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 최대의 작전 - Golden Time EBS 과학 교양 시리즈 비욘드
이한결 지음 / EBS BOOKS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올해는 비가 자주 오는 것 같아요. 하루 걸러 쏟아지는 비 때문에 장마가 벌써 온 건가 착각했어요.

언제부턴가 계절마다 예측했던 날씨가 변덕을 부리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도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있어요.

왜 그럴까요. 그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때문이에요.

중요한 건 우리의 태도일 거예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얼마나 인지하고 대응하고 있는가.


<지상 최대의 작전>은 기후변화를 비롯한 전 지구적 위기와 대응을 다룬 책이에요.

이 책은 인간의 활동이 어떻게 전 지구적 위기를 가져왔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공존이라는 목표를 향한 전 지구적 타협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우선 지구의 역사를 보면 인류의 등장으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했어요. 지구상의 유기체들과 주변 환경은 오랜 시간동안 상호작용을 하며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조절해왔는데, 이것이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과정이며 탄소의 순환이라고 해요. 그런데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 사용이 급증하면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급격히 증가했고, 지구 평균기온이 최소 1도 올랐으며 그 결과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하가 녹기 시작했어요. 

그동안 지구는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열심히 흡수해왔는데 지금은 복원력을 잃어가고 있어요. 지구의 항상성, 탄소 순환의 고리가 인간의 과도한 이산화탄소 배출로 깨져버렸기 때문에 산불, 태풍, 홍수, 폭우 등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가 늘어가고 있어요. 지금 당장 멈추지 않는다면 인류에게 미래는 없을 거예요.

이토록 심각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우리가 실질적으로 느끼는 위기감은 크지 않은 것 같아요. 바로 그 점이 가장 위험하다고 볼 수 있어요.

개인이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자전거를 타는 일은 이산화탄소 제로를 향한 적극적인 실천 방법이며 중요한데, 그 효과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불편을 감수하면서 실천하느니 편한 쪽을 선택하며 살아왔던 것 같아요. '나 혼자 애쓴다고 뭐가 달라지겠어?'라며 자기합리화를 했던 거죠.

그러나 더 이상 미룰 수 없게 되었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여섯 번째 대멸종을 맞이하게 될 거예요.

기후변화가 만들어낸 재난들은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식량 부족, 글로벌 경제 위기, 난민, 전쟁, 팬데믹과 같은 더 큰 재앙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팬데믹 시기를 겪으면서 초국가적인 협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계기가 되었어요.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 개발부터 공급까지, 우리나라도 선진국으로서 앞장서야 할 일들이 많은 것 같아요. 미래의 식량 문제와 우주 자원전쟁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분야인 것 같아요.

전 지구적 위기는 지구 밖에서도 찾아볼 수 있어요. 예고 없이 지구로 돌진하는 소행성의 충돌로 공룡들이 모조리 멸종했어요. 인류가 소행성을 주목하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며, 미리 발견하고 궤도를 알아내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기 전에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만약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긴다면 대재앙이겠지요.

전 지구적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개인, 기업, 시민단체, 정부, 국가, 국가간 협의체 등 다원적인 이해관계를 풀어야 하며,  전 세계가 하나 되어 지상 최대의 작전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에요. 이백퍼센트 공감하고 동의하는 바예요. 

지난 달 서울에서 열린 P4G 정상회의를 보면서 많이 놀랐어요. 탄소중립, 그린뉴딜, 즉 지상 최대의 작전은 이미 시작되었어요.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덜 쓰고 덜 버리는, 탄소제로 실천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는 걸, 그것이 우리 모두에게 내려진 생존을 위한 작전 임무라는 걸 깨달았어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만 먹으면 트리플 5
장진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마음만 먹으면>은 장진영 작가님의 단편소설집이에요.

자음과모음의 트리플 시리즈 다섯 번째 책이고요. 책의 두께, 글자수로만 따지면 너무나 짧은 이야기인 게 분명한데, 이상하게도 쉽게 넘어가질 않네요. 마치 대답을 기다리는 것 같아서 잠시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 일시정지... 리플레이... 일시정지... 리플레이

모두 세 편의 단편과 석 장의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어요.


<곤희>는 뒷맛이 씁쓸했어요. 타인에게 베푸는 친절, 그 이면에 숨겨진 위선이 낯설지 않은 건 다들 알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서로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것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적당한 가면이 필요하니까요. 그 중심에 놓여 있는 인물이 곤희예요. 연극 무대 위에 꼭 필요한 소품처럼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곤희와 그 아이를 바라보는 '나' 사이에는 일정한 거리가 있어요. 그래서 곤희가 어떤 아이인지, 어떠한 사연을 지녔는지는 자세히 알 수 없어요. 왜냐하면 '나'는 더 알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들이 원하는 대로, 딱 거기까지만 선 긋기. 


