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북쪽 - 한국의 땅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 대한민국 도슨트 9
현택훈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주, 하면 아름다운 자연을 떠올리게 돼요.

대부분 휴가를 즐기러 갔기 때문에 멋진 여행지로서 기억하고 있어요. 

그러니 제주를 아느냐고 묻는다면 관광객의 시선이 전부라고 말할 수밖에 없어요. 

처음에 이 책을 발견했을 때는 제주, 라서 눈길이 갔고, 그다음은 대한민국 도슨트라는 문구에 호기심이 생겼어요.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 중 아홉 번째 책이며, 전국을 발로 뛰며 우리 땅과 사람의 이야기를 기록한 새로운 인문지리지라는 소개글을 보았어요.

<제주 북쪽>의 저자는 제주 북쪽에서 나고 자랐으며 제주의 말로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해요.

시를 쓰면서 제주를 제대로 알지 못한 점이 부끄러워 뒤늦게나마 제주를 알아가면서 이 책까지 쓰게 되었다고 하네요. 어릴 적에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다 문득 섬사람이라는 정체성을 느꼈고, 그후 이십 년 정도 지나 우당도서관에 있는 비파나무를 제재로 한 시를 써서 시인이 되었다고 하니, 운명이란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그 누구보다도 제주 북쪽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들려주는 이야기라서 그 깊이와 울림이 남다른 것 같아요. 제주 북쪽의 짧은 역사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현재의 모습만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진짜 제주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어요. 그동안 한국사에서 날카롭게 베여나간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모르고서는 제주를 말할 수 없을 거예요. 그래서 저자는 가장 먼저 4·3 평화공원을 소개하고 있어요. 

1947년 3·1절 발포 사건을 기점으로 1948년 4월 3일 봉기가 일어난 후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되기까지 삼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는 이승만 정권과 미국 정부의 묵인 하에 벌어진 민간인 대학살이었어요. 무고한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죽임을 당했고, 대부분의 마을이 불타 없어졌으며, 살아 남은 이들도 폭도의 오명을 쓴 채 침묵해야 했어요. '4·3'은 군사 독재 시대에 금기의 단어였다고 해요. 현기영 소설가의 소설 『순이 삼촌』이 발표되면서 "4·3을 말해야 한다"는 진실 규명의 목소리를 모으는 계기가 되었던 거예요. 4·3 평화공원이 본격적으로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1999년 제주를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이 위령공원 조성을 약속하면서부터이고, 2003년 4월 3일 평화공원 기공식이, 2008년 3월 28일 평화기념관이 개관하게 되었어요. 전시관에는 세우지 못한 백비가 누워 있다고 해요. 아직 이름이 없는 건 끝내 찾지 못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에요. 강요된 침묵과 역사 왜곡 속에서 진실을 찾은 과정으로 4·3은 2014년 국가추념일로 지정되었고, 제주의 예술가들은 4·3의 비극을 과거의 제주로 국한하지 않고, 여전히 세계에서 벌어지는 국가 폭력에 맞서는 일에 연대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해요.

이 책에는 제주 북쪽을 대표하는 명소 스물여덟 곳이 사진과 함께 자세히 설명되어 있는데 유독 4·3 평화공원만을 언급하는 건 오랫동안 묻혀있던 제주의 역사이기 때문이에요. 저자의 말처럼 4·3을 알아야 제주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는 의미를 깨닫는 계기였어요. 아름다운 섬이 피로 물들었던 그 참혹한 역사를 알고나니 제주도 곳곳에 간직한 이야기들이 가슴에 와닿았어요. 슬프고도 아름다운 제주를 만났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긴즈버그의 차별 정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지음, 이나경 옮김, 코리 브렛슈나이더 해설 / 블랙피쉬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성평등을 위해 법으로 투쟁한 긴즈버그의 외침이 담겨 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긴즈버그의 차별 정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지음, 이나경 옮김, 코리 브렛슈나이더 해설 / 블랙피쉬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권리는 수많은 이들의 투쟁이 빚어낸 결과였음을, 우리는 종종 잊고 삽니다.

이 책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의 차별에 대한 정리.


이 책은 법적 성평등을 위해 투쟁했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가 쓴 글들을 브라운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코리 브렛슈나이더의 해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우선 긴즈버그가 어떤 인물인지, 간략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1933년생인 그녀는 로스쿨을 수석 졸업하고도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는데, 교수의 강력 추천으로 재판연구원이 되었고, 이후 여성 인권과 젠더 차별 이슈와 관련해 다양한 활동을 했습니다. 1993년 클리턴 대통령의 지명을 받고, 여성으로서는 두 번째로 연방대법원 대법관으로 임명되었습니다. 여러 사건을 통해 여성과 소수자의 권리를 위한 목소리를 냈고, 그 내용들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크게 세 가지 주제이며, 성평등과 여성의 권리, 임신·출산의 자유, 선거권과 시민권을 다루고 있습니다. 여기에 실린 인용문은 긴즈버그 대법원 대법관 인준 청문회 기록에서 발췌한 것으로 대법원 의견은 '다수 의견'으로, 대법원 다수 의견에 반대표를 던진 글은 '소수 의견'으로 분류했다고 합니다. 또한 다수 결정에 동의했지만 그 이유를 강조한 사건은 '동의 의견'으로 표기했다고 합니다.


