 일을 벌써 25년 이상 해 왔습니다.

여전히 학습 능력은 떨어지지만 그래도 그동안 배운 것도 있습니다.

그건 바로 아무리 오래전 일이더라도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과오가 있다는 것입니다.

바로 잡지 않으면 또 다시 새로운 부실과 죄가 만들어집니다." (4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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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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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의 사자>는 와타세 경부를 주인공으로 한 두 번째 소설입니다.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나카야마 시치리의 소설은 허를 찌르는 반전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살인자의 가족이 끔찍하게 살해됐습니다. 현장에는 피로 쓴 '네메시스'라는 글자가 남겨져 있었습니다.

네메시스,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의 이름.

날개가 달린 여신으로 인간이 저지르는 몰상식한 행위 대한 신의 분노를 의인화했다고 합니다.

어원은 의분(義憤)인데, 일부에선 복수로 잘못 해석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분이란 나와 직접적인 이해관계는 없지만 도의에 어긋나고 불공정한 것을 보며 느끼는 분노를 뜻합니다.

결국 범인은 사적인 복수가 아닌 제3자의 분노라는 걸 살해 현장에 남긴 것입니다.

마치 피해자 유족의 복수를 대행하듯이,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의 사자(使者)가 되어 법의 여신 테미스에게 도전하고 있습니다.

와타세 경부는 피해자 유족들과 감옥에 복역 중인 살인자를 만나면서 깊은 고뇌에 빠지게 됩니다.

무고한 사람을 죽여놓고도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살고 있는 살인자들.

교도소와 소년원 같은 시설이 점차 교화의 기능을 잃어 간다는 지적을 증명하듯이, 그들은 죄의식조차 없는 괴물처럼 보입니다.

만약 누구라도 그런 살인마에겐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습니다. 마땅히 사형에 처해야 한다고 말할 것입니다.

세계적인 흐름은 사형 폐지 쪽으로 기울고 있지만 여전히 사형제도를 찬성하며 집행하고 있는 나라가 바로 일본입니다.

이 소설을 읽는다면 모두가 한 번쯤 사형제도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근본적으로 법(法)이 가진 정의와 권력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를 다시금 확인하게 됩니다.

인간으로서 느끼는 분노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위험이 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범죄자에 대한 분노가 그의 가족들에게 미치는 것은 또다른 범죄입니다. 복수를 위한 복수는 끝나지 않는 지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와타세 경부처럼 양심에 따라서 어긋남 없이 할 일을 해내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가장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와타세 경부가 해내고 있어서 비록 소설이지만 다행이라고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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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박각시다 - 나방 편 새벽들 아저씨와 떠나는 밤 곤충 관찰 여행 1
손윤한 글.사진 / 지성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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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나방~~~~

한여름밤 불빛에 모여드는 나방을 보며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런데 여기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바로 새벽들 아저씨와 영서, 진욱이에요.


<와! 박각시다>는 생태활동가 손윤한 선생님(새벽들 아저씨)이 어린이들을 위하여 용인 부아산 자락에 1인 생태연구소 '흐름'에서 밤 곤충을 관찰하고 기록한 책이에요.

책의 구성은 대화체로 되어 있어서, 실제로 새벽들 아저씨를 만나고 있는 기분이 들어요.

여름 캠핑장에서 영서와 진욱이는 새벽들 아저씨를 만났어요. 그리고 박각시도요.

박각시는 나방이에요. 이름은 박각시이지만 암컷과 수컷이 있대요. 이 나방들이 주로 박꽃이 피는 밤에 나타나서 박각시라는 이름이 붙었대요.

사진으로 자세히 보니 박각시도 그 종류가 다양하고, 나름 예뻐 보여요.

등줄박각시, 작은검은꼬리박각시, 검정황나꼬리박각시, 포도박각시, 애물결박각시, 주홍박각시, 녹색박각시, 머루박각시, 솔박각시, 우단박각시, 분홍등줄박각시, 벚나무박각시, 점박각시, 점갈고리박각시, 닥나무박각시, 뱀눈박각시, 줄박각시....

우와!  신기해요~~

모르고 봤을 때는 그냥 징그럽다고 느꼈는데, 자세히 보니 저마다 독특한 무늬 때문에 멋져 보여요.

또 나방은 밤에만 활동하는 줄 알았는데, 낮에도 활동한다는 걸 처음 알았어요. 그러고보면 나방도 나비와 다를 게 없이 예쁜데, 괜한 편견을 가졌던 것 같아요.

그건 쐐기나방처럼 쏘일 수 있는 위험 때문에 무조건 피하게 된 것 같아요. 실제로 독나방은 털을 만지면 가려움증이나 두드러기 같은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 돼요. 만지지만 않으면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대요.

우리 아이들은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요. 그래서 다양한 곤충들에 대해 잘 모를 뿐더러, 막연한 거부감이 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을 통해서 신기한 나방들을 보고, 설명을 들으니까 제법 친근해진 것 같아요.

물론 새벽들 아저씨처럼 직접 만져볼 자신은 없지만, 나중에 캠핑장에서 만나면 은근 반가울 것 같아요. 이젠 박각시부터 다양한 나방들의 이름을 알게 됐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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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바람벽이 있어 - 백석 작품 선집 대한민국 스토리DNA 23
백석 지음 / 새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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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윤동주 시인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그러면 백석 시인은 아시나요?

