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 인간성의 기원을 찾아가는 역사 수업
닐 올리버 지음, 이진옥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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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죽음을 깨워 길을 물었다》 는 영국의 고고학자이자 역사가, 다수의 베스트셀러 역사책을 쓴 작가인 닐 올리버의 책이에요.

이 책은 고고학자의 관점에서 유물과 유적 안에 깃든 인간을 탐구하고 있어요. 저자는 답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해요. 인간의 짧은 생 안에서 이해할 수 없는 문제들의 실마리를 찾고자, 지혜와 희망을 얻기 위해 선조들의 세계를 되짚어보기로 했다고 말이죠. 유물과 유적은 인간의 본질적인 감정의 기원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어요. 인류는 끊임없이 진화해왔고, 우리 조상들이 우리가 되기까지 너무나 많은 것이 변했지만 수만 년 동안 변하지 않은 뭔가가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어요. 저자는 그것이 바로 인간의 감정이라고, 분명 그들도 우리와 같은 정서를 지니고 있었고 똑같은 희로애락을 느꼈을 거라고요. 그래서 이 책에는 가족, 지구, 집, 세입자들, 기억, 공존, 나아가기, 영웅, 이야기, 상실, 사랑, 죽음이라는 주제로 서른여섯 가지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땅속 깊이 잠자던 유물을 깨워 인간의 내면을 깊숙히 들여다보는 특별한 여정이라고 볼 수 있어요.

가장 처음 소개하는 유물은 360만 년 전 고인류 가족의 발자국이에요. 1978년 탄자니아의 라에톨리에서 발견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발자국 화석은 우리의 먼 조상이 직립보행을 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어요. 지금까지 알려진 인류 최초의 도구는 260만 년 전에 등장했으므로 우리 조상들은 두 발로 걷기 훨씬 전부터 도구를 사용했음을 알 수 있어요. 라에톨리 발자국을 발견한 메리 리키는 원래 일러스트레이터였는데 유명한 고인류학자였던 루이스 리키와 결혼해 함께 일하기 시작했대요. 메리는 오래된 화산재층에 남아 있는 발자국이 성인 둘과 아이 하나인 것을 보고 세 사람이 가족일 거라는 추측을 했어요. 걸음의 방향은 셋이 가까이 걷다가 어른 하나가 나머지 두 사람과 두세 걸음 떨어져 있는데, 이렇듯 주변을 탐색하는 듯한 움직임이 시간을 초월하여 그들의 마음을 전해주고 있어요. 오랜 시간 우리는 가장 든든한 울타리인 가족 안에서 살았고, 그 가족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고 있었던 거죠.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유물은 영국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중석기시대의 스타 카 유적이에요. 잉글랜드 북동부에 있는 초기 중석기 시대의 야영지 유적에서 다량의 석기, 골각기와 함께 붉은 사슴, 유럽들소, 야생 돼지뼈가 발견되었는데, 이 중에서 가장 매혹적인 것이 붉은 사슴의 뿔을 변형해 만든 머리 장식이에요. 눈구멍을 두 개 뚫고, 장식을 고정할 끈을 매달 수 있게 구멍도 낸 머리 장식이라 학자들은 가면으로 보기도 해요. 이 머리장식이 사슴을 뒤쫓는 위장용인지 사먄이 의례에서 착용했던 복장인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어요. 중석기시대 사냥꾼들은 붉은사슴에 대해 거의 집착에 가까운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붉은사슴의 뿔로 만든 수많은 도구를 통해 짐작할 수 있어요. 또한 사슴뿔로 미늘 달린 작살 수백 점이 호숫가에서 발견된 것은 우연히 떨어뜨린 게 아니라 사냥꾼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작살을 제물로 봉헌했음을 추정할 수 있어요. 그들은 생존을 위한 사냥 이외의 목적을 지녔던 거예요. 고고학자들은 발굴된 유물들 속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 읽어주는 사람인 거예요. 여기서 주목해야 할 사실은 고고학이 먼지 쌓인 과거가 아니라 현재 우리를 증명해내는 작업이라는 거예요. 원시부터 전해 내려온 조상들의 모든 것이 이미 우리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니까요. 부족하고 미숙한 우리에겐 오래된 지혜가 있어서 미래로 나아갈 수 있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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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수학은 처음이야 3 - 읽다 보면 저절로 눈앞에 펼쳐지는 ‘공간’과 ‘도형’ 이야기 이런 수학은 처음이야 3
최영기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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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정말 놀랐어요!

