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 1 - 환혼석, 드디어 새 주인을 만나다 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 1
김성효 지음, 정용환 그림 / 해냄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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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짝쿵짝 신나는 멜로디에 댄서들이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에서 춤을 추고, 어디선가 국악 창법의 목소리가 들려오네요.

범 내려온다 ♪ 범이 내려온다~

우와, 놀랐어요. 국악이 이토록 신나는 현대음악과 접목될 수 있구나. 새삼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말과 함께 우리만의 흥이 되살아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여기, 한국판타지 동화가 나타났어요~ 

바로 <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 1권이 나왔어요.

우리의 전래동화 옛날 이야기에 단골로 등장하는 구미호, 저승사자, 요괴, 신선 등등 신비로운 존재들이 총출동하는 판타지 세계라서 더욱 흥미진진하네요. 

주인공 지우는 깡마른 열두 살 소년이에요. 겉보기엔 평범해보이지만 지우에겐 특별한 능력이 있었으니, 그건 검은 그림자를 볼 수 있다는 거예요. 문제는 지우의 눈에만 보이기 때문에 칠판에 나타난 검은 그림자 이야기를 꺼냈다가 담임 샘에게 혼이 났고, 반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했어요. 학교에선 어릴 적 단짝 친구인 민형이 말고는 아무도 지우와 놀고 싶어 하지 않았고, 이상한 아이라고 소문이 나서 학원에도 다닐 수가 없었어요. 사실 지우는 심성이 매우 착한 아이예요. 담임 샘이 새끼 두꺼비 한 마리를 시골에서 잡아 왔는데, 누군가가 던진 돌에 맞아 등가죽이 찢어져 다 죽어가는 걸 지우가 데려다가 정성껏 돌봐줘서 살아났어요. 지우는 새끼 두꺼비에게 '짱돌이'라는 이름도 지어줬어요.   곧 죽을 것만 같은 새끼 두꺼비를 키우고 싶어 하는 아이는 지우뿐이었어요. 반 아이들은 징그러운 두꺼비에겐 관심이 없었고, 도리어 두꺼비를 데려가 키우고 있는 지우를 놀려댔어요. 

어느 날, 지우는 교통사고가 자주 나는 도로 위에 있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했어요. 얼른 고양이를 안아 구해주려는데, 새까만 얼굴에 입은 기다란 대롱처럼 튀어나왔고, 커다란 선글라스를 낀 남자를 만났어요. 말의 앞뒤가 뒤죽박죽, 이상하게 말하는 그 남자는 고양이를 데려가면 안 된다고 했고, 지우는 그 남자에게 동물병원에 데려가달라고 부탁했어요. 그러자 그 남자는 청록색 비단옷 소매에서 뭔가를 꺼내 지우에게 쥐어주었어요. 황금색으로 반짝거리는 명함, 앞면에는 "무엇이든 해결해드립니다. - 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라고 적혀있고, 뒷면에는 간단한 약도가 있었어요. 제일아파트 상가 네 번째 가게였어요.

다음 날, 지우는 민형이랑 그 사무소를 찾아갔지만 그곳에 사무소는 없었어요. 며칠 뒤, 혼자 사무소를 찾아나선 지우는 아무리 찾아도 안 보이던 '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가 제일아파트 상가 네 번째에 위치한 걸 발견했어요. 뾰로롱, 마법처럼 나타난 거예요. 그곳에서 고민해결사무소의 소장인 천년손이와 구미호 수아, 그리고 도로에서 만났던 파리처럼 이상하게 생긴 남자 귀영을 만났어요. 천년손이는 지우가 삼천 년 만에 나타난 황금빛이 나는 인간이라고 했어요. 검은 그림자를 보는 건 특별한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했어요. 다만 정안수로 눈과 귀를 씻어야 검은 그림자보다 더 선명한, 선계의 모든 일을 제대로 보고 들을 수 있어서 나쁜 요괴들을 피할 수도 있다는 거예요. 물론 정안수를 공짜로 줄 수 없으니, 지우에게 고민해결사무소 직원으로 일하라는 제안을 했어요. 지우는 왠지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 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수락했어요.

드디어 천년손이 고민해결사무소 직원이 된 지우는 상상도 못했던 놀라운 세계를 경험하게 되는데...


