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궁금할 때 빅 히스토리 - 빅뱅에서 당신까지
신시아 브라운 지음, 이근영 옮김 / 해나무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세상에 대한 호기심으로 질문을 던져보세요.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지는 이야기, 바로 빅 히스토리가 있어요.


"빅 히스토리는 빅뱅부터 현재까지

과거와 현재의 모든 것에 대한 거대한 이야기다.

... 빅 히스토리에는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연구하는 인류의 모든 지식이 포함된다.

빅 히스토리는 과학과 인문학을 결합한다."  

        - 신시아 브라운  (13-14p)


"빅 히스토리는 시간의 전체 역사를 알려주려는 시도다.

그것은 시간과 공간의 지도라고 할 수 있다.

그 지도 안에서 당신의 위치를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을 통해 당신이 어디에 있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데이비즈 크리스천   (15p)


<세상이 궁금할 때 빅 히스토리>는 빅 히스토리에 관한 책이에요.

저자 신시아 브라운은 미국 존스홉킨스 대학교에서 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년간 세계사를 가르쳤다고 해요.

캘리포니아 도미니칸 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를 역임하면서 모든 신입생이 필수로 듣는 빅 히스토리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데 기여했어요.

빅 히스토리 개념의 창시자 데이비드 크리스천과 함께 국제 빅 히스토리 협회를 설립했으며, 빅 히스토리 대중화에 기여한 인물이에요.

굳이 이러한 이력을 소개하는 이유는 그것이야말로 이 책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이에요.

이 책은 저자의 세 번째 빅 히스토리 책이라고 해요.

저자는 고등학교 1학년을 가르친다는 생각으로 가능한 아주 명쾌하고 쉽게 빅 히스토리를 설명하고 있어요.

한 마디로 빅 히스토리 입문서라고 할 수 있어요.

빅 히스토리가 무엇인지, 빅 히스토리의 전체 구조를 알기 쉽게 각 장으로 나누어 알려주고 있어요.

다양한 빅 히스토리의 해석을 이해하려면 기본적인 용어부터 짚고 넘어가야 해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등장하는 이행기를 임계국면 thresholds 이라고 불러요. 이 용어는 데이비드 크리스천이 처음 사용했어요.

지속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난 시기를 지칭하는데, 이 책에서는 우주에 무엇인가 새로운 것이 나타나는 8개의 임계국면을 다루고 있어요.

빅뱅, 별과 은하의 탄생, 무거운 화학 원소의 등장, 태양계의 탄생, 생명의 탄생, 호모사피엔스의 등장, 농업의 탄생, 산업화의 등장.

과학자가 던지는 질문이 새로운 지식을 발견하는 힘이 되듯이 이 책은 읽는 독자 스스로 질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그래서 저자는 각 장마다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늘 새로운 발견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책의 내용은 끊임없이 바뀔 수밖에 없어요. 

사실 아무리 설명해도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분야가 양자역학인 것 같아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가장 작은 물질이 존재한다는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에요. 

우리 몸 안에 있는 모든 원자에 들어 있는 소립자들은 우주 최초의 시간에 만들어졌다고 해요. 우리 몸 안의 양성자, 중성자, 전자는 우주 최초의 1초 동안에 만들어졌다는 건 몸을 구성하는 원자의 절반 이상이 현재와 같은 형태로 약 138억 년 존재해왔다는 걸 의미해요. 

특별히 이 책에서는 빅 히스토리를 탐구하는 빅 히스토리언들을 소개하는 코너와 과학자가 여전히 갖고 있는 질문을 소개하고 있어요.

각 장마다 더 보면 좋을 자료가 나와 있어서 새로운 궁금증과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볼 수 있어요.

호기심이 과학자들을 자극했고, 과학적 발견을 가능하게 만들었듯이 빅 히스토리는 우리에게 흥미와 지적 자극을 주고 있어요.

결국 빅 히스토리는 우리에게 과거와 현재의 지도를 제공함으로써 역사 속 인간의 위치를 깨닫게 해줘요. 우리는 지금 거대한 전환의 시대를 살고 있어요. 어떻게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우리 모두의 과제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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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9
찰스 디킨스 지음, 유수아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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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 시절에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나 <크리스마스 캐럴> 등은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올리버 트위스트>는 줄거리만 알고 있었지, 읽어보지 못했습니다.