책에 소개된 여러 의견 가운데 첫 번째 《리드 대 리드 (1971)》항소인 의견서가 매우 인상적입니다.

이때 긴즈버그는 판사가 아닌 로스쿨 교수로서 이미 판결이 난 사건의 항소인 개요를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변호사들과 함께 작성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당시 법적인 성차별이 얼마나 뿌리 깊은지를 알 수 있습니다. 사건 개요는 샐리 리드가 아들이 사망한 뒤에 전 남편 세실과 아들의 재산 집행인 자리를 놓고 다퉜는데, 리드 부부가 사는 아이다호주 법은 '여성보다 남성을 우선해야 하므로' 세실에게 집행인 자격을 주었습니다. 긴즈버그는 아이다호주 법이 위헌임을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 이 사건에서 쟁점은 항소인의 주장처럼 '동등한 자격을 지닌' 남성이 지원할 때마다 여성이 재산 집행인 자격을 박탈당하는 것이 

미국 수정헌법 14조에서 금지한 임의적이고 불평등한 처우인지 여부다. ...   (30p)


긴즈버그는 수정헌법 14조를 통해 성차별이 인종차별과 다를 바 없으며, 둘 다 임의의 불평등한 처우임을 증명하고자 했고, 성별 분류도 '의심스러운 분류' 원칙에 포함된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습니다. 여성을 남성의 종속적 위치로 보던 시대라서 사회적 차별이 만연했는데, 바로 그 사실을 헌법에 위배된다는 논리로써 자신의 주장을 승리로 이끌어냈다는 것이 너무나 통쾌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로 아이다호주 법이 자의적이고 위헌적으로 남녀를 차별했다는 것을 인정하게 만든 겁니다. 또한 법정에서 성별에 따른 분류를 다루는 법을 분석하는 기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대단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법을 접할 때는 규제의 개념이 더 강하게 느껴질 때가 많은데, 기즈버그의 의견서를 읽으면서 법의 우리를 보호하고 지켜주는 울타리라는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무엇보다도 법의 언어로 성차별적 관행을 바꾸기 위해 노력해온 기즈버그의 노력이 있었기에 오늘날 여성과 모든 시민의 평등권이 보호될 수 있었음을 알게 됐습니다. 불완전한 법에 차별을 지우고 자유를 더 깊이 새겨 넣은 긴즈버그를 기억하며, 우리 역시 자유로울 권리를 수호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트] 메리토크라시 세트 - 전2권 미래 사회와 우리의 교육
이영달 지음 / 행복한북클럽 / 202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디지털시대를 살고 있는데, 교육 현장은 과거의 인재상에 머물러 있는 듯 합니다.

교육 현장에 바라는 변화는 단순히 대입제도가 아니라 근본적인 목표 수정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춘 교육 혁신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학부모로서의 고민이 이 책을 읽게 만든 동기입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교육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과연 '어떻게'라는 명제 앞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경제학자이자 고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입시생 아빠로서 교육 문제를 연구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교육 혁신을 위한 경영학자의 제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메리토크라시>는 모두 2권의 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권에서는 인공지능, 자율주행, 로봇, 5G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디지털 노동력의 현장을 목격한 저자의 경험담을 통해 우리가 만날 미래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 미래를 위한 교육을 언급하기 위해 먼저 현재 우리의 교육과정과 미국의 교육과정을 비교 분석하고 있습니다. 

왜 미국과 비교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미국의 상황이 교육 생태계의 혁신을 주도했다고 이야기합니다. 미국의 대학 중퇴율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은데, 그 이유는 대학이 소위 돈 값을 하지 못하는 경제적 효용성의 문제라고 합니다. 기업들이 더 이상 대학교육을 신뢰하지 않고, 학위에 대한 가치를 재평가하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청년들이 대학을 떠나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대학 차원의 혁신 생태계가 조성되었고, 세계 유수의 연구중심대학들은 기업가형 대학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학생의 절반 이상이 중퇴하는 흐름과 현상이 곧 한국에서도 현실화될 것이므로 이제 한국의 대학들도 자발적으로 혁신적인 활동을 전개해야 할 시점에 있습니다. 

