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하반! 기초 아랍어 - 이보다 더 쉬울 순 없다
한신실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불구불, 이것이 글자인가 그림인가?

아랍어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이에요. 생소해서 더욱 신기했고 궁금했어요.

한 번도 배워볼 기회가 없었는데, 시원스쿨닷컴에서 아랍어 기초 교재가 나왔네요.

<마르하반! 기초 아랍어>는 아랍어 말하기를 최우선 목표로 만든 교재라고 해요.

아랍어 문자는 자음과 모음이 합쳐져서 하나의 소리를 낸대요. 총 28개의 자음과 3개의 단모음을 기본으로 사용해요. 

우리말은 모음을 자음 옆이나 아래쪽에 적는데, 아랍어는 자음의 윗부분이나 아랫부분에 적는다는 것이 특이해요.

아랍어의 자음은 알파벳 이름과 음가부터 하나씩 익혀야 해요. 28개의 자음과 3개의 단모음을 정리해보고, 장모음까지 확인하면 돼요. 아랍어의 단모음은 [아], [이], [우]로 소리내며, 장모음은 단모음을 길게 발음하면 돼요. 아랍어에는 모음 외에도 발음을 돕기 위한 부호를 사용해요. 수쿤은 자음 위에 원 형태로 표기해요. 샷다는 두 개의 같은 자음(수쿤이 있는 자음 + 모음이 있는 자음)이 겹쳐서 발음되는 것을 표기해요. 타 마르부타의 음가는 [ㅌ, t]지만 실제로는 거의 발음하지 않아요. 탄윈은 '모음이 더블'이라는 더블 모음 표기에며, 마지막 모음이 탄윈으로 끝날 때는 발음에 'ㄴ' 받침 (n음)이 추가돼요.

아랍어의 문장 구조는 명사로 시작하는 문장인 명사문과 동사로 시작하는 문장인 동사문으로 나뉜대요.


이 책은 총 30강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한달 학습 플랜을 짤 수 있어요.

1강은 인사, 2강은 자기소개, 3강은 국적... 일상 회화에서 자주 사용하는 주제를 엄선했다네요.

매 강마다 '주제 단어, 목표 문장, 대화 살펴보기'를 원어민 음성은 시원스쿨닷컴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다운받아 들을 수 있어요.

오늘의 대표 문장으로 시작해요. 대화문으로 말하기 연습을 하고, 대화문에 사용된 필수 문법 사항이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회화에 최적화딘 문법만을 익히는 방식이에요. 패턴으로 연습하기는 인칭과 시제에 맞게 변화하는 문장을 직접 쓰면서 익힐 수 있어요. 앞서 배운 대화 속 단어들은 기본형으로 정리되어 있어요. 마무리 퀴즈는 해당하는 목표 문장을 아랍어로 작문하는 거에요. 목표 문장은 반드시 암기하고, 주어진 한국어 독음으로 말하는 연습을 하면 돼요.

아랍어는 문자만 신기한 게 아니라 발음 역시 신기하네요. 치아 사이에 혀를 넣어서 내는 소리, 혀를 넘기는 소리가 마치 바람 소리 같아요. 살면서 한번도 낸 적 없는 소리라서 혀 근육이 살짝 방황했어요. 새로운 경험이자 도전인 것 같아요. 


안녕하세요. [았쌀라:무 알라이쿰]

안녕하세요. (대답)  [와알라이쿠뭈 쌀라: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뼈의 학교 - 뼈를 사랑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 뼈의 학교 1
모리구치 미쓰루.야스다 마모루 지음, 박소연 옮김 / 숲의전설 / 2021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뼈의 학교>는 뼈를 사랑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공포물이냐고요, 전혀 아니에요.

아주 조금 독특한 생물 선생님과 친구들의 이야기예요. 모리구치 미쓰루 선생님은 막 신설된 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쳤는데, 과학실에 번듯한 표본 하나 갖추지 못했대요. 수업을 할 때 뼈가 꼭 필요한 교재라서 혼자서 뼈를 줍고 뼈를 바르는 일을 시작했대요. 언제부턴가 동료 교사인 야스다 마모루가 함께 하게 되었고, 학생들도 합류하면서 뼈 친구들이 점점 늘어났대요. 처음엔 '뼈를 줍는다'라는 표현이 오싹했는데, 알고보니 재미있는 과학 탐구 활동이었어요. 