근래 세계문학 작품들을 새롭게 읽게 되면서 뜻밖의 발견을 하게 됐습니다.

바로 고전의 가치!

마치 모든 문을 열 수 있는 만능열쇠처럼, 고전을 읽노라면 각자의 상황에 알맞은 인생 수업을 받는 느낌입니다.

사실 <올리버 트위스트> 완역본을 처음 봤을 때, 굉장한 장편이라 놀랐습니다.

이야기 자체의 줄거리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올리버 트위스트의 인생과 모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좀더 자세한 설명을 덧붙이자면 모든 역경에서 살아남은 소년 올리버 트위스트를 통해 인간의 선과 악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다는 것.

시대적인 요소를 제외한다면 거의 일일드라마를 떠올리게 할 정도로 스펙타클한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정작 주인공 올리버 트위스트보다는 주변 인물들에게 집중 조명된 점이 이 소설의 묘미인 것 같습니다.


찰스 디킨스는 저자 서문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범죄자들과 런던 인구의 하류층에서 선정되었다는 점이

아주 조잡하고 충격적인 설정으로 보일 것이다.

사익스는 도둑이고, 페이긴은 장물아비이며, 소년들은 소매치기에다가, 주인공 소녀는 매춘부이다.

하지만 나로서는 가장 추하고 불쾌한 이야기에서도 가장 순수하고 선한 교훈이 얻어질 수 있음을 인정한다.

... 내가 보기에 그러한 범죄 공모자들의 고리를 실제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 것, 

즉 그들의 뒤틀린 모습과 비참함과 그들의 불결하고 궁핍한 생활상을 현실 그대로 보여주고,

한결같이 삶의 가장 더러운 길을 불안스럽게 숨어다니다가

마침내 저 거대하고 어둡고 끔찍한 교수대에서 생을 마감하게 될 전망을 보여주는 것이야말로,

매우 필요하고 또 사회에 이바지하는 시도라고 여겨졌다.

그래서 나는 그 일을 시도했고,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9-11p)


1838년 출간된 <올리버 트위스트>를 2020년에 읽었습니다.

세월이 흘렀고, 시대는 바뀌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니 인간의 본성는 바뀌지 않았습니다.

영국 사회의 불평등한 계층화와 추악한 이면들이 올리버 트위스트라는 소년을 통해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탐욕은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범죄는 끊이지 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한 의지를 가진 인간들이 존재하기에 절망 속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습니다.

처절한 악당의 최후를 보면서 통쾌함보다는 씁쓸함이 더 컸습니다. 그들은 뿔 달린 악마가 아니라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므로.

결국 소설 속에서 주목받지 않았던 주인공 올리버 트위스트야말로 우리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양심의 상징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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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리듬의 과학 - 밤낮이 바뀐 현대인을 위한
사친 판다 지음, 김수진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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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간헐적 단식을 몇 주 동안 했던 적이 있습니다.

놀라울 정도의 효과는 아니어도 나름 컨디션이 좋아졌다는 걸 느꼈습니다.

꾸준히 지금까지 했더라면 좋았겠지만...

잠자는 시간이 늦어지고, 야식을 몇 번 먹으면서 간헐적 단식의 룰이 깨지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 몰라보게 컨디션이 나빠지더니 감기가 낫질 않아 고생했습니다. 아~ 뿌린 대로 거두리...


<생체리듬의 과학>은 생체리듬 연구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사친 판다의 책입니다.

과학자도 아닌데 굳이 과학 연구 내용을 알아야 할까라는 의문이 든다면?

잠시 의문을 거두고, 일단 이 책을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그 어떤 건강 관련 서적보다도 더 유익하고 소중한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사친 판다의 연구를 바탕으로 생체시계가 왜 중요한지, 어떻게 생체시계를 최적화할 수 있는지를 자세히 알려줍니다.


'생체주기 circadian'라는 용어의 어원은 

라틴어로 '둘레'라는 의미의 circa 와 '하루'라는 의미의 diem 이 결합된 것이다.

따라서 모든 식물과 동물, 인간이 '하루라는 시간 동안' 드러내는 생물학적 과정이 생체리듬이다.