착한 지우가 인간계에 숨어 있던 어마무시한 능력자였다는 게 정말 기분 좋았어요. 무엇보다도 지우의 첫 번째 임무인 선계 배틀은 굉장히 스펙타클한 장면들을 보여주고 있어서, 이것이 한국판타지 세계라는 걸 확인시켜줬어요. 삼천 년 만에 환혼석의 주인이 된 지우는 천년손이와 함께 시대를 넘나들며 기상천외한 임무를 수행하게 돼요. 신비로운 능력자 지우의 활약도 놀랍지만 임무를 펼치는 장소와 만나는 인물들이 독특하고 재미있어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에서 탄생한 판타지 세계라서 더욱 친근하게 느껴지고, 점점 더 빨려드는 것 같아요.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 벌써부터 두근두근 기대하고 있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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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필사책 어린 왕자 -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나만의 필사책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박선주 옮김 / 마음시선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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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적고 싶은데, 딱히 뭘 써야 할지 모를 때...

그럴 때 필사를 하면 좋아요. 우연히 필사의 즐거움을 알게 된 후로는 기회가 될 때마다 쓰고 있어요.

<나만의 필사책 : 어린왕자>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를 직접 쓰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어린왕자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보자마자 바로 끌렸을 거예요. 읽기만 하는 책이 아니라 책 안에 자신의 손글씨로 적어볼 수 있는 빈칸이 있어서,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필사책이 되는 거예요. 책 표지 디자인이 하늘빛이라서 마음에 쏙 들고, 책등이 옛날 서책처럼 실로 꿰맨 자국이 보여서 멋져요. 제본이 180도 펼쳐지는 방식이라서 글씨 쓰기가 정말 편리해요. 종이의 질도 두툼해서 글씨를 쓸 때 뒷장에 비침이 거의 없고, 부드러운 종이라서 만년필로 쓸 때 필기감이 좋네요. 


책을 펼치면 왼쪽에는 <어린왕자> 책의 내용이 적혀 있고, 오른쪽에는 줄노트 형식으로 빈칸이 있어요.

<어린왕자> 속에 나오는 그림도 똑같이 그려볼 수 있게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부분은 줄 없는 여백으로 되어 있어요.

좋아하는 책의 문장들을 직접 쓸 수 있게 구성된 필사책이라서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자신을 위한 필사책으로도 좋고, 친구나 지인을 위한 선물로 줘도 서로에게 만족스러운 선물이 될 것 같아요. 

그동안 <어린왕자> 테마의 다양한 책들이 출간되었지만 필사책은 처음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필사를 위한 노트를 따로 마련했는데, 요즘은 필사를 위한 특별한 책들이 나와서 누구나 손쉽게 필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필사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설명이 필요없겠지만 처음 필사를 도전하는 사람들이라면 <나만의 필사책 : 어린왕자>로 시작해보라고 추천하고 싶어요. 아름답고 멋진 책을 직접 쓰고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다 완성했을 때의 만족감이 엄청 클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필사를 꾸준히 하다보면 손글씨의 매력과 필사를 통해 깊이 있는 책읽기의 시간까지 얻을 수 있어요. 어린왕자와 편지를 주고받듯, 정성을 담아 한 장씩 채워가는 과정이 즐겁고 행복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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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 - 현안 스님의 미국 찬禪 메디테이션 이야기
현안 지음 / 어의운하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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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산에 갔다 빈손으로 오다>는 현안 스님의 미국 찬 禪 메디테이션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나는 미국에서 출가했습니다"

솔직히 책 띠지에 적힌 문구에 호기심이 일었던 건 사실이에요. 하지만 읽다보니 왜 이 책이 내게로 왔는지, 우연이 아니라고 느꼈어요.

종교와 무관하게 불교 수행, 참선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늘 있었어요. 단순히 명상법을 알고 싶었다면 명상 센터를 가면 될 일이지만 그보다는 불교적 가르침에 대한 끌림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이 책은 현안 스님이 어떻게 미국에서 출가하게 되었는지, 그 개인적인 속내를 통해서 불교 수행법을 이야기하고 있어요.

아마 다들 이해하기 어려울 거예요. 요즘은 너도나도 다 부자가 되고 싶어하는 세상인데, 젊은 나이에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로서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을 이뤘는데 왜 돌연 출가를 했을까요. 그건 사업을 하면서 우연히 참여한 노산사의 3주간 선칠 수행이 시작이었다고 해요. 노산사에서 만난 영화스님의 법문을 듣고 수행을 하면서 마음의 해방과평화를 얻었다고 해요. 사업적인 성공으로 세속적인 즐거움을 실컷 누렸으나 그 즐거움은 일시적이며 공허했는데, 수행을 통해 선정에서 오는 안락과 내면의 즐거움이 세속의 즐거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고 길게 지속되었다는 거예요. 그런 이유로 사업을 정리하고 출가의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 놀라워요. 엄청난 부를 이룬 적도 없고, 수행의 즐거움을 느껴본 적도 없으니 공감하고 이해하기는 어렵지만 인생 고비마다 과감한 결단을 내린 용기만큼은 대단한 것 같아요.


