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인재, 대학의 미래 - 학생이 대학을 선택하는 시대
권오현 외 지음 / 포르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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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학부모들에게 교육이란 대학입시와 직결되어 있어요.

저 역시 어떻게 대학에 들어갈 것인가, 너무나 근시안적인 접근에 머물러 있었던 것 같아요.

이제는 달라져야 할 때라는 걸 우리 모두 인식하고 있어요. 다만 그 변화를 누가 주도할 것인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라는 문제에 봉착했다고 볼 수 있어요. 

《미래의 인재, 대학의 미래》는 KAIST 이광형 총장과 국내 최고의 석학들이 제시하는 교육 혁신에 관한 책이에요. 

이 책에는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대학과 미래 인재에 관한 질문들을 일곱 명의 집필진이 답하고 있어요.

AI시대를 살아가는 미래형 인재란 무엇일까요.

앞으로 미래의 인재들은 인공지능과 한 팀을 이뤄 일하게 되므로 인공지능을 잘 이해하고 협력하는 사람이 업무에서 성과를 내고 리더로 인정받아 성장할 수 있어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서는 AI 산업계에 필요한 역량을 전문 직무 역량과 일반 직무 역량으로 정의하고 있어요. 전문 직무 역량에서는 인공지능 핵심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머신러닝, 데이터, 프로그래밍, AI 응용 소프트웨어, AI 비즈니스, 인지 및 지식 추론 등이며, 일반 직무 역량에서는 문제해결 능력, 기술 능력, 정보 능력, 의사소통 능력, 직업윤리가 요구되고 있어요. 그리고 이에 앞서 지식 문해력, 협동성, 창의성을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즉 미래에는 디지털 환경에서 사람과의 상호작용 능력뿐 아니라 AI와의 협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일 잘하는 사람의 기준이 된다고 해요.

따라서 미래 인재를 키우는 교육도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해요. 안타깝게도 우리의 대학 경쟁력은 세계의 주요 대학에 비해서 뒤처져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빈약한 교육 재정에 있다고 해요.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특징은 사립대가 전체 대학의 84%로 매우 많고, 사립대 경상 경비의 등록금 의존률도 54.1% (2018년)로 높기 때문에 대학 재정의 악화가 교육 여건 부실화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런 사립대학 중심의 현실이 대학의 혁신을 지원하는 정부의 재정지원 확보나 대학의 본질에 충실한 지배구조 확립을 어렵게 만들고 있어요. 그러나 정부의 재정지원 확대와 규제 완화만으로 위기를 극복할 수 없고, 궁극적으로 대학의 혁신은 대학이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에 달려 있어요. 

세계 여러 나라의 대학 혁신 사례를 소개하면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한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요. 대학의 공공성 회복을 위해 사립대학 지배구조의 개선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사립대학 관련 법령이 개정되어야 해요. 또한 특화된 대학을 설립할 수 있는 파격적인 법적, 행정적 지원을 제공해야 해요. 우리나라 현행법을 따르면 기본 시설이 전무한 미네르바 대학은 인가조차 받을 수 없다고 해요. 대학 혁신을 위해 거점 국립대학의 연합체로 구성된 네트워크 대학, 공영형 사립대학 등과 같은 새로운 지배구조를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어요. 세계 수준의 연구 중심 대학 육성사업을 위해서는 대학이 다양한 연결의 중심이 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선택적 재정지원이 필요해요. 이제 대학은 AI 융합 인재를 양성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 대학은 맞춤형 학습 또는 개별화 학습이 가능해야 해요. 디지털 학습 플랫폼을 마련하고, 공유대학의 다양한 모델로의 전환을 제안하고 있어요. 대학은 융합 교육 확대, 교육 자원 공유, 현장 중심 교육 확대, 학습자 맞춤형 교육 확대 등의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학생의 성공적인 학습을 돕는 것이 곧 교육 혁신이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결국 대학이 바뀌어야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를 키워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요점이에요. 변화는 필수이며, 방향은 정해졌으니 이제 남은 건 속도뿐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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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라는 가능성 - 나의 세상을 확장하는 낯선 만남들에 대하여
윌 버킹엄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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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 커크(1977~2016)를 추모하며


지난 7일간 호스피스 병동에서 엘리의 곁에 머물며... 

