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인, 신실한 기독교인, 채식주의자, 맨유 열혈 팬, 그리고 난민 - 논문에는 담지 못한 어느 인류학자의 난민 캠프 401일 체류기
오마타 나오히코 지음, 이수진 옮김 / 원더박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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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전 세계가 바뀌고 있어요.

그야말로 코로나 패닉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많은 나라가 국경을 봉쇄하면서 수 천만 명의 난민들이 극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어요.

매년 6월 20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난민의 날'이라고 해요. 잊혀진 난민들... 안타깝게도 난민 문제는 코로나 위기로 인해 밀려나버렸어요.

이 책을 통해 새롭게 눈을 떴어요. 난민은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라는 걸.


<아프리카인, 신실한 기독교인, 채식주의자, 맨유 열혈팬, 그리고 난민>은 난민에 관한 책이에요.

저자는 인류학자이며 현재 옥스퍼드 대학 난민연구센터(RSC) 부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주로 동아프리카의 난민 경제 활동을 조사하고 있어요.

이 책은 작년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일본어판으로 출간되었고, 올해는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간되었어요.

우리는 왜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난민이 된 특정 인종이나 민족이 아니라, 

'우리 중 누구나 난민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난민 문제를 '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들의 문제'로 다시금 돌아보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그들을 '알아 가는 것'이야말로 

난민 문제의 해결을 향한 첫 걸음이라는 생각에 변함이 없습니다."  (8p)


이 책은 저자가 서아프리카 가나에 위치한 부두부람 난민 캠프에서 연구 목적으로 체류한 2008년 7월부터 2009년 9월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7년 집필한 내용이라고 해요.

당시 저자의 연구 주제는 난민의 경제 활동, 즉 난민 캠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며 살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것이었어요. 현지 조사를 위해 부두부람 난민 캠프에 라이베리아 난민 남성 두명이 살고 있는 집에서 13개월에 걸쳐 공동생활을 했어요. 연구자로서 원칙에 따르면 조사 대상인 난민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하는데, 함께 생활하다보니 연구자와 이웃 사이에 공사를 구분하기 어려웠다고 해요. 그래서 조사를 마치고 수년이 지난 지금도 학술적인 데이터보다는 그들과의 일상이 더 선명하게 남아 있다고. 저자의 그 마음이 이 책에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난민에 대한 관심이 가장 높을 때는 분쟁 등으로 긴급 사태가 발생한 단계인데, 점점 난민들이 캠프에서 체류하는 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원조국의 관심은 줄어들고, 지원도 더 이상 모이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어쩔 수 없이 난민들은 생존을 위한 나름의 경제 활동을 해야 될 처지가 된 거예요.

부두부람 난민 캠프는 처음엔 긴급 피난 장소로 설치되었지만 시간이 경과하면서 서서히 마을의 모양새를 갖추게 되었대요. 표면적으로는 가나 사람들이 사는 주변 마을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난민들에게는 가나 시민권이 없기 때문에 제한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어요. 아무리 오랫동안 가나에서 살아도 결코 가나 사람과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 없는 난민들은, 결속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어요. 상부상조의 정신은 난민으로 낯선 땅에서 살기 위한 삶의 지혜라고.

그러나 난민 캠프에도 빈부 격차가 존재해요. 비참하게 굶주릴 정도로 가난한 난민이 있는가 하면 해외송금 덕분에 풍족하게 지내는 부유한 난민이 있어요. 또한 'GAP(갭)' 구역에는 라이베리아 내전 중 잔혹함으로 악명을 떨친 반정부군의 게릴라나 소년병 출신자들이 모여사는 곳이 있는데, 이들은 난민들 사이에서도 꺼려하는 무법자들이에요.

국가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난민들의 세계, 캠프 내부의 삶을 보면서 새삼 국가와 법이 왜 필요한지를 똑똑히 알게 됐어요. 십대 소녀들이 아기를 낳아 혼자 키우면서 하루하루 끼니를 걱정해야 되고, 아이들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불안정하고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야 해요. 그들끼리 돕는다고는 해도 빈곤에 허덕이는 상황이 바뀌지는 않아요.

저자는 1년 넘게 아프리카 난민들 속에서 부대끼며 살면서 세가지 'So What'을 얻었다고 해요. 그 부분은 꼭 책을 통해 모두가 확인했으면 좋겠어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말은 "나와는 상관없어."인 것 같아요. 타인의 불행 앞에 눈을 감고, 귀를 막아버리면, 결국 그 불행은 언젠가 내게도 닥친다는 걸. 

