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크래프트 : 저주받은 바다로의 항해 마인크래프트 공식 스토리북
제이슨 프라이 지음, 손영인 옮김 / 제제의숲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마인크래프트!

게임의 세계를 넘어 이제는 이야기의 세계로 들어왔어요.


<마인크래프트 : 저주받은 바다로의 항해>는 마인크래프트 공식 스토리북이에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닷가 집에 살고 있는 청년 스텍스 스톤커터예요.

스텍스는 스톤커터 집안에서 세 번째로 이 집을 물려받았고, 지금은 혼자 살고 있어요. 아니, 고양이 세 마리- 콜, 라피스, 에메랄드-와 함께 살고 있어요.

최초의 스톤커터 집안사람인 스텍스의 할머니는 아주 오래전 언덕 옆에 간소한 거주지를 마련했는데, 그곳은 흙과 바위를 파내어 만든 작은 굴 수준이었어요. 그랬던 집을 지금의 멋진 집으로 탈바꿈시킨 건 할머니의 아들이자 스텍스의 아버지였어요. 집 주변 땅을 정성스럽게 다듬고 건물은 윤을 낸 섬록암과 화강암으로 지어서, 아침의 첫 햇볕이 내리쬐면 집은 마치 안에서 불을 켠 것처럼 밝아졌어요. 집으로 오는 길 양쪽에는 자작나무가 줄지어 서 있고, 집 마당은 넓고 푸른 잔디가 깔려 있으며, 즐겁게 보글거리며 물을 튀기는 분수가 있어요. 장미, 모란, 튤립, 국화, 데이지 등 갖가지 색의 꽃들을 심어 놓아서 집과 주변 풍경이 아름다워요.

스텍스는 아버지와 할머니한테서 배운 기술 덕에 돌을 캐내 깎는 솜씨가 훌륭했지만 그 일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스텍스는 광산보다 고양이와 꽃에 더 관심이 많았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집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날은 스텍스 스톤커터가 보낸 평범한 날 중 마지막 날이었어요. 모든 것이 끔찍하게 잘못되기 전이었으니까요.

뜻밖의 방문객이 찾아왔어요. 그의 이름은 푸지 템프로.

자신을 수집가, 경험을 수집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어요. 푸지는 마치 자기가 집주인이고 스텍스가 구경시켜 달라고 부탁을 한 방문객인 것처럼 행동했어요. 여기저기 둘러보더니 동료들을 데려와야겠다면서, 제멋대로 일주일 후에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했어요.

설마, 스텍스는 다음 만남은 생각조차 안했어요. 그 약속을 잊은 거예요.

푸지가 찾아오고 일주일 후, 스텍스는 선착장 끝 작은 탁자에 앉아 있었어요. 먼 바다에 나타난 첫 번째 배, 그 뒤로 열 척이 넘는 다른 배들이 보였어요.

이럴 수가!

푸지와 침입자들은 스텍스의 집과 창고에 들어가 물건들을 훔쳐 갔어요. 벽에 걸어둔 할머니의 돌 곡괭이까지 떼어 갔어요. 가축은 도망가거나 놈들이 다른 곳으로 옮겼고, 분수대는 박살났어요. 푸지는 부하들에게 나머지는 태우라고 명령했어요. 푸지가 말했어요.


"스텍스, 편하게 자리 잡았어? 갈 길이 멀거든."

푸지의 얼굴 주변으로 불에 타는 창고가 배경이 되어 붉은색 후광이 윤곽을 그리고 있었다. 

해는 지고 있었고, 불꽃이 붙어 있는 재 부스러기가 작은 별처럼 공중에 떠다녔다.

"도대체 왜?"

스텍스는 간신히 물었다.

"다들 매번 알고 싶어 하더군."

푸지는 이렇게 말하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웃기는 일이지."

스텍스는 답을 기다리며 계속해서 푸지를 쳐다봤다.

하지만 푸지가 해 준 답은 그게 전부였다. 

   (48p)


그날, 평범하고도 평온했던 스텍스의 일상이 산산히 부서졌어요. 

저주받은 바다로의 항해가 드디어 시작된 거예요. 악당 푸지 일당에게 납치된 스텍스, 과연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갈까요.