현안 스님은 지난 4년간 미국 전역을 다니면서 참선과 결가부좌 자세를 소개해왔고 심신의 고통을 겪는 많은 사람들이 수행의 효과를 얻었다고 해요. 

이 책은 미국 대승 수행법 '챤 禪 메디테이션'을 소개하고, 그 방법을 알려주기 위해 쓰여졌다고 볼 수 있어요.  '챤 禪 메디테이션'은 '선 禪'의 중국어 발음 '챤'과 '메디케이션', 즉 '명상'을 합한 말이며, 불교에서 하는 '선 명상', 즉 '참선 參禪'을 뜻하는 말이에요.

좌식 생활을 해본 적 없는 미국사람들도 의지만 있으면 모두가 결가부좌를 할 수 있었다고 하니 양반다리자세가 익숙한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결가부좌 수행을 바로 시작할 수 있을 거예요. 처음엔 대부분 이런저런 핑계를 대거나 두려워서 시도를 못하지만 천천히 꾸준히 시도하면 할 수 있어요. 저 역시 처음 했을 때는 몹시 저리고 아파서 30분을 넘기지 못했어요. 하지만 몇 번 해보니 조금씩 시간을 늘릴 수 있었어요. 일단 허리가 반듯해지고 마음도 편안해져서 좋았어요. 다리에 쏠린 통증이 신경쓰이면서도 뭔가 차분해지는 느낌이 있어요. 제대로 한 시간 이상을 해보진 못했지만 앞으로 꾸준히 해볼 생각이에요.


사람들은 화, 불안, 우울 등의 문제의 답을 밖에서 찾는 경향이 있어요. 항상 "왜"냐고 묻지만, "어떻게" 근본적으로 이런 원치 않는 감정들을 줄일 수 있는지 묻지 않아요. 현안 스님은 이 책을 통해 "어떻게"를 알려주고 있어요. 간단한 결가부좌 수행으로 시작할 수 있어요. 왼발을 오른쪽 허벅지 위로 가도록 한 상태에서 오른쪽 발을 덮어서 앉는 것이 결가부좌인데, 손은 왼손 위에 오른손을 놓고 엄지손가락만 맞닿으면 돼요. 긴장을 풀고 손에 힘을 빼고 결가부좌를 한 시간 이상 유지할 수 있으면 그것이 곧 참선이라고 해요.

처음 결가부좌로 앉으면 아픔을 견디기가 힘들겠지만 그 어려움과 고통을 견디는 것이 수행이므로 그 과정을 통해 편안한 마음의 안락을 경험할 수 있어요. 진정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찾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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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어바웃 아나운서
강성곤 지음 / 형설미래교육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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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어바웃 아나운서>는 KBS 아나운서 강성곤님의 책이에요.

아나운서로서 36년의 세월을 이 한 권에 담기에는 부족했을 것 같은데, 의외로 책은 얇아요.

후배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늘 꼰대가 되지 않으려고 말의 분량에 신경썼다는 저자의 생각이 책에서도 드러난 게 아닌가 싶어요.

제목만 보면 아나운서 가이드북 내지 아나운서 입문서일 것 같은데, 실제 내용은 아나운서로서 살아온 저자의 경험과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있어서 재미있고 유익한 것 같아요. 저자는 공영방송으로 거듭난 KBS의 첫 남자 아나운서라고 해요. 때는 바야흐로 1985년 4월 1일자로, 공사 11기생들은 본사에 배치되었는데, 선배들이 너무 많아서 힘든만큼 배울 것도 많았다고 하네요. 다만 섬뜩한 4교대 근무를 했던 마지막 기수였다니 정말 까마득한 옛날 일처럼 느껴져요. 신입 말단 아나운서에게 몰리는 살인적인 근무 시스템은 이후 없어졌다는데, 아나운서뿐만이 아니라 방송국 관련 업무는 굉장히 고된 업무인 것 같아요. 겉보기엔 화려하고 멋져보이는데 실상은 전혀 다른 것 같아요. 긴장과 스트레스로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라고 표현할 정도니, 자신의 뚜렷한 목표와 사명감 없이는 못할 일인 것 같아요.

모든 아나운서의 일차적 로망은 자기 이름을 대고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갖는 것인데, 저자는 입사 3년 만에 그 꿈을 이뤘다고 해요. 클래식방송 MC를 맡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맘껏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해요. 나만의 공간에서 은밀한 독점의 쾌감과 희열을 오롯이 껴안을 수 있었다니, 요즘말로 덕업일치의 행복감인 것 같아요.

