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국가
유희숙 지음 / 재도전사관학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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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국가>는 최초의 여성 단독 영화 제작자 유희숙님의 책이에요.

"재도전 하기 전에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네요.

저자는 우리나라의 성실한 실패자들에게 왜 다시 기회를 주어야 하는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 이 책을 썼다고 해요.

코로나 시대에 대한민국은 OECD 기준 선진국이 되었는데, 국민들의 경제는 너무나 어려워요. 왜 그럴까요.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위한 대책들은 개인의 빚을 더 늘리기만 할뿐 근본적인 위기를 해결해주지는 않아요. 제대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해요.

대기업은 위기가 있어도 막강한 자금력과 조직으로 위기를 넘기지만, 취약한 중소기업은 한 번의 실수와 실패로 무너질 수밖에 없어요. 

이 책은 어려운 사람들이 다시 일어서기를 원하지 않는 기득권 위주로 세팅된 시스템의 실상을 알리고 사람들에게 다시 기회를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기 위해 저자의 생생하고 치열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어요. 누구나 실패의 경험은 꺼내기 싫은 주제일 거예요. 그럼에도 성실한 실패자의 세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건 오직 재기를 향한 희망 때문이에요. 두 번째 국가는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품고 있어요.

이제 대기업 위주, 엘리트 위주, 기득권 관점으로 문제를 해결하던 시대는 지났어요. 처절하게 실패해보고 피눈물을 흘려본 사람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 경제는 희망을 말할 수 있어요. 유럽 중소기업법에 따르면 정직한 기업가는 신용을 한 번 잃었다고 해도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프로세스가 작동한다고 해요.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제도가 문제인데, 우리는 약자에게 무관심한 시스템 안에서 고통받고 있어요. 

행정안전부에서 주관하는 '실패박람회'에서 실패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인식이 얼마나 부정적이었나를 확인하면서 실패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는 계기였다고 해요. 실패를 이겨내는 방법과 고민을 나누면서 실패를 절망에서 희망으로 전환하는 시도였어요. 재창업 기업가들이나 재창업 환경에 대한 데이터 구축은 쉽지 않지만 그러한 데이터를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요. 결국 다시 기회를 줄 수 있는 시스템은 국가가 어떻게 운영되는가에 달려 있어요. 그러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더 나은 국가, 두 번째 국가를 원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외침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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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소크라테스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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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나이기에 쓸 수 있는 소년들의 이야기가 나올까.

제 내면에 있는 몽상가와 현실주의자, 둘 중 어느 쪽도 낙담하지 않을 이야기가 뭘까

여러모로 고민하며 궁리한 결과, 이 다섯 편의 단편이 완성됐습니다.

자기 작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는 없겠습니다만, 

이 책이 데뷔하고 20년간 이 일을 계속해온 덕분에 이루어낸 하나의 성과처럼 느껴집니다.

     - 이사카 고타로 


<거꾸로 소크라테스>는 이사카 고타로의 단편집이에요. 

좀 의외했어요. 어린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라니, 이제껏 읽었던 내용과는 이질적인 느낌일 것 같은 선입관이 있었어요.

그러나 웬걸, 작가의 말처럼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이라고 할 만한 작품이었어요. 

초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저 아이들만의 유치한 세계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에요.

거꾸로 소크라테스, 슬로하지 않다, 비옵티머스, 언스포츠맨라이크, 거꾸로 워싱턴까지 단편의 제목들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고 있어요.

그건 작가의 의도된 설정이었어요. 이사카 고타로는 선입관으로 가득찬 세상을 교실이라는 작은 공간에 축소시켜 다양한 갈등 상황을 보여주고 있어요.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이 더 선명하게, 더 또렷하게 선입관의 정체가 드러나도록 불량교사가 등장해요. 어른들의 잘못된 선입관이 어떻게 아이들에게까지 전염되는지... 교실의 권력자인 담임 선생님에게 낙인 찍힌 소년과 왕따 당하는 아이의 모습이 낯설지 않았어요. 겉모습으로 쉽게 판단할 수는 있지만 그로 인해 누군가가 괴롭힘을 당하거나 상처받는다면 명백한 잘못이에요. 그 잘못을 지적하고 고쳐줘야 하는 건 어른의 몫이고요. 하지만 불량교사는 어른다운 행동을 하지 않죠.

