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마지막 투자처 도시재생
양팔석.윤석환 지음 / 라온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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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동네를 멀리 산책하다가 한 구역 전체 건물이 비어있는 걸 봤습니다.

알고보니 재개발 예정이라고.

법이 개정되면서 기존의 주택재개발사업과 도시환경정비사업이 통합되었다고 합니다.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규모 재개발사업을 보면서 좀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대한민국 마지막 투자처 도시재생>은 도시재생사업 중에서도 소규모주택정비사업에 관한 투자 가이드북입니다.

왜 도시재생이 새로운 투자 기회인지, 수년 뒤 부동산 시장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구체적인 투자 전략은 무엇인지 등을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부동산 투자라고 하면 전세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구입하여 시세 차익을 누리는 갭투자가 흔했는데, 정부의 규제로 다주택 투자가 줄어드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부동산 전문가들은 소규모주택정비사업에 주목했고, 최신 사례를 직접 확인하면서 앞으로 3년은 도시재생 투자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부동산 투자를 위해서는 투자자 본인이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지식을 갖춰야 합니다. 

이 책은 도시재생에 관한 A부터 Z까지 설명해주고, 마지막에는 '나만의 투자 전략'에 관한 팁을 알려줍니다.

부동산 투자는 좋은 위치와 좋은 물건을 알아보고, 어떻게 투자해야 할 지를 계산할 줄 알면, 좀더 구체적인 부분은 전문가에게 맡길 수 있다고 합니다.

과연 도시재생사업은 무엇이며, 어디까지 진척되었을까요.

정부가 진행하는 도시재생뉴딜사업의 유형은 크게 5가지로, 우리동네살리기, 주거지지원형, 일반근린형, 중심시가지형, 경제기반형으로 나뉘며 매년 대상 사업지를 선정하여 각 지역의 현황과 목적에 맞게 진행된다고 합니다.

2019년에는 12개 시·도의 22곳이 도시재생 뉴딜 대상 지역으로 선정되었고, 63개의 생활 SOC가 공급될 계획이라고 합니다. 서울의 금천구, 부산진구와 수영구, 대구 달서구, 광주 남구, 경기 평택, 안산, 의정부, 고양시 등이 선정되었는데,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이 우려되는 지역을 제외하고 있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거라고 합니다. 서울시의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선정된 곳은 현재 43개 구역으로 강북과 서남부 지역에 주로 분포하며 종로구와 구로구에 가장 많은 사업이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책에 자료가 자세하게 나와 있어서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원주민이라면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우선 도시재생 연관 투자를 하려면 해당 물건의 족보를 확인해야 합니다. 해당 지역이 언제 어떤 법으로 어디까지 개발되었고, 현재 어떤 상태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정비구역은 사업단계를 확인해야 하는데, 정비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정비구역이 지정되면, 재개발이나 재건축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므로, 구역 지정이 확정되는 타이밍과 여부가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때 사업이 마무리되지 못하고 정비구역이 해제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따라서 사업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진행하지 않고 개발행위의 제한이 풀릴 때를 기다려야 합니다. 또한 해제된 지역에서도 숨겨진 기회가 있으니 그걸 찾는 능력이 진정한 실력인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부동산 관련 지식이 전혀 없다면 다소 어려울 수 있습니다. 쉽게 설명되어 있지만 부동산 관련 법과 용어들이 낯설기 때문에 한 번 읽는다고 해서 다 알 수는 없습니다.

중요한 건 투자의 기본을 배울 수 있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투자는 자질과 능력, 여건이 갖춰져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자질과 능력을 키우기 위한 첫걸음인 것 같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성공을 향한 지름길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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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을 바꾼 커피콩 한 알 - 긍정적인 변화를 쉽게 만드는 방법
존 고든.데이먼 웨스트 지음, 황선영 옮김 /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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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커피를 마시지만 커피콩을 보는 경우는 드뭅니다.

커피콩이 볶아지고 가루가 되고, 커피로 우러나는 과정들을 의미있게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과정을 생략한 채 완성된 커피만을 즐기다보니 커피의 본질을 놓쳤던 것 같습니다.