진짜 모험은 여기서부터예요. 강도들은 스텍스를 버리고 떠나 버렸어요. 미지의 땅에 홀로 남겨진 스텍스는 반드시 해야 할 임무가 생겼어요.

고양이들을 되찾고, 빼앗긴 집과 인생을 다시 마련하는 일.

불행 중 다행인 건 스텍스에겐 아버지가 남기신 나침반이 있다는 거예요. 그리고 라모아를 만났다는 것.


와우, 스텍스의 인생 역전 드라마가 펼쳐지네요.

디즈니풍의 환상적인 모험과는 완전히 다른, 마인크래프트만의 스펙타클한 모험이라고 할 수 있어요.

불행의바다 황폐의만 레인즈항구 # 텀블스항구 # 오버월드

절대로 스텍스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푸지 일당의 납치가 아니었다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었을까요.

아마 아닐 걸요. 평생 아름다운 집 밖으로 나갈 생각조차 안했을 거예요. 예상하지 못했던 위험과 위기를 통해 조금씩 성장해가는 스텍스.

온실의 화초 같았던 스텍스에게 라모아는 이렇게 말했어요. 


"나랑 헤지라랑 같이 가자. 세상은 넓어. 물론 세상에는 끔찍한 것도 있지.

내가 알려주지 않아도 잘 알겠지만.

하지만 아름다운 곳도 많아. 내가 보여 줄게."  (136p)


마인크래프트 세상 속에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 역시 재미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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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마음의 볕으로 내 바람벽은 따뜻했습니다
정란희 지음 / 보름달데이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당신 마음의 볕으로 내 바람벽은 따뜻했습니다>은 정란희 시인의 시집이에요.

시인은 미완의 문장에 당신 마음이 얹어져 시집을 지었다고 이야기하네요.

이 시집은 사랑, 이별, 우정, 그리움, 추억을 담아낸 "105일의 연서"이자 당신만을 읊조리는 기도라고 해요.

얼마나 당신을 생각하며 그리워했기에 마음을 적어낸 편지가 되고 간절한 기도가 되었을까요.

그래서 첫 번째 시는 시집의 제목이자 그 제목이 각 연의 첫 글자로 이루어진 N행시예요.


신의 곁을 떠도는 은우隱憂를 목도하며

께 기도를 했습니다

르고 닳도록 당신의 삶의 중량과

지에 놓인 당신

 은닉의 시간들을 소거해

살 좋은 곳에서 켜켜이 퇴적된 행복감

...

 (이날의 내 기도는 어지간히도 당신만을 읊조렸던 모양입니다)

    (14-15p)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사랑은 시를 노래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사랑해서, 사랑했으니까, 사랑 때문에... 결국에 시는 사랑의 흔적이 되었네요.

<그 겨울 당신의 분다>라는 시의 마지막 연은, "그 겨울, 당신 마음의 볕으로 내 바람벽은 따뜻했습니다"라고 적혀 있어요.

당신 마음의 볕, 사랑은 추운 겨울도 따스한 볕으로 감싸주네요. 


사랑, 그 흔한 말.

그러나 시에 담긴 사랑은 결코 흔한 말이 될 수 없어요. 그때의 사랑은 세상에서 하나뿐인 특별한 말이니까요.

시집을 읽다보면 신기하고 놀라워요. 누군가의 마음이 아름다운 언어로 빚어지는 것 같아요. 그러니 우리가 흔히 쓰는 말일지라도 시가 되면 새로워지나봐요.

<내 안의 한 사람>이라는 시의 마지막 연에서는  "베껴 쓴 내 마음 안에 / 문장으로 숨 쉬며 살아가는 / 오직 내 한 사람이 / 너로 조각되어  내 안에서 자란다"라고 되어 있어요.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그 사람이 내 안에서 자라나는 것. 그냥 존재하는 게 아니라 점점 자라난다는 표현이 아름다워요. 그러나 이별은 잔인하게 그 자라난 마음을 도려내는 일이라 아픈 것 같아요.   


편지의 묘미는 추신인 것 같아요.

어쩌면 그 추신을 적기 위해 앞서 이런저런 말들을 늘어놓았는지도 몰라요.

이 시집에서 추신은, 정란희 시인의 시가 아닌 여러 사람들의 시가 적혀 있어요. 모두 제목은 "당신 마음의 볕으로 내 바람벽은 따뜻했습니다"예요.