아이들에게는 자연이 가장 좋은 놀이터이자 학교라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숲에서 주운 뼈들이 교재가 되어 해부와 뼈 바르기의 기초를 가르쳤고, 아이들은 골격 표본 만들기에 도전했대요. 퍼즐을 맞추듯이 뼈 바르기를 재미로 시작한 요코, 우타, 아야코는 3년 동안 꾸준히 계속했고, 훗날 세 사람은 '뼈 바르기 삼인방'이 되었대요.

와우, 뼈가 재미있다니!

너구리, 오소리, 토끼, 여우, 멧돼지, 날다람쥐, 하늘다람쥐, 기니피그, 일본다람쥐, 흰넓적다리붉은쥐, 흰코사향고양이... 정말 동물들이 다양하네요.

가장 놀라웠던 건 바닷가에 밀려 올라온 고래 머리뼈예요. 사진으로 봤을 때는 거대한 돌 조각상 같아서 설명된 글이 없었다면 고래 뼈라는 걸 전혀 몰랐을 거예요.  

연구실도 아닌 중고등학교 과학실에서 선생님과 학생들이 죽은 동물의 사체로 골격 표본을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였다면 가능했을까요. 대부분의 중고등학교 과학실에서는 실험 수업이 있기는 해도 이러한 독창적인 수업은 드문 일이 아닐까 싶어요. 아마 일본에서도 흔한 일은 아닐 거예요. 동물 뼈 줍는 선생님의 열정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졌는지, 골격 표본 만들기에 푹 빠져서, 급기야 미노루는 프라이드치킨으로도 골격 표본을 만들 수 있다는 걸 보여줬어요. 미노루는 '프라이드치킨의 뼈'라는 제목의 글을 학급 신문에 기고했는데, 그 내용은 프라이드치킨 아홉 조각으로 머리와 발을 제외한 닭 한 마리가 된다는 것을 알아냈다는 거예요. 미노루의 엉뚱한 뼈 바르기는 전적으로 미노루의 생각은 아니고 어떤 책에서 힌트를 얻은 듯 하지만 어디서든 뼈를 찾을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대단한 것 같아요. 바닷가에서 고래의 뼈를 줍는 것과 프라이드치킨을 먹고 그 뼈를 모으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처럼 보이지만 실은 똑같은 거예요. 뼈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증거니까요.

저 역시 이 책을 읽고 나니 뼈에 대한 반응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무서움에서 흥미로움으로, 뼈를 통해서 과학적 재미를 발견할 수 있었어요.

이 책은 모리구치 미씨루 선생님의 텅 빈 과학실이 해골의 방으로 바뀌는 약 15년 동안의 일을 기록한 것이라고 해요. 길어봐야 1~2년 정도라고 예상했는데 대략 15년의 기록이라니, 정말 굉장한 것 같아요. 뼈와 사랑에 빠지면 이렇듯 헤어나오기 어렵나봐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 한번 써봅시다 -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
장강명 지음, 이내 그림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짧은 글은 거의 매일 쓰는 것 같아요. 

하지만 책을 낼 정도의 긴 글은 써 본 적이 없어요. 언젠가는 책 한번 쓰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터라 이 책이 끌렸던 것 같아요.

장강명 작가의 책 쓰기의 모든 것을 담은 <책 한번 써봅시다>라는 책.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어요.

여전히 책 쓰기를 망설이는 사람들을 위한 설득과 기왕 책 쓰기로 마음 먹은 사람을 위한 방법.


"나 같은 게 책은 무슨......" 이라고요?

☞ 글재주 잠재력은 가늠하기 어렵다.  (42p)


"책 써서 뭐 하려고?"라는 질문

☞ 낚시가 취미인 사람에게 낚시를 뭐 하러 하냐고, 골프가 취미인 사람에게 골프를 뭐 하러 치냐고 묻지 않는다. 

다들 그냥 좋아서 하는 거다. (47p)

그런데 왜 유독 책 쓰는 일에는 딴지를 거는 걸까요.

☞ '자격 있는 사람만 책을 낼 수 있다는 은근한 분위기'는 이미 책을 낸 기성작가들과 작가를 선망할 뿐 글을 쓰지는 않는 사람들이 함께 만드는 허구다.

당장 서점에 가서 눈으로 확인해보자. ... 시시한 책을 내도 아무도 다치지 않는다. 

... 작가는 별다른 교육훈련 없이도 밤에 한두 시간씩 혼자 쓰다가 작가가 되는 사람이 있다. 많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49p)


책 쓰기, 어떻게 시작할까요?

