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 - 하
김동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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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설의 장점은?

제약이나 한계 없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

<프라임>은 지극히 현실적인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거의 불가능한 일들을 실현시켜주는 소설이에요.

정말이지 소설이니까 가능한 일들, 그래서 읽다보면 묘한 쾌감이 있어요.

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19 판데믹으로 인해 큰 위기에 처했고 동시에 새로운 길로 들어섰다고 볼 수 있어요. 이전과는 다른 세계.

세계적인 석학들은 코로나19 이후 한국이 글로벌 리더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어요.

그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한국이 이토록 선진국의 위상을 드러낼 줄이야. 

위기 상황 속에서 전 세계적인 협력이 필요하듯이, <프라임>에서는 레임덕에 빠진 대통령이 파격적인 해법으로 남북 협력을 이뤄내고 있어요.

현실에서도 한 번도 시도된 적 없는 해법. 그 해법이 무엇인지는 알려줄 수 없지만, 왜 시도된 적이 없는지는 말해줄 수 있어요.

그건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


원래 정치라는 소재가 딱딱하고 진지하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프라임>을 읽으면서 바뀌었어요.

마음은 가볍게, 대신 생각은 깊게. 

어떻게 해야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될 수 있을까요.

그것이 이 소설이 우리에게 던지는 화두인 것 같아요.

<프라임>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대한민국의 모습을 판타지 드라마가 아닌 지금부터 시작될 기회의 땅 프로젝트로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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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 - 상
김동진 지음 / 지식과감성#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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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프라임>은 김동진 작가의 소설이에요.

한 편의 정치 드라마를 본 것 같아요.

15년 전, 국회의원 서정권은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 떨어진 데다가 자신의 보좌관에게 지역구를 뺏기는 신세가 되었어요.

절망에 빠진 그에게 힘을 준 건 편의점 알바생 영가여.

시작은 늘 그렇듯이 우연한 만남이지만 훗날 운명이었다고 기억된 특별한 인연이에요.

정권의 딸 혜원이 아빠를 만나려고 기다리던 장소가 편의점이었고, 그 시간에 일하던 가여가 두 사람을 우연히 봤던 인연으로 정권에게 말을 건넸던 거예요.

딸을 보낸 후 다시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던 정권, 이후에 딸의 부탁을 받은 가여가 쌍화탕을 전해주자 울먹이는 정권.

그때 가여는 용기를 내어 정권에게 말을 걸었고, 여러모로 힘들었던 정권은 가여에게 속내를 털어놓았어요.


"당에서 내 보좌관을 내 지역구에 내세웠고, 난 옆에 야당 텃밭에 공천되었지. 자네가 보기에는 왜 그런 거 같나."

"저요?"

...

"제물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제물?"

"안 되면 누구도 탓하지 않고, 잘 되면 당이 잘 선택한 거잖아요. 

그게 제물이고, 도구죠."

...

"저야 이렇게 아르바이트하는 입장에서 할 말은 아니지만, 정치란 게 도구만 팽배한 싸움이더라구요."

"도구만 팽배한 싸움이라..."

"그렇지요. 누구나 자신은 도구라고 생각지 않지만, 결국에는 누군가의 도구가 되어서 사용이 되고, 쓸모가 다하면 버림받고.

사실 그 국회의원이라는 도구를 쓰는 유일한 주인은 국민이 되어야 하는데, 서로 도구에서 벗어나라겨 하잖아요. 다들."

정권이 늘 듣는 말이지만, 쉽게 접하기 힘든 말을 해 주는 가여를 보며 상당히 고무되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한번 열린 가여의 입도 쉽게 닫히지 않았다.

"의원님이 지금 이렇게 녹이 슨 도구로 전락해 버리면 도구를 사용할 사람들은 재빨리 알아볼 거예요.

그리고 의원님은 정말로 재기할 기회가 없어지겠죠."

가여는 말을 끝내고 정권의 눈치를 보았다. 정권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눈동자를 굴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러더니 갑작스럽게 가여의 손을 덥석 잡아챘다.