N행시. 제목의 글자 하나하나가 각 행의 첫 글자가 되는 시.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 석 자로 3행시를 만들어 보듯, 누구든지 N행시를 적어볼 수 있어요. 어쩌면 자신도 몰랐던, 숨겨진 마음의 언어들이 모습을 드러낼 수도 있어요. 이 시집 덕분에 자신만의 시 한 편을 써본다면 그것도 괜찮은 일이니까요. 오늘만큼은 따뜻할 것 같아요. 내 마음의 볕으로 당신의 바람벽도 따뜻하길 바란다는 시인의 마음이 전해졌나봐요. 아낌 없이 마음의 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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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사랑을 몰라서
김앵두 외 지음 / 보름달데이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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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우리는 사랑을 몰라서>는 다섯 명의 작가가 쓴 사랑에 관한 기록들이에요.

김앵두의 사랑, H의 사랑, 시훈의 사랑, 선지음의 사랑, 탈해의 사랑.

각자 자신이 경험했던 사랑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마치 서랍 속에 넣어둔 일기장을 꺼낸 듯, 나즈막히 속삭이고 있어요.


"사랑해 라고 말하는 동그란 입모양만이 사랑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애틋한 사랑이 여기에 있었다.

종종 우리는 지나간 사랑스러웠던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추억은 끝도 없이 팽창한다. 

찬란했던 시절은 세월의 격간 사이사이로 솟는다.

존재한 적 없는 것 같이 흔적이 희미해졌으나,

분명 존재했던 시간들.

돌아갈 수 없음은 더욱 돌아가고 싶게 만든다."

   - 앵두  (47p)


단편적인 추억들이라 내용이 조각조각 흩어져 있는 것 같아요. 앵두 작가의 표현처럼 추억은 끝도 없이 팽창하는데 흔적은 희미해진 느낌이에요.

지나간 사랑은 그런 느낌인 것 같아요. 그래서 읽는 내내 뭔가 안타깝고 쓸쓸했던 것 같아요. 만약 지금 사랑하고 있다면 따스한 햇볕을 쬐는 기분일 텐데...피부에 와닿는 따스함이 보이지는 않지만 온몸으로 느껴지듯이. 곁에 머물던 온기를 떠올리며 사랑을 추억하고 있네요.


H 작가는 시(詩)의 언어로 사랑을 들려주고 있어요. 그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요. 결국 사랑을 잘 몰라서... 그랬던 거라고.

추운 겨울에 눈부시게 반짝이는 하얀 눈이 유난히 시렵다면 그건 떠나간 그 마음 때문일지도 모르겠네요.


"너는 어떤 마음이었을가.

오래지 않아 녹아 버릴 그 눈송이로

어떻게 너는, 내게 영원을 주고 떠난 것일까."

  - <사랑의, 눈> , H  (83p)


시훈 작가는 "- 사랑, 그 족적은 너무나 인간적인 흔적이었다"라고 이야기하네요.

사랑은 있는 순간순간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삶에 남기는 발자국이라고.

네, 그런 것 같아요. 돌아보니 사랑이었노라, 라고 느꼈다면 이제는 그 사랑을 놓치지 말기를.

교환 일기를 쓰고, 우산 아래에서 첫 키스를 나누던 우리 이야기.

이별했다고 해서 잊을 수는 없겠지요.


선지음 작가에게 사랑이란...

 "사랑은 기어코 삶의 전부는 아니란다. 세상이 공기라면 사랑은 수많은 정화 중 한 방법이야. 내 숨을, 또 네 숨을 조금 더 깨끗하게 만드는, 이 삶, 이 땅에서 조금 더 살아가고 싶게 만드는, 그저 아주 작은 빛을 만들어줄 따뜻한 가로등이야. 사랑은.

절대 무너지지 말자. 이 세상은 아직 미치도록 눈부셔."  (233p)

사랑했고 이별했다면 옛사랑은 간 것이고 새로운 사랑이 올 차례예요. 그러니 살아보자고 이야기하네요. 


탈해 작가는 "사랑은 알 수 없는데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고"라고 이야기하네요.

사랑했던 우리가 존재하고,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기억한다면 그럴 거예요. 하얀 종이 위에 빽빽이 적힌 글들이 사랑의 증거들이겠지요. 아니 흔적이라고 해야 하나.