☞ 하나의 주제로 200자 원고지 600장을 쓰라. (20p)

200자 원고지 600매는 얇은 단행본 한 권을 만드는 데 필요한 분량이라고 해요. 

《책 한번 써봅시다》원고는 200자 원고지로 710매 분량이고, 책으로는 300쪽 분량이에요.


무엇을 어떻게 쓸 것인가?

에세이 쓰기, 소설 쓰기, 논픽션 쓰기에 관한 팁이 나와 있어요. 재미있는 건 작법서를 너무 믿지 말라는 조언이에요. 그러니 참고는 하되 맹신하지는 말 것.

수백 가지 요령보다 중요한 건 실제로 써보는 것. 그래도 참고용으로 책 한 권을 추천해주네요. 조지 오웰의 에세이집 《나는 왜 쓰는가》라고 하네요. 위대한 작가의 책이야말로 가장 좋은 참고서니까요.


'글 잘 쓰는 법을 알려달라'는 말은 '달리기 잘하는 법을 알려달라'는 말과 비슷하다.

그런 요청을 받으면 "기초 체력을 키우고 하체운동을 열심히 하세요"라는 조언까지는 두루 할 수 있다.

더 자세히 알려달라는 요청을 다시 받는다면 "어떤 달리기 말씀인가?"라고 되묻게 된다.

100미터를 달리듯 42,195킬로미터를 전력 질주 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자칫이면 몸을 크게 다친다.

글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이나 '글 잘 쓰는 법'도 다양하다는 얘기다.   (258p)  


결론은 한 가지예요. 책 한번 써볼 것.

마음 먹기가 어려운 것이지, 일단 결심했다면 쭉 쓰면 돼요. 책으로 출간할 수 있는 분량의 글을 꾸준히 써보는 거예요.

장강명 작가는 책이 중심에 있는 사회를 꿈꾼다고 해요. 책을 읽고 쓰는 즐거움을 더 많은 사람이 나눌 수 있기를, 저 역시 그랬으면 좋겠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984 (양장) 새움 세계문학
조지 오웰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지 오웰의 <1984>는 너무도 유명한 작품이에요.

인간의 자유가 박탈된, 암울한 사회를 그려내고 있어요. 

그동안 여러 매체와 책 속에서 자주 인용되는 <1984>라서 읽었다고 착각했어요. 

우리는 종종 이런 착각을 해요. 익숙함 때문에 본질을 놓치는 일.


주인공 윈스턴 스미스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어요.

서른아홉 살이고, 한때 정리할 수 없었던 아내가 있었고, 다리에 정맥류도 있고, 의치도 다섯 개나 된다고.

그게 뭐? 지금 자신에게 다가온 낯선 여자를 경계하면서 말한 내용이에요. 혹시 사고경찰과 연관된 사람인가 싶어서, 왜 자신에게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쪽지를 준 건지 의심하고 있어요. 언제부턴가 윈스턴은 검열과 감시 속에서 살아야 하는 상황이 견딜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일기장에 몰래 '빅 브라더를 타도하라'를 적어 놓고는 적발될까봐 두려워 하면서 동시에 자포자기 심정도 있었던 거예요. 

그녀의 이름은 줄리아, 스물여섯 살이고, 30명의 다른 여자들과 함께 합숙소에 살았고, 픽션부에서 소설 쓰는 기계를 다루는 일을 했어요. 그녀는 자신의 삶과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면 당의 정책에 관심이 없었어요. 일상적으로 쓰이게 된 것들을 제외하고는 결코 신어 용어를 사용하지 않아요. 그녀는 팔로 그의 목을 끌어안았고, 그를 내 사랑, 둘도 없는 사람,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윈스턴에게는 생경한 경험이었어요. 그의 전 아내, 캐서린은 온 힘을 다해 그를 밀쳐내기만 했고, 거의 혐오스러운 존재로 여겼으니까.

<1984> 속 가상의 나라 오세아니아에서는 사생활이 존재하지 않아요. 부부의 성생활까지 통제하기 때문에 사랑이라는 감정조차 느끼기 어려워요. 그들에게 허락된 감정은 두려움과 증오, 그리고 고통이에요. 윈스턴은 이런 끔찍한 일상에서 줄리아를 만나게 되었고 생애 처음으로 인간다움을 느끼게 돼요.


"만약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인간으로 남는 것이 목적이라면, 

궁극적으로 달라질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이 사람들의 감정을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스스로 그것들을 바꾸려 하지 않는 한, 심지어 원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들은 사람들이 행했던 일이나 말, 또는 생각들까지 극도로 세세한 모든 것을 털어놓게 만들 수 있었다.

