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를 아주아주 오래 하자 - 거친 세상에서 나를 부드럽게 만드는 삶의 기술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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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스럽게 깔끔 떠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샤워는 자주 하는 편이에요. 쏟아지는 물줄기 아래 있노라면 마음에 낀 먼지들도 싸악 씻겨나가는 기분이랄까. 가끔 귀찮을 때도 있지만 개운하고 상쾌한 기분을 위해서는 미룰 수가 없어요. 특히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힘들 때는 긴급처방으로 샤워를 꼭 해야 해요.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똑같은 생각을 발견한 것 같아서 반가웠어요.

《샤워를 아주아주 오래하자》는 귀여운 그림책 같은 에세이집이에요.

저자 그랜트 스나이더는 낮에는 치과 의사, 밤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대요. <뉴욕 타임스>에 만화를 연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고, 2013년 카툰 어워드에서 '최고의 미국 만화'에 선정되었대요. 우리나라에 출간된 책으로는 『생각하기의 기술』 , 『책 좀 빌려줄래?』 , 『아침이 들려주는 소리』 , 『밤이 그리는 색깔』, 『내일은 무지개』 가 있네요. 아하, 저 책 아는데... 아는 척 해보지만 실제로 읽는 건 이 책이 처음이에요.

이 책의 원제는 'THE ART OF LIVING' 이에요. 거친 세상에서 나를 부드럽게 만드는 삶의 기술!

음, 그러니까 샤워를 하자는 내용이 아니라 샤워하듯이 깨어 있는 삶,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 거예요.

'파랗디 파란 물에 몸을 담그자' (41p), '비에 목을 축이고' (74p), '비 오는 날 할 수 있는 일 - 밖으로 나가 일렁이는 불빛 위에서 첨벙거리기' (75p), '수영 - 남들은 모두 편안해 보여 ... 그 속에서 정신없이 허우적대며 가라앉지 않으려고 버둥대는 나' (105p) 등등.

괜히 '샤워'에 꽂혀서 어딘가에 샤워 비슷한 뭔가를 찾다가 피식 혼자 웃고 말았네요. 자신의 삶에서 뭘 해야 좋을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아는 법.

다만 그랜트 스나이더는 자신이 발견한 삶의 지혜들을 보여주는 거예요. 깨어 있어라, 오늘 이 순간을.

문득 작은 위로와 조언이 필요하다면... 그런 어른들을 위한 그림 에세이, 그림 처방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생각이 너무 많아서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그냥 그림만 봐도 좋을 것 같아요. 그림책이라기엔 적혀 있는 글들이 심오하고, 에세이라고 하기엔 그림으로 꽉 차 있어서 각자 편한대로 보고 싶은 부분을 보고, 읽고 싶은 내용을 읽으면 될 것 같아요.

마치 그랜트 스나이더의 그림 일기를 보는 듯 해요. 그러니 책 읽기가 부담스럽다면 누군가의 일기장을 몰래 훔쳐본다는 설정은 어떨까요. 이상하게 '하지 말아라' 하는 건 더 하고 싶은, 청개구리 심리를 자극해보는 거죠. 뻔한 설정이라도 상상하면 통할 때가 있어요. 말과 글은 전달하기 위한 목적이 뚜렷해서 가끔 강요받는 느낌이 들지만 그림은 달라요. 보여주는 그대로, 때로는 내멋대로 느낄 수 있는 자유가 있어요. 그랜트 스나이더의 그림이지만 이 책을 보는 순간 만큼은 나만의 그림이 될 수 있다는 것... 어느새 나에게 온 편지가 됐어요.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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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가 쉬워지는 주말여행 - 2022-2023 최신개정판 교과서 여행 시리즈
김수진.박은하 지음 / 길벗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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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만에 봄다운 봄이 온 것 같아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주말마다 나들이 인파가 엄청 많아졌어요. 일상의 회복은 나들이, 여행을 통해 체감하게 되는 것 같아요.

기나긴 집콕 생활로 인해 아이들이 정말 힘들었어요. 신나게 뛰어놀아야 하는데, 바깥으로 나가는 것도 제한되고 마스크를 끼고 생활해야 하니,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했던 것 같아요. 그동안 놀지 못해 아프다는 말이 뭔지 몰랐는데 아이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네요.

드디어 아이들과 함께 주말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는데, 어디를 가야 할지 못 정하겠더라고요. 다행히 이 책 덕분에 고민의 시간이 줄었어요.

《교과서가 쉬워지는 주말여행》 2022~2023 최신개정판이에요.

이 책은 교과서에 나오는 장소뿐 아니라 교과서에 나오지 않더라도 여행을 통해 사회, 역사, 예체능, 과학 등 과목별 관련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들을 소개하는 여행가이드북이에요. 특별히 아이들과 함께 하는 국내 가족여행, 맞춤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정말 유용한 것 같아요.

