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 원전 번역본) - 톨스토이 단편선 현대지성 클래식 34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홍대화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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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톨스토이 단편선입니다.

정말 오랜만에 다시 읽는 명작입니다. 비교적 짧은 단편이라서 읽기는 쉬웠으나 동시에 어려웠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그저 이야기로서 받아들였기 때문에 단순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생을 조금 더 살아보고 나서 읽어보니 결코 쉬운 이야기가 아니었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인생은 무엇이며, 사람은 무엇으로 사느냐... 이것은 심오한 철학입니다.


이 책은 러시아 원전 번역본으로 단편 10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비롯한 8편은 1963년에 예술문화국가출판부에서 출간한 20권 전집 중 제10권에서, <세 가지 질문>과 <노동과 죽음과 질병>은 톨스토이의 모든 작품을 담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의 원문 텍스트에서 가져왔다고 합니다. 

기존 번역과 다른 점은 인물이나 지명 등 일부 러시아어를 국립국어원에서 나온 외래어표기법이 아닌 러시아어 특유의 된소리를 그대로 살렸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뭔가 더 러시아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천사가 말했다.

"저는 모든 사람이 자신에 대한 염려가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감을 알았습니다.

어머니는 자녀들이 살아가는 데 무엇이 필요한지를 몰랐습니다.

부자는 자신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알지 못했습니다. 

저녁 때 필요한 것이 살아있는 사람이 신을 장화인지 아니면 죽은 자를 위한 목 없는 신발인지 아무도 몰랐습니다. 

사람으로 있을 때 제가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은 스스로 계획해서가 아니라, 지나가던 사람과 그의 아내 마음에 있는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고아들은 자신을 챙길 수 있어서가 아니라 낯선 여인의 마음에 있는 사랑으로, 그들을 가엾게 여기는 사랑으로 살아남았습니다.

모든 사람이 스스로 계획해서가 아니라, 사람 안에 있는 사랑 때문에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

... 천사의 등 뒤에서 날개가 펼쳐지면서 그는 하늘로 올라갔다.

세묜이 정신을 차렸을 때 오두막은 전과 동일했고, 오두막 안에는 가족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39-40p)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인간이 된 천사를 통해서 세 가지 깨달음을 주는 이야기입니다.

천사는 가엾은 산모의 영혼을 거두지 못하는 바람에 징계를 받았습니다. 벌거벗은 인간의 몸으로 땅에 떨어진 천사는 추위와 굶주림을 겪게 되지만 세묜과 마뜨료나 덕분에 살아났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처럼 세묜은 아무런 조건 없이 천사를 구해줬습니다. 과연 나라면 세묜과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었을까요.

당장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가 막막한 상황에서 자신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가 어렵게 느껴졌던 겁니다. 무엇이 옳은 것인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그것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알고 있는 그대로 왜 살지 못하느냐는 것입니다. 스스로 제 삶에 대해 던지는 질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머지 단편들 역시 인간의 본질과 삶의 이유를 묻고 있습니다. 이제는 진지하게 답해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작가의 생애를 아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됩니다.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1828~1910)는 한때 환락에 빠져 타락한 생활을 하였으나 노년에는 철저한 금욕 생활을 했다고 합니다.

1910년에는 집을 나와 <신부 세르게이>(1898)의 주인공 세르게이처럼 순례자 생활을 하다가 허름한 기차역에서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과연 톨스토이 자신은 행복한 죽음을 맞이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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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 - 현대인들의 삶에 시금석이 될 진실을 탐하다
이채윤 엮음 / 읽고싶은책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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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역,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글은 수백 권의 두루마리였는데, 현재 남아 있는 것은 30권의 2,000쪽 가량이라고 해요.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정치학>, <수사학>,<형이상학>,<영혼에 관하여>,<시학> 등을 다 읽을 수 없는 현대인들을 위해서, 삶에 필요한 핵심 문장들만을 쏙쏙 골라 모아놓았어요. 어려운 철학 이론이 아니라 삶의 지혜가 담긴 문장들이에요. 그래서 단숨에 읽어가는 책이 아니라 천천히 호흡을 고르며 읽는 책이에요.