커피콩 한 알에서 인생을 배우는 책.

이 책은 작고 얇습니다.

그림이 많아서 얼핏 보면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 같기도 합니다.

사실 이 책은 누구나 읽을 수 있습니다. 굳이 독자의 대상을 한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저자의 이름을 보고 어른들을 위한 자기계발서라는 꼬리표를 달았을 뿐.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존 고든은 <에너지 버스> <열정> 등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미국 최고의 긍정 에너지 전문가입니다. 유명한 분!

또 한 명의 저자 데이먼 웨스트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됐습니다. 놀랍게도 데이먼 웨스트가 커피콩의 교훈을 처음 전파한 장본인입니다.

2018년 여름, 존 고든은 클렘슨 대학교 미식축구 감독의 사무실에서 웨스트의 커피콩 이야기를 듣게 됐고, 이후 직접 그를 만나서 함께 책을 집필하게 되었답니다.


당신은 당근인가요?

달걀인가요?

아니면 커피콩인가요? 

   (9p)


우리는 각자 자신을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든 '나'라고 규정할 수 있는 본질은 무엇일까요.

설명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비유를 통해 좀더 쉽게 설명할 수는 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 당근 vs 달걀 vs 커피콩 ] 으로 각자의 본질을 찾게 될 것입니다.

각각 의미하는 바는 책을 통해 확인했으면 좋겠습니다. 누가 전해준 말이 아니라 책에 적힌 글을 통해서 천천히 그 의미를 되새겼으면 합니다.

뜨거운 물 속에 넣은 커피콩처럼 시간은 걸려도 결국에는 물이 커피로 바뀌듯이, 그 변화를 느끼길 바랍니다.

여기에서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나'라는 본질은 환경에 따라 다양한 선택을 하는 것이지, 본질 자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 내면에는 자신을 지키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꾸준히 힘을 키우지 않으면 주변 환경에 영향을 받고 쓰러질 수 있습니다.

누구나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건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다시 힘을 키우면 됩니다. 

지금 나의 모습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해서 실망할 수는 있겠지만 거기에 멈춰 있으면 안 됩니다. 

'나'의 본질은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앞서 당신은 당근인지, 달걀인지 아니면 커피콩인지 묻는 질문은 단순한 질문이 아닙니다. 살다보면 어떤 때는 당근이었다가 달걀이었다, 다시 커피콩이 됩니다.

그러니까 지금 당근이나 달걀이라고 해서 '난 안돼'라고 포기할 게 아니라, 바로 '커피콩'을 선택하면 됩니다.

아무리 좋은 교훈도 자신이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으면 길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와 같습니다. 

<내 인생을 바꾼 커피콩 한 알>은 가장 간단하면서도 강력한 교훈을 전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선택은 각자의 몫입니다.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당신의 미래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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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은 어떻게 삶을 움직이는가 - 불확실한 오늘을 사는 우리가 놓치고 있는 확신의 놀라운 힘
울리히 슈나벨 지음, 이지윤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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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읽은 어떤 책에서 주인공은 다른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안에 살겠다는 확신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때 제 머릿속에 든 생각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확신은 어떻게 삶을 움직이는가?"

궁금했던 그 질문이 이 책의 제목입니다.

'확신'에 대한 해답.

이 책에서는 위기와 절망에서 벗어나는 도구가 '확신'이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영웅이나 위인만이 가진 능력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자리하고 있는 평범한 자질이라는 것입니다.

우선 '확신'이라는 단어에 대한 개념을 분명하게 정의해야 합니다.


낙관주의자와 확신주의자, 비관주의자는 다르다. 어떻게 다를까?

우유통에 개구리 세 마리가 빠졌다. 

비관주의자라면 "아이고, 망했네. 나갈 길이 없잖아." 하며 우유에 빠져 죽는다.

낙관주의자라면 "걱정할 것 없어. 잘못된 건 하나도 없으니까. 신이 구해줄 거야." 하고 노래를 부르며 도움을 기다린다. 