초등학생 두 딸을 둔 엄마 여행작가 김수진님과 여행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함께 하는 여행작가 박은하님이 함께 정성껏 만든 책이라서 더욱 믿음이 가네요. 실제로 이 책을 펼쳐보면 정성과 믿음을 언급한 이유를 단번에 확인할 수 있을 거예요. 깔끔한 구성과 알찬 정보들이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이 한 권으로 올 한 해 여행 준비는 충분할 것 같아요.

이 책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두 작가님이 일러주는 사항들을 잘 챙겨야 해요. 아이의 연령대를 고려하여 초등학생인 경우는 스스로 여행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관심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필요해요. 목적지를 정한 다음에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아이와 함께 사전조사를 충분히 하는 것이 좋아요.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이 말은 조선 정조 때 문장가 유한준의 명언인데, <나의 문화 유산 답사기>라는 책을 통해 더욱 유명해진 것 같아요. 살다 보면 이 문장이 삶의 곳곳에 적용된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되네요.

부모 입장에서 주도하는 여행은 자칫 아이에겐 지루하고 힘든 체험이 될 수도 있어요. 그래서 이 책은 아이가 주도하는 여행이 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똑같은 여행지라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만족도는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지역별, 테마별, 교과목 영역별로 코스가 나뉘어 여행지가 소개되어 있어서 고르는 재미가 있어요. 국내에 이토록 다양하고 흥미로운 여행지가 있다니, 제가 더 설레고 기대가 되네요. 솔직히 책에 나온 곳을 다 가보고 싶은 욕심이 있지만 여건을 고려한다면 가능한 한 많이 가도록 노력해야 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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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재미없는 13살 1 - 도대체 나한테 왜 그래!
Team. StoryG 지음 / oldstairs(올드스테어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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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가 멀다 하고 매운 맛을 즐기는 아이, 방금 깔깔거렸는데 금세 짜증부리며 기분이 롤로코스터를 타는 아이, 알록달록 형광색 옷 취향이 갑자기 올블랙으로 바뀐 아이... 무엇보다도 어른들이 뭐라고 하면 청개구리마냥 반대로 하려 든다면, 올게 왔다고 봐야 돼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질풍노도의 시기를 특정 학년으로 빗대어 표현했다면 요즘은 그보다 더 빨라진 것 같아요.

이 책은 지루한 건 딱 질색인 열세 살 준희의 이야기예요.

음, 역시나 짐작이 맞았네요. 이토록 재미없는(?) 열세 살이라니요, 제가 본 중에서 가장 시끌벅적하고 톡톡 튀는 일상인 걸요. 완전 다이나믹해요.

준희네 집은 매년 가족사진을 찍는데, 올해의 나라 복장을 하고 찍는대요. 엄마의 꿈이 가족과 함께 세계 여행을 하는 거라서 사진관 세계 여행이 시작된 거래요. 그래서 엄마의 규칙을 따라야 해요. 올해의 나라는 엄마가 정하고, 올해의 복장도 엄마가 정하고, 촬영 전까지 올해의 복장은 엄마만 알고 있어요. 준희는 친구들한테 가족사진을 보여줬는데 다들 이상하다는 거예요. 뭘 모르는 친구들인 거죠. 준희네 가족사진은 이상한 게 아니라 특별한 거라고요. 엄마 덕분에 신나고 즐거운 걸요. 준희는 가보고 싶은 세계 여행지가 정말 많아요. 영국의 돌기둥 해안 자이언트 코즈웨이, 페루의 무지개 산 비니쿤카, 일본의 고양이 섬 타시로, 호주의 분홍빛 호수 힐리어 호수, 스페인의 중세 도시 톨레도, 볼리비아의 우유니 사막, 몰디브 별의 바다 바드후 섬, 칠레의 카레라 호수 동굴, 아이슬란드의 스카프타펠 빙하, 인도네시아의 브로모 화산, 미국의 그랜드캐니언...

학교에서 기행문을 배울 때, 자신이 가고 싶은 여행지 한 곳을 골라서 일정을 짜보는 숙제를 내주시더라고요. 이미 가본 여행지도 좋지만 앞으로 가고 싶은 여행지를 찾아보는 게 훨씬 설레고 재미있는 것 같아요.

