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메유의 숲 - 이상한 오후의 핑크빛 소풍 / 2020 볼로냐 라가치상, 앙굴렘 페스티벌 최고상 수상작 바둑이 폭풍읽기 시리즈 1
까미유 주르디 지음, 윤민정 옮김 / 바둑이하우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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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설레는 그림책이에요.

보통 그림책은 표지 그림을 통해 분위기를 알 수 있거든요.

몽글몽글 솜사탕 같은 숲 한가운데를 거닐고 있는 한 소녀가 보이네요.

이 숲의 이름은... 베르메유의 숲이겠지요?

<베르메유의 숲>은 '이상한 오후의 핑크빛 소풍'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어요.


첫 장을 펼치면 숲 속에 캠핑카가 보여요. 그 옆에 텐트가 펼쳐져 있고, 야외 테이블이 놓여 있어요.

소녀 둘은 핸드폰을 보고 있고, 여자 어른이 분주히 뭔가를 하고 있어요. 남자 어른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고 있어요.

"조?~~"

"얘는 또 어딜 간거지? 한시도 가만히 있지를 못하니..."

"아까 배낭에 비스킷 잔뜩 챙기는 거 봤어요."

"어쩌면 가출했을 거예요. 조는 우리 싫어하니까.."

"가출은 무슨.. 그보다 조는 아주 아주 귀찮게 달라붙는 편이지."

"넬리!!!"

"요새 조는 너무 골칫덩어리야.."

"(큰소리로 외치며) 너무 멀리가지는 마라. 알았지? 듣고 있니, 조?"

빨강 배낭을 멘 어린 소녀가 멀리서 자신을 부르는 남자 어른을 바라보다가 숲으로 들어가네요.

네, 맞아요. 이 소녀가 바로 '조'예요. 


조는 혼자 숲으로 소풍을 간 거예요. 거기에서 작은 말을 타고 지나가는 꼬마요정 부부를 보게 돼요.

꼬마요정을 따라가니 신비한 동물과 요정들이 사는 작은 마을이 나왔어요. 그들은 지금 황제의 생일잔치에 가기위해 변장을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못된 마투 황제가 마을 사람들을 일곱 명이나 성에 가두었거든요. 황제라고 불리지만 그냥 지독하게 못된 수고양이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싶어서 자기를 따르지 않는 사람들을 모조리 잡아 가둔 거래요. 마을 소년 누크의 엄마도 성에 갇혀 있대요. 누크는 조에게 함께 성으로 가자고 했어요. 

몰래 성 안으로 들어간 조는 핑크빛의 아름다운 말 베르메유를 보게 돼요. 탐욕스러운 마투 황제가 숲에서 자유롭게 살던 베르메유들도 성에 가두었대요. 드디어 마투 황제가 있는 방으로 들어간 조는 황제의 난폭한 모습에 놀라 도망치게 되고, 음식을 준비하는 주방에서 마을 사람인 모리스와 마주치게 돼요. 둘은 급하게 숨느라 쓰레기통에 들어갔다 성 밖으로 버려지고, 숲에서 길을 잃고 말아요. 

음, 조가 만난 마을 사람과 숲 속에 사는 사람들은 뭔가 이상해요. 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아니라 상상 속 동물 같아요. 신기한 건 그들의 모습이 아니라 그들과 어울리는 조의 모습이 자연스럽다는 거예요. 처음 만났지만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친구처럼 다정하게 서로를 도와주고 있어요. 조는 여우 모리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있어요. 엄마와 아빠가 이혼한 뒤 조는 재혼한 아빠와 함께 살면서 새엄마와 새언니 둘이 생겼대요. 앞서 대화에서 알 수 있듯이 조는 언니들과 어울리지 않고 심통을 부리고 있어요. 물론 사춘기 언니들도 그런 조를 무시하고 있고요. 다만 새엄마는 나쁜 계모가 아니라...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어요.