살아 숨쉬는 동안, 나와 이 세상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아프리카인, 신실한 기독교인, 채식주의자, 맨유 열혈팬 그리고 난민(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사람)"은 바로 우리 이웃이자, 소중한 사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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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 - 어른과 아이가 함께 배우는 교양 미술
프랑수아즈 바르브 갈 지음, 박소현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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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감상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게 느껴져요.

뭔가 작품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어요.

그건 아마도 우리가 미술에 대해 즐기는 법을 배우지 못한 탓이 아닐까 싶어요.

어떻게 해야 미술과 친해질 수 있을까요?

즐겁게 미술을 감상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아이와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법>은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미술 가이드북이에요.

이 책에는 서른 점의 작품이 실려 있어요. 

각 작품마다 아이의 연령에 맞춘 해설이 나와 있어요.

저자는 이 책의 일차 목표는 미술을 어떤 경로로 처음 접했든 누구든 즐길 수 있도록 그 감상을 일상적인 언어로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 주는 것이라고 하네요.

그래서 지식적인 측면보다는 그림을 읽는 법에 좀더 중점을 두었다고 해요. 책 속 명화를 통해 작품을 읽어 내는 법을 익혀 나가면서 작품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어요. 궁극적으로 이 책은 우리에게 미술 속 숨겨진 보물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고 있어요. 


자, 보물을 찾으러 가볼까요?

아이와 함께 미술을 감상하는 방법, 그 중 첫 번째는 "자신의 미적 안목에 자신감을 가져라"라는 거예요.

미술에 문외한이라서 주눅들면 미술 감상을 즐길 수 없어요. 아이 입장에서 아이가 주도할 수 있도록, 아이의 경험을 존중해주면 돼요. 

자유롭게 감상하는 것이 중요해요. 시선의 자유는 예술 작품을 탐구하는 데 최선의 출발점이라는 것. 일단 눈에 보이는 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눈길을 끄는 요소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다양한 디지털 자료를 최대한 활용해 지식을 확장해갈 수 있어요. 이때 학술적인 정보는 아이의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으니 멀리할 것. 

가장 중요한 건 예술가의 눈에 포착된 삶의 모습에 대해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에요. 어려운 전문용어 말고 직접 접해 본 소감을 자기만의 언어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해요. 예술 작품은 저마다 고유하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고 이를 아이에게 이해시켜야 해요. 

작품을 볼 때마다 더 깊이 감상할 수 있는 요소들을 하나씩 추가해 나가면서 기록해 두면 그림 감상의 밑바탕이 될 자신만의 도구가 생기는 거예요.


■  존 에버렛 밀레이 John Everett Millasis 의 <눈먼 소녀> - 1856년 ㅣ 캔버스에 유채 ㅣ 영국 버밍엄 박물관 및 미술관 ■


★ 5~7세 눈높이 : 왜 길바닥에 앉아 있는 거예요?  언니는 아코디언을 갖고 있어요. 둘이 손을 잡고 있어요. 주변에 새가 많아요.

★ 8~10세 눈높이 : 머리색이 달라요.  언니가 장님인 건 어떻게 아나요?  언니가 입은 숄에 나비 한 마리가 앉아 있어요. 왜 쌍무지개를 그린 건가요?

★ 11~13세 눈높이 : 언니는 예수를 안고 있는 성모처럼 보여요. 실제로 있는 곳인가요?  화가는 빈곤 문제를 비판하고 싶었던 건가요?

     (126-131p)


어른의 눈높이 설명은 따로 없지만, 저 역시 그림을 보면서 여러 가지 질문들이 떠올랐어요. 그림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화가와 작품이 그려진 시대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이야깃거리가 생겨났어요. 책에 나온 작품 해설은 열린 결말이에요. 천편일률적인 분석은 피할 것. 정 필요하다면 역사적인 요소와 화가의 생애에 대한 자료를 찾아볼 수는 있지만 그림을 아이 나름대로 감상하는 데 방해가 되는 요소가 있다면 무조건 피하는 게 좋다고 해요. 그래야 미술을 온전히 즐길 수 있어요. 숨겨진 보물은 자신만의 시선으로 봐야 찾을 수 있어요. 무엇보다도 아이와 함께 미술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이 보물 같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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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지않아 이별입니다
나가쓰키 아마네 지음, 이선희 옮김 / 해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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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어떤 이별이 쉬울까요.