엘리가 겨우 일주일 전에, 짐 쌀 시간도 없이, 우리가 함께 살던 집을 그토록 갑작스레 떠난 것을 떠올렸다.

우리는 병원에 금방 다녀올 거라고, 몇 시간 뒤면 집에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우리에겐 더 많은 나날이, 심지어 몇 주는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병원에 도착하자 사람들이 즉시 엘리를 중환자실로 데려갔고, 중환자실에서 다시 호스피스 병동으로 보냈으며,

엘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 이제 엘리는 없었고, 나는 돌아왔고, 집은 텅 비었다. 눈물을 흘릴 힘이 없었다. 잠이 필요했다.

함께 13년을 살았는데, 이제는 이렇게 텅 비어 있었다. 느닷없이 밀려든 슬픔이 아직 낯설었다.

나는 이 슬픔이 내게 무엇을 할지, 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기다리고 있었다.  (10p)


《타인이라는 가능성》은 철학자 윌 버킹엄의 책이에요.

저자는 사랑하는 배우자의 죽음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어요. 뭐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눈물이 핑 돌았어요.

상실과 슬픔, 그 절망적인 상황이 불쑥 제 마음을 찔러서 무방비 상태로 감정이 앞서 버렸어요. 

엘리가 세상을 떠나고 며칠 뒤 거리를 걷던 저자는 기금을 모으는 사람에게 붙잡혔는데, 그는 유방암 연구 기금을 모으고 있었어요. 유방암에 대해 아느냐고 묻는 그에게, 자신도 모르게 엘리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세상을 떠났다는 얘길 했는데, 그는 "안아드려야겠어요."라고 말하며 두 팔로 꽉 안아주었어요. "고마워요." 그의 어깨에 기대 울며 고맙다고 말했어요. 놀랍게도 저자는 엘리가 죽고 난 후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 슬픔이 초래한 마비 상태의 강력한 해독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바로 낯선 이들, 타인이 지닌 가능성에 관하여, 어딘가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측면이 있음을 발견한 거예요.

이 책은 낯선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예요. 낯선 사람들은 언제나 우리에게 불확실성을 안겨주기 때문에 부담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저자는 우리에게 묻고 있어요. 낯선 사람들은 천사일까, 악마일까? 가능성일까, 위협일까?  

이 질문들의 핵심은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상황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에요. 그 가능성이야말로 우리가 찾는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어요. 

우리는 낯선 이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타인에게 둘러싸여 있으면서 단절된 상태로 외로워하고 있어요. 고립과 제노포비아(이방인 혐오, 낯선 사람을 향한 두려움)라는 이중적인 문제를 겪고 있어요. 더군다나 전 세계는 지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봉쇄조치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통해 외부인과의 접촉을 피하는 시대가 되면서 우울감을 느끼는 '코로나 블루'라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어요. 일부 연구에서는 심장마비와 암, 신경퇴행성 질환 등 다양한 종류의 질병이 외로움과 연관되며, 외로움이 죽음에 미치는 영향이 하루에 담배를 15개비 피는 것만큼 강력하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요. 외로움이 이토록 파괴적인 것은 우리 인간이 만지고 만져져야 하는 생명체이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고립을 넘어 나의 세상을 확장하는, 타인을 환대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요.

방법은 두 가지예요. 스스로 미지의 세상에 들어서던가, 아니면 문을 활짝 열어놓던가.

저자는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비롯한 철학과 문학, 역사, 인류학의 이야기 그리고 넘기 힘든 경계와 문턱을 넘어간 여행자와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에게 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어요. 우리는 어쩌면 삶과 죽음 그 사이를 거닐고 있는 이방인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마지막 인사말이 기억에 남네요.

"안녕, 낯선 사람 Hello, Strange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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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 지식 - 구글 검색부터 유튜브 추천, 파파고 번역과 내비게이션까지 일상을 움직이는 인공지능 이해하기 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박상길 지음, 정진호 그림 / 반니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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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공자도 이해할 수 있는 AI 지식》는 지금 인공지능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에요.

이 책은 인공지능이란 무엇인지, 그 역사를 통해 발전 과정을 설명하고 있어요. 그 과정 속에서 대표적인 인공지능 여덟 가지를 자세히 알려주고 있어요.

