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자들의 도시 (100쇄 기념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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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눈먼 자들의 도시』, 새로운 것이 보입니다.

동일한 소설을 또 읽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미 다 아는 내용은 시시하니까.

그런데 이 소설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야기가 아닌 사실, 사실 너머의 진실.

단순히 소설의 줄거리를 아는 것과 그 이야기가 지닌 의미를 깨닫는 건 다릅니다.

이 소설은 1995년 포르투갈어판으로, 1998년 한국어판이 나왔습니다. 

1922년생 주제 사라마구가 일흔을 넘긴 나이에 쓴 소설이 『눈먼 자들의 도시』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눈이 멀었다'라는 설정을 비유가 아닌 실재하는 상황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소설의 첫 번째 장면에서, 어떤 한 남자가 운전을 하던 도중에 눈이 멀게 됩니다. 누가 봐도 남자의 눈이 건강해 보이는데, 그는 눈이 안 보인다며 절규합니다. 눈 먼 남자를 돕겠다면 나선 낯선 남자는 눈 먼 남자를 집에 데려다 준 후 눈 먼 남자의 차를 훔쳐갑니다. 첫 번째 눈 먼 남자를 시작으로 해서 도시는 집단적 실명 현상이 전염병처럼 퍼져갑니다. 눈 먼 자들의 도시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사람이 의사의 아내입니다. 왜 그녀만 실명이 되지 않았는지 그 이유는 모릅니다. 어쩔 수 없이 공포와 혼란의 도시를 목격하게 된 의사의 아내, 그녀의 눈을 통해 눈 먼 자들의 도시를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읽은 시기는 2008년입니다. 그때는 유일한 목격자, 의사의 아내 입장에서 바라봤습니다. 눈 먼 세상이 지옥처럼 보였습니다. 극한 상황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본성이 끔찍했습니다. 그건 마치 인간다운 본질에 대해 눈 감아 버린, 괴물들의 세계였습니다. 눈으로 볼 수 있으나 아무런 힘이 없는 의사의 아내가 위태롭게 느껴졌습니다.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영웅이 아니라 약자라서 슬펐습니다.

2019년에 본 <눈먼 자들의 도시>는, 놀랍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닮아 있었습니다.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하는 사람들.

가짜 뉴스와 음모 조작, 약육강식의 세계.


"눈이 보이면, 보라.

볼 수 있으면, 관찰하라."

   - 『훈계의 책』에서


『눈먼 자들의 도시』의 첫 장에 적힌 문구입니다. 

스스로 묻게 됩니다. 내 눈은 제대로 보이는지, 볼 수 있는 게 맞는지.

우리는 대부분 자신의 눈을 통해 본 것들을 진짜라고 믿지만 아닐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합니다. 

유명한 심리학 실험 중에 '보이지 않는 고릴라' 실험이 있습니다. 6명의 실험참가자를 두 팀으로 나눠 농구공을 서로 패스하면서 그 횟수를 세도록 지시한 뒤, 고릴라 옷을 입은 사람이 그들 옆을 천천히 지나가도록 했습니다. 실험 결과, 실험 참가자의 50%가 고릴라의 등장을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어떤 일에 집중하면 바로 앞에 사물도 인지하지 못하는 '부주의맹(inattention blindness)'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똑같이 눈을 뜨고 있는데, 왜 누구는 보고 누군 보지 못했을까요? 사람들은 자신의 관심대상에 집중하는 정도가 다릅니다. 이러한 차이는 사람들이 기대하지 않는 것을 보는 것에 영향을 끼친다고 합니다.  '보이지 않는 실험'에서 고릴라 옷을 입은 사람이 바로 실험 참가자들이 '기대하지 않는 것'에 해당됩니다. 결과적으로, 고릴라를 인지하는 사람들이 집중을 더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집중력이 높은 사람은 사고를 유발하는 돌발 상황을 인지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보는 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집중력을 높이는 건 세상을 향한 관심과 애정입니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려고 노력하면 보입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가 보여준 지옥이 우리의 현실이 되지 않도록 눈을 떠야 합니다. 