저는 이름 석 자만 알고 있었지, 시 한 편 제대로 알지 못했어요.

청년 윤동주는 백석의 시집 『사슴』을 어렵게 구하여 밤새 필사해 어디든 지니고 다녔다고 할 정도로, 백석 시인은 '시인들의 시인'이었던 거죠.

분단의 비극으로, 월북 시인이라는 낙인이 찍혀 그의 작품은 금서로 취급되었다가 1988년 해금 조치 이후 전집이 출간되었다고 해요.

이제는 백석의 시가 교과서에도 실렸다는데, 그 혜택을 받지 못한 사람들은 이 책을 통해 만나보면 좋을 것 같아요.


<흰 바람벽이 있어>는 백석 시인의 작품을 모아놓은 책이에요.

시집 『사슴』(1936)에 실린 시 전부와 신문과 잡지 등에 실린 작품들을 해방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 정리했고, 수필과 서간문, 북에서 발표했던 번역시들을 함께 수록했어요.

처음 만난 백석의 시는 고향의 정취가 물씬 느껴졌어요. 다만 1930년대 우리말이라서 언뜻 이해하기 어려운 낱말들이 섞여 있다는 점. 그러나 친절하게 주석이 달려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도리어 눈으로 볼 때는 막힌 느낌이 들었는데, 소리내어 읽으니 비로소 시의 운율이 느껴졌어요.


청시(靑枾 : 푸를 청, 감나무 시)

별 많은 밤

하누바람이 불어서

푸른 감이 떨어진다 개가 즞는다


*하누바람 : 하늬바람. '서쪽에서 부는 바람'을 뜻하나 북한에서는 서북쪽이나 북쪽에서 부는 바람을 이름.


<청시>는 가을밤, 별이 가득한 하늘 아래 바람이 불어서 푸른 감이 떨어지고, 개가 짖어대는 마을 풍경이 한 눈에 그려지는 시예요. 시인의 마음을 느껴보려면 감나무 아래는 아니라도, 별 많은 밤에 나즈막히 시를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누가 정해놓은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닌데, 괜히 자정 넘긴 시각에 시집을 펼치게 돼요. 그때라야 시(詩)가 마음에 촉촉히 내려앉아요.

마침 <탕약>이라는 시 중에서 마지막 연이 딱 그런 느낌으로 들어왔어요.


"그리고 다 달인 약을 하이얀 약사발에 밭어놓은 것은

아득하니 깜하야 만년 萬年  옛적이 들은 듯한데

나는 두 손으로 고이 약그릇을 들고 이 약을 내인 옛 사람들

을 생각하노라면

내 마음은 끝없이 고요하고 또 맑어진다."  


오랜 세월 잊혀졌던 백석 시인의 작품들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제 마음도 끝없이 고요하고 맑아지는 느낌이었어요. 한편으로 시인의 외롭고 쓸쓸함이 전해졌어요. ' -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라는 시인의 말처럼 그것이 어쩔 수 없는 시인의 숙명인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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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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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마지막 소설이라는 이유만으로 덥석 읽게 된 『제0호』.

제목부터 궁금했던 『제0호』의 실체는...

바로 창간되지 않을 신문을 제작하는 이야기입니다.

왜?

그건 특별한 독자를 위한 신문이기 때문입니다.

이 소설은 미스터리물이 아닙니다. 오히려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조목조목 시간 순으로 자세하게 그들이 어떤 식으로 뉴스를 만들어내는지.

마치 시사고발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탈리아 정세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좀더 이해하기 수월했겠지만, 아니어도 문제될 건 없습니다.

무솔리니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들이 장황하게 나오지만, 정작 중요한 건 그걸 다루는 언론이니까.


"... 보다시피, 신문들은 뉴스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뉴스를 덮어서 가리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아.

X라는 사건이벌어지면, 신문은 그것을 다루지 않을 수 없어. 하지만 그 뉴스를 거북하게 받아들일 사람이 너무 많아.

그러면 같은 호에 독자의 머리털이 곤두서게 할 만한 충격적인 기사들을 싣는 거야.

... 그러면 X라는 사건의 기사는 정보의 큰 바다에서 익사해 버러지. ..."   (250- 251p)


소름돋게 공감되는 부분입니다. 요즘들어 시끄러워진 가짜뉴스, 황색 언론의 행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필이면 주인공 콜론나는 싸구려 글쟁이 노릇을 하는 중년의 남성입니다. 패배의식으로 가득찬 그에게 『도마니』신문의 기자 일은 생계의 연장선일 뿐.

그러나 점점 깊숙히 알게 될수록 자신의 비루함을 확인하게 됩니다. 나이가 들면서 더 현명해졌다는 걸 느끼는 순간이, 스스로 패배자라는 걸 인정하는 거라면 너무나 씁쓸할 것 같습니다. 그러니 주인공에게 뭔가 기대하긴 어렵습니다.


"1992년 6월 6일 토요일, 오전 8시

아침에 일어나고 보니, 수도꼭지에서 물이 흐르지 않았다." (11p)


소설의 첫 문장을, 그 의미를 알아차리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서 움베르토 에코는 친절하게 다시 재구성해줍니다.

『제0호』는 나쁜 언론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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