책의 구성은 열 개의 주제로 나뉘어져 있어요. 행복에 대하여, 영혼과 중용에 대하여, 친구에 대하여, 사랑과 쾌락과 아름다움에 대하여, 철학이란 무엇인가, 정치란 무엇인가, 인간 행동에 대하여. 각 주제에 속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들을, 자신의 상황과 고민에 따라 선택하여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니코마코스 윤리학>은 역사상 최초의 인문 철학서이자 인류 최초의 자기계발서라고 부른대요. 24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간 윤리의 기본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역시 위대한 철학자였음을 깨닫게 해주네요. 특히 우리에게는 인간 윤리의 기본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를 살고 있어요. 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을 두려워할 게 아니라 인간답지 않은 인간을 경계해야 되지 않을까요. 

철학은 현실적인 고민에 대한 답을 줄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회 문제에 대한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만을 담고 있지만 그 문장들을 하나씩 되새기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공부가 될 것 같아요. 


♣ 행복은 오락이 아니다

행복은 오락이 아니다. 사실 우리의 목적이 즐거움뿐이라면 이상할 것이다.

우리가 단지 우리 자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 평생 노동을 하고 고난을 겪는다면 정말 이상할 것이다.

행복한 삶은 미덕에 부합하는 삶이어야 한다. 

그것은 노력이 수반되는 삶이고 재미로 소비되는 인생이 아니다.

  ■ 윤리학   (22p)


사람들에게 가장 원하는 것을 물으면 대부분 '행복'이라고 이야기해요.

그런데 이상한 건 사람마다 행복의 정의와 기준이 다르다는 거예요.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행복은 오락이 아닌데, 우리는 종종 오락을 행복으로 착각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 모른다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요?


♣ 행복은, 활동은 생겨나는 것

행복은 일종의 활동인데 활동은 생겨나는 것이지, 어떤 소유물처럼 속하는 것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만일 행복이란 것이 우리의 활동 속에 깃들어 있고 선한 사람이 그 활동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면,

그런 사람을 친구로 둔 사람도 행복할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선한 자기 자신의 행동을 자주 살펴보아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채워주는 것이 친구인 선한 사람의 행위이기 때문이다.

  ■ 윤리학  (29p)


행복은 행위 속에 있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선한 사람의 행동, 즉 선행이 주는 즐거움이 행위자와 그 주변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거예요. 

여기서 친구의 조건이 나오네요. 선행을 하며,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는 사람.

살다 보면 수많은 지인들이 있지만 그 가운데 친구는 많지 않아요.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선한 사람의 행위를 해야 친구라고 할 수 있어요.


♣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

시인의 기능은 일어난 일이 아니라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묘사하는 것이다.

즉 가능성이 있거나 필요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예언하는 일이다.

그래서 시는 역사보다 더 철학적이며 더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왜냐하면 시적 진술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보다 본질을 진술하기 때문이다.

   ■ 시학  (233p)


철학이 어렵다면 시를 읽으면 어떨까요.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미 시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네요. '시는 우주적'이라고도 표현했는데, 저 역시 시를 잊고 지내던 시기는 암흑기였던 것 같아요. 

근래에 다시 시를 읽으면서 새로운 기쁨을 누리고 있어요. 철학과 시는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똑같은 문장이지만 저마다 다르게 해석할 수 있으니까요.

부디 각자의 삶에서 지혜롭게 스며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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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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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즐겨보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어요. 

반려견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내용인데, 볼수록 빠져들게 되더라고요.

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안타깝게도 사랑하는 방법을 제대로 몰라서 눈물짓는 경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중요한 건 개에 대한 진심이 사람을 변화시킨다는 거예요. 


<소년과 개>는 마음이 뭉클해지는 이야기예요.

일본 동북부 대지진 이후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주차장 구석에 개 한 마리가 주인을 기다리는 듯 머물러 있어요. 

이 개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가즈마사예요. 개에게 목줄은 없고 가죽 목걸이에 '다몬(多聞)'이라고 적혀 있어요.

다몬. 많을 다, 들을 문.

앞으로 이 개를 만나게 될 사람들은 개의 이름을 알든 모르든 상관없이 개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줄 거예요. 개는 말로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눈빛으로 모든 걸 다 이해하는 듯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거예요. 지진과 쓰나미가 모든 것을 휩쓸고 간 그곳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삶은 이어지고 있어요.

