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고양이 카페 - 손님은 고양이입니다
다카하시 유타 지음, 안소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재밌다냐옹~

만화 같은 이야기.

주인공 마시타 구루미는 스물일곱 살 여성이고, 6개월 전 다니던 대형출판사에서 정리해고를 당했어요.

5년 동안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출판과는 무관한 허드렛일을 했던 터라 재취업이 쉽지 않아요. 

아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는데, 실업급여는 이번 달까지 받으면 끝나고, 앞으로 집세뿐 아니라 국민연금과 국민건강보험료, 전기요금, 수도요금, 인터넷 요금 등등 내야 할 것들은 수두룩하니 걱정도 태산이에요. 이대로 가다가는 지금 사는 낡은 다세대 주택에서 쫓겨날 판이에요.

백수 신세... 구루미는 산책을 하다가 눈앞에 보이는 히카와 신사로 향했어요. 히카와 신사는 '결연'으로 유명해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요. 일본 신사에는 별별 주제로 된 신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히카와 신사에는 '인연의 신'이 있어서 '결연', 즉 남녀의 인연을 이어주고 지켜주는 힘이 있다고 하네요. 

구루미에게 현재 남녀의 인연은 관심사가 아니에요. 힘겨운 지금, 신에게 바라는 인연은 일자리를 구하게 해달라는 거예요. 제단 앞에 두 번 절하고 두 번 손뼉 치고 두 번 또 절했어요. 간절함을 담아 절을 하니까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면서, 틀림없이 일자리를 찾을 거라는 희망이 생겼어요. 

히카와 신사 안에 <카페 인연>을 들여다보니 맛있어 보이는 케이크가 보였지만 수중에 돈이 없는 구루미는 지나칠 수밖에 없었어요. 뱃속은 꼬르륵~~ 애써 참으며 가와고에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관심을 돌렸어요. 그때 신가시가와 강 부근에 택배 상자가 걸려있듯이 놓여 있었어요. 택배 상자 안에는 검은 고양이가 들어 있었어요. 주위를 둘러봐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검은 고양이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구루미뿐, 지금 구하지 않으면 강물에 휩쓸려 갈지도 몰라요. 그러나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니 고양이를 구조해줄 상황은 아니고, 어쩌나 망설이다가 가여운 고양이를 구하기로 마음 먹고 강기슭으로 내려갔어요. 그 순간 비가 거세게 내리기 시작했어요. 우산을 쓰나마나 세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홀딱 젖었어요. 설상가상으로 발이 쭉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머리가 탁 부딪쳤어요. 그때 무성한 풀 사이로 무릎 높이 정도의 작은 제단이 보였어요. 그 안을 들여다보니 마네키네코와 비슷한 느낌의 고양이 석상이 오른쪽 앞발을 들고 있었어요. 그리고 고양이 석상과 눈이 딱 마주쳤어요. 앗, 고양이 신?

유치할 수도 있지만 이런 만화 같은 설정이 마음에 들어요. 절박한 인간에게 나타난 고양이 신이라면.

"고양이를 구해줘야 해!"

"잘됐으면 좋겠다."

그냥 눈앞의 석상에 대고 조용히 기도했어요. 그러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어딘가에서 종소리가 울려 퍼졌어요. 신기하게도 종소리가 때애앵이 아니라 야옹으로 들렸어요. 빗소리 때문일까요. 다행히 검은 고양이는 무사히 구출해냈는데, 구루미는 온몸이 흠뻑 젖어버렸어요. 이제 이 검은 고양이를 어찌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등 뒤에서 일흔 살 정도로 보이는 노부인이 서 있었어요. 추위에 떠는 구루미와 검은 고양이를 보더니 선뜻 자신의 집으로 가자고 했어요. 노부인의 집은 근처 카페 <커피 구로키>였어요. 

노부인의 이름은 구로키 하나. 

하나 씨의 카페 벽에 붙어 있는 종이 한 장이 구루미의 눈길을 사로잡았어요.