이러한 리듬은 실제로 여러 종 種 간에 상호 연결되어 있으며 

체내의 생체시계 혹은 생물학적 시계 internal circadian or biological clock 에 의해 통제된다.

여기서 말하는 생체시계는 흔히 떠올리는 '똑딱거리며 흘러가는 생체시계'와는 성질이 매우 다르다.

... 우리 세포는 거의 모두가 저마다 이런 생체시계 가운데 하나를 지니고 있다.

이 시계는 밤낮으로 다양한 시간에 수천 개의 유전자를 가동하거나 멈추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이러한 유전자들은 모든 측면에서 우리의 건강에 영향을 준다.

... 이런 일상리듬이 하루나 이틀 잠시 방해를 받으면 우리 생체시계는 이 유전자들에 올바른 메시지를 보내지 못한다.

그러면 우리 몸과 마음은 우리에게 필요한 만큼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만약 이러한 교란 상태가 며칠간, 몇 주  혹은 몇 달 동안 계속된다면 

우리는 모든 유형의 전염병과 질병에 무릎을 끓게 될지 모른다.  (7-8p)


아마 이 책이 아니어도 생체리듬에 대해 이미 들어봤을 겁니다.

생체리듬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었습니다. 그래서 고장난 생체시계가 건강을 위협한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일텐데.

문제는 어떻게 자신의 생체리듬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흥미로운 연구 내용을 통해 생체리듬의 중요성을 제대로 알려준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제 경우만 보더라도 간헐적 단식으로 효과를 본 사람들의 체험담에 자극을 받아 시도했으나 작심삼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일시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생활 습관으로 자리잡으려면 좀더 확실한 동기부여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생체리듬 연구는 과학적 논리로 저를 납득시켰습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는 말이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연구 결과에 따른 조언이라는 점.

누구나 "뇌 건강을 위한 시간제한 식사법"으로 생활습관을 바꾼다면 생체리듬을 회복할 수 있으며 건강한 상태로 회복될 수 있습니다.

명칭만 다를뿐이지 간헐적 단식과 동일한 방법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식사를 하고 공복 상태를 오래 유지하면 우리 뇌와 몸에 내재한 생체시계의 시간을 제대로 맞출 수 있다고 합니다. 시간제한 식사법은 수면의 질을 자연스럽게 향상하므로 일상의 컨디션이 좋아지는 효과로 이어집니다. 여기에 운동을 병행한다면 최적의 생체리듬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타이밍입니다.

저자의 말처럼 생체리듬을 회복하는 일이 엄청난 도전이 아니라, 몇 가지 간단한 습관들을 실천하면 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생체리듬에 맞는 완벽한 하루를 위하여, 바로 실천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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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 몸에 밴 상처에서 벗어나는 치유의 심리학
다미 샤르프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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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친구와 속깊은 대화를 나누다가 밝은 모습 이면에 숨겨진 상처를 보게 됐습니다.

'많이 아팠겠구나.'라며 공감하면서 문득 의식하지 못했던 내면의 아픔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다락방에 넣어둔 오래된 물건을 갑자기 발견한 듯, 그 아픔의 정체는 바로 나의 상처였습니다.

기억하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닌 것을 깨닫는 순간, 보였습니다.


<당신의 어린시절이 울고 있다>는 심리치료사이자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 다미 샤르프의 책입니다.

32년 동안 심리치료사로 활동하면서 '신체 감정 통합 치료법'(SEI, Somatishe Emotionale Integration)이라는 자신만의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마음의 상처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치유 안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인간이란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존재라는 것, 아무리 강해 보이는 사람도 결코 혼자서는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원제가 '오래된 상처도 치유될 수 있다 Auch alte Wunden konnen heilen'인데, 이 한 마디만으로도 용기가 생깁니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은 척 숨기지 말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야 할 때입니다.


# 뇌는 기억하지 못해도 몸은 기억한다

만약 임신, 분만, 분만 직후의 시간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면 이 경험들은 결핍감을 낳는다.

외로움, 단절, 무의미, 무가치 등의 감정이 생겨난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은 평생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세상이 낯설다는 느낌을 안고 살아간다.

환영받지 못한 기억이 불안감을 남긴 것이다.