그렇지만 속마음은, 자기 자신조차 신비스럽게 작동하는 그것만은, 난공불락으로 남아 있었다."   (267p)


과연 윈스턴과 줄리아는 그들의 사랑을 지킬 수 있을까요.

기존에 번역된 <1984>는 많지만, <신어의 원리>까지 직역한 작품은 이 책이 유일하다고 하네요.

번역의 차이. 우리는 다양한 책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똑같다고 생각했던 <1984>가 전혀 다른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걸 발견할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선택의 자유. 그것이 이 책이 알려주는 강력한 메시지인 것 같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삶, 죽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
패트릭 스벤손 지음, 신승미 옮김 / 나무의철학 / 2021년 1월
평점 :
품절


<삶, 죽음,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는 특별하고 기이하고 놀라운 이야기예요.

이 책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냐고 묻는다면 제목 그대로, 라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한마디로 신기해요. 

상상도 못했던 신비로운 물고기와의 만남이 우리의 삶과 죽음이라는 근원적인 질문과 마주하는 일이 될 줄은 몰랐어요.

저자는 뱀장어 낚시를 좋아했던 아버지와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아버지가 사르가소해에 대해 말해줬을 때, 그곳이 마치 마법에 걸린 동화 속 세상 혹은 세상의 끝처럼 느껴졌다고 해요. 사르가소해(Sargasso Sea)는 북서대서양 지역의 바다이며 뱀장어가 탄생하는 장소라고 해요. 

솔직하게 한 번도 뱀장어의 생활사를 궁금해 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뱀장어에 대해 아는 거라곤 먹어본 맛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뜨거운 팬에 구워지는 음식으로만 여겼지, 방금 전까지 살아 있었던 생명체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던 것 같아요. 

세상에서 가장 신비로운 물고기의 정체는 바로 뱀장어예요.

아마 다들 뱀장어와 '신비로움'이라는 조합이 이상하게 느껴질 거예요. 익숙하게 봐 왔지만 실상 아는 게 없는 뱀장어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진 않으니까요.

그런데 뱀장어와 관련된 인물들을 보면서 무척 놀랐어요. 어쩌면 뱀장어보다 뱀장어를 연구했던 사람들 때문에 궁금해졌던 것 같아요.


아리스토텔레스가 뱀장어를 연구했다고 해요. 그의 위대한 저서인《동물의 역사》에는 동물과 자연을 이해하기 위한 독창적이고 급진적인 접근법이 나오는데, 그것이 곧 현대 생물학과 자연과학을 탄생시켰다고 해요. 아리스토텔레스는 경험을 바탕으로 접근했고 자연을 체계적인 관찰로 기술할 수 있어야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했어요. 뱀장어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이한 주장을 유별나게 많이 한 대상이었대요. 뱀장어를 아주 꼼꼼하고 체계적으로 연구했는데도 불구하고, 뱀장어가 생물학적 성을 가지고 있지 않으며 무에서 탄생한다는 비과학적인 결론에 도달한 거예요. 바로 그 점이 뱀장어를 특별한 존재로 만들었어요. 뱀장어는 이상한 생활사와 변태, 생식에 대한 우회적 접근 때문에 관찰하기가 극도로 어렵고, 증명된 수수께끼가 거의 없다는 것. 우리가 뱀장어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다는 건 그럴 수 있지만 동물학자들조차 밝혀내지 못했다는 사실이 신비로운 존재로 만든 거죠. 우리는 뱀장어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동물학자들은 이를 '뱀장어 질문'이라고 한대요.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아시나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는 원래 의대생이었지만 카를 크라우스 교수에게 철학, 생리학, 동물학도 배웠대요. 카를 크라우스 교수는 해양동물학 전문가이며, 자신이 속한 분야의 모든 사람들처럼 뱀장어에 관심이 많았대요. 자웅동체 동물을 연구했는데, 당시 뱀장어는 자웅동체라고 여겨지던 때였어요. 빈 대학교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트리에스테에 있는 해양 연구소의 책임자였기 때문에 열아홉 살의 프로이트를 자신의 해양 연구소에 파견보냈던 거예요. 그리하여 프로이트는 몇 주 동안 지중해에 있는 실험실 책상에 앉아서 뱀장어를 자르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며 수컷 뱀장어의 생식기관을 찾기 위해 애썼지만 고환을 하나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야심만만했던 열아홉 살의 프로이트는 첫 번째 과학적 임무에서 좌절했지만, 그의 실패는 운명이었다고 볼 수 있어요. 뱀장어의 성과 생식기에 관한 수수께끼는 못 풀었지만 환자들의 심리를 치료하면서 성과 성적 특성을 탐구하게 되었으니까요. 


