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귀여운 빵
판토타마네기 지음, 이진숙 옮김, 이노우에 요시후미 감수 / 참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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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귀여워라!

어쩜 책이 한 손에 쏘옥 들어오는지, 생김새도 딱 토스트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냄새 중 하나가 빵 굽는 냄새인데, 종종 빵집에서 풍겨나오는 냄새를 맡으면 기분이 정말 좋아져요.

물론 가장 좋은 건 맛있는 빵을 먹는 거죠.

<세계의 귀여운 빵>은 빵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에요.

세계 여러 나라의 다양한 빵을 소개해주는 책이라서 작은 백과사전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솔직히 먹을 줄만 알았지, 빵의 종류는 잘 몰랐어요. 특이한 모양의 빵이네, 라는 정도... 근데 이 책을 펼치니 새로운 빵 세계가 열린 느낌이에요.

아하, 이런 역사를 가진 빵이구나.

빵 이름뿐만이 아니라 빵의 재료, 식감과 맛에 대한 설명까지 깔끔하게 소개되어 있어요. 무엇보다도 선명한 빵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군침이 돌아서, 당장이라도 빵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에요. 


♣ 팽 드 미

팽 드 미의 '미(mie)'는 안의 의미로, 빵의 껍질을 즐기는 바게트와는 달리 

'안의 속살을 먹는 빵'이라는 의미에서 이름 지어졌다.

제조법은 20세기 초반, 영국에서 전해졌다고 하는데 바삭한 크러스트를 즐기는

프랑스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위가 둥근 산형과 뚜껑을 덮어 구운 각형이 있는데

산형이 일반적이다.  (38p)


빵 이름은 생소하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식빵이에요. 요즘은 썰지 않은 식빵을 쭉 찢어먹는 맛 때문에 자주 먹고 있어요. 부드러운 속살을 뽐내는 팽 드 미는 우리의 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흰밥 같은 역할인 것 같아요. 언제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이죠. 영국에서는 식빵을 잉글리시 브레드라고 한대요. 

기본적으로 빵을 고를 때는 식빵은 당연히 선택하고, 그다음은 입맛이나 모양 등 그때 끌리는 빵을 고르게 되네요. 특히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빵들이 다 맛있어 보여서 하나도 빼놓지 않고 차근차근 먹어볼 예정이에요. 빵의 본 고장인 프랑스부터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북유럽과 동유럽, 영국, 북미와 남미, 중동과 아시아까지 빵으로 떠나는 세계 여행 같아요. 빵의 역사와 빵을 만드는 방법 그리고 빵 관련 이야기들까지 흥미롭고 재미있어요. 

저자 판토타마네기(하야시 마이)는 빵 애호가라서 빵에 관한 무가지를 발행하기도 했대요. 필명은 빵과 양파라는 뜻의 판토타마네기이며, '당신만 있다면 빵과 양파만 먹는 가난한 생활도 좋다'라는 스페인의 프로포즈 코멘트를 따라 지었다고 하네요. 일본 작가라서 책 맨뒤에 알짜 정보가 일본의 빵 맛집 상점들이 나와 있어요. 만약 일본을 여행하게 된다면 요런 맛집들은 방문할 것 같아요. 실제로 빵 덕후들은 빵을 먹기 위한 시식원정대를 꾸리기도 하더라고요. 아직 못해봤지만 재미있는 경험일 것 같아요.

빵에 대해 뭘 몰라도 빵맛은 여전히 좋지만 기왕이면 알고 먹는 것이 더 나은 것 같아요. 이 책이라면 빵의 매력에 풍덩!

진짜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책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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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삭스 지리 기술 제도 - 7번의 세계화로 본 인류의 미래 Philos 시리즈 7
제프리 삭스 지음, 이종인 옮김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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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어디쯤에 와 있으며, 어디로 가고 있을까요.

<제프리 삭스 지리 기술 제도>는 인류의 7만 년 역사를 한 권에 담아낸 책입니다.