이들 내면에 깊은 그리움을 알고 살면서 평생 안식처를 찾아 헤맨다.

사실 종국적인 안식처는 자기 자신의 몸이다.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는 것, 자기 몸을 느끼는 것이 결론인 것이다.

우리는 "너 지금 어디 있니?"라는 질문을 하면서 이 세상에 온다.

이 아름다운 질문은 애착 연구에서 사용하는데 

태어난 순간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에게 평화가 깃들기 때문이다.   (61p)


# 몸이 없으면 우리는 죽는다

자신의 몸을 지각하는 것은 심리치료의 출발이다.

지나치게 지식과 이성의 세계를 강조하는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모른 채 살고 있지만 

우리는 몸이 없으면 죽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항상 의식해야 한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식이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지적인 인지 능력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식은 긴 변화의 첫 번째 발걸음일 뿐이다.

머리로 뭔가를 이해했다고 해서 행동이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몸 그 자체이다. 몸을 통해 느끼고 파악하고 바꿔나가야 한다.

...그러므로 몸으로 감정을 느끼고, 살아 있음을 느끼고, 결속감을 느껴보자.

혀로 음식의 맛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의 피부에 접촉하면서 편안함을 느끼는 일.

인간관계에서 주고받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몸이 꼭 필요하다.  (162-163p)


나의 감정과 느낌에는 언제나 뿌리가 있습니다. 이때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은 현재 상황에 대한 감정이나 느낌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린 시절에 신체 감각을 통해 저장된 기억이라는 것입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오래된 상처에서 파생된 고정관념이나 행동 패턴이 계속 유지되고, 우리 몸도 오래된 것에 강하게 지배받게 됩니다.

우리의 뇌는 절전 모드상태에서 익숙한 패턴대로 그냥 움직인다고 합니다. 이런 기능은 인간이 행동을 바꾸는 게 왜 그렇게 힘든지를 설명해줍니다.

그러니까 '왜 나는 안 될까?'라고 낙심할 것이 아니라 원인을 제대로 알고 그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합니다.

내 몸에 익숙해진 패턴을 바꾸려면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이를 의식적으로 기억하고 뇌에 저장해야 합니다.

따라서 신체 심리 치료는 몸을 통해 그 사람의 과거, 옛 상처와 트라우마를 드러내고, 신체 지각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긍정적 변화에는 긴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유대감이 필요합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함께라서 할 수 있는 일, 그게 행복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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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깊은 바다
파비오 제노베시 지음, 최정윤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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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수영장에서 수영을 배우던 날이 생각나네요.

잔뜩 겁을 먹고 몸에 힘을 줬더니 자꾸만 가라앉아서 도저히 몸을 쭈욱 펼칠 수가 없었어요.

몸에 힘을 빼야 물 위에 뜬다는 걸 아무리 얘기해줘도 시도조차 못했는데...

우연히 물에 빠져 버둥대다가 알게 됐어요. 


『물이 깊은 바다』는 파비오 제노베시가 2017년에 발표한 자전적 소설이라고 해요.

"...별난 가정에서 자라는 것은 저주인 동시에 놀라운 일입니다.

숨막힐 정도로 애정이 넘치고 우스꽝스러운 여행이라고 할 수 있죠.

어깨 너머에 산이 있고 지중해가 인접한 자그마한 마을을 방문하는 동안

여러분도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놀라움을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또한 나의 집, 내 가족의 집은 바로 여러분의 집이라는 것도 깨닫게 되길 바랍니다."

     - 2019년 12월 파비오 제노베시 [한국어판 저자 서문 중에서]


바닷속이 얼마나 깊은지는 들어가봐야 알지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점점 그 깊숙히 빠져드는 느낌을 받았어요.

여섯 살 파비오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자신과 가족들이 괴짜라는 걸 전혀 몰랐어요.

참으로 우습죠?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사람들이 더 이상한 건데, 우리는 그들에게 깜박 속아서 정상인 척 흉내내고 있으니까요.

파비오에겐 부모님과 열 명의 할아버지들이 있어요. 

외할아버의 노총각 형제들인데, 이 대가족에서 태어난 아이가 오직 파비오뿐이라서, 이들 모두의 손자가 된 거예요. 