레이첼 카슨은 20세기에 가장 저명하고 영향력 있는 해양 생물학자 중 한 명이었다고 해요. 그녀가 해양 생물에 대한 획기적인 책을 여러 권 썼다는 사실보다는 환경운동의 개척자로서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 많을 거예요. 대학원에서 해양 생물학 연구를 시작했는데, 그때 뱀장어에게 매혹됐다고 해요. 몇 년 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고 카슨이 어머니와 언니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처지가 되면서 적은 보수를 받는 연구소에서 일할 수 없게 되었대요. 미국 수산청에 고용된 그녀의 임무는 해양 생물에 대한 팸플릿 글을 쓰는 작업이었는데, '물의 세상'이라는 제목으로 바닷속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를 썼대요. 그녀의 상사가 이 글은 수산청의 정보 팸플릿으로 적합하지 않다면서, 잡지사에 보내보라고 말했대요. 그렇게 해서 카슨은 작가가 되었어요. 레이첼 카슨의 첫 번째 책《바닷바람을 맞으며》에서 뱀장어를 소개한 부분이 나오는데, 바다의 흥미로운 복잡성을 대표하기에 뱀장어보다 나은 생물을 찾지 못했다고. 그녀가 출판사에 보낸 편지에도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요.

"나는 많은 사람들이 뱀장어를 보기만 해도 몸서리를 친다는 것을 압니다. 

나에게 (그리고 뱀장어의 이야기를 아는 다른 사람에게도 그럴 것입니다) 뱀장어를 보는 것은

이 세상에서 가장 멀고 놀라운 곳까지 여행한 사람을 만나는 것과 같습니다.

순식간에 나는 뱀장어가 지나온 낯선 곳, 인간인 내가 결코 갈 수 없는 곳의 생생한 그림을 봅니다."  (175p)


뱀장어는 사르가소해로 돌아갈 여건이 되지 않으면 마지막 변태를 거치지 않는다고 해요. 영원한 아이로 남은 피터팬처럼.

대신에 기회가 생기면 기력이 다할 때까지 바다를 향해 머나먼 길을 떠나는 거예요. 뱀장어는 자신의 삶이 원래 정해진 대로 흘러가지 않으면 모든 것을 보류하고 죽음마저도 거의 무기한으로 미룰 수 있다고 해요. 뱀장어는 변태를 거칠 때마다 다른 형태가 되고, 현재 어디에 있는지, 그 환경에 따라 생활사의 각 단계가 길어지거나 압축될 수 있대요. 뱀장어의 시간은 우리와 다르게 흘러가고 있어요. 


이 책을 읽으면서 신기했던 건 뱀장어에 관한 이야기와 저자의 개인적인 가족사가 전혀 이질감 없이 흘러갔다는 거예요.

저자의 아버지는 동물을 아주 많이 좋아했지만 가끔은 동물을 죽였다고, 그건 살생이나 폭력을 즐겨서가 아니라 옳다고 여겼기에 그렇게 했던 거예요. 아버지는 인간이 다른 생명체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힘뿐만 아니라 책임도 있다고 믿었던 분이에요. 살릴 것인가, 아니면 죽일 것인가, 이런 책임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항상 명료하지는 않지만 어찌됐든 회피할 수 없는 책임인 것은 분명해요. 생명에 대한 존중, 그 존중이 필요한 책임에 대해서 우리 역시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인간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니라는 것을 죽음을 통해 배우는 것 같아요. 인간의 생명은 누구의 손에 달려 있을까요.

 

지금 뱀장어가 빠른 속도로 멸종하고 있다고 해요. 왜 뱀장어가 사라지고 있을까요. 

우리는 그 답을 알 수 없어요. 다만 한 가지는 알고 있어요. 이 일은 우리의 잘못이라는 것. 뱀장어가 직면한 위협에 대해 모두 알지 못하지만, 가장 오래된 위협은 어업이라고 해요. 또한 실증하긴 어렵지만 가장 심각한 위협은 기후 변화예요. 

과연 우리는 뱀장어를 구할 수 있을까요. 멸종된 도도처럼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신비로운 물고기의 수수께끼를 풀 수 있을까요.

세상의 신비는 풀리지 않아도, 우리는 생명의 경이로움을 느낄 수 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