카페 점장 모집 (숙식가능)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카페였는데, 남편이 죽은 후로는 마음 내킬 때만 문을 열고 있다고. 그런데 아들 부부가 곧 아기를 낳을 예정이라서 그 집에서 함께 살기로 했는데, 카페 문을 닫기는 싫고, 카페를 맡아줄 점장이 필요하다는 거에요. 와우, 구루미에게 딱 알맞은 조건의 일자리가 나타나다니~

검은 고양이는 노부인에게 맡기고, 구루미는 집으로 돌아왔어요. 내일 카페를 찾아가서 카페 점장 자리를 구하리라 마음 먹었어요.

다음 날, 카페 <커피 구로키>에 간 구루미는 하나 씨 대신에 자신을 점장이라고 소개하는 잘생긴 남자 구로키를 만났어요. 하나 씨의 며느리가 어제 갑자기 산기를 느껴서 병원에 가게 됐고, 구로키에게 카페를 맡겼다는 거예요. 한 발 늦어버린 구루미가 실망하면 카페를 나서려는데, 미남 구로키가 엉뚱한 요구를 했어요. "내 하인이 돼줘."

너무 어이가 없어서 발길을 돌리는 구루미에게, 이번에는 부탁을 했어요. "나의 집사가 되어줘." 

구로키를 변태라고 생각한 구루미가 자신에 어깨에 놓여 있는 구로키의 손을 뿌리치면서 구루미의 손바닥이 구로키의 손등에 닿았고...어,엇!

갑자기 구로키의 몸이 고꾸라지더니 울부짖기 시작했어요. 구루미 눈앞에는 검은 고양이가 보였어요. 어제 자신이 구해준 그 고양이.

뭐야, 이 고양이는 요... 요괴고양이? 구루미는 기절했어요.


과연 구루미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게 될까요. 

검은 고양이 구로키와의 만남은 우연이 아닌 운명?

커피 향이 은은하게 풍겨오는 카페 <커피 구로키>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공간이에요. 다양한 커피의 매력처럼 고양이 역시 마음을 사로잡네요.

즐거운 상상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꿈 같은 이야기, <검은 고양이 카페>의 매력에 푹 빠져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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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검찰수사관 - 대한민국 검찰의 오해를 풀고 진실을 찾아가는 그들의 진솔한 현장 이야기
김태욱 지음 / 새로운제안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검사는 들어봤는데, 검찰수사관은 누구?

아마 대부분 저와 비슷한 반응이지 않을까.

근래 드라마 <검사내전>을 보면서 원작이 동일 제목의 김웅 검사 에세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실감나는 검사실 풍경에서 검사가 궁금하다면 <검사내전>을, 검찰수사관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시라.

시간이 남는다면 드라마를 봐도 좋고 ㅎㅎㅎ


<어쩌다, 검찰수사관>은 2019년 현재까지 27년 동안 검찰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저자의 솔직한 현장 이야기예요.

직업적인 궁금증뿐 아니라 검찰에 관한 편견이나 오해를 풀 수 있는 기회였던 것 같아요.

한 권의 책 속에 27년이라는 세월이 녹아들었다고 생각하면, 정말 굉장한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일반인들이 드라마와 영화 때문에 오해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아예 몰라서 생긴 오해인 것 같아요.

검찰청이 일터가 아닌 사람들이 그곳을 가야 하는 경우는 대부분 좋지 않은 일 때문이니까, 굳이 그런 곳에 대해 알 필요가 있나라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아요.

희한하게도 이 책을 통해 검찰수사관에 대해 알게 되니, 가로막혔던 벽이 허물어진 느낌이었어요.

검찰청은 나와 다른 세계가 아니었구나,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일하는 곳이었구나...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데, 뭘 알아야 도전할 수 있겠죠?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미래의 검찰수사관에게 유익한 가이드북이 될 것 같아요.


현재 대한민국 검찰청에는 약 1만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는데, 그중 검사가 2000여 명, 검찰수사관이 6000여 명, 기타 직군이 2000여 명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검찰수사관은 국가공무원 검찰직 9급 서기보로 시작하여 1급 관리관 (대검 사무국장)까지 해당돼요.