파비오가 가족의 저주 이야기를 들은 건 우연이었어요. 엄마와 테레사 아줌마의 대화에서 분명 "이게 다 그 저주 때문이야"라는 말을 들었거든요.

엄마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못박았지만 파비오가 계속 졸라대자 말해주셨어요.

"정말 아무 일도 아니란다, 파비오, 우리 집안 남자들에 대한 터무니없는 이야기야.

마흔 살이 될 때까지 결혼하지 않으면 미치광이가 된다고들 하더라. 이게 다야."  (28p)


파비오는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빠 조르조는 마흔 전에 리타와 결혼했으니까.

괴짜 할아버지들, 아니 정확하게는 삼촌들이 이상하게 행동하는 건 파비오도 이해할 수 없지만 그들을 사랑해요. 삼촌들도 파비오를 엄청 사랑해서 한시도 가만두질 않아요.

낚시며 사냥이며 어디든 데리고 다니려고 하죠. 학교에 가기 전까지는 또래 친구와 놀아본 적이 없을 정도였죠. 

하지만 학교를 다니게 된 파비오는 삼촌들 극성에 지쳤고, 그걸 알아차린 아빠가 구해줬어요. 매일 오후 파비오를 바다에 데려가 페달보트에 태워 고요한 바다로 도망쳤어요.

어느날 아빠가 난데없이 "이제 다이빙하자"라고 말했고, 파비오는 숨이 멎는 듯 했어요. 그래서 물이 차가워서 싫다고 했어요. 조금 무섭다는 말을 덧붙였어요.


"뭐가 무섭니?"

"저기 아래에 있는 거요. 상어, 범고래, 문어, 고래, 왕오징어 말이에요......"

내가 해양 동물들을 줄줄이 말하는 동안 아빠는 그 아래 그렇게 많은 것들이 돌아다니는데

어째서 우리 낚싯바늘에는 아무것도 걸리지 않는 건지 물었다.

난 왜인지 몰랐다.

... 그때, 내 낚싯대의 찌가 움직였다.  (71-72p)


여덟 살 파비오는 낚싯대를 올리다가 그만 바다에 빠졌어요. 발이 닿지 않는 깊은 곳에서는 수영을 해본 적 없는 파비오는 발버둥쳤고 아래로 가라앉았어요.

아빠가 뭔가 말했는데 물을 먹느라 듣지 못했어요. 토할 것 같았고 죽을 것 같았지만 아직 숨을 쉬고 있었고 머리가 물 밖으로 나와 있었어요. 아빠가 한쪽 팔을 뻗어서 나를 잡아 끌어 올렸어요.


"이제 수영할 줄 알지, 행복하니?"  (74p)


저는 이 장면이 인상적이에요. 바다에 빠져 잔뜩 물을 먹었지만 발도 닿지 않는 깊은 바다에서 빠져 죽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파비오.

수영은커녕 살아 있는지조차 확신이 없는 여덟 살 소년에게 행복을 묻는 아빠.

아빠가 늘 하시던 얘기가 있어요. 네 물고기는 말이야, 파비오, 아무도 잡아가지 않아.

평소 거의 말이 없는 아빠지만 파비오에게 놀라운 인생 교훈을 알려주셨던 거예요. 아마 이 책을 다 읽고나면 그 뜻을 비로소 깨닫게 될 거예요.


아무도 당신의 물고기를 잡아가지 않는다.

이상하게 헤엄치고 마구잡이로 헤엄쳐도 

결국은 당신에게로 온다.   (75p)


돈 대신에 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선택했던 현명한 아빠는 훗날 또 다른 모습으로 감동을 주네요.

파티에서 초대받지 않은 아빠와 삼촌들이 등장했을 때, 와우, 정말이지 소름돋는 명장면이었어요. 언뜻 영화 <기생충>이 떠올랐는데, 이 영화의 결말과는 달리 통쾌하고 후련해서 좋았어요. 역시 그 아빠의 그 아들답게, 파비오는 행복이 뭔지 아는 사람이었어요. 바로 나만의 물고기!

만치니 집안의 저주, 남들은 저주라고 여기겠지만 그건 뭘 모르는 사람들 얘기였어요.


지금 우리처럼 이상한 것이 저주라면, 잘됐다, 저주 걸린 사람들 만세.  (42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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