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의 손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 지음 / 내로라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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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고

깊어지자.

월간 내로라.

N' 202102 The Monkey's Paw 원숭이의 손


특이하죠?  '월간 내로라'는 한 달에 한 편의 영문 고전 단편 소설을 소개하는 시리즈라고 해요.

<원숭이의 손>은 윌리엄 위마크 제이콥스 (William Wymark Jacobs , 1863~1943)의 작품이에요. 이 작품은 1980년 미국 <워싱턴 포스트>에서 '근대 영미문학 걸작 50편'에 선정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해요. 이 짧은 이야기가 오래도록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세 가지 소원'을 모티브로 한 이야기인데, 아마도 그 원조격으로 봐야 할 것 같아요. 다양한 장르에서 각색되었기 때문에 익숙한 느낌을 받을 뿐이지, 실제로 원작은 읽은 건 처음이에요. 

<원숭이의 손> (1902년)은 제이콥스의 첫 번째 공포 장르 소설로, 스티븐 킹의 소설 『애완동물 공동묘지』(1983)도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늙은 수도승의 주술이 걸려 있어요. 작은 마을 주민들이 신처럼 모시던 사람이었죠.

그는 인생이란 운명이 이끄는 것이고, 거역하려 하면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을 보여 주고자 했어요."

이야기하는 군인의 표정이 농담기 없이 진지했다.

"여기에 걸린 주술은, 세 사람이 각자 세 개의 소원을 빌 수 있게 해 주는 것입니다."   (27p)


주술에 걸린 원숭이 손으로 세 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면 무슨 소원을 빌 건가요?

다들 한 번쯤 이런 마법 같은 일들을 상상해봤을 거예요. 무엇이든 이뤄주는 거라면 무척 행복해야 마땅한데, 원숭이 손을 가진 군인 모리스 씨는 뭔가 심각해보였고, 이야기를 들려준 뒤에 벽난로의 불길 속으로 던져버렸어요. 이에 깜짝 놀란 화이트 씨가 얼른 불 속에서 그것을 꺼냈어요. 군인은 태우라고 충고했지만 화이트 씨는 원숭이 손을 자신에게 달라고 청했어요. 그러자 모리스 씨는 마지막 경고를 했어요. 꼭 소원을 빌어야겠다면, 신중히 생각하고 빌어야 한다고요.

세 가지 소원이 이뤄지는 방식은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말하는 즉시 눈앞에 짜잔 나타나는 게 아니에요. 아주 자연스럽게, 소원이 아니라 그저 우연이 맞아떨어진 것처럼 이뤄진다는 것이 특징이에요. 왜 모리스 씨가 그토록 침울하게, 신중하라고 신신당부했는지 곧 알게 될 거예요.


문득 제가 알고 있던 '세 가지 소원' 에 관한 다양한 버전이 생각나네요.

금슬 좋은 부부에게 세 가지 소원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남편이 성급하게 소시지를 먹고 싶다고 말하는 바람에 첫 번째 소원으로 소시지가 생겼고, 이에 화가 난 아내가 소시지를 남편 얼굴에 붙으라고 소리친 게 두 번째 소원이 되었고, 결국 남편 얼굴에 붙은 소시지를 떼는 것으로 마지막 소원을 빌게 되었어요. 그 뒤로 부부는 평생 서로를 원망하며 싸웠더라는 이야기.

약간 변형된 버전으로는 말하는 대로 이뤄지는 마법이 생겼는데, 결국 말 때문에 불행해지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래서 진지하게 내린 결론은 아무 노력 없이 저절로 이뤄지는 소원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라는 거예요. 그건 마치 파우스트를 찾아 온 악마처럼 소원을 들어줄 테니 영혼을 팔라는 것과 같은 유혹이라고 생각해요. 

'세상에 공짜는 없다.'라는 교훈, 즉 무엇이든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있는 법인데, 원숭이 손이 이뤄주는 세 가지 소원을 공짜로 착각했기 때문에 비극이 일어났다고 볼 수 있어요. 인생은 새옹지마, 뿌린 대로 거두리라.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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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과 장미
오스카 와일드 지음 / 내로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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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미스터리한 주제, 바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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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팅게일과 장미
오스카 와일드 지음 / 내로라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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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방식의 책을 만났어요. 월간 내로라!