"공평이 아니라 공정하십시오, 후배님." 

나는 그의 잔 조금 아래에 내 잔을 부딪쳤다. (14p)


선배님의 조언대로 '나'는 자신이 지켜야 할 선이 어디까지인지 알게 되었고, 그래서 마지막이 씁쓸했어요. 비로소 그들이 정의내린 '공정'을 이해했으니까요.


<마음만 먹으면>은 불가해한 세상을 병동 침실에 누워 있는 '나'를 통해 보여주는 것 같아요.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르고, 그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왜 이러한 상황이 벌어진 걸까요. 


"이유가 뭐야......"

나는 눈가에 팔을 얹었다.

"내가 너한테 뭐 잘못한 거라도 있니?"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엄마가 말로 하라고 했다. 나는 아니라고 말했다. 모르겠다고 말했다.

"엄마 무서워." 엄마가 말했다. "엄마도 무서워."   (68p)


엄마와 나, 나와 딸... 연결고리처럼 이어지는 관계 속에서 여전히 무섭고 똑같이 모른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았어요. 의식하지 않았다면 아무 일 없는 듯 지나쳤을 거예요.

만약 <마음만 먹으면>을 읽지 않았더라면 '마음만 먹으면' 다음에 올 내용을 다르게 상상했을 텐데, 그 역시 어쩔 수 없는 일이겠죠.


<새끼돼지>는 <곤희> 2탄 같은 이야기예요.

고모의 아들의 부인이 낳은 아들과 '나'는 얼마나 가까운 사이일까요. 사실 전혀 중요하지 않은 질문이라서 답할 필요도 없어요.

나와 너, 그 관계를 결정하는 건 법적인 촌수가 아니라 마음의 거리일 테니까요. 물론 현실에서는 법적인 관계가 더 유효한 경우도 있지만.


"제발......" 나는 눈두덩을 누르며 말했다. 

"남 일에 간섭하지 마."   (92p)


왕자 같던 '그'가 '돼지새끼', 아니 '새끼돼지'가 되어버리는 게 현실이에요. 사람 마음이란 그렇게 간사한 것 같아요. 손바닥 뒤집듯이 너무 쉽게 변하네요.

새끼돼지건 아기돼지건 뭐라 부르던간에 결국은 '남'이라는 뜻이에요. 냉정하게 구는 사람이나 다 퍼줄 듯 다정하다가 돌변하는 사람이나 다 똑같은 것 같아요. 

그래, 이거였구나 싶었어요. 처음엔 씁쓸했다가 가슴 철렁했다가 다시 제자리에 돌아온 것 같아요.

<마음만 먹으면>은 장진영 작가님의 첫 번째 소설집이라고 해요. 이야기 속 주인공들의 사연은 달라도 차가운 얼음을 댄 듯 느낌이 같았어요. 

마지막에 실려 있는 에세이 <한들>은, 에세이라고 적혀 있지 않았다면 소설이라고 여겼을 이야기예요. 덤덤하게 날리는 한 방.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푸름이 밀려온다 - 지금이 힘겨운 당신과 읽고 싶은 위로의 문장들
매기 스미스 지음, 안세라 옮김 / 좋은생각 / 2021년 6월
평점 :
품절


찰랑찰랑 컵에 가득 담긴 물은 그저 단 한 방울만 더해져도 흘러 넘쳐요.

요즘 제 마음이 그런 것 같아요. 아무렇지 않은 듯 평온하다가도 한 방울 때문에 요동을 치곤 해요.

저는 이제까지 그 한 방울 탓만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푸름이 밀려온다>를 읽다가 깨달았어요. 이미 꽉 채워져서 아슬아슬 넘실대고 있었다는 걸.


이 책은 시인이자 작가인 매기 스미스의 힐링 에세이예요.

원제는 'Keep Moving - 그대 멈추지 않기를'이에요.

모든 것이 무너져내릴 것 같은 순간에, 저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고 해요. 처음엔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던 질문이 "그래서 이제 어쩌지?"였고, 이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모든 목표마다 마지막 문장으로 다음과 같이 적었다고 해요.  그대 멈추지 않기를 - KEEP MOVING

수많은 문장들이 적혀 있지만 결국 우리가 기억해야 할 단 한 문장이에요. 저자가 멈추지 않고 글을 썼듯이, 오늘을 살아냈듯이 우리 역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해요. 마음에 걱정과 아픔이 가득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저자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속에서 어떻게 긴 겨울을 보내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는지, 어떻게 나만의 봄이 있다고 믿을 수 있었는지 알게 될 거예요. 잎이 떨어지면 대부분 앙상해진 가지를 바라보지만 이제는 그 가지 사이로 더 넓은 하늘을 볼 수 있어요. 가지 사이로 보이는 푸름...