저자는 세계적인 경제학자이자 행동가로서 인류의 역사를 일곱 번의 뚜렷한 세계화 시대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이 책이 인쇄될 즈음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가장 파괴적인 바이러스의 세계화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전 세계가 동시에 위기를 겪게 되면서 세계화가 지닌 이중성 혹은 복잡성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 책은 마치 예측했던 것처럼 세계화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세계화로 인한 질병, 정복, 전쟁, 재정 위기 등의 위협은 늘 존재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위기를 이해하고 맞서는 과정을 통해 인류가 발전해왔다는 것입니다. 투쟁은 세계화를 종식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적 협력의 수단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잘 통제하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이 책은 방대한 인류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줍니다. 자연 지리, 인간의 제도, 기술적 노하우가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세계화 시대를 이루었고, 그 과정에서 어떻게 인류의 업적과 해악을 만들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역사를 바꾼 일곱 번의 세계화 시대란 [구석기 시대 - 신석기 시대 - 기마 시대 - 대규모 제국 시대 - 해양 시대 - 산업 시대 - 디지털 시대]를 말합니다. 이미 역사 교과서를 통해 익히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세계화'라는 관점에서 각 시대를 바라보니 전 지구적인 변화와 상호작용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세계화의 역사를 심도 있게 살펴봐야 하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그것이 21세기에 벌어지는 세계화를 합리적으로 이해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되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이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직면한 위기이자 도전 과제는 심화된 불평등의 문제,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오염, 기후문제, 지속 가능한 발전의 문제, 강대국 간의 긴장과 같은 잠재적 위험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해결책이 아닌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세계 평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하여 인류는 다함께 합리적이고 장기적인 대응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 즉 국제적 협력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인류의 미래는 세계화의 투쟁을 통해 꿈꿀 수 있습니다. 여기서 투쟁이란 세계화를 종식하는 게 아니라 국제적 협력을 만들어내는 것을 뜻합니다. 당장은 코로나19에 맞서 싸우는 글로벌 운동에 충실하면서, 더 나아가 긴급한 여러 사안들도 전 세계적 협력을 통해 헤쳐나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제프리 삭스 지리 기술 제도>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통찰하는 21세기 생존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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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가스라이팅이야 - 자기 불신에서 벗어나 삶의 확신을 되찾는 자아회복 지침서
에이미 말로 맥코이 지음, 양소하 옮김 / 에디토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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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를 보면 가스라이팅 관련한 범죄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우리에게 가스라이팅이라는 용어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 법한 비현실적인 단어였어요.

실제로 1938년 영국에서 공연된 연극 <가스등 Gaslight >에서 유래되었고, 이와 유사한 내용의 심리스릴러 영화들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리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평범한 사람들도 얼마든지 가스라이팅 피해자 혹은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게 , 가스라이팅이야>는 전문 상담사가 알려주는 가스라이팅 트라우마 치료법이 담긴 책이에요.

우선 가스라이팅은 피해자 본인이 이를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단계라고 볼 수 있어요.

가스라이팅을 하는 가해자, 즉 가스라이터는 타인을 장기간에 걸쳐 교묘하게 심리 조정을 하기 때문에 피해자가 도리어 자기 스스로를 의심하며 자책하다가 우울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대부분 친밀한 관계를 맺은 상태에서 벌어지는 일이라 이를 피해자가 알아차려도 이미 심한 상처를 입고 자존감이 무너져서 회복되기가 힘든 것 같아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가스라이팅 시그널을 알아차리는 방법과 가스라이팅에서 온전히 벗어나는 자아회복 3단계 그리고 본격적인 트라우마 치료법을 알려주고 있어요. 실질적인 상처 치유를 위해서 전문 상담심리사의 도움을 받는 것을 추천하고 있어요. 제대로 된 상담심리사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까다롭게 굴더라도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느껴지는지 꼭 확인하라고 조언하네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일상에 가스라이팅이 빈번하다는 사실이 다소 충격적이었어요.

다음은 책 속에 '내가 들었던 가스라이팅 문장 찾기' 체크리스트(39p)예요. 문장들을 읽고 익숙하게 느껴지는 문항을 체크하는 것인데, 익숙한 문장이 많을수록 가스라이팅을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직접 들어본 경험은 없지만 가까운 인간 관계에서 나눌 수 있는 표현이라고 여겼던 게 소름돋는 포인트였어요. 애정과 정서적 학대를 구분 못한다면 가스라이팅 위험에 노출된 거예요.


□ "그런 적 없어."

□ "네가 잘못 알고 있어."

□ "말도 안 되는 소리야."

□ "무슨 소린지 모르겠어."

□ "다 널 사랑해서 이러는 거야."

□ "너 때문에 나까지 혼란스러워."

□ "넌 너무 예민해. 좀 둔해질 필요가 있어."

