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이렇게 죽을 것이다 - 언젠가는 떠나야 할, 인생의 마지막 여행이 될 죽음에 대한 첫 안내서
백승철 지음 / 쌤앤파커스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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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섬뜩한 기분이 들어요. 마치 범죄자의 협박이나 누군가의 저주처럼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 책은 매우 진지하게 '죽음'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는 '죽음에 대한 첫 안내서'라고 해요.

저자는 피부과 전문의이자 노인의학 인증의라고 해요. 진료실에서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고픈 안티에이징의 욕구를 실현해주며 아버지의 얼굴에 검버섯이나 잡티를 제거해드렸으나 아버지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어요.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아버지와 함께 있을 때 필연적으로 다가올 죽음을 인지했으면서도 죽음이라는 단어를 대화에 올릴 수 없었던 저자의 심정을 알 것 같아요. 우리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죽음을 곁에 두고도 함부로 입에 올리면 안 되는 것으로 취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이 아닐까 싶어요. 


나는 내가 죽는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알지만

내가 결코 피할 수 없는 그 죽음이란 것에 대해서

어느 무엇 하나 아는 것이 없다.

    - 블레즈 파스칼 (수학자, 물리학자, 사상가)   (28p)


저자는 죽음을 의학적으로 정의하고,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죽음 이후의 상황들을 설명하고 있어요.

질병으로 인한 죽음은 환자 본인뿐 아니라 치료하는 의료인과 가족들이 지켜보게 되는 가장 흔한 죽음의 형태인 것 같아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말기 암 환자는 여러 신체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는 암 환자 외에도 모든 형태의 죽음을 앞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해요. 가장 일반적인 변화는 지속적으로 쇠약해지고 극도로 피로해져서 잠을 자거나 침대에 누워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죽음이 가까워지면 점차 식욕이 사라지며 갈증도 사라져 물을 마시고 싶은 욕구가 사라진다고 해요. 신체 감각은 점차 둔해지며 제일 먼저 언어 능력이 소실되고 그 다음은 시력을 잃게 되고 청각과 촉각은 가장 나중에 잃게 된다고 해요. 그러니 환자가 말을 못하거나 앞을 보지 못한다 해도 가족들이 손을 잡아주거나 나누고 싶은 이야기를 곁에서 들려주는 것이 좋다고 하네요. 죽음 직전의 대부분 환자는 호흡관란을 일으키며 가래 끓는 소리가 나는데 그렁그렁한 소리가 들리면 평균적으로 16시간 내에 사망하게 된다고 해요. 이때 우리는 생명 연장 치료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요.


2016년 무의미한 생명 연장 치료를 거부하고 환자 스스로 존엄사를 결정할 권리를 인정하는 '호스피스·완화 의료 및 연명 의료 결정에 관한 법(연명 의료 결정법)'이 제정되었습니다. 연명 의료 결정법에서는 환자 스스로 중단할 수 있는 의료의 종류를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의 네 가지로 한정하였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여기에 영양 공급 중단도 포함시키고 있는데 그 의미를 우리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49p)


"너는 어떤 죽음을 원하니?"라는 질문에 편안하게 자다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다가 깜짝 놀랐어요. 이러한 바람을 의학적으로 해석하면 '급사를 하고 싶다'로 읽힌다고 해요. 

급사는 건강한 일상생활을 영위하던 중 증상 발생 후 한 시간 이내에 갑자기 사망하는 경우인데, 대표적인 예로는 심장 돌연사 혹은 심인선 급사라고 해요. 죽음을 의학적으로 접근하다 보니 급사와 같은 갑작스러운 죽음은 본인뿐 아니라 남겨진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할 마지막 순간을 뺏는다는 측면에서 나쁜 죽음인 것 같아요. 

그렇다면 좋은 죽음, 웰다잉은 무엇이며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진정한 웰다잉이란 존엄사를 포함해 죽음을 앞둔 생의 마지막 순간을 올바르게 정리하고 죽음에 순응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을 뜻한다고 정의했어요. 

결국 생의 마지막 결정을 내릴 사람은 본인 자신뿐이에요. 이 책은 죽음을 자신의 의지대로 준비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 역할을 하고 있어요. 지금이야말로 죽음을 생각하기에(당장 죽겠다는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죽음을 준비하겠다는) 딱 좋은 때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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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꿈 - 제왕학의 진수, 맹자가 전하는 리더의 품격
신정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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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의 꿈>은 신정근 교수님의 신작이에요.

그동안 저자의 책들을 읽으면서 동양고전을 통해 인생 수업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맹자가 전하는 리더의 품격을 배우게 되었어요.

맹자는 전국시대, 즉 싸우는 나라들의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세상을 향해 더 이상 싸우지 말고 사람다움의 정치를 추구하자고 호소했어요. 어릴 때부터 공자를 숭상하여 공자의 덕치주의 사상을 이어 발전시킨 맹자가 추구한 것은 인정 仁政 의 세계였어요. 