수학자 허준이 교수님이 

한국인 최초로 수학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 수상 소식을 들었어요.

세계수학자대회 126년 역사에서 한국인 수학자로서 필즈상 첫 수상이에요. 허 교수님은 대수기하학을 이용해 조합론 분야에서 다수의 난제를 해결하여 대수기하학의 새 지평을 연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라고 해요. 대수기하학은 방정식을 통해 도형이나 공간의 성질을 연구하는 학문이고, 조합론의 기초적인 개념은 중·고교 교과과정에 나오는 '경우의 수'인데, 허 교수님은 대표적인 난제로 알려진 리드 추측 등 모두 11개의 난제를 해결했대요. 리드 추측은 영국 수학자 로널드 리드가 1968년 제시한 문제이며, 채색 다항식 계수의 절댓값은 증거하다가 감소할 수는 있지만 감소하다가 증가할 수 없다는 추측으로, 채색 다항식은 어떤 그래프에서 이웃한 꼭짓점을 서로 다른색으로 칠할 때 n개 이하의 색만 써서 칠하는 방법의 수를 나타낸 식이에요. 리드 추측을 확장해 일반화한 것이 로타 추측인데, 허준이 교수님이 리드 추측과 로타 추측을 증명하였어요.

아마 다들 필즈상 수상 소식에 기뻤을 거예요. 이번 수상으로 국제수학연맹이 한국 수학의 국가등급을 최고 등급인 5그룹으로 상향했다고 하니 자랑스러운 일이에요. 근데 진짜 인상적인 부분은 허 교수님의 수상 소감이었어요.

"저에게 수학은 저 자신의 편견과 한계를 이해해가는 과정이고, 인간이라는 종이 어떤 방식으로 생각하고 또 얼마나 깊게 생각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는 일이다. 스스로 즐거워서 하는 일에 의미 있는 상을 받아 깊은 감사함을 느낀다."

굉장히 멋진 소감인 동시에 지극히 당연한 태도였다고 생각해요. 수학자는 수학을 사랑하는 것이지, 상을 받기 위해 연구하는 게 아닐 테니까요.

늘 궁금했어요. 수학의 매력이 뭘까. 

수학자들이 말하는 수학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과연 우리는 그 아름다움과 재미를 발견할 수 있을까요.

스스로 찾는 건 어렵지만 훌륭한 가이드가 있다면 가능해요.


《이런 수학은 처음이야 ③》 은 

읽다 보면 저절로 눈앞에 펼쳐지는 공간과 도형 이야기 책이에요.

이 책은 서울대 수학교육과 최영기 교수님의 《이런 수학은 처음이야》 시리즈 세 번째 책으로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서에 충실하게 학생의 눈높이에 맞추어 개념들을 이야기하듯이 설명해주고 있어요. 단번에 알아듣지 못해도 반복하여 읽다 보면, '아하, 그렇구나'라고 이해할 수 있기 때문에 전혀 조급할 필요가 없어요. 정해진 시간 내에 문제를 푸는 수학 참고서가 아니라 수학적 사고를 돕고 수학적 가치를 전해주는 '순수한' 수학 책이에요.

수학 때문에 골치 아프다는 학생이 있다면 가벼운 마음으로 이 책을 펼쳐 봤으면 좋겠어요.  직선은 1차원, 평면은 2차원, 공간은 3차원이라는 걸 안다면, 준비는 끝! 이제 3차원의 세계, 공간의 세계를 차근차근 알아가 볼까요?

입체도형을 어렵게 느끼는 건 점·선·면이라는 눈에 보이는 개념이 아니라 3차원 이상의 공간을 머릿속으로 상상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책에는 그림을 통해 입체도형이 어떻게 탄생하여 무한 변신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어요. 가만히 그림을 들여다 보면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어려운 게 아니라 시간이 조금 더 걸렸을 뿐이에요. 유레카! 새롭게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껴보세요.



"평면도형은 자기의 크기를 무엇으로 나타내는지 기억해?

맞아. 바로 그들은 넓이를 통해 자기의 크기를 나타내.

그렇다면 우리 입체도형은 무엇으로 크기를 표현하지?

어떤 이들은 겉넓이가 우리의 크기라고 이야기하지만, 우리 입체도형은 평면도형과 달리 입체의 안도 있잖아?

그 안쪽의 크기가 우리의 진정한 크기가 아닐까? 입체 안의 크기?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지?

그걸 측정하는 방법이 있는 걸까?"

(58p)


"보통 평평한 평면기하를 유클리드 기하라고 부르고,

평평한 평면기하가 아닌 구면기하나 쌍곡기하를 비유클리드 기하라고 불러.