□ " 넌 내 맘을 알고도 그래? 내가 화난 건 다 네 탓이야."

□ "네가 지금 꼬여 있어서 일부러 내 말을 잘못 이해했나 본데, 내 말은 그 뜻이 아니야."

□ "네가 먼저 날 자극했으니까 내가 그렇게 말한 거야. 네가 날 자극하지 않았으면 나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또한 나의 가스라이팅 위험 지수를 파악할 수 있는 체크리스트뿐만 아니라 여러가지 체크리스트가 나와 있어서 스스로 어떤 상태인지를 확인할 수 있어요.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가스라이팅의 본질을 정확하게 설명해주고, 가스라이팅 퀴즈를 풀면서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네요.

결국 타인이 아닌 '나'에게 초점을 맞춰 스스로 올바른 자아를 인식해야 상처를 치유할 수 있어요. 저자는 치유 과정은 '이겨내려는 노력'이며, 인내심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다정하게 대하라고 이야기하네요. 자아회복을 위한 훈련법과 트라우마 치료법은 가스라이팅 피해를 입지 않은 사람에게도 꼭 필요한 자기 관리 방식인 것 같아요. 굳건하게 자신을 지켜내는 일이야말로 행복한 삶의 필수조건이니까요. 건강한 인간 관계의 시작은 나 자신과의 관계로부터 출발하므로, 책에서 알려준 대로 자기 긍정 트레이닝을 열심히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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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1
아니 에르노 지음, 김선희 옮김 / 열림원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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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가슴이 아팠어요.

제가 상상하는 가장 최악의 상황을 보여주는 이야기인지라 더욱 감정이 고조되었던 것 같아요.

치매에 걸린 어머니, 그 곁을 지키는 딸.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는 아니 에르노의 장편소설이에요.

아니 에르노(Annie ERNAUX, 아니 뒤셴느 Annie Duchesne)는 프랑스 작가이며, 자전적인 소설로 등단하여 갈리마르 Quarto 총서에 생존하는 작가로는 최초로 편입되었다고 하네요. 2003년 자신의 이름을 딴 아니 에르노 문학상이 탄생했다고 하니 현대 프랑스문단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작품에 대해 작가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어요.


"당시 나는 경악과 혼란을 겪는 가운데 이 글을 썼고 쓰인 상태 그대로 이 일기를 넘겨줬다.

나는 추호도 어머니 곁에 있었던 순간들을 수정해서 옮겨 적고 싶지 않았다. 

그 순간들은 시간의 흐름을 벗어난 순간 - 아니면 짤막하게 되찾았던 유년시절의 한순간쯤으로 생각해도 좋을 듯 하다

- 오로지 '이분은 내 어머니이시다'라는 생각 외에는 다른 모든 것을 망각하며 지냈던 순간들이었다.

... 어떤 경우에도 이 일기를 양로원에서의 장기체류에 관한 객관적 증언으로 읽지 말 것이며 하물며 어떤 고발로도 읽지 말고

(간병인 대부분이 정성스런 헌신을 보여주었다) 

오로지 고통의 잔재로서 읽어주길 바란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라는 말은 어머니가 글로 쓴 마지막 문장이다."

      - 1996년 3월 , 아니 에르노   (170-171p)


몇 달 전, 친구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어요. 너무 이른 나이에 치매 진단을 받고, 꽤 오랫동안 병원이 아닌 집에서 돌봄을 받으셨어요.

몸 상태가 많이 악화되어서 요양 병원에 입원수속을 밟아놓았는데, 입원 전날에 본인의 침대에서 눈을 감으신 거라고 해요. 가족들은 병원이 아닌 집에서 어머니를 떠나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하더라고요. 아마도 요양 병원이 어떤 곳인지 한번이라도 방문을 해본 사람이라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할 거예요. 

저자의 말처럼 요양 병원의 의료진과 간병인들에 대한 묘사 때문에 편견이나 오해를 가져서는 안 되겠지만 아무래도 치매 노인 환자를 대하는 간병인의 모습을 편하게 볼 수만은 없는 것 같아요. 그만큼 어렵고 힘든 일이기 때문에, 직접 겪어봐야만 이해할 수 있는 문제인 것 같아요. 