저자 하세 세이슈는 이 소설로 '나오키 상'을 수상했어요. 작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휩쓸던 시기에 <소년과 개>를 문예지에 게재했다가 책으로 출간했다고 해요. 이유는 다르지만 모두가 똑같이 힘든 상황을 겪는 와중에 <소년과 개>라는 책이 세상에 나왔다는 건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것 같아요.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이라고 해도 우리에게는 작은 희망이 있어요. 그건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게 만드는 힘, 즉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주인을 잃어버린 떠돌이 개 한 마리가 이토록 커다란 사랑을 품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가즈마사, 미겔, 다이키, 사에, 미와, 야이치, 우치무라, 히사코, 히카루 - 저마다 나름의 상처를 가진 사람들이에요. 우리는 타인의 아픔을 이해한다고 말하면서 제멋대로 해석하고 판단할 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어쩌다가 '말'은 소통을 위한 도구가 아닌 오해와 다툼의 도구가 된 걸까요. 어떻게 마음을 표현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눠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개는 달라요. 아무 말 못해도, 살랑살랑 흔드는 꼬리와 핥아주는 것으로 사랑을 표현해줘요. 무엇보다도 늘 곁에 있어주는 특별한 존재예요.

힘들 때는 그저 묵묵히 함께 있어줘서 든든한 위로가 되곤 해요. 다몬은 어떻게 그걸 알았을까요. 돌이켜보면 사람들이 다몬을 발견한 게 아니라 다몬이 외롭고 힘든 그들을 선택해준 것 같아요. 신기한 건 다몬이 건네는 위로와 사랑이 제게도 전해졌다는 거예요. 그건 놀라운 감동이었어요.

진심으로 개는 훌륭했어요. 개는 훌륭하다는 걸, 다몬은 우리에게 기적이 무엇인지를 보여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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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로 바로 이해하는 가장 쉬운 경영학 - 대학 4년간 배우는 내용을 한권에 담았다! 일러스트로 바로 이해하는 가장 쉬운 시리즈
조사연 옮김, 히라노 아쓰시 칼 감수 / 더퀘스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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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에 대해 관심은 있으나 선뜻 배울 생각을 못한 건 관련 서적이 어렵게 느껴져서예요.

그런데 여기, 알기 쉽게 설명된 경영학 입문서가 나왔어요.

<일러스트로 바로 이해하는 가장 쉬운 경영학>은 경영학 기초를 알려주는 책이에요.

각 챕터가 스토리텔링과 일러스트로 구성되어 있어서 용어와 개념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네요.

우선 경영학은 왜 배워야 할까요.

책에 등장하는 경미 씨처럼 카페를 창업하거나 회사를 경영하는 경우라면 모를까, 대기업에 취업하려는 취준생이라면 경영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요.

교수의 답변은 다음과 같아요.

"경영학을 배우면 회사에 어떤 부서가 있고 다른 부서는 어떤 목표 아래 무슨 일을 하는지 알게 돼요.

부분을 알고 경영자 시점으로 전체를 바라보면 소속 부서에서 자신이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깨닫게 되죠.

그러면 업무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고 보람도 생깁니다. 

일반 사원이 경영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15p)

저 역시 경영학을 공부하고 싶은 이유가 바로 '경영자 시점' 때문이에요.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자기 스스로 CEO의 마인드를 가지고,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해요. 어찌보면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책임져야 할 CEO라고 할 수 있으니, 경영학을 배우는 건 당연하다고 볼 수 있어요. 경영학은 기업을 비롯해 조직이 가진 사람, 물건, 돈, 정보 등의 경영자원을 활용해 어떻게 하면 세상에 효과적인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연구하는 학문이에요. 이 책에서는 경영학이 무엇인지부터 시작해서 경영학의 중심 주체인 기업에 대해 알려주고, 경영 활동에 필요한 경영전략, 마케팅, 비즈니스 모델, 생산관리, 조직에 관한 핵심 지식만을 골라 설명해주고 있어요.

경영전략에서 사업 범위를 정할 때는 세 가지 관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해요. 누구에게 제공할 것인가(고객축), 어떻게 제공할까(제품, 기술축),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기능축)를 염두에 두면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어요. 성공한 기업은 강점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뛰어난 강점, 즉 핵심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핵심역량의 조건은 적용 가능성, 내구성, 대체 가능성, 희소성, 모방 가능성이며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핵심역량을 찾아야 위기에 대처할 수 있어요. 기업을 작은 조직, 더 작게는 '나' 자신으로 생각하면 경영전략이 성공전략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아요. 경영전략에 기초하여 돈을 벌기 위한 계획이 비즈니스 모델이에요.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제공할 것인가, 무엇을 제공할 것인가, 어떤 경영자원을 활용할 것인가,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 어떻게 수익을 올릴 것인가,라는 다섯 가지 요소를 조합하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어요.