그러다 점점 줄어드는 노랫소리와 함께 우유에 빠져 죽는다.

확신주의자라면 "힘든 상황이긴 해도 헤엄쳐야 하는 건 평소와 똑같잖아." 라며 몸을 띄우고 팔다리를 움직인다.

우유가 버터가 될 때까지. 그리고 굳은 버터 조각을 박차고 우유통 밖으로 뛰쳐나온다.

... 확신은 허구의 희망에 휩싸이는 대신 상황의 본질을 똑바로 바라보는 시각을 말한다.

여의치 않은 상황에 놓였을 때 위축되는 대신 아주 작게나마 자신에게 남은 여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태도다.  (17-18p)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계속되면서 불안과 두려움이 퍼져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누군가는 절망과 좌절 속으로 빠져들고, 누군가는 타인이나 세상을 향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습니다. 다들 어찌 할 방법을 몰라 헤매고 있는 것입니다.

저자는 희망을 잃은 사람들에게 뇌과학, 심리학, 철학을 통해 자신이 발견한 삶의 동력, 즉 '확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말하는 확신은 긍정도 낙관도 아닌, 어떤 상황에서도 삶의 본질적인 이유와 기회를 찾는 태도를 뜻합니다. 이러한 삶의 확신이 우리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는 실천적 믿음이며 삶에 필요한 동력을 만들어낸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오늘날 우리가 선택해야 할 삶의 태도는 '확신주의자'라는 것.


확신을 갖고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놀랍게도 확신의 힘을 보여주는 사례들이 있습니다. 

프랑스 소설가 장 지오노가 1954년에 발표한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실화가 아닙니다. 그러나 소설가가 지어낸 이야기가 현실에서 이루어졌으니, 그 주인공은 야쿠바 사와도고이며 실제로 아프리카 사막에 숲을 일궜습니다. 그것도 혼자서. 역경 앞에서도 그가 하는 행동은 항상 똑같이,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습니다. 사와고도의 가장 큰 업적은 숲을 일군 게 아니라 평생에 걸친 행동으로 확신을 실제 사례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비행기 추락 사고에서 살아남은 소녀 율리아네 쾨프케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된 건 상황에 따라 다른 결정을 해야 한다는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재난 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매뉴얼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한 가지, 재난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는 한 그 상황을 헤쳐 나올 수 있다는 것만은 동일합니다.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믿음과 확신을 굳건히 지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 중에서 글쓰기는 두려움을 길들이는 치유 효과가 있다고 합니다. 책에 소개된 확신주의자들을 보면 대부분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썼습니다. 내적 태도의 전환은 그냥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아는 것만으로 변화를 일으킬 수는 없습니다. 변화하고자 하는 사람은 뇌 구조부터 바꿔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을 들여 새로운 경험을 반복해야 합니다. 글쓰기뿐 아니라 기분을 전환하는 신체적 활동 그리고 유머는 확신을 지키는 강력한 무기라고 합니다. 중요한 건 우리가 확신의 가치를 알고 지켜낼 수 있느냐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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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발견 - 나의 특별한 가족, 교육, 그리고 자유의 이야기
타라 웨스트오버 지음, 김희정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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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아이다호 높은 산봉우리 벅스피크가 보이는 그곳에 살고 있어요.

주인공 타라는 일곱 살 무렵에 자신의 가족이 다른 가족들과 다르다는 걸 알았어요.

언덕 기슭에 있는 타라 집, 그 아래 국도를 지나가는 통학버스는 멈추지 않고 쌩 지나가요.

왜냐하면 타라네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지 않거든요.

처음에는 미국 드라마 <초원의 집>과 같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라고 여겼어요.

비록 학교는 다니지 않지만 산, 계곡, 아이다호가 펼쳐진 농장에서 자유롭게 뛰놀 수 있으니까.

그러나 곧 뭔가 심상치 않다는 걸 감지했어요.

아버지의 맹목적인 신앙.