"그럼 녹이 슬지 않게 갈고닦아야겠구먼... 고맙네."

무언가 생각이 정리된 생기 가득한 정권의 눈빛을 보니, 가여 또환 고무된 기분이었다.

그러나 의욕을 잃은 국회의원의 힘을 돋워 주었다는 생각에 기분은 미묘하기 그지없었다.

"다음에 또 보세."      (25-26p)


<프라임>에서 가장 결정적인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일개 알바생 가여가 국회의원 정권에게 정치를 할 수 있는 힘을 주고 있어요. 정치란 무엇이고, 정치인은 뭘 하는 사람인지를 똑똑히 설명하고 있어요.

누구나 말로 떠들 수는 있지만 자신이 말하는 걸 온전히 이해하고 깨닫는 건 쉽지 않아요. 또한 들어야 할 말을 제대로 듣는 사람은 아주 드물죠.

더군다나 살면서 선거 운동하는 모습 말고 정치인을 직접 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소설 속 정권이라는 인물이 유니콘처럼 보였어요.

그동안 우리 주변에는 말만 하는 정치인들이 많았기 때문에 정치를 외면하거나 불신하는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요즘은 변화가 느껴져요. 

불과 한 달 전 총선을 치르면서 확실히 달라졌다는 걸 느꼈어요. 최종 투표율 66.2% 라는 28년만에 최고 투표율을 기록했어요.

국회 전체 의석 300석 중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108석 의석을 확보하면서,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도입 이후 최초의 거대여당이 탄생했어요.

무엇보다도 놀라운 건 역대 정부 가운데 집권 3년차 지지율 최고치 71% 라는 거예요. 역대 대통령 중 최초로 레임덕 없는 대통령으로 임기를 마무리할 것이라는 전망이에요.

과연 앞으로 남북관계는 어떻게 진전될 것인지 기대가 커요.


<프라임>의 프롤로그가 마침 그 내용이라서 흥미로웠어요.


[속보 - 도라산 출입 사무소 통해 체육 실무자 대표단 방북]

많은 기자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남북 체육 실무자 회담을 하기 위해 한국 측의 실무자들이 도라산 출입 사무소를 통해 방북하고 있었다.

관심을 받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 이번 회담에서 남북 공동 월드컵 개최가 논의된다는 소문이 급속도로 퍼져 나갔기 때문이다.

...

"야. 대한민국 언론사 90%가 광복 이후부터 분단으로 먹고 살았어 인마. 

근데 이렇게 평화로운 분위기로 가 봐라. 우리가 살아남겠냐?"

"언론이 언론 노릇하면 살지 않을까요?"

"에휴... 너도 좀 굴러 봐라. 여기 생리가 그런 것이 아니다."   (7-8p)


사실 남북 회담 개최는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에요. 그보다는 실무자들, 이 나라의 중대한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 이야기가 신기하고 놀라웠던 것 같아요.

소설을 통해 본 대한민국 정치 이야기, 이제는 소설이 아닌 현실에서 마주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그래야 진짜 프라임을 만날 수 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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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쌍곡선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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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쌍곡선>은 니시무라 교타로의 추리소설이에요.

니시무라 교타로는 일본의 '국민' 추리소설가라고 하네요. 작가에 대한 전혀 몰랐다가 이 소설을 읽고나서 감탄했어요.

역시 '국민'이란 수식어는 그냥 붙는 게 아니구나 싶었어요.

1930년생, 올해로 90세의 작가는 1961년에 쓴 『검은 기억』으로 데뷔하여, 2019년 7월 기준으로 총 622편을 출간했다고 해요.

1971년 출간된 <살인의 쌍곡선>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맞서는 클래식 미스터리 명작으로 꼽히는 작품이에요.

우와, 작품연도를 알고나서 새삼 놀랐어요.

일단 이 작품은 치밀하게 짜여진 추리게임이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도입부터 특별해요. 독자 여러분께 작가가 보내는 편지로 시작하거든요.