어찌보면 준희의 일상이 특별해지는 이유는 순수하고 엉뚱 기발한 준희의 상상력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옆에 준희 같은 친구가 있으면 자꾸 장난을 걸고 싶을 것 같아요. 운찬이는 가볍게 장난쳤을 뿐, 나쁜 의도는 전혀 없는데 결과는 늘 준희가 골탕 먹는 느낌이에요. 마치 머피의 법칙처럼 준희 주변에는 별의별 일들이 벌어진다니까요. 집에서, 학교 교실에서, 병원에서... 어디를 가든 사건이 생기고, 우리는 준희 덕분에 웃을 수밖에 없네요. 또 배우는 것들도 많아요. 발표를 잘 하는 방법, 교실에서 재미있게 노는 법, 침이 꼴깍 넘어가는 맛난 라면 요리 레시피, 커피 잘 마시게 되는 순서, 마니또 규칙, 누나를 괴롭히는 방법, 거짓말을 파악하는 법까지 열세 살에겐 꽤 유용한 정보들을 깨알같이 알려주네요. 이 책이 1권이라는 건 2권이 나올 거라는 뜻인데, 과연 다음 이야기에서 어떤 사건이 펼쳐질지 기대가 되네요.



"<내가 요즘 빠져 있는 건 무엇인가요?> 자~ 보이지?  

오늘은 이 주제로 발표를 해 보는 거야! 정답이 없는 질문이니 짧게 말해도, 길게 말해도, 상관 없단다.

자, 그럼 1번부터 해볼까?"

1번인 운찬이와 달리, 나는 제일 끝 번호라서 다행이었다. 왜냐하면 발표 전까지 생각할 시간도 많고, 잘 모를 때는 앞번호 애들이 한 이야기를 모아서 대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발표를 대충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요즘 빠진 게 엄청 많았다. 마라탕에도, 브로로스타즈 게임에도 푹 빠졌지만, 그런 단순한 이야기로 발표를 끝내고 싶지 않았다.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바로 저수지에 사는 정체불명의 그것이었다. 그건 누나 말대로 귀신일 수도 있고, 아니면 책에서 읽은 것처럼 괴물일 수도 있었다.

... 내 발표가 망한 건 다 지우 때문이다. 수업이 끝나기 직전에야 내 차례가 되었다.

"얼른 발표해. 뭐 해?"

나는 지우처럼 멋있게 말하고 싶었는데..., 머릿속은 하얘졌고, 심지어 운찬이가 자꾸 딴지를 걸었다.

"나는, 아니 저는 요즘 저수지에 빠졌습니다."

"바보야! 빠졌다는 말이 그렇게 빠진 게 아니잖아~"

(으윽, 억울해라, 준희도 그 정도는 안다고!)

(64-6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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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답은 우주에 있다
사지 하루오 지음, 홍성민 옮김, 전국과학교사모임 감수 / 공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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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알면 모든 고민이 풀린다고요? 한번 확인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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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답은 우주에 있다
사지 하루오 지음, 홍성민 옮김, 전국과학교사모임 감수 / 공명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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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까, 궁금증이 강하게 솟구치다가 옳거니 그거구나 싶은 순간...

만약 머릿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팡팡팡 폭죽이 터지고 있을 거예요. 신나는 불꽃놀이~

짜릿하고 즐거운 순간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새롭고 놀라운 것들의 발견은, 아마도 비슷한 반응이지 않을까 싶어요.

우리가 잘 모르는 미지의 세계, 바로 우주에 관한 비밀을 알려주는 책이 나왔어요.

《세상의 모든 답은 우주에 있다》는 세상에서 가장 쉬운 우주 이야기를 담은 책이에요.

책의 구성이 재미있어요. 마흔두 가지의 질문과 답이 나와 있는데, 그 내용은 시트콤 드라마 대본 같아요.

우선 등장인물부터 소개할게요. 신기루 교수님은 서울의 한 대학에서 우주 분야를 연구하는 분인데 상담실에서 학생들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대요. 여기 상담실을 제집 드나들듯 찾아오는 다섯 명의 학생이 있어요. 최신 우주 소식에 흥미를 가진 문학부 1학년 이태양, 수업이 따분해서 상담실에 놀라오는 국제학부 2학년 강산들, 연애 상담을 위해 찾아오는 법학부 2학년 김우주, 느긋하고 낭만적인 성격으로 상담실에서 교수님이 끓여주는 홍차를 좋아하는 교양학부 3학년 왕별이, 네 살짜리 딸의 질문 공세에 도움을 청하러 오는 사회인 학생 소행성까지 각자 상담실에 온 이유는 다르지만 교수님이 들려주는 우주 이야기에 흠뻑 빠져드네요.

평소 우주에 관심이 많은 친구였다면 당연히 끌렸을 내용이지만 전혀 흥미를 못 느꼈던 학생들조차 슬슬 반응을 보이고 있어요. 우주는 언제 어떻게 생겨났을까요. 이태양의 질문으로 시작하여 빅뱅, 빅뱅 후의 우주, 별의 진화, 행성의 신비, 빛의 파장, 달의 기원과 인력, 일식과 월식의 원리, 지진의 원리, 밀물과 썰물, 유성과 혜성, 우주의 팽창, 태양과 지구의 관계, 빛의 정체, 블랙홀, 외계생명체, 소리와 리듬, 원자와 분자, 인류의 기원, 양자역학, 인간의 수명과 죽음, 인류의 멸망까지 다양한 궁금증들을 신기루 교수님의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어요. 주거니 받거니, 질문하고 답하다보면 어려운 물리학 지식들이 조금씩 이해되면서, 머나먼 우주 이야기가 우리 일상 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들어요. 신기한 건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각자의 고민들은 해결할 만한 문제들로 보인다는 거예요. 중요한 건 '나'라는 존재가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 고로 세상의 모든 답은 우주에 있다는 것.