맹자는 사람이 이익을 추구하고 손해를 피하는 호리피해 好利避害 의 습성이 있으나 우물에 빠지는 아이를 구하는 것처럼 어려운 처지에 있는 타인을 아무런 조건 없이 구한다는 점에 주목했어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잘못을 부끄러워하며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양보하고 시비를 분간할 수 있는 보편적인 사람다운 특성을 찾아냄으로써 호리피해를 넘어설 수 있다는 논거를 제시했어요. 

우리가 교과서에 배운 맹자는 성선설의 사상가인데 그 성선을 실현할 수 있는 제도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고 해요. 모든 사람에게 경작할 토지를 주고 노역으로 세금을 대신하는 정전제 井田制 를 제시했고, 개인이 도덕적이더라도 사회가 비도덕적이면 성선이 실현될 수 없으므로 역성혁명까지 주장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명 태조 주원장은 자신을 향한 도전을 막기 위해서 『맹자』의 일부를 삭제한 『맹자절목 孟子節目』이라는 온건한 버전을 편찬했고, 일본 요시다 쇼인은 천황 중심의 국체를 세우기 위해 『맹자』중에서 역성혁명을 주장하는 부분을 비판적으로 독해한 『강맹차기 講孟箚記』(또는 『강맹여화 講孟餘話』를 펴냈어요. 반면 한국에서는 그 도전적 내용을 비판하고 부정하는 목소리가 크게 나오지 않았는데, 이는 우리 역사에서 정도전이 이성계와 함께 역성혁명으로 조선을 개국했고 근현대사에서는 3·1 만세에서 촛불혁명까지 이어졌다고 저자는 해석하고 있어요. 한국인은 어떤 권력이든 불공정과 비리에 맞서 들고 일어나는 역동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맹자의 뜨거운 정의감과 닮았다고 볼 수 있어요. 

이 책은 『맹자』원문을 단순히 해석하는 차원을 너머 그 핵심 사상을 현대적 언어로 풀어내고 있어요.

2022년 3월 9일,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가 치뤄질 예정이에요. 좋은 지도자는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좋은 지도자를 뽑을 수 있을까요. 

맹자는 그 답을 알려주고 있어요. 『맹자』는 모두 7편의 상하로 되어 있는데, 그 가운데 '진심 盡心'은 첫 편「양혜왕」에서부터 마지막 편「진심」에 이르기까지 맹자 사상을 개괄할 수 있는 중심 개념이라고 해요. 맹자는 心 을 외부의 명령이나 전통의 권위와 관련 없이 오로지 天 과 소통하며 사람이 도덕적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근원으로 보았어요. 

진 盡 은 '남김없이 다하다'의 뜻이며, 진심은 사람이 시선을 마음 밖에서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고 마음 안의 싹으로 집중하여 자기 본성과 운명을 자각하여 실천한다는 걸 의미해요. 진심을 하게 되면 사람이 진정으로 해야 할 것이 더욱 뚜렷하게드러나고, 이리저리 기웃거리게 만들던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요. 맹자는 왕정 시대를 살았지만 정치는 군주 일인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 백성의 생명과 복리를 돌보아야 한다는 위민 정치를 주장했어요. 따라서 맹자야말로 최고의 리더 수업인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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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디락스 : 간격 - 전라남도립국악단 북앨범
전라남도립국악단 지음 / 걷는사람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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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디락스 : 간격>은 전남도립국악단의 첫 북앨범이라고 해요. 

일단 북앨범이라는 형식이 독특하게 느껴져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전라남도립국악단은 올해로 창립 35주년을 맞으며 예술감독 류형선님이 음악과 문학의 컬래버레이션인 북앨범을 기획했다고 해요.

북앨범에는 전북 임실에서 문화재로 기거하시는 김용택 시인을 비롯한 도종환 시인, 정호승 시인, 안도현 시인, 박재동 화가, 방현석 소설가, 이건용 작곡가, 김해숙 가야금연주자, 최일도 목사까지 아홉 명의 예술가의 글과 그림이 담겨 있어요. 또한 전라남도립국악단이 연주한 열다섯 곡의 음악들이 실려 있어요. 

수록된 음악들은 지난 2020년 3월부터 2021년 3월까지 일 년 동안 새롭게 만들고 엄선한 작품들이라고 해요. 익숙한 듯 낯선 국악이라는 장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예술감독 류형선님의 작품 해설이 곁들여져서 좋았어요. QR코드로 연주 영상도 볼 수 있어요.

해금, 가야금, 거문고 연주는 나름 들어봤는데 피리 독주는 처음이라서 그런 건지 뭔가 더 끌리는 부분이 있었어요. 피리 독주 <나무가 있는 언덕>은 윤정아님의 피리, 정선옥님의 가야금, 김동근님의 장구, 송진영님의 건반이 어우러진 작품인데, 피리의 선율이 주는 강렬함과 부드러움의 조합이 놀라웠어요.