아버지와 할머니는 날마다 다퉜어요. 아버지가 하루종일 일하는 폐철 처리장이 지저분하다는 문제도 있지만 주로 아이들 때문이었어요.

할머니는 아이들을 야만인처럼 산이나 헤매고 다니게 하지 말고 학교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었고, 아버지는 공교육이 신에게서 멀어지게 하려는 정부의 음모라고 여겼어요. 아버지가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7남매 중 첫째, 둘째, 셋째 아들, 즉 토니, 숀, 타일러는 학교에 다니다가 자퇴했어요. 토니는 고등학교까지 다녔지만 폐철 처리장에서 일하느라 졸업을 못했어요. 셋째 타일러는 학교에 다닌 기억이 거의 없지만 열세 살이 되었을 때 8학년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어요. 일년간 학교를 다니며 대수학을 배웠는데 8월 위버가 사건이 발생하면서 더 이상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됐어요. 그래도 타일러는 독학으로 공부를 계속했고 대학에 갈 거라고 선언했어요.

막내딸 타라는 오빠 타일러가 집을 떠날 줄 몰랐어요. 오빠 자신도 어떻게 그런 확신을 갖게 되었는지 설명하지 못했지만, 타라는 오빠가 혼자 듣던 음악 때문일 거라고 늘 생각했어요. 가족들은 아무도 듣지 못하는 희망의 멜로디, 오빠가 삼각함수 책을 살 때, 그 모든 연필밥을 모을 때 흥얼거렸던 그 비밀의 멜로디.

다 읽고 나서야 이해가 됐어요. 

배움의 발견.

타일러는 자신만의 새로운 인생을 개척할 수 있는 힘을 키웠던 거예요. 배움을 통해서.

똑똑한 타라는 한 번도 학교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기 때문에 타일러처럼 과감하게 떠나지 못했어요. 타일러의 도움으로 열일곱 살이 된 타라는 ACT(American College Testing. 미국 대학 입학자격 시험 중 하나.) 시험을 통과해 브리검 영 대학교에 입학하지만 아버지와 숀 오빠 때문에 좌절과 고통의 시기를 겪게 돼요. 아버지가 늘 말했던 '우리'와 '그들' 사이가 이토록 간극이 클 줄은 몰랐어요. 모르몬교, 이 종교에 대해 아는 바도 없지만 더 알고 싶지도 않아요. 

누구라도 이 책을 읽는다면 타라가 살아온 삶을 통해서 그 심각성을 확인하게 될 거예요. 세상과 단절된 채 맹목적인 신앙으로 산다는 게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심한 교통사고를 당하고도 병원 치료를 거부한 채 후유증을 앓는 모습이나 폐철 처리장에서 위험한 전단기 작업을 어린 자녀들에게 시키는 아버지의 모습은 끔찍한 공포 영화 못지 않았어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는데, 그 진실을 알고 나서 더 큰 충격을 받았어요. 

모든 불행의 원인은 바로...

참으로 안타깝고 마음이 아팠어요. 그나마 위로할 수 있는 건 타라는 19년 만에 깨달았다는 거예요. 가족에게 휘둘리고 자신을 부정해야 했던 소녀가 당당하게 자신의 인생을 살게 되기까지는 험난한 여정이에요. 피할 수 있었던 불행이라고 생각하면 견디기 힘들 것 같아요. 그저 돌이킬 수 없는 과거일 뿐.

세상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아요. 타라와 그의 가족들처럼.

한 가지 확실한 건 타라가 결국에는 해냈다는 사실이에요. 배움이 가져다 준 놀라운 깨달음.



...어떤 식으로 기억하겠다고 결심했든지 간에

그 사건은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이제 그때를 돌이켜 보면서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때문이 아니라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내가 기록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불확실성을 인정하는 것은 약하고 무력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셈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신뢰를 잃지 않는 행동이다.

나약하지만 그 나약함 안에 힘이 들어 있다.

다른 사람의 마음이 아니라 자기 자신 안에 살겠다는 확신.

그날 밤 내가 쓴 단어들 중 가장 강한 단어는 분노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의혹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라고 쓴 부분 말이다.