그건 어설픈 위로나 헛된 희망이 아니에요. 사계절처럼 인생도 돌고 돌며 변화하기 마련이에요. 상처와 아픔 없는 삶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돼요. 잠시 비틀거려도 괜찮다고, 절망과 함께 극심한 두려움이 몰려온다고 해도 고개를 들고 마주하라고, 두 발에 단단히 힘을 주고 정면을 향해 계속해서 나아가라고. 그걸로 충분해요. 언젠가 때가 되면 고통과 함께 걸어가는 법을 알게 될 거라고요. 한 걸음 또 한 걸음, 발을 내딛다 보면 힘든 시간들은 어느새 저만치 떨어진 과거가 될 테니까요.

그러나 착각하지 말아야 해요. 여기에 적힌 문장들이 현재의 고통을 사라지게 하거나 없던 것으로 만들 수는 없어요. 오히려 그 고통마저도 삶의 일부분이라고 알려주고 있어요. 다만 우리는 서로의 아픔을 보듬을 수 있어요. 

푸름이 밀려온다, 물들인다, 가득 채운다... 아프고 괴로운 것들은 모두 비워내고, 지금은 푸름으로 채워야 할 때인 것 같아요.



뒤죽박죽인 인생이면 어떠한가.

지금은 그대로 두라.

엉망인 인생도, 클립과 테이프로

얼기설기 붙여둔 인생도 모두 그대로 두라.

지금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KEEP MOVING.  (86p)


당신은 무언가를 잃었고, 지금 또다시

무언가를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그것을 인정하라.

그리고 당신에게는 언제나

당신이라는 보금자리가 있음을 기억하라.

당신은 언제나 당신의 것이다.

           그대 멈추지 않기를.  (199p)


불가능한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하지 마라.

아마추어라는 단어는

'사랑하다'라는 뜻의 라틴어인

'아마레(amare)'에서 파생되었다.

초보자, 아마추어가 되자.

새로운 삶을 사는 법을 배우는 사람,

그것의 잠재력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자.

           그대 멈추지 않기를.  (241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안갑의 살인 시인장의 살인
이마무라 마사히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가올 미래의 재앙을 예언하는 힘.

그 능력은 축복일까요, 아니면 저주일까요.

추리 소설에서 예언자가 등장하는 경우는 처음 본 것 같아요. 

먼저 초능력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을 믿지 않는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상황과 맞닥뜨려야 해요.

W현 I군 옛 진안 지구, 현재 '요시미'라고 불리는 동네를 가면 소코나시카와 강을 건너는 다리가 있어요.

그 다리를 건너 한 시간 가량 숲길을 걸어들어가면 상자 모양의 건물 '마안갑'에 사키미라는 예언자가 살고 있어요.

주인공 하무라 유즈루와 겐자키 히루코는 끔찍한 사건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마안갑을 찾아갔어요.

두 사람은 같은 대학교의 선후배 관계이자 사베아 호수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의 생존자예요. 범인은 잡혔지만 그 배후의 조직은 밝혀내지 못했어요.

하무라는 우연히 《월간 아틀란티스》에서 테러 사건을 비롯한 대형사건들이 이미 예언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익명의 제보자는 편지를 통해 W현의 외진 마을에 자칭 M기관이 주도한 초능력 실험이 행해졌다고 했어요. 그 초능력자 중 한 명이 마안갑에 살고 있는 사키미였던 거예요.


<마안갑의 살인>은 매우 독특한 추리소설이에요.

마안갑의 예언자 사키미는 "앞으로 이틀 동안 여자 두 명과 남자 두 명이 죽는다"라고 예언했어요.

그 예언을 전혀 알 리 없는 아홉 명의 손님들이 마안갑을 찾아왔고, 유일한 다리가 폭파되면서 고립되었어요. 전화선도 끊겼고, 핸드폰도 터지지 않는 곳이에요.

사키미의 예언은 틀리지 않았어요. 우연이라기엔 절묘한 순간에 벌어진 천재지변으로 한 남자가 죽었고, 그 다음은 한 여자가 죽었어요. 여기서부터 명백한 살인 사건이라 마안갑에 머무는 사람들은 서로를 의심하게 되는데... 과연 이들 가운데 범인은 누구일까요. 