이후 퀴즈 MC를 거쳐 독일 출장에서는 PD 역할로 생고생을 했으나 실세 본부장의 심기를 건드리는 바람에 PD 사회에서 아웃되었더라는...

KBS 아나운서로서의 업적은 한국어 연구인 것 같아요. 원래 한국어연구부는 KBS 아나운서들의 공부 모임이었는데 점차 확대되면서 독립부서가 되었고, MBC의 '우리말 연구회' 발족을 도왔으며 훗날 '한국어능력시험'을 주관하는 동시에 'KBS한국어진흥원'의 모태가 되었어요. 2004년 8월 8일, 제1회 KBS 한국어능력시험이 전국 고사장에서 시행되었다는 사실, 이때 KBS 아나운서들이 총출동해 고사장에 감독관으로 나간 전무후무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9시 메인뉴스에 나왔다는 것.

저자가 숙명여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의 강의 커리큘럼을 보면 한국어 발음과 뉴스리딩, 리포팅과 인터뷰, 말하기와 글쓰기인데 그 강의 내용들이 이 책속에 간략하게 정리되어 있어요. 신기하게도 얇은 책속에 아나운서로서 갖춰야 할 자질과 노하우, 다양한 에피소드까지 고루 들어 있어요.

물론 '올 어바웃 아나운서'보다는 '올 어바웃 아나운서 강성곤'이라고 하는 것이 더 나을 듯 싶지만, 전문 분야에서 36년이라는 연륜은 누가봐도 인정할 만한 능력자인 것 같아요. 그 연륜을 녹아낸 이 책 역시 아나운서를 꿈꾸는 사람들과 아나운서의 세계를 궁금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아나운서라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느껴져서 더욱 멋졌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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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 - 열여덟 살의 성착취, 그리고 이어진 삶
강그루 지음 / 글항아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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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취>는 한 사람의 고통스러운 상처를 담아낸 실화예요.

너무나 아파하는 사람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위로는 무엇일까요.

그 어떤 말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거예요. 그저 따스하게 안아주는 일.


이 책을 읽는 내내 제가 느낀 감정은 분노였어요.

가해자들을 향한 분노.

겨우 열여덟 살의 여고생을 속이고 기만하여 그들이 얻어낸 쾌락은 철저하게 응징되어야 할 범죄예요.

그런데 그들은 여전히 활개치며 살고 있을 것만 같아서, 그것이 너무나 화가 났어요.

과연 이 사회의 어른들은 무엇을 했나...

나이만 들었다고 어른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소녀는 너무 어린 나이에 알게 되었네요. 소녀가 만난 어른들은 세상을 좀 살아봤다고, 그 알량한 지식으로 소녀를 속였어요.

그 배신감과 상처가 얼마나 컸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네요. 그걸 그냥 악취라고 표현했지만 끔찍한 상처였다고 생각해요. 상처는 치료하면 아물 수 있어요. 그런데 소녀에게 생긴 성착취의 상처는 오랫동안 아물지 않았네요. 왜 그랬을까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성범죄에서 일어나고 있어요. 가해자는 뻔뻔하게 책임 전가를 하고, 피해자는 자신이 당한 범죄에 대한 책임까지 짊어지고 있어요. 피해자는 본인이 감당해야 할 고통뿐 아니라 주변의 따가운 시선까지 감내하며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어요. 이것은 잘못된 사회 인식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해요. 성을 금기시하는 사회에서 성범죄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삐뚤어진 성인식이 수많은 피해자들을 짓밟고 있어요. 

저자는 솔직한 고백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는지 이야기하고 있어요.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거예요.

다시는 자기와 같은 아이가 생기질 않았으면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서, 한편으론 마음이 아팠어요.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느꼈을 때의 고통과 외로움, 무엇보다도 부모님의 품에서 보호받아야 할 시기에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는 것이 가장 큰 상처일 것 같아요. 원망과 미움... 사실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화가 나서, 책을 덮은 뒤에도 그 감정 때문에 시달렸어요.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범죄라는 점이 마음에 걸렸어요. 그들을 처벌하지 않는 한 언제 어디서든 범죄를 저지를 것이고, 어쩌면 지금도 우리 일상에 숨어 있을 테니 아무도 안전하지 않아요. 미성년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과연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들을 지킬 수 있는지, 피해자를 향한 2차 피해가 없도록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우리 모두의 숙제인 것 같아요.

이제 더 이상 아파하지 말고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 어떤 위로나 응원의 말 대신, 마음으로나마 꼬옥 안아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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