'월간 내로라'는 한 달에 한 편의 영문 고전을 소개하는 단편 소설 시리즈물이라고 해요.

얇은 문고판 크기의 책 속에 영미소설의 원문과 번역된 내용을 동시에 담고 있어요.

그동안 시간이 없다거나 바쁘다는 핑계로 책을 멀리 했던 사람들이라면 새롭게 독서를 시작하기에 알맞은 책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고전문학을 위한 첫걸음으로 장편 소설은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이 책은 단편 소설을 딱 한 편만 싣고 있어서 산뜻하게 시작할 수 있고, 원문을 함께 읽을 수 있다는 것이 굉장한 장점인 것 같아요. 똑같은 고전소설도 번역에 따라 약간의 뉘앙스 차이가 있는데, 원문을 동시에 읽을 수 있으니까 나름의 해석이 가능해서 좋은 것 같아요. 원문이 주는 느낌으로 감상해서 좋고, 번역과 비교하면서 영어 공부까지 덤으로 할 수 있어서 유익하네요.

또한 작가 소개와 작품 한 편, 그리고 그 작품에 대한 해설까지 나와 있어서, 짧지만 굵게, 매우 알찬 조합인 것 같아요. 


<나이팅게일과 장미>는 오스카 와일드의 단편소설이에요.

첫 장을 펼쳤을 때, 오스카 와일드의 명언이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절망에 빠진 사람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 결정하는 것은

지난날 쓸데없이 읽었던 것들이다."

   -  오스카 와일드 


"It is what you read when you don't have to

that determines what you will be

when you can't help it."

   - Oscar Wilde


오스카 와일드가 어떤 삶을 살았던 작가인지 알고 나면, <나이팅게일과 장미>라는 작품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거예요. 

이 소설은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어요.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가, 그리고 진정한 희생이란 무엇인가.

여기에는 도미노처럼 연결된 관계가 있어요. 참나무 아래에서 울고 있는 젊은 학생과 참나무 가지 위에 앉아 있는 나이팅게일.

학생은 아름다운 여인을 사랑하게 되었고, 내일 열리는 왕자의 연회에서 그녀의 파트너가 되고 싶은데, 그녀는 빨간 장미 한 송이를 가져 오면 허락하겠다고 말했어요. 그러나 그 어디에도 빨간 장미가 보이질 않아서 비참해졌던 거예요. 그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나이팅게일은 장미 나무를 찾아가 자신의 사랑스런 노래를 줄 테니, 빨간 장미를 달라고 애원했고, 나무는 끔찍한 방법을 알려줬어요.

정말 붉은 장미를 원한다면 달빛 아래에서 나무를 위해 노래를 부르면서 뾰족한 가시가 심장을 관통하여 그 피로 물들여야 한다고 말이에요. 그건 붉은 장미 한 송이를 얻기 위해 죽어야 한다는 의미예요. 망설이며 울먹이던 나이팅게일은 "... 사랑은, 생명보다 귀하지. 작은 새의 심장 따위는, 사람의 마음에 비할 바가 아닐 거야." (45p)라고 말하며 결심했어요.

나이팅게일은 젊은 학생이 행복하기를, 진정한 사랑이 되어 주길 바라면서 자신의 피로 물들인 붉은 장미를 완성하고 죽음을 맞았어요.

그러나 젊은 학생은 나이팅게일의 노래가 자신을 향한 사랑인지를 몰랐고, 그저 아름다운데 의미 없는 것으로 치부해버렸어요. 참나무는 나이팅게일을 참 많이 좋아했고, 작은 새의 말을 이해했기 때문에 슬펐어요. 다음 날, 나무에 핀 빨간 장미 한 송이를 발견한 학생은 기가 막힌 행운이라고 생각했고, 당장 그녀에게 달려가 고백했어요. 당연히 허락할 거라고 예상했던 그녀는, 꽃보다 보석이 훨씬 값지다면서 차갑게 거절했어요. 이에 분노한 학생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어요.

"사랑이란... 참으로 어리석도다."(75p)라고 말하면서 자신은 쓸모 있는 학문에 매진하겠다며 먼지 쌓인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참으로 슬프고도 화가 나는 결말이에요. 이토록 쉽게 마음이 돌아설 줄 알았다면, 학생 때문에 나이팅게일이 죽지는 않았을 텐데.