"우리가,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 우리가,

행동한 사람 자신도 모르는 것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247p)


"의사가 말했다 ... 가장 큰 문제는 우리에게 조직이 없다는 거야, 각 건물마다, 각 거리마다, 각 지역마다 조직이 있어야 해.

정부가 필요하다는 거로군요, 아내가 말했다. ... 눈먼 사람들의 사회가 어떻게 조직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겠어요. 

스스로를 조직해야지, 자신을 조직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눈을 갖기 시작하는 거야. 

어쩌면 당신 말이 맞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이 실명의 경험은 우리에게 죽음과 고통만 주었어요, 내 눈도 당신 병원처럼 쓸모가 없어요. 

사모님 덕분에 우리는 아직 살아 있잖아요, 검은 색안경을 썼던 여자가 말했다. 

내가 눈이 멀었다 해도 우리는 살아 있을 거야, 세상은 눈먼 사람들로 가득해, 하지만 난 결국 우리 모두가 죽을 거라고 생각해, 시간의 문제일 뿐이야. 

죽는 건 늘 시간의 문제였지, 의사가 말했다. 하지만 눈이 멀었기 때문에 죽는다니, 이런 식으로 죽는 것보다 더 비참한 건 없을 거예요. 

... 우리는 죽음을 피할 수 없어요, 하지만 우리는 적어도 눈은 멀지 말아야 해요, 의사의 아내가 말했다."    (418-41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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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쉬운 인도 신화 에이케이 트리비아북 AK Trivia Book
천축 기담 지음, 김진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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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마스테~

인도에 대해 아는 건 인사말 정도지만 늘 궁금했어요.

신들의 나라, 인간의 영혼을 끌어당기는 그곳.

<알기 쉬운 인도 신화>는 인도 신들의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책이에요.

저자 천축기담은 학생 때부터 시바의 도상학에 관심을 갖다가 교수님의 권유로 대학원에서 문명학을 전공한 박사님이에요.

전문 분야는 남아시아 문명과 힌두교 도상학이라고 해요. 힌두교는 다신교라서 신들마다 강렬한 개성을 지니고 있어요.

역시나 사람은 자신이 좋아하는 공부를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이 책 자체가 '사랑'인 것 같아요. 인도 신화를 사랑하는 저자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책표지를 넘기면 반으로 접혀 있는 종이가 보일 거예요. 

쫘악 펼치면 <인도 신화 관계도>와 <인도 신화의 역사와 문헌>이라는 도표가 그려져 있어요.

우와, 신들의 얼굴이 만화 주인공처럼 멋져요.

저자가 왜 만화 『3 x 3 EYES (다카다 유조 저)』를 읽고 인도 신화에 빠졌는지 이해가 되네요. 

그만큼 신들의 이야기는 신비롭고 흥미로운 것 같아요.

우선 인도 신들의 성격은 복잡해서 처음 접하는 사람은 어렵게 느낄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이 책에는 유난히 그림과 도표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요. 책 하단에는 <인도 신화 의문과 고찰> 이나 <인도 신화 토막 지식> 등이 작은 글씨로 설명되어 있어서, 이모저모 구석구석 찾아보는 재미가 있네요.

특히 인도 신화에 나오는 신들을 따로 정리한 부분은 최고인 것 같아요. 뭔가 게임 캐릭터를 소개하듯이 신의 모습을 만화 주인공 외모로 표현한 그림이 마음에 쏙 들어요. 아무도 본 적 없는 신들의 모습을 친근하고 멋진 모습으로 보여주니까 그 신들의 특징과 관련 이야기가 머릿속에서 그려져요. 

화신으로 변하여 사람들을 구하는 최고신 중의 하나인 비슈누.

비슈누의 여덟 번째 화신이자 『마하바라타』의 영웅 크리슈나.