『이런 수학은 처음이야 1』 에서 어떤 것을 다른 것과 구분할 때 필요한 것이 바로 테두리, 즉 경계라고 했지.

실제 수학에서 경계가 중요한 이유는 경계 때문에 각 도형의 이름과 특징이 생기기 때문이야.

... 어떤 것의 '경계'라는 것이 '어떤 것을 어떤 것'이게 하는 것이라고 할 때,

도형을 도형답게 하는 것이 도형의 경계지. 우리에게도 나를 나답게 하는 '나의 경계'가 있지.

이 경계는 나를 이루는 정체성이기 때문에 도형에서만큼이나 나에게 중요한 부분이야.

그러나 때로는 상황에 따라 경계의 조건을 바꾸는 것이 필요해.

엄밀한 도형인 삼각형도 놓인 상황에 따라 경계의 조건을 바꾸지.

그 결과 이 경계에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낳은, 비유클리드 기하라는 풍요로운 수학의 꽃이 폈어.

... 도형이 자신의 경계의 조건을 확장시켜 아름다운 꽃을 피웠듯이

나를 구분 짓는 경계에 대한 유연한 탄력성을 발휘한다면

우리도 앞으로 성숙한 인격의 꽃이 피지 않을까?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고 어떤 시인이 말했듯이."

(131-13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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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이와 차이 - 장애를 지닌 언어학자의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
얀 그루에 지음, 손화수 옮김, 김원영 추천 / arte(아르테)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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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사이와 차이》 는 노르웨이 오슬로대학교 언어학 교수 얀 그루에의 자전적 에세이예요.

우리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는 당연한 것이지만 차별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어요.

만약 우리들이 옳고 그름의 기준 그대로 말하고 행동한다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문제들은 사라질 거예요.

사회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법조차 만인에게 평등하지 않으니, 그건 법의 문제가 아니라 법을 적용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볼 수 있어요.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고통 혹은 차별을 우리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나와는 무관하다고 단정짓는 순간 얼마든지 잔인해질 수 있는 악의, 악의 마음이 싹튼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어떤 불행도 나만 예외일 순 없다는 걸 기억한다면 타인의 불행 앞에 무감각하게 굴진 못할 거예요.


"정상에서 벗어나는 방식은 셀 수 없이 많다.

삶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 삶은 항상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내게 선천성 근육 질환이 없었더라면 나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이 세상에는 살아온 삶과 살지 못한 삶이 있다. 살아온 삶은 물이 공기 방울을 보듬어 안듯 살지 못한 삶을 포용한다.

... 나는 항상 나였다. 단지 내가 미래에 어떤 사람이 될지 조금의 불안감이 존재했을 뿐."

(79p)


이 책의 원제는 "나는 당신과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라고 해요. 저자는 한동안 '한 인간으로 거듭나기까지'를 책 제목으로 생각해 왔는데,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시인인 마크 오브라이언의 책이 동일한 제목으로 출간되어 포기했다고 하네요. 그러나 책 제목을 사용하지 않은 결정적인 이유는 마크 오브라이언과 자신의 차이점 때문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어요. 오브라이언은 소아마비에 걸린 마지막 어린이 중 한 명으로 어렸을 때부터 가족과 떨어져 살았고, 출생부터 임종까지 너무나 많은 시간을 홀로 살아야 했는데, 저자는 열세 살까지 부모님, 여동생과 함께 살면서 여름 캠프에 참가하거나 요양기관에서 보낸 시간 말고는 집을 떠난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항상 한 인간으로 살아왔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럼에도... 주변 아이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경험했던 적대감, 불쾌감, 반감, 외로움의 감정은 피할 수 없었다고 해요. 부모님은 항상 "너는 우리에게 언제나 '얀'일 뿐이란다." (41p) 라고 말했지만 부모님의 진심을 알면서도 온전히 믿지는 못하다가, 자신의 아들이 태어났을 때 비로소 아이는 아이로서의 존재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대요. 저자는 스스로를 한 인간으로서 오롯이 인정하며 살아 왔고, 누가 뭐라든 흔들릴 사람은 아니지만 세상에 말하지 못한 것이 안타까웠던 거예요. 그래서 기억하는 모든 것을 기록했나봐요. 걷다가 넘어지는 몸을 가졌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몸이 얀 그루에는 아니라는 것. 그는 자신의 병으로 인해 정체성 혼란을 겪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신체적 한계를 견뎌야 했고, 때때로 편견과 차별을 당했어요. 특히 해외 여행을 하는 경우가 심한데, 노르웨이에서는 거의 들어 보지 못했던 말을 러시아에서 거의 매일 같이 들었다고 해요.