우선 대한민국 검찰청 조직도를 알면 쉽게 이해할 수 있어요. 제가 이런 조직도를 재미있게 보는 날이 오다니, 암튼 신기하네요.

검찰청은 대검찰청(대검), 고등검찰청(고검), 지방검찰청(지검), 지청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여기서 잠깐, 사람들이 종종 틀리는 거래요. 경찰청장 (O), 경찰총장(X) / 검찰총장(O) , 검찰청장(X)

대검찰청 산하에는 서울고등검찰청, 대전고등검찰청, 대구고등검찰청, 부산고등검찰청, 광주고등검찰청, 수원고등검찰청 등 6개의 고등검찰청이 있어요.

대검은 검찰총장을 위시하여 검찰 수뇌부가 근무하는 곳으로, 검찰 전체 업무를 총괄해요. 현재 대검은 수사를 하지 않고, 검찰에 대한 지휘통제와 결제만 담당해요.

고검에는 고등검사장(고검장)이 있어요. 고등검찰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서울고등검찰청은 서울특별시, 인천광역시(인천지검), 의정부시를 포함한 경기 북부 지역(의정부지검), 그리고 강원도(춘천지검) 등 광범위한 지역을 관할해요. 수원지방검찰청은 2019년 3월, 분리 승격되면서 현재 경기도 남부 지역은 서울고등검찰청 관할이 아니에요.

서울특별시의 경우는 중앙과 동서남북으로 나누어,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부지검, 서울남부지검, 서울북부지검, 서울서부지검 등이 있어요.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싸움질을 하면, 가장 바빠지는 곳은 어디일까요?

서울남부지검이에요. 왜냐하면 국회가 있는 영등포구 여의도동이 그곳 관할이기 때문이에요.  (29p)

현재 수사를 포함해 검찰의 모든 일선 업무는 지검과 지청에서 이루어져요. 지검과 지청은 맡고 있는 관할 지역에 따라 규모만 차이나고, 수행하는 업무는 동일해요.

특기할 사항은 업무의 특성으로 인해 검찰청과 법원은 항상 같이 붙어 있다는 거예요. 대부분 정문에 서서 왼쪽 방향이 검찰청이고, 오른쪽 방향으로 법원이 위치해요.

각 검찰청의 기관장인 지검장(지청장)을 정점으로, 그 아래 검사실과 사무국으로 나눠져요.

검사실은 강력부, 형사부, 공판부 등 각종 부단위로 편성되며 부장검사가 책임져요.

드디어 검찰수사관이 등장하네요.

모 검찰청 320호 검사실에는 박 검사, 강 수사관, 최 수사관, 한 실무관 등 모두 4명이 근무해요.

검사실에서 일하는 사람은 검사, 수사관, 실무관이며, 검사는 수사를 담당하는 평검사예요. 

과거 직급별 호칭은 검찰직 8급과 9급에게는 '주임'이고, 6급과 7급은 '계장'이라고 했는데, 2000년 초반부터 9급 이상의 공채 합격한 검찰공무원들의 대외직명이 '검찰수사관'으로 통일되었대요. 

저자는 검사실 소속 검사와 수사관의 관계는 '숙제 친구'라고 표현했어요. 배당된 사건을 함께 풀어가는, 업무적 동료 관계라는 거죠.

<검사내전>의 저자 김웅 검사는 이 책의 표현대로 '숙제 친구인 수사관과 검사', '엄마 같은 실무관'들이 검찰의 진짜 모습이라면서, 추천사를 적었네요.


드라마 <검사내전>에서 각 검사실로 향하는 카트가 등장해요. 카트 안에는 서류가 잔뜩 있어요. 그것이 바로 사건 기록이에요.