"말하자면, 너는 내일이야. 알 수 없고, 그래서 불안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기대하고 말아. 

그러면서 그 사이의 공백을 공백만큼 생각해."  

  - 탈해  (306p)


<우리는 사랑을 몰라서>는 김앵두, H, 시훈, 선지음, 탈해라는 삶의 조각 모음집인 것 같아요.

저 역시 사랑은 모르겠지만 사랑은 삶의 조각이 아닐까요. 삶의 전부는 아니지만 한 조각 빠지면 허전하고 쓸쓸한... 그래서 오늘도 사랑을 추억하며 사랑하고 싶은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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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여년 : 오래된 신세계 - 상2 - 얽혀진 혼동의 권세
묘니 지음, 이기용 옮김 / 이연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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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여년 : 오래된 세계> 2권이 드디어 나왔네요.

우와, 중국 판타지소설의 매력이란 정말 어마무시하네요. 스케일의 방대함!

앞서 1권에서는 경국 황실을 중심으로 한 인물관계도와 경국기구에 대한 도표 그리고 경여년 각국 세력지도를 통해 주인공이 겪게 될 시대적 배경을 설명해줬는데, 2권에서도 역시나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어요. 워낙 스케일이 커서 인물관계도부터 잘 파악해야 이야기의 흐름을 잡아갈 수 있어요.

경국은 황제의 강한 통치 아래 가장 강한 세력을 지닌 나라이며, 지금의 황제가 태자일 당시에 북벌을 시작하여 북위군을 상대로 한차례 처참히 패배했으나 뒤이은 북벌전쟁에서 첩보전을 통해 북위를 와해시켰어요. 경국의 황제에게는 직속 비밀 호위조직이 있어요. 

현실 세계에서 죽어가던 판시엔의 영혼이 간 곳은 하늘 나라가 아닌 경국이며, 황실과 막역한 관계인 판씨 집안의 친아들 판시엔의 몸 속이에요.

판시엔의 아버지는 황제의 충신이며 황실의 장사(산업)를 전담하는 내고의 수장이에요.


2권에서 판시엔은 아버지의 편지를 두 통 받았는데, 장사에서 정무, 그리고 이제는 감사원의 일을 하라는 내용이었어요.

처음에는 지난 연회자리에서 벌인 소동에 대한 문책이라고 여겼는데, 그것은 어쩌면 죽은 어머니의 절친인 쳔핑핑이 판시엔에게 감사원을 넘겨주려는 계획으로 보였어요.

감사원을 이어받는다는 건 재상의 자리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로 보였어요. 쳔핑핑은 판시엔에게 북제의 사절단 임무를 내렸어요. 성공적으로 옌빙윈을 구하고 돌아온다면 옌뤄하이의 지지를 받게 될 것이고, 옌빙윈도 어느 자리에 오르게 되어 판시엔에 대한 감사원 고위 관료들의 과반수 지지를 확보할 수 있어요. 문제는 아버지 판지엔이 원하는 건 아들이 편안히 내고를 이어받아 부자로 잘 살기를 바란다는 점이에요. 진짜 중요한 건 판시엔이 무엇을 선택하든지간에 결국은 황제의 생각대로 모든 것이 결정될 거라는 사실이에요.

본인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권력의 중심으로 다가가는 판시엔과 속내를 알 수 없는 황제, 그리고 황실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음모로 인해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네요.

판시엔은 점점 이곳 경국에서의 삶, 판씨 집안의 사생아라는 존재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게 되면서 신비로운 남자 우쥬와 어머니의 이야기, 신묘의 비밀까지 예상하지 못했던 진실에 다가가고 있어요. 그를 둘러싼 음모는 갈수록 얽혀만 가고, 혼동의 권세가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 과정이 숨막히게 전개되네요.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진정한 내 편은 누구인가, 그들이 감추고 있는 진짜 비밀이 무엇이길래 나를 향해 비수를 겨누는가.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면은 치명타를 날리네요. 이렇게 끝나면 어떡하냐고요.

상 완결, 중 1권에 계속... 으윽, 다음 이야기까지 또 기다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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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물에 대하여 - 2022 우수환경도서
안드리 스나이어 마그나손 지음, 노승영 옮김 / 북하우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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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물에 대하여>는 어떤 책일까요.