과연 진정한 사랑은 뭘까요.

학생은 여인의 외모를 사랑했고, 나이팅게일은 사랑 때문에 눈물 흘리는 학생을 사랑했으며, 참나무는 나이팅게일의 노래를 사랑했어요. 유일하게 나이팅게일의 마음을 이해했던 건 참나무였지만, 참나무는 방관자였어요. 만약 참나무가 나이팅게일을 진심으로 사랑했다면 결말은 달라졌을 거예요. 

왜 나이팅게일이 학생을 위해 목숨을 바쳤는지 그 이유는 알겠지만 이해할 수는 없어요.

나이팅게일은 사랑이라는 신비를 이해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바쳤고, 붉은 장미 한 송이를 완성했어요. 다만 안타깝게도 나이팅게일의 사랑을 학생은 하나도 몰랐다는 거예요. 어리석게도, 학생은 사랑을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어요.

아름다운 여인이 빨간 장미 한 송미로 마음을 열고 학생을 사랑해줄 거라고 생각했다니, 얼마나 헛된 소망인지... 기어이 여인의 입을 통해 비참한 현실을 깨달았어요. 학생은 사랑을 부정하며 책을 펼쳤으나 그 속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못할 거예요. 왜냐하면 학생은 나이팅게일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이팅게일의 아름답고도 숭고한 사랑을 무참히 짓밟았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은 사라졌어요. 사랑을 어리석고도 쓸모 없는 것으로 만든 건 학생 자신의 어리석음이에요.

나이팅게일이 생명과 바꾼 붉은 장미는 진정한 사랑에 대한 믿음이라고 생각해요. 결코 헛된 희생이 아니라고, 믿고 싶어요. 마지막 순간의 황홀감, 아마도 나이팅게일은 행복했을 거예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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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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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영화나 드라마는 극현실주의를 지향하는 것 같아요. 악랄하고 나쁜 놈이 강자로 군림하는 세상. 


왜 가상의 세상까지 현실보다 더 잔인하게 그려내는 건지 모르겠어요. 


얼마 전 비리 정치인의 사면론 때문에 여론이 들썩였어요. 당연히 죗값을 받아야 할 사람들에게, 더군다나 반성의 기미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사면을 언급하다니, 어이없고 화가 났어요. 당연히 반대하는 여론이 우세했지요. 권력형 비리는 더욱 엄중하게 처벌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미흡한 것 같아요.


권선징악, 너무 뻔하고 교훈적인 내용일지는 몰라도 지금 시대에 가장 절실한 메시지가 아닐까요.




<집행관들>을 읽으면서 막혔던 속이 뻥 뚫리는 듯 했어요.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복수극이지만 상상으로나마 후련했던 것 같아요.  


고위 공직자 출신의 90대 노인이 일제 강점기의 고문 방식으로 살해된 사건이 벌어지면서 이야기는 시작돼요. 역사학자 최주호는 이 사건이 보도되면서 크게 놀라는데, 그 이유는 얼마 전 피해자에 관한 자료를 동창 허동식에게 전달했기 때문이에요. 사실 피해자 노창룡은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민족반역자 중에 유일한 생존자였고, 일본에 거주하던 그가 한국에 온 건 자신의 묫자리 명당을 알아보기 위한 목적이었어요. 이러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들은 적폐 세력 척결에 환호하게 돼요. 


늘 우리의 근현대사를 돌아보면 가슴을 막히게 하는 부분이 있어요. 청산하지 못한 친일세력들.


그때 청산하지 못한 친일세력이 독재세력으로 이어지고, 아직까지 사회분열을 조장하고 있으니, 지난 76년 동안 친일 청산 과제를 지체해 온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어요. 지금도 그들이 언론과 검찰의 개혁을 막고 있어요. 언론의 왜곡보도와 검찰비리 뒤에는 친일 세력이 그 궤를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이 심각하다고 볼 수 있어요. 그러니 개혁과 청산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어요. 더는 지체할 수 없는 막중한 과제인 거죠. 그 책임은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있어요. 소설은 그저 답답한 숨통을 틔우는 작은 시도일 뿐이지만, 덕분에 철저한 감시자이자 집행자가 되어야 할 사람은 바로 우리 민주 시민이라는 것을 각성하게 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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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없는 출산 - 우리는 출산을 모른다
목영롱 지음 / 들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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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 없는 출산>은 우리 모두가 읽어야 할 책이에요.

