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소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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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에는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적절한 순간.

안타깝게도 그 순간은 뒤늦게 알아차릴 때가 더 많아요. 에휴, 그때 그랬어야 했는데...

그럼 사랑은 어떤가요. 자신에게 다가온 것이 사랑이라는 걸 어떻게 알 수 있죠?

아무도 장담할 수 없어요. 그래서 세상에는 수많은 이별이 존재하는 게 아닐까요.

《어떤 미소》가 어떤 이야기냐고 묻는다면 아무 말 없이 얼굴을 찌푸릴 것 같아요.

도저히 미소를 지을 수 없으니까요. 그래요, 미소 짓는 사람은 이야기의 주인공이에요. 

주인공 도미니크는 스무 살의 대학생이고, 같은 학교를 다니는 남자 친구 베르트랑이 있어요.

두 사람은 여느 청춘들과 다를 바 없는 또래의 사랑을 나누고 있어요. 어느 날 베르트랑이 여행가인 외삼촌을 만나러 가는데 함께 가자고 했고, 그 남자 뤽을 만났어요.

그 다음은 뤽의 집에 초대받았고, 뤽에게는 다정하고 아름다운 아내 프랑수아즈가 있었어요. 음, 참으로 미스터리한 건 바람피는 유부남의 심리예요. 뤽은 처음 도미니크를 만날 때부터 홀릴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도미니크는 속으로 '이 남자는 나 같은 부류의 어린 여자애들에겐 유혹적이야.' (18p)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미 경계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넘어가고 말았죠. 얼마나 치명적인 매력을 지녔는지는 모르겠지만 뤽의 교활함은 탁월한 능력인 것 같아요. 대놓고 꼬시면서 도망갈 길까지 마련해놓고 있어서 상대가 반박할 여지가 없어요. 스무 살은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므로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져야 해요. 사랑이라고 믿었던 그 짧은 만남은 욕망이 빚어낸 일탈, 딱 그정도인 것 같아요. 뒤돌아보니 악몽인 거죠. 상대를 위해 순수하게 희생할 마음이 없다면 그건 사랑이 아닌 것 같아요. 뤽은 도미니크의 젊음을 탐했고, 도미니크는 뤽의 탐욕스러운 매력에 빠졌어요. 육체적 쾌락을 즐기는 뤽에게 도미니크는 일주일 정도면 충분한 관계였던 거예요. 여기서 주목할 장면은 도미니크와 프랑수와즈의 만남이에요. 두 여자의 대화를 보면서 세상에는 이해 못할 영역이 있다는 걸 인정했네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한국인과 프랑스인의 문화적 차이일까요, 아니면 개인의 영역인 걸까요. 그게 가장 궁금했어요. 도저히 미소 짓지 못한 한사람의 의문만 남았네요. 


"4월에는 실오라기 하나도 벗지 말고, 5월에는 마음 내키는대로 해."  (74p)

수영장에 뛰어든 뤽이 끔찍이도 춥다면서 5월에 수영을 하려면 제정신이 아니라고 말하자, 베르트랑의 어머니(뤽의 누나)가 프랑스 속담으로 답한 거예요.

굉장히 인상적인 대사였어요. 속담의 의미는 프랑스 날씨가 4월에도 춥다는 것으로 짐작되는데, 뤽이라는 인물의 특징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네요. 사랑이 뭔지도 모르는 모지리 같으니라고...   곧 5월이네요. 다들 아름다운 사랑을 하며 미소 짓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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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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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소름돋는 매력의 소유자 루이스~ 놀라운 스릴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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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파수꾼 프랑수아즈 사강 리커버 개정판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최정수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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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파수꾼》은 한 편의 영화을 본 것 같아요.

장르는 달달한 멜로 안에 숨겨진 스릴러.

우와,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이전에 읽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떠올리며 비슷한 내용일 거라 짐작했거든요. 

사실 중년 여인의 사랑 이야기라고 여길 만한 도입부였어요. 주인공 도로시 시모어는 마흔다섯 살의 시나리오 작가이고 현재 사십 대의 남자 친구 폴 브레트와 사귀고 있어요. 도로시는 젊은 시절에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하여 여배우로서 성공했다가 탕진하고 지금은 근근히 시나리오를 쓰며 돈벌이를 하고 있어요.