제목만 보고 연상되는 것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에요.

이 책이 진짜로 보여주는 건 실로 엄청나서, 다 보고 나면 머리털이 쭈뼛 서는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저자는 처음엔 100세가 되어가는 조부모와의 비공식 인터뷰를 통해 자신만의 기록 보관소를 만들고 있었대요.

그해 여름 생존해 있는 할아버지 세 분과 할머니 두 분의 이야기를 채록했대요.

욘 할아버지는 1919년생, 디사 할머니는 1925년생, 휠다 할머니는 1924년생, 아우르드니 할아버지는 1925년생, 비외르든 할아버지는 1921년생.

이분들은 제1차 세계대전 직후에 태어나 대공황이라는 유례없는 전환기를 겪었고, 제2차 세계대전과 20세기의 가장 굵직한 변화들을 이겨내고 살아남은 세대였어요.

놀랍게도 휠다 할머니와 아우르드니 할아버지 댁의 창고방에서 오래된 16밀리 테이프를 찾아냈고, 디지털 형식으로 변환하여 다시 볼 수 있었어요. 할아버지가 1956년에 찍은 영상으로 흑백에 무성이었지만 화질은 완벽했어요. 증조할아버지가 강변에 지은 커다란 흰색 주택, 그 집 식탁에 아이들이 얌전하게 앉아 있어요. 할머니가 촛불을 켠 케이크를 들고 미소를 띤 채 나타나고, 식탁 끝에 나란히 앉아 있는 열 살짜리 쌍둥이 자매가 웃으며 촛불을 힘차게 불어 끄고 있어요. 아이슬란드 전통 복장을 입은 증조할머니가 모두를 지켜보고 있어요. 생일파티의 주인공인 쌍둥이 자매 중 한 명이 바로 저자의 어머니였어요.


지금은 2018년, 우리는 60년 전과 같은 부엌에 앉아 있다. 어머니는 일흔이 넘었고 할머니는 아흔넷이며 내 막내딸은 열 살이다.

... 나는 딸 휠다 필리피아에게 간단한 산수 문제를 내준다.

"증조할머니가 1924년에 태어나셨으면 지금 연세가 어떻게 되지?"

휠다가 재깍 대답한다. "아흔넷."

"좋아, 이번엔 진짜로 더하기를 해볼 거야. 넌 언제 아흔넷이 될까?"

"그러니까 내가 태어난 2018년에 더하기 94를 하면 되지?"

"그렇지."

휠다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종이에 볼펜을 끄적이다가, "2102년 아냐?"

"맞아, 그때 너도 지금 할머니처럼 활기차길. 어쩌면 바로 이 집에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어쩌면 네가 지금 여기 앉아 잇는 것처럼 2102년에도 너의 열 살배기 증손녀가 찾아와 이 부엌에 함께 앉아 있을지도 모르고."

휠다가 우유를 홀짝거리며, "그래, 어쩌면."

"계산 한 번 더. 네 증손녀는 언제 아흔넷이 될까?"

휠다가 내게 약간의 도움을 받으며 종이에 숫자를 적는다.

"2092년에 태어났으면?"

"그래, 맞아."

"2092년에 94를 더하면... 2186년!"

휠다가 가만 생각하더니 웃음을 터뜨린다. 

"그래 상상할 수 있겠어? 2008년에 태어난 네가 2186년에도 살아 있을 아이를 알 수도 있다는 거 말이야."

휠다가 입을 오므리고 허공을 쳐다보다가, "이제 가도 돼?"

내가 말한다. "거의 다 됐어. 하나만 더 풀고. 1924년에서 2186년까지 전부 몇 년일까?"

휠다가 셈을 한다.

"262년?"

"상상해보렴. 262년이야. 그게 네가 연결된 시간의 길이란다.

넌 이 시간에 걸쳐 있는 사람들을 알고 있는 거야. 너의 시간은 네가 알고 사랑하고 너를 빚는 누군가의 시간이야.

네가 알게 될, 네가 사랑할, 네가 빚어낼 누군가의 시간이기도 하고. 너의 맨손으로 262년을 만질 수 있어.