사실 열다섯 곡의 음악이 모두 좋았어요. 듣다 보면 저절로 귀기울이게 되고 음악 속으로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책을 읽느라 음악은 나중에 들었는데, 음악을 한 번 듣고 나니 계속 또 듣고 싶어졌어요.

문득 '골디락스'라는 북앨범의 타이틀이 가진 의미에 고개를 끄덕이게 됐네요. 영국의 전래동화 <곰 세 마리>에 등장하는 금발머리 소녀 골디락스의 이름에서 유래한 '골디락스'라는 용어는 차갑지도 뜨겁지도 않은 적당한 온도,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최적의 간격을 뜻한다고 해요.  '최적의 거리, 아름다운 간격'이라는 주제로 시와 산문, 그림과 함께 전라남도립국악단의 음악이 어우러져서 특별한 북앨범이 탄생한 것 같아요. 평소에 국악을 접할 기회가 드물었는데 북앨범 <골디락스 : 간격> 덕분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었네요.  새삼 국악 선율의 아름다움에 감동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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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 사라져가는 것들 사이에서 살아내는 오늘
박상률 지음 / 해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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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불심으로 오늘을 살아내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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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 - 사라져가는 것들 사이에서 살아내는 오늘
박상률 지음 / 해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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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하고, 무슨 얘기, 하세요?"

"영감 얘기도 하고, 골목 지나다니는 사람들 얘기도 하고......"

"할아버지는 안 계세요?"

"벌써 사십 년 전에 세상 버렸어."

"할아버지도 꽃을 좋아하셨어요?"

"응, 좋아했지. 이 화분들, 다 영감이 장만했던 거야."

...

"어, 할머니 봉숭아 물들였네요."
"응, 영감이 들여준 거야."

"할아버지가요?"

"새색시 때부터 봉숭아 꽃잎 따서 해줬어."
"지금은 할아버지가 안 계시잖아요......"

"영감이 심었던 봉숭아꽃에서 해마다 씨를 받아 다시 심어. 

꽃이 피면 이렇게 물들이지. 그러니까 영감이 들여주는 거나 마찬가지야."

...

"봉숭아 물이 예쁘게 들어야 저승길이 밝아진다는데......"

"예뻐요, 무척 예뻐요."

"봉숭아 씨 좀 나누어 줄까?"   (53-55p)



<꽃잎 떨어지는 소리 눈물 떨어지는 소리>는 박상률 작가님의 에세이예요.

저자는 담담하게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사랑하는 어머니, 그 어머니가 보내주신 택배 꾸러미, 고향 진도 앞바다에 피어오르는 안개, 진도를 노래한「그 땅 그 하늘」이라는 시가 세월호 침몰로 죽음을 맞이한 아이들을 기리는 노래가 되어 라디어에서 흘러나오더라는... 그리고 열여섯 살 때 한영 큰스님의 수발을 들면서 불가와의 첫 인연을 맺은 이야기와 법당 차디찬 마룻바닥에서 부처님을 향해 엎드려 울었던 일, 그뒤 오랫동안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살다가 불쑥 떠나는 여행을 즐기게 되었다네요. 

저자는 혈기 왕성한 젊은이들에게 서해에 지는 해를 통해 소멸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그 소멸을 알아야 생성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게 되고 나아가 삶이 더 진지해질 수 있다고 말하네요. 이른바 소멸의 미학. 그래서 저자가 하는 문학 강의는 곧 삶의 강의가 되나봐요. 

이 책의 부제는 '사라져가는 것들 사이에서 살아내는 오늘'인데, 그것이 바로 우리의 인생이겠지요. 삶과 죽음, 빛과 어둠, 탄생과 소멸이라는 굴레에서 아둥바둥 살아내는 일.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있을 수 없는 일, 끔찍한 참사가 일어나 모두의 가슴을 아프게 했어요. 여전히 그 고통은 가시질 않았어요. 고향집에 가면 들르던 팽목항을 차마 가지 못하는 이가 저자만은 아닐 거예요. 1980년 광주의 기억 때문에 모교인 전남대학교에 근 10년을 못 갔다는데, 점점 갈 수 없는 곳이 늘어만 가니 어찌해야 할까요. 지극한 불심으로, 두 번 다시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불가의 가르침을 온전히 실천하며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늘 부족할 따름이지만 박상률 작가님의 글을 통해 배우고, 깨우치며 오늘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네요. 오늘날 진정한 방생은 물고기 몇 마리를 풀어주면서 자기 위안적 자족감에서 더 나아가 인간과 인간 생명의 존엄성으로 넓혀야 한다는 것. 오늘의 불자들은 이 시대의 가장 반인간적인 것들, 즉 생명을 가볍게 여기는 모든 억압들로부터 인간을 풀어내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

마치 할머니의 봉숭아 물들이기처럼 이 책을 읽다보니 제 마음이 예쁘게 봉숭아 물이 든 것 같아요. 아름다운 말이 주는 감동을 봉숭아 씨를 나누듯이 널리 전하고 싶네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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