이 책은 누구나 읽을 수는 있지만 모두가 이해하기는 어려울 수 있어요. 치매라는 질환에 대한 이해, 부모와 자녀의 현실적인 관계 등을 고려할 수 있는 연령대가 아니면, 아마도 중도에 책을 덮을지도 모르겠네요. 공포영화보다도 더 무서운 현실을 목격하게 될 테니까요. 늙고 쇠약해진다는 건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어도 견딜 수는 있어요. 하지만 늙어서 치매에 걸린다는 건 인간의 존엄성을 잃는, 가장 끔찍한 일인 것 같아요. 더군다나 나의 어머니가 변해가는 모습을 바라봐야 하는 심정이란...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가 더 이상 어머니처럼 느껴지지 않는 상실감과 돌이킬 수 없다는 좌절감 그리고 죄의식까지 저자는 있는 그대로 써내려갔어요. 겪어본 적 없는 일이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고스란히 전해져서 힘들었어요. 

저자의 어머니가 잠시 정신을 차렸을 때, "아니 Annie !"라고 딸의 이름을 부르는 장면과 휠체어에 앉은 어머니가 불현듯 딸을 안아주는 장면에서 울컥했어요. 

어머니가 남긴 마지막 문장을 되뇌며... 아마도 어머니는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였던 게 아닐까요, 그 밤을 떠날 수 없다는 걸 알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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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
김이수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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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유산>은 김이수 작가님의 단편집이에요.

모두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각 작품마다 저자의 해설이 나와 있는 점이 특이했어요.

어떻게 작품을 구상하게 되었으며, 초고를 쓸 당시의 상황이나 소감 등을 통해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어요.

한 방향을 향해 긴 호흡으로 이야기하는 장편과는 달리 단편은 프리즘을 통과한 빛처럼 굴절되고 분산되어 제각각의 색을 보여주고 있어요.


여섯 편 가운데 책 제목으로 뽑힌 <위대한 유산>은 짧고도 강렬했어요.

암 진단을 받고 병원 침상에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 아니 아버지의 죽음을 기다리는 자녀들의 이야기예요.

아버지 곁에는 억척스러운 어머니와 다섯 명의 자녀들이 있어요. 주인공 '나'는 막내이자 만화가 지망생이라서, 아버지의 병원비는 형들과 누나들이 분담하고 나는 간병을 맡게 되었어요. 지금 나의 최대 관심사는 아버지가 물려준 통장의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일이에요. 아버지가 정확하게 알려줬더라면 이토록 애를 먹진 않았을 텐데, 아버지는 '082'만 불러줬어요. 나머지 숫자 하나를 몰라서 인출할 수 없는 돈, 그 돈으로 나는 일본에서 개최되는 슈퍼코믹시티에 갈 계획이에요. 만화책 속에 등장하는 공중도시 '쟈렘'을 가는 것이 나의 꿈인데, 슈퍼코믹시티는 현실의 '쟈렘'인 거예요. 

과연 '나'는 아버지가 남겨준 위대한 유산을 받을 수 있을까요. 

저자는 췌장암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며 창작노트에 이 작품의 초고를 완성했다고 해요. 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 곁을 지킬 때, 가상의 인물들이 모여들었고 그들만의 이야기가 탄생했는데, 저자는 이 작품이 아버지가 남긴 '위대한 유산'이라고 말하네요. 특히 이 작품은 가수 겸 배우 장근석 감독이 2016년에 연출한 첫 단편영화의 원작이라고 하네요.

여러모로 의미 있는 작품이라는 점도 있지만 저 역시 가장 여운이 남는 작품이에요. 얼마 전 친구의 어머님 장례식장을 다녀오면서 만감이 교차했던 것 같아요. 친구가 느끼는 슬픔과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져서 무척 힘들었어요. 언젠가는 마주하게 될 현실이지만 그동안 애써 외면했던 감정들이 와르르 쏟아졌던 것 같아요.

만약 저한테 부모님의 위대한 유산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그건 아마도 제 자신이 아닐까 싶어요. 

솔직히 주인공 '나'와 형제 자매들을 보면서 세상에 이런 막돼먹은 자식들이 있나 싶었는데, 스스로 돌아보니 더 나을 것도 없는 자식인지라 조용히 입을 다물었네요. 

불효자는 웁니다...


아버지는 아직 죽으면 안 된다. 

잠시라도 좋으니 눈을 떠서 나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가야 한다.

내가 만화에 빠진 건 아버지 고물 때문이니, 

그 정도는 해 주고 가야 한다.   (22p)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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