비슈누의 일곱 번째 화신이자 『라마야나』의 영웅 라마.

'파괴'를 관장하는 최고신 중 하나인 시바.

아름답고 자애로운 시바의 아내 파르바티.

행운을 가져다주는 상업과 학문의 코끼리 머리 신 가네샤.

신들의 왕 인드라가 반한 아름다운 전투의 신 스칸다.

사자 또는 호랑이를 탄 아름다운 전투의 여신 두르가.

파괴와 피를 좋아하는 살육의 여신 칼리.

영약 암리타와 함께 태어난 아름다운 행운의 여신 락슈미.

예술과 학문을 관장하는 강의 여신 사라스바티.

묘지에서 시체를 먹는 죽음의 여신 차문다. = 경전 『데미 마하트마』에서는 칼리를 차문다라고 부른다.

인도 철학 사상이 신격화된 세계의 창조신 브라마.

신들의 왕으로 불리는 고대의 영웅신 인드라.

책에 소개된 신들은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인도 신화는 힌두교 경전에 나오는 신들의 이야기예요. 경전 대부분은 브라만교의 경전 『베다』, 서사시 『라마야나』와 『마하바라타』를 기본으로 하고, 나중에 제작된 경전은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를 발전시켰어요. 인도 신화는 무수한 경전에 쓰여 있고, 편찬된 시대와 장소, 사상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신들이 엄청 많아요. 인도 여행을 해보면 도시 곳곳에서 신의 조각상과 그림을 볼 수 있다고 해요. 일상생활 속에 신이 있다는 게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 로마 신화와 비교해보면 어딘가 닮은 듯 다른 느낌의 인도 신들을 만날 수 있어요. 인간보다 더 인간미 넘치는 신들의 이야기가 다채롭네요.

인도 신화의 이해를 돕기 위한 특징 8가지는 다음과 같아요. 

① 경전 편찬자가 어떤 신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내용이 달라져요.  ② 시대와 경전에 따라 신의 역할이 변해요.  ③ 신족(데바)과 마신족(아수라)은 대결 구도로 나오지만 가까운 존재였어요.  ④ 관능적인 이야기가 많아요.  ⑤ 신과 인간의 거리가 가까워요.  ⑥ 힌두교 경전의 기본 전제는 브라만이 최상위 존재라는 거예요.  ⑦ 신화에는 종종 신과 대등하거나 혹은 그 이상의 힘을 지닌 '성선(리시)'이라는 선인이 등장해요.  ⑧ 인도 신화 속 세계는 발생과 소멸, 창조와 파괴를 여러 번 반복한다고 생각해요. 세계의 창조신 브라마의 하루마다 세게가 창조되고 하루가 끝날 때 일시적으로 세계가 멸망해요.

인도 신화뿐 아니라 인도 역사와 문화, 인도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의 성지 순례 안내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있어서 정말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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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위 스님의 가벼운 밥상
정위.이나래 지음 / 브.레드(b.read)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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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인연이란 참 신기합니다.

언제 어디에서 시작될지 알 수 없지만, 한 번 이어진 좋은 인연은 우리 삶을 지탱해주는 힘이 됩니다.

나와 너, 우리 사이에 보이지 않는 줄이 연결되어 서로 쓰러지지 않게 꼭 붙들어주는 것 마냥.

<정위 스님의 가벼운 밥상>이라는 제목만 보고, 스님에게 사찰 음식을 배우는 책이라고 짐작했습니다.

틀린 건 아니지만 맞다고도 할 수 없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두 사람입니다. 정위 스님과 나래 기자님.

우연히 취재원의 소개로 길상사 정위 스님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답니다. 직접 찾아뵙고 취대를 요청했으나 극구 사양하여 돌아왔다고 합니다.

며칠 후 지원군을 대동하고 뵈러 갔더니, 이번에도 스님은 "우리가 늘 해 먹는 게 무슨 기삿거리가 된다고... 아서요, 내세울 것이 아니에요" 하셨답니다.