형사부에 배당되는 사건은 대부분 추가 수사가 필요해요. 보통 검사실에 배당된 월 100여 건 중 수사관 1인당 10~20여 건의 사건을 넘겨받아요. 수사관은 가장 오래된 사건 기록을 제일 먼저 검토하는데, 그 이유는 사건 처리 기한이 통상 3개월을 넘지 말아야 하기 때문이에요. 필요한 조사, 확보해야 하는 증거 자료, 조사 순서 등을 혼자서 계획하고 실행해야만 해요. 일단 계획이 서면 피조사자와 전화로 일정을 조율하고, 검찰에서 피조사자에게 우편으로 '출석 요구서'를 보내요.

약속된 일자에 피의자가 출석하면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돼요. 수사관은 피의자를 조사하기 전에 만반의 준비를 해야 돼요. 사전에 사건 기록 내용을 모두 파악하고, 조사할 사항을 별도로 메모해 두어야 원활한 피의자 조사를 할 수 있어요. 조사는 피의자가 진술한 내용을 전부 조서로 작성해야 하고, 피의자가 열람한 후 기명날인을 받아두어야만 해요. 

수사관은 수사가 더 이상 조사할 사람이나 확인할 내용이 없으면 사건 기록을 최종 정리하여 검사에게 인계해요. 그러면 사건 하나가 마무리된 거예요. 검사는 수사관이 넘겨준 기록을 살펴보고 최종 처분해요. '기소' 혹은 '불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거예요. 

와우, 이것이 검찰수사관의 업무였군요. 

재미있는 건 근래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파이돈, 향연>을 읽었는데, 저자가 직업 정신을 발휘하여 소크라테스 고발 사건을 현대 검찰청에서 접수했다는 가정 하에 책을 집필했다는 사실이에요. 저 역시 그 책을 읽으면서 오늘의 우리 사회와 치환하여 생각해봤거든요. 현대판 소크라테스에게 '혐의 없음'의 불기소장 작성을 함으로써 무혐의 결론을 내리겠죠. 부디 법이 공정하게 그 힘이 발휘되기를, 그러기 위해서 올바르게 제 몫의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달았어요. 

시작은 어쩌다, 검찰수사관이지만 그 끝은 역시, 감동 주는 검찰수사관이 되기를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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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 엄마가 딸에게 남기는 삶의 처방전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수지 홉킨스 지음, 할리 베이트먼 그림,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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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손에 꼽는 악몽이 있어요.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는지, 꿈인 줄도 모르고 흐느껴 울었어요.

엄마가 돌아가신 꿈.

울면서 깼을 때,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다행이다, 꿈이라서.

어릴 때도 아니고 스물을 넘긴 성인이었는데 그 꿈이 너무 생생해서 슬프고 무서웠어요.

나한테는 악몽이었다면, 할리 베이트먼은 유달리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떠오른 생각이었다고 해요.

엄마가 언젠가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울음이 났대요.

그러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고, 다음 날 아침, 엄마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대요.

엄마가 죽은 후에 자신이 하루하루 단계적으로 따를 수 있는 지침서를 써 달라고. 엄마는 크게 웃으셨고, 흔쾌히 승낙해 주셨대요.

그 지침서가 바로 이 책이에요.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은 세상의 모든 딸과 엄마들을 위한 책이에요.

엄마가 딸에게 남기는 삶의 처방전.

사랑하는 딸을 위해 엄마가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

네, 죽음은 그 누구도 상상하기 싫은 이별이란 걸 알아요.

하지만 싫다고 피해버리면 진짜 중요한 순간을 놓치게 될지도 몰라요. 

처음 아이디어는 딸 할리 베이트먼이 생각했지만 엄마 수지 홉킨스가 승낙하지 않았다면 이 책은 탄생하지 못했을 거에요.

엄마 없는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는 딸을 위하여, 엄마는 사랑과 정성이 담긴 인생 매뉴얼을 만들었어요.

딸이 가장 처음 할 일은, 주변 사람들에게 부고를 알리는 일이 될 거예요. 전화든 문자든간에.

그리고 첫째 날에는 파히타를 만들어요. 구운 쇠고기나 닭고기 등을 채소와 함께 토르티야에 싸서 먹는 요리인데 재료와 레시피가 상세히 나와 있어요. 