"도대체 여기서 뭘 하는 거죠?

여긴 당신이 있을 곳이 아닙니다.

얼른 나가세요."

(123p)

무자비한 발언을 수없이 들어야 했던 러시아에서는 밝고 긍정적인 성격의 저자도 참기 어려웠다고 하네요. 가능한 한 피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는 고백이 아프고 슬프네요. 그때의 경험 이후 달라졌다고 해요. 나를 원하는 곳, 나를 받아들이는 곳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고, 세상은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으면서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대요. 현재 그는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해 아이를 낳았어요. 삶의 방식, 살아가는 모습은 우리와 다르지 않아요. 삐딱한 시선, 너는 여기 있으면 안 된다고 여기는 그 생각이 틀린 거예요.

얼마 전 보게 된 드라마의 장면이 겹쳐 떠오르네요. 드라마 속 주인공은 이렇게 말했죠. "80년 전만 해도 자폐는 살 가치가 없는 병이었습니다. 80년 전만 해도 나와 김정훈 씨는 살 가치가 없는 사람들이었어요. 지금도 수백 명의 사람들이 '의대생이 죽고 자폐인이 살면 국가적 손실'이란 글에 '좋아요'를 누릅니다. 그게 우리가 짊어진 이 장애의 무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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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집사
배영준 지음 / 델피노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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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집사》 는 배영준 작가님의 장편소설이에요.

굉장히 독특하고 흥미로운 소재를 다룬 이야기인 데다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 가장 반전인 것 같아요.

이 소설은 드라마로 치자면 시즌 1 이 끝난 것이고, 본격적인 사우디 집사의 활약상은 다음 편에 나올 예정이라고 하네요. 다 읽고 난 소감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2편을 기다릴 만큼 재미있다는 거예요.

우리에겐 좀 낯선 직업군인 '집사'와 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 '살바토르 문디'가 핵심 키워드예요. 소설의 배경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실이라서 더욱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살바토르 문디가 이토록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라는 게 신기하고 놀라워요.

예전에 집사 양성 학교가 존재한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어서 검색해보니 거의 10년 전에 한국인 최초로 네덜란드 버틀러 아카데미를 졸업한 분이 계셨네요. 졸업생들은 자격증을 취득한 뒤에 주로 중동, 유럽 등의 왕실이나 수백억 원대 거부의 저택, 5성급 이상 호텔, 리조트, 요트, 크루즈, 대사관 등에서 일한다고 해요. 실제 중동이나 유럽 왕실에서 일하며 명성을 얻어 다른 왕실에서 스카우트된 졸업생도 꽤 있다고 하니, 정말 존재할 법한 주인공을 탄생시킨 작가님이 대단한 것 같아요. 현재 직장을 다니면서 시와 소설을 쓰는 겸업 작가이고, '사우디 집사'도 3년 전 사우디 리야드에서 처음 집필하기 시작하여 이집트 카이로에서 마무리했는데, 이 모든 작업이 출장 업무와 함께 해낸 것이라니 더욱 멋지네요.

소설에 영감을 준 건 신문에 실린 기사였는데, 살바토르 문디가 세계 예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로 낙찰되었고 그 구매자가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데르 빈 압둘라 빈 모하마드 왕자였다는 사실이었대요. 도대체 왜, 이슬람교의 발상지이자 수니파 이슬람교가 국교인 사우디아라비아 왕자가 알라 신이 아닌 예수님의 초상화를 구입했을까요. 단순히 예술품 수집가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몹시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들이 있어요. 살바토르 문디는 발견 당시 심하게 훼손된 상태였고 가품 논란이 있었는데, 복원하면서 진품으로 결론이 났고, 다빈치의 작품 중 유일하게 개인 소유 작품이 되었어요.