그런데 스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눌수록 점점 스님에게 반했답니다. 그건 스님에게서 느껴지는 품격이랄까, 품격이 있는 사람이 주는 감동이랄까.

스님의 살림은 꾸밈에 주안점을 둔 것이 아니라 아끼고 배려하며 생활에 충실한 가운데 스며든 멋이 있습니다. 취재 요청을 하던 기자는 어느새 그저 스님 하시는 그대로 옆에서 보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생겼답니다. 그리하여 천주교 신자인 기자는 스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장독 뚜껑에 매화꽃 뿌려 비벼 먹는 비빔밥을 맛본 후로 스님의 살림법을 배우게 되었답니다. 매화꽃비빔밥을 맛본 지 벌써 10년이 되었다는 기자는 정위 스님 덕분에 살림의 감칠맛을 알게 되었답니다.

이 책은 종교를 떠나서 일상의 품격을 배우고 싶은 사람을 위한 삶의 방식, 즉 살림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레시피나 기술이 아니라 어떻게 일상을 살아가는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우게 됩니다.

"정위 스님은 무엇이든, 어떤 하찮은 것도 늘 아까워하고 가여워하신다. 

동네 골목길을 가다 우수수 떨어진 열매 알갱이나 꽃 시장에서 발에 차이는 부러진 꽃가지도 주워 오신다.

무엇에 쓰이나 싶은 마른 열매는 찻잔 받침이나 창턱에 다정하게 놓고,

주워 온 꽃가지도 빈병이나 컵 등 마땅한 짝을 화병 삼아 근사하게 자리를 잡아준다.

... 낡고 오래된 천들은 스님이 삶고 매만지며 간수해서 무척 깔끔하다. 

... 장 깊숙이 있던 천 조각들은 저마다 쓸모 있는 생활용품으로 바뀌었다."   (189p)

요즘은 일회용품이 넘쳐나기 때문에 웬만한 물건들은 새로운 것을 사는 동시에 버려집니다. 쉽게 쓰고 버리는 습관이 물건뿐 아니라 사람 관계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너도나도 빠르게, 새롭게... 그러다가 덜컥 마음에 병이 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스스로 쓸모 없다고 느낄 때...

정위 스님처럼 세상에 무엇이든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 그 마음을 배우고 싶습니다.

나래 기자님과 정위 스님이 나누는 대화도 좋고,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요리법도 나와 있어서 좋습니다.

마음이 끌리는 대로, 이 책은 요리책이 될 수도 있고, 인생 이야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정위 스님이 활짝 웃는 모습이나 텃밭을 가꾸는 손길, 조물조물 요리하는 과정들을 사진으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평온해집니다. 어쩐지 향긋한 모과차 같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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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마음사전 걷는사람 에세이 6
현택훈 지음, 박들 그림 / 걷는사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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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인정 많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도 많지요 ~ 

감수광 감수광 난 어떡할랭 감수광~ 

설른 사람 보냄시엔 가거들랑 혼저 옵서예~~♪♬"


제주출신 가수 혜은이가 불렀다는 노래 <감수광>은 제주말로 '가십니까? 기세요?'라는 인사말이라고 해요.

금방 만나 헤어질 때도 '감수광'이고, 오랜만에 만나 헤어져도 '감수광'이라네요.

'혼자 옵서예'는 빨리 오라는 뜻이래요. 

음, 1978년 발매된 앨범 수록곡이라는데 그 이후로 제주어로 된 노래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맨도롱또똣>(2015년)이라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덕분에 무슨 뜻인지 찾아본 기억이 나네요.

'맨도롱 또똣'은 '매지근 따뜻'으로 매지근하다는 건 더운 기운이 조금 있다는 뜻이래요. 이것도 정확하게 표기하면 '따뜻'의 모음을 아래아로 바꿔야 한다네요.

이렇듯 제주어는 한때 유행어처럼 대중들에게 반짝 선보였다가 스르르 관심 밖으로 사라졌던 것 같아요.