마투 황제는, 아니 심술쟁이 고양이의 생일잔치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면... 와우, 놀랍네요.

어찌됐든 모든 파티는 언젠가 끝이 나기 마련이에요. 이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에요. 

만약 경이로움으로 가득 찬 모험, 꿈, 소풍을 떠나고 싶다면 핑크빛 숲으로 살그머니 들어가 보세요. 찬란한 베르메유들이 뛰노는 숲속으로~

수채화로 그려진 맑고 화사한 그림 덕분에 베르메유의 숲이 더욱 매력적으로 느껴져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그림책이라 두고두고 펼쳐볼 것 같아요.



제가 노르망디 해변 에트르타의 코끼리 절벽을 보고 가장 먼저 내뱉은 말은 '메르베유'입니다.

경이롭고 경탄할 만하며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을 뜻하는 프랑스 단어 '메르베유'.

앨리스가 토끼굴을 통해 빠진 환상의 나라, 신비의 나라 원더랜드를 프랑스에서는 '메르베유의 나라'라고 표현한답니다.

알록달록한 작은 조랑말인 '베르메유'들은 숲에서 가장 신비롭고 '메르베유'한 생명체입니다. 가두면 빛을 잃고, 강요받는 것을 질색하는 영롱한 베르메유..

... 소녀가 말하지요 우린 내일 또 놀 수 있다고. 그래요... 영롱한 빛깔의 베르메유를 본다면 이렇게 외치겠지요. 와, 메르베유!

    - 옮긴이 윤민정의 작은 말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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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 대를 위한 생명과학 콘서트 - 미생물에서 공룡까지 생명에 얽힌 놀라운 과학 이야기 10월의 하늘 시리즈 7
안주현 외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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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배우는 과학은 지루한 공부로 여기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아요.

어쩌다가 과학의 흥미를 잃게 되었을까요. 사실 과학은 교과서로만 배우는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모든 것이 대상이 되는 학문인데 말이에요.

물론 호기심 많은 아이들은 일찍부터 과학에 관심을 갖고 스스로 자신만의 탐구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바로 과학의 즐거움을 아는 경우인 거죠.

그러니까 과학은 우리 아이들에게 아직 알려지지 않은 놀이터가 아닐까 싶어요. 


"10월의 하늘"을 아시나요?

과학자를 직접 만날 기회가 많지 않은 전국 중소도시 도서관에서 열리는 과학 강연회라고 해요.

10월 마지막 주 토요일, 과학자가 전국 도서관을 찾아가 청소년들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자 2010년부터 시작되었대요.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지 못하고 온라인 강연으로 진행했다고 하네요. 

이 책은 "10월의 하늘" 10주년 행사에서 선보였던 재미있는 강연을 그대로 실었어요. 책으로 만나는 '십 대를 위한 생명과학 콘서트'인 거죠.

그동안 "10월의 하늘"에 함께 하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과학의 재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될 거예요.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뿐 아니라 아직 과학을 잘 모르는 학생들에게 과과학의 세계가 좀더 친밀하게 다가올 것 같아요. 과학 교과서가 아닌 과학자들이 직접 들려주는 과학 이야기라서 더욱 생생하게 전달되는 것 같아요. 


첫 번째 강연은 생물학자가 들려주는 초파리 연구예요. 생물학의 세부 분야인 유전발생학 분야 연구자들은 매일 아침 연구실에서 하는 일이 있다고 해요.