소설 속 주인공 피터는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새로운 도전을 위해 50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의 프랑스 국립 집사학교를 입학했어요. 집사학교 역사상 최초의 한국 학생으로 입학하여 2년 동안 교육과정을 우수하게 이수하여 수석 졸업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직장을 선택할 수 있는 특권이 주어졌어요. 피터는 한치 망설임 없이 사우디국왕 반살림 가문의 집사를 선택했어요. 그리하여 사우디 집사가 된 피터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거예요. 서론이 길지만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어요. 살바토르 문디에 숨겨진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는 과정 자체가 흥미롭거든요. 그레이스 왕비님과 미술 관리인 제임스 쿡 그리고 자밀라 공주님까지 인물들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고요. 왠지 알라딘과 요술램프가 떠오르면서 사우디 집사 피터의 신비한 모험담을 보는 느낌이에요.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 바라본 사우디아라비아 왕실은 그들만의 세계가 너무 견고하고 폐쇄적인 데다가 끔찍한 인권 침해가 계속된다는 점에서 잔혹한 왕국이라는 부정적인 측면이 있어요. 암튼 우리에겐 접근 불가의 세계를 사우디 집사가 미션 임파서블의 주인공처럼 침투하여(물론 취업된 거지만) 미스터리한 업무를 수행하니 점점 빠져들 수밖에 없네요. 누가, 왜... 물음표가 마구마구 쏟아진다는 건 이야기가 가진 매력이 넘친다는 의미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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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영어공부
박소운 지음 / 원앤원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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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왜 영어공부에 성공하지 못했을까요?

그러게요. 책 표지에 적힌 이 질문을 보면서 피식 실소가 나오더라고요.

아마 이 책을 펼치는 사람은 똑같은 심정이었을 거예요. 제발 그 답을 알고 싶다고요.

《나의 마지막 영어공부》 는 통역사 박소운님의 책이에요.

전작인 《통역사의 일》 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내적 친밀감을 느끼며, 제목처럼 마지막 영어공부의 비결을 찾기 위해 이 책을 읽었어요.

저자는 우리가 모국어인 한국어에서 나오는 실수는 관대하면서 유독 영어에 엄격해진 이유가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겉멋이라고 진단하고 있어요. 그 겉멋을 걷어내야 비로소 진짜 영어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거예요. 올바른 영어 공부로 겉멋 영어를 극복하는 것이 목표이고, 이 책에는 진짜 영어 실력을 쌓을 수 있는 특급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어요. 일명 '통역사에게 배우는 영어의 추월차선'이에요.

초보자가 영어 실력을 어느 정도 쌓아 올리면 다음 단계는 읽기와 쓰기를 얼마나 잘 하느냐가 관건이라고 해요. 듣기 역량이란 귀로 들어오는 긴 문장을 읽어내서 해석하는 과정이고, 세련된 말하기 역량은 마음속으로 작문한 문장을 내 입으로 발화하는 과정에 해당돼요. 즉 읽기, 쓰기와 큰 연관이 있다는 거예요. 어떻게 해야 영어 작문을 잘 할 수 있을까요. 우리말로 글을 쓰는 일도 쉽지 않은데 영어 작문이라니 너무 막막할 거예요. 이럴 때 작문에 좀 더 공을 들일 시간적 여유와 열정이 있다면 애자일 방법론과 폭포수 모델을 둘 다 활용하는 방법이 있어요. 스펠링이나 문법은 신경쓰지 말고 편안하게 글을 써 보는 거예요.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수 있는 글쓰기를 한 다음에 교정, 첨삭 등 글을 피드백 해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 완벽한 작문을 완성해보는 거죠. 두 가지 방법을 병영해 작문 공부를 하면 그 효과가 엄청나다고 해요. 이건 저자의 경험담이에요.

애자일(agile) 방법론과 폭포수(waterfall) 모델은 IT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법론으로, 애자일은 말 그대로 '민첩한'이란 의미로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할 수 있는 개발 방법론이며 '일단 시작하기'를 강조하고 있어요. 시작 단계에서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수시로 요구사항을 반영해 고쳐나가기 때문에 점차 완성도가 높아져요. 반면 폭포수 모델은 계획, 프로세스, 관리, 문서에 중점을 두고 사용자의 요구사항 분석이 완전히 완료된 후에 설계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에 새로운 요구사항을 반영하기 어려워서 요즘 대세는 애자일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도 애자일 방법을 영어 공부에 적용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어요. 영어를 잘하고 싶다면 일단 시작하는 실행력이 가장 중요한데, 완벽주의 성향이 있다면 걸림돌이 너무 많아서 시작도 못하고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는 거죠. 시작을 해야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 수 있고 실력을 쌓을 수 있는데, 완벽한 목표와 계획만 세우다가는 제자리걸음이 될 테니까요.

마지막으로 영어 고수들과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에요. 그동안 영어공부의 왕도가 하나의 방법이라고 착각했는데, 영어 고수들을 보면서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찾는 것이 비법임을 알았네요. 수많은 방법들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어요. 이제 그 방법들 중에서 스스로 선택하고 실행하는 것, 그것이 마지막 영어공부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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