분명 우리말인데 도통 알아들을 수 없으니 외국어와 다를 바 없어요.

막연히 제주어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배우는 노력까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소멸 위기 언어로 지정했다고 해요. 

어쩐지 제주 현지에 가도 제주어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니, 이러다가 진짜 사라지면...


<제주어 마음사전>은 제주 토박이인 저자의 제주 사랑이 담긴 책이에요.

시를 쓰는 그는 제주어로 시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해요. 하지만 제주어가 외국어처럼 느껴지는 마당에 그 시가 제대로 전달될 리 없겠지요.

그래서 일단 '나의 제주어 사전 만들기'를 시작한 거래요. 

바로 이 책은 제주땅 곳곳에 묻혀있던, 보석 같은 제주어를 캐내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어요.

소중하고 아름다운 우리말, 제주어의 매력이 저자의 추억과 함께 빛나는 것 같아요.

"우리는 가매기 새끼들이었다"에서 가매기는 까마귀를 뜻해요.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굴이 까매지도록 놀던 그 까마귀 시절로 가고 싶대요. 그 이유는 첫사랑 때문이래요. 순수한 소년의 마음을 흔들었던 그 소녀는 지금... 잘 살고 있겠죠. 저자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그 녀석 탓이 아닌 것 같아요.  첫사랑이 이뤄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짝사랑이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상대에게 전하지 못한 마음이라서 그토록 오래오래 가슴에 남는 건가 봐요.


곱을락

: 숨바꼭질. 달리 '곱을레기','곱음제기'라고 한다.

- 제주도에는 예쁜 지명들이 많다. 가스름, 아홉굿마을, 볼레낭개, 소보리당, 스모루, 지삿개, 폴개 등.

행정구역 이름으로 한자어가 쓰이면서 우리말 지명들이 점점 숨어버리고 있다.

4·3 때 잃어버린 마을들은 세월의 저편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완전히 '곱아'버린 그 마을들. 

다랑쉬, 무등이왓, 곤을동, 어우늘, 이생이......

아름다운 제주 마을 이름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뒤에는 비극이 웅크리고 있다.  (29p)


제주어는 유독 "아래아(ㆍ)"가 많이 쓰여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요. 제주어에 관심이 없을 때는 "아래아"가 물색 없이 끼어드는 방해꾼 같았는데, 지금은 "아래아"를 입력하면 자동변환 되는것이 너무 섭섭하네요. 왠지 "아래아"가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요. '넌 옛날 한글이니까 빠져!'라는 것 같아서. 한글 아래아를 검색하면 '한글 아래아 끄기' , '한글 아래아 없애기'가 뜨거든요.

그래서 <제주어 마음사전>에 있는 예쁜 제주어를 컴퓨터 자판으로 쓰기 어려워요. [아깝다]라고 발음되는 제주어는 '귀엽다, 사랑스럽다'라는 뜻인데, 제주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니꼽다'로 들릴 수 있어요. 서로 소통이 안 되면 오해하고 멀어지게 되듯이, 제주어가 영영 멀어질까봐 안타까워요.

'오몽ㅎㆍ다'는 '몸을 움직이다', '부지런하다' 또는 '노력하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래요. 반대로 게으름뱅이는 '간세둥이'라고 한대요.

오늘은 오몽했나요, 아니면 간세둥이로 지냈나요?  

<제주어 마음사전> 덕분에 예쁘고 정겨운 제주어를 알게 되었네요. 잊고 지내던 옛 친구를 만난 것 같아요. 오랜만이우다, 몸은 펜안 하우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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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야 계산왕 2학년 1권 - 도와줘! <마음의 소리> 나는야 계산왕
김차명.좌승협 지음, 조석 원작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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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책 맞나?

이리 보고 조리 보고~~

<마음의 소리>의 신작이 나온 줄 알았네요 ㅋㅋㅋ

《나는야 계산왕》은 인기 웹툰 <마음의 소리>의 조석 작가가 함께 하는 초등수학책이에요.