초파리를 키우는 관병에서 성체 초파리들을 새로운 관병으로 옮겨주는 일이래요. 초파리를 연구하는 실험실 중에서 초파리를 사육하는 공간을 일명 파리방이라고 부른대요. 파리방은 다른 실험실보다 온도와 습도 유지에 신경을 써야 한대요. 초파리를 모델 생물로 연구한 것은 1909년부터인데 초파리를 통해 유전학의 토대를 마련한 사람은 미국의 생물학자 토머스 모건이라고 해요. 유전적 전달 메커니즘을 발견한 공로로 1933년 노벨생리의학상을 받게 되었어요. 또한 13년 후 모건의 제자인 허먼 조지프 멀러도 돌연변이 초파리 연구로 노벨상을 받았어요. 초파리는 1900년대부터 강력하고 유용한 모델 생물로 6번의 노벨상 수상뿐 아니라 120년의 세월 동안 생물학의 역사를 함께 해온 주역이었어요. 여름만 되면 극성을 부리는 초파리를 귀찮게만 여겼는데 과학 발전에 이토록 많은 기여를 했다니, 초파리의 재발견이네요.


다섯 번째 강연은 생물학자에게도 생소한 극한미생물 이야기예요. 극한생물을 연구하는 99%의 학자들이 미생물학자들이라고 해요. 일반적인 환경보다 극한의 환경에서 더 잘 자라고 생육해야 극한생물이라고 부르며, 그 대부분은 미생물이라서 현재까지 연구된 극한생물은 거의 미생물이라고 해요. 미생물은 크게 나누면 세균, 고균, 진균으로 나눌 수 있어요. 최근 전 세계를 위기에 빠뜨린 코로나19 바이러스도 미생물이라고 볼 수 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바이러스는 생물이라고 부르기 애매모호한 존재예요. 혼자서 번식할 수도 없고, 세포로 구성되어 있지도 않기 때문인데, 생물학에서 다루지 않을 수 없어서 바이러스를 포함시킨 거래요. 여기서 극한 환경이란 인간을 기준으로 인간이 살기 힘든 환경인 것이지 극한미생물에게는 완전히 정상적인 환경이라는 거예요. 보통 미생물학자들은 미생물은 어디에나 있다고 이야기한대요. 그래서 미생물을 완전히 박멸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대요. 가장 추운 극지방부터 화산 지대나 온천 지대와 같은 고온성 극한 환경에도 존재한다니 그 생명력이 놀라운 것 같아요. 

최근 새로운 극한미생물을 발견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노력하는 분야 중 하나가 우주생물학이에요. 아직 우주에 생명체가 살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외계 생명체를 찾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어요. 또한 바이오에너지 분야는 고온성 극한미생물을 분해하여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디젤, 바이오수소를 생산하고 있다고 해요. 지구온난화 예방과 대체 에너지 생산을 위하여 극한미생물 연구는 더욱 발전하리라 기대하고 있어요. 


모두 아홉 편의 강연을 만날 수 있어요.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놀라운 것 같아요.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이 강연이 꿈을 키우는 작은 힘이 되지 않을까요.

청소년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생명과학 분야를 배우는 기회라는 점에서 이 책은 모두를 위한 생명과학 콘서트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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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말씀은 나무 아래에서
아오야마 미치코 지음, 손지상 옮김 / 네오픽션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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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마타마.


'타마타마'에는 일본어로 두 가지 뜻이 있대요.

하나는 '가끔, 이따금'이고 다른 하나는 '우연히, 때마침, 어쩌다'라는 뜻이래요.

그리고 '타마'에는 구슬, 옥, 달걀, 알, 진주, 아름답고 귀한 것 등의 뜻도 있대요.


<고양이 말씀은 나무 아래에서>를 다 읽고 나니, 이 책이 저한테는 '타마타마'였던 것 같아요.

자그마한 신사에 가면 커다란 상록수가 있어요. 다라수라는 나무인데, 올려다보면 나뭇잎 뒷면에 글씨가 적힌 것이 보여요. 사람들이 각자의 소원을 잎사귀에 적은 것인데, 글씨가 생채기를 낸 것처럼 새겨져 있어요. 아주 가끔 신비로운 고양이가 나타나서 톡톡 나무를 흔들어 잎사귀 한 장을 떨어뜨려주는데, 이 잎사귀를 받는 사람은 운이 좋은 거래요. 신사를 지키는 신주도 50년을 살면서 말만 들었지 직접 만난 일은 없대요. 방황하는 참배객 앞에만 나타난다고 해요.  