떠난다, 떠나보낸다... 그러나 보낼 수 없다...

가슴 아픈 이별 앞에서 속절없이 흐르는 눈물.


정말 의외의 장소였어요.

주인공 시미즈 미소라가 아르바이트하는 곳.

도쿄 스카이트리 근처에 있는 장례식장 '반도회관'이에요.

대학교 1학년 때, 아빠의 권유로 시작하게 된 아르바이트를 쭉 해오다가 4학년이 되어 취직 준비하느라 6개월간 쉬었어요.

지금 다시 반도회관으로 가고 있어요. 반도회관의 정직원이자 미소라와 친하게 지내던 아카사카 요코 선배가 연락을 해왔거든요.

마침 미소라는 거듭되는 불합격 통지로 주눅이 든 상태였는데,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되었어요.

 

반도회관 사장님이 아빠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친한 낚시 친구예요.

장례식장은 사람을 구하려고 해도 잘 구해지지 않아서, 매번 일이 닥치면 직원 부족으로 힘들다는 하소연을 귀가 따갑게 들었다고.

그래서 미소라의 아빠가 장례식 아르바이트 얘길 꺼냈고, 엄마는 나쁘지 않다는 의견이었고, 의외로 할머니는 좋은 경험이 될 거라며 적극적으로 권했어요.

사실 미소라는 시체가 옆에 있으니 무섭지 않을까라는 걱정을 했는데 가족들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인 데다가 시급이 높다는 점에 끌려 시작하게 됐어요.


살면서 가고 싶지 않지만 꼭 가야만 하는 장소들이 있어요. 

장례식장은 그 중 하나예요. 조문객으로, 때로는 가족 당사자로 그곳에 머물면서, 너무나 힘들었어요.

슬프고 괴로운 감정들이 가득찬 곳이라서 그걸 견디기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래서 주변을 둘러보지 못했어요.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주인공 미소라는 장례 디렉터를 맡은 우루시바라 씨와 사토미 스님을 통해 아주 특별한 일들을 경험하게 돼요.

사실 미소라에게는 은밀하게 숨기고 있는 능력이 있어요. 그 능력을 알아챈 우루시바라 씨가 미소라에게 자신이 맡은 장례식을 도와달라고 부탁해요.


"이대로 장례식을 진행하면 조금씩 받아들일 수 있을 겁니다.

죽음은 결국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의 문제니까요.

죽음을 어떻게 인정하느냐, 어떻게 포기하느냐. 

유족이 마음속으로 매듭을 지으면 대부분 죽은 사람도 받아들이는 법입니다."  (139-140p)


음, 글을 통해 접하는 장례식 장면인데도 그 슬픔이 전해져서 눈물이 나고 말았어요.

실제로 미소라와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고 느꼈어요.

우리 모두는 결국, 머지않아 이별을 할테니.

그 이별이 주는 슬픔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적어도 외롭지는 않을 것 같아요. 


책을 다 읽고나서야 저자 나가쓰키 아마네의 사연을 알게 됐어요. 

대학 시절에 2년간 장례식장에서 아르바이트한 경험이 있다는 것과 남편을 간병하다가 글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

이 소설은 세상을 떠난 남편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말하지 못한 말들이 담겨 있다고 해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남김없이 이야기하세요. 사랑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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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가 쉬워지는 통 사회 - 한 번에 끝내는 사회 지리 편 교과서가 쉬워지는 통 시리즈
홍근태 지음 / 성림원북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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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과목은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대부분 사회 과목은 열심히 외워야 하는 암기 과목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그게 쉽지 않으니, 점점 사회 과목을 공부하기가 싫어지는 원인이 되는 것 같아요.

무조건 외운다?  No!

개념을 제대로 익히지 않은 채 그냥 외우는 건 잘못된 학습법이에요.

<교과서가 쉬워지는 통 사회 : 한 번에 끝내는 사회 지리편>은 EBS 프리미엄 강사 홍근태 선생님이 알려주는 사회 만점 비법서예요.

사회 공부를 어려워하는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학습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에요. 바로 <사회 META 솔루션>이에요.

첫 번째 비법은 문장을 그대로 외우지 말라는 것.

두 번째 비법은 문제 속으로 들어가 보는 것.

세 번째 비법은 나만의 용어로 개념을 정리할 것.