할머니가 네게 가르친 것을 너는 손녀에게 가르칠 거야. 2186년의 미래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고."

"2186년이라니! "

 (26-28p)


이토록 길게, 저자가 딸과 나눈 대화를 적은 이유는 한 가지 때문이에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단어들"


우리는 단어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이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신문이나 책에서 지각하고 이해하는 세상이 우리가 지각하고 이해하는 세상이라고 믿고 있어요. 하지만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에요. 이를테면 우리는 '지구온난화', '기후변화' 같은 단어들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면서 훨씬 사소한 단어들에는 쉽게 발끈하지요.

'지구온난화'라는 단어에 담긴 의미를 속속들이 감지할 수 있다면 아이들이 옛날이야기를 듣다가 무서운 장면이 나올 때와 같은 반응을 일으켜야 해요. 완전히 소스라치게 놀라야 해요. 

해수 산성도가 8.1pH에서 7.8pH로 바뀌었다는 경고는 어떤가요?

아마 대부분은 그 차이를 실감하지 못할 거예요. 0.3이라는 숫자의 변화가 굉장히 작게 느껴질 거예요. 하지만 인간의 혈액에 적용해보면 어떨까요. 혈액이 감당할 수 있는 산성도 변화는 7.35pH에서 7.45pH 사이예요. 이 수치가 한계를 넘으면 장기 부전이나 사망의 위험이 있어요. 많은 동물 종에게 해수 산성도는 인체 혈액의 산성도만큼 중요해요. 실제로 0.3pH의 변화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 이를 묘사하는 표현은 대문자에 볼드체를 적용하고 이모티콘을 스무 개는 붙여야 마땅하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런데 현실은, 0.3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에요. 

블랙홀을 본 과학자는 아무도 없지만 블랙홀이 태양의 수백만 배나 되는 질량으로 모든 빛을 모조리 흡수해버린다는 건 알고 있어요. 

해양생물학자는 해수 산성화와 바닷새 절멸에 대해 이야기했고, 빙하학자는 빙하 해빙에 대해, 생태학자는 지구 식생 감소와 지하수 수위 하강, 임박한 물 부족의 결과에 대해 이야기했어요. 이들은 숫자를,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수백만 종의 동물들을, 수백만 년 동안 없었던 가장 빠른 변화를 줄기차게 언급했어요. 하지만 대중들은 어떤 자극이나 흥분 없이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요. 자신이 사랑하는 모든 것의 죽음이 임박했다는 감각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우리가 과학자들의 예측을 접하고도 지금 당장 급진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미래 세대는 이 여섯 번째 대멸종에 대해 돌아볼 기회조차 얻지 못할 거예요.


이 책은 바트나예퀴들 빙하, 미국의 할아버지, 악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100년이라는 시간을 느끼게 해줬어요.

우리에게 100년은 막연하게 긴 시간일지 몰라도, 지구의 100년은 그리 길지 않아요. 앞으로 100년에 걸쳐 지구상에 있는 물의 성질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거예요. 예전에는 수십만 년이 걸리던 변화가 이젠 100년 사이에 일어났고, 이 속도는 너무나 가속화되고 있어요.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을 썼어요. 지구상의 모든 것들이 블랙홀에 모조리 흡수되기 전에, 우리가 이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걸, 세상이 빗나갔다면 지금이라도 옳은 방향으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걸 알리기 위해서. 

마지막으로 저자는 2020년 6월, 코로나 이후에 쓴 후기에서 이렇게 묻고 있어요.


"우리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삶의 토대가 2050년, 2060년, 2080년에도 무사하도록 하기 위해서

(코로나 위기) 지금처럼 긴급한 조치를 취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358p)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기 바라지만,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적어도 이것만큼은 알았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시간 속에 살아가고 시간을 느낄 수 있지만, 바다가 지난 5000만 년간 달라진 것보다 앞으로 100년간 더 많이 달라질 거라는 걸, 그 심각성을 느낄 수 있기를.


"결국 우리가 간직하는 것은 우리가 사랑하는 것뿐이요,

우리가 사랑하는 것은 우리가 이해하는 것뿐이요,

우리가 이해하는 것은 우리가 배우는 것뿐이다."

  - 귀드뮌뒤르 파울 올라프손 (아이슬란드의 동식물 연구가, 환경 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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