고양이의 이름은 미쿠지예요. 미쿠지는 다라수가 있는 신사에 불쑥 나타나서 제비뽑기 점처럼 말씀을 나뭇잎에 남기고 간대요. 미쿠지는 신사나 절에서 길흉을 점치는 제비라는 뜻이래요. 고양이의 모습은 전체적으로 검은색인데 얼굴 아래는 하얀색이라서 턱시도 무늬 같고, 엉덩이에는 별 모양 마크가 찍혀 있대요. 미쿠지를 본 사람들은 모두 고양이의 웃음을 보았어요. 고양이가 웃는다고? 어쩐지 네 마음을 다 알고 있다는 듯한 웃음이라고 해야 할까요. 다라수 나무 주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왼쪽 앞발로 톡 쳐서 잎사귀 한 장을 주고 가는데, 거기에 적힌 글씨가 당사자에게만 보인대요. 오직 한 사람을 위한 고양이 말씀인 거죠.


우연히 산사를 찾아 온 일곱 명의 사람들이 받은 일곱 장의 잎사귀에는 각각 다음과 같은 글씨가 적혀 있었어요.

♤서향(西向)  ♤티켓 ♤포인트  ♤씨뿌리기  ♤한가운데  ♤스페이스   ♤가끔, 우연히

도대체 어떤 의미일까요. 그건 고양이의 말씀 잎사귀를 받은 사람들만의 비밀이에요. 

가장 인상적인 건 다섯 번째 잎사귀 '한가운데'였어요. 주인공은 열한 살 소년 후카미 가즈야.

7월이라는 어중간한 시기에 전학 온 후카미는 용기를 내서 남자아이들에게 말을 걸었어요. 가장 덩치 큰 아이, 그 애 이름은 오카자키예요. 전학 온 첫날에 너네 집에 놀러 가게 해주면 같이 놀아주겠다고 해서 집으로 데려가는데... 무례하게도 집이 좁다느니 후졌다느니 떠들더니, 후카미가 소중하게 여기는 이끼를 보더니 곰팡이라며 놀렸어요. 

"넌 이제부터 후카미가 아니라 후카비*야."  (199p)

(* 곰팡이를 일본어로 '카비'라고 함.)

그 다음날부터 오카자키는 교실에서 후카미를 후카비라는 별명으로 부르면서 무슨 일이든 트집을 잡아 간섭했어요. 그때부터 지옥이었어요. 어느새 오카자키는 후카미를 담당하는 존재가 되었고 다른 아이들은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어요. 대놓고 때리거나 괴롭히는 건 아닌데, 쉬는 시간이나 방과 후에도 언제나 혼자였어요. 나중에 알고보니 담임 선생님이 혼자서 얌전히 있는 후카미를 '불쌍한 학생'이라고 여겨서 오카자키에게 도와주라고 부탁했던 거래요. 맙소사!

후카미는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괴롭고 힘들어도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고,,, 그러다가 우연히 보건교사 히메노 선생님을 만나 보건실에 머물 수 있게 되었고, 일전에 체육관에서 쓰러진 야마네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어요. 야마네 선생님은 후카미가 이끼를 사랑하는 마음을 이해해주셨고, 이끼뿐 아니라 곰팡이도 현미경으로 확대해서 보면 예쁘게 생겼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후카미는 곰팡이 도감을 찾아보았어요. 해로운 곰팡이만 있는 게 아니라 페니실린이라는 약이 되어 사람 목숨을 구하는 곰팡이도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후카미는 고양이 미쿠지에게 받은 잎사귀에 적힌 '한가운데'의 의미를 찾지 못했어요. 계속 한가운데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생각했거든요. 이러한 고민을 보건교사 히메노 선생님께 이야기했더니 정말 멋진 답변을 해주셨어요. 