또한 미국의 공교육 시스템을 주목하는 것은 전반적인 중심축이 집단에서 개인으로 옮겨가면서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대학의 입시정책의 변화와 맞물려 개인화된 학습이 법률로 뒷받침되고 있다고 합니다. 대학들은 이제 학생 선발 시 수학능력시험 SAT, ACT 점수를 필수적으로 요구하지 않는가 하면 아예 제출하지 말 것을 강조하면서 상대평가보다는 절대평가의 기준을 더 우선시 하고 있습니다. 즉 해당 대학 고유의 기준을 가진 전인적 평가를 통해 학생을 선발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의 채용 방식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는데, 이제 구직자와 구인자 모두 개인화된 학습을 기본으로 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21세기 교육은 개인화된 학습으로 빠르게 나아가고 있는데, 그 과정과 단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2권에서는 한국의 미래 교육을 위해 '모두를 위한 21세기 실천 교육'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혁신 생태계를 신엘리트주의와 메리토크라시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메리토크라시의 개념은 사회의 합리적 보상 배분 체제가 작동하는 순기능을 강조한 것입니다. 결과의 평등을 강조하는 역효과를 방지하려면 기회의 평등과 공정한 과정에 집중해야 하는데, 이는 사회적 보상 체제와 관련된 정책과 제도 마련의 문제이기 때문에 정부와 정치의 영역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것입니다. 개인의 자아실현을 뒷받침하는 교육이 국가 차원에서 교육의 존재 이유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한국의 미래 교육을 위한 혁신의 원칙과 방향성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줍니다. 학교 교육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읽어봐야 할 책인 것 같습니다.




메리토크라시는 1958년 영국 사회학자 마이클 영이 집필한 풍자 소설 형식의 정치 사회 에세이 《메리토크라시의 부상 1870~2033》에서 처음 소개된 용어다.  '메리트 merit'를 원천으로 하는 사회 보상 체제를 의미하는 메리토크라시는 라틴어 'meritum'에서 파생된 'merit'와 고대 그리스어 'kratos'에서 파생된 '-cracy'를 조합하여 마이클 영이 만든 새로운 표현법이다.

... 한국에서 메리토크라시는 주로 능력주의로 번역된다. 그러나 능력주의로 번역하면 원래의 뜻을 왜곡하는 경우가 생기므로 업적주의나 공로주의가 더 원어의 의미에 가까운 말이라고 할 수 있다.    (159-160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피드 섹스/라이프 2
BB 이스턴 지음, 김보라 옮김 / 파피펍 / 2021년 7월
평점 :
절판


<스피드>는 BB 이스턴의 자전적 소설 <4남자에 관한 44장의 일기>의 스핀오프 두 번째 이야기예요.

우선 넷플릭스 화제작 <섹스/라이프>의 바탕이 된 이야기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관람등급 18금, 로맨스 드라마.

원작의 스핀오프소설이니, 벌써 어떤 내용일지가 그려질 거예요.

역시 글로 읽어도 수위가 상당히 높은 것 같아요. 주인공 비비의 나이가 겨우 열여섯 살이라는 게 놀라울 따름이에요. 

음, 따지고 보면 열다섯 살에 만난 첫사랑 이야기 <스킨>을 읽은 다음이라서 충격이 좀 덜하긴 하네요.

비비는 첫사랑 남자 나이트와 결별한 이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무너져버렸어요. 의사는 평범한 십대의 우울증으로 진단했고, 약 처방과 함께 취미 활동을 하면 마음이 깨끗이 정리될 것처럼 말했지만 전혀 회복될 기미가 없어요. 그런 비비를 일으켜 세운 건 새로운 사랑?

운전면허를 따고, 드디어 열여섯 번째 생일을 맞은 비비를 위한 부모님은 큰맘 먹고 5리터짜리 엔진을 단 1993년도 머스탱을 사주셨어요. 뭐, 이 정도로 들썩할 정도는 아니고, 아빠가 준 선물이 무표정했던 비비의 얼굴을 활짝 웃게 했어요. 그건 바로 반짝이는 포드 머스탱의 합금 타이어 사진이었어요.

생애 첫차인 머스탱 해치백에 낡은 타이어 대신 멋진 타이어를 장착할 수 있다는 게 꺅 소리를 지르며 펄쩍펄쩍 뛸 정도로 기쁜 일이라니!

마치 예견된 수순처럼 그 타이어를 설치하러 간 정비소에서 띠로리 ♪  비비의 눈을 사로잡는 남자를 만나게 됐어요. 할리 제임스.

더티블론드에 팔에는 튜닝카 타투가 가득하고, 아랫입술에는 은고리 피어싱을 하고 있는, 근육질 푸른 눈의 정비사.

와우, 생김새는 다를 수 있지만 이건 거의 첫사랑 나이트의 분위기랑 똑같네요.

어쩜 이리도 나쁜 남자한테만 불꽃이 튀기는 건지... 비비는 불나방~

읽으면서 속으로 뜨끔했던 게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하는 쪽이 아니라 자꾸 걱정이 되는 것이 나이 탓인가 싶더라고요. 안돼, 비비야!

십대 반항아에게는 잔소리, 훈계는 쥐약이라 아무리 말린다고 먹힐 리 없겠죠. 비비는 새로운 사랑을 만나면서 첫사랑의 아픔을 잊는 듯 싶었는데, 오히려 더 확실하게 깨닫는 계기가 됐어요. 자신이 사랑한 사람은 나이트가 유일했다는 걸.

분명히 저자가 밝힌 대로 최대 75퍼센트의 진실이 담긴 이야기라는 점을 떠올리면 새삼 입이 쩍 벌어지는 이야기였어요. 어린 비비의 사랑이 미숙하고 다소 무모해보이지만 온마음을 불태운 사랑이라 그것만큼은 대단한 것 같아요. 너무 뜨거워서 주의를 요하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