독자 여러분께

이 추리소설의 메인 트릭은 쌍둥이를 활용한 것입니다.

어째서 트릭을 미리 알려주느냐고요?  

추리소설에는 오래전부터 금기 같은 게 존재합니다.

이를테면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로널드 녹스가 제시한 '탐정소설 십계'를 보면

그 열 번째로 '쌍둥이를 활용한 역할 바꾸기 트릭은 사전에 독자에게 알려야 공정하다'라는 항목이 있습니다.

이런 금기가 유명무실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겠지만, 저는 작가로서 어디까지나 독자에게 공정하게 도전하고 싶어

소설에 들어가기 앞서 트릭을 밝히기로 했습니다.

자, 이로써 출발점이 같아졌습니다.

그럼 추리의 여정을 시작해 주십시오.

    - 니시무라 교타로   (7p)


굉장히 친절하게 '쌍둥이 트릭'을 알려준다는 건 독자에 대한 배려이자 작가의 자신감인 것 같아요.

이 정도 알려줘도 모를 걸?

대부분 추리소설이 그렇듯이 평범한 독자가 결정적 단서를 잡아내기는 쉽지 않아요. 늘 교묘하게 감춰두니까. 

<살인의 쌍곡선>도 크게 두 가지의 사건이 함께 진행되고 있어요.

쌍둥이 고시바 형제가 저지른 연속 강도 사건과 도호쿠의 외딴 호텔 '관설장'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

뉴스면에 등장할 법한 강력 범죄 사건이지만 모든 게 추리게임처럼 느껴지는 건 아마도 범인이 설계해놓은 그대로 진행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범행 동기가 단순히 돈이 아니라는 점.

철저히 계획된 복수극이라는 점.

무엇보다도 작가는 범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어요. 쌍둥이 트릭을 알려줬듯이 범인 역시 형사들을 농락하듯 단서를 흘리고 있어요.

왜 범인은 자신이 체포될 위험을 감수하면서 단서를 남긴 걸까요.

그 단서가 가리키는 것. 

그건 바로 범행의도예요. 범인은 자신이 왜 그 일을 했는지 모두에게 알리고 싶었던 거예요.

70년대 일본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뤘던 시기였어요.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였지만 한편으로는...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이죠.


문득 '이수현'이라는 이름이 떠올랐어요.

 2001년 1월 26일 저녁 7시 15분, 도쿄 JR 신오쿠보 전철역에서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조하려다 숨진 사람이 있었어요. 

당시 일본사람들은 또 전철역 사고가 났나보다며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해요.

그러나 사망자의 신원이 알려지면서 일본 사회에 커다란 감동과 충격이 퍼졌어요.

술에 취한 30대 남자가 비틀거리며 선로에 떨어지자 한국인 유학생 이수현 씨(26세)가 한 순간의 망설임 없이 뛰어내렸고, 옆에 있던 세키네 시로 씨(47세)도 함께 뛰어내려 도왔어요. 하지만 신오쿠보역에 들어오던 전동차를 피하지 못했고 세 사람은 목숨을 잃고 말았어요. 역사 안에 200여 명의 사람들이 망설이고 있을 때 가장 먼저 철로에 뛰어든 사람이 대한민국 청년 이수현 씨였어요. 타인에 대해 무관심한 일본 사회 풍조에 경종을 울린 사건이었어요.

실제로 '이수현 신드롬'이라 불리면서 일본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었고, 이전과 다르게 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려고 뛰어드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해요.


근래 방송에서 호사카 유지 교수님이 들려준 일본인 이야기가 <살인의 쌍곡선>과도 연관되는 것 같아요. 

일본 교육의 중심에는 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는 것이 있는데, 반면에 일본속담 "타비노 하지와 가키스테" (たびの はじは かきすて = 여행의 수치는 버려라 )는 여행 중엔 부끄러운 일을 하더라도 그곳에 버리고 오면 부끄러워할 게 없다는 뜻이라면서, 이 속담이 일본의 역사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니시무라 교타로는 훌륭한 추리소설 작가일뿐 아니라 사회문제를 꿰뚫어보는 지성인이라는 점에서 존경받을 만한 인물인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소설이 세상을 바꾸기엔 역부족이라는 것. 여전히 죄의식 없는 범죄자들이 들끓는 현실에서, 정의 구현은 미션 임파서블인 건지 물음표가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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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된 기억의 세계
고바야시 야스미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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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면서 두려운 게 생겼어요.