자유분방한 도로시, 신기하게 사강의 작품을 읽다보면 자꾸 주인공이 사강의 모습과 겹쳐져요. 왠지 사강 자신의 이야기를 쓴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더 소설에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소설 속 인물을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내어 머릿속에 이미 영화가 상영되고 있어요.

강렬한 첫 장면, 새벽 두시에 도로시와 폴은 시속 150마일로 자동차를 타고 집에 가는 중이었어요. 콰과광!

자동차를 향해 달려든 한 남자, 폴이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고 차는 길 오른쪽 도랑에 처박혔어요. 다행히 아무도 죽지 않았어요. 다만 그 미치광이 남자는 도로 위에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어요. 앳된 얼굴의 남자 머리 밑에 피가 고여 있었고, 놀란 도로시가 곁으로 달려갔어요. 


"도로시, 당신 미쳤소?"  (19p)

이 질문은 폴이 했지만 두고두고 곱씹게 될 말이네요.

왜냐하면 도로시는 다리 한쪽을 다친 그 남자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왔기 때문이에요. 신원 미상의 남자, 그것도 심상치 않은 사고의 가해자이자 피해자인 청년을 혼자 사는 그녀가 자신의 집에서 돌본다는 건 뭔가 꺼름칙하잖아요. 이십대로 보이는 남자의 이름은 루이스, 병원에서 퇴원한 이후 도로시의 집에서 다리의 붕대를 감은 채 늘어져 지내고 있어요. 보통의 사람이라면 루이스에게 엄청난 질문을 쏟아부었을 텐데, 도로시는 그냥 있는 그대로 놔 둔 채 함께 있는 쪽을 택했어요. 나른한 일상에 누워 있는 루이스가 풍경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아요. 여기에 매우 중요한 사실이 빠져있네요. 루이스는 굉장히 신비롭고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다는 점.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 친구가 있는데, 아들 뻘 되는 젊은 남자와 동거한다는 게 참으로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들죠?

그 상상을 뛰어넘어서 놀란 거예요. 제목을 다시 상기해보면 어떤 전개가 될지 힌트가 될 수 있겠네요. 도대체 사랑이란 뭘까요. 우리가 알 수 있는 건 자신의 마음뿐인 것 같아요. 세상에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의 사랑도 존재하는 것 같아요. 분명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거라고 말하겠지만 인정하기는 어렵네요. 

그래서 되묻고 싶어요. 당신 미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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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에러 - 빅테크 시대의 윤리학
롭 라이히.메흐란 사하미.제러미 M. 와인스타인 지음, 이영래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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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 에러》는 기술 혁신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책이에요.

인터넷, 소셜미디어 네트워크는 우리 일상에 스며들어 있어서 대부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그러나 한편에서는 스마트 머신 시대의 자동화 가속, 소셜미디어 플랫폼의 역정보와 허위정보 등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어요. 이제는 기술의 혜택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기술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명백한 피해를 인지하고 줄여나가는 방법을 찾아나가야 해요.

이 책의 저자들은 기술의 영향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 아니며, 기술을 지배하는 규칙을 설정하는 것이 더 이상 해커나 기업들만의 일이 아닌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기술의 영향은 우리가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설계하고 상호작용하며, 기술을 지배하기 위해 어떤 규칙을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어요. 우리 모두는 기술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지에 관한 결정권을 가져야 하며, 이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사람들에겐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어요. 우리 스스로 책임지고 결정하지 않는다면 기술의 미래, 우리의 운명을 엔지니어, 벤처투자가, 정치인들에게 내맡기는 것이므로 최악의 상황이 될 거예요.

이 책에서는 최적화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책임을 맡기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자율규제의 시대는 끝났어요. 디지털 플랫폼이 콘텐츠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있는 한 기업의 반독점 조치를 규제할 수 있는 건 법적 장치뿐이에요. 알고리즘 의사결정 시스템에 관한 문제 역시 기업과 정부 기관의 선한 의지에만 맡길 수는 없어요. 알고리즘 책임성이 요구되어야 해요. 우리는 감시 사회에 살고 있어요. 매일 사용하는 디지털 도구의 놀라운 기술 덕분에 정부와 기업은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알고 있어요. 따라서 사생활권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그것을 보호할 힘과 권위를 갖춘 기관을 만들기 전까지는 법의 공백기에 놓여 있어요.