'출산'은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이슈로 다뤄야 할 내용이라는 점에서 백퍼센트 동의해요.

혹시나 책 제목만 보고 나와는 무관한 책이라고 단정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저자는 출산이라는 개별적이고 보편적인 체험을 통해 비인간적이며 폭력적인 사회의 민낯을 보게 되었고, 그것이 책을 쓰게 된 계기였다고 해요.

놀랍게도 여성들조차 출산을 경험하기 전까지는 출산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요. 왜냐하면 출산을 단순히 여자의 자궁에 있던 아기가 산도를 통해 바깥으로 나오는 것으로 정의하기 때문이에요. 이러한 단순한 인식만으로 출산을 안다고 착각하고 있어요. 그건 출산의 마지막 과정 중 극히 일부분만을 다룬 거예요. 출산의 정의는 출산의 종결점이 아니라 출산의 시작점부터 말해야 한다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어요.


"출산은 여성의 신체와 고통이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지점과 여성의 감정이 서로 만나는 '바로 그 지점'을 논하지 않고서는 성립될 수 없다. 출산은 성별, 신체, 고통, 질병, 의료, 구조, 철학이라는 코드가 서로 엉켜 빚어지는 풍경이다. 

... 출산에 대한 우리의 빈곤한 상상력은 기껏해야 '저출산' '모성' '현모양처' 같은 말로 수렴된다. 그 밖에 출산을 떠오르게 해주는 단어는 거의 없다.

그런데, 출산은 정말 그게 다 일까?

출산은 한 사회를 깊이, 자세히, 그리고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정찰대 역할을 한다."  (17-18p)


이 책을 읽고나서야 왜 똑같은 경험을 했으면서도 그 부당함에 맞서 분노하지 못했는지를 깨달았어요.

개인에게 일어난 사건을 스스로 통제하거나 자의적으로 해석할 언어를 갖지 못했으므로, 사회 지배 구조에 억압되어 있었으므로.

온전히 개인이 감당해야 할 문제로 여겼기 때문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심각한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던 거예요. 저자는 그 부분을 지적하고 있어요. 다들 출산에 대해 '안다'라고 생각하는 무지가 출산에 대한 악을 키운 거라고요. 출산 문제를 다룬 책도 많지 않은 데다가, 출산을 이야기하면서 주체인 산모는 타자화되거나 그 과정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는 거예요. 임신과 출산 과정 중에 느끼는 온갖 부정적인 감정과 상처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처리해야 할까요. 무엇보다도 굴욕감과 수치스러움을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이 모든 이야기에는 '엄마라면 참아야 된다'라는 명제가 깔려 있어요. 한 여성이 엄마가 되는 과정에서 겪게 되는 문제들을 미리 알지 못한 채 일방적인 강요를 당하기 때문에 출산이 폭력이 되는 거예요. 

<82년생 김지영>을 언급한 내용을 읽으면서 이 영화를 조롱하고 비난한 이들의 문제점을 확인했어요. 무지한 탓이에요.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엉뚱한 논리로 비난만 늘어놓는 투덜이들. 사실 이 영화는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보편적인 정서로 공감할 수 있는 가족 영화였어요. 굳이 갑론을박을 벌여야 할 정도로 심각한 내용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중요하게 논의해야 할 건 출산이라는 혹독한 통과의례를 거쳐 엄마가 된 여성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에요. 여성주의는 엄마의 희생을 먹고 자란다는 표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엄마가 되는 순간부터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부정당하고 강제된 역할로 존재하기를 요구받고 있어요. 근래 친모가 아기를 숨지게 하는 사건들이 터지면서 모성 부재를 지적하고 있어요. 그런데 왜 부성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는 걸까요. 그들의 범죄를 옹호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처한 상황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도 함께 살펴볼 일이에요.

임신과 출산에 관한 의료적인 부분 역시 임산부의 인권을 고려하여 개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해요. 결국 이러한 출산 환경과 사회 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출산에 대한 무지로부터 깨어나야 해요. 저출산의 문제를 논하기 전에 임산부와 산모를 둘러싼 인권 문제부터 세심하게 다뤄야 해요. 바로 이 책을 읽는 것이 그 출발점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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