역시 엄마 마음은 딸의 밥 걱정이 먼저네요. 슬픔에 잠겨 제대로 먹지도 못할까봐. 든든하게 파히타를 만들어 먹고, 진한 위스키 한 잔을 마셔도 좋다고.

둘째 날은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해요. 이야기를 나누고, 눈물이 나면 울어도 좋아요.

셋째 날은 개털을 빗겨 줘요. 일상적인 일들을 멈추지 말라는 엄마의 깊은 뜻이에요. 

넷째 날은 부고 쓰는 일이 나와 있어요. 엄마가 미리 써 놓은 게 없다면 엄마와 가장 친했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아마 엄마의 삶에 대해 아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될 수도 있어요. 엄마의 당부는 '내 부고에 쓰지 않을 것들'을 적어놓았으니 참고하면 돼요. 

다섯째 날은 대청소하는 날, 여섯째 날은 심야 식당 가기, 일곱째 날은 '나를 땅에 묻는 날'에 장례식에서 틀어줬으면 하는 노래 두 곡이 나와 있어요. 

니트 그리티 더트 밴드(Nitty Gritty Dirt Band)의 <그렇게 흘러 가겠지(And So It Goes)>, 그리고 이즈라엘 카마카위올레(Israel Kamakawiwo'ole)가 부른 <무지개 너머(Somewhere Over the Rainbow)>예요. 아름다운 멜로디와 멋진 가사까지 듣고 있노라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엄마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로, 남겨진 가족들을 위로해줄 계획인 것 같아요. 또한 묘지를 우울한 곳이 아닌 떠난 사람을 기억해주는 장소로 여겨달라고, 엄마가 떠난 후에도 사람들이 잊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다면 기쁠 것 같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슬픔이 쉽게 가시진 않겠지만, 그 슬픔에 빠져 쓰러지지 않도록, 엄마는 세심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어요. 

엄마가 떠나도 딸의 삶은 이어지므로, 혹시나 엄마의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인생에 크고 작은 조언들을 해주고 있어요. 

Day + 1 일부터 Day + 20,000 일까지 나와 있어요. 엄마의 마지막 조언은 '이상적인 죽음 계획하기'예요. 스스로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거예요. 아무리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죽는 건 혼자만의 일이니까. 삶의 주인공은 '나'였으니 마지막까지 확실하게 멋지게 끝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엄마가 딸에게 해주고 싶은 진짜 중요한 말은 가장 마지막 장에 적혀 있어요. 읽으면서 뭉클했어요. 

엄마라는 존재는 내 삶의 시작이며, 축복이에요.

문득 엄마가 보고 싶네요. 사랑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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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그리스어 원전 완역본) - 플라톤의 대화편 현대지성 클래식 28
플라톤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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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직접 저술한 책을 한 권도 남기지 않았어요.

다만 훌륭한 제자들을 키워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소크라테스의 일화나 행적은 대부분이 플라톤의 초기 대화편에 근거한 것이에요.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파이돈』,『향연』은 모두 플라톤이 저술한 책이에요.

플라톤이 기록한 스승 소크라테스는 어떤 인물이었을까요.


소크라테스는 정치적인 활동을 하지 않았어요. 그가 한 일은 시장이나 광장을 돌면서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철학활동을 했어요.

특히 상대방에게 계속 질문을 해서 스스로 무지를 깨닫게 하는 방법을 썼어요. 이것이 오늘날 소크라테스식 문답법 혹은 산파술로 알려졌어요.

그는 자기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을 정말로 아는 사람은 없다는 걸 깨닫고, "나는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안다"는 말을 남겼어요.

『소크라테스의 변명』은 소크라테스가 신들을 부정하고 젊은이들을 현혹했다는 죄로 법정에 끌려갔을 때 그가 진술한 내용을 담고 있어요.