빅테크 기업들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원대한 비전을 내세우고 있지만 양극화, 역정보, 혐오발언의 문제들을 제대로 해결하진 못했어요. 정보 생태계 오염의 문제는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해결할 수 있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보 생태계의 건전성을 보호하는 데 관심을 갖는 것이 시작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세 명의 저자는 새로운 기술이 야기한 긴장과 균형에 우리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대안적 미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세 영역의 진전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네요. 첫째, 기술자들의 윤리적 문제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높일 것. 둘째, 기업의 힘을 억제할 것. 셋째, 기술과 기술자들이 우리를 지배하게 놓아두는 수동적 자세를 버리고 시민과 민주주의 제도에 기술을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할 것. (385p)

결국 기술이 우리를 지배하기 전에 시스템 에러를 없애는 노력을 해야 해요. 그건 바로 시스템 리부팅, 우리 모두가 나서야 할 때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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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타인 - 가족 치료의 대가 이남옥 교수의 중국 가족 심리 상담
이남옥 지음 / 북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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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란 뭘까요.

행복한 우리집을 떠올린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만 누군가에겐 아픈 상처일 수도 있어요.

그러니 가족의 의미는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다만 가족간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고서 행복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솔직히 가족의 문제는 겉으로 드러내지 않기 때문에 속으로 곪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해결할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덮어두는 거죠.

최근에는 정신과 상담이나 심리 치료가 대중화되어 크게 낯설지 않지만 개인이 아닌 가족 치료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네요.

이 책은 국내 최고의 가족 상담 권위자인 이남옥 선생님이 중국의 한 심리학자의 요청으로 2016년부터 4년 동안 중국 현지에서 진행된 가족 심리 상담 프로젝트의 내용을 담고 있어요. 2020년 1월 코로나19 유행으로 중단되기 전까지 일 년에 세 차례씩 꾸준히 진행된 가족 상담 워크숍이라고 하네요. 가족 치료에 관심 있는 심리 상담사들과 함께 가족 치료를 원하는 내담자들을 초청해 실제 상담을 하는 방식이었고, 그때의 사례들을 '가계도 분석'과 '가족 세우기'라는 도구를 활용하여 소개하고 있어요. 물론 내담자의 개인 정보라서 사생활 보호를 위해 생략하거나 각색했지만 가족의 트라우마와 문제를 파악하기에는 전혀 무리가 없는 것 같아요.

일단 여기에 소개된 가족 치료 사례는 중국 가족이라는 점에서 우리와는 다른 환경적 요인이 있어요. 하지만 놀랍게도 갈등 요인들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각 사례마다 가계도가 등장하는데, 전반적인 설명과 함께 가계도를 살펴보니 그들이 겪는 갈등과 트라우마를 파악하기가 좀더 수월한 것 같아요. 가계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록에 실린 가계도 분석과 가족 세우기 과정을 참고하면 되는데, 작성 방법은 가족의 개괄적인 정보들을 특별한 기호( 남자는 네모 □, 여자는 ○)를 사용해 그려 넣는 거예요. 각 구성원들의 특징인 나이, 사망 연도, 직업, 학력, 성격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 간의 관계 정보(좋은 관계, 갈등관계, 소원한 관계, 집착관계, 양가적 애증관계, 단절된 관계, 이혼관계)도 표시해요. 전문가는 전체 가계도를 바탕으로 심층적인 분석을 한 뒤 현재 가족 구조 세우기를 통해 문제점을 알아내고 구조 조정을 시도한다고 해요. 내담자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중국인들은 누군가를 평가할 때 '부지런하다' '일을 잘한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고 해요. 이러한 평가 기준이 가족 관계에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가계도 분석을 통해 부부 각자의 원가족이 지닌 트라우마를 다루면서 갈등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 조정을 스스로 해나가는 과정이 가족 세우기인 거예요.

책에 나온 가족 치료 사례를 보면 상처가 대물림되는 경우가 정말 많은 것 같아요. 그걸 끊어내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어긋난 구조를 회복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그 안에서 중요한 건 대화라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가족 세우기 안에서 가족 각자가 평생 하지 못했던 말을 다 토해내며 화해와 용서라는 치유를 경험한다는 것이 경이롭네요. 가족, 가장 가까운 타인과의 관계 회복이 무엇인지를 배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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