여기서 중요한 건 아이들의 시점에서 모든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거예요. 어른과 아이의 차이는 열린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뭔가 잘못됐다고 느낀다면, "아니오."라고 외치는 용기 그리고 거꾸로, 반대로 뒤집어 생각할 수 있어야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어요.

나쁜 어른은 구제불능이지만 아이들은 달라요. 얼마든지 변화할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까요. 이사카 고타로가 20년만에 아이들의 이야기를 쓴 것은 참으로 대단한 것 같아요.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이사카 고타로만의 유쾌함을 잃지 않아서 좋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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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악당으로부터 나를 구하는 법
정소연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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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소설인 줄 알았으나 에세이였던 책.

전업작가였으나 변호사가 되었고, 여전히 한국과학소설작가연대 초대 대표로 일하면서 양쪽 세계를 오가는 저자.

그러니 이 책은 SF세계의 조물주이자 현실계의 변호사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예요.

먼저 사람들에게 자주 받는 질문들 중 가장 난처한 질문은 "사건 맡은 경험으로 소설을 쓰기도 하나요?" (13p)라고 해요.

법조인의 직업 윤리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소 무례한 질문이 아닐 수 없어요. 변호사로서의 경험이 창작 과정에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 타인의 민감한 분쟁 사건을 소설의 소재를 쓸 거라는 추측은 변호사를 모욕하는 일이죠. 세상에는 무례한 사람들이 너무 목소리가 커서 탈인 것 같아요. 상식 밖의 질문은 삼가해야죠.

솔직히 저자의 이력이 특이해서 더 관심이 간 것 맞지만 그때문에 색안경을 끼고 바라볼 이유는 없는 것 같아요.

이 책은 저자가 전업 작가일 때부터 겸업 작가, 변호사로 일하면서 여러 지면에 쓴 칼럼, 수필, 해설을 모아 엮은 것이라고 해요. 

주된 내용은 노동 변호사로서 마주한 세상에 관한 이야기들이에요. 부당하고 부조리한 세상을 만든 악당들에 대한 성토라고 봐도 될 것 같아요.

17년차 직장인이던 남편이 전업주부가 된 사연은 눈물 겨워요. 구조 조정이라는 명목하에 부당해고 위기에 처했는데, 상급 조직이 없는 노동조합이라 소송해도 승산이 없다는 걸 뒤늦게 알게 된 거예요. 당시 저자가 맡고 있던 노동조합 사건이랑 똑같은 상황이 남편에게 벌어지고 있었던 거죠. 남편은 상의 끝에 투쟁하지 않기로 했고 사직서를 냈다고 해요. 그로부터 1년, 저자는 여전히 "안타깝지만", "혹시 노조가 없나요?" (19p) 같은 말을 하며 일하고 있다는 게 왠지 마음을 짠하게 했어요.

우리는 홀로 살아남을 수 없어요. '나'를 구원하려면 '우리'가 함께 힘을 합치는 수밖에 없어요.

우리 사회에 불평등한 자원 가운데 남에게 말을 할 수 있는 권력을 으뜸으로 꼽은 저자의 생각에 이백퍼센트 동의해요. 


"글은 목소리다.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권력이다.

더 많은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더 큰 권력이다."  (58p)


어떤 사람들은 온몸을 불사라도 세상에 한두 마디밖에 전달하지 못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시시콜콜한 취향까지 언론을 통해 널리 전파되는 게 우리의 현실이에요. 그러니 목소리의 권력이 작은 사람은 말을 자꾸 줄여서 최대한 압축한 말, 즉 구호를 외치게 된다는 거죠. 아무리 중요한 말을 필사적으로 줄여 외쳐도 힘이 없기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니 안타깝고 답답할 따름이에요. 그래서 저자의 목소리를 담은 이 책의 의미가 더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비정규직 노동자와 산재 사망 사건의 피해자, 성소수자, 성범죄 피해자 등 우리 사회에 힘 없는 사람들의 외침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져야 해요. 한 사람의 힘은 미약하나 우리는 강하니까요.