단순히 설명만으로도 무슨 비법인지 잘 모를 거예요. 그래서 책 내용을 차근차근 읽어봐야 알 수 있어요.

이 책에는 중학교 [사회 1]부터 고등학교 [통합 사회], [한국 지리], [세계 지리]까지 '사회 지리'에 관한 핵심 내용이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어요.

지리의 핵심 개념은 지형과 기후예요. 그래서 책의 구성은 우리나라의 지형, 지형의 형성 원인과 종류, 기후와 기후요소, 기후와 환경으로 나누어 각 내용을 다루고 있어요.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용어 설명뿐 아니라 관련 지식들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어요. 혼자 공부하기에 무리 없이 이해할 수 있어서 좋네요.


"빗물이 만든 특수한 지형이 있습니다. 

빗물이 만든 지형의 형성 원리를 이해하려면 '용식(溶蝕)'의 개념이 필요합니다.

용식이란 빗물과 반응하는 암석의 어떤 성분이 화학반응을 일으켜 암석이 침식되는 현상이에요.

용식은 파랑, 바람, 하천, 빙하의 침식과 다릅니다. 

침식은 외부의 요인에 의해 깎이는 것(물리적 반응)이고, 용식은 두 개의 성분이 결합하여 나타나는 반응(화학적 반응)입니다."

...

"모든 암석에서 용식이 일어나지 않습니다. 용식이 일어나는 특별한 암석이 있는데요.

다음 네 가지 힌트에서 암석의 이름을 찾아볼까요?"


① 암석의 이름은 세 글자이다.

② 주성분은 탄산칼슘(CaCo₃) 이다.

③ 시멘트의 원료이다.

④ 초성 힌트는  ㅅ ㅎ ㅇ  이다.


정답은 석회암입니다.   (83-84p)


각 장마다 핵심 내용과 관련된 "썰강"이 나와 있어요. 배경지식 혹은 관련 뉴스를 통해 앞서 배운 용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줘요.

마지막으로 각 장에 <Mind Map>이 있어서 복습할 수 있어요. 학습법은 책에 나온 순서대로 공부해도 좋고, "썰강"을 먼저 읽으면서 워밍업하고 본문을 읽어도 돼요.

순서를 바꿔서 공부하는 건 사회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에요.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개념들을 확실하게 동시에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교재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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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행복에 이르는 지혜 - 틱낫한 스님이 새로 읽고 해설한 반야심경
틱낫한 지음, 손명희 옮김, 선업 감수 / 싱긋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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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즉시공(色卽是空) 공즉시색(空卽是色)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반야심경』이라는 불교 경전에 나오는 말이라고 해요.

이 문구의 의미를 처음 들었을 때, 고개를 갸웃 했어요. 마치 암호 같아서.

그런데 바로 이 문구가 『반야심경』의 정수라고 하니, 너무 어려워서 감히 더 들여다볼 시도조차 못했어요.


<최상의 행복에 이르는 지혜>는 틱낫한 스님의『반야심경』해설서예요.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틱낫한 스님의 책들을 읽으면서 마음의 평화를 느꼈던 터라,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왜 틱낫한 스님이 『반야심경』을 새롭게 번역했는지, 그 이유가 나와 있어요.


"『반야심경』은 우리를 강 건너 참자유와 행복, 평화의 기슭으로 데려다 줄 힘이 있는 심오하고도 중요한 경전이지만

지난 1500년간 숱한 오해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나는 『반야심경』을 편찬한 선사가 선택한 표현이 다소 서툴렀던 까닭에 이러한 오해가 생겼다고 믿습니다.

말은 한 마디만 달라져도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쉽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현실의 본질에 대한 가장 깊은 통찰은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사실 역시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 스승은 제자들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자신이 최선을 다해 안내해야 한다는 사실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틱낫한 스님은 현시대의 정신적인 스승으로서 우리에게 지혜의 말씀을 전하고 있어요.

아무리 심오한 가르침일지라도 우리가 올바르게 이해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가장 본질에 근접한 새 번역으로 해설해주고 있어요.

이 책은 틱낫한 스님의 영문본 『반야심경』을 우리말로 번역한 거예요. 부록에는 『반야심경』의 산스크리트어 버전과 직역한 영어 버전이 수록되어 있어요.

언어의 한계를 넘어선다는 게 참으로 어려운 것 같아요.