♣ 19 ) 블랙홀은 구멍이 아니다? = 블랙홀 이야기

강산들 : 교수님, 남자친구가 저더러 '블랙홀 같은 여자'라는데 칭찬이에요, 아니면 무시하는 거예요? 한번 의식하니까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아요. 수업도 안 들어가고 교수님께 왔어요.

교수님 : 자네가 블랙홀이라니, 상당히 대담한 비유군. 남자친구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비유를 했는지 모르지만 블랙홀을 이해한다면 진심에 가까울 거야. 그런데 자네는 블랙홀이 어떤 거라고 생각해?

강산들 : 우주의 어딘가에서 입을 벌리고 있는 새까만 함정으로, 다가가면 빨려 들어가 두 번 다시 나올 수 없는 곳이라고 들었어요. 가능하면 가까이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죠. 아니, 그런 의미에서 나한테 블랙홀 같다고 말한 거라면 진짜 화나!"

교수님 : 흥분하지 말고 진정해. 사실을 말하면, 블랙홀은 구멍이 아니야. 정확히는 구멍처럼 느껴지는 별이지. 우리는 정체를 볼 수 없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거야.

강산들 : '구멍처럼 느껴지는 별'이라는 의미를 모르겠어요.

교수님 : 우선 블랙홀이 탄생하는 경위부터 말하지. 인간과 마찬가지로 별도 인생을 마무리하는 방법은 다양해. 어떤 최후를 맞느냐는 크기나 무게에 따라 다른데, 질량이 태양이 3배가 넘는 별은 스스로 폭발해 인생을 마치지.

강산들 : 화려한 최후네요.

교수님 : 폭발하는 방식도 하나가 아니야. 질량이 태양의 8배 이하인 별은 산산조각 나서 흩어지고, 그보다 무거운 별은 폭발해도 중심 부분이 남아 새로운 별로 다시 태어나지. 그리고 더 무거운 별, 구체적으로 말하면 무게가 태양의 30배가 넘는 별은 폭발하면 블랙홀이 돼.

강산들 : 태양의 30배 이상이라면 얼마나 큰 거예요?

교수님 :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하지. 그런 별이 폭발하면 거대하고 무거운 중심이 남게 돼. 중심이 무거우면 안쪽으로 향하는 힘이 강해지기 때문에 차츰 찌부러져 오그라들어. ... 만약 지구가 블랙홀이 된다면 얼마나 쪼그라들어야 하냐면, 약 9mm 정도? 그 정도로 극단적으로 쪼그라들어.

강산들 : 지구가 유리구슬처럼 된다는 거예요? 아무리 쪼그라들어도 한계라는 게 있잖아요.

교수님 : 그렇기 때문에 엄청난 중력으로 주위의 것들을 집어삼키는 거야. 블랙홀이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가 거기서 빛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야. 빛조차 강한 중력에 끌려들어가 밖으로 나올 수 없어. 그래서 밖에서는 보이지 않지. 강한 중력이 있다는 것은 빛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한다는 뜻이기도 해. 별 자체가 빛을 내도 밖으로 나오기 전에 왜곡되어 빙글빙글 자기 주위를 돌 뿐이지. 빛이 밖으로 나가지 않으니까 거기에 있는지 어떤지도 분명하지 않아.

강산들 :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보이지도 않는데 어떻게 '있다'는 걸 알 수 있는지, 그게 이해가 안 돼요.

교수님 : 바로 그거야. 빛이 나오지 못할 만큼 엄청난 중력은 주변의 별과 가스도 삼켜버려. 그래서 직접 볼 수는 없지만 주변의 것들을 빨아들이는 모습을 통해 거기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거야.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빨려가는 모습이 마치 우주에 뻥 뚫린 구멍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거지.

강산들 : 그렇구나. 그 주변의 상황을 통해 알 수 있군요.

교수님 : 가령 한 아이의 말과 행동을 관찰하면 그 부모를 몰라도 그 아이가 어떤 교육을 받았는지, 애정을 충분히 받고 성장했는지, 어떤 부모 밑에서 자라는지 추측할 수 있지. 말하자면 그와 비슷해.

강산들 : 네, 뭔지 알겠어요! 그런데 블랙홀 같은 여자란 건 무슨 생각으로 한 말일까요?

(111-11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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