온라인 유행어 중에 '웅앵웅 초키포키'라는 말이 있대요. 영화에서 대사 전달이 안되는 장면을 두고 만든 신조어인데, 요즘 정치인들의 사과가 딱 웅앵웅 초키포키더라고요. 개에게 사과를 건네는 사진을 올린 누군가처럼 웅앵웅 초키포키식으로 사과했다고 우기니 황당한 거죠. 사과해야 할 사람이 제대로 사과하지 않으면서 되레 역정을 내는 기막힌 상황을 보니 부글부글 끓네요. 그러나 분노는 차가울수록 강력한 법. 이제는 냉정하게 사회를 바라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차별과 혐오는 틀린 것, 잘못된 것이니 과감하게 도려내야 해요. 지옥은 결국 우리가 만든 것이니, 바꿀 수 있는 것도 우리라는 걸 기억해야 해요.

마지막으로 한국 SF와 작품 해석에 관한 부분도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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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울리면 자리에 앉는다 - 100일 동안 100억 원씩 챙긴 세 남자의 전설적인 이야기
이동재 지음 / 창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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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종은 누구를 위하여 무엇 때문에 울리는가. 꽤 심오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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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 울리면 자리에 앉는다 - 100일 동안 100억 원씩 챙긴 세 남자의 전설적인 이야기
이동재 지음 / 창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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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신다고?"

"네. 이제 막 문단에 이름 석 자를 들이밀었죠."

"참 외로운 영혼이 고달픈 여행에 지쳐 있군."  (204p)


"그냥 <스팅> 같은 영화를 실제로 한번 벌여보자는 얘기야." (207p)


<종이 울리면 자리에 앉는다>는 이동재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책 표지에는 "100일 동안 100억 원씩 챙긴 세 남자의 전설적인 이야기"라고 적혀 있어요.

아마 이 책을 펼치는 사람들은 이 문구 때문에 블록버스터급 범죄 영화를 상상했을 거예요. 

천재 사기꾼이 등장하는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 (2003)와 한국 영화 <도둑들> (2012)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걸 보면 상당히 임팩트가 컸던 것 같아요.

사기꾼, 도둑은 분명 나쁜 놈들인데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그들에게 손가락질은커녕 박수를 치며 응원하게 되는 건 머리가 아닌 가슴이 반응하기 때문일 거예요.

여기엔 세 명의 남자가 등장해요. 

영화감독의 꿈을 이루지 못한 50대 송진우, 전설의 춤 선생이자 60대로 추정되는 박영준, 1억 사기를 당한 후 절망에 빠진 30대후반 소설가 서정식.

이들 뒤에는 대형사기 프로젝트의 기획자인 건설회사 오 회장이 있어요. 그들이 노리는 돈은 600억, 오 회장이 반을 가져가고 나머지 반은 영준과 진우가 둘로 나누면 각각 150억, 배우로 캐스팅 된 정식에게는 몇 억을 약속한 상태예요. 

일반적으로는 그들의 시나리오가 착착 진행되는 과정이 관점 포인트일 텐데, 희한하게도 세 남자의 사연에 더 눈길이 가네요. 

저마다 사연 없는 사람이 있겠냐마는 풍전등화마냥 꺼질 듯 말 듯 위태로운 삶을 살았기에 그들의 인생역전 드라마가 통쾌해야 하는데, 뭔가 뒷맛이 씁쓸해지는 건 남아있는 진실과 관련이 있어요. 하늘에서 100억 원이라는 돈이 뚝 떨어질 리 만무하지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인생은 어떻게 바뀔까... 이런 상상에서 출발한 소설을 읽다보니 제 눈에는 그저 모든 게 꿈 같아 보였어요.  인생여몽, 호접지몽이라... 장자의 꿈처럼 한바탕 잘 놀았구나 싶은 결말이었어요. 

사기극으로 풀어내기에는 꽤 진지한 인생 드라마였던 것 같아요. 앞서 언급했던 영화들과는 달리 이 소설은 뭔가 철학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네요.

문득 책 제목이 걸리네요. "종이 울리면 자리에 앉는다."의 의미는 뭘까요.

학교에서 (쉬는 시간이 끝나는) 종이 울리면 자리에 앉는데, 인생에서 울리는 종은 삶과 죽음 가운데 어느 쪽일까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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