사실 범인이 누구냐를 찾는 것보다 더 궁금한 것들이 있어요. 왜 죽였느냐는 거예요. 

초능력이나 초자연적인 현상은 늘 사람들의 관심거리였어요. 과거에는 M기관처럼 초능력자들을 연구하는 곳이 있었다고 해요. 그들이 원한 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론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어요. 세상은 여전히 비극적인 재앙들이 일어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예언자의 등장은 여러 가지 의미를 시사하고 있어요. 예언의 힘은 단순히 믿음의 문제가 아니에요. 마안갑의 살인 사건을 통해 세상의 비극이 어떻게 벌어지는지 그 축소판을 본 것 같아요. 마지막까지 놀라운 이야기였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구마 겐고, 건축을 말하다
구마 겐고 지음, 이정환 옮김 / 나무생각 / 2021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구마 겐고는 단게 겐조, 마키 후미히코, 안도 다다오 등을 잇는 일본의 4세대 건축가라고 해요.

이 책은 구마 겐고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그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어요.

"지금까지의 책들은 흔적, 즉 서 있는 나무의 모습에 관하여 글을 썼다면,

이 책은 나무를 키워준 흙, 물, 빛, 바람이 주역이며,

그것이 검색이 가능하여 눈에 보이는 나무의 모습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에 관해서도 다루었다.

세상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하고 싶기 때문이다."  (9p)


우와, 건축을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굉장히 멋진 표현인 것 같아요.

저자는 건축가로서 건축물뿐만이 아니라 그 건축을 둘러싼 자연과 우리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어요.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건축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깊이 생각해보질 않았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공간에 관한 이야기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

그동안 '건축 = 건축물'이라고만 여겨서, 건축물과 그 외의 공간을 구분지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유명한 건축물 중에는 주변을 압도하는 규모나 구조를 보여주는 것들이 있어서, 그게 전부인 줄 알았던 거죠. 

하지만 저자는 기존의 건축과는 확실히 다른 철학을 지닌 것 같아요.


작고, 낮고, 느리게


구마 겐고의 작품 중에서 '대나무집'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마치 대나무숲에 온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자연친화적인 구조라서 아름다웠어요.

저자가 대나무를 건축 소재로 자주 사용한 것은 대숲에서의 체험과 관계가 있다고 해요. 대나무를 건축 재료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아예 대숲을 만들고 싶어서 대나무를 이용했다는 거죠. 진짜로 건축물을 짓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대숲을 만들고 싶은 마음으로 대나무집을 만들었대요.

오랫동안 건축 일을 하면서 여전히 콘크리트와 철강에는 정이 가지 않는다는 저자는 일본의 전통 건축기법과 소재로 독자적인 건축 세계를 구축해왔고, 세계적인 건축상을 수상하며 인정받고 있어요. 특별히 이 책에서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라며 경험했던 여러 장소들을 중심으로 건축 철학을 들려주고 있어서 더 의미 있는 것 같아요.

오쿠라야마의 집은 외할아버지가 만든 작은 농막인데, 저자가 태어나면서 증축했고, 3년 후에 여동생이 태어나면서 증축, 저자의 방이 필요해서 다시 증축, 여동생도 자기 방이 필요하다고 하여 또 증축했다고 해요. 그런 식으로 조금씩 증축해가는 과정을 보며 자랐으니 훗날 건축가가 된 것이 우연은 아니었네요. 그래서 저자는 자신의 건축 특징 중 하 나가 '증축적'이며 '반유토피아적'이라고 표현하네요. 검소하고 수수한 오쿠라야마의 집이 그 출발점이었다고 말이죠.

또한 그가 디자인할 때의 기본적인 자세는 'NO'라고 해요. 얼핏 보면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태도로 오해할 수 있는데, 그의 설명을 듣고 수긍이 되었어요.


"현상을 부정할 수 잇어야 한다. 

그 거부하는 자세로부터 무엇인가 새로운 것, 

지금까지의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 탄생하니까."  (165p)


끊임없이 "NO!"를 외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저자가 추구하는 건축은 자연친화적이며 자연 그 자체로 봐도 될 만한 작품들을 창조해내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의 건축 철학이 곧 삶의 태도를 대변하고 있는 듯 해요. 그가 부정하고 거부하는 건 건축과 사회의 '경계'일 뿐. 자연이라는 거대한 세상 안에서 작은 우리들이 모여 창조해낸 공간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얼마나 소중한지를 일깨워주고 있어요. 구마 겐고만의 특별한 건축 세계,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