혹시나 다라수 나무 아래 고양이 말씀을 받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히메노 선생님의 답변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다양한 고민과 소원이 이 답변만으로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극복해낼 수 있다는 응원은 될 거예요. 어떻게 아느냐고요?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저는 구석이 딱 좋은 것 같아요. 이끼도 그렇잖아요? 도로 가장자리나 콘크리트 틈새나 화단 구석 같은 데서 자라잖아요. 

전 한가운데에 있으면 너무 피곤해요."

"도로 가장자리가 구석이라고 느끼는 건 사람밖에 없지 않을까?

이끼는 자기가 지구의 중심이라고 생각하며 살지도 모르잖아."  (23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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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 - 일상에 집중하는 공간 탐험 비법
해리어트 쾰러 지음, 이덕임 옮김 / 애플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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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일 년 전이었다면 이 책의 제목을 보면서 굉장히 신선하다고 느꼈을 거예요.

<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달라졌어요. 코로나 팬데믹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행하면서 각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여행은... 아, 진작에 많이 다녀 놓을 걸, 이라는 후회를 만드는 단어가 되었네요.

이 책의 저자는 휴가를 늘 타국에서 보낼 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탐험가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어요. 

그랬던 저자가 어떻게 집에 머물기에 대한 책을 쓰게 된 걸까요.


"아예 휴가 없이 살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별 이유나 생각 없이 비행기에 오르지 않기로 결정했을 뿐이다.

앞으로는 정말로 여행이 필요한지, 기후 친화적으로 여행할 수 있는지를 

좀 더 곰곰이 따져 보기로 한 것이다."  (14p)


저도 근래에 알게 되었어요. 비행기가 환경오염의 주범이라는 것.

지구온난화의 원인이 비행기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때문이라서 비행기 이용을 줄이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대요.

저자는 남편과 함께 비행기를 타지 않기로 합의하면서 앞으로 여행을 할 때는 아기도 데려가기로 했대요. 렌트카를 타고 포르투갈의 해안가를 따라 예쁜 오두막집으로 여름 휴가를 갔는데... 포르투갈은 훌륭했고 알렌테주는 아름다운 장소였으나 기대가 실망으로 변해버린 여행이었대요. 오두막 내부는 형편 없었고, 시내와 동떨어진 곳이라 식자재를 사와 매 끼니를 만들어 먹느라 힘들었고, 아기가 잠에서 깰까봐 조심하느라 진이 빠졌던 거죠. 두 사람이 저기압이었던 건 수면 부족 탓도, 지치게 하는 아기 탓도 아니었어요. 이미 베를린에서 느꼈던 피로감이 휴가 중이라고 해서 순식간에 사라지지 않았을 뿐이에요. 단순히 장소만 바꾼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던 거예요.

두 사람은 이 여행에서 무엇을 소망했던 걸까요.

중요한 건 그들이 어머니와 아버지가 되었고 어디로 도망가더라도 그 사실은 그대로라는 거예요. 부모라는 새로운 역할에서 벗어날 수는 없어요. 삶 전체가 변했으니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것이지 겨울 파카를 벗어 던지듯 가볍게 떨쳐 버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었대요.


"해외여행을 가야만 자신을 발견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나는 여행 가방 안에 이미 들어 있다.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 머나먼 호텔의 스파에서 마사지를 받으면서도 스트레스 때문에

느긋하게 즐기지 못한 경험을 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 아무리 멀리 가더라도 벗어날 수 없다.

그런데 왜 항상 여행만을 갈망할까?

그냥 집에서 우리가 가진 것을 최대한 활용해 보는 건 어떨까?"   (25p)


집에 머문다는 건 지구온난화, 환경 파괴, 성장 논리에 대한 의식적 저항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해요.

저항을 실천하기 위해 집안에서 보내는 최적의 시간은 14일 정도라고.

이 책은 14일 일정으로 집에 체크인하는 새로운 여행법을 담고 있어요. 육체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여행.