이 책에서는 '선(禪)'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영어로는 'Zen'으로 널리 쓰이고, 산스크리트어로는 '명상'을 뜻하는 '디야나 dhyana', 중국어로는 '찬', 한국어로는 '선', 베트남어로는 '티엔'이라고 읽는다고 해요. 서로 다른 언어지만 하나의 의미를 뜻하는 것처럼 우리 역시 그 의미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해요.


『반야심경』에 나오는 공(空)은 '비어 있다'는 의미 때문에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고 모든 것이 텅 비어 있다고 잘못 생각할 수 있어요. 새로운 번역본에서는 비어 있음이 자아와 현상의 부재나 비존재가 아니라 '분리된 자아가 없다'라고 해석하고 있어요. 삼라만상은 혼자서는 존재할 수 없고, 모든 것은 더불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반야바라밀다의 핵심이에요. 그래서 사전에도 없는 새로운 단어인 '상호존재(interbeing)'로 표현하고 있어요.


"당신이 시인이라면 이 한 장의 종이 안에 흐르는 구름이 또렷이 보일 것입니다.

구름 없이는 비가 내릴 수 없습니다.

비 없이는 나무가 자랄 수 없습니다.

나무 없이는 종이를 만들 수 없습니다.

종이가 존재하려면 구름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구름이 없다면 이 종이 역시 이곳에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구름과 종이는 상호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45p)


따라서 공에 대한 우리의 기존 관념을 제거해야 해요. 산스크리트어로 '루파'는 대개 '색(色, form)으로 번역하는데, 몸을 의미해요. 좀더 의미를 확장하면 생물, 즉 살아 있는 물질로 볼 수 있어요. 새 번역에서는 '색'이라는 단어를 '몸'으로 대체했어요. 오늘날 물리학에서는 물질이 단단하지 않으며 빈 공간으로 가득차 있다는 걸 밝혀냈어요.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는 그 대부분이 빈 공간이며, 결코 고정되거나 정지되어 있지 않아요.  경전이 만들어진 당시에는 오늘날 같은 과학 용어가 없었기 때문에 '비어 있다', 즉 '공(空)하다'는 표현을 써서 물질의 본질을 묘사했던 거예요. 우리 몸은 비어 있기 때문에 비로소 몸으로 있을 수 있어요. 우리 몸은 생명으로 가득차 있어요. 마찬가지로 종이가 비어 있기 때문에 햇살과 벌목꾼, 그리고 숲이 종이 안에 깃들 수 있는 거예요.

모든 현상에는 온 우주가 담겨 있어요. 비어 있음은 무상(無常, impermanence), 덧없음이자 변화이며 곧 살아 있다는 뜻이에요. 숨을 들이쉬고 내쉰다는 뜻이에요.

서양 철학에서는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를 문제로 삼았다면, 불교에서는 존재와 비존재가 문제 되지 않아요. 부처님은 현실을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것은 존재와 비존재를 초월하는 관점이라고 표현했어요. 이것을 불교에서는 정견(正見)이라고 해요. 


『반야심경』은 우리에게 상호존재라는 관점에서 자신과 세상을 들여다보라고 조언하고 있어요.

우리는 분리되어 있지 않아요. 우리는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에 책임이 있어요.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비극, 온 세상의 괴로움에 대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걸 깨닫는 일이 바로 상호존재의 통찰이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는 모든 것을 상호존재라는 본질에서 바라보아야 진정한 깨달음의 지혜를 얻을 수 있어요.

선과 악, 괴로움과 행복, 불행과 행복은 별개의 존재가 아니에요. 괴로움 없이는 행복을 누릴 수 없어요. 굶주려 본 경험이 있어야 먹을거리가 있다는 기쁨을 알 수 있어요.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평화의 소중함을 알지 못해요. 세상의 모든 것은 더불어 존재한다는 것.


"행복에 이르는 길은 없다. 행복이 곧 길이다."  (148p)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세상 그 무엇도 항상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영원한 것은 없어요. 깨달음과 통찰, 행복과 해방조차 영원하지 않아요. 일시적으로 생성된 것이기에, 정성들여 보살피지 않으면 다시 또다른 무언가로 바뀌고 말아요. 

이제서야 공(空)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했어요. 비어 있어라, 그리고 깨어 있어라.


"... 강 건너 참자유에 이르는 지혜인 반야바라밀다를

찬탄하는 진언을 다음과 같이 이르노라.

아제 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 사바하!

(갔네, 갔네, 건너갔네, 모두 건너가서 한없는 깨달음을 이루었네!)"  (17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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