제목에서 '변명'이란 단어는 부정적 뉘앙스라서 '변론'으로 번역되는 경우가 많은데, 옮긴이는 "소크라테스는 단순히 고발된 혐의 내용을 반박하면서 무죄 판결을 받아내려 '변론'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고발에 함축된 자기 삶 전체를 향한 물음과 도전에 '항변'하고 있기 때문에 '변명'으로 정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무슨 의미인지 이해되지만 좀더 소크라테스의 진심을 반영한다면 '변명'보다는 '최후진술'이 낫지 않을까,라는 개인적 생각이에요. 왠지 변명은 비겁함이 묻어나서... 

법정에 선 소크라테스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어요. 거짓 진술이나 탈옥을 통해 죽음을 피할 수 있었지만 그는 죽음을 기꺼이 받아들였어요. 

그가 법정에서 간곡히 부탁한 건 자신의 변론을 진지하게 들어달라는 것이었어요. 소란을 피우거나 야유하지 말아달라고.

일흔 살의 소크라테스는 법정에 서는 것이 처음이고, 외국인이라서 방언이나 말투가 다를 수 있으니, 거기에 신경쓰지 말고, 자신이 하는 말이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에만 집중해달라는 말했어요. 오래전부터 거짓 모함과 가짜 소문을 퍼뜨려온 자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모함하는 자들의 말만 듣고, 소크라테스가 참석하지 않은 상태로 변호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재판을 진행해서 판결을 내렸던 적이 있었어요. 소크라테스를 악의적으로 비방해온 자들로 인해 사람들은 거짓을 진실로 믿게 되었고, 나쁜 편견을 갖게 되었어요. 그걸 바로잡기 위해서 그는 마지막 진술을 선택했어요.

결국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자기 변호보다는 자기에 관한 진실을 똑똑히 밝히는 것이 목적이었던 것 같아요.

"... 자기가 알지도 못하는 것을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비난받아야 할 무지가 아닐까요?"  

"나는 죽음이나 다른 어떤 것이 두려워서, 내가 아는 한 선한 어떤 것을 포기하고서,

분명하게 악한 것으로 알고 있는 그런 악을 행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36p)

마지막으로 소크라테스는 매우 놀라운 예언을 남겼어요. 

"내게 사형을 선고한 아테네 사람들이여, 제우스를 걸고 맹세하건대,

내가 죽자마자, 여러분이 내게 가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가혹한 형벌이 여러분을 덮칠 것임을

나는 분명히 말해두는 바입니다.

여러분이 지금 내게 이렇게 한 것은, 

나를 죽이면 여러분의 삶이 비판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단언하건대, 그런 것과는 정반대되는 일이 일어날 것입니다.

여러분을 비판하고 고발하는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생길 것입니다.

... 가장 고상하고 쉬운 길은 여러분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장 선량한 사람이 될 수 있을지 직접 관심을 갖고 스스로 그렇게 되려고 하는 것입니다.

이곳을 떠나기 전에 내게 사형을 선고한 여러분에게 해주는 예언이 바로 이것입니다."  (54-55p)

세상에나, 소크라테스의 예언이 현재 우리 사회에서도 적용될 줄이야...

자신들의 비리와 악행을 덮기 위해서 비판의 목소리를 막으려는 무리들에게, 우리 속담을 적용하여 "뿌린대로 거두리라"라고 전하고 싶어요.

『크리톤』은 소크라테스의 절친한 친구이며, 감옥에 갇힌 소크라테스를 찾아온 크리톤과의 대화를 담고 있어요.

크리톤은 열심히 소크라테스를 살리기 위해 설득하고 있지만, 소크라테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가혹한 운명 앞에서도 그는 목숨보다는 원칙을 지켰어요.

"다수의 사람은 자신이 불의를 당하면 그대로 되갚아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생각일 수밖에 없네. 어떤 상황에서도 불의를 행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네."  (75p)

어떤 상황에서도 불의를 행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목숨보다 더 소중하게 지켜냈던 소크라테스를 보면서 진정한 스승이라고 느꼈어요.

『파이돈』은 아테네 감옥에서 소크라테스의 최후를 지켜본 파이돈이 그때의 일과 들었던 대화들을 에케크라테스에게 들려주는 내용이에요.