와우, 석이와 애봉이가 함께 수학 공부를 한대요. 진짜?

책의 목차를 보면 모두 10개의 에피소드가 나와 있어요. 

두근두근 택배가 왔어요, 비둘기 돌보기, 강아지와 '좋아요' 대결, 소원을 말해 봐, 검은 점모시 나비,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빵, 불우이웃 돕기, 구독사 수 늘리 대작전!, 애봉아! 과자 좀 그만 먹어!, 아빠 통닭까지 제목만 봐서는 어떤 이야기일지 모르겠죠?

놀랍게도 각 에피소드마다 초등수학 교과과정의 수학 개념들이 담겨 있어요.

초등 2학년 1학기 수학에서 배우는 세 자리 수, 받아올림이 있는 (두 자리 수) + (한 자리 수), 받아올림이 있는 (두 자리 수) + (두 자리 수), 받아내림이 있는 (두 자리 수)- (한 자리 수), 받아내림이 있는 (몇 십) -(몇 십 몇), 받아내림이 있는 (몇 십 몇) - (몇 십 몇), 여러 가지 방법으로 덧셈, 뺄셈 하기, 세 수의 덧셈과 뺄셈, 곱셈의 의미를 이 한 권의 책으로 공부할 수 있어요. 

평소 <마음의 소리> 애니메이션을 즐겨 봐서 그런지 이 책을 본 아이의 표정이 정말 즐거웠어요. 일반 수학 문제집을 대할 때와는 전혀 다른 반응이었죠.

저 역시 이 책을 수학 문제집이라고 말하지 않았어요. 비밀 아닌 비밀.

어디까지는 이 책은 <마음의 소리>의 '나는야 계산왕' 버전이라고요. 뻔뻔하지만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우선 에피소드부터 볼까요. 

두근두근 기다리던 택배를 받은 석이는 몹시 당황했어요. 딴딴맨 장난감이 한 개가 아니라 박스 한가득 왔거든요.

이런, 반품을 하려면 딴딴맨 장난감이 모두 몇 개인지 알아야 해요.

일단 10개씩 묶어서 세어 볼까요. 앗, 근데 99 다음이 뭐지...

똑똑한 형이 말하길, 99 다음에 오는 수는 100 이라는 수이고, 999보다 1 큰 수는 1000 이래요.

음, 세 자리 수가 무엇인지 알아야겠군.

책 상단에 엄마가 외치는 모습이 그려져 있어요. 

"얘들아! 세 자리 수는 백의 자리, 십의 자리, 일의 자리로 이루어져 있다는 거 기억나지?

주어진 세 자리 수를 보고 각 자리에 들어갈 숫자를 찾아보자." 

그 다음은 뭔지 알겠죠?  빈 칸에 들어갈 수를 쓰면 돼요. 절대로 문제 푸는 게 아니에요 ㅋㅋㅋ

형이 했던 말들을 기억하는지 살짝 확인만 하는 거예요.

저기 아빠가 웃으면서 말씀하시길,

 "뛰어 세기를 할 때는 얼마씩 커지는지 확인하고 커지는 수와 같은 자리의 수끼리 더해 나가면 쉽게 할 수 있어! 

눈으로도 풀어보고 직접 연필로 써 가면서도 풀어 보자." 

이때 석이가 애봉이에게 묻네요. "애봉아, 뛰어 세기가 뭐야?"

술술 설명해주는 애봉이, 뭐야 석이만 몰랐던 거야?  

자, 빈칸에 들어갈 수를 쓰는 건데, 혹시 알고 있니?

"모르면 어쩔 수 없고, 알면 빈칸에 써도 좋아~"

아이가 에피소드를 읽고 문제를 보더니 신나게 풀더라고요. 

저는 그저 "와, 아는 거야?  다 맞았네."라고 슬쩍 거들기만 할 뿐.

열심히 문제 푸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정말 신통방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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