처음 기계 수준에서 획기적인 발전을 하게 된 지점은 핵심기술 딥러닝의 등장이며 알고리즘, 데이터, 시스템의 삼박자가 함께 어우러져 놀라운 성과를 이뤄냈어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숨은 영웅을 꼽자면 오픈소스가 있어요. 오픈소스는 프로그램의 소스코드를 공개하는 것인데, 대표적인 오픈소스로 리눅스를 들 수 있어요. 지금 전 세계 거의 모든 인터넷 사이트가 리눅스로 운영되고 있고, 친숙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도 리눅스로 작동하고 있는데, 이것이 바로 오픈소스의 힘이에요. 소스코드를 공개하면 수많은 이용자가 공개된 자료로 추가 연구를 진행하거나 기술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어서 해당 분야 자체가 발전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되는 거예요. 이러한 오프소스 문화가 인공지능 분야에도 큰 영향을 끼치면서 딥러닝 기술이 발전하고 있어요.

우리는 이세돌 선수와 알파고와의 대국을 통해 처음 인공지능을 접했어요. 이제 인간은 더는 바둑에서 인공지능을 이길 수 없게 되었고, 이세돌 선수가 알파고를 꺾은 네 번째 대국은 인간이 컴퓨터를 꺾은 마지막 대국으로 역사에 기록될 거예요. 알파고는 구글 딥마인드로 계속 개선되어 더 이상 인간 바둑기사에게 배우지 않고 스스로 학습해 실력을 키운 알파고 제로가 되어 최강의 바둑 인공지능이 되었어요. 알파고가 인간을 능가했다고 해서 인공지능이 모든 면에서 인간을 능가한다고 할 수는 없어요. 미국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는 인간을 능가하는 기계를 두고 "기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라. 지나치게 기술에 의존해서도 안 되며 그렇다고 기술에 공포를 느껴서도 안 된다"고 말했어요.

이 책은 인공지능을 첨단 기술로서 이해하기 위한 가장 쓸모 있는 안내서라고 볼 수 있어요.

미래의 이동수단이 될 자율주행차, 세상을 검색하는 똑똑한 검색엔진, 인공지능 비서가 된 스마트 스피커, 인간을 뛰어넘는 기계번역,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카카오 챗봇, 스마트한 운전 비서가 된 내비게이션, 딥러닝을 도입한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까지 어떻게 작동하는지 구체적인 원리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어요. 인공지능은 여전히 발전 과정에 있기 때문에 이 책에 담긴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이해는 현재뿐 아니라 미래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필수 요건이라고 할 수 있어요. 따라서 이 책은 모두를 위한 필독서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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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 코딱지를 드릴게요 바우솔 작은 어린이 43
이승민 지음, 박현주 그림 / 바우솔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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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득키득 웃음이 먼저 터져나오네요.

문득 코딱지를 파다가 떠올랐다는 이야기가 바로 이 동화예요.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까, 늘 고민하는 작가님의 진지한 얼굴과 코딱지를 파는 모습은 영 어울리지 않지만, 코딱지 덕분에 재미있는 이야기가 탄생했네요.

코딱지 하나로 소원을 이룰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주인공 승우는 오른쪽 콧구멍이 다른 친구들보다 2배는 커서, 코딱지도 12배나 많대요. 얼마나 코딱지가 많은지 온종일 코를 파야 한대요.

그런 승우에게는 고약한 버릇이 하나 있는데, 코를 파면 항상 코딱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묻히고 다닌다는 거예요. 으윽, 상상하기 싫지만 더러운 코딱지가 자꾸 떠올라요.

단짝 친구 민주가 승우에게 왜 자꾸 코딱지를 묻히고 다니냐고 물었더니 딱히 이유는 없고, 그냥 재미있어서래요. 지금까지 승우는 수많은 친구들, 심지어 교장 선생님한테도 몰래 묻힌 적이 있지만 민주한테는 절대 코딱지를 묻히지 않아요. 민주가 자기한테 묻히면 평생 절교할 거라고, 절교뿐 아니라 평생 저주할 거라고 말했거든요. 이상하게 민주는 무서워서, 하지 말라는 건 안 하게 돼요.