소크라테스의 죽음이 얼마나 엄청난 영향을 미쳤는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인간은 최악의 상황에서 본성이 드러나는 법이죠. 소크라테스는 죽음으로써 다시 살아났어요. 파이돈은 그때 소크라테스와 함께 있으면서 이상하게도 죽어가는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불쌍하고 측은한 감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고, 오히려 행복해 보였다고 말하고 있어요. 고귀한 죽음을 목격한 증인으로서 가장 훌륭하고 지혜로우며 정의로운 인물의 최후였음을 이야기하네요.

『향연』은 아가톤의 향연에 초대된 소크라테스와 젊은이들의 이야기예요.

젊고 아름답고 부유한 청년들이 왜 소크라테스의 추종자가 되었을까요. 앞서 소크라테스가 법정에 선 죄목은 젊은이들을 궤변으로 현혹했다는 것인데, 이건은 명백한 거짓이며 모함이에요.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에게 훈계하거나 가르친 적이 없어요. 동등한 입장에서 대화를 나누었을 뿐이에요. 요즘 말로 꼰대였다면 향연에 초대되는 일도 없었을 테죠. 

소크라테스에 관한 네 편의 글을 통해서 소크라테스는 누구인가, 그의 철학은 무엇인가를 알 수 있었어요. 훌륭한 스승과 제자의 놀라운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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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
마리즈 콩데 지음, 정혜용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네 눈 저 깊은 곳에는 늘 그늘이 있어, 티투바. 

네가 완전히, 아니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행복해지게 하려면 뭘 주면 될까?"

"자유!"           (206p)


<나, 티투바, 세일럼의 검은 마녀>는 티투바의 일대기를 다룬 이야기예요. 

흑인 노예의 삶이란 비극의 연속이에요. 그들은 자유를 빼앗긴 채 세계 곳곳을 끌려다녔어요.

주인공 나의 이름은 티투바, 사람들은 그녀를 세일럼의 검은 마녀라고 불러요. 

진실은 중요하지 않아요. 끔찍한 마녀 사냥의 결말은 피비린내 나는 죽음이에요.

도대체 왜? 

백인들이 저지른 만행, 그들이야말로 인간이 아닌 악마였음을 목격하고 말았네요. 


티투바의 어머니, 아베나는 16**년의 어느 날, 바베이도스를 향해 항해 중인 크라이스트 더 킹호(號)의 갑판에서 영국인 선원에게 강간당했어요.

이 폭행으로부터 티투바는 태어났어요. 아베나는 다넬 데이비스라는 부유한 대농장주에게 비싼 값에 팔려갔어요. 다넬 데이비스는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알자 격노하면서, 아샨티 출신 노예 야오에게 줘버렸어요. 젊은 전사였던 야오는 시키는 일을 거부한 채 두 번이나 자살을 꾀했지만 실패로 돌아갔어요. 당시 브리지타운의 노예시장에서 남자 노예 둘 중 하나는 죽었고, 다른 하나는 툭하면 자살 시도를 했어요. 아베나는 농장에서 쫓겨나 야오의 가옥으로 들어갔어요. 야오는 눈물이 터진 아베나를 감싸주며 그녀의 뱃속 아기를 자신의 아이로 받아들여줬어요. 아베나는 진심으로 야오를 사랑하게 됐어요. 넉 달 후에 태어난 여자아이에게 야오는, 티투바라는 이름을 지어줬어요. 

티 - 투 - 바.

야오에게는 아이가 둘이었어요. 아베나와 티투바. 다정한 야오는 늘 티투바에게 얼굴을 바다 쪽으로 향하게 한 뒤 귀에 속삭여줬어요.

"언젠가 자유로워지면, 우린 고향을 향해 날개를 활짝 펴고 날아갈 거란다." (18p)

바베이도스, 티투바가 태어난 나라는 카리브 해에 있는 평평한 섬이에요. 