기억을 잃는다는 것.

치매.

단순한 건망증과는 달리, 기억이 조금씩 사라지다가 어느 순간 '나'라는 존재까지 소멸되는 병.

궁금해요.

만약 모든 기억을 잃는다면, 그는 과연 누구라고 규정해야 할까요.


고바야시 야스미의 <분리된 기억의 세계>는 SF소설이에요.

어느날 갑자기 모든 사람들의 장기 기억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여고생 유키 리노는 자신의 방에서 컴퓨터에 적힌 글들을 읽고 기분이 나빠졌어요.

시간별로 쓴 글들을 보면 분명 자기가 쓴 게 맞는데, 도통 기억이 나질 않는 거예요. 이러다가 평생 글을 쓰고 읽는 일을 한없이 반복하면 어쩌지?

그러다 곧 간단한 해결책이 있음을 깨닫고, 문장 제일 처음에 다음과 같이 적어 넣었어요.


이유는 뭔지 모르겠으나 기억이 이어지질 않는다. 

다음 문장도 그런 사실을 주절주절 늘어놓은 것뿐. 다 읽을 필요는 없다. (14p)


냉철한 사고력을 가진 리노는 현재 상황을 빠르게 판단했어요. 방의 위치나 기본적인 정보는 다 기억이 나는데, 바로 컴퓨터에 글을 적기 시작한 시점부터 반복적으로 기억이 사라지고 있다는 걸. 또한 이 증상은 자신뿐 아니라 엄마 미사키 그리고 TV 속 스튜디오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똑같이 겪고 있다는 걸.

문제는 그 사실을 깨닫고 나면 다시 잊어버린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의 기억이 10분마다 사라지고, 새롭게 리셋되고 있어요.

정말 심각한 건 사회 시스템이 마비되는 것.

원자력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10분마다 기억이 사라진 탓에 제대로 일을 못하고 있어요. 경보가 울렸는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윽, 끔찍한 일이 벌어지겠죠.


맨처음에 여고생 유키 리노가 등장한 건 혼란에 빠진 세계를 구하기 위한 첫 번째 시도를 했기 때문이에요.

리노는 자신이 발견한 내용을 SNS에 올렸어요. 모든 기억이 10분 남짓의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므로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노트에 중요한 일을 기록할 것, 뭐가 중요한지 모를 때는 생각나는 순서대로 적을 것, 메모 뒤에는 반드시 날짜와 시간을 기록할 것, 가능한 많은 사람에게 이 사실을 알릴 것. 

자,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어요. 분리된 기억의 세계로~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이 단기 기억상실증에 걸렸다면 인류는 생존을 위해서 무엇을 할까요. 그다음 단계는 사라지는 기억들을 저장하는 방법을 찾아냈어요.

대망각 이후에 탄생한 새로운 세대의 아이들은 자신의 뇌로 장기 기억을 수행할 수 없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반도체 메모리에 의존해서 살았어요. 그들에게 기억이란 반도체 메모리였어요. 반도체 메모리는 매우 작아졌고, 교체를 할 수 있도록 자신의 몸 중 원하는 곳에 소켓을 설치하여 메모리를 삽입할 수 있게 되었어요.

마치 인공지능 로봇처럼 메모리를 넣었다가 뺄 수 있게 된 거죠. 그렇다면 그 메모리로 인해 벌어지는 일들이 생기겠죠?

다양한 에피소드로 구성된 이야기들이 흥미로운 건 그 가상의 상황들 속에 '나'를 대입하게 된다는 거예요. 마냥 즐길 수만은 없는 이야기였어요.