어느 날 갑자기 승우가 다니는 배봉초등학교에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어요. 그 이유를 알아낸 사람은 아이큐가 110에서 200이 된 남원이에요. 똑똑한 남원이가 분석한 결과는 승우의 코딱지가 소원을 이뤄주기 때문이래요. 다만 코딱지는 반드시 오른쪽 콧구멍에서 나온 코딱지라야 하고, 꼭 맨살에 묻혀야 하며, 코딱지가 마르기 전에 소원을 소리내어 말해야 한다는 거예요. 승우의 소원 코딱지가 소문이 퍼지면서 전교생들은 난리가 났어요. 저마다 별별 소원을 다 빌었는데, 민주는 제외예요. 정말이지 민주는 코딱지 묻히는 건 딱 질색이거든요.

자, 그럼 코딱지로 소원을 이룬 사람들은 행복해졌을까요.

아마 이 동화를 읽는 사람이라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기 소원을 생각했을 거예요. 소원은 한 사람당 하나뿐이고, 절대 취소는 안 돼요. 엉뚱하게 외계인이 보고 싶다고 소원을 말한 친구 때문에 엄청난 일이 생겼다니까요. 코딱지 하나로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건 분명 행운인 것 같은데, 모두가 소원을 이루는 상황이 되니 뭔가 혼란스러워진 것 같아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행운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기쁨인데, 소원 코딱지처럼 너무 쉽게 얻어지는 행운은 덜 기쁜 것 같아요. 오히려 불행해지는 경우도 생기는 것 같아요.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행운이 아닌 행복이 아닐까요. 승우의 소원 코딱지 덕분에 진짜 행복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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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 - 작가를 따라 작품 현장을 걷다
함정임 지음 / 열림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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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저쪽 밤의 이쪽》은 현실의 공간에서 소설의 세계 속으로 안내하는 책이에요.

그건 마치 저자의 기억을 따라가는 꿈의 여행 같았어요. 분명 현실에 존재하는 공간인데도 그 장소들이 소설의 일부처럼 느껴졌어요.

낯선 외국의 풍경이 아름답게 묘사된 글을 읽으면 대부분 여행지로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드는데 이 책에 소개된 공간들은 그 작품을 읽고 싶게 만드네요.

작가의 삶과 작품이 깃든 공간. 그곳을 사랑하는 함정임 작가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졌어요.


"일종의 병이라고밖에 내 마음을 설명할 수 없겠다. 파리를 향한 마음, 보들레르를 생각하는 마음.

지난밤 나는 어떤 꿈을 꾼 것일까.

창밖에는 아침햇살이 가득하고, 밤새 치열했던 꿈은 햇살 속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심증은 분명한데, 실체는 묘연하다. 확실한 것은, 꿈에 나는 일 년 전 어느 날, 누군가에 이끌려 파리의 거리들을 온종일 걸었고,

해질녘 어느 한 지점에 붙박히듯 서 있었다."  (93p)


저자는 오랜 세월 파리를 꾸준히 드나들면서 파리에 대한 책을 썼음에도 매년 파리를 꿈꾼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파리를 꿈꾸고 여행하는 것은 그곳에 머물렀던 소설가와 화가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한 거예요. 그래서 이 책에는 아폴리네르와 로랑생의 센강과 미라보 다리, 작가 지망생 헤밍웨이의 창작혼이 깃든 카르디날르무안 거리 74번지, 마르셀 프루스트의 일리에콩브에, 발터 벤야민이 살았던 집 파리 15구 돔바슬 거리 10번지, 아르튀르 랭보의 샹파뉴와 샤를빌메지에르,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루앙, 크루아세, 리, 그리고 트루빌 등 작가들이 사랑했던 공간과 소설 속 공간들이 등장하고 있어요. 프랑스가 아닌 다른 지역도 있지만 유난히 파리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요.

신기한 건 저자의 여행은 소설을 읽는 행위를 닮았다는 거예요. 미지의 세계를 향한 탐구와 모험.

그 가운데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소설과 여행의 완벽한 조합을 보여주고 있어요. 콩브레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공간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장소인데, 소설의 화자가 어릴 때 부모를 따라갔던 아버지의 태생지이며 실제로는 일리에를 가리킨다고 해요. 재미있는 건 허구의 공간이 실제의 이름과 합쳐져 공식 행정명칭이 일리에콩브레가 되었다는 거예요. 현실에서 소설이 만들어지고, 때로는 소설이 현실을 바꾸기도 하는 과정이야말로 소설의 힘인 것 같아요. 

소설이란 무엇이고, 작가란 무엇인지... 이론적인 설명은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이 책을 읽고나면 현실과 소설의 세계를 오가는 매력적인 여행을 하게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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