티투바가 일곱 살 무렵, 농장 근처 오솔길에서 아베나를 본 다넬이 예뻐진 모습에 놀라워 하더니 갑자기 달려들었어요. 비극적인 그 상황에서 아베나는 칼을 달라고 소리쳤어요. 티투바는 가녀린 두 손으로 거대한 칼을 엄마 아베나에게 건네줬어요. 아베나가 두 차례 칼을 휘둘렀어요. 

사람들이 아베나를 목매달았어요. 백인에게 칼을 휘두른 죄. 다넬은 어깨를 약간 베었을 뿐 죽지는 않았어요.

다넬은 분노에 휩싸여, 함께 사는 여자가 범죄를 저질렀으니 야오를 벌주겠다며 이웃 농장주에게 야오를 팔아버렸어요. 야오는 가는 도중에 혀를 삼켜 목숨을 끊어버렸어요.

어린 티투바는 다넬의 명령으로 농장에서 쫓겨났어요. 그때 어떤 나이 든 여인이 티투바를 거둬 주었어요. 그녀의 이름은 만 야야. 사람들은 그녀를 두려워했어요.  

만 야야는 티투바에게 손수 만든 물약을 마시게 한 다음, 작은 빨간색 돌들을 엮어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면 말했어요.

"넌 살면서 고통을 받을 거다. 많이, 많이."  (21p)

"하지만 넌 살아남을 거다!"  (22p)

다정하게 아빠 노릇을 해줬던 야오는 끝끝내 죽음으로써 자유로워졌어요. 먼저 하늘로 간 아베나를 만났을 거예요.

티투바는 만 야야로부터 식물들에 대해 배웠어요. 모든 것이 살아 있음을, 모든 것에 영혼이 있고 숨결이 있음을 알려줬어요. 그리고 모든 것이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도.

꿈에서 티투바는 엄마를 만났어요. 그 꿈 이야기를 들은 만 야야는 이때부터 고차원의 지식으로 이끌었어요. 

"죽은 자는 우리 마음에서 죽어야만 죽은 거다. 

우리가 망자를 소중히 여기면, 우리가 망자에 대한 기억을 존중하면,

... 우리가 규칙적으로 망자를 추모하고 망자와 교감하기 위해 묵상을 한다면,

망자는 산다."   (23p)

만 야야는 기도와 주문, 속죄의 동작을 알려줬어요. 만 야야는 티투바의 열네 번째 생일이 지난 며칠 후,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는 법칙을 따랐어요. 티투바는 그녀를 땅에 묻으며 울지 않았어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그림자 셋이 교대로 주위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즈음 다넬이 농장을 매각하고 영국으로 떠났어요. 다넬의 소유가 아니었던 티투바는 다행히 노예시장에 끌려가지 않았어요. 돌아보니, 티투바의 인생에서 그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해요. 사랑하는 사람들의 육신은 떠났지만 그 영혼이 함께 있었기에 혼자가 아니었던 시기. 

만 야야의 예언대로 티투바의 인생은 파란만장했어요. 젊고 잘 생긴 노예 존 인디언과 사랑에 빠지는 바람에 자발적으로 노예의 삶을 선택한 티투바.

사악한 영혼을 가진 새뮤얼 패리스는 목사라서 늘 하느님의 이름을 입에 올리며 죄를 저질렀어요. 반면 아픈 사람들의 영혼을 어루만지며 치유해줬던 티투바는 배신을 당하고 마녀 취급을 당했어요. 단지 흑인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바베이도스에서 미국 보스턴 그다음은 세일럼에서 마녀로 몰려 죽을 고비를 넘겼고, 다시 섬으로 돌아왔으나 비극은 끝나지 않았어요. 티투바가 느꼈을 절망과 분노, 복수심. 그러나 티투바는 치유자로서의 운명을 포기하지 않았어요. 그녀의 영혼이 우리에게 말하고 있어요.

"두려워하지 마!  절대 겁먹지 마! 우리는 다시 만날 거란다."   (273p)

누구보다도 용감했던 티투바는 살아남았을 뿐 아니라 영원히 살아 있어요. 우리 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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