확실히 알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확실히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말에 

휩쓸리길 거부한 것은 내가 그때까지 한 번도 나 자신에게 허락하지 않은 특권이다.

그때까지의 내 삶은 늘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서술되어져 왔었다.

그들의 목소리는 강하고, 단호하고, 절대적이었다. 

내 목소리가 그들의 목소리만큼 강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것이다.  (311-312p)


「자신이 누군지를 결정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그 사람의 내부에 있어요.」

그가 말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이 상황을 <피그말리온>에 비유하더군요. 

타라, 그 이야기를 생각해 보세요.」

케리 박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날카로운 눈과 꿰뚫는 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주인공은 좋은 옷을 입은 하층 노동자였어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이 생기기 전까지는.

일단 그 믿음이 생긴 후에는 그녀가 무슨 옷을 입고 있는지가 전혀 중요하지 않게 됐지요. (38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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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편지
김숨 지음 / 현대문학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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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나는 편지를 쓴다.

잠잠히 흐르는 물결 위에.

열다섯 살 먹도록 글자를 배우지 못해 내 이름조차 쓸 줄 모르지만

물결로 검지를 가져가면 글자가 저절로 써진다.

검지를 너무 깊숙이 담그면 글자가 뭉개지기 때문에

손톱이 살짝 잠길 만큼만 담가야 한다.“ (7-8p)

 

<흐르는 편지>를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일본군 위안부가 된 열다섯 살 소녀 금자가 강물 위에 쓴 편지는 가슴에 고인 눈물입니다.

어린 소녀는 자신이 어디로 끌려왔는지도 모른 채 참혹한 일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아기를 배었고그 사실을 숨긴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습니다.

소녀는 초승달을 보며 아기가 죽어버리기를 빌고 있지만 그건 진실이 아닙니다.

밤마다 송장놀이를 하듯 이 지옥 같은 현실을 부정하는 것입니다.

죽으면 이 고통이 끝날까요... 그러나 죽을 수도 없고죽고 싶지도 않습니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소녀는 실낱 같은 희망을 붙잡고 있습니다흐르는 편지 위에 적고 있습니다.

어머니보고 싶은 어머니에게 편지를 쓰는 소녀도 이미 뱃속 아기의 어머니입니다.

끔찍한 전쟁 속에서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는 위안부 소녀는 끝까지 인간의 존엄성을 잃지 않습니다

불행하게 잉태된 아기일지라도 살기를 바라고자신을 짓밟은 군인을 위해서 살아 돌아오라고 빌어줍니다

세상은 소녀를 버렸는데소녀는 이 세상을 구원하고 있습니다.

 

낙원위안소에 온 첫날 악순 언니는 내게 물었다.

너는 무슨 죄를 지어서 조센삐가 되었지?”

조선말로 물었지만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아무 말도 못 했다.

나는 자신에게 묻고 묻는다너는 무슨 죄를 지어서 조센삐가 되었지?

정말나는 무슨 죄를 지어서 조센삐가 되었을까. (26p)

 

자신이 낳은 아기를 중국 여자에게 준 악순 언니두고 온 딸 생각에 술을 마시는 을숙 언니,

아편 중독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점순 언니땅에 녹슨 못으로 편지를 쓰는 끝순

정신을 놓고 정수리 머리카락을 뽑아대는 요시에앞을 못 보는 금실 언니 곁에 꼭 붙어있는 은실

일본군 애인을 둔 해금맨날 지정보살을 부르는 연순 언니욕쟁이 군자 언니 

그리고 일본여자 이름으로 죽어간 수많은 소녀들당신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어떤 죄도 짓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악을 쓰며 화를 내야 마땅합니다조국은 왜 나를 지켜주지 못했느냐고.

원통한 것은 그때뿐만이 아니라 지금도 여전히 위안부에 관해 막말을 해대는 사람들 때문입니다.

인간이라면 차마 입에 올릴 수 없는 말들입니다분명히 그 말에 대한 책임과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일본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비롯한 과거사에 관한 진심어린 사죄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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