어쩌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여행을 즐기고 있는지도 몰라요. 지금 우리의 삶에서 '여행'이라는 의미만 가져오면 돼요. 그러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갇혀 있는 답답함에서 편안한 즐거움으로 바뀔 수 있어요. 집 안을 멋진 여행의 공간으로 바꾸는 방법이 이 책 속에 들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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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박지웅 지음 / 마음의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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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에 마음까지 서늘해진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박지웅 시인의 산문집이에요.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는 '시'와 '고양이'에 관한 책이 아니에요. '당신'과 '나'의 이야기라고 하네요.

저자에게 있어서 '시'와 '고양이'는 삶의 따뜻한 언어이므로, 이 책이 모두에게 그러한 의미로 다가가길 바라는 것 같아요. 어떤 마음인지 글을 통해 느낄 수 있어요.

이상하게도 저는 시인의 시보다 시인이 쓴 산문이 더 좋은 것 같아요. 좋은 사람과 나누는 대화처럼, 되도록 더 오래 있고 싶은 마음이랄까.

왜냐하면 저는 시가 가끔 암호처럼 느껴져서 어려울 때가 있거든요. 약간 짝사랑 감정이랑 비슷해요. 좋아하는 상대의 마음을 잘 모르겠는... 그런데 산문은, 특히 시인이 쓴 산문은 친절하게 모든 걸 알려주는 것 같아서 좋은 거예요. 

시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어떻게 살아 왔는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아마 평범한 일상은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 다만 과거의 아픔들은 마음을 무겁게 하네요. 누군가의 아픔과 외로움 앞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적인 마음가짐 덕분에 살아온 것이라는 시인의 말에 안심이 되었어요. 폴 발레리는 시에서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라고 썼지만 시인은 타향에서 이렇게 썼다고 해요. "부산이 분다, 살아야겠다."라고. 

문득 나를 살게 하는 힘은 무엇인가 생각해봤어요. 사랑, 사랑하는 사람들. 뜨겁게 사랑하고 싶어서, 살아야겠다고.

2020년 11월, 한 해가 저물어가는데 코로나로 인해 잃어버린 것들보다 지켜낸 것들에 감사해야겠다고. 

이 책을 읽고나니, 시인의 이야기가 꽤 힘이 되었다는 걸 느꼈어요.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편지를 받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답장을 써야겠어요. 조용히 마음으로. 언젠가는 그 마음이 시로 쓰여질 날이 오겠지요.

 

"걷는 것만이 산책이 아니다. 

몸 산책이 어렵다면, 마음 산책을 하면 된다.

우리가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것, 밤하늘에서 별 하나를 찾아보는 것, 

아침 향나무 사이를 오가는 새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 봄날 넓어진 나뭇잎을 가만히 매만져보는 것, 

울퉁불퉁하게 흘러가는 구름을 오래 들여다보는 것, 그리운 이름을 가만히 불러보는 것 모두가 마음 산책이다. 

또 사랑한다는 말이 들어 있는 한 통의 편지를 쓰는 일은 얼마나 아름다운 산책인가. 

그것들이 모여 무성한 마음의 숲을 이룬다면, 우리는 그 숲길에서 넉넉해질 수 있으리라."  (14p)


내게 있어서 시와 고양이가 삶의 바닥과 곁이듯, 

저마다 삶과 꿈을 지지하고 지탱하는 곁과 바닥은 다르다.

곁과 바닥은 늘 가까운 곳에 있다. 우리가 멀어졌을 뿐이다.

어느 날, 길고양이에게 줄 물과 사료를 천 가방에 넣으며 곁지기가 건넨 돌멩이처럼

흔한 말이 외려 별보다 빛나는 까닭이 그러하다.

그때의 소박하고 아름다운 한마디를 여기 누군가에게 가만히 건네본다.

"당신은 시를 쓰세요, 나는 고양이 밥을 줄 테니."  (158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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