기본적인 경영학의 개념을 한 권의 책으로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덕분에 기업과 조직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세상을 보는 유용한 도구가 생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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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금수저의 슬기로운 일상탐닉
안나미 지음 / 의미와재미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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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금수저의 슬기로운 일상탐닉>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일상을 여덟 가지 주제로 보여주는 책이에요.

그 여덟 가지 주제는 음식, 산, 반려동물, 꽃, 과거시험, 집, 계모임, 한류스타예요.

예나 지금이나 음식은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주제인 것 같아요. 조선 시대 문익 조익은 호남 관찰사 민후의 부탁으로 <용졸당기>를 썼는데, 거기에 '순채국과 농어회로 입맛을 맞추고'라는 문구가 나온대요. 조선 선비들에게 순채국과 농어회는 어떤 의미이길래 여러 문헌에 자주 등장하는 걸까요. 순채국과 농어회는 '순갱노회'라고 부르는데 줄여서 '순로'라고도 한대요. 마치 하나의 세트처럼 언급된 것은 진나라 장한의 이야기에서 유래되었대요. 장한이 재상으로 있을 때 나라의 정치가 어지러워 벼슬에서 물러날 기회만 엿보다가 정세를 살펴보니 곧 난리가 날 것 같아 고향으로 돌아갈 날을 생각하고 있었대요. 마침 가을이 되어 농어회와 순채를 핑계 삼아 고향으로 갔고, 그 덕부에 장한은 목숨을 건졌다고 하네요. 조선 중기 4대 문장가의 한 사람인 장유는 벼슬살이가 힘겨울 때나, 고향을 그리워할 때에 순채국과 농어회를 자주 인용했다고 하네요. 그러니 순채국과 농어회는 음식 자체의 의미만으로 한정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선비들은 음식에 대한 미적 기호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기 때문에 맛있는 음식을 품평하거나 찾아다니는 것에 대한 기록은 흔하지 않다고 하네요. 식욕을 절제하는 선비의 정신을 보니 오늘날 먹방 프로그램과 맛집 투어로 넘쳐나는 식욕들이 지나친 탐욕처럼 느껴지네요. 

선비의 삶에서 꽃은 좀 의외의 주제라서 더 흥미로운 것 같아요. 조선시대 선비들이 사랑한 꽃은 무엇일까요.

1474년 강희안은 꽃 키우는 방법을 다룬 조선 최초의 전문 화훼서 『양화소록』에서 매우 인상적인 문구를 남겼네요. 선비가 꽃을 키우는 이유에 대한 서술로, 꽃이란 마음 속에 품은 뜻을 키우고 덕성을 함양하기 위한 것일 뿐이니, 운치와 절조 없는 것은 감상할 필요조차 없기에 아무 꽃이나 키울 수 없으며, 이는 비루한 사람과 한 방에 있는 것처럼 피해야 할 일라고 적었대요. 강희안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같은 작은 것이라도 이치를 탐구하여 근원으로 들어가면 지식이 미치므로, 결국 꽃을 키우고 감상하는 이유는 성리학의 원리를 탐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대요. 꽃을 그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사랑하면 될 것을, 선비들은 참으로 복잡한 사색을 하였네요. 

조선시대 선비가 가장 사랑한 꽃 1위는 매화라고 해요. 2위는 아마도 국화일 거라고요. 추위에 굴하지 않고 피어나는 매화와 찬 서리를 맞으며 피어나는 도도한 오상고절 국화는 선비 정신의 아이콘이었던 거죠.

선비가 머무는 곳으로 책에 소개된 계일정은 경기도 용인 모현동에 가면 연안 이씨의 종가 옆에 있다고 해요. 옮겨 놓은 것으로 사실 연못을 새로 파고 정자를 다시 지은 것이라는데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공간인 것 같아요. 사람은 자고로 아름다운 공간에서 살아가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라는 점에서 우리의 한옥은 멋스러움의 결정체인 것 같아요. 언젠가 가능하다면 한옥 스타일로 집을 건축해보는 것이 꿈이에요.

조선시대 선비의 삶을 구석구석 되짚어보니 나름의 풍류가 무엇인지를 알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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