가끔 과학의 발전이 무섭게 느껴져요. 왠지 브레이크가 고장난 차 같아서. 아무도 굴러가는 차를 막지 못하는데, 더 심각한 건 멈춰야 할 이유를 모른다는 거예요.

저 역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멈춰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아무리 선의의 목적으로 개발된다고 해도 결과적으론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 개입하는 순간 변질될 거예요. 지금도 최첨단 기술을 악용하는 범죄자들이 있잖아요. 어떻게 해야 막을 수 있을까요. 당신이라면?


내가 할 수 있을까?

아니, 해보기도 전에 포기해선 안 돼. 이건 누군가 해야만 하는 일이야.

그것도 한둘이 해봤자 의미가 없어. 가능한 많은 사람이 힘을 합쳐야 해.

지금 포기하면 모든 게 끝날 수 있어.

   - 유키 리노   (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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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면도시 Part 1 : 일광욕의 날
김동식 외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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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SF소설이에요. 

지구가 아닌 달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세계.

<월면도시>라는 동일한 세계관을 배경으로 여섯 명의 작가가 각자 개성 넘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먼저 '일광욕의 날'이 무엇인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미래 시점에서 이십년 전, 하늘에서 쏟아진 미확인 이상광선의 노출로 많은 시민들이 피해를 본 유례없던 재난의 날이 바로 '일광욕의 날'이에요.

센트럴력 122년.

이때 월면도시 전체가 입은 피해가 엄청났어요.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상광선에 포함된 방사선 노출로 태어난 돌연변이들은 버림받아 도시의 뒷골목이나 지하수도, 폐기구역 쪽으로 흘러들어갔어요. 센트럴에 조사국과 특수조사관이 생겨나게 된 직접적인 이유예요. 

일광욕의 날이 일어난 이후 도시 곳곳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들이 나타났어요. 

과연 센트럴이 감추고 있는 비밀은 무엇일까요.

여섯 편의 이야기는 '일광욕의 날'로부터 20년 후에 월면도시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어요.

김동식 작가님의 <재현>은 달의 변방, 위성도시 '마레'를 대표하는 세 가문의 놀라운 유산을 보여주고 있어요. 평생 지구인으로 살아온 사람으로서 약간 생경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아요. 달의 시민으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라는 상상을 재현해준다는 점에서 특이했어요.

정명섭 작가님의 <진시황의 바다>는 SF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느낌이었어요. 달의 선주민들과 이주민 그리고 로봇 안드로이드인까지, 우주에 존재하는 것들을 어떤 기준으로 정의내려야 하는지 혼자 고민했어요. 물론 결론을 내리진 못했지만 잠시 인간의 관점을 탈피해보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김선민 작가님의 <제13호>는 제목에서 암시하듯 불길한 결말이에요. 결말보다 중요한 건 그 과정이니까. 여기에 나오는 외계문자가 약간 그리스 라틴어 비슷하게 생긴 문자인데, 기괴한 주문처럼 들린다고 해서 무척 궁금했어요. 과연 어떤 소리로 들릴까요. 

홍지운 작가님의 <하드보일드와 블루베리타르트>는 디즈니 영화 '주토피아'가 연상되면서 무척 재미있었어요. 사립탐정인 주인공은 뱀 수인이에요. 뱀의 모습을 한 인간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인간의 지능을 가진 뱀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주인공이 세들어 사는 집의 주인이 토끼 할머니인데, 왠지 주디 생각이 났어요.

김창규 작가님의 <가마솥>은 구수한 제목과는 달리 매우 SF적인 요소가 빛나는 내용이었어요. 문차일드를 비롯한 달의 생명체와 외계인에 관한 상상을 자극했어요.

최지혜 작가님의 <예약손님>은 우리가 상상했던 온갖 외계인의 실체를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있어요. 외계인과 접촉 혹은 소통이 이뤄진다면 아마도 이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의미에서 모든 작품이 기존의 상상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묘한 SF적인 공감을 불러왔던 것 같아요.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할 것만 같은